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7 나의 애착 스크립트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관계.
행복, 정신건강이란 주제로 연구하다보면 돌고 돌아 또다시 관계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다. 이번 행복 뉴스레터의 테마가 또다시 관계인것 처럼 말이다.
역대급 휴일이 기대되는 올 추석, 명절과 휴일 준비를 위해 가족들과 더 빈번한 연락이 오고간 바쁜 9월이였다. 다양한 종류의 대인관계(예: 또래 관계, 연인 관계, 교사-학생 관계 등)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간이 맺는 가장 처음이자 근본이 되는 대인 관계, 부모-자녀 관계(parent-child relationship)를 둘러싼 재밌는 연구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 애착 스크립트의 기원(The origin of my security-based script)

인간이면 누구나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구, 바로 소속 욕구(the need to belong) (Baumeister & Leary, 1995)를 지닌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원초적이면서 강력한 소속 욕구를 찾아본다면, 그것은 바로 “엄마를 향한 영유아들의 강한 손짓, 울음”일 것이다.

발달 심리학자들은 주양육자와 가까이 있기를 원하고(proximity seeking), 함께 있는 것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contact maintaining) 아이들의 행동을 “애착 행동”이라 부른다. 영유아기 애착 행동은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보다 낯선 상황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영유아들의  애착 행동을 관찰하고 애착 유형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표준화된 절차는 이름하여 “낯선 상황 실험(Strange Situation Paradigm: SSP)” (Ainsworth et al.,1978)

아이는 엄마와 장난감에 둘러 쌓여 재밌게 탐색 놀이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낯선 사람(엄마와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 등장한다. 잠시 후 엄마는 문밖으로 나간다.
아이와 낯선 사람은 방에 남겨져 있고 잠시 후 엄마가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누가 봐도 낯선 상황. 1-2세 영유아들에게는 더더욱 낯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낯선 상황을 실험으로까지 ‘연출’하는 이유는 엄마가 문밖으로 나갔을 때 그리고 엄마가 방으로 되돌아왔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애착 유형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실험 과정에서 어느 수준 이상의 강한 울음이 지속되면 실험은 중단된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안정적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경우, 아이는 엄마가 방을 떠날 때 분리불안(Separation distress)을 보이고 낯선 사람이 울음을 달래려 해도 잘 달래지지 않기도 하지만 이내 엄마가 되돌아오면 강한 애착 행동과 함께 분리 불안이 (드디어) 해소되고 다시 탐색 놀이로 돌아간다. 애착 이론에서 분리 불안은 안정적 애착 관계가 형성된 아기의 적응을 위한 정상 반응으로 여긴다.

반면, 엄마와 아이 간에 불안정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아이는 엄마가 방을 떠나거나 말거나, 돌아오거나 말거나 어떠한 분리불안, 애착행동을 보이지 않기도 하고 혹은 엄마가 방을 떠나면서 붉어진 울음이 엄마가 돌아와 달래려 애를 써도 잘 달래지지 않는다.“위협적인 상황에 누구에게 엄마는 안식처이지만 누구에게는 아니다.” 이것이 애착 유형을 가르는 중요한 단서인 샘이다.

