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밀_11장

CHAPTER 11_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

 

 

생애 연구를 통한 배움은 삶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전향적 자료들은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와 기회를 선사한다.

성인 발달 연구는 매번 살아남아 새로운 사실을 가르쳐주어 우리를 놀라게 했으며, 무언가 생각하고 연구할 재료를 늘 제공했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은 신중해야하지만 어떤 연구에 지원할지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연구의 첫 번째 공헌은 성장기가 지난 성인도 계속해서 발달하며 성격이 변한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입증했다는 것이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중년의 삶을 보낸다 하더라도 노년에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1]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책으로만 하는 연구나, 10년 정도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서는 알아내지 못하는 결과이다.

둘째, 세상의 어떤 문헌을 보아도 알코올 남용을 이렇게 뛰어나게 조사한 연구는 없다

셋째, 비자발적 방어기제의 실체를 찾아내고 이것들이 발현되는 단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을 제공했다.

 

 

1.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성장한다.

 

성인 발달은 인생 전체를 통해 일어나는 과정이다.

[2] 성인 발달을 연구한 학자들, 그 가운데 특히 뛰어난 워너 샤이에(Warner Schaie)가 이끄는 시애틀 종단 연구에서는 좀 더 빠른 시기에 성인 발달 과정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연령 집단을 10년에서 20년 이상 연구했다.

이를 통해 샤이에는 지적 능력이 상승하고 떨어지는 것에 관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는데, 이러한 연구는 집단 안에 있는 대상자들을 조사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성격 연구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데, 성격은 사람마다 독특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연구를 위해서는 인내와 공감이 필요하다. 인내와 규제가 없다면 삶이 저물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변화하는 세밀한 발달 과정을 알아낼 수 없다.

피아제와 스포크가 아동 발달 과정을 밝혀낸 이래로 자녀 양육 방식은 완전히 변했다.

[3] 에릭슨이 성인의 발달을 고착된 쇠퇴 과정이 아닌 역동적인 성장 과정으로 설명한 뒤로 성인 발달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그러나 피아제, 스포크, 에릭슨은 경험에 바탕을 두어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생각이 우리에게 확실한 지식을 주었다기보다는 더 많은 이론과 의심을 낳았다고 하는 것이 옳다.

 

생각, 인생 이야기(회고적 이야기), 또는 일기만으로는 성인 발달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인 발달을 연구한 이론가들은 다른 자료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에 의존해야 했다. 매우 뛰어난 터먼 종단 연구와 버클리 종단 연구에는 사례 연구가 거의 없었다. 그랜트 연구가 나오기 전에는 성인 발달에 대한 정확한 개인 기록이 없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신념 체계가 견고하지 않아서 생기는 모순을 자세히 보여주는 예가 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앉아 있는 동안 나는 일련의 목록이나 설문지나 심리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연구 방법으로는 사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사람의 행동을 후속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 폴 코스타와 로버트 맥크래이는 한 사람이 가진 NEO 성격 특성이 30년 동안 변하지 않았으므로 그 사람의 성격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NEO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5] 실제로 하버드 집단의 대상자들의 NEO45년 넘게 변하지 않았다.

나는 심지어 통계 수치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신경증적 성격(부정적 성격)과 외향적 성경(긍정적 성격)10종 경기 평가 점수에 대한 예견력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러나 NEO가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람의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NEO 성격 특성 분류는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나 코스타가 정적 측정과 역동적 과정의 차이를 알아보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의 정당성을 헤쳤듯이 나도 그의 이론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내 이론의 정당성을 해치는 일을 범했다.

<11-1>이 보여주듯이, 21세 때 신경증적이 않은 외향성이 있다고 평가된 대상자는, 이후 40년에서 60년 간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평가한 10종 경기 평가 점수에서도 예견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20년 뒤에 실시한 적응 방법에 대한 평가 결과에도 예견력이 있었다. 내가 정확하다고 믿었던 이론들이 암초에 부딪쳐 무너졌지만 진실은 살아남았다.

 

10종 경기 평가 기준

방어기제의

성숙도

(20~47)

따듯한

아동기 환경

외향적 성격에서

신경증적 성격을 뺀

성격 특성 (21)

외향적 성격에서

신경증적 성격을 뺀

성격 특성 (68)

10종 경기 평가 점수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후즈후 명단 등재 여부

매우 명확한 관련

NS

매우 명확한 관련

NS

최고 수입

NS

NS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삶의 곤경 적음

매우 명확한 관련

NS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직장, 사랑, 여가 활동을 즐기고 성공함 (65~80세 사이)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생산성 과업 완수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주관적 건강 (75)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명확한 관련

성공적인 노화 (80)

명확한 관련

NS

NS

매우 명확한 관련

사회적 도움 (부인과 자녀의 도움은 제외) (70~75)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명확한 관련

행복한 결혼 생활 (60~85)

명확한 관련

NS

NS

매우 명확한 관련

자녀와 가까움 (60~75)

NS

명확한 관련

NS

NS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그랜트 연구와 글루엑 연구는 성격 특성 목록이나 심지어는 회고적 연구와 횡단적 연구에서도 알아내지 못했던 역동적인 실체 하나를 밝혀냈다. 그것은 아동기에 경험한 상처가 시간이 지나며 사람의 인생에 주는 영향력이 감소하지만, 아동기에 경험한 좋은 경험은 계속해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6] 이너시티 집단 연구에서는 456명의 도시 거주 백인 남성에 한정해 이루어진 연구 결과이긴 하지만, 따듯한 아동기 환경이 아동기 지능, 부모의 사회 복지 의존도, 가정의 복합적 문제 같은 요인보다 미래의 사회적 계층과 고용 여부에 대한 더 좋은 예측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너시티 집단에서 고용 비율은 성인발달연구가 가진 가장 객관적인 정신 건강에 대한 예측변수였으며, 고용은 사회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것과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생애연구를 통하여 미래를 탐구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7] 거의 틀림없이 인간 성장에 대한 가장 뛰어난 연구인 버클리 성장연구와 오클랜드 성장연구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명한 사회학자 존 클로센(John Clausen)은 대상자들이 65세에서 85세 사이일 때, “계획 능력과 신뢰성이라는 아동기 성격 특성이 미래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가장 중요한 예측변수였음을 알아냈다.

하워드 프리드먼도 터먼 남성 집단의 수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8] 나는 잘 통합된성격과 자기주도적인성격 특성을 가진 그랜트 연구 대상자의 예상 수명에 대한 예측 변수를 찾는 과정에서 그의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터먼 연구, 버클리 성장연구, 그랜트 연구가 충분히 자리를 잡을때까지는 수명에 대한 어떤 연구자료도 하워드 프리드먼이 양심적Conscientiousness”이라고 한 성격 특성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성인발달연구는 결혼에 대해서도 중요한 발견을 했다. (6)

 

 

2. 알코올리즘에 관한 역사상 가장 긴 연구

 

우리가 삶을 돌아보여 유추한 것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이 점을 가장 명확히 말해주는 분야가 알코올리즘에 대한 생애 연구이다.

1980년 이미 성인발달연구는 알코올리즘에 대해 역사상 가장 장기간 이루어진 연구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9] 그리고 알코올리즘 연구에 대해 2년마다 상을 주는 젤리넥 상(Jelinek Prize)을 받았다.

[10] 그러나 성인발달연구가 이에 만족하고 조사를 그만두었다면 훗날에 발표할 두 가지 중요한 발견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신체 건강에 미치는 심리사회적 영향을 연구한 많은 유명한 연구들에서 알코올리즘이 숨겨진 교란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사람들은 흔히 파산, 실직, 이혼 같은 일을 겪게 되는 이유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러한 일들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알코올리즘이다.

 

 

3. 회복탄력성의 실체를 밝히다.

 

그랜트 연구가 지금까지 지원 받을 수 있었던 세 번째 이유는 연구를 통해 회복탄력성의 실체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11] 그랜트 연구를 통해 상세히 들여다본 인간의 발달 과정은 프로이트가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 비자발적 대응기제와, 이러한 대응기제가 성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이 옳음을 실증해 보여주었다.

 

[12] 2010년 인간 발달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교과서에도 2,500명의 연구자나 1,200개의 주제 중 방어기제에 관해 말하는 부분은 한 곳도 없다.

그렇다면 왜 지금도 비자발적 대응기제가 회복탄력성을 다룬 문헌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강력한 예견력이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일까?

[13] 일반적인 이유 하나는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교과서인 카일과 캐버너(Kail and Cavanaugh)<인간의 발달 Human Development>와 윌리엄 크래인(William Crain)<발달 이론 Theories of Development>의 최신판도 실험에 바탕을 둔 종단적 생애 연구 자료를 전혀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랜트 연구는 지금까지 프로이트가 귀납적 연구를 통해 발견한 방어기제를 인간 발달의 일부로 포함시키지는 못했다. 그리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방어기제는 연구는 완벽한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14] 비자발적 방어기제가 미국심리학회에서 만든 DSM-IV에 포함된 것, 그리고 2009<애틀랜틱> 표지 기사에 방어기제를 다룬 그랜트 연구에 대해 쓴 조슈아 셴크(Joshua Shenk)의 글이 실려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비자발적 대응 방법으로서 방어기제가 가진 개념적 체계가 회복탄력성과 발달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가 여부는 앞으로의 과학사가 결정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판정된 바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비자발적 대응기제가 매우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하므로 책을 마치며 비자발적 대응기제가 인간의 회복탄력성과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일례를 소개하겠다.

 

어니스트 클로비스 : 책임감 있는 명예교수와 할아버지

 

8장에서 소개한 딜런 브라이트와 3장에 나온 아트 밀러처럼 하버드 집단의 성공한 학자들은 승화에 능숙했지만, 비자발적 대응의 형태로 보았을 때 진정한 예술가는 어니스트 클로비스 교수였다. 클로비스에 관해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가 하버드 집단의 어떤 대상자보다 개인적인 비극을 많이 겪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방어기제에 대해 이해하면 클로비스가 보인 회복탄력성을 부인이 아닌 대응 기술의 하나로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어니스트 클로비스는 아동기에 가졌던 건강한 방어 전략(자기도취적 환상)을 성숙한 승화로 전환했기 때문에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었고 수 백명의 학생들의 능력을 높여줄 수 있었다.

칼뱅 교도였던 어니스트의 가족들은 이기적인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개성을 갖추려고 일시적으로 하는 행동도 용납하지 않았다. 너덧 살 때 어니스트는 상상 속에서 위안을 찾았다.

어니스트는 성장하면서 상상을 실체로 바꾸었다. 어니스트는 실제 삶에서 즐거움을 가져오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테니스 경기에서 아버지를 이기게 되었고, 이렇게 공격성을 승화시키자 아버지와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대학 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피터 펜 같은 학생들은 대개 돈이 없어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돈이 없는 클로비스는 여자친구를 잘 사귀었다. 그는 입장료 받지 않는 미술관에서 여자 친구와 만났다. 승화는 돈의 자리를 낭만의 관문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교수, 저술가, 학자로서의 경력은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가정생활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첫 번째 부인은 뇌염에 걸려 성격이 변했으며, 정신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평생을 침대에서 지냈다. 이들 부부는 점점 서로에게 지쳐갔다. 클로비스의 부모는 어떠한 경우에도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아내를 대신한 여성과 가깝게 지냈다. 여러 해가 지나 클로비스는 이혼했고, 아내와 이혼한 것에 깊은 죄책감을 느꼈지만 결국 행복하게 살았다.

1972년 클로비스의 딸은 홍반성 낭창에 걸렸다. 원인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 병은 관절염, 신장 손상, 우발적 감정 불안을 일으키는 병이었다. 그는 게속해서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일을 멈추지 않고 했다.

클로비스는 자신의 학문적 업적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감정을 승화시키는 동안에는 동물 같은 활력과 삶의 기쁨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66년에 클로비스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75세로 여전히 행복한 재혼생활을 하면서 네 자녀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후견인의 위치에 이르러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발달 과업 성취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친밀감 형성의 어두운 면은 고립이고, 생산성의 어두운 면은 침체성이다. 후견 과업의 어두운 면은 축적(hoarding)인데, 이 현상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클로비스는 저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 책에서 본 다른 후견인과는 다르게 클로비스는 자기 내부의 풍부한 삶을 뒤로하고 늦은 중년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다.

승화는 초자아와 협상하는 방법이며, 죄책감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고, 금지된 정원이 아니라 열린 정원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오랜 동안 승화는 클로비스의 삶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결국에는 칼뱅 교도로서 가진 양심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병상에 있던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일에 대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

클로비스에게는 수행자적 모습이 많았다. 사람은 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하지 않기도 한다.

클로비스 교수와 브라이트는 승화라는 대응기제를 쓰는데 매우 뛰어났지만 베토벤보다 더 이상적인 승화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랜트 연구에서 가장 좋은 삶을 살지도 않았다. 사실 승화는 10종 경기 평가에서 정신병적 방어기제보다 조금 더 좋은 영향을 주는 요인이었을 뿐이다. 승화가 모든 병을 고쳐주지도 못한다.

성숙을 통해 변할 수 있는 역동적인 방어기제를 확실한 빅파이브 성격 특성으로 대체하는 일은 대학 시절에 어떤 여자 친구와 사귀고,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였는지 알아보지 않고 오직 그들의 체형만을 연구하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그랜트 연구도 그런 실수를 했기 때문에 다른 학자들이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그랜트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응 방법이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현대 사회과학계에 증명해 보였다.

 

 

4. 생애 연구를 처음부터 만든다면

 

첫째, 100년 동안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연구비를 요구하겠다.

둘째, 대상자를 선정할 때 포괄적인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겠다. 그러나 최대 2개의 대조적인 인종에 속한 남녀 어린이를 포함할 것이다. 사회학 연구에는 커다란 대표 표본이 필요하지만 생물학 연구에는 소수의 동질적인 표본이 필요하다.

셋째, 대상자들의 DNA 정보와 사회보장번호뿐만 아니라 이름, 생일, 대상자와 함께 살지 않는 친척 5명의 주소 같은 정보를 확보하고 싶다. 잃어버린 대상자들을 추적하는데 노력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기쁨, 연민, 신뢰, 희망 같은 긍정적 감정과 애착을 평가하기 위한 가능한 최고의 측정법을 찾아내고 사용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싶다.

다섯째, 내가 사용했던 발췌된 짧은 글 대신 20년 마다 부부를 면담해 2시간 동안 녹화한 자료를 통해 비자발적 적응 형태를 평가하고 싶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실시간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발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견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안전한 X선 노출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5년마다 대상자의 신경촬영영상 자료를 확보하고 싶다. 뇌에서도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자료들을 축적한 뒤 그 자료들을 50년 뒤의 연구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싶다.

 

 

—-

나는 40년 동안 종단 연구라는 망원경을 통해 인간의 삶을 관찰한 결과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확신들을 품게 되었고, 그 확신들을 경험적으로 정밀 조사했다. 그 중 세가지 확신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지금까지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첫 번째는 따듯한 아동기 환경이 불운한 아동기 환경보다 더 중요한 예견력을 가진 요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애틀랜틱>에서 주장했던 거서럼 성인의 삶에 기쁜과 성공을 안겨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확신은 성인의 행복에 사랑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비자발적인 적응에서 일어나는 방어기제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따듯한 인간관계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어기제는 건강을 유지하고 성공적인 노년을 사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건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가설 중에는 대상자들이 노인이 될 때까지 연구하는 동안 그 정당성을 잃은 것들이 있는데, 이 발견도 거기에 속한다.

 

우리의 작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과 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통계 수치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호기심과 더 많은 흥미와 더 많은 친절함을 갖고서. 나쁠 것이 없는 결과다.

 

 

행복의 비밀_10장

CHAPTER 10_예상치 못한 발견

 

 

이 장에서는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 연구가 쌓아온 정보에서 약간의 빛을 발하는 정보들을 소개하겠다.

 

 

1.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장수하는 이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일이자로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죽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가난한 사람은 부자보다 일찍 죽는다.

어떤 이는 우리 사회가 건강 관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 위험한 주변 환경, 취약한 영양 상태, 환경이 좋지 않은 학교, 그리고 높은 실업률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원천적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어떤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오늘날 개인이 건강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다 보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될 수 있다.

[1] 그러나 7장에서 나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행동이 하는 역할을,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묵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의 전 편집국장 마샤 앤절은 이렇게 말했다.

[2] “건강에 관해 사회경제적 위치가 중요하긴 해도 그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사회경제적 요인들은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가장 알 수 없는 요인일지 모른다.”

이 알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만큼 강력한 연구는 없다.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은 사회 계급과 지능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이너시티 남성 집단은 지능이 낮고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청소년 범죄 집단과 비슷한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도표 10-1>에서 볼 수 있듯이,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들은 하버드 집단 대상자에 견주어 10년 일찍 신체적 장애가 나타났고, 평균 수명도 10년 짧았다.

 

  
 

 

이 두 집단이 질병에 걸릴 확률은 자기 관리와 관계없는 암(폐암 제외), 관절염, 심장병, 뇌 관련 질환에서는 비슷했다. 그러나 이너시티 집단은 하버드 집단보다 폐암, 폐기종, 간경화 같은 질병은 2, 2형 당뇨병은 3배 더 발병률이 높았다. 이너시티 집단은 비만에 걸릴 확률이 하버드 집단보다 3배 더 높았다. 대학을 졸업한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들에게서는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사회적 위치와 지적 수준과 관계없이 건강한 노년을 누릴 수 있을까? 대학 교육을 받은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들은 같은 집단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대상자들보다 지적으로 뛰어나지도 않았고 사회적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와 지적 수준은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볼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한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의 평균 수평이 그렇지 않은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보다 평균 9년 더 긴 것은 지적 수준, 사회적 계급, 또는 경제적 부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의 신체 건강을 결정했다고 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요익은 교육 수준뿐이었다.

 

경험 많은 의료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묵살할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마이클 마멋(Micheal Marmot) 경은 화이트홀 연구(Whitehall study)에서 사회 계급이 영국 내 조기 사망의 단 하나의 원인은 아니지만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3] 그리고 영국 공무원들의 건강 수준은 그들의 명봉이 많을수록 좋았다.

맞다. 그러나 마멋의 초기 화이트홀 연구는 교육 수준과 알코올리즘을 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연구였다.

[4] 그러나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이너시티 집단은 교육 수준이 수입와 직장 내 승진과 매우 명확한 관련성이 있으며, 알코올리즘이 수입과 직장 내 승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연봉은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알코올리즘이 없을수록 올라갈 확률이 높아졌다. 그러므로 연봉과 직업보다 교육수준과 알코올리즘이 건강에 관련된 요인이다.

 

마멋의 연구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회과학 연구들은 실험 대상자가 스스로 보고한 알코올 소비 상태만 연구에 반영했다. 그렇지만 대상자 스스로 자신의 알코올리즘 상태에 대해 말한 자료는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심한 알코올 남용자인지 보여주지 못한다.

알코올리즘은 건강뿐만 아니라 직업적 성공에서 나쁜 영향을 준다.

 

교육열은 한 개인의 성격 특징, 즉 인내심이 많고 계획성이 있는 성격을 말해준다.

[5] 그런데 이 성격 특징이 프리드먼과 마틴의 연구에서는 장수와 관계있다고 나타났다.

[6] 이러한 발견에 대한 중요한 후속 연구는 데이비드 바버(David Baber)와 동료 연구원들이 최근에 한 연구인데, 이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성격 특성은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교육 수준 자체의 증가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건강정보해독력(health reading fluency)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건강정보해독력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능력인 처방받은 약에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질병을 방지하는 정보를 이해하는 것 같은 능력이다.

 

 

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

 

베트남전 참전 군인 사이에 생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생 빈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이 증상이 심각한 전투가 유발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던 성격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랜트 연구는 대상자 대부분이 2차 대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7] 전투 경험이 대상자들의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던 내과 의사 존 몽스는 대상자들의 전투 경험을 조사했다.

40년 뒤 사회학자 글렌 엘더(Glen elder)와 나는 하버드 집단 대상자 가운데 생존해 있던 2차 대전 참전 군인들에게 계속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에 대해 기록해달라고 부탁했다. 설문지를 받은 대상자 가운데 107명이 설문지를 보내왔다.

[8] 이들은 내가 4장에서 설명했던, 신경증적 특징을 알아내기 위해 광범위하게 쓰이는 NEO 평가를 마친 사람들이었다.

첫째, 가장 치열한 전투를 경험한 대상자들과 그렇지 않은 대상자들을 비교했을 때 성격 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둘째, 40년 뒤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일치하는 증상을 계속적으로 보고한 사람들은 매우 치열한 전투를 경험한 대상자들뿐이었다.

셋째, 우리 연구팀은 1946년과 1988년에 외상 후 스트레스에 따른 증상들을 두 가지 요인, 즉 참혹한 전투에 대한 노출과 전투 스트레스로 일어난 심리학적 증상들의 숫자에 의해 독자적으로 예측했다.

[9] 그리고 NEO 성격 검사에서 신경증적 특성은 쓸쓸한 아동기 환경, 정신과 방문 경험, 47세의 나쁜 사회심리학적 결과, 생활 속에서의 생리적 스트레스 증상과 관련이 있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는 관련이 없었다.

치열한 전투를 경험한 16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에 따른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이 16명을 전투 경험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있다고 말한 18명과 비교했을 때, 신경증적 성격 평가 점수에서는 두 그룹이 같았지만, 방어기제에는 차이가 있었다. 성년기 초기에 덜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졌던 전투 경험자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진 전투 경험자보다 더 많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났다.(8장 참조) 또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치열한 전투를 경험하고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진 대상자 가운데 7(39퍼센트)65세까지 사망한 상태였지만,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진 대상자들은 한 명도 사망하지 않았다. 그랜트 연구에서는, 치열한 경험에 노출되는 것 자체는 전쟁이 끝나고 알코올리즘에 빠진 것과 관련성이 없었다.

반드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전투에 노출된 경험이 있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났지만, 전쟁 전 성격 장애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3. 정치적 성향과 정신 건강이 성 생활에 미치는 영향

 

나는 내가 가진 편견이 옳다는 결과가 도출될 때마가 매우 기뻤다. 예를 들면 행복한 결혼 생활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생각이 그 중 하나였다.

[10] 그리고 내 동료들은 알코올리즘 환자는 통제적 음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내 확신을 비웃었지만(9장에서 말했듯이), 환자들을 통해 내 생각이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종단 연구의 위대한 가치는 편견과 미신을 타파하는 데 있다. 예컨대 나는 공화당 지지자는 민주당 지지자만큼 사랑이 넘치고 이타적이지 않다고 뿌리 깊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간디가 사실은 아버지로서는 나쁜 아버지였고 오히려 존 D. 록펠러가 좋은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내 생각을 검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첫 단계로 1950년부터 1990년까지 대상자들의 정치 성향을 알아보았다. 독립된 평가자들은 우리가 쌓은 정보를 통해 대상자의 정치적 성향을 1(매우 자유주의적)부터 20(매우 보수적)까지 평가했다.

