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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가진 게 많겠니, 내가 가진 게 많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
한번 우리가 이렇게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
너한테 십만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천만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짜증나는 거야 누가 더 짜증날까 널까 날까 몰라 나는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장기하와 얼굴들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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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기를 끌었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 그 누구와 비교를 해도 부러울 일이 없다는 장기하의 묵직한 삶의 자세가 담긴 노래이다. 남들과 하나 둘 비교하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쓰렸던 기억을 하나, 아니 수십 개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비교 상황에서도 타인이 부럽지 않을 수 있다는 장기하가 괜스레 부러워진다.
사회적 비교 이론(Leon Festinger, 1954)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를 평가하려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능력, 성공 및 성격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 바로 사회적 비교 이론의 핵심이다. 자신을 타인과 자주 비교하여 평가하면 과연 행복해질까? <아동 청소년 행복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 비교가 청소년들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 <아동 청소년 행복 프로젝트> 참여자 및 측정도구
전국의 초, 중고등학생 1,109 명 (남학생 41.5%; 초등학생 28.3%, 중학생 36.7%, 고등학생 35%)이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사회적 비교(Gibbson & Bunnk, 1999), 자아 존중감 (Rosenberg Self-esteem scale; Rosenberg, 1989), 삶의 만족도(Cantrill ladder; Kahneman, D., & Deaton, A, 2010), 그리고 심리적 웰빙(Ryff & Keyes, 1995)에 응답했다 (사회적 비교 외 측정도구의 자세한 설명은 논문을 참조). 대표적인 사회 비교 측정도구는 Gibbons 과 Bunnk 가 개발한 Iowa-Netherlands Comparison Orientation Measure (INCOM) (Gibbson & Bunnk, 1999)이다. INCOM은 개인의 사회적 비교 경향을 묻는 11개의 질문으로 이뤄져 있다 (예: 만일 내가 어떤 일을 얼마나 잘했는지 알고 싶으면 내가 한 일과 다른 사람들이 한 일을 비교한다, 나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 당면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항상 알고 싶다, 나는 내 인생에서 이루어 놓은 일에 대해 자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다). 본 연구에서는 7개의 단축 문항을 사용했으며, 참여자들은 해당 문항에 대해 1(강하게 동의하지 않음)에서 5(강하게 동의함)에 응답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사회적으로 비교하는 경향이 큰 것을 나타낸다.
📖 결과
1. 성별에 따른 사회 비교
성별에 따른 사회비교 정도를 비교해본 결과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사회비교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 학교급에 따른 사회비교 차
초,중,고등학생 간의 사회 비교 정도는 모두 유의미하게 달랐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회비교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높은 사회비교 성향을 가진 것은 고등학생이었으며, 가장 낮은 사회비교 성향을 가진 것은 초등학생이었다.
3. 사회비교와 행복: 학교급별 차이
추가 분석에서는 사회적 비교가 행복에 주는 영향과 그 관계가 학교급별로 다른지 알아보았다. 분석 결과 사회 비교는 스트레스를 유의미하게 증가시켰고, 이 관계는 초등학생보다 중고등학생에게서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초등학생의 경우 사회비교가 스트레스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은 반면,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사회적 비교가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4. 사회 비교와 행복: 자아 존중감의 매개 효과
사회 비교가 주관적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굉장히 복잡하다. 비교 대상의 성향 (upward, downward), 비교 영역(ability, opinion), 비교의 빈도 등에 따라 행복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Fujita, 2008).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는 비교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자아 존중감이 이 관계를 설명하는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비교 경향이 강한 학생일 수록 자아 존중감이 낮고, 낮아진 자존감은 삶의 만족감을 낮춘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사회적 기준이나 규범을 잘 따르고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려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로 비교적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허용하는 개인주의 집단의 국가보다 사회 비교가 많이 이뤄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집단주의가 강한 나라(중국)가 개인주의 국가(미국)보다 비교하려는 경향(주로 상향비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chung & Mallery, 1999). 한국 청소년들도 이런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모습에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게 될 뿐 아니라, 친구와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하여 또래 사이에서 잘 통용되고 인정되는 생각과 행동, 능력에 본인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볼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비교를 많이 하는 것은 자아 존중감을 낮추고 더 나아가 삶의 만족도까지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본 매개 모형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5. 사회 비교가 행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끊으려면?