🤱정서적 안전 기지(Secure base)에서 애착 스크립트(Secure Script)까지

생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의 몇 달의 기간동안 아기들은 자신에게 민감하고 반응을 지속적으로 잘 해주는 성인과 애착관계를 형성(Bowlby, 1969, 1973)한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도록 돕는 주요인은 주양육자의 민감성(sensitivity)이다. 주양육자가 (특별히 불편한 상황에서)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거나 민감하게 대응할 때 아이는 안정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민감한 엄마의 양육 태도를 통해 안정감을 경험한 영아는 양육자가 신뢰할 만한 대상임을 배우며, 양육자를 안전한 기반으로 사용하여 세상을 탐색한다. 특히 기거나 걸어다닐 무렵의 아이는 친숙한 애착대상을 하나의 안전기지(secure base)로 이용하기 시작한다. 이 안전기지를 토대로 주변을 탐험(exploration)했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고, 동시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시 안전기지 즉, 안식처(haven)로 돌아와 평정을 찾는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아이는 엄마를 통해 위안을 얻고 안식을 찾지 못한다. 앞서 말한 낯선 상황 실험에서 엄마를 통해 울음이 달래지지 않았던 이유는 양육자의 부재 또는 양육자의 민감하지 못한 양육방식으로 아이의 다양한 불안 신호들이(cue) 적절히 다뤄지지 못하고 충분한 안정감이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아이가 민감한 돌봄을 받게 되면 “안전기지로서의 양육자”에 대한 생각 혹은 지식(Secure-based Script Knowledge: SBSK)을 쌓게 되고, 매일의 계속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 지식은 점차 아이에게 내면화 된다. 이것이 훗날 나의 ‘내적 작업 모형(Internal working model)’ 혹은 ‘애착 표상(Security Script)’이 되는 것이다. 어릴 적 애착 관계는 이렇게 애착 스크립트로 표상화, 내면화되어 지속되기 때문에 (쉽게 말해 내 머리에 “애착 표상”으로 저.장. 되기 때문에) 생애 전반에 걸쳐 행복을 포함하여 여러 영역에 (또래 및 연인과의 긴밀한 관계, 성격, 감정 조절, 자아 개념, 감정 이해 등)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Thompson, 2008).

🤱애착 스크립트 측정(Attachment Script Assessment: ASA)

아이가 애착과 관련된 ‘안전기지 스크립트(secure base script)’를 발달시킨다는 점에 착안하여 애착 스크립트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인 Attachment Script Assessment(ASA)가 개발되었다 (Waters, Ridgues & Ridgeway, 1998).

흥미롭게도 ASA는 일반적인 사용되는 설문도 관찰 평가도 아닌 이야기 (narratives)를 기반의 측정법이다. 앞서 말한 낮선 상황의 실험과 비슷하게 “문제 상황”이 제시되고 (폭우 속 캠핑, 여드름 사건 등) 나열된 단어들을 사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자는 참여자가 만든 이야기에서 일련의 애착행동과 불안 해소의 요소가 담겨있는지 확인한다 (이야기 코딩을 위해서는 심도있는 트레이닝에 참여해야 한다). 애착 스크립트는 “1) 안정적 탐색 지원, 2) 장애물이나 위험 상황 시 도움 요청, 3) 어려움의 해결과 교류, 4) 탐색 및 활동으로의 복귀”과 같은 연속적인 사건들로 표현된다고 한다. 다음은 Water (n.d.)가 제안한 애착 기반 스크립트 요소이다.

이 방법론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과학적 유용성이 증명 되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엄마의 애착 스크립트가 유아의 애착안정성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으며(Vaughn et al., 2007), 애착 스크립트의 구조와 내용에서 종단적인 일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Vaughn et al, 2006).

🤱애착 스크립트 테스트

아래는 실제 측정에 사용되는 두개의 에피소드이다. 각 행에 있는 단어들을 쭉 따라 내려가며 읽으며 이야기를 만들면 된다.

위 제시 단어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나의 애착 스크립트는 어떠한가? 애착의 주요 요소들이 담겨있는가? 우리 가족들은 어떤 애착 스크립트를 가지고 있을까? 추석연휴 삼삼 오오 모인 가족들과 위 단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애착의 주요한 요소들 중에 무엇이 빠져있는가? 우리 아이는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하지 않는가? 혹은 누구로도 그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가? 앞으로 우리 관계에서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글쓴이: 김주현 박사(서울대학교 대학주관연구소 의학연구원 연구조교수)

<출처>

Ainsworth, M. D., Blehar, M. C., Waters, E., & Wall, S. (1978). Patterns of attachment: Psychological study of the strange situation. Hillsdale, NJ: Lawrence Erlbaum

Thompson, R. A. (2008). Early attachment and later development: Familiar questions, new answers. In J. Cassidy & P. R. Shaver (Eds.), Handbook of attachment: Theory, research, and clinical applications (pp. 348–365). The Guilford Press.