그랜트 연구 대상자 대다수는 정치적 견해에서 매우 극단적인 생각을 했으며, 50년 동안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바꾸지 않았다. 대상자들의 정치 성향 분포를 보면 중도적 성향이 많은 종형이 아니라 마치 낙타 등처럼 양극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나는 한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그 사람의 사랑, 고결함 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자유주의적인 사람이 사랑이 더 많고 고결한 사람이라고 보았던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알았다. 두 집단 간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보다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더 개방적이었고, 젊은 사람들의 행동을 더 많이 인정했다. 이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어머니를 둔 비율이 더 높았고, 대학원 진학률도 높았으며, 더 많이 창조적이고, 방어기제로 승화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보수주의적 대상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덜 개방적이었지만 수입이 더 많고, 운동을 더 즐기고, 종교를 가진 비율이 2배 더 높았다.

나는 이들의 정치 성향을 결절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정치적 양극성은 대학 시절 기록에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택한 정치 성향은 아동기 환경과 전혀 관계가 없었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도 거의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상자들이 대학 시절 평가받은 성격 특성은 80세 때의 정치적 성향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11] 앞에서 자세히 말했듯이 1942년 각각의 대상자들은 26가지 성격 특성 평가에 따라 분류되었다.

그 가운데 실리적인 상식과 일치하는 두 성격 특성 실용적현실성 있는 조직적성격은 정신 건강의 여러 측면과는 명확한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50년 뒤 이 두 성격 특성을 가진 대상자들은 보수적인 사람이 되었다. 반대로 정신 건강과 별 관련 없고 초기 연구원들에 의해 주목받지 못했던 다섯 가지 성격 특성, 내성적”, “창조적이고 직관적”, “문화적”, “관념적”. “민감한성격 특성은 50년 뒤의 자유주의적 성향과 매우 명확한 관련이 있다.

결국 정치 성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정치적인 보수주의자는 미래에도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질 것이라는 것 말고는 사람의 미래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6장에서 말했듯이 보수주의자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견력을 가진 두 가지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은 성생활을 일찍 그만두었고, 자유주의자가 될 것이라는 예견력을 가진 다섯 가지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은 50년 뒤에도 성생활을 지속했다. 이는 매우 명확한 차이다. 그러나 의사들도 왜 그러한 차이가 생기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4. 건강과 종교의 연관성

 

현대인들은 종교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쪽을 보면, 지난 50년 동안 영국에서 주일학교에 참석하는 비율은 74퍼센트에서 4퍼센트로 감소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말했다.

[12] “신앙은 천연두 바이러스에 견줄 만한 인류 최고의 재앙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신앙은 천연두보다도 근절하기가 어렵다.”

[13] 반면 다른 쪽을 보면, 미국인의 85퍼센트가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갤럽 조사와, 종교에 헌신하는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몇몇 비판자들은 종교에 대한 헌신과 신체적 건강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생각은 오류라고 말한다.

[14] 신체적 건강과 종교 활동 참여 둘 모두를 손상시키는 교란 변인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서 그런 오류가 나왔다는 것이다.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은 이런 관심사를 연구하기에 적당한 표본이었다. 나는 종교적 관심이 나이가 들며 증가한다는 가설의 진위를 알고 싶었고, 종교 참여가 노화 과정 중에 의료적, 사회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후 30년에 걸쳐 대상자들이 종교 활동에 참여한 정도를 1점에서 5점까지 평가했다. (1= 종교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음, 3= 가끔 종교활동을 함, 5= 종교활동에 깊이 참여함).

나이가 들며 종교활동에 더 깊게 관여한다는 처음의 가설과는 반대로 설문지를 보내온 대상자 가운데 58퍼센트가 68세 때 종교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어릴 적 교회에 거의 가지 않았던 60명 가운데 15명이 60세 이후에 종교에 깊이 빠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60세 이후 종교 활동에 빠진 15명은 나이가 들며 종교 활동을 하지 않은 9명에 견주어 우울증은 9, 80세 이후에 장애를 갖거나 사망한 비율은 3배 더 높았다. 그렇다고 종교가 정신 건강에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15] 그러나 아픈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병원에 가는 비율이 높고, 우울증에 걸렸거나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보다 종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10-1>은 종교 활동 참여도와 정신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16] 부모의 사회적 지위, 따듯한 아동기 환경, 대학 시절의 심리적 안정도, 흡연 양, 알코올 남용 여부 등이 종교 활동 정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여준다.

표를 보면 신체 건강과 종교 활동 참여 사이에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45~75세의 종교 생활

N = 224

50~65세의 성인 적응도

N = 224

정신 건강

 

 

아동기 사회 계급

명확한 관련 없음

명확한 관련 없음

따듯한 아동기 환경

명확한 관련 없음

명확한 관련

심리적 안정도 (21)

명확한 관련 없음

명확한 관련

따듯한 인간관계 (47)

명확한 관련 없음

따듯한 부부 관계 (50~70)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자녀와 가깝게 지냄 (50~70)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사회적 도움 (55~75)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성인 적응도 (50~65)

명확한 관련 없음

신경증적 성질 (60)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흡연 (20~60)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알코올 남용 (20~65)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신체 건강

 

 

객관적 건강 (45)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객관적 건강 (60)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객관적 건강 (70)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80세 전에 장애를 갖거나 사망

명확한 관련 없음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종교 생활에 더 많이 빠졌고 정신과를 찾는 일도 많았지만, 정신과를 찾는 일과 종교 활동 관여도 사이에는 서로 관련정이 없었다. 다만 이 두 요인은 대상자들이 삶에서 만나는 어려움에 대처하는 독립적인 방법을 반영했다.

[17] 그리고 종교가 일반 대상자의 장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가장 높은 우울 지수를 가진 49명에게는 매우 유용한 변인이었는데, 이 가운데 18명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고, 25명은 자신이 초래하지 않은 다양한 삶의 스트레스를 경험했으며, 6명은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모두 갖고 있었다.

의료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았을 때 종교 활동은 인간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가진 마지막 가설은 종교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사회적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는데, 이 가설은 확인할 수 없었다.

[18] <10-2>에 나와 있는 항목은 성격을 알아보기 위한 두 개의 설문조사에서 선별했는데, 하나는 대상자들이 50세 때, 다른 하나는 대상자들이 75세 때 작성한 설문이었다.

4개의 항목은 종교적 믿음을 받영하는 일반적 특징을, 다음 3개의 항목은 실제로 그 사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인간관계를 가졌는지 반영한다. 대상자들은 모든 항목에 예(1), 아니오(0)으로 답했다.

 

영성을 반영하기 위해 선택한 항목은 종교 활동 참여와 매우 높은 관련이 있었지만 50세에서 65세 사이의 성인의 삶에 대한 적응도와는 관련이 없었다.

[19] 반대로, 실질적인 믿음을 나타내는 두 번째 항목은 성인의 삶에 대한 적응도와 관련이 있었지만 종교 활동 참여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랜트 연구가 알아낸 결과와, 다른 뛰어난 연구들이 알아낸 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 많은 연구가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은 조기 사망률이 낮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들은 하나같이 직접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21] 그리고 이러한 자료는 객관적인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 대상자가 스스로 한 말에 기초해 알코올 남용과 신체 건강을 조사한 자료이다.

저명한 사회과학자들이 치밀하게 설계하고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렇게 발표했다.

[22]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비율이 낮지만 이러한 변인들은 명확하게 사망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술과 담배는 더 이상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 의사들이 한 모든 연구에서는 알코올 남용과 흡연이 조기 사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원인이다.

[23] 그랜트 연구와 글루엑 연구에서는 알코올리즘 환자와 흡연자의 조기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4배 더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이너시티 집단에서는 47세 때 종교 활동에 참여한 대상자들은 70세까지 장애를 갖고 산 기간이 확실히 짧았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도 흡연, 알코올 남용, 교육 수준을 배재하고 분석했을 때는 의미가 사라졌다.

우리가 알아낸 이상한 발견 가운데 하나 더 짚고 갈 결과가 있다. 종교 활동과 신체 건강을 연결지은 많은 연구들이 바이블 벨트(Bible Belt, 기독교가 강한 미국 남부와 중서부지대) 지역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24] 미국 북동부 출신이 많고 교육 수준이 높은 하버드 집단에게 종교 활동 참여는 문화적 규범이 아니었으며, 더 중요하게는 종교 활동이 다른 사회적 도움과 깊이 연루되지도 않았다.

다른 말로 종교 생활을 해야만 건강하게 사회에 적응하는 지역에서 자란 대상자들에게는 종교 활동 자체가 따듯한 인간관계, 사회적 도움, 건강한 신체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증거는 종교 활동 참여와 건강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반영하지는 못한다.

 

 

5. 외조부의 중요성

 

하버드 집단의 조부모(1860년 출생 집단)의 평균 사망 연령은 71세였고, 부모(1890년 출생 집단)의 평균 사망 연령은 76세였다.

[25] 역사를 기준으로 볼 때 이 조상들은 매우 장수한 편이어서, 오늘날 유럽에서 출생하는 출생 집단의 예상수명과도 비교할 만하다.

우리는 환경의 영향으로 사망률이 감소한 현상을 보면서, 유전적 요인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내기로 했다.

[26] 조상의 장수가 대상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외조부의 사망 나이와 손자의 정신 건강 사이에 뚜렷한 관련이 있다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상의 사망 나이는 대상자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장수와는 조금 관련성이 있었다. 그러나 외조부의 사망 나이와 대상자의 삶의 관련성은 매우 명확했다. 예를 들어 외조부를 제외한 다른 1도 조상들의 평균 사망 나이는 10종 경기 평가 점수와 관련이 없었지만, 10종 경기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대상자들의 외조부는 낮은 점수를 받은 대상자들의 외조부보다 평균 수명이 9년 더 길었다.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은 147명의 외조부의 평균 사망 나이는 70세였다. 그러나 100번 이상 정신과를 방문한 32명의 외조부 평균 사망나이는 61세로 두 집단 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1990년 다른 평가 결과에 관해서는 알지 못하는 두 명의 정신과 의사가 50세까지 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가 표명된 61명에 대한 기록을 작성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었다. 정실질환 평가를 위한 DSM-III 기준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우울증과 관계된 8가지 평가 요인에 따라 평가되었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2주 이상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는 자기 보고

(2) 연구팀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로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음

(3) 항우울제를 복용한 경력이 있음

(4) 알코올 남용이 아닌 다른 이유로 정신과 병원에 입원한 경력이 있음

(5) 무력증과 불감증을 계속적으로 갖고 있음

(6) 우울증으로 자율신경계에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음

(7) 자살 충동, 시고, 실행 경험이 있음

(8) 조병 증상이 있음

 

 

 

분류

 

외조부의

평균 사망 연령

외조부 외

직계 조상 5명의

평균 사망 연령

주요 우울 장애 (23)

60 매우 명확한 관련

71 NS

성격 장애 / 알코올리즘 (35)

66 명확한 관련

72 NS

중간자 (114)

69 NS

74 NS

고통이 없음” (58)

75 매우 명확한 관련

73 NS

전체 대상자 수 (230)

69

73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10-3>은 네 가지 진단을 받은 집단, 즉 고통이 없는 대상자, 알코올리즘/성격 장애자, 주요 우울 장애를 앓는 대상자, 그리고 중간자즉 앞 3개의 진단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대상자를 보여준다. 우울증 증상을 명확히 가진 20명의 외조부의 평균 사망 연령은 60세인 반면, 정신적 고통이 없는 58명의 외조부 평균 사망 연령은 75세로 둘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있다.

6명의 조상 가운데 외조부의 사망 시기만이 손자의 정서 장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이 예상치 못한 발견은 유전적 관련성과도 일치한다. X염색체와 관계있는 혈우병, 색맹, 대머리는 손자가 가진 X염색체를 오직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았을 때 발생한다.

[27] 50년 동안 과학자들은 우울증도 X 염색체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품었다.

[28] 그러나 이 가설은 조울증을 일으키는 특정한 유전자를 찾는 연구에서 이따금 확인되었을 뿐이다.

조울증과 우울 장애는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이질적인 염색체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 분명하다.

 

정서 장애가 X 염색체와 관련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위해서는 유전적 영향을 준 조상을 완벽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또한 3세대에서 4세대에 이르는 남녀 조상을 모두 조사하여 그들이 정서 장애가 있었는지 알아야하는데, 우리에게는 자료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외조부가 일찍 사망한 사람은 정서 장애를 가진 비율이 높음을 알게 되었는데, 그 정확한 이유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외조부가 오래 산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긍정적 정신 건강이 일부는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증거를 보여준다

행복의 비밀_9장

CHAPTER 9_알코올리즘의 유혹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Epigraph) – 우리는 교활하게 인간을 좌절로 모는 강력한 적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

 

알코올리즘은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질병이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 질병은 전체 미국인의 6퍼센트에서 20퍼센트가 사는 동안 한 번은 겪는 질병이다.

[1] 미국에서 알코올리즘은 종합병원에 오는 전체 환자 중 4분의 1이 가진 증상과 관계되어 있고, 20세에서 40세 사이의 남성의 네 가지 주요한 사망 원인인 자살, 사고, 살인, 간경화와 관계 있다.

우리는 알코올 사용과 남용에 대한 전향적 종단 연구를 통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누가 알코올리즘 환자이고 누가 아닌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2] 지금까지 건강에 대한 중요한 종단 연구(메사추세츠의 프레이밍햄 연구와 캘리포이아의 앨러미다 카운티 연구)는 오로지 알코올 소비에 대한 연구였지 알코올 남용에 대한 연구 자료가 아니었다.

알코올에 대한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알코올과 관계된 일곱가지 주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연구팀이 술과 관계되어 알아내고자 했던 문제는 아래와 같다.

1. 알코올리즘은 증상인가, 병인가?

2. 알코올리즘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3. 알코올리즘 환자는 발병하기 전부터 비 알코올리즘 환자와 다른 특징이 있는가?

4. 알코올리즘을 치료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금주여야 하는가?

5. “진짜알코올리즘 환자가 다시 안전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가?

6. 알코올리즘의 재발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7.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을 통한 병의 회복은 예외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규칙적인 현상인가?

여러 사례에서 연구팀이 종단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들은 명성 있는 횡단 연구가 알코올 문제에 대해 찾아낸 사실과는 다르다.

 

 

1. 알코올리즘 연구 방법

 

그랜트 연구가 가진 독특한 구조는 단순한 의견을 과학적 사실로 전환하고자 할 때 세 가지 이점을 주었다.

첫째, 연구팀에서는 대상자들을 그들의 전 생애를 통해 후속 연구했다. 알코올리즘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진화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다.

둘째, 연구에서는 알코올리즘을 술을 마시는 양이나 빈도로 판단하지 않고 술과 관계된 문제들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에 따라 수치화했다.

셋째, 연구가 계속되는 동안 연구팀은 각각의 대상자들과 30회에서 50회가량 접촉했는데, 이렇게 해서 쉽게 자료를 수집했다.

 

대상자들을 조사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2년마다 보내는 설문지에 자신, 친구들, 가족들 또는 의사들이 대상자의 음주에 관해 걱정을 표시한 적이 있느냐를 질문했으며, 또한 술을 끊은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끊었는지 물었다. (술을 끊을 만큼 자제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술을 끊었다가 다시 마셨다는 사실을 통해 대상자들이 자제력을 갖고 있지 않음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면담에서는 알코올 남용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자세히 기록했다.

[3] 대상자들이 47세가 되었을 때 87퍼센트의 대상자들은 2시간 동안 진행된 어느정도 조직화된 면담에 참여하여 평생 동안의 음주 문제에 관해 23개의 질문을 받았다.

또한 대상자들은 47세 이래로 5년마다 한 번씩 신체검사를 받았다. 질문에 연속 두 번으로 그렇다라고 답하거나 4개 이상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사람, 또는 면담에서 스스로 알코올 남용자라고 인정했거나 신체 검사에서 남용의 증거가 드러난 사람은 알코올 남용자로 분류되었다.

[4] (이너시티 집단이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 연구에 참여하기 전인 1962, 알코올리즘 위험성이 높은 95퍼센트 이상의 체포 기록과 정신병원 입원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앞 두 세대 가족의 기록도 함께 조사했다.

이 자료는 다른 연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최근에 입법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이러한 조사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알코올리즘에 대한 평가는 DSM-III를 기준으로 판정했다.

[5] DSM-III는 알코올리즘에 관한 분석을 하던 1977년에서 1980년 사이에 통용되던 알코올리즘 판정 기준이었다.

DSM-III는 알코올 사용을 사교적 음주(Social Drinking, 알코올 사용과 관계된 고질적 문제가 없는 상태), 알코올 남용(Alcohol abuse, 알코올 사용과 관계된 고질적 문제는 있지만 생리적으로 의존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 알코올 의존(Alcohol dependence, 금단 증세나 알코올리즘 치료가 있는 상태)이라는 세 가지 상태로 분류했다. 이 장에서 나는 알코올 남용, 의존 둘 다 알코올리즘 범주에 포함시켰다.

 

[6] 문제음주등급(PDS: Problem Drinking Scale)이라는 평가에서는 문제음주 판단을 위해 동일한 중요성을 띤 16개 질문(미시간 알코올리즘 분석 검사에 있는 질문과 비슷하다)을 통해 음주의 심각성 정도를 평가했다.

문제음주등급은 알코올 남용에 의해 일어난 사회적, 법적, 의료적, 그리고 직장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 후 일시적인 의식 상실, 술을 끊은 경험, 치료받은 경험, 금단 증세, 자기 통제 문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문제음주등급에서 4~7점은 DSM-III 평가의 알코올 남용판정과 대체오 일치했고, 8~12점은 알코올 의존판정과 대체로 일치했다. 4점 이하는 사교적 음주에 해당했다.

 

우리는 탁월하고 포괄적인 사망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 자료는 외국에서 사망한 2명만을 제외하고, 탈퇴한 대상자까지 포함해 모든 대상자의 사망증명서를 망라한다. 사망증명서 자료와 최근의 신체검사 자료는 주요 사망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되었다.

우리는 연구에 협조하는 모든 대상자의 음주 습관을 그들이 과거에 알코올리즘 환자였건 아니건 20세부터 70세 사이에 해마다 평가했다.

연구팀에서는 알코올리즘을 다음과 같이 범주화했다. 일 년 동안 한 달에 한 잔 이하(0.5온스; 14.17그램)는 절제(Abstinent), 과거 3년 동안 한 달에 한 잔 이상 마신 알코올 남용자였지만 그와 관련에 문제가 없었다면 통제 음주로의 복귀(Return to controlled drinking), 알코올을 게속 남용한 사실이 확실하고 지난 3년 동안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가 하나 이상 있었다면 지속적인 알코올 남용(Continued alcohol abuse)으로 분류했다. 3년 동안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한 해의 음주 습관 상태를 알려지지 않음(Unknown)으로 평가했다. 연구에서 탈퇴했거나, 10년 이상 설문지에 답하지 않았거나, 전화 면담을 거부한 대상자는 낙오(Dropped)로 분류했다.

[7] <도표 9-1>은 대상자들이 60세일 때의 음주상태를 보여준다.

 

  
 

 

<도표 9-1>은 왜 알코올리즘 환자의 수가 시간이 지나며 감소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며 알코올리즘 환자들이 절제 상태로 가거나 사망했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알코올리즘 환자는 절제하는 사람보다 2배 더 빨리 사망하지만 절제적 음주자도 사교적 음주보다 명확하게 더 빨리 사망한다. 왜냐하면 알코올 소비를 멈춘 뒤에는 흔히 흡연이 따르기 때문이다.

 

 

2. 알코올리즘의 진실에 관한 7가지 질문

 

2-1. 알코올리즘은 사라지는 증상인가, 아니면 고질적인 만성 질환인가?

 

알코올리즘은 의학적으로는 멈추지 않고 진행하는 질병이다.

[8] 이것은 윌리엄 호가스의 <방탕아적 행각 The Rake’s progress>이라는 동판화 연작을 통해 유명해졌다.

[9] 또한 E.M. 젤리넥 (E.M. Jellinek)도 잘 연구해 놓았다.

[10]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에서 확고히 믿는 사실이기도 하다.

[11] 그렇다면 알코올리즘을 멈출 수 없는 질병으로 보는 이 의학적 모델을, 알코올리즘이 예상할 수 없는 진자운동과 같다는 여러 뛰어난 전향연구의 결과들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성인발달연구의 모든 알코올 남용 대상자들은 얼마나 고질적인 알코올 남용자인가와 관계없이 한 달이나 한 달 이상 수을 절제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생리적으로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알코올리즘과 관계된 증상이 많은 사람일수록 술을 끊으려는 시도를 한 번 이상 했을 가능성이 많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는 70년간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음주자들은 계속 금주하지 않으면 조기에 사망할 때까지 술과 관계된 문제를 대체로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버드 집단에서 사교적 음주를 하던 대상자 72퍼센트가 80세까지 살았지만, 알코올을 남용한 대상자에서는 그 비율이 47퍼센트, 알코올 의존자에서는 14퍼센트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알코올 소비 형태는 대상자의 수명에 명확한 영향을 주었다.

한편 그랜트 연구는 알코올 남용이 발병 초기 단계에만 거침없이 진행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80세에 이른 하버드 집단 알코올 남용자 가운데 7명이 수십 년 간(평균 30) 술을 마셨지만 이들에게서 그동안 상태가 점점 악화되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비슷한 현상은 담배 의존에서도 보인다.

나는 알코올리즘을 질병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고 또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알코올리즘 진단에서 환자가 평가받은 알코올리즘 단계가 낮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나쁜 사람이 아닌 아픈 사람으로 불리면서, 자신이 술도 통제하지 못하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절망감을 덜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지며, 병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치료하도록 협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해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술집에 있을 때나 운전할 때 겁 없이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안전한 성생활에도 주의하지 않으며 흡연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간경화, 사고, 자살, 인두암으로 사망한 비율이 높았다.

[12] 이러한 연구 결과는 알코올리즘 환자의 조시 사망을 조사한 다른 8개의 종단 연구에서 알아낸 결과와도 매우 비슷하다.

 

2-2. 알코올리즘은 환경에 의한 것인가, 유전에 의한 것인가?

 

그랜트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던 칼 메닝거(Karl Menninger)는 매우 대담한 발표를 했다.

[13] “나이가 많은 정신과 의사일수록 알코올리즘이 유전 형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날 이 사실을 믿는 과학자는 없다. 이런 이론들이 여전히 인기를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코올리즘은 유전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가 알코올리즘 환자라면 아들이 성인이 되어 똑같은 방법으로 술을 마셔서 복수하는 법을 쉽게 배운다.”

메닝거의 생각은 틀렸다. 알코올리즘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요인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다. 우리의 자료를 보면 가족 가운데 알코올리즘 환자가 있는 대상자가 자신도 알코올리즘 환자가 된 비율이 그렇지 않은 대상자들보다 2배 더 높았다. 다른 원인(인종, 사회적 지위 등)을 통제하고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알코올리즘 환자 양부모를 가졌던 아이들은 알코올리즘이 될 확률이 떨어졌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은 불행한 아동기 환경이 알코올리즘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연구 자료를 보면 취약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대상자들이 미래에 알코올 남용자가 된다는 개연성은 부모가 알코올 남용을 했던 대상자들이 미래에 알코올 남용자가 될 개연성과 수평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아이에게 알코올리즘이 저달되기 위해 알코올리즘을 앓는 친부모가 꼭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알코올리즘이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하더라도 환경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3.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병이 생기기 전부터 다른 특징이 있는가?

 

질문은 본질적으로 알코올리즘이 정신 질환의 증상인지, 아니면 정신 질환의 원인인지 묻는 것이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정신 질환의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랜트 연구가 출발하던 해 오스틴리그스 센터(Austen Riggs center)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로버트 나이트(Robert Knight)는 이렇게 말했다.

