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다루는 심리학. 이 심리학의 키워드를 오직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심리학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주제를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주의(attention)’라고 답하겠다. 인간이 과거에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 ‘기억’이다. 인간이 현재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관심, 흥미, 호기심, 동기’이다. 인간은 주의를 기울인 것에 가중치를 두고 ‘판단하고 의사결정’한다. ‘소비자 및 광고 심리학’은 인간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우울증은 불행한 일들에 주의를 기울여 곱씹게 될 때 나타난다. 주의가 산만한 것도 문제고, 특정한 한 하나에만 강박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문제다. 스포츠 선수의 경기력 향상, 회사원의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결국 주의집중이다. 똑같은 영화를 보고 난 후,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의를 기울인 인간관계는 발전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인간관계는 나빠지거나 발전하지 못한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도 일찍이 ‘주의’라는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그의 책 《심리학의 원리》에서 주의를 두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 주의는 환경에 있는 수많은 정보들 중 하나만 뚜렷한 형태로 소유하는 것이다. 당신이 뭔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한 가지에 몰두한다는 것으로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만약 당신의 눈에 다른 것이 들어오고, 당신의 귀에 다른 것이 들려온다면, 사실 그 어느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둘째, 주의는 어떤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필요한 정보만 선택하고, 필요 없는 정보들은 모두 후퇴시키는 것이다. 원의 넓이를 구하는 수학 문제를 풀 때, 원의 공식만 떠올리면 되지,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은 필요 없다. 만약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들이 계속 떠오른다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주의가 산만한 상황이라고 부른다.
일을 해야 하는데, 엄마랑 싸운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일을 해야 하는데, 친구가 보낸 문자가 계속 신경 쓰인다. 과제를 해야 하는데, 애인이 헤어지자고 말한 것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처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관련 없는 정보들이 계속 떠오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처럼 뭔가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해야 할 한 가지, 내가 확인해야 할 한 가지, 내가 검토해야 할 한 가지, 내가 관찰해야 할 한 가지, 내가 해결해야 할 한 가지 문제와 그와 관련된 정보들만 선택하는 것이 뭔가에 주의를 집중한 상태이다.
필자가 계속 강조한 말이 보이는가? 맞다. ‘하나(one)’다. 주의는 오직 하나의 대상, 하나의 사건, 하나의 경험을 우리 마음에 담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세 가지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은 그 자체로 주의의 정의에 어긋난다. 즉 두 가지, 세 가지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 사실 아무것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즉 주의의 정의는 멀티태스킹을 인정하지 않는다. 멀티태스킹은 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같다.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나는 멀티가 된다고 착각하지 말자. 인간은 멀티가 불가능하다. 그래도 멀티를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다만 나는 그 사람을 이렇게 판단할 것이다.
“멀티를 하겠다고? 웃기시네. 당신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