Waters, H. S., Rodrigues, L. M., & Ridgeway, D. (1998). Cognitive underpinnings of narrative attachment assessment.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71(3), 211-234.

Waters, H. S. (n. d.). Narrative assessment of adolescent attachment representations: The scoring of secure base script content. Unpublished manuscript

Vaughn, B. E., Coppola, G., Verissimo, M., Monteiro, L., Santos, A. J., Posada, G., … & Korth, B. (2007). The quality of maternal secure-base scripts predicts children’s secure-base behavior at home in three sociocultural groups.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Development31(1), 65-76.

Vaughn, B. E., Waters, H. S., Coppola, G., Cassidy, J., Bost, K. K., & Veríssimo, M. (2006). Script-like attachment representations and behavior in families and across cultures: Studies of parental secure base narratives. Attachment & human development8(3), 179-184.

제53회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현장스케치

1일차

┃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소, 교사 265명 대상으로 제53회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진행해

┃ 최인철 교수님, “행복을 만족과 감정의 일상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해”

┃ 강준호 교수님, “몸과 마음, 환경은 하나의 총체적인 단위로 이뤄져”

2023년 8월 9일, 행복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행복수업 프로젝트,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이 시작됐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사범연수교육원은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는 문구를 기반으로 기초워크숍을 주관했다. 제53회를 맞이한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은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 520호)에서 8월 9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된다.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1일 차는 행복 심리학 강의, 명사초청특강, 초중등 행복교과서 강의로 구성됐다.

무더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에서 선선한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 관악산 멀리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느끼며 총 265명의 교사가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에 모였다. 워크숍은 9시 30분에 시작됐지만, 이른 오전부터 장내에는 제주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 간의 도란도란한 이야기꽃이 활짝 피어났다. 행복교과서와 행복연구소 히스토리북을 손에 든 교사들의 얼굴에는 기초워크숍을 통해 자신과 학생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행복을 배우고 실천하고 싶다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샘솟았다.

“왜 행복을 배워야 하는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님은 ‘교사를 위한 행복 심리학’ 강의로 기초워크숍의 문을 여셨다. 행복은 물리적으로 보이는 실체가 아니며,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주관적 개념이다. 최인철 교수님은 행복을 마음의 고요함과 대비되는 순간의 들뜬 감정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만드는 오해를 설명하셨다. 행복을 경험할 때 하위 감정을 측정한 결과, 행복은 마음의 고요함과 삶의 만족, 소소한 즐거움 모두를 포함했다. 행복을 성취의 방해물로 보는 사회 통념, 행복에 대한 유전적 결정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행복이 선망과 오해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행복을 배울 필요성이 떠올랐다.

또 다른 이유는 행복과 관련된 지식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2010년까지는 돈이 일정 수준(연 $7,500)을 넘어서면 긍정적 감정에 큰 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1년 연구에서 사람들의 감정 정도를 고려한 결과, 돈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더라도 여전히 긍정적 감정에 큰 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칫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고정된 명제가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인철 교수님은 “행복과 돈의 상관관계를 인과적 개념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새로운 연구를 수용하되 유연하게 이용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행복연구를 통해 지식이 변화함에 따라, 행복을 과학적으로 배워야 하는 이유를 지적한 셈이다.

만족과 행복의 차이는 무엇일까. 최인철 교수님은 그를 구분하며 행복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추구하셨다. 회고적인 판단에 기초하며, 개인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만족과 달리 행복은 인지적인 만족과 감정의 다차원적 개념으로 구성된다. 현재 상황을 돌아보며 느끼는 만족감, 숲을 거닐면서 느끼는 감정의 균형, 부정적 감정 대신 긍정적 감정의 일상적 향유 모두 행복이 될 수 있었다. ‘좋은 일이 우연히 일어난다’는 행복(幸福)의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행복은 꾸준히 쌓아온 좋은 일상과 생활을 통해 충족될 수 있는 쾌족(快足), 흡족(洽足)의 개념이었다. 현실과 멀리 떨어져보이는 막연한 행복이 ‘자기 삶을 사랑하는 정도’라는 표현을 통해 일상에 녹아드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 이어서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이자 사범대학 학장인 강준호 교수님의 ‘행복한 몸’ 특강이 이뤄졌다. 강준호 교수님은 인공지능 시대에서 인간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질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셨다. 몸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인간과 삶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뇌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그 예시였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의식은 네 가지 신경계를 통해 인간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따라 뇌의 산출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세기 말 연구에 따르면 의식은 몸이 사회적, 물리적 환경과 결합해 상호작용한 결과였다. 몸과 마음, 환경을 한 단위로 보는 새로운 관점이었다.