[14] “알코올리즘은 병이라기 보다는 병의 증상이다. … 알코올리즘 환자들을 보면 언제나 뚜렷한 부적응 증상, 신경증적 성격 특징, 감정적 미성숙이나 유아증 같은 성격 장애가 있다.”

[15] 1940년 자신의 이름을 네 가지 질병에 붙인 오스트리아의 정신과학자 폴 쉴더(Paul Schilder)고질적인 알코올리즘 환자는 아동기 초기부터 매우 자신감 없는 상태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20년 후 예일 대학교의 뛰어난 알코올리즘 학자인 E.M. 젤리넥은 이렇게 썼다.

[16] “알코올리즘 환자들의 성격 구조는 매우 다양하지만 대체로 긴장을 참는 인내력과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리고 1980년 정신과 의사 마이클 셀저(Michael Selzer)는 가장 많이 쓰이는 정신과학 교과서에 이렇게 썼다.

[17]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임의로 선정한 사람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 학자들 중 누구도 알코올리즘 환자들이 그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전향적으로 축적한 자료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18] 발병하기 전의 세 가지 인성 특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는데, 의존성, 우울증, 반사회성이었다.

그랜트 연구에서는 위의 세 특징 가운데 어느 것도 알코올리즘과 관계가 없음을 밝혀냈다.

 

그랜트 연구에서 성년기 초기에 의존적인 성향이 많이 나타나고, 사랑과 인내와 만족 지연 문제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대상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성년기 초기에 이런 특징을 가졌다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알코올 의존 상태가 될 확률이 높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일단 알코올을 남용하기 시작한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은 구강 의존적 특징을 많이 나타냈다.

알코올을 남용하는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은 그렇지 않은 대상자들보다 우울증을 앓는다고 보고한 비율이 5배나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우울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알코올리즘에 빠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19] 그러나 1990년 종단적 자료에 대한 맹검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내가 가졌던 생각이 단순한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오직 4명의 사례에서만 대상자의 우울증이 알코올 남용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났다. 하버드 집단 대상자 268명 가운데 알코올리즘과 성격 장애가 흔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우울증 때문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되었다고 판단한 4명의 사례는 우연의 일치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20] 반사회적 성격에 관해 말하자면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발병 전 반사회적으로 될 가능성이, 증상이 없는 음주자보다 어느 정도는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알코올리즘 환자가 되기 전부터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이들은 환자가 된 이후에만 반사회적으로 변한다. 알코올리즘에서 반사회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21]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자세히 말한 바 있다.

 

 

의존적 특징 (N = 95)

알코올 남용 (N = 185)

알코올리즘 가족력

NS

명확한 관련

열악한 아동기 환경

매우 명확한 관련

NS

빈약한 아버지자식 관계

명확한 관련

NS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도 낮음

명확한 관련

NS

대학 시절 심리적 안정도낮음

명확한 관련

NS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에게서 얻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쓸쓸한 아동기 환경이나, 아동기에 경험한 심리적 문제들이나, 좀 더 긍정적인 면으로는 대학 시절에 검사한 심리적 안정도 결과들을 통해 어떤 사람이 미래에 알코올 남용자가 될지, 사교적 음주자가 될지 구분하지 못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래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된 대상자 대부분은 발병 전의 심리적 안정도 면에서 알코올리즘 증상이 없는 음주자와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행복하지 않은 불안한 사람들이 기분을 바꾸려고 알코올에 빠진다는 잘못된 생각은 너무나도 강력한 설득력이 있었고, 우울증과 알코올 애호 성향이 알코올 장애에서 부수적인 요인일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양의 알코올은 활력제도 안정제도 아니고 그 반대일 뿐이다.

[22] 술은 불면증과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이너시티 대상자 표본 가운데 성인의 긍정적인 정신 건강을 가장 강력하게 예견해주었던 세 가지 아동기 변인, 즉 따듯한 아동기 환경, 아동기에 감정적 문제를 경험하지 않은 것, 그리고 경쟁력 있는 소년기를 보낸 것도 미래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되지 않는다는 예견력을 갖지 못했다. 비슷하게 알코올리즘을 강력하게 예견해주는 알코올리즘 가족력, 인종, 사춘기 시절 문제 행동이, 앞날의 나쁜 정신 건강을 예견하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알코올리즘과 좋지 않은 정신 건강은 언제나 함께 일어난다고 할 수 없다.

 

행복하지 않았던 아동기, 문제가 많았던 가족, 우울증, 불안 같은 요인들이 알코올리즘의 주요 원인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요인들이 알코올리즘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언제나 알코올리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모든 만성 질환을 악화시킨다.

다른 자료들을 보면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발병하기 전에 알코올리즘 증상이 없는 음주자와 두 가지 점에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3] 알코올 남용자가 되기 전에 미래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된 사람들은 통제집단보다 숙취, 구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증상 등이 없이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견딜 수 있었다.

이 차이점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알코올리즘이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는 또 다른 사실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차이는 미래에 알코올리즘 환자가 된 사람들은 성인이 술에 취하는 것을 관대하게 이해하는 반면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안전한 보호아래 있더라도 술을 마시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결과 중 하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언제부터 마셔도 된다는 것보다 어떻게 마셔야 한다는 것을 모범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2-4. 알코올리즘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절제여야 하는가?

 

그랜트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 연구원들은 알코올리즘에 대해 아는 것이 암에 대해 아는 것보다 적었다. 심지어 연구원들은 알코올리즘의 임상적 결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24] 그렇다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단순히 알코올리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뿐만 아니라 알코올리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이가 들며 알코올 남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이 소진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증상이 없는 음주 상태로 돌아갔기 때문일까?, (아니다) 아니면 안정적인 절제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일까, (그렇다) 알코올리즘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기 때문일까? (그렇다) 또 다른 질문 하나는 한 사람이 알코올리즘에서 회복하여 비로소 안정기에 돌입했다고 보기까지 얼마나 술을 절제하고 통제 음주해야 하는가이다.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에서는 6개월이나 1년은 너무나 짧은 기간이어서 알코올리즘으로부터 회복을 판단하는데 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증명했다.

[25] 최소 5년 동안은 술을 절제해야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9-2>는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 148명을 사망한 시점이나 70세까지 후속조사하여 알아낸 결과를 보여준다.

우리는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이너시티 집단의 알코올리즘 환자들은 하버드 집단의 알코올리즘 환자들보다 절제 상태로 가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하버드 집단

이너시티 집단

 

70세 생존자

70세 사망자

70세 생존자

70세 사망자

 

비율

비율

비율

비율

안정적 금주

(3년 이상)

4

14%

5

26%

34

64%

17

36%

통제 음주로 복귀

(3년 이상)

5

14%

2

11%

3

6%

8

17%

만성적 알코올 남용

20

9%

12

63%

16

60%

22

47%

총계

29

100%

19

100%

33

100%

47

100%

 

2-5. “진짜알코올리즘 환자가 다시 안전하게 술을 마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그러나..”이다. 내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는 이유는 함부로 단정하기에는 네 가지 위험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한가지는 일반적인 학계의 이론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성인발달연구에서 발견한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26] 알코올리즘에 대해 연구한 50년 동안의 학계 자료에서 성공적으로 사교적 음주자로 돌아갔다고 발표한(이들은 치료 도중에 저녁 뉴스의 기사거리가 되기도 했다) 보고서들은 10년 뒤의 후속 조사에서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에 관해 자주 이용되는 사례는 오드리 키실린의 사례이다.

[27] 키실린은 1994적절한 음주자 모임 Moderation Management’을 설립했지만, 정작 자신은 2000년 월에 음주 운전을 하다 맞은편 차에 탄 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둘째, 사교적 음주 상태로 성공적으로 돌아가싿고 주장한 대상자 대부분은 알코올리즘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이너시티 집단과 하버드 집단에서 동일했다.

셋째, 3년 이상 사교적 음주자에 머무른 사람 가운데 절반은 알코올리즘이 재발했거나 절제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

넷째, 사교적 음주자로 돌아가는 데 성공한 사람(후속 조사에서도 더 이상 문제없는 사람들)도 사교적 음주자들이 말하는 상태인 걱정하지 않고 술을 마시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대체로 불가능함을 발견했다.

 

1977년은 20세에서 47세까지 이너시티 집단에 대해 이루어졌던 후속 연구가 끝난 해이다.

[28] 이들 가운데 21명은 3년 이상 안정적으로 금주했고, 22명은 3년 이상 통제 음주로 되돌아갔다.

[29] 1992년까지 후속 연구한 결과에서는 안정적 그주자 21명 중 18명이 60세까지 혹은 사망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

<도표 9-2>는 음주 고나련 문제의 개수와 사교적 음주 상태로 복귀할 가능성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2-6. 다시 알코올리즘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인간 본성에 대해 연구해온 사람들은 한 사람이 새로운 종교로 개종하거나 갑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했다.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알코올리즘의 경우에 이러한 전환이 병원 치료로 일어나는지, (아니다) 의지력만으로 일어나는지, (아니다) 지긋지긋해서 일어나는지, (아니다) 다른 중독 증상에서처럼 재발에 영향을 주는 임상적 요인을 통해 일어나는지, (그렇다) 연구했다.

[30]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알코올리즘 환자 집단 2개를 50년 이상 연구함으로써 누가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상담 치료나 해독 치료, 심지어는 입원도 순간적인 치료에 불과할 뿐 알코올리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9-3>은 모든 중독에서 재발을 방지해준다고 알려진 네 가지 방법을 보여준다. 안정적으로 금주한 대상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은 첫 해에 이 네 가지 가운데 평균적으로 두 가지를 실천했다.

[31] 담배, 음식, 마약, 술의 남용에서 차도를 보인 자료들은 연구한 스톨(Stall)과 비르나키(Biernacki)도 위의 네 요인들이 차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9-3>에 있는 네 가지 요인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중요한 열쇠인 것처럼 보인다.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알코올리즘 환자

(n = 49)

병원 치료를 받은

알코올리즘 환자

(n = 29)

강제적 감독

49%

34%

술을 대신할 만한 것을 찾음

53%

55%

새로운 인간관계

32%

31%

술을 끊도록 도와주는 모임에 참여함

(대개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

49%

62%

 

2-7.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을 통해 술을 끊는 것은 예외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규칙적인 현상인가?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을 모두 보았을 때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술을 끊은 경우가 많았다.

<9-3>에 있는 네 가지 요인들은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 프로그램과 비슷한 목적으로 만든 여러 자활프로그램에도 있다.

성인발달연구 대상자들이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에 참여한 것과 관계 있는 네 가지 변인은, 알코올리즘의 정도, 아일랜드계, 어머니의 방치가 없는 상태, 따듯한 아동기 환경이었다.

<9-4>는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과 안정적으로 술을 끊은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하버드 집단

이너시티 집단

 

금주

n = 9

만성적 중독

n = 32

금주

n = 57

만성적 중독

n = 44

평균 금주 기간

15

1

16

1

알코올리즘 기간

20

23

18

22

문제음주등급

9

6(매우 명확한 관련)

10

8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

참석 횟수

137

2(매우 명확한 관련)

143

8(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제임스 오닐 : 알코올리즘을 부정하다

제임스 오닐의 이야기는 알코올리즘의 원인과 결과라고 흔히 생각하는 것들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알코올리즘이 인생에서 생기는 문제들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사실도 말해준다. 그가 알코올을 남용하기 전 1950년 연구원들은 그를 완전무결한도덕적 성격으로 평가했으며, 학생보건국의 책임자는 그를 솔직하고, 예의 바르고, 정직하고, 어떤 조직에서도 제 몫을 할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오닐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13년 뒤인 1957년 정신적인 문제로 처음 보훈병원에 있는 정신과 병동에 입우너했다. 입원 기록에는 현재 과도한 음주, 불면증, 죄책감과 불안을 느끼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으며, 그의 진단명에는 행동 장애와 성격 장애였다.

오닐은 박사 과정 성적이 좋지 않아 우울증에 빠졌던 1948년 여름에 술과 도박에 빠졌다. 그는 낮에도 술을 마셨고 강의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계속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가정 생활을 유지했다.

병원에 입원할 때 오닐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에 대한 의심과 분노를 표출했다.

퇴원 진단서에는 가족, 부모, 일에 대한 양가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안 반응이 있다고 적혀있다. “환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기간 음주와 도박과 빚에 찌들어산 것이 그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악화시켰을 것이다. 의사들은 그가 알코올리즘을 가졌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 기록은 오닐에 대해 병원 기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그랜트 연구가 원했던 최상의 건강과 능력을 가진 이상적인 학생이었으며 오닐의 아동기 환경을 상위 3분의 1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오닐의 전향적 기록을 평가한 아동정신과 의사는 오닐이 연구 대상자 가운데 모자관계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1950년 어머니가 사망하고 6개월 후, 한 연구원은 오닐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매우 상심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7년 후 오닐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자신은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없으며 자신이 이렇게 불행해진 것은 어머니가 자신을 차갑게 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며 알코올리즘이 어머니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키웠던 것이다.

1972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연구팀에게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알코올리즘 환자라는 사실에 대해 알렸다.

1972년 면담할 때까지 아내를 제외하고 그의 인생을 끌어준 가장 중요한 힘은 알코올리즘 환자 모임이었다.

오닐은 자신을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다. 나는 그가 차갑고 자기 생각에 빠진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게 아니라 사실은 지나치게 양심적이어서 힘겨워 했다. 우리는 술이 불면증, 불안 장애, 우울증에는 효과가 없지만 죄책감을 없애는 데는 가장 좋은 약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면담을 마치고 떠날 때 그의 책장에서 도박에 관한 책 몇권을 보았다. 그렇다면 오닐은 도박 때문에 자신에게 아직 반사회적 성향이 남아있다고 말했을까? 아니었다. 금주하면서 그는 술 생각을 도박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루이지애나 주가 복권 사업을 시작할 때 주지사에게 자문을 해주었다. 이 일은 경제학자인 오닐에게는 도박장을 드나드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인 일이었다. 그는 도박을 실제로 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전공인 경제학과 연결하며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건설적인 방법으로 이로운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프랜시스 로웰과 빌 로먼 : 다른 이름으로 기록된 한 사람

나는 내가 연구한 사람이 15년 전에 연구한 적 있는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프랜시스 로웰은 매우 유능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 뉴욕 상류층을 고객으로 하는 변호사였다.

[32] 1995년 나는 로웰의 사례를 알코올 오용이 흡연처럼 병이 아닌 생활 속의 선택이라는 증거로 사용했다.

로웰은 원하면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대학시절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술을 많이 마셨으며, 그랜트 연구에서 술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기를 꺼렸다. 주말에는 술을 마시고 주중에는 전혀 마시지 않는 습관을 세우고 이 습관을 40년 동안 유지했다. 주말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주중에 하루 이틀은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로웰은 30세부터 70세까지 술을 남용했다. 그렇지만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되거나 변호사라는 직업에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로웰은 술 때문에 자신에게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웰은 39세때, 그리고 47세 때 음주 운전으로 체포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건강한 편이었고 간 수치도 정상이었다. 56세때 프랜시스는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건 확실하다고 진술했으나 술을 끊지 못했다. 59세에 프래시스 로웰의 연봉은 20만 달러였다. 60세 이후에는 직업에서 발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때까지는 술이 로웰의 직업 경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한 술이 인간관계를 방해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좋아했던 여자와 헤어진 것은 술 때문이었다. 그는 이후 독신을 유지함으로써 더는 그런 상처를 받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나는 프랜시스 로웰이 일생 동안 술 때문에 문제를 갖고 살지만 진행성 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코올리즘은 시시각각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습성을 갖고 이싿. 나느 로웰에 대한 처음 기록한 내용을 잊은 채, 빌 로먼이라는 사람을 고질적 알코올리즘이라고 기록했다. 둘이 같은 사람이라고 알게된 1980년에냐 그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두 번째 가졌던 생각과 매우 다른 점에 주목했다. 빌 로먼은 아무리 전도유망한 사람일지라도 알코올리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인생에서 잘못된 길을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빌 로먼은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알코올리즘이라는 물리칠 수 없는 적을 품고 산 끝에 비극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는 모범적인 사람이었다. 30세 때 로먼은 상류층 출신 미식 축구 주장이 슈퍼스타가 되어 살 만한 인생을 살고 있었으나 그렇게 살지 않았다. 도화선 하나가() 빌 로먼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었다. 로먼은 주말마다 술을 마셨다.

친밀감 형성, 직업적 안정, 생산성은 빌 로먼의 앞날에서 기대할 수 없었다. 로먼은 매우 우울했다. 로먼이 50세 때, 역시 그랜트 연구 대상자로 훗날 대스타가 된 동생은 형이 새로운 친구를 더는 사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먼의 알코올리즘은 계속 악화되었다. 한때 사교적이었던 빌은 65세까지 건강했지만 자신이 다니던 클럽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없었다. 그는 살면어 잃어버리는 것들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로먼은 알코올리즘 때문에 간이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인생이 망가졌다. 30세 때 로먼과 그가 사랑했던 여성은 모두 그의 음주에 대해 걱정했다. 40세 때 세 번의 음주 운전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뒤에는 모두 그가 위험할 정도로 술을 마신다고 생각했다. 53세 때 그는 처음으로 술을 끊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60세에도 여전히 일주일에 닷새는 위스키 4분의 1병을 마셨다. 그 후로도 술을 끊으려 여러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의 아동기 환경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대상자 집단에 속하지 않았지만, 그의 인생은 결국 사랑받지 못한 채 저물었다.

 

독자들은 내가 두 사람의 기록 초점과 세부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기록은 사람의 의도에 따라 변질될 가능성이 더 많다.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알코올리즘을 다르게 바라보는 두 주장을 이해하려고 애썻다. 그것은 알코올리즘이 질병이라는 주장과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었다. 나는 로웰/로먼의 사례를 통해 알코올리즘의 본질적 실체가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려운지 이해하게 되었다. 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알코올리즘이 그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생애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

우리는 전향 연구를 통해 알코올리즘이 의존적, 정신질환적, 신경증적, 공격적 성격 장애의 결과가 아닌 이러한 증상들을 이끌어애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알코올리즘은 또한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 불행한 결혼 생활을 만들어낸 원인이었다. 그리고 알코올리즘은 음주운전에 따른 자동차 사고 뿐만아니라 자살, 살인, , 심장병, 면역력 저하와 같은 결과를 초래해 많은 죽음을 낳는다.

알코올 의존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가와 관계없이 알코올 의존 상태에서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요인들에는 알코올을 대신할만한 대체물을 찾거나(약물이 아니라면 더 좋다), 강제로 누군가의 보호 감독 아래서 술을 억지로라도 마시지 않거나(단 다시 마시면 즉각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귀거나 술을 끊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 등이 있다.

우리는 지속된 후속 연구를 통해 알코올리즘을 예상하는 데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역설이 있음을 알아냈다.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남성, 다시 말해 가족 가운데 알코올리즘 환자가 많은 남성과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매우 이른 나이에 갖게 된 남성은 다른 남성보다 안정적으로 술을 절제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반대로 훌륭한 사회적 도움을 받고,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과 관련해 좋은 습관이 있고, 경미한 알코올 남용 상태가 매우 이른 나이에 찾아온 사람들은 만성적인 알코올 남용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이들이 가진 알코올 문제가 경미하다면 사교적 음주자로 복귀할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간단히 말해, 오랜 시간에 걸쳐 병의 소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가장 심각한 알코올리즘 환자와 가장 경미한 알코올리즘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의 비밀_8장

CHAPTER 8_나를 방어한다는 것

 

 

(Epigraph) 방어기제는 위험에 빠지는 일을 방지한다. 그리고 확실히 인간의 방어기제는 이런 역할을 매우 잘 해낸다. 자아가 방어기제 없이 발달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련트 연구의 두 번째 교훈, 그리고 아마도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훈은 긍정적인 정신 건강과 정신 병리의 관계를 설명하려면 대응기제를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장에서 적응(adaptation), 회복탄력성(resilience), 대응(coping), 방어(defense)와 무의식적(unconscious), 비자발적(involuntary) 같은 용어를 구분없이 쓰겠다. 우리는 누구나 의식적 대응 전략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해 안다. 나는 비자발적 대응 방법에 흥미를 느꼈다. 이것은 피가 나면 혈액이 응고되고 백혈구를 보내 감염을 막는 것과 유사하다. 또 롤러코스터를 타며 공포를 즐거움으로 전환시키는 것과도 유사하다.

방어기제를 연구하는 것이 흥미로운 이유는 적응과 정신병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심리적 방어기제의 결과로 나오는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는 정신병적 증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뇌가 내외 환경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너무 심한 걱정이나 우울함을 느끼지 않은 상태로 대응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과학계는 방어기제를 정신분석의 낡은 주제로 무시한 채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어기제는 명확한 실체가 있다. 일시적이긴 해도 그 실체를 볼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무엇보다도 설명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랜트 연구가 학자들로부터 가장 인정받는 중요한 업적은, 과학자들이 방어기제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1. 심리적 적응과 방어기제

 

[1] “우리가 병리학적 증상에 대한 설명과 정상적이고 활기찬 정신 현상에 대한 설명을 구분하지 않고서는 의학은 존재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1856년 프랑스 생리학자이자 실험의학의 선구자 클로드 베냐(Claude Bernard)는 이러한 말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적응 문제를 제기했다.

생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병리적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반응이 외부로 표출된 증상들(고름, 기침, 발열 등)은 많은 경우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2] 1925년 현대 미국 심리학계의 선구자이자 초기 그랜트 연구의 연구원이었던 에덜프 메이어는 인간에게 정신병은 실체로 존재하지 않고 오직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특정한 반응 증상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몸에서 발열, 혈액 응고, 염증 같은 증상이 치료를 위해 몸의 정상적인 균형 상태를 파괴하는 것처럼 방어기제들은 정신적인 치료를 위해 정상적인 인식 과정을 파괴한다.

<도표 8-1>에서 볼 수 있듯이 방어기제는 청소년들의 공격성이 증가하고 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경우처럼 감정적이거나 생물학적인 강도가 갑자기 증가하는 것을 굴절시키고 부인한다. 이러한 갈등의 원천을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드(id)라고 하고,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죄(sin)라고 하며, 인지심리학자들은 뜨거운 인지(hot cognition)라고 표현한다. 또 신경해부학자들은 뇌의 시상하부와 대뇌변연계에서 갈등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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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방어기제는 자식이 부모님을 양로원에 맡겼을 때처럼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죄의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갈등의 원천을 정신분석학자들은 초자아(superego)라고 하고, 인류학자들은 금기(taboo)라고 하며, 행동학자들은 조건과(conditioning)라고 하고, 일반인들은 양심(conscience)이라고 한다. 신경해부학자들은 전두엽과 편도체에서 이러한 감정을 일으킨다고 한다. 양심은 인간이 5세 이전에 부모에게서 받은 책망에서 생길 뿐만 아니라 문화적 동질화의 결과이다. 또한 진화에서도 형성되고, 때로는 압도적인 외상(trauma)으로 생긴 돌이킬 수 없는 학습에서 형성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방어기제는 즉각 받아들이지 못하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을 필요할 때 받아들이기 위한 심리적 유예 기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유예 기간은 정신적인 휴식 같은 역할을 해서 한 개인이 극단적으로 걱정하고 우울해지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

[3] 프로이트는 40년 동안 연구하여 오늘날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비자발적 대응 기제를 알아낸 뒤, 이를 다섯 가지 특징으로 설명했다.

