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가?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가?
: 착한 사람이구나! vs. 착한 일을 했구나!

 

 

 

 


그림 1.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무시하고, 바람직한 행동은 칭찬함으로써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그림-1). 그러나 무조건 칭찬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Grusec & Redler, 1980) 무턱대고 칭찬하기만 하면 정말 고래도 춤을 출까?(Blanchard et al, 2003) 다양한 연구는 칭찬이 언제나 효과적인 것은 아니며, 칭찬하는 방법에 따라 칭찬의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당신 자신이 아이들의 올바른 행동을 칭찬할 때 어떤 방식으로 칭찬을 했었는지 되돌아보자.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정말 잘 했어, 정말 잘 그렸어, 오늘 아주 착한 일을 했구나, 참 잘 만들었구나.

 

  혹시 이런 말들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는가? 모두 그 아이 자체를 칭찬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행위를 칭찬했다는 것이다. 아마 아이의 행동을 칭찬하는 대부분의 부모와 교사들은 바람직한 행동을 칭찬함으로써 그 행동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의 결과는 이러한 추측이 부모와 교사의 기대에 불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안 그루섹(Joan Grusec)의 연구부터 살펴보자(Grusec & Redler, 1980). 그루섹은 60명의 아이들에게 유리구슬을 나누어준 후 게임판에 구슬을 굴려서 높은 점수가 나오는 사람이 더 많은 구슬을 획득하는 경기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구슬을 개수가 많을수록 더 좋은 상품을 받는다고 알려주었다. 아울러 게임을 진행할 때 마다 구슬을 많이 획득한 친구는 구슬이 적은 친구에게 구슬을 나누어 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이 구슬이 많을 때 적은 친구에게 구슬을 주었고, 반대로 적을 때는 구슬이 많은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이타심을 확인한 아이들은 연구자의 실험 처치에 따라 무작위로 두 조건 중 하나에 배정되었다. 한 조건은 구슬이 적은 친구에서 구슬을 나누어준 행위를 칭찬하는 조건으로 “친구에게 구슬을 나누어주다니 착하다.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다른 조건은 선한 행동을 한 아이 자체를 칭찬하는 조건으로 “너는 언제나 남을 돕는 친절한 사람이구나. 너는 다른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2주가 흘렀다. 그리고 공작품을 만드는 상황을 연출한 후,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또래 친구들 중에도 공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을 텐데, 그들을 위해 공작품을 만드는 재료를 나누어 달라고 요청했다. 어느 집단이 더 많이 공작 재료를 나누어 주었을까?
  바로 행동이 아닌 그 아이 자체를 칭찬한 조건이었다. 아이 자체를 칭찬한 조건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45%가 공작 도구를 나누어 주었지만, 행동을 칭찬한 조건에 참여한 아이들은 오직 10%만이 공작 도구를 나누어 주었다.


  이러한 경향성은 미취학 아동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브라이언(Christopher Bryan)는 3세부터 6세 사이의 149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면서 절반 정도의 아이들에게는 “정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하였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하였다(Bryan, Master, & Walton, 2014).

 

 

 

 


그림 2. Bryan et al.(2014)의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회색 막대는 “도와달라”고 요청한 조건이고, 검은 막대는 “돕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한 조건이다. 블록(Blocks, 쓰레기통(Bin), 장난감(Toys), 크래용 정리(Crayons)의 모든 측면에서 “돕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한 조건의 아이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한 조건의 아이들보다 많이 도와주었다.

 

  그림-2는 이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회색 막대는 “도와달라”고 요청한 조건을 보여주고, 검은 막대는 “돕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한 조건을 보여준다. 블록(Blocks) 정리, 쓰레기통(Bin) 비우기, 장난감 정리(Toys), 크래용 정리(Crayons)의 모든 측면에서 “돕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한 조건의 아이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한 조건의 아이들보다 많이 도와주었다. 즉 그 아이의 정체성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조건에서의 도움행동이 행위를 요청한 조건보다 많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동이 성인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날까? 이것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성인들의 경우에도 행동 자체를 요청하기보다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자고 설득할 때 행동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았다(Bryan, Adams, & Monin, 2013). 예를 들어, “시험볼 때 부정행위를 하지 마세요.”라고 요청할 때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보다, “시험볼 때 부정행위자가 되지 맙시다”라고 요청할 때의 부정행위가 더 적었다. 즉 행동 자체의 수정을 요청할 때보다, 정체성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때 부정직한 행동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승용차나 고속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매자는 캠페인도 ‘안전벨트를 맵시다.’라고 행동을 요청하기 보다 ‘안전벨트를 매는 사람이 됩니다.’라고 그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