체화된 인지 개념에 따라 마음을 몸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강준호 교수님은 “몸이란 이 직전까지 내가 경험했던 모든 시간을 축적해놓은 실체”라며 몸을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주체이자 객체로 설명하셨다. ‘웃으니 즐겁다’, ‘즐거우니 웃는다’라는 문장이 모두 성립할 수 있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개선하는 양방향의 교육이 필요했다. 강준호 교수님은 정신과 신체가 혼재된 실존적 인간관을 통한 몸 기반 학습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인간만이 해야 하는 교육의 해답은 learning by doing이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사와 학생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던 교사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몸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강준호 교수님은 고통 없는 몸, 활력있는 몸, 행복한 몸의 세 단계를 소개하며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운동을 꼽으셨다. 운동은 정신과 신체를 연결해주며 생명력을 불어넣고 지적 역량을 강화한다. 궁극적 지향인 행복한 몸은 자신의 몸을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여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몸이다. 자유의지를 통한 성취는 자신의 생명력과 존재의 충만감을 느끼도록 한다. “몸의 감각을 깨우거나 몸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행복한 몸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강준호 교수님은 일상적 경험을 통해 행복한 몸과 마음이 충분히 도달 가능함을 강조하셨다.

1일 차 마지막 시간은 초중등 분반의 행복교과서 강의로 구성됐다. 워크숍이 끝나간다는 아쉬움과 특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교사들의 기대감이 초중등 분반의 강의실 내부를 가득 채웠다. 중등 교사 분반은 강원대학교 심리학과 최종안 교수님의 ‘중등 행복교과서의 구성’ 강의로 진행됐다. 행복에 대한 과학적 지식, 지속 가능한 행복 증진 방법들의 내용이 담긴 행복교과서는 학생을 행복의 주체로 여기며, 노력을 통해 축적되는 행복을 목적으로 한다.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누구와’의 단원으로 나뉘며 관점 바꾸기, 감사하기, 목표 세우기 등의 방안을 포함한다. “행복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최종안 교수님의 직관적인 설명은 일상적 경험 속에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2일차

┃ 최인철 교수님,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밀접한 관계가 행복에 중요해”

┃ 이지선 교수님, “외상에 저항하고 자신을 수용하면서 마음을 재구성할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의 삶은 어떠한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는가?” 행복에 관한 물음을 가지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265명의 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2023년 8월 10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사범연수교육원이 개최한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2일 차가 시작됐다. 제53회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은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 520호)에서 8월 9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된다.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2일 차는 명사초청특강, 행복 심리학 강의, 학년별 행복수업 사례 강의로 구성됐다.

흰 구름이 낀 이른 아침부터 장내는 어제의 교육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교사로 북적거렸다. 곧이어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님이 초청된 명사를 소개하시자 한순간에 장내의 이목이 쏠렸다. “인생의 불행과 역경을 마주했을 때 굳건한 태도로 극복한 분입니다.” 최인철 교수님의 소개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이지선 교수님이 천천히 단상에 오르시자 교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대학 도서관에서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를 만나 3도 화상을 입은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 교수님께서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지선 교수님께서는 담담하게 자기 삶의 과정을 풀어냈다. 교통사고 이전 자신의 일상, 교통사고 이후 응급실에서 임종 준비를 했던 사실, 표피 이식을 한 후 거울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랐던 경험,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 과정을 전하는 말이 장내를 울렸다. 교사들의 표정에는 동정도 연민도 아닌, 삶의 역경을 이겨낸 이지선 교수님에 대한 순전한 감탄과 감동만이 드러났다. 그 순간 이지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주저앉고 움츠러들 때마다 살게 하는 주변인들의 말이 있었어요. 그런 날마다 다정하게 구원해주는 따뜻한 손길 말이에요.” 어려움을 나누고 힘을 주고받는 공동체의 힘을 믿는 이지선 교수님의 목소리는 강인하고 확고했다.