방어기제는 격렬한 감정과 인지의 불균형으로 인한 스트레스 효과를 줄여주는 주요한 수단이다.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방어기제는 서로 영향을 주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일어난다.

방어기제로 일어나는 현상은 정신병 증상 같기도 하고 때로는 매우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역동적이고 되돌릴 수 있는 현상이다.

방어기제는 병리적 증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심리적 적응력이 있으며, 창조적이기까지 하다.

위 다섯가지 특징에 내 이론 하나를 더하자면,

방어기제를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방어기제가 보이지 않지만, 관찰자에게는 이 방어기제가 대체로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4] 1971년 그랜트 연구에서는 정신병적인 것에부터 숭고한 것까지 여러 방어기제의 위계를 발표했다.

[5] 1977년과 1993년 우리는 방어기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저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었다.

[6] 지난 20년 동안 크레이머(Cramer)와 스코돌(Skodol) 그리고 페리(Perry)는 프로이트의 망각(Freudian Oblivion)으로부터 방어기제를 되찾아 오는 것의 임상적 가치를 탐사하면서 경험적 연구들을 검토했다.

[7] 그 결과 미국심리학회의 DSM-IV에서는 우리 연구팀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방어기제를 상대적 정신병적 증상으로 분류했으며, 정신 질환 판단을 위한 선택적 기준에 공식 포함했다.

 

 

2. 방어기제의 스펙트럼

 

모든 방어기제는 갈등, 스트레스 변화에 대한 경험을 효과적으로 최소화시킬 수 있지만 각각의 방어기제가 장기적으로 심리 적응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다르다. 다름은 심리적 방어기제를 가장 미성숙한 것에서부터 가장 성숙한 것까지 네 단계로 나눈 것이다.

 

2-1.정신병적 방어기제

 

정신병적 방어기제에는 망상적 투사(delusional projection), 정신병적 부인(psychotic denial), 정신병적 왜곡(psychotic distortion)이 있다. 이 기제들은 외부적 현실을 상당히 부인하고 왜곡한다. 이러한 정신병적 방어기제를 바꾸려면 성숙이나 자각, 신경이완성 약물로 뇌를 변화시켜야 한다.

 

2-2. 미성숙한 방어기제

 

미성숙한 방어기제에는 행동화(acting out), 자폐적 환상(autistic fantasy), 해리(dissociation),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수동공격성(passive aggression), 투사(projection)가 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책임을 자신의 바깥에 두어 성격 장애를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잘 관찰하면 우리에게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범주에 속한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 하는 말에 반응하는 일이 거의 없다.

 

2-3. 중간적 방어기제 (intermediate defenses)

 

중간적 방어기제에는 전이(displacement,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것), 정서의 분리(isolation of affect) 또는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감정에서 생각을 분리하는 것), 반동 형성(reation formation, 모욕감이나 화를 참는 것), 억압(repression, 정서는 가시화한 상태로 유지하지만, 거기서 비롯된 생각은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중간적 방어기제는 위협적으로 변할 수 있는 생각, 느낌, 기억, 바람, 자각에 따른 두려움을 지체시킨다. 중간적 방어기제는 다섯 살 때부터 사망에 이를 때까지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나며 심리 치료적 해석에서 볼 때 낮은 수준의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보다 일관된 반응을 한다.

 

2-4. 성숙한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에는 이타주의(altruism), 예측(anticipation), 유머(humor), 승화(sublimation), 억제(suppression)가 있다. 이들은 불한안 느낌과 생각을 의식 안에 담아둠으로써 갈등을 일으키는 동기들 사이에 최적의 균형 상태를 만들어내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만족감을 느낄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이들은 긍정적인 정신 건강 상태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성숙한 방어기제가 의식적 조절 아래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의지력 하나만으로는 이끌어낼 수 없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느낌, 의식, 인간관계, 적응해야 하는 실제 상황을 변형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은 매우 우아하고 탄력적인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적응 방어기제는 덕으로 생각되고, 다름 사람들은 이들의 행동에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유머나 이타주의에서 볼 수 있듯이 타인과의 민감한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전혀 덕으로 보이지 않으며, 대개 자기애의 표출로 나타난다.

 

 

3. 방어기제의 성숙도 평가 방법

 

우리가 어떤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자기 보고적 측정으로는 타당성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방어기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알아내려는 관찰자는 현재의 행동, 주관적 보고, 과거의 사실 세 가지를 평가해야 한다.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발현한다. 방어기제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어릴 적의 기록, 그들의 어머니가 하는 설명, 그리고 현재 취한 행동을 알아야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 많은 다른 면과 비슷하게 믿을 만한 비자발적 대응기제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

[8] 이에 대해서는 내 책 <자아의 방어기제 : 정신과 의사와 연구자들을 위한 지침서 Ego mechanisms of defense : A guide for clinicians and researchers>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그랜트 연구는 대상자들이 자신에 대해 말한 수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대상자의 생애를 관찰해 만든 객관적 자료가 풍부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자료 가운데 몇 개를 선별하여 방어 방법을 평가했다.

우리는 선정한 자료를 검토하여 방어 기제와 관련된 사항을 취합한 자료를 100개의 단어로 짧게 요약했다. 연구팀은 각 대상자들에게 평균 24개 정도의 100단어 요약문을 얻었다. 그리고 익명의 평가자에게 그 요약문을 읽고 당사자가 앞서 말한 방어기제의 위계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방어기제를 조사한 그랜트 연구에는 두 가지 약점이 있었다. 하나는 대상자가 겨우 200명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 평가자의 평가 신뢰도는 방어기제 가운데 해리에 대한 평가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약 5분의 4에 해당하는 대상자들은 광범위하고 신뢰성 있게 평가해서 어떤 방어기제를 가졌는지 알아냈다.

<8-1>은 연령에 따라 100단어 요약문에 반영된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어떤지 나타낸다. 35세에서 50세 사이의 각 대상자는 청소년기보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4배 더 높았다.

발췌문으로 판단한 적응 방법 범주 *

 

미성숙한 방어기제

중간적/신경증적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

청소년기

25%

61%

14%

19~35

12%

58%

30%

35~50

9%

55%

36%

50~75

6%

32%

62%

* 발췌문은 대상자의 대응 행동을 보여주는 예를 발췌한 짧은 글을 가리킨다. 이 글을 통해 대상자가 어떤 방어기제를 어느 정도 사용했는지를 판단했다.

우리는 한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가는 그 사람이 자란 환경과는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적응기제는 좋지 않은 환경에 있는 자아에게 해독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자아가 적응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 능력을 갖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점과, 그가 어려움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성장 과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결핍을 보상받으려는 독창적 방법을 찾을 수 있다.

[9] 노스웨스턴 대학의 심리학 교수 댄 맥애덤스(Dan McAdams)는 이런 현상을 자기구원 redemptive self”라고 했다.

[10] 한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가는 그 사람이 얼마나 따듯한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가와 정신이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는 변인들과 높은 관련성이 있다.

 

 

4. 방어기제의 성숙도와 성인 발달의 관계

 

방어기제의 성숙도를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 낸 뒤 연구팀이 품은 다름 질문은 어떤 방어기제를 선택하느냐가 과연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였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3개의 집단에서 자주 사용하는 18개의 방어기제를 정신병적 방어기제, 미성숙한 방어기제, 중간적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 등 네 범주로 나누었다. 그리고 방어기제의 성숙도와 성공적인 성인 발달을 발해주는 다른 지표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8-2>는 이 둘 사이의 관련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어떤 비자발적 방어기제를 선택하느냐는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방어기제의 성숙도와 정신 건강 사이의 관련성은 다른 성숙도 평가 결과와 마찬가지로 대상자의 사회적 위치, 교육 정도, 성별과는 관련이 없었다.

 

변인

터먼 여성 집단

n = 37

하버드 집단

n = 186

이너시티 집단

n = 307

60~65세의

삶에 대한 만족도

0.44 명확한 관련

0.35 매우 명확한 관련

n.a

심리적 안정도

(에릭슨 발달 단계)

0.48 매우 명확한 관련

0.44 매우 명확한 관련

0.66 매우 명확한 관련

DSM-IV Asix V

평가 결과

0.64 매우 명확한 관련

0.57 매우 명확한 관련

0.77 매우 명확한 관련

47세의 직업적 성공

0.53 매우 명확한 관련

0.34 매우 명확한 관련

0.45 매우 명확한 관련

47세의 결혼 생활 안정도

0.31 명확한 관련

0.37 매우 명확한 관련

0.33 매우 명확한 관련

47세의 직업적 만족도

0.51 매우 명확한 관련

0.42 매우 명확한 관련

0.39 매우 명확한 관련

직업을 가진 비율

0.37 명확한 관련

n.a.

0.39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n.a. = 이용할 만한 자료가 없음(data not avilable).

 

추상적인 담론을 떠나 각각의 방어 방법이 실제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는지 알아보다. 다음은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에 소개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승화, 억제, 주지화, 억압은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위험한 경험에서 생긴 욕망과 충동을 다루는 네 가지 방이다. 승화는 욕망을 자극하는 감정적 에너지를 사회에서 용인되는 다른 목표를 위해 쏟는 것이다. 억제는 욕망과 감정적 에너지가 의식 속에 묶인 상태로 있고, 이런 감정을 안전하고 적당하게 추구할 방법이 발견될 때까지 걱정과 분노를 참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주지화는, 금지된 생각이 의식 속에 머물러있지만 감정적 격정과는 분리된다. 억압은 바람직하지 않은 욕망이나 충동 그리고 이것들과 관계된 생각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이 감정은 즉각적인 또는 미래의 만족을 공급받지 못한 채 현재에 남아있다.

억압은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에 대한 단기 해결책이다. 우리는 욕망과 충동을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욕망과 충동을 의식 속에서 대거 떨쳐버리면 감정의 활력도 함께 달아난다. 그러므로 억압은 갈등과 혼란에 유예기간을 주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더 안정적인 방법을 찾을 때까지 대비하는 것으로서 가장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주지화도 비슷하다. 주지화는 지적인 만족감을 줌으로써 때로 이해력을 넓혀주는 가치가 있다.

승화와 억제는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한 적응 기술이다. 열정 배출구를 다른 곳에서 찾는 승화는 성공한 예술가들이 사람들의 뼛속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예술 잡품을 만들어내는 재능에서 볼 수 있다.

다른 세 방어기제보다 애매하지 않은 억제는 적응을 끌어가는 말과 같은 역할을 하며, 매우 효과적이다. 대학 시절 성격 평가에서 받은 잘 통합된이라는 평가, 그리고 30년 뒤의 10종 경기 평가에서 받은 높은 점수는 다른 방어기제보다도 억제와 관련성이 컸다.

 

딜런 브라이트 : 감정의 승화로 행복을 찾다.

 

딜런 브라이트 교수의 이야기는 승화라는 방어기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다른 대상자들과 비교해 지적 능력이 떨어졌는데도 그의 인생은 흥미로운 섬광으로 넘쳤다.

브라이트는 미식축구 공격수와 레슬링 챔피언을 지내고,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영시를 전공한 영문과 교수가 되었다. 그는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반항적인 학생이어서 퇴학당할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브라이트가 가진 강렬한 경쟁심은 소멸하지 않고 결국 놀라운 성적을 거두는 동력으로 승화되었다.

억제나 예측과는 다르게 승화는 행복한 아동기 환경과 관련이 적다. 브라이트는 혼란스러운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리즘 환자였고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으며 사냥이 취미였다. 딜런의 어머니는 딜런에게 본능에 따른 즐거움을 경계하도록 가르쳤다.

두려움을 정복하려는 일생의 노력으로 딜런이 어머니의 품안에서 벗어났을 때, 그는 범죄자에 가까운 말썽꾸러기 아이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의 거친 지배력은 좀 더 우아하게 변했다. 18세 이후에 그는 책임감을 갖고 하는 흥미진진한 일인 배움에 집중했고, 더는 다치지 않았다.

브라이트는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공감하며 창조적으로 바꿀 줄을 몰랐다. 그러나 그와 그의 자아가 성숙하면서 행동화(어린 시절의 반항)라는 대응 방법을 반동형성(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감정적 충동을 가두어두는 것)으로 바꾸었다.

브라이트는 엄격한 자기 통제가 실제로는 자신을 보호하지 않을 수 있거나 삶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재앙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반동 형성이 승화로 바뀌면서 그의 인생에 불이 붙었다. 그는 아마추어 레슬링 경기에서 불법적인 돈을 받아 바이올린 레슨비로 씀으로서 신성화했다. 19세 때 성관계를 자제하는 동안 흥미롭고 지적인 우정을 쌓았고 처음으로 시에 흥미를 가졌다. 그는 대학원에서 최고 성적을 받고자 분투했지만, 박사 학위 논문 주제로 셸리의 시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야욕을 순화시켰다.

브라이트가 사용한 적응 반응은 사실 독창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패배하리라고 예상한 학문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생각을 버렸다. 대신 최소한의 위험 요소를 감수하며 모험할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며 여기서 느끼는 흥분으로 자신의 슬픔을 잠재웠다. 그는 승화 능력이 있었기에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었다.

 

프랜시스 드밀 : 세월과 함께 성숙해가다.

 

사업가였던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가정을 버리고 떠나 이내 사망했다. 부계의 친척들은 드밀이 자라는 동안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드밀의 가정은 드밀과 어머니, 결혼하지 않은 두 이모가 전부였다.

1940년 그랜트 연구의 대상자가 되었을 때, 드밀은 대학생치고는 너무 어려보였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그를 매우 매력적인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행동거지는 개방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끌고, 직설적이었으며, 연극에 관심을 교양 있는 말투로 사람들과 토론했다.

그는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전형적인 사례였다. 그는 대학생으로서는 놀라울 만큼 성적 환상이나 충동적 공격성, 어머니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고있었다.

그는 이성적 사고보다는 감성적 사고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억압을 주요 방어기제로 삼는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불안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는 성숙 과정을 촉진한다. 시간이 흐르며 드밀은 억압과 해리를 승화로 바꾸었다. 그는 연구팀에게 자신이 해군 시절에 반항적이었다고 말했는데, 자신과 동료들의 개별성을 보호하고자 맞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순응적이었던 드밀은 적어도 하나의 반항을 군대에서도 인정해주는 진정한 업무 능력으로 변화시켰다.

드밀은 또한 자신이 방어기제로 억압을 사용하고 있음을 점차 알아차렸다. 비자발적 대응기제는 의식하는 순간 작동을 멈춘다. 그리고 저항과 함께 통찰이 따라온다.

(이후 내용은 나이먹음에 따라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서술하엿음)

드밀은 90세까지 살았지만 양로원에서 거동하지 못한 채 말년을 보내야 했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우리가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주지만 100세까지 살다가 한순간에 세상을 떠나도록 해주지는 못한다.

 

 

5. 방어기제의 위계에 대한 전향적 진실

 

성숙한 방어기제가 있으면 삶에서 즐거움을 찾기가 더 쉬워질까? 아니면 반대로 삶을 즐겁게 살다 보면 성숙한 방어기제가 생기는 것일까? 나는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8-2>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한결 같은 긍정적 상관관계 뿐만아니라 예견적 진실성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했다.

[11]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이 50세가 되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는 평가자들이, 대상자가 직업에서 느끼는 행복감, 50세에서 65세 사이의 정신과 진료 이력과 신경안정제 복용 여부, 결혼 생활의 안정도, 47세 이후 직업에서의 발전 경로(그들이 직업에서 승진했는가 아니면 밀려났는가)를 평가했다.

그런 다음 이 평가 자료를 방어기제에 대한 평가 자료와 비교해 둘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진 것은 65세의 삶의 질에 대한 매우 명확한 예견력이 있었다. (8-3 참조)

 

n = 154 *

1. 객관적 증거

방어기제의 적응도

수입 (55~55)

매우 명확한 관련

심리사회적 적응도 (50~65)

매우 명확한 관련

사회적 도움

매우 명확한 관련

10종 경기 평가 점수 (60~80)

매우 명확한 관련

정신 건강 (64~80)

매우 명확한 관련

행복한 결혼 생활 (50~85)

매우 명확한 관련

2. 주관적 증거

 

삶에서 느끼는 즐거움(75)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 이 숫자는 모든 변인에 관한 모든 대상자의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8-4>에서 보듯이 우울증을 가장 적게 겪은 대상자들이 61퍼센트가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졌으며, 가장 심한 우울증을 앓는 대상자들 중에서는 9퍼센트만이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었다. 불행한 아동기를 보낸 많은 사람들이 성년기에는 성숙한 방어기제인 이타주의를 사용했다.

[12] 그러나 우울증을 앓았던 대상자중에 주요 적응 방법으로 이타주의를 계속 사용한 사람은 1명도 없었다.

그 대신 우울증을 가장 많이 알았던 대상자들은 분노를 타인이나 자신에게 표출하는 반동 형성과 수동 공격성을 사용하는 빈도가 매우 높았다.

단순한 상관관계가 원인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알코올 남용과 뇌 손상과 관련있지만, 미성숙한 방어기제가 알코올 남용과 뇌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반대로 알코올 남용과 뇌 손상은 방어기제의 성숙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서 장애와 방어기제의 성숙도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각각의 방어기제를 주요 대응 방법으로 사용한 비율

방어기제의 종류

우울증이 심한 대상자

(n = 17)

우울증이 적은 대상자

(n = 59)

중요도

억제

18%

63%

매우 명확한 관련

이타주의

0%

19%

NS

반동 형성

28%

2%

명확한 관련

해리

59%

25%

명확한 관련

투사

24%

3%

매우 명확한 관련

가장 성숙한 방어기제

0%

31%

매우 명확한 관련

가장 미성숙한 방어기제

53%

9%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6. 방어기제의 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내가 그랜트 연구에서 주로 알아내려 했던 것은 인간이 경험하는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갖도록 도와주는 심리적 항상성의 작용 원리를 파헤치는 것이었다.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사회 경제적 지위, 지능, 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 점에 있어서 이너시티 집단보다 하버드 집단이 조금 낫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두 집단 사이에 나타난 이러한 차이는 대상자 선정 과정의 차이 때문에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 하버드 집단은 본래 정신적으로 문제 없는 사람들은 선정한 반면, 이너시티 집단은 그러지 않았다.

방어기제에 사회적 특권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 덜 왜곡된 결과를 알아내려면 동질 집단 비교, 즉 한 집단에 속한 대상자들을 같은 집단에 속한 다른 대상자와 비교해야 한다. <8-5>는 서로 다른 세 집단에서 사회적 계급, 지능, 교육 수준의 영향에 따라 방어기제의 성숙도가 어떻게 다른지 검토해서 그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따듯한 아동기 환경과 방어기제의 성숙도 사시의 관련성도 생각보다 약하게 나타났다.

문화적 다양성의 영향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검사했다. 부모의 인종적 차이는 성년기 삶의 어떤 면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앵글로색슨계 미국 신교도인 와스프(WASP)와 아일랜드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대상자들은 이탈리아계 출신보다 알코올 남용에 빠질 가능성이 5배 더 높았다.

[13] 그리고 앵글로색슨계 미국 신교도 부모를둔 대상자들은 주요 방어기제로 해리를 선택한 비율이 이탈리아계 대상자들보다 매우 높았다. (해리에 대한 평가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문화적 요인이 대응기제에 주는 영향이 경미해 보이긴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배경 변인

터먼 여성 집단

n = 37

하버드 집단

n = 186

이너시티 남성 집단

n = 277 *

부모의 사회적 계급

NS

NS

NS

IQ

NS

NS

NS

교육을 받은 햇수

NS

명확한 관련

아버지와의 따듯한 관계

NS

명확한 관련

NS

따듯한 아동기 환경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NS

어머니와의 따듯한 관계

NS

명확한 관련

NS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 IQ 80이하의 대상자는 제외한 수이다.

 

 

—-

연구팀이 비자발적 대응기제에 관해 갖고 있던 세 가지 의문점은 실험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명확한 답을 찾았다. 첫째, 방어기제의 성숙도는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방어기제의 성숙도는 미래의 정신 건강에 대한 예견력이 있다. 셋째, 방어기제의 성숙도는 사회적 계급이나 성별과는 관련이 없으며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방어기제는 정신분석학계의 도그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랜트 연구를 통해 이번 장에서 말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연구가 장기간에 걸쳐 종단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대상자들을 인위적인 연구 환경 속에 제한하지 않고 그들의 삶에 자연적으로 일어난 사실을 자료로 삼아 조사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방어기제를 사용할 때 인간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내려는 뇌 영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4] 그러나 과학자들이 뇌영상 촬영 기술을 통해 더 확실한 사실을 알아내려면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해야 할 것이다.

 

행복의 비밀_7장

CHAPTER 7_구십대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Epigraph) 오래 산 사람들을 연구하면 무엇이 장수에 기여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물론 오래 산 사람들을 연구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과 같은 출생 집단(birth cohort)에 속하는 다른 사람들이 아동기, 성년기, 초기 노년기에 어떤 사람들이었는가도 알아야 한다.

 

건강한 신체는 사회적, 감성적 건강만큼이나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1] 2011년 까지 보면, 그랜트 연구와 로디언 출생 집단 연구 1921 Lothian Birth Cohort 1921’은 내가 아는 바로는 구십대 노인의 신체 건강에 관한 최초의 전향적 연구이다.

 

1980년 스탠포드 대학교 내과 의사이자 유행병학자인 제임스 프라이즈(James Fries)는 현대 의학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지는 못하지만 생존 곡선(Survival Curves)은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2] 올리더 웬델 홈즈의 시에서 묘사하듯이 말 한 필이 끄는 멋진 마차가 100년 동안 사람들을 실어 나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산산이부서지는 것처럼 사람도 오랜 세월을 살다 한 순간에 죽음에 이른다.

[3] 프라이즈는 이 현상을 질병의 압축 Compression of Morbidity”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1900년에는 대부분의 죽음이 조기 사망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성장 곡선은 대각선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직각 모양에 가깝다. 특히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위험 요인이 없는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 명확해진다. <도표 7-1>

  
 

 

 

2012년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의 수명은 동 시대를 산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길었다.

[4] 그랜트 연구 대상자의 기대 수명은 2009년에 태어난 백인 남성을 4년이나 앞서고 있다.

[5] (비교해보면 터먼 남성 집단의 약 18퍼센트 만이 90세까지 살았다.)

그러므로 이 장을 쓰는 목적 가운데 하나는 90세까지 사는 것이 흔한 일이 될 미래의 삶을 미리 보여주려는 것이다.

 

오늘날 발달한 뇌 영상을 보면 우리가 생각한 것 만큼 노화가 끔찍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상적인 뇌의 위축은 우리가 두려워했던 것 만큼 많지 않다.

[7]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추산치는 알츠하이머, 정신적 충격, 알코올리즘 같은 뇌를 파괴하는 병을 가진 평균적인 일반인을 연구한 결과를 반영한 것일 수 있어서 사실보다 더 나쁘게 생각될 수 있다.

게다가 뇌가 위축되는 것은 쓸모를 잃은 뇌세포를 우리 몸이 고의적으로 가지치기 prunning”한 결과일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8] 이 가설에 따르면 의도적 가지 치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21세가 되면 5세 아이의 뇌보다 반 이하의 시냅스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년층의 정신 건강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 만큼 처참하지 않다.