그렇다면 이러한 악순환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본 연구에서는 “심리적 웰빙”을 주요한 조절변수로 살펴보았다. 심리적 웰빙 6요인 모형은 Carol Ryff 가 개발한 이론으로 1) 자기 성장(personal growth), 2) 자율성 (autonomy), 3) 환경 지배력(environmental mastery), 4) 자기수용(self-acceptance), 5) 긍정적 관계 유지 (positive relations with others), 6) 삶의 목적(purpose in life), 총 6개의 요인이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과 행복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행복은 매우 다양하게 정의되어왔는데 그 중에서도 행복을 크게 쾌락주의적 관점과 자기실현적 관점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보편적이다. 주관적 안녕(SWB: Subjective well-being)은 쾌락주의적 관점에서 행복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행복을 개인의 인지적 판단에 기초하는 삶의 만족도와 정서적 반응으로 평가한다(Diener, et al., 1985; Ryan & Deci, 2001). 즉, 주관적 안녕이란 삶에 스스로 만족하고 즐거움, 평안과 같은 긍정 정서(positive affect)를 많이, 불안, 짜증과 같은 부정정서(negative affect)는 적게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기실현적 관점에서 행복은 자신이 가진 잠재성의 충족과 발휘를 뜻하는 자기실현이다. 이는 행복의 정서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쾌락주의관점(hemonic well-being)의 제한점을 인지하고, 행복에 있어 정서적 요소뿐 아니라 기능적 요소도 중요하다는 유데모니아적 관점(eudaimonic well-being)을 반영한 것이다. 자기 성장, 대인관계, 삶의 의미와 목적을 행복의 중요 요소로 보는 심리적 웰빙(PWB: Psychological well-being)이 대표적인 자기실현적 행복 개념에 속한다(Ryff, 1989). 즉,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란 쾌를 넘어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자율성을 가지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삶인 것이다. 높은 비교 성향을 지녔지만 동시에 나만의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타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청소년들은 자아 존중감을 잃지 않고 높은 삶의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위해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높은 심리적 웰빙 점수를 얻은 학생의 경우 “높은 사회비교 성향-자아 존중감 하락-삶의 만족도 저하”의 부정적 메커니즘이 유의미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높은 심리적 웰빙을 유지하고 있다면 사회적 비교 성향이 강해도 자아 존중감의 하락이 크지 않거나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이렇게 유지된 자아존중감은 삶의 만족도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리하는 글
자기 평가라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혹은 집단주의적 사회 분위기나 발달 시기적으로 타인과 잦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삶의 만족감과 자아 존중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심리적 웰빙을 높여주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행복센터가 개발한 행복 수업 교과서도 “비교하지 않기” 단원을 포함하여 “목표세우기”, “관계 돈독하게 하기”와 같은 심리적 웰빙을 높일 수 있는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 끊임없는 타인과의 비교에 내몰린 삶을 살고 있다면 이런 자료들을 활용하여 “내적” 기준에 따라 자신을 평가해보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를 받아들이며, 나만의 삶의 목표를 세워보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어떤 비교 상황 속에서도 부럽지 않다는 장기하의 노랫말처럼, 여러 비교 상황속에서도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행복을 빼앗기자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출처>
Chung, T., & Mallery, P. (1999). Social comparison, individualism-collectivism, and self-esteem in China and the United States. Current Psychology, 18(4), 340-352.
Diener, E., Emmons, R. A., Larsen, R. J., & Griffin, S. (1985). The satisfaction with life scale.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 49(1), 71-75. https://doi.org/10.1207/s15327752jpa4901_13
Fujita, F. (2008). The frequency of social comparison and its relation to subjective well-being. The science of subjective well-being, 239-257.
Gibbons, F. X., & Buunk, B. P. (1999). Individual differences in social comparison: development of a scale of social comparison orient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6(1), 129.
Kahneman, D., & Deaton, A. (2010).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7(38), 16489. https://doi.org/10.1073/pnas.1011492107
Rosenberg, M. (1989). Society and the Adolescent Self-Image. Middletown, CT: Wesleyan University Press.
Ryan, R. M., & Deci, E. L. (2001). On Happiness and Human Potentials: A Review of Research on Hedonic and Eudaimonic Well-Being.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2(1), 141-166.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52.1.141 Ryff, C. D., & Keyes, C. L. M. (1995). The structure of psychological well-being revisite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4),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