개인적 경험은 화상 경험자의 지지체계에 대한 학문적 관심까지 이어졌다. 화상 경험자를 연구한 결과, 연구 대상자들은 외상을 겪은 후 회복 과정 중에서 외상 이전의 수준을 넘어서는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 이전에는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 일을 하게 되고, 관계 속에서 느끼는 기쁨이 늘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요인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소소한 일상을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했다. 이지선 박사는 “예측할 수 없는 외상은 분명히 신체적·심리적 타격을 입히나, 인간은 불행으로부터 좋은 것을 이끌어내는 힘 역시 보유합니다”라고 말하며 의도적 반추, 감정의 표현, 사회적 지지를 통해 외상후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의가 끝난 후 교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교사는 희귀 난치 질환을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겪어온 아픔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떨쳐내셨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지선 교수님은 “울 만큼 울어야 합니다”며 공감 어린 조언을 하셨다. 충분히 애도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극복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다. 다른 교사는 “감정을 잘 표현할 방법은 무엇인가요?”라며 물었다. 교사가 본인의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실태에 따른 질문이었다. 이지선 교수님께서는 자기표현의 중요성을 말했다. 감정을 언어화하고, 안전한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경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픔을 겪은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마지막 질문에는 “여럿이 있을 때는 똑같이 대하나, 일대일로 마주할 때 환대의 경험을 제공하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학생이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 교사가 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이야기하며 강의가 마무리됐다.

뒤이어 최인철 교수님의 ‘교사를 위한 행복 심리학’ 강의 2부가 진행됐다. 최인철 교수님은 PWB(Psychological Well-Being)의 주관적 안녕감을 중심으로 행복의 개념을 설명하시며, 인간에 동기에 대한 자기결정이론을 소개했다. 자기결정이론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내적인 욕구에 관하며, 자신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 타인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느낌을 포함한다. 최인철 교수님께서는 “현실을 바꾸지 않고 기분만 바꾸려는 태도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숙고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사고를 당하면 행복하다’는 오해 역시 바로잡았다. 과거 연구에서 복권 당첨자, 일반인, 사고를 당한 사람의 행복을 비교한 결과 사고를 당한 사람의 행복이 일반인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그러나 연구자가 사고를 당한 사람의 평균 행복이 전체 연구대상자의 중간값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하며, 잘못된 결론이 도출됐다. 최인철 교수님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미래에는 행복해질 수 있음은 사실이지만, 사고를 당한 그 즉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정하셨다. 앞서 이지선 교수님께서 “사고를 당했을 때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그 후 사고를 수용하고 재구성하면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던 거죠”라 말씀하신 내용과 동일하다.

행복은 주어진 삶의 조건에 대한 함수며, 그 조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반응이다. 최인철 교수님은 행복을 위해 내면만을 중시하는 운명론적 사고의 오류를 지적하셨다. 최 교수님은 “외부 환경을 정비해야 하는 필요성을 경시하는 태도가 남아있다”라며 외부적 삶의 조건과 내적 반응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자세를 역설하셨다. 집중하려면 집중하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교육하려면 교육하려는 환경을 형성해야 하는 것처럼 행복할 수 있는 상황 자체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행복하기 위해 내면을 정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던 일부 교사들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행복을 위해 어떤 교실을 만들어야 할까?’라는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답 중 하나는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한 행복 수업이었다.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의료관리학연구소 김주현 교수님은 ‘아동 청소년 행복 프로젝트’를 주제로 행복 수업 효과성 연구 결과를 공유하셨다. 김주현 교수님께서는 행복 수업에 참여하기 전과 후 학생들의 행복과 심리적 요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살폈다. 행복 수업에 참여한 학생의 경우, 자기주장에 대한 사회성이 강화됐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늘었다. 친구 관계 유지에 대한 어려움은 여전했지만, 이전보다 학업에 몰입하며 일상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김 교수님은 ‘학급 단위의 행복 상태 디지털 모니터링’의 목표를 밝히며 강의를 마무리하셨다.