[9] 여러 기관에서 연구한 유행병학 연구 자료를 보면 노년에 우울증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10] 사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노인들은 우울증, 부정적 사고를 더 적게 하고, 자기 주장과 긍정적 감정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1] 노년에 대한 권위 있는 연구 중 하나는 맥아더 재단에서 한 연구인데, <성공적인 노화 Successful aging>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연구에서는 85세 남성 노인이 사망하기 전에 병원이나 양로원 같은 기관에 보내는 기간이 평균 6개월, 85세의 여성 노인은 15개월 밖에 되지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병원 침대에 몇 년씩 누운 채 아무 의식 없이 지내는 끔찍한 노년의 모습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은 인지 기능 검사를 실시했을 때 이들 중 91퍼센트가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12] 현재 90세까지 생존한 70명 중 58명이 80세에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갖고 있었고, 90세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 인지 상태에 관한 전화면담조사 TICS’41개 점수에서 평균적으로 1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아더 연구는 사람이 오래 살수록 장애를 갖고 사는 기간이 줄어든다는 프라이즈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13] 베리와 홈은 만성적인 고통이 85세에 28퍼센트였던 것에서 95세 이후 19퍼센트로 줄어든다는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14] 게다가 모두는 아니어도 몇몇 유행병학자들은 알츠하이머 병의 발병이 95세 이후에는 감소한다고 생각한다.

 

신체기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노화 과정의 일부이다. 그러나 이런 신체 기능의 감소가 일어나는 비율은 일정하지 않다. <7-1>을 보면 85세에서 90세 사이의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55퍼센트가 완벽히 정상적인 신체 기능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같은 연령대 대상자 가운데 9퍼센트만이 양로원 같은 기관에서 살거나 휠체어에 의존한 채 생활했다.

전혀 달라진게 없음

12%

쉬지 않고 2마일을 걸을 수 있음

41%

여전히 어려운 신체 활동을 함 : 달리기, 걷기, 나무 자르기, 소파 옮기기

46%

주요한 신체 활동을 줄이지 않았음

61%

주요한 신체 활동을 멈추지 않았음

52%

여전히 가벼운 가구를 옮기거나 여행 가방을 들고 공항에 갈 수 있음

74%

도움 없이 시내에 갈 수 있음

67%

여전히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함. 또는 둘 다 함

75%

쉬지 않고 계단을 2개씩 오를 수 있음

79%

옷을 입거나 개인 용무를 보는 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음

90%

* 60명이 이 설문지에 응답했다.

 

앨프리드 페인 : 눈가리개를 쓰고 현실을 외면하다.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의 실제 건강 상태와 각자의 건강에 대한 주관적 인식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을 잘 돌보고, 삶의 의욕이 충만하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고, 정신이 건강하면 실제로 병이 있어도 아픔을 잘 못 느낄 수 있다.

페인은 방금 말한 2개의 기준에 다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실제 평이 있었고 아프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의 강점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 것이었고, 약점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알코올리즘과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못했다.

그는 아동기 환경 평가 점수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소한 그랜트 연구에서는 부모의 사회적 계급이 성공적인 노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페인의 이야기를 통해 돈도 성공적인 노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그는 여러번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모두 불행했으며 특히 부인들이 한 말에 따르면 그러했다. 그의 결혼이 불행해진 까닭 중 하나는 그의 알코올리즘이었다. 그는 심각한 과체중이었고 평생 피워온 담배 때문에 폐쇄성 폐질환을 알고 있었다. 70세에 이르자 그는 담석증을 앓았고 대장게실염 때문에 회장루조설술을 받아야 했다. 그는 분명히 신체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었다.

페인의 10종 경기 평가 점수는 0점이었다. 유일했다. 그리고 그는 설문지에 포함한 인생만족도 조사에 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가 자신의 인생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아내와 의사는 그에게 심각한 장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75세의 페인은 마지막 설문지에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매우 좋음이라고 적었으며, 자신이 신체 활동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썼다. 이듬해 그는 양로원으로 갔고, 그로부터 1년 뒤 여러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할 당시 그랜트 연구 대상자의 3분의 2가 생존해있었다. 문제를 대하는 페인의 태도는 눈가리개를 쓰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같았다.

 

대니얼 개릭 : 꿈을 포기하지 않다.

 

나는 86세가 된 그의 인지 기능이 81세때보다 더 좋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페인이 너무 일찍 쇠퇴하고 끔찍한 노년을 보낸 것과 대조하고자 개릭을 선택한 것은 전화면담자료 때문이며, 개릭이 95세로 그랜트 연구 대상자 중 가장 오래 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랜트 연구 평가원들은 그의 아동기 환경을 보통이라고 생각했다.

대니얼은 대공황 시절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버티며 살만한 수입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연극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성공하는 배우가 되기에는 감정이 너무 억제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게릭은 배우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대신 무대 관리를 하며 작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드라마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이 꿈을 위해 그는 가족의 도움이나 장학금 없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한 개인 정신병원에서 그에게 야간 보조요원으로 일하는 조건으로 숙식을 제공했다. 그는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잠을 자고, 야간 근무를 하고, 아침 8시에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학교까지 5마일을 달ㄹㅆ.

건강하긴 해도 그에게 대학 생활은 어려운 과정이었다. 옷을 살 돈은 일년에 5달러 밖에 없었다. 사회적 관계를 가실 시간도 없었다. 그는 늘 피로했으며 대학교 4학년이 되어 결혼할 때까지 C학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여름 휴양지 공연에서 만난 그의 아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자 그는 학업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개릭은 주목받은 대상자는 아니지만 잘 통합된”, “자기주도적인같은 최고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6세때 그랜트 연구 정신과 의사는 개릭에 대하여 건강한 신체와 정신적 안정 때문에 연구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정도로 훌륭한 예술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개릭은 여러 방면에서 성공을 이루었지만 10종 경기 평가에서 평균 점수인 3점밖에 얻지 못했다.

그랜트 연구에 합류하고 10년 뒤 개릭은 여러 평가에서 D등급을, 장수 가능성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당시 연구원들은 학생들이 경영, , 의학 같은 분야를 목표로 삼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술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

개릭이 33세 때 그가 일하던 극단이 파산했다. 40세때 그는 자신을 평범하고 상상력이 없는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꿈꾸던 작은 대학교에서 드라마와 연극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마지막 연구 자료를 열어보았다. 그곳에서 처음 본 것은 신문 기사 조각이었다. 그 기사는 단순한 조각 기사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일요 예술 면 전체에서 오려낸 기사였다. 기사의 표제는 대니얼 개릭, 89, 그의 객석은 만원이다였다.

[15] 프로이트는 창조적인 예술가를 연구하려면 분석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나는 예술가들은 성숙을 이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생각했어야 했다. 종단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인 것을..

 

개릭은 중년에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연구자들과 나는 그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개릭은 길고 길었던 전체 직업 경력 가운데 후반기 반을 매우 좋은 극단들을 옮겨가며 일했다. 80세때 그는 무력한 성생활을 활쏘기로 만회할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50세 중년 남자도 부러워할 만한 정열적인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동기 이후 잊었던 감정을 중년에 재발견한 대상자가 대니얼 개릭만은 아니다. 운이 좋다면 성년이 되었을 때 조류가 바뀌어 의식적으로 감정이 풍부한 삶을 발달시킬 수도 있다. 나는 이 점을 설명하는 데 E. M. 포스터가 한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16] “산문(이성적인 삶을 말함)과 정열을 연결하기만 하면 둘 다 그 빛이 더해진다.”

 

나이가 들며 개릭은 젊은 시절 배우로 일할 때 자신을 그렇게도 괴롭혔던 감정 억제 상태를 극복했다.

[17] 신경과학자 프랜신 베네스는 성숙 과정에서 사고를 주관하는 대뇌의 전두엽이 감정을 주관하는 대뇌 변연계에 좀 더 안정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대니얼은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감정도 관객과 나누 수 있을 만큼 감정적으로 성숙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방어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감정과 이성을 분리할 필요가 업세 되었다.

80세 이후 개릭은 가장 좋은 상태에서 살았다. 76세 때 그는 몸 이곳저곳에 찾아온 통증 때문에 자전거 타기를 그만두었다. 그런데도 86세 때 일주일에 두 번 필요할 때 먹는 비아그라가 먹는 약의 전부라고 자랑했다. 개릭은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죽던 날까지 그가 먹은 약은 관절염 약과 수면제가 전부였다. 90세 때 인지 능력 검사를 위한 전화면담에서 그의 인지 능력이 쇠퇴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91세부터 기억력 감퇴 속도를 늦추는 약을 복용했다. 개릭은 자신이 인지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대니얼 개릭의 삶에서 고결하게 늙어가는 법이나 장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는 개릭이 대학에 다닐 때 밤새워 일하고 학교까지 왕복 5마일을 자전거로 다닌 사실과, 그랜트 연구 평가에서 잘 통합된”, “자기주도적인같은 최고 평가를 받았고 이러한 평가는 그랜트 연구에서 장수와 관련있는 특성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삶은 고난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으며 희망을 잃지도 않았다.

 

 

1. 건강한 노년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18] 20년 전 저명한 노인학자 폴 발테스는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건강한 노화를 예견할 수 있는 우연한(상관관계와 반대되는 개념) 증거조차 찾아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 말은 사실이다.

[19] 신체 노화에 관해 10년에서 20년 동안 이루어진 여러 전향 연구들이 노화 과정을 설명하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조사를 한 연구자들도 대상자들이 50세가 되기 전에 어떠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20] 오직 워너 샤이에(Warner Schaie)만이 대상자들을 25년 넘게 연구하고 있을 뿐이다.

초기에 장수의 요인이라고 믿었던 것은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 설명들을 꼭 버려야 한다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건강을 유지하게 해준다는 식이요법, 운동, 기능 식품에 집착하고 산다. 그러나 이런 비법들이 오랫동안 진실성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21] 구십대 노인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90세까지 장수한 노인의 80퍼센트가 평생 규칙적으로 붉은색 고기를 먹었고 50퍼센트만이 일주일에 한 번 과일을 먹었다.

어쨌든 장수하는 비결은 건강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식이요법에서 위험하다고 하는 요인들은 개별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위험 요소는 복잡한 상호관계에서 발생한다.

나는 성공적인 노화와 장수를 이끌어내는 선결 조건에 관해 조사한 연구 4개의 역사를 소개하겠다. 각각의 연구 결과는 다른 결과를 도출했다.

 

 

2. 노화에 대한 네 가지 연구

 

2-1.연구 1, 1978: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

 

1978년 내가 사십대 초반이고 대상자들이 55세일 때, 나는 그들이 인생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 성공적인 노화 연구를 위해 매우 좋은 나이가 되었다고 보았다. 나는 대상자들이 인생에서 정점에 근접했으므로 내리막길을 다 내려가기 전에 내가 알 수 있는 것들을 얼른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연구 주제인 40세에서 55세 사이에 일어나는 건강 쇠퇴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사십대에 매우 건강했던 그랜트 연구 대상다 189명을 조사했다. 나는 건강을 유지한 사람과 건강하다 만성 질환으로 고생한 사람, 이미 사망한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22] 1979년 당시에는 <7-2>에 나온 차이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55세 이전의 중요도 (189)

A. 정신 건강 변인

 

기분전환용 약물 과용

매우 명확한 관련

심각한 우울증

명확한 관련

쓸쓸한 아동기 환경

매우 명확한 관련

30~47세의 삶에 대한 낮은 적응도

명확한 관련

47세 때 부족한 인간관계

매우 명확한 관련

미성숙한 방어기제

명확한 관련

B. 신체 건강 변인

 

과도한 흡연

NS

알코올 남용

매우 명확한 관련

조상의 장수

NS

교육 수준

NS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표에서 보듯이 쓸쓸한 아동기 환경, 중년의 서투른 인간관계 기술, 바람직한 적응의 부족, 기분전환용 약물 복용 여부, 심각한 우울증, 정신과 방문횟수 이 여섯가지 심리적 변인은 55세에 건강이 나빠진 것과 명확한 관련이 있다.

나는 노화를 앞당기는 주요 원인이 정신 질환이라는 논거를 세우고 앞에서 말한 여섯 가지 심리적 변인을 5년 마다 검토하고 재분석하면서 이 변인들이 신체적 건강에 여전히 통계적으로 중요한 변인인지 조사했다. 15년 동안은 같은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나는 수십년이 지난 이후에야 55세 이후에 일어나는 신체 건강의 쇠퇴와 55세 이전에 일어나는 신체 건강의의 쇠퇴를 통계적으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2-2. 연구 2, 2000: 55세 사이에서 80세 사이의 건강 쇠퇴

 

대상자들이 80세를 넘기면서 치매 발병과 관련된 요인들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치매는 흔히 혈관 질환이 동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다섯 가지 위험 요소로 흡연, 알코올 남용, 고혈압, 비만, 2형 당뇨병을 설정했다. 이 다섯가지 요인을 전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 위험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치매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7-3>은 이를 보여준다. 현관 질환 위험 요소는 55세 이후 뿐만 아니라 55세 이전에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55세 전

(189)

55~80

(177)

80~90

(155)

A. 정신 건강 변인

기분전환용 약물 과용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심각한 우울증

명확한 관련

NS

NS

쓸쓸한 아동기 환경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30~47세의 삶에 대한 낮은 적응도

명확한 관련

NS

NS

47세 때 부족한 인간관계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미성숙한 방어기제

명확한 관련

NS

NS

B. 신체 건강 변인

심혈관계 질환 위험요인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a. 흡연

NS

명확한 관련

NS

b. 알코올 남용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NS

c. 50세 때 심장이완기 혈압 높음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d. 비만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NS

e. 2형 당뇨병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조상의 장수

NS

NS

NS

교육 수준

NS

명확한 관련

NS

80세 때의 인지 능력

NS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암 진단

NS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2-3. 연구 3, 2011: 90세까지 사는 법.

 

대상자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나는 90세까지 성공적으로 살게 하는 변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혈관 질환 위험 요소들을 조사한 결과, 한때는 중요한 변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통계적 가치를 잃는 변인이 있음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혈관 질환 위험 요인 전체는 여전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과도하게 마신 사람들 가운데 90세까지 생존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두 변인의 영향력은 80세 이후로 줄어들었다.

<7-3>은 세가지 연구 결과를 요약해 보여준다.

 

2-4. 연구 4, 2012: 영원히 사는 법.

 

2012년 내가 이 책을 쓸 때 68명의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었으며, 그 중 50명은 인지 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나는 그 나이까지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게 만든느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7-4>는 그 결과이다.

혈관 질환 위험이 없는 대상자들은 평균 86섺지 살았다. 위험 요인이 3개 이상 있는 사람은 평균 수명이 68세에 불과했다. 특이한 점이 있었다. 2차 대전 중 가장 치열한 전투에 참가했던 16명이 매우 젊은 나이에 사망한 사실이었다. 이 발견은 앞으로 다시 등장하여 우리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해줄 단서가 될지 모른다.

2001년 프리드먼과 마틴이 <장수 프로젝트 The Longevity project>를 출간했을 때, 장수를 예견해주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독립 예상변인을 알게 되었다.

[23] 그것은 대상자들이 대학에 다닐 때 실시한 성격 검사에서 인내력자기 동기 부여가 있었느냐이다.(초기 연구에서는 잘 통합된자기주도적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 특성이 있는 23명은 없는 대상자보다 10년 더 장수할 가능성이있었다.

 

N

평균 사망 연령

통계적 중요도

A. 명확한 수명 단축 요인

 

 

 

알코올 의존

18

67.6

매우 명확한 관련

3개 이상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 요인

17

68.3

매우 명확한 관련

과도한 흡연

40

73.0

매우 명확한 관련

치열했던 전투 경험

16

75.3

명확한 관련

통합이 잘 되지 않은 성격 또는

자기주도성이 부족한 성격

83

78.8

명확한 관련

학사 학위만 있음

81

79.0

매우 명확한 관련

조상의 장수이력이 하위 6분의 1에 속함

36

77.1

명확한 관련

 

 

 

 

B. 명확한 수명 연장 요인

 

 

 

심혈관계 질환 위험 요인이 없음

113

86.4

매우 명확한 관련

전혀 흡연하지 않음

77

84.7

매우 명확한 관련

30~47세의 삶에 대한 좋은 적응도

58

85.1

매우 명확한 관련

50세 때 심장 이완기 혈압 낮음

66

85.9

매우 명확한 관련

조상의 장수 이력이 상위 6분의 1에 속함

44

84.3

명확한 관련

통합이 잘 되고 자기주도적인 성격

23

89.3

명확한 관련

대학원 졸업

153

83.3

매우 명확한 관련

 

 

 

 

C. 장수에 영향을 주지 않은 요인들

 

 

 

가장 따듯한 아동기 환경에서 자람

57

83.0

NS

가장 쓸쓸한 아동기 환경에서 자람

61

80.0

NS

콜레스테롤 수치가 253mg/dl 이상

57

81.1

NS

콜레스테롤 수치가 206mg/dl 이하

57

82.9

NS

운동을 많이 하지 않음 (20~45)

79

80.4

NS

운동을 많이 함 (20~45)

25

85.0

NS

부모의 사회 계급 : 상류층

80

82.4

NS

부모의 사회 계급 : 노동 계급

14

81.6

NS

심신에 문제가 없음

50

82.0

NS

심신에 2개 이상의 문제가 있음

48

83.7

NS

비만이 아님

212

82.2

NS

비만 (체질량 지수 28 이상)

23

79.3

NS

성숙한 방어기제

39

84.0

NS

미성숙한 방어기제

34

78.4

NS

가장 높은 사회적 도움

54

84.1

NS

가장 낮은 사회적 도움

59

80.1

NS

매우 명확한 관련 = p < 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명확한 관련 없음

 

3. 행복한 노년을 위해 조절할 수 있는 요인들

 

55세 이전에 발생한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당사자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에 의한 사망이었다. 그러나 55세 이후에 발생하는 사망과 명확한 관련성이 있는 혈관 질환 위험요인은 다르다. 오늘날, 80세 이전 사망의 주 원인은 혈관 질환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 통설이고 그랜트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4]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혈관 질환 위험 요인 5개 가운데 1개를 나머지 4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검토한 결과, 각각의 위험요인이 건강 악화와 죽음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7-3>에서 볼 수 있듯이 혈관 질환 위험 요인들은 대상자들의 회복할 수 없는 건강 악화와 매우 관련성이 있었다.

[25] 이 요인들은 글루엑 연구의 이너시티 집단과 터먼 연구의 여성 집단에게서도 같은 관련성을 나타냈다.

건강과 관련해서 교육 수준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이너시티 집단에게는 교육 수준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4. 어쩔 수 없는 요인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유전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증거가 있다.

[26] 최근 토머스 펄스(Thomas Perls)와 동료 연구자가 100세 이상 노인 8,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논문에서 100세 이상 살기 위해서는 생활 방식만큼이나 유전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했다.

 

4-1.

암은 70세 이후의 사망에 점점 더 중요한 원인으로 판명되고 있으며, 암 발병은 대상자들이 어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는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더 큰표본에서 특정한 암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보면, 환경, 식습관, 성생활 습관, 알코올 남용이 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드러났다.

 

4-2. 노화와 인지 능력

[27] 그랜트 연구에서는 치매 판정을 받지 않은 대상자들의 인지 능력을 측정하고자 인지 상태에 관한 전화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혈관 질환 위험 요인이 없고, 시력이 좋고, 대학 시절 IQ와 성적이 높고, 60세에 운동을 하고, 어릴 적 어머니와 따듯한 관계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었다.

 

5.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요인들

 

5-1. 조상의 장수 이력

 

인간에 대한 생애 연구 자료가 없는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초파리를 이용하여 노화 과정을 연구해왔다. 연구티믄 대상자들의 조상의 장수 이력을 첫 번째 변인으로 삼아 연구했다.

하버드 집단을 상대로 외가와 친가의 부모와 조부모 가운데 가장 오래 산 사람의 나이를 조사해 평균을 산출했다.

[28] 놀랍게도 80세에 정신적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한 대상자들의 조상의 평균 수명과 80세에 정신적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하지 않은 대상자들의 조상의 평균 수명은 동일했다.

[29] 이너시티 대상자 표본에서도 부모의 장수 이력은 대상자 자신의 70세의 노화 상태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30] 현재 맥아더의 쌍둥이 연구와 스웨덴 쌍둥이 명부 자료에서는 장수와 유전자 사이의 명확한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5-2. 심신의 스트레스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정신신체의학이 유행하고 있었다.

[31] 찰스 젤리에(Hans Selye)는 스트레스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 소화성 궤양이 억압된 분노나 사랑에 대한 갈구 때문에 생긴다는 발표를 통해 질병에서 감정이 하는 역할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이론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속에서 실제로 육체적 고통을 느낀다.

[32] 이는 내가 1960년대에 진지하게 동의했던, 중년에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은 노년에 신체 건강 상태가 나빠진다는 매력적인 가설을 떠올리게 한다.

[33] 내가 동조한 정신신체의학의 두 번째 가설은 사람은 특정한 표적 장기 target organ”가 있어 이 표적 장기들이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증명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세 번째 가설은 정신 신체적 Psychosomatic” 질환(대장염, 천식, 고혈압 등)은 실제 질병(당뇨, 심근경색, 골관절염 등)보다 정신 병리학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이었다.

마침내 1970년대에 나와 다른 이론가들이 지지하던 위의 세 가지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분석했다. 내가 입증하고자 했던 것은 1) 심신의 질병이 노화를 가속하고, 2) 위장이나 폐 같은 특정한 표적 장기가 실제로 있으며 왠 시간 지속되고, 3) 정신 신체적 질환은 정신 질환을 반영하는 신뢰할 만한 지표라는 것이었다. 종단연구 결과 이 세 가설 모두 틀렸음이 드러났다.

[34] (위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몇 년 동안 축적된 회고적 자료에 근거했음을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이 자료는 의료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한 환자들에게서 수집한 것이었다. 이러한 환자들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은 집단이다.)

 

몇 년 동안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은 어떤 신체 부위에서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했느냐고 묻는 체계적인 질문을 받았다.

[35]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진 후속 조사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장기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뀌지 않는 표적 장지가 있다는 가설 II는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정신 신체적 질환과 정신 건강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가설 III도 나머지 두 가설과 비슷한 결론이 났다. 정신신체의학을 확고하게 믿었던 나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36] 또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신체적 증상을 거의 겪지 않았거나 전혀 겪지 않은 대상자의 아동기 환경과 많은 증상을 겪었던 대상자의 아동기 환경을 익명 평가한 결과 두 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음이 드러났다.

이미 밝혔듯 최초의 노화 연구에서는 질병이 생기기 전에 일어나는 정신병리학적 증상은 만성적 신체 질환이 일찍 발생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이 상관관계는 55세까지만 해당되었다.

 

5-3. 콜레스테롤

 

수많은 연구들이, 고밀도 리포 단백질(HDL)과 저밀도 리포 단백질(LDL) 사이의 비율이 중요하고, 저밀도 리포 단백질 수치를 줄이는 것이 심장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들이 50세일 때 측정한 콜레스테롤 수치는 90세까지 생존한 사람과 80세 이전에 사망한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206mh/dl 이하를 유지한 58명의 기대 수명은 83세였고, 254mg/dl 이상인 57명의 기대 수명은 81세였는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명확한 차이가 아니다.

[37] 지금까지 규모가 크고 대표성이뛰어난 여러 연구들이 이러한 결과를 확인했다.

 

5-4.쓸쓸한 아동기 환경

 

우리는 어떤 가족에게서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가족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아동기 환경이 인간의 수명을 예측해주지는 못한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 부모의 안정적인 결혼 생활, 아동기에 경험한 부모의 사망, 그리고 IQ는 장수와는 별 관련이 없다(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 연구에서는). 가장 따듯한 아동기 환경에서 자란 대상자들은 가장 쓸쓸한 환경에서 자란 대상자들보다 고작 1년 더 살았다. 이 차이는 통계적 가치가 없다.

 

5-5. 활발한 성격과 편안한 인간관계

 

이 두 가지 특성은 초기 연구자들에게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38] 또 하버드 집단을 조사했을 때 대상자가 대학 시절과 성년기 초기에 심리사회적으로 잘 적응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건강한 노년에 대한 예상 변인은 되지 못했다.

 

 

—-

노화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재분석한 75년 간의 연구에서 무엇을 알아냈을까?

첫째는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 관계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도한 흡연은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와 관련이 있지만, 운전자가 라이터를 찾으려고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39] 이 관계는 세 번째 요소인 알코올의 결과이다. 음주는 과도한 흡연과 치명적인 자동차가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확실히 증가시킨다.

70여년 진행된 그랜트 연구는 인과관계와 관련성 사이의 차이점을 명확이 알게 해주었다.

예를 들어 운동과 신체 건강 사이에는 매우 명확한 관련이 있다.

[40] 그래서 대체로 우리는 운동을 해야만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강해야만 운동할 수 있다고 말할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하면 건강은 모든 연령을 통해 운동을 즐기는 사실에 대한 예견력은 있지만, 운동을 해서 노년에 건강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신체적 노화에 관해 말하자면 알코올 남용과 교육 수준은 말처럼 다른 요인들을 이끌어내는 원인이 된다. <7-3>에서 볼 수 있듯이 슬프게도, 나는 30년 동안 방어기제의 성숙이 노년의 건강을 이끄는 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믿었지만, 종단연구는 내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사회적 도움은 성공적인 노화를 이끌어내는 원인이라고 자주 생각된다.

[41] 하지만 사회학자 제임스 하우스는 사회적 도움을 종속변인으로 주목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 사회적 도움은 성공적인 노화로 이끈다고 생각되는 변인들의 결과일 수 있다. 다시 설명하면 사회적 도움을 받는 사람이 건강하게 산다기보다, 건강한 사람이 사회적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다.

[42] 사실상, 노년에 좋은 사회적 도움을 받은 것은 신체 건강을 지키려는 젊은 시절의 습관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다.

50세 전 흡연하지 않고 술을 남용하지 않은 것은 70세 때 더 많은 사회적 도움을 받은 것과 큰 관련성이 있다. 담배와 술을 남용했지만 좋은 사회적 도움을 받은 사람은 술과 담배를 남용하고 사회적 도움을 잘 받지 못한 사람만큼 건강 문제로 고통 받았다. 또 사회적 도움은 잘 받지 못했지만 좋은 습관을 가진 대상자들은 사회적 도움이 다 좋았던 대상자만큼 좋은 건강을 누렸다.

 

내가 여기에서 말하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사랑과 운동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우리 대부분은 노년에 많은 사회적 도움을 받을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고, 운동을 더 즐길수록 기분도 좋아지고 얼굴색도 좋아질 것이다. 나는 다만 성공적인 노화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과거에 나는 사랑이 모든 축복의 근원이라고 주장했고, 정신 건강이 신체 건강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증명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제 상반된 견해를 내놓는다. 그리고 건강한 노화로 이끄는 모든 요인은 다른 요인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이 모두 필요하다.

 

행복의 비밀_6장

CHAPTER 6_결혼이 행복을 보장해줄까

 

 

정신 건강과 사랑하는 능력은 관련이 있지만 그 관련성을 밝혀내기는 매우 힘들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저울로 재거나 특수 렌즈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밀하고 따듯하고 상호적인 애착(단순히 육체관계나 에로스라고 하는 생물학적 본능적 욕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그랜트 연구가 주는 세 번째 교훈이다.

사랑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하여 우리가 사랑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열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가까운 인간관계가 가져다주는 계속적인 따스함과 위안을 느끼며 살 수 있다.

타인과 함께하며 느끼는 이러한 즐거움은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과 다르다.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은 사춘기를 경험하는 것 같은 발달 과업의 하나이다. 찾아오는 시기는 다르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겪는다.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는 에릭슨의 친밀감을, 관계 속에서 필요한 기능을 다하며 10년 이상 서로 의지하며 헌신하는 관계로 정의했다. 그러나 그 헌신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다.

에릭슨의 친밀감은 육체적이고 실제적인 가까움을 의미한다. 깊이 연결된 감정적인 친밀감과는 다르다. 어떤 부부는 계속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산다. 이는 경계가 불명확한 상호 의존적 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자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명확히 인식하는 상호관계를 말한다.

이 장에서는 네 가지 밀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것이다. 정서적 친밀감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50년 이상 지속된 결혼 생활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속되지 못한 결혼 생활이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밀감과 정신 건강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랜트 연구가 결혼에 대해 연구한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1] 내가 <애틀랜틱>지에 성급하게 사랑이 있는 애착 관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쓴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쓴 책에서 그랜트 연구에서 오랜 세월 행복하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능력만큼 명확하게 정신 건강을 예견해주는 종단적 변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라고 한 내 생각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이혼이 미래 발전과 행복에 통계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생각이 또 다른 성급한 결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6-1>에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의 결혼 이력을 요약해놓았다. 표에 나타난 숫자들은 2010년까지 또는 한쪽 배우자가 죽을 때까지 결혼생활을 계속한 대상자의 수를 뜻한다.

결혼 생활 형태

N = 237*

비율

결혼 생활 중; 첫 결혼 후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함 **

51

21%

이혼했지만 행복한 재혼생활을 함

23

10%

첫 결혼 후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을 함

73

30%

첫 결혼 후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함

49

20%

이혼; 현재 독신으로 살거나 불행한 재혼생활을 함

39

16%

결혼한 적 없음

7

3%

합계

242

100%

* 처음 대상자 수인 268명에서 26명은 빠져 있다. 4명은 전쟁 중 사망했고, 3명은 결혼한 적이 없으며, 19명은 연구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 한 대상자는 결혼한 적은 없지만 동성인 다른 남성과 평생 동안 친밀한 관계로 지냈는데, 우리는 이 대상자를 첫 결혼 후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함이라는 범주에 포함시켰다.

 

 

1. 결혼 생활 평가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누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누가 행복하지 않는 결혼 생활을 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연구팀에서는 그 기준으로 대상자 가운데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한 사람의 말을 신뢰하여 평가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하지 않고 똑같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우리는 대상자들이 설문지에 답한 질적 자료와 면담 자료를 주된 평가 자료로 삼았다.

[2] 연구팀에서 미래에 연구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만든 면담 녹화 자료는 언젠가 새로운 연구를 위한 자료로 쓰기 위해 보관하고 있다.

응답을 평가 할 때는 언제나 복수의개별 평가자들이 평가하게 했는데,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종단 연구에서 평가자들의 평가가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알기 때문에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후광 효과(halo effects)를 방지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연구팀은 객관식 질문을 통한 자료를 만들었다.

[3] 결혼 생활 만족도와 가장 깊은 관계를 나타낸 답을 낳은 4개의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의견 차이에 대한 해결이 : 1 = 쉽다, 2 = 조금 어렵다, 3 = 언제나 어렵다, 4 = 해결하지 않은 채 산다.

2. 결혼 생활이 얼마나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1 = 매우 안정적이다, 2 = 사소한 약점이 있다, 3 = 어느 정도 약점이 있다, 4 = 주요한 약점이 있다, 5 = 불안정하다.

3. 전반적인 성관계는 : 1 = 매우 만족스럽다, 2 = 만족스럽다, 3 = 때때로 원하는 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4 =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다.

4. 이혼이나 별거를 생각해보았다 : 1 = 전혀 아니다, 2 = 아주 가끔 생각해보았다, 3 = 심각하게 생각해보았다.

 

위 질문에 대한 점수는 전체 결혼 적응도 평가에 합산되었다. 점수가 낮을수록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자신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내린 주관적인 평가를 세 번째 자료로 삼았다. 대상자들은 70세와 90세 사이에 세 번에 걸쳐 자신의 결혼 생활을 1(매우 행복하지 않다)에서 6(매우 행복하다)까지 평가했다.

60세 때 남편과 아내는 표에 지난 5년의 결혼 생활이 어떠했는지 1점에서 4점으로 평가했다. 1 = 매우 즐거움, 2 = 가장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움, 3 = 위태위태함, 4 = 이혼을 고려함.

연구팀에서 사용한 마지막 평가 자료는 결혼 생활과 특별히 관계가 없는 사실들에 대해 대상자들이 말한 자료였다. 이 자료를 통해 그들이 내놓은 객관식 답변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결혼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한 대상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한 말의 예는 다음과 같다.

아내는 열등감이 있어요.” “제가 아내보다 더 따듯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따로 자요.”

 

아래 인용문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특징짓는 말이다.

아내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생각이 깊어요.” “우리 결혼 생활은 도전적인게 많고, 정말 재미있기도 합니다.” “아내가 자랑스러워요.”

 

사람의 감정이 순간순간 변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결혼 생활을 이분법적으로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계속된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진실이 드러난다.

우리 자료는 두 가지 점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성생활을 특정하게 묻는 설문지는 회수율이 낮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결혼 생활이 나쁠수록 남편이나 아내 중 한쪽이 보낸 정보가 더 적었다는 것이다.

 

 

2. 장기적인 관점의 연구가 알려주는 것들

 

나는 1977년 출판사에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의 원고를 넘겨주었다. 리틀 브라운 출판사의 르웰린 하울랜드는 이혼이 정신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요인이라는 내 생각에 반대했다. 이후 2010년이 저물 즈음 대상자들은 팔십대를 훌쩍 넘어섰고, 연구도 견고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재혼한 많은 대상자들의 삶도 행복했다. 나는 르웰린의 생각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화에 대한 연구 뒤에, 2010년에는 결혼 생활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르웰린 하울랜드가 매우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생애 연구라는 새로운 계산법이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을 없애버렸다. 이 계산법을 통해 우리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이 이혼하게 된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알코올리즘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혼한 대상자 가운데 57퍼센트를 차지하는 34건의 이혼사례에서 부부 가운데 최소한 한 사람이 알코올을 남용했다.

내가 1977년 이혼에 대한 단정적인 말을 했을 무렵의 자료에서는 결혼이 실패하는 이유가 미성숙한 방어기제, 인간관계를 만드는 기술의 부족, 그리고 정신 질환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4] 당시에는 한 번 이혼했다는 사실은 이혼한 사람이 재혼한다고 해도 또 다시 결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신이상 같은 특징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2010년 내가 알코올리즘 변인을 처음으로 통제한 뒤 연구했을 때, 1977년에 주장한 나쁜 결혼 생활의 세 가지 원인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5] 그러나 결혼에 관한 500쪽이 넘는 유명한 저서로 루이스 터먼이 1938년에 발표한 <결혼 샐활의 행복을 위한 심리적 요인 Psychological factors in marital happiness>과 존 고트먼이 1994년에 발표한 <이혼을 예견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What Predicts divorce?>의 색인에도 알코올리즘은 나오지 않는다.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알코올리즘은 현대 사회과학계에도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요인이다.

[6] 그리고 그랜트 연구에서는 연구를 시작한 지 60년이 지나고 나서야 결혼 생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알코올리즘임을 주목했다.

알코올 남용이 이혼과 관계있다는 연구 결과는 시간이 연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후속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7] 필드와 비샤우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최근까지는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유지하면 일률적으로 장기적인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결혼 생활이라고 하더라도 20년 된 결혼 생활과, 40년 된 결혼 생활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 말은 수많은 심리학적 사회학적 연구에 들어있는 불완전함을 압축해 보여주며, 결혼에 대한 장기적 관점으로 진행된 연구 자료가 있을 때 그 자료들이 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자료인지 잘 말해준다. 그랜트 연구는 장기적 관점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육십대의 결혼 생활이 20년 전의 결혼 생활보다 좋아질수도 나빠질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8] 예컨대 레프 톨스토이의 이야기는 좋았던 결혼 생활이 수십 년이 흘러 13명의 아이를 낳은 후에 망가진 주목할 만한 예이다.

 

프레드릭 칩과 캐서린 칩 : 서로의 허물까지 사랑하다.

그랜트 연구팀이 1986년 대상자들의 자녀에게 보낸 설문지 중 회수된 수백 장 가운데, 자기 부모의 결혼 생활이 친구들 부모의 결혼 생활보다 좋다고 말한 설문지는 단 하나였다.

프레드릭 칩이 80세 때, 그와 그의 아내는 60년간 이어진 자신들의 결혼 생활이 최고라고 말했다.

결혼 50주년 기념일에 그는 십대 때 쓴 일기장을 찾아냈다. ks에는 자신의 미래의 아래가 정말 멋진 여자라고 쓴 내용이 있었다. 우리는 그가 결혼 60주년을 맞은 해에 면담했는데, 다음 날 부부는 2주간의 크루즈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들은 삶의 순간순간을 즐겼고,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둘이서 함께 극복하는 한 그들의 삶은 행복이 넘쳤다.

그러나 칩 부부는 서로의 삶에 지나친 간섭을 하지는 않았다. 칩 부부는 서로에게 책을 일거주기도 했는데, 개인 활동인 독서까지 관계 형성에 이용했다. 게다가 부부는 가장 성숙한 적응기제 가운데 하나인 유머 감각이 뛰어났다.

이들 부부에게 심각한 의견 충돌은 없었을까? 프레드릭은 개인 면담에서, 문제가 생기면 드러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도 때로는 화를 냈다. 수동 공격성은 불행한 결혼 생활과 관련이 있는 대처 기술이지만, 이들 부부는 말하지 않는 적대감은 조금도 품고 살지 않았다.

프레드릭이 83세일 때 그는 아내와 함께 결혼 친밀도에 대한 로버트 웰딩거의 연구에 참여했다. 그랜트 연구에서 개발한 이 연구는 21세기의 사회과학이 애착 관계를 어떻게 가시화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이 집중적인 재 연구가 있은 뒤에 칩 부부는 85세 때, “안정적 애착 관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9] 이 평가는 가장 건강한 관계를 의미하는 평가로 갈등과 분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는 신뢰와 평온함이 있는 관계를 의미했다.

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상대방을 폄하함을 의미하고 높은 점수는 분명한 만족”, “돌봄”, 그리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뜻한다.

 

존 애덤스와 낸시 애덤스 :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노력하다.

다음 사례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던 부부의 이야기다. 존 애덤스는 네 번째 아내를 45세 때 만나 42년간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 이들과 비교하기 위해 역시 네 번째로 재혼한 칼튼 태리튼 박사의 이야기를 하겠다.

태리튼과 애덤스는 스무 살 때까지는 비슷한 삶을 보냈다. 모두 우울하고 쓸쓸한 아동기를 보냈으며 그랜드 연구 평가 기준에서 하위 10분의 1에 속했고 연구원들의 성격 평가에서 통합되지 않은 성격”, “가치와 목적의식이 결여된 성격이라고 평가된 소수자들이였다.

그렇지만 둘은 커다란 차이가 두 가지 있었다. 존 애덤스는 가깝게 지내는 형제가 하나 있었고, 그가 정말로 사랑했던 양아버지와 함께 십대를 보냈다. 그렇지만 태리튼은 외아들이었고 좋아하는 부모의 상이 없었다.

30세가 되자 그들의 삶은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태리튼은 의과 대학에 진학했지만 하루에 위스키 병의 5분의 1을 마시는 일이 잦았다. 그는 알코올리즘 환자가 되었고 술을 끊으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해, 행복하다고 말했던 네 번째 결혼 생활을 망치고 말았다.

애덤스도 술을 많이 마셨으나 그는 술을 통제할 수 있었으므로 삶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는 왜 자신의 결혼 생활이 실패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직관력이 있었다. 그는 나의 정서적 미성숙 때문에, 그리고 나보다 더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버릇 때문에 결혼 생활에 실패했다.”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이혼 뒤에 그는 술을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네 번째 아내가 된 낸시를 만났다. 매우 유능하고 정서적으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성격을 가진 낸시는 남편에게 늘 같이 있어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애덤스를 따듯이 보살펴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낸시와 결혼한 지 32년이 지난 뒤 애덤스는 자신의 인생을 기쁜으로 바꾼것은 직장 생활이 아닌 결혼 생활이라고 썼다.

애덤스는 젊은 나이에 은퇴해 자전적인 단편 소설을 쓰며 인생 전반기에 겪은 고통을 어느 정도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80세때 애덤스는 낙천주의의 긍정적 영향을 믿지 않던 마렌 배털든에게 면담을 받았다. 그녀는 그의 낙천적인 주장에 어느정도 과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과장을 좀 하면 어떤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를 비교했을 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 가운데 낙천주의자가 3배나 더 많았다.

나는 쓸쓸한 아동기 환경을 경험하고 자란 사람이 언제나 쓸쓸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4장에서 보앗듯 따듯한 아동기 환경은 미래에 형성할 세상에 대한 신뢰와 우정 관계를 예견하는 예견력이 있다. 사실 결혼은 불행한 아동기를 메워주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50년 동안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을 연구한 심리학자 에미 베르너(Emmy Werner)는 이렇게 말했다.

[10] “곤란을 겪은 대다수 개인들에게서가장 두드러진 전환점은 돌봐주는 친구를 만나고 이해심 많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아동기의 상처가 우리의 삶을 언제나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일어난 좋은 일은 삶의 끝까지 좋은 영향을 준다. 상처를 치유하는 결혼화 성숙한 방어기제는 회복 탄력성과 외상 후 성장이 자라나는 옥토이다.

이는 하버드 집단과 이너시티 집단에게 똑같이 적용되었다. 정말 훌륭한 결혼은 두 명의 정신병자가 운이 좋아 서로에게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11] 연구 대상자 가운데 이처럼 운이 좋은 사람들은 다른 곳에 소개해놓았다.

 

에번 프로스트와 퍼트리셔 프로트스 : 관계의 한계에 부딪히다.

 

54명의 그랜트 연구 대상자가 그저 그런결혼 생활 속에서 결혼 50주년을 맞았다. 여기서 그저 그런결혼 생활이란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그렇다고 서로 각별하게 사랑하지도 않는 결혼 생활을 말한다.

이들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했으며, 객관적인 건강 상태도 더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결혼 생활 중이든 그렇지 않든, 속에 있는 말을 할 만한 가까운 인간관계를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에번 프로스트의 이야기를 통해 명확히 보게 될 가장 중요한 차이는 모든 사람이 결혼 생활을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프로스트는 가정에서는 따듯함을 느낄 수 없었다. 가족은 서로 사랑했지만 그런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프로스트는 그저 그런결혼 생활을 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의 결혼 생활을 서로에게 충실하고 다툼없이 오랜 세월 지속됐지만 서로가 따듯한 관계 속에서 살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감정을 숨겨서 아내가 힘들어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프로스트는 본디 그런 사람이었다.

프로스트는 건강 상 문제가 없었으나 감정을 숨겨서 생기는 건강상의 위험은 봉쇄되어 있었다. 에번 프로스트는 살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을 만한 사람을 발견하지도 못했고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프로스트가 47세 때 나는 그가 적응도 평가 연구에서 대상자 가운데 상위 3분의 1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그 뒤 10종 경기 평가에서 그는 상위 10분의 1에 속했다.

프로스트는 거듭해서 자신이 누구보다도 타인들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을 가졌다고 말했지만, 집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그는 서로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아서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과 내 마음속으로 아내가 들어오도록 허락하지 않아서 그녀가 느끼는 좌절감때문에 결혼 생활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프로스트는 부인처럼 상대방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프로스트는 통찰력이 매우 뛰어나서 자신에 대해서도 매우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의 결혼 생활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 하나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선택한 하버드 집단 연구를 통해서도 누가 가까운 인간관계를 즐기고 살 것인가는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아동기 환경이나 다른 것과 명확한 연관을 드러내지 않는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능력은 가까운 우정을 쌓는 능력과 유사하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음악적 재능 같아서 서서히 발전한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어느 정도 까지는 연습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에번 프로스트는 에릭슨의 친밀감 형성 과업을 어느 정도 완수했다. 그러나 다른 영역에서는 친밀한 관계를 이루려는 데 관심이 없었다. 프로스트는 가까운 인간관계를 반드시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삶을 즐겼다.

프로스트 같은 사람이 편안하고 생산적이고 지속된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프로스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의 결혼 생활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프로스트 부는 결혼 생활을 통해 자신들이 찾고자 했던 동반자 관계를 어느 정도 이루었다.

또 다른 문제 하나는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 서로에게 얼마나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가이다. 서로가 의존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면 상호의존은 사실 치유 효과가 있는 적응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완벽한 결혼 생활이 아니더라도 쓸쓸한 아동기 환경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80세 이후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따듯한 아동기 환경이나 성년기 초기에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졌던 것과는 상관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인생 초반에 좋은 환경에서 자라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누려야만 노년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가져올 수 있다. 에번 프로스트의 이야기는 상대방에게 의지하고 사는 것을 너무 부정하면 가까운 관계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우정과 결혼 관계에서의 상호의존은 세월이 가면서 더욱 깊어진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나이가 들면 자녀들이 성장하여 떠나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다.

둘째,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변화로 여성은 남성적으로 남성은 여성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 신체적 감성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

셋째, 노화에서 비롯된 신체적 장애를 통해 부부는 서로 의지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3. 좋은 결혼과 나쁜 결혼의 몇 가지 통계적 차이

 

<6-2>는 연구에서 사용한 변인들이 결혼 생활의 만족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여준다.

변인 (n = 159)*

행복한 결혼 :

n = 50

불행한 결혼을

견디며 지냄 : n = 48

결혼 생활을 하다

이혼함 : n = 61

A. 행복한 결환과 관계있는 변인

자상한 아버지

38%

(명확한 관련)

21%

16%

10종 경기 평가 점수 5점 이상

41%

(매우 명확한 관련)

7%

5%

성숙한 방어기제

42%

(매우 명확한 관련)

16%

11%

생산성 과업 수행

74%

(매우 명확한 관련)

46%

38%

B. 불행한 결혼이나 이혼과 관계 있는 변인

목적의식과 가치 결여

12%

11%

35%

(명확한 관련)

70세 때 사회적 원조 못받음

2%

47%

(매우 명확한 관련)

50%

(매우 명확한 관련)

결혼 생활 중 알코올리즘

4%

46%

(명확한 관련)

57%

(매우 명확한 관련)

심각한 우울증

2%

27%

(명확한 관련)

20%

30일 이상 진정제 복용

12%

38%

(매우 명확한 관련)

31%

(명확한 관련)

C. 예상 외로 관련성 없는 것으로 드러난 변인

부모의 안정적 결혼 생활

78%

54%

57%

부모의 불안정 결혼 생활

14%

19%

24%

종교에 깊이 빠짐

20%

20%

24%

쓸쓸한 아동기 환경

16%

38%

30%

부모의 종교가 가톨릭인 경우

14%

13%

10%

* <6-2>에 있는 전체 숫자가 242가 아니라 159인 이유는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을 한다고 대답한 73명과, 결혼을 전혀 하지 않은 7, 그리고 자료를 잃어버린 3명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4. 성적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그랜트 연구 자료에는 명백하게 빠진 것이 있다. 대상자들이 성인으로서 행하는 성적 행동에 관란 자료가 그것이다. 초기 연구자들은 대상자의 성적 태도가 주요 관심 분야였기 때문에 우리는 대상자들이 대학 2학년 때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그들이 받은 성교육은(혹은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은) 성에 대해 매우 억압적인 생각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구팀에서는 대상자들이 성인이 되어 성적으로 어떻게 적응했는가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곧 대상자들의 성생활에 대해 깊이 있게 묻는 설문지는 회수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며 얻은 정도는 간단하고 어느 정도는 형식적인 질문을 통해 알게된 정보들이다.