Vol.86 행복과 시간

9월 황금연휴에 큰 맘 먹고 발리에 가기로 했습니다. 제일 먼저 항공원을 알아봐야겠죠?
항공원을 검색해 보니 두가지 옵션이 보입니다. 직항으로 가면 7시간만에 도착해서 시간을 아낄 수 있고,
1회 경유하면 14시간이 걸리지만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여행을 계획한다면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해 보신 적이 있을겁니다. 이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시간을 아끼는 것이 좋을까요? 돈을 아끼는 것이 좋을까요?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돈 만큼이나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행복과 시간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행복해지고 싶으면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 관리도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행복과 시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Time famine

: feeling of having too much to do but not enough time to deal with those demands

‘시간 빈곤(기근)’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시간 빈곤은 20세기 영국에서 생겨났습니다. 글자 그대로 할 일이 너무 많지만 그 일을 처리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시간 빈곤을 느끼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낮은 행복
불안, 우울, 스트레스
건강하지 못함. 비만
직장에서 생산성 낮음
이혼률이 높음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이 몸에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시간 빈곤을 느끼는 사람은 시간의 영양실조에 걸린 것과 같습니다.
시간 빈곤을 현실감 있게 이야기한 작가가 있습니다. 미국 작가 Brigid Schulte입니다.
그녀의 저서 에는 ‘Time confetti’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Confetti는 우리가 무언가를 축하할 때 날리는 종이 꽃가루로 Time confetti는 시간이 조각나서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보낼 시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현대인들이 처해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제 우리는 영양실조나 돈의 빈곤뿐 아니라 시간 빈곤에 대해 생각해볼 때입니다.
그렇다면 시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Time is money? Money is time!

돈과 시간의 갈등 관계에 있을 때 이제는 시간을 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을 이용해서 나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시간은 돈’이라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시간’이라고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돈을 버는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행복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합니다. 이것이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의미입니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건 부자들이나 가능한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소위 재벌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돈을 쓰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돈이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라 돈과 시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즉, 프레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보다 시간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음의 5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Conspicuous consumption of time(‘바쁨’이 지위의 상징이 됨)
Guilty feeling of outsourcing your chores(집안일을 돈 주고 맡겼을 때 죄책감)
Falsely expecting ‘enough time’ in future(미래에 시간이 충분할거라는 잘몬된 기대)
Wage by time(시간에 따른 임금)
Now knowing the power of ‘short’ happy hour(짧더라도 행복한 시간의 힘을 알지 못함)

이와 같은 심리적 요인들로 인해 우리는 돈과 시간중 시간을 택하기 어렵습니다. 이 요인들을 알아야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나 바빠’라고 말하는 것을 조금은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쁘다는 것은 내 삶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Giving time gives you time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나누지 못하기도 하지만, 나누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느낀다.

시간의 여유를 갖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시간을 내주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바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도와주고 나면 마음(시간)의 여유가 생깁니다. 시간의 여유를 위해서 내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도 필요하지만 봉사 혹은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일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여유를 갖기 위한 몇가지 팁을 안내합니다.

‘돈이 시간이다’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라.
휴가를 ‘계획’하라.
주말을 ‘휴가’라고 프레임하라.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라.
음식을 천천히 먹어라.(Savoring)
경이로움 앞에서 멈추고 감상하라.
싼 것을 찾느라 시간을 너무 쓰지 마라.
적극적 여가(vs. 소극적 여가)를 즐기라.

출처: 최인철 교수 굿라이프 심리학 강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