우리는 성에 대해 명백한 두려움을 가진 대상자들이 결혼 생활에서 부부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상자들보다 정신적 문제를 더 많이 갖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결혼 생활에서의 성적 적응은 상대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대상자들이 85세일 때 우리는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한 것이 언제인지 물었다. 3분의 262명이 응답했다. 30퍼센트는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한정된 자료에서 지속적인 성생활을 말해주는 예견 변인은 60세와 70세의 건강과 65세 이전의 삶에서 보여준 전반적 적응(그렇지만 65세 이후는 아님),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을 앓지 않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내가 성적 조기 불능을 방지해준다고 생각했던 조상의 장수, 방어기제 성숙도, 80세의 신체적 건강, 결혼 생활의 만조도 같은 변인은 80세의 성생활에 명확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이혼하는 사람들과 불행한 결혼을 견디는 사람들

 

35년 전 내가 이혼을 중요시했던 생각은 전반적으로 틀렸다. 이제 나는 이혼한 사람도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 형성 과업을 완수할 수 있고 매우 가까운 관계를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결국 한 사람이 자신의 부모, 형제, 자녀, 친구, 최소 한명의 동반자를 소중히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선택으로 이혼했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을 더 정확하게 예견해주는 변인이다.

[12] 어떤 종류이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혼을 더 많이 한다는 명확한 증거들이 있다.

그러나 이혼했다고 하여 정신병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결혼 생활이 지속적으로 불행할 때에는 이혼을 통해 새롭도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이혼 뒤 재혼한 사람들의 결혼 생활과,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결혼을 비교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가 될 수 있다.

두 집단은 적응 방법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불행하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한 이들은 과감히 이혼을 결심한 이들보다 삶의 다른 면에서도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이혼 뒤 행복한 재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견주어 방어기제로 유머 감각을 사용하는 비율이 낮았다. 정신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기분 전환용 약물을 스스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씩 때문이다. 또 이들은 불행한 아동기 환경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았고, 노년에 사회적 도움을 받고 사는 확률도 낮았다.

그러나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디며 사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는 배우자나 알코올리즘에 빠진 배우자를 저버리지 않는 충실성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불행한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평생 똑같은 생각으로 살지는 않았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 대상자 가운데 3명은 최소한 한 기간에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매우 행복하다고 보고했다. 이 경우에는 희망이 어느정도 살아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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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75년 동안 이어진 그랜트 연구는 결혼, 친밀감 형성, 정신 건강에 관해 어떤 사실을 가르쳐줄까?

첫째, “오랫동안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르웰린 하울랜드의 생각이 결국 옳다는 것이다. 성숙한 방어기제와 최적의 적응 기술이 발달하기 위해 받드시 있어야 하는 사랑과 사회적 지능의 발전적인 합성 과정이다.

둘째, 그랜트 연구에서는 결혼 생활이 불행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심으로써 결혼 생활이 불행해진다는 것을 규명했다. 자신이 술에 대한 자제력을 잃은 것을 실패한 결혼 탓으로 돌리고자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는 70세 이후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비율이 왜 증가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냈다.

[13] 나이가 들어가며, 그리고 결혼 햇수가 증가하며 이혼율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일반인 연구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유는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나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제거한 것이 그 중 하나이다. 또 나이가 들어가며 상대방에 대한 헌신도가 높아져 무언가를 바꾸려 하지 않는 성향이 강해지고, 공동 소유 재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연구 자료들을 보면 결혼 생활의 행복도는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4] 이처럼 결혼 생활 만족도가 증가한 데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나쁜 일 보다는 좋을 일을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로라 카스텐센의 사회감성적 선택이론과 분명히 관계 있다.

또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며 상호 의존적 관계를 더 잘 견디게 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에서는 초기의 결혼도 노년에는 더 좋아진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알아냈다. 이러한 결과는 단기간 제한된 주제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얻기 힘든 결과였을 것이다. 70세 이후의 대상자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결혼에 관해 가졌던 생각을 바꾸게 해준 존 애덤스 같은 사람의 삶을 통해 사람은 평생 동안 변화를 멈추지 않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한 면담자는 언젠가 마가렛 미드에게 결혼에 세 번 실패한 까닭이 무엇인지 물었다. 미드는 대답했다.

[15] “무슨 말씀인지요? 나는 내 삶의 발달 국면에 따라 세 번이나 성공적인 결혼을 했답니다.”

 

행복의 비밀_5장

CHAPTER 5_무엇이 성숙한 인생을 좌우할까

 

 

(Epigraph) 서른 살이 되면 인간의 성격이 석고처럼 단단히 굳어 다시는 바뀌지 않는 것은 인류에게 축복이다. – 윌리엄 제임스

 

1967년 서른 세 살의 내가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을 처음 면담했을 때 그들은 사십대 막바지에 있었다. 나는 언제나 윌리엄 제임스를 존경했고, 사십대 말에 접어든 대상자들을 보며 사람의 성격이 30세까지 굳어진다고 했던 제임스의 주장이 한동안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상자들을 관찰하면서 최소한 이 주장만큼은 잘못된 이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발달 심리학의 교과서들을 보면 20세 또는 늦어도 30세에 성장이 멈춘다고 제시하고 있다. 주요한 영향을 미친 한 저작은 2010년에 이런 주장을 폈다.

[1] “대상자 스스로 내린 평가나 배우자가 내린 평가를 통해 보면 개인의 성격은 30세 이후나 또는 20세에서 90세 사이에는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가.”

지난 75년 동안 연구원들은 인간 발달 전 과정을 규명하고자 적어도 6개의 모델을 근거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첫 번째 모델은 에릭슨이 프로이트의 업적으로 평가한 사랑과 일(Lieben und arbeiten) 모델이다.

[2] 이 모델에 따르면 성숙은 사랑과 일에 대한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3] 메닝거 임상연구소의 뛰어난 연구 심리학자 레스터 루보르스키(Laster Luborsky)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이 연구소의 30년 넘는 심리치료연구 프로젝트(Psychotherapy Research Project)에서 사용한 발달 모델로 발전시켰다.

[4] 프로이트의 이론을 약간 변형한 그의 발달 측정 등급은 결국 DSM-IV에서 미국정신의학회가 정한 정신 건강의 엑시스 V(Axis V)에 올랐다.

[5] 나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을 처음 면담할 때 이 기준을 갖고 그들의 성숙도를 평가했으며, 그 결과는 10종 경기 점수 평가와 성인적응평가에 남아있다. (부록 D 참조)

그러나 사랑과 일 모델은 발달의 전 과정을 포함하는 모델로는 문제가 있었다. 성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발달을 뜻한다. 그러나 일과 사랑에서 성공을 이루는 시기는 상황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했고,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일반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심화 deepening”과정은 없었다. 이 모델은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34세에 나는 성숙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복잡한지 막 깨닫는 중이었다. 내가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과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아갈수록 에릭 에릭슨이 말하는 인간의 심리발달모델이 옳다는 생각도 점점 더 커졌다. 에릭슨의 모델은 다음과 같다.

[6] 이론적으로 인간의 성격은 성장하는 주체가 가고자 하고, 알고자 하고, 넓은 사회 반경과 교류하고자 하는 의지 안에서 예정된 단계에 따라 발달한다.

내가 그랜트 연구에 몸담은 처음 10년 동안 연구팀은 이 모델에 관해 연구를 거듭했다.

[7] 이 장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려 한다.

에릭슨이 말한 성숙은 차이를 인내하는 능력과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사랑과 일에서 성공하는 것이 성숙이라는 프로이트의 이론과는 달리 에릭슨이 말한 발달 과업의 서위는 상대적으로 주변의 상황과는 별 관계없이 이룰 수 있다. 에릭슨이 말한 발달 과업 성취는 예견된 방법으로 발현되고 계속된다.

[8] 바로 이 점 때문에 에릭슨의 모델과 뒤이어 발표된 성인의 성장 과정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설명해주는 것이다.

세 번째 성숙 모델은 사회적 지능과 감성적 지능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모델은 인간이 가진 비자발적 방어기제가, 시간이 흐르며 보람 있는 인간관계를 이끌어내게 하는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탈자기화 과정을 거치며 발달하는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힌두교 문화권에서 숭앙하는 네 번째 성숙 모델에서는 노인은 늙으면 숲속으로 들어가 수행하고 자신의 영적 삶에 대해 명상하며 세속적인 문제는 후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모델은 최근에 뇌 영상 촬영법과 신경학이 발달하면서 더욱 매력적인 모델이 되었다.

[9] 과거에는 영적 세계와 관련 있다고 생각되었던 경외, 희망, 연민, 사랑, 믿음, 감사, 기쁨, 용서 같은 감정이 신경해부학과 진화론의 맥락을 거치며 추상적인 감정이 아닌 생물학적 실체가 된 것이다.

[10] 성숙에 관한 다섯 번째 모델은 폴 야코블레프(Paul Yakovlev)와 프랜신 베네시(Francine Benes) 같은 발달 신경해부학자들이 받아들인 이론이다.

이 이론은 성숙을 사회 감성적 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발달 과정에서 16세까지도 멈추지 않고 일어나는 뇌의 발달에 따른 감성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신경해부학자들은 20세와 60세 사이에 뇌의 수초와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초(Myelin)는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 신호가 누출되거나 흩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물질로 이것이 분비되면서 뇌의 전기적 전달 기능이 증가한다.) 이 발달로 일어나는 그물 효과(net effect)는 인지 능력과 열정이 점점 더 증가하며 조화롭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현재 그랜트 연구의 책임 연구원인 로버트 웰딩거는 이 발달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성숙에 관한 여섯 번째 모델이자 가장 최근에 등장한 모델은 지혜의 발달을 성인 발달이 최고 정점에 이른 단계이며 발달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11] 플로리다 대학의 사회학자 모니카 아델트(Monika Ardelt)는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의 생애 연구 자료들을 이용해 인간의 본성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신비하고 운명적인 특징을 실험 연구했다. 잠시 이것을 설명하겠다.

 

이 장에서는 에릭슨이 성인 발달에 관해 말한 개념과 그랜트 연구의 결과로 인해 변화된 성숙 모델을 중심으로 다루겠다.

 

 

1. ‘통합으로 나아가는 에릭슨의 성장 모델

 

프로이트는 다른 많은 심리학자처럼 인간이 성인이 되어서도 발달한다는 사실 자체를 철저히 부정했다. 그러나 에릭슨은 인간이 전 생애에 걸쳐 전진하고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의 발달을 일련의단계적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12] 여성 발달에 관해 연구한 학자 캐롤 길리건(Carol Gilligan)은 이 발달 과정을 더 도발적인 이미지로 제시했다.

길리건은 인간의 발달 과정을 계단이 아닌 잔잔한 연못에 돌은 던졌을 때 일어나는 파문에 비유했다. 그녀의 비유는 에릭슨의 비유만큼이나 생생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라는 목적성이 에릭슨의 이론보다 떨어지며, 성인 발달이 사회적 범위와 도덕적 한계를 계속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본 에릭슨의 발달 모델을 억지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에릭슨의 발달 단계에 직업적 안정과 후견이라는 단계를 추가했다.

[13] 에릭슨은 자신의 발달 모델을 잘 알려진 저서 <아동기와 사회 Childhood and society>에서 소개했다. 그의 설명은 뛰어났지만 에릭슨이 말한 단계는 성년기를 설명한 다른 이론들처럼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했다.

[14] 21세기가 되어서야 처음부터 끝까지 전향적으로 관찰한 성인의 삶과 생애에 대한 자료를 통해 인간의 발달 과정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15] 성인 발달에 관한 생체 내 연구는 잭 블록(Jack Block), 글렌 엘더(Glen Elder), 로버트 와이트(Robert White), 그리고 찰스 맥아더와 내가 각기 다른 연구를 통해 중년에 이른 성인의 전향적 연구 자료들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성인 발달에서 단계는 은유적 표현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두어야겠다. 단계라는 개념은 에릭슨과 다른 학자들이 사용했기 때문에 매우 대중적인 개념이 되었지만 이 말이 성인발달에 관한 정확한 묘사가 아니다. 발달은 단계적으로 깔끔하게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다.

에릭슨의 모델을 소개하기 전 설명할 것이 있다.

[16] 발달과업이 단계보다 더 유용한 개념이라는 점과 함꼐, 내가 소위 성인 발달 단계를 평가할 때 심리사회적 성숙에 따른 특정한 과업 수행을 했는지 추적함으로써 평가했다는 점이다.

 

정체성 (Identity)

에릭슨은 성인으로 발달하는 첫 단계를 정체성 대 역할 분화(Identity vs. Role Diffusion)라고 했다. 나는 연구 목적을 위해 에릭슨이 쓴 용어를 정체성 대 정체성 혼미(Identity ve. Identity Diffusion)로 바꾸고,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은 부모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정체성 성취를 정의하기 위해 내가 사용한 과업은 원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살아가며 자립하는 것이다.

정체성은 자기중심적 사고와는 다르다. 그리고 단순히 집에서 떠나 운전면허를 따고 결혼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정체성은 단순히 과거를 부정한다고 이룰 수 있는게 아니다.

몇몇 연구 대상자들은 가족과 그들을 형성했던 다른 사회제도로부터 자신을 분리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러한 대상자들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분리와

 

친밀감(Intimacy)

에릭슨은 두 번째 단계를 친밀감 대 고립(Intimacy vs. Isolation)이라고 했다. 나는 특정한 친밀감 형성 과업을 타인과 정서적으로 결합하고, 상호 의존적이고 헌신적인 관계를 10년 이상 유지하며 사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개인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도 친밀감 형성 과업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사람마다 친밀감 형성 과업을 이루는 시기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친밀감 형성에 대해 내가 내린 몇 가지 기준을 이야기하겠다. 진정으로 친밀감 형성 과업을 이루었는지 측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예컨대 10년 동안의 결혼 생황은 친밀감 형성에 근접했다고 말할만한 합리적인 판단 근거이지만, 결혼 생활 자체를 유지하고 있다 하여 친밀감을 형성했다고 할 수는 없다.

 

직업 안정(Career consolidation)

가족과 가족을 넘어선 인간관계에서는 정체성 확립 과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었지만 직업에서는 정체성 확립에 실패한 몇몇 대상자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관찰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체성 확립의 다른 측면과 분리하여 독립적인 성장 과업으로 직업 안정 대 역할 분화(Career Consolidation vs Role Diffusion) 단계를 만들었다.

[17] 다른 곳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에릭슨은 정체성 확립과 직업 정체성의 확립의 완성을 하나로 보았다.

나는 직업 안정 과업을 완수했다는 것을 직업에 대한 헌신, 직업적 보상, 직업에 대한 만족도, 직업 능력으로 정의했다.

직업 안정 과업을 완수한 사람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이 직업 능력을 성취하는 방법을 사회가 강제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예를 들어 터먼 여성 집단은 1910년 무렵에 충실했다. 이들은 자신의 어머니가 선거권을 얻기 전에 중학생이었다. 이 여성들은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직업 선택의 범위가 매우 좁았다. 그래서 나는 터먼 여성 집단 가운데 누군가 자신의 일에 헌신하고 능력 있고 만족했다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과업을 완수했다고 평가했다.

 

생산성(Generativity)

에릭슨의 세 번째 단계는 생산성 대 침체성(Generativity vs. Stagnation)으로, 나는 이것은 다음 세대가 독립하도록 인도하고 육성하는 능력과 바람으로 정의한다. 생산성 과업 단계의 완성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어리지만 자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은 성장한 타인의 성장과 행복에 대해 지속적인 책임감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이것은 지역 사회를 바람직하게 개선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내 생각에는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고 그림을 그리고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

 

후견(Guardianship)

여기서 나는 에릭슨의 성장 모델 과정을 두 번째로 수정하여 생산성이나 통합과 구별되는 측면을 분리해 독립적인 성장 과업을 만들었다. 이전의 저술에서는 의미의 수호자 대 완고함(Keeper of the meaning vs. Rigidity)라고 했으나 여기에서는 후견 대 축적(Guardianship vs. Hoarding)이라고 하겠다.(11장 참조)

후견인은 관리인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특정한 개인을 넘어 문화권 전체에 제공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가치와 부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다.

에릭슨은 그의 저서에서는 생산성을 특정 짓는 돌봄과 후견(그는 이를 통합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을 특징짓는 지혜를 구분하지 못했다. 생산성은 한 개인이 돌보려고 선택한 대상자들과 관련이 있다. 또한 생산성은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개인을 뛰어넘는 세계관을 갖게 한다. 지혜 없이 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가능해도 돌봄 없이 지혜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사실 성인 발달에서 타인을 돌보는 능력은 지혜를 얻기 전에 생긴다.

후견인의 임무는 과거, 현재, 미래에 존재하는 서로 충돌하는 넓은 실체를 존중하고, 돌봄과 정의를 함께 어우르는 진정한 지혜를 알아내는 것이다.

 

통합(Integrity)

에릭슨은 자신의 모델에서 발달의 마지막 단계를 통합 대 절망(Integrity vs. Despair)이라고 했다. 통합은 필연적인 죽음에 직면하여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모순을 받아들여야하는 어려운 과업이다.

통합은 에릭슨이 말한 다른 발달 과업과도 차이가 있다. , 통합의 문제는 노년기 말에 가장 흔한 문제이긴 해도, 인생에서 어느 특정한 시기와 관련된 문제라고 하지는 못한다. 통합의 문제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찾아올지 모르는 병이나 불행으로 맞닥뜨리는 죽음에 대한 발달 반응이다.

 

조지 밴크로프트: 성인의 성숙 단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다.

[18] 1971년 들어 내가 처음 노력을 기울인 것은 성인 발달에 관한 비밀을 풀고자 하면서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과 생산성 단계에 집중한 것이다.

당시 내가 성인 발달 사례로 가장 좋아했던 것은 50세의 조지 밴크로프트였다.

50세가 된 밴크로프트는 우리가 이미 살펴보았듯이 생산성 과업을 완수한 전형적인 노교수가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며 작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학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자신과 함께 일하던 젊은 교수진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교생 모두를 돌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것이 책임감으로 느끼는 또 다른 의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70세에 은퇴했다. 한때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가, 학교 전체를 위해 공헌하는 일로 관심을 돌렸던 밴크로프트는 다시 관심을 역사로 돌려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관심사는 영역을 더 확장해서 바로 그 역할을 하기 시작했는데, 내 생각에 이것은 노인들이 생존하기 위해 진화 과정에서 선택한 것이었다.

밴크로프트는 언제나 특별한 방법으로 성인의 발달 단계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2010년 그의 나이 88세일 때 나는 그에게 약 40년 전에 했던 똑같은 질문과 함께 그거 어떻게 성장했는지 물었다. 그는 당신은 자신에 관하여 더 잘 알게 되고, 홀로 사는 법에 대해서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죽음을 두려움 없이 맞을 수 있게 되죠. ‘나이가 들면 여자와 의사에 대해 알게 된다는 옛말이 있듯이요. …” 이 말은 에릭슨이 말한 마지막 통합 과업을 잘 보여주는 말이었다.

대부분의 미국 사춘기 아이들처럼 그에게도 운전면허를 따는 건 성인이 되는 첫 번째 주요 관문이자, 정체성 확립의 일부이자, 부모의 집을 벗어난 세계였던 것이다. 그러나 7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그에게 정체성 확립 과업은 그토록 소중한 운전면허증을 포기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욥기에 나오는 주께서 주시고 주께서 거두시니 주의 이름 송축하리라는 기도를 차분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으로 변했다.

 

찰스 보트라이트: 가장 지혜롭게 성장한 연구 대상자

[19] 2009년 내가 75세가 되었을 때, 모니카 아델트는 찰스 보트라이트가 지혜를 측정하는 검사에서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그의 삶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처음으로 그의 인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보트라이트의 10종 경기 평가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이었다. 그보다 높은 점수의 사람은 3퍼센트 뿐 이었다.

연구 초기시절, 보트라이트의 자료는 따분하기만 했다. 그는 직업에 대한 헌신도가 낮고, 그 외 인생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증거는 많았다. 이혼했고, 딸과 소원하게 지냈으며, 아들은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다고 썼다.

보트라이트의 20세부터 50세까지의 설문내용을 1974년에 읽으면서 보트라이트가 상투적인 말은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른 나이에 자신을 사심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아직 확립되지 않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려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요구를 부인한 채 그것을 타인의 요구로 투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대상자가 은퇴한 뒤 면담을 진행한 통찰력 있는 내과 전문의 마렌 배털든 박사는 여러 해가 흐른 뒤 비슷한 평가를 했다. 그러나 배털든은 생각을 바꾸었다. 배털든은 79세의 보트라이트와 면담한 음성 기록에 이렇게 녹음했다. “모순된 모습이라고 느껴진다… ” 그러나 그녀는 보고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녀는 사실, 보트라이트를 만난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나는 그가 배움에 굶주렸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배움에 대한 그의 관심이 분명히 그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고루한 직장생활에서 점점 불만을 쌓아가다가 15년 뒤 부채를 뛰어넘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의 리듬 속으로 들어갔다. 직업 안정 과업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생산성 과업 완수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년이 지나 아델트의 소견을 본 뒤 보트라이트의 기록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갑작스럽게 성숙한 사람은 보트라이트가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나는 희망과 긍정이 가볍게 무시된 감정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20] 그리고 전형적인 낙천주의자의 모습을 비웃는 것은 쉬울지라도 낙천주의자가 가진 지혜는 비웃을 게 아니다.

나는 적응방법을 연구하던 시절에 투사가 때로는 이타주의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은 언제 일어날까? 이런 질문을 명확히 알아내는 데도 일생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찰스 보트라이트의 삶에 이런 질문을 하기 까지 일생이 걸렸다.

그의 삶은 그랜트 연구가 만든 성숙의 여섯 가지 모델 가운데 다섯 가지를 보여준다. , 일과 사랑에 대한 능력을 키우고, 사회적 범위를 확장시키고, 성숙한 방어 기제를 발전시키고, 물질만큼이나 영성에 관심을 갖고, 지혜를 키워나간 모델을 보여준다.

 

보트라이트는 뉴잉글랜드의 저명한 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관계를 유지했으며, 친척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그의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는 중에도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둘 사이는 가까웠다.

그랜트 연구 초기 보트라이트는 잘 적응하는 대상자처럼 보였다. 그의 아버지는 보트라이트가 사춘기 시절 심각한 정신병을 앓았다고 했지만, 그의 아동기 환경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 대하여 낙천적인 아이라고 표현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낙천주의자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 결과는 마틴 셀리그먼의 연구 결과가 정확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21] 다시 말해 낙관주의는 저주가 아닌 무한한 축복이다.

보트라이트가 35세를 지나는 전후 15년 동안 그의 아버지는 조울증으로 고생했고 매우 까다롭고 때로는 잔인한 만큼 불만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보트라이트의 결혼 생활도 비슷했다. 그는 22세에 결혼해 3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다. 그는 오십대 초반까지 결혼 생활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그는 이혼했고 나는 다시 한 번 그를 낙천주의자이자 부인의 달인으로 일축했다.

30년 뒤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힘겹게 이혼할 때에도 그는 아내를 원망하기보다는 이해하려 했다.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 해도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보트라이트는 용서가 복수보다 바람직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보트라이트는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며 아버지에게 감사하고 아버지가 병상에 있는 동안 간호했다.

감사 그리고 승화라는 성숙한 적응의 대처 방법은 보트라이트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보트라이트는 진실로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보트라이트는 56세에 세 아들은 둔 과부와 결혼했다. 그는 양아들들에게 매우 헌신적이었다. 보트라이트는 79세때 배털든에게, 그들 부부가 능력 이상으로 기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국토 보존을 위한 자선 단체로 갔는데, 이는 그가 과거를 보존하려는 심리를 가졌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는 미래도 생각했다. 시 회계감사원 및 시청 전산화 작업을 돕는 봉사도 했다.

그는 83에도 일주일에 28시간이나 일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창조적인 활동이 사람들이 어떤 문제의 모든 면을 보도록 영감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 이 말은 그가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89세의 그는 여전히 하루에 2시간 운동했다. 그는 자원 봉사를 일주일에 3시간으로 줄이고 대신 손자들과 놀아주고 외롭게 죽어가는 친구들을 만나며 지냈다. 통합 과업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과업은 아니다. 그러나 통합 과업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죽음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감각을 유지시켜준다. 90세가 된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22]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과 스탠포드 대학교에 있는 그녀의 동료들은 인생의 말년에는 감정이 생각을 대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트라이트는 배털든에게 말했다. “나이가 들면 이해심이 많아집니다. … 나 같은 늙은 사람에게는 하루 동안 무엇을 이루었느냐 보다는 하루를 어떤 느낌으로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지요.”

보트라이트는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일해야 할지를 알았다. 그는 승화라는 성숙한 적응 방법을 알고 태어난 사람이었으며, 나이 들면서 더 뚜렷하게 세속적 성공보다는 여엉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보트라이트의 이야기는 나 자신과 연구 대상자들이 거친 성인 발달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그들이 중년에 의식하는 우울증을 젊은 시절보다 더 잘 참아냈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과 타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어려운 일을 더 잘 견디게 되었음을 뜻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일어났을까? 내가 40세 때는 성숙한 방어 기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23] 그러나 한때 그랜트 연구에 참여했던 워싱턴 대학의 발달학자 제인 뢰빙거로부터 서로 다른 감정을 자각할 능력이 자아가 발달하는 또 다른 징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달한 뇌 과학은 또 다른 것을 알려준다.

[24] 정서가(emotional valence)를 의식 속으로 끌어들이는 생물학적 능력이 나이가 듦에 따라 뇌의 경로들이 더 효율적으로 격리되면서(수초화 과정이 더 잘 이루어지면서) 성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감정을 주관하는 대뇌피질 아래 부위와 계획성을 주관하는 전두 피질 사이의 통합이 잘 이루어지면서 우리에게 성숙 과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25] 지난 30년 동안 사람은 50세에서 80세 사이에 우울함을 덜 느낀다는 이론이 발전했다.

선택적 감소(selective attrition)는 아마 우울함을 느끼는 감정이 왜 감소하는지 설명해줄지 모른다.

[26] 그러나 이 또한 일부는 로라 카스텐슨이 노인들은 불쾌한 감정보다 즐거운 감정을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뜻으로 말한 사회감성적 선택이론(socioetional selectivity)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의 삶을 통해 이 이론이 옳음을 알 수 있었다.

 

피터 펜: 성숙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

 

그렇다면 에릭슨이 말한 일생의 과업을 성취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피터 펜은 약 4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다. 그리고 종신재직권을 가진 영문과 교수였으며, 영문학에 관한 책도 몇 권 썼다. 그렇지만 그는 성인의 세상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발달과업에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슬프다.

그의 아동기는 매우 쓸쓸했다. 어머니는 늘 초조했고 아버지는 자녀들과 거리를 두었다. 사춘기가 시작되자 그는 정서적 성장을 멈추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는 지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종교와 역사에 깊이 빠져 수재들이 공부하는 미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그는 정체성이 부족하고 심지어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못하는 학생처럼 보였다. 그는 부모와의 관계를 묘사하지 못했다. 또한 자신에 대해 묘사해보라는 질문에 관련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피터 펜에게는 사춘기 청소년들이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의 품을 떠나게 만드는 삶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

35세때 그는 박사 논문을 끝마치지 못한 채 전문대학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고, 졸업 25주년 기념 동창회가 있을 때까지 연구팀이 보낸 설문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펜이 47세가 되어 연구팀에 다시 설문지를 보내왔을 때 연구팀에서는 그가 37세 때에야 결국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과, 같은 해 첫 경험을 하지 못한 채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펜은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했지만 연구팀에서는 그가 친밀감 형성 과업을 완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내에 대해 마치 오랫동안 같이 살던 어머니와 결혼한 것처럼 말했다.

그의 직장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그가 다니던 직장이 종신재직권이 보장된 안정된직장이었다는 게 전부했다.

펜은 63세 때 일찍 퇴직했다. 그가 가장 자주 꿈꾼 것은 자신도 언젠가는 중요한 일을 하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피터 펜 교수는 81세 때 암으로 죽었다. 그는 언제나 열심히 일했고 말 잘듣는 보이스카우트 대원이나 군인처럼 자신이 받은 선행장의 명예를 더럽힐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인생의 전성기는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이후 그는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찾지 못했다. 펜은 성장을 멈춘 사람이었다. 내가 펜의 슬픈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연민의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공적인 발달 과정을 이루지 못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오랫동안 나는 피터 펜의 삶에 관해 여기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20124월 출판사에 넘길 이 책의 원고를 준비할 때 펜이 아내에게 여러 편의 시를 써주었다는 사실과 그의 아내가 남편이 사망한 뒤 그 시들을 책으로 출판하도록 허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쓴 시들은 사랑스러웠지만 불굴의 정신을 가진 16세 소년이 쓴 것 같았다. 시 속에서는 그들 관계를 말해주는 구절은 하나도 없고, 오직 그의 생각과 소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사랑이 찾아올 거라는 억누르지 못하는 바람만 엿보였다. 찰스 보트라이트는 자신을 가둔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굽히지 않고 소망했지만, 피터 펜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끝없는 속박을 견디기 위해 소망했다.

 

빌 디마지오: 출신을 극복하고 리더가 되다.

 

피터 펜과는 대조적인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 가운데 하나인 빌 디마지오의 인생을 들여다보자.

그는 하층민 가정 출신이다. 노동자인 아버지는 다마지오가 십대일 때부터 장애가 있었고 어머니는 16세때 사망했다. 웩슬러벨르뷔 지능검사는 82였고, 스탠포드 지능검사 중 언어적 사고 지능은 71이었던 빌은 가까스로 고교 1학년 과정을 마쳤다.

그런데도 50세 때 빌 다마지오는 매력있고 책임감 있고 헌신적인 남자가 되어있었다. 그는 키가 작고 복부 비만이 심했지만 젊은 사람들이 가진 활력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그는 가정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졌다. 막내아들이 여자 친구와 함께 살려고 집에 왔을 때에도 아들의 생각을 인정해주었다. 생산성 과업 완수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희망이다. 그렇지만 희망은 한 사람의 마음이 발달의 개념을 아우를 때에만 품을 수 있다. 단순한 돌봄과 놓아주는 것 사이에 생산적인 균형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그 사람 스스로 많이 성숙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다마지오는 이탈리아의 아이들에 속해있었다. 그는 이탈리아 아이들을 통해 지역 사회를 위한 자원봉사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클럽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다마지오와 그의 아내는 선거 운동에도 참여했으며, 자선단체 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다. 한때 낮은 사회 계층에 속했고 지능도 뒤떨어졌던 학생이 리더들의 리더로 성숙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후견인이 된 것이다.

하버드 졸업장이 있거나 지능이 높아야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직업적 성공과 가족에 대한 헌신이 꼭 충돌하는 것도 아니다. 슬프게도 다마지오는 심장마비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2. 성숙하지 못한 삶은 고통스럽다.

 

[27] 1980년에 내가 45세였을 때 나는 주제넘은 생각으로 인간이 성숙해야 한다는 것은 도덕적 명령이 아니라고 쓴 바 있다.

당시 내가 그랜트 연구를 위해 가졌던 좌우명은 인생은 여행이지 도보 경주가 아니라는 것과, 나비가 애벌레보다 우월하거나 건강하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애벌레로 머무는 시기는 짧다. 사회심리적 성숙은 도덕적 명령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사회심리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의 삶은 고통스럽다.

사실 생산성 과업을 완수한 대상자들은 직업 안정성을 완수하지 못한 대상자들보다 8년 더 길었다. 생산성 단계를 완수한 대상자들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대상자들보다 85세 때 행복하게 사는 비율이 3배나 높았다. 성인 발달은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단순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건강한 성장의 일부다.

어떤 사람은 발달을 늦게 시작한다. 대개는 이것이 그들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아 그들의 수명을 늘렸고, 노년에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늦게 발달하더라도 발달을 이루지 않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사랑을 찾는 법을 배우면,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성년기 초기에 누리고 산 많은 것들을 노년이 되어 누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기다리는 세월 동안 외롭고 비참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인간 발달에는 한계점이 없다 해도, 특정 기회는 적절한 시기가 지나면 영영 오지 않는다.

 

앨저넌 영: 자신을 틀 안에 가두다

 

성숙은 나이 들면서 저절로 생겨나는 부산물이 아니다. 그래서 궤도를 벗어나는 일이 생긴다.

심각한 우울증, 알코올리즘, 그리고 알츠하이머 병이 사람을 어린아이처럼 만드는 가장 흔한 주범이다. 그러나 다른 원인도 있다. 사고나 병, 사회적 고난 없이 자라려면 일정한 정도의 행운이 필요하다.

엘저넌 영의 삶은 발달과정이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는지와 발달하지 못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또렷이 일깨워주는 경고와 같은 이야기이다. 영의 이야기는 연구 사례들 가운데 올리버 홈즈가 부자였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좋은 예이다.

그의 지능은 그랜트 연구의 다른 대상자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다. 그도 피터 펜처럼 대학 평가원이 평가한 심리적 건강 상태에서 A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클라크 히스만은 그를 미성숙 상태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남기지 않았다.

그는 타인과 사귀는 것이 매우 어렵고 두렵다고 생각했다. 직장과 가족이라는 좁디 좁은 영역을 벗어나면(때로는 그 안에서도) 정서의 분리(isolation of affect),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 전이(displacement) 같은 집착하는 방어 기제를 갖고 있었다. 영의 사회생활은 통근하는 길에 알게 된 사람에게 차 안에서 인사를 건네는 것이 전부였다.

영은 대학시절에 자동차공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낮은 급료를 받는 일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면담원은 그와의 대화 속에서 그가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거나 맡은 일에 헌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영은 함께 일하는 동료와 어떤 유대감도 없었다.

영은 아주 오랫동안 어떤 봉사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너무 오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따라 수동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자기가 능동적으로 무엇을 찾아 삶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불안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이런 생활방식 때문에 그는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그는 자기생각에서 벗어나 생산성 과업 단계로 발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사춘기 시절 그렇게도 발전 가능한 환경에서 살았던 영이 사춘기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발달을 이루지 못한 것일까? 그의 인생에 일어난 두 가지 충격적인 사전 때문인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영이 11세 때 그의 어머니가 심한 불안 장애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건이다. 그녀는 가끔 자제력을 잃었기 때문에 앨저넌은 충격을 받아 신의 존재를 더 이상 믿지 않았다. 두 번째는 대학 생활 중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서 직장에서 무거운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앨저넌 영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신뢰를 잃은 듯 했다. 그는 하버드를 중퇴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했다. 그리고 다시는 대학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영이 대학 시절 받았던 긍정적 평가는 연구원들이 영이 다시 대학에 복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40년간 이루어진 후속 연구에서도 영에게 우울증 장애가 있다거나 알코올을 남용한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는 단시 사람들을 피했으며 자신을 합리적인 예언이 가능한 환경 속에 가두어두었다. 그는 부모를 더 이상 믿지 못했다. 그렇지만 신뢰할 만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해서 부모 곁을 떠날 준비가 되지도 않았다.

새로운 역할을 떠맡을 수 있도록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한 사람의 마음속에 생긴 변화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도 우리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힘이다. 그러나 성숙으로 가는 변화는 우리 안에서 일어난다. 성숙은 내재화(internalization)와 동일화(indentification)과정을 통해 맺는 열매이지, 누구에게 배워서 또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성숙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타인의 존재를 우리 안으로 끌어들인 뒤, 마음속에서 조직적 방법으로 흡수할 때에만 얻을 수 있다.

그 뒤 영의 삶에 어느 정도 발전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죽을 때는 친밀감 형성과 직업 안정 과업을 일부 완수하는 삶을 살기도 했다. 51세에는 부모가 다니던 교회에 나가면서 삶에 두 번째 전성기가 찾아왔다. 그는 66세로 사망할 때까지 두 번째 결혼 관계를 유지했지만 그것은 부부가 둘 다 교회에 다녔기 때문이었다. 직장 생활에 만족하고 손자가 많은 연구 대상자들은 다니던 교회에 더 이상 나가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28] 그러나 노년에 인간관계가 필요했던 대상자들은 종교 단체에서 그러한 인간관계를 찾았다.

돌아보면 영은 위기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기도 했지만 자신의 부모가 다시 한 번 정체성 형성의 근원이 되도록 받아들이면서 이와 함께 자신의 단절된 성장을 조금씩 시작한 것 같다. 그러나 소심한 앨저넌 영에게는 그러한 희망도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3. 성숙은 지혜를 부른다

 

우리는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차원인지,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깊이 우리의 실체적 모습을 결정하는지 배운다. 상대성과 인생의 복잡성을 더 깊이 이해하면서, 절대적인 것을 믿으려는 미성숙한 욕구는 타인을 신뢰하는 성숙한 능력으로 바뀌고, 종교적인 이상은 영적 공감에 자리를 내준다.

[29] 세인트루이스 주의 워싱턴 대학 교수 제인 뢰빙거와 베를린에 있는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폴 발테스처럼 인간이 노년에도 성장한다는 이론을 주장한 학자들은 앞의 성직자가 한 말과 매우 비슷한 견해(신념, 도덕, 권위를 절대적으로 확신하지 않고 상대성과 관련성은 옹호함)를 보여준다.

[30] 뢰빙거는 성인 발달의 가장 성숙한 단계(그녀가 6단계 혹은 통합이라고 말하는)가 모호성을 포용하는 관대함, 내적 갈등에 대한 조정, 그리고 상호 의존성을 존중하며 다른 사람의 개별성을 소중히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았다.

[31] 또한 발테스는 성인 발달의 가장 성숙한 단계가 모든 판단은 주어진 문화나 개인적 가치 체계의 기능이나 문화와 개인의 가치 체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자각이라고 이해한다.

[32] 찰스 보트라이트를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해 나의 관심을 끌었던 동료 사회학자 모니카 아델트는 발테스의 견해를 조작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연구 인생으 바쳤다.

[33] 아델트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이 1972년과 2000년에 받았던 성격 검사 결과를 검토한 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도 가장 본질적인 요인 세 가지를 도출했다.

[34] 이 세 요소는 일시적인 현상의 깊은 의미(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를 이해하는 인지 능력, 다양한 관점에서 사려 깊게 생각하는 능력, 타인의 행복을 깊이 걱정하는 정서적 능력을 말한다.

이 기준으로 판단할 때 지혜로움이란 방어 기제의 성숙과 중년의 정신건강, 가까운 교우 관계, 그리고 노년기 삶에 대한 적응도와 관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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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자면, 성공적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쇠퇴를 초월하는 것이다. 통합 과업은 죽음을 맞이하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인간이 가진 고상함을 잃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인생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동시에 현실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통합에 대한 간결한 정의이다.

 

행복의 비밀_4장

CHAPTER 4_어린 시절의 행복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Epigraph)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그대로 인해 기쁨이 흐리지 않는가! 잡을 수 없던 그대를 우리는 잊지 않고 있었네. – 윌리엄 워즈워드

 

사람은 어린 시절에 만난 타인과의 경험과, 그들로 인해 구체적으로 겪은 일들을 의식하지 못한 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과거가 품고 있는 한 단면이다.

소설자 조지프 콘래드는 이 점에 대해 이렇게 탄식했다.

[1] “어린 시절 바라고, 사랑하고, 삶에 대해 확신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비극인가!”

아동기에 형성된 자의식과 기대의식은 우리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이후의 삶을 풍요롭게 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낸다. 그랜트 연구는 콘래드의 경고가 진실이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슬픔을 이겨낼 희망찬 소식도 함께 알아냈다. 그것은 아동기에 경험한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이후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s)는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아도 아동기 환경을 경감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그랜트 연구는 이 점에 대해서도 밝혀냈다. 수면자 효과는 어릴 때 가졌던 깊은 애착관계가 우연이나 슬픔, 건망증 때문에 잊혔다가 수십 년 만에 다시 기억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잊고 있던 사랑을 되찾는 것은 깊은 치유효과가 있다. 그러나 부정적 영향을 주는 수면자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리즘, 심각한 우울증, 알츠하이머 유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있지만 성장하고 나서야 그 사악한 모습을 드러낸다. 수면자 효과로 일어나는 현상은 어린아이가 인생에 어떤 모습으로 적응하고 사는가는 그가 겪은 전체적인 경험이 어떠했는가에 따라 결정되지, 사회적인 혜택이나 부모의 학대, 몸이 병약했다거나와 같은 좋거나 나쁜 한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횡단 연구의 순간적인 관찰을 통해 도출된 가설은 종단 연구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이 더 크다.

[2] 예컨대, 횡단연구에서는 성공적인 노화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경제적 수입과 사회적 계층이라고 했다.

[3] 게다가 종단 연구를 통해 알아낸 증거들을 보면, 사람이 중년기나 노년기에 부자로 성공적인 노년을 즐기는 이유는 그들이 어린 시절 경제적 특권을 누리며 살았기 때문이거나, 사람들이 흔히 세속적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외모나 활발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이 노년기에도 부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동기에 따듯하고 친밀한 관계 속에 자랐거나, 아동기에 가졌던 좋은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간접적 결과물이다.

하버드 집단 가운데 어떤 대상자가 군대에 높은 계급에 오르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동기의 따듯한 경험과 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기억할 것이다.

[4] 글루엑 연구의 이너시티 집단 가운데 부모가 부유하지 않았지만 존경받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따듯한 우정과 함께 자란 대상자는 성인이 되어 높은 수입을 올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대상자보다 현저히 높았다.

[5] 아버지가 생활보호대상자이거나 다양한 가족 문제를 가진 대상자는 따듯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대상자보다 수입이나 사회적 계급 면에서 낮은 삶을 살았다.

아동기에 따듯한 인간관계를 누렸는가가 성인의 삶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을 했다.

에릭 에릭슨은 콘래드가 느낌으로 말한 아동기의 영향을 연구한 학자이다.

[6] 에릭슨은 유아의 첫 번째 과제는 신뢰와 희망을 키우는 것이고, 2~4세 아이는 자주성, 5세 아이는 주도성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는 에릭슨이 말한 어린 아이의 세 가지 과업과 이러한 단계를 거치는 동안 얻은 경험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집중하겠다.

 

 

1. 아동기 환경 평가 방법

 

1970년 우리는 하버드 집단 대상자들이 아동기에 어떻게 살았기에 성공적으로 희망과 신뢰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는가와, 자주성과 주도성 발달에 중요한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연구에 착수했다.

아동기 삶의 질을 평가하면서 편견을 없애고자 몇 가지 규칙을 정해 지켰다.

[7] 첫째, 등급 판정은 대상자들이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시절 받은 정신과 면담뿐만 아니라 부모, 특히 어머니와 함께 한 면담기록에 근거를 두었다.

 

둘째, 평가에 참여한 연구 요원들은 대상자들이 사춘기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평가했다.

 

셋째, 우리는 정확한 등급 판정을 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8] , 각 대상자의 아동기는 최소한 두 명의 판정원이 평가했고 평가 신뢰도는 매우 높았다.

 

넷째, 우리는 완성되고 독립적인 2개의 평가를 대조 검토했다. 대상자의 아동기 환경은 1940년대에 처음 평가한 자료였으며, 좋음에서 나쁨까지 1~3등급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첫 번째 평가를 한 뒤, 30년이 지난 1970년에서는 1972년 사이 똑같은 자료를 통해 두 번째 독립적 평가 자료를 만들었다(부록 C 참조).

 

우리는 구체적 행동 범주들을 숫자로 사용한 등급으로 전환했다. 이번에는 어떤 한 가지 사실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아동기 환경에 대해 5개의 독립적인 질문을 사용했다. 그 질문은 아래와 같다.

가정 분위기가 따듯하고 안정되었는가?

아버지와의 관계가 따듯하고 격려를 많이 받았으며, 자주성 형성에 도움이 되고, 주도성과 자존감 형성에 힘이 되었나?

어머니와의 관계가 따듯하고 격려를 많이 받았으며, 자주성 형성에 도움이 되고, 주도성과 자존감 형성에 힘이 되었나?

평가원이 대상자가 말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는가?

대상자 형제자매 가운데 최소 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는가?

 

두 명의 개별 평가자들은 대상자들이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시절 모은 자료에 근거하여 5개 질문에 대한 각각의 답을 좋음(5), 평균(3) 나쁨(1)로 평가한 뒤, 두 평가 점수의 평균값을 만들었다. 상위 25퍼센트의 아동기 환경은 따듯함”, 하위 25퍼센트는 쓸쓸함”, 나머지 중간의 50퍼센트는 그저 그럼으로 평가했다. 우리는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평가 점수를 받은 대상자들을 사랑받고 자란 아이”, 하위 10퍼센트에 속하는 대상자들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라고 불렀다.

편견이 개입할 만한 한 가지 잠재요소는 새롭게 선정된 평가자들이 관대한 교육환경에서 자란 세대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두 평가자 그룹의 평가 결과는 매우 비슷했다.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을 알아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사랑 받고 자란 아이보다 70세에 이르렀을 때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이 8배나 더 높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적 부에 관한 문제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하자면, 가장 따듯한 아동기 환경을 경험한 59명의 대상자는 가장 쓸쓸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63명의 대상자보다 수입이 50퍼센트 더 많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결과였다. 또한 아동기에 얼마나 따듯한 환경에서 자랐는가와 삶의 만족도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70세가 되어서 따듯한 사람들의 도움을 누리며 사는 비율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에 견주어 4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너무 추상적이다. 그래서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고자 한다.

 

올리버 홈즈 : 어린 시절의 안정감이 그대로 이어지다

 

올리버 홈즈 판사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가장 따듯한 아동기를 보낸 사람이다. 그는 아동기 환경 평가에서 25점 만점에 23점을 받았다.

홈즈는 사랑받는 아동기 환경에서 자랐다.

그레고리는 홈즈의 어머니를 다소 진지하지만 매우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이라고 기록했다.

홈즈는 자신의 아버지를 관대하고 다른 사람의 개성을 절대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홈즈는 자신의 부모를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는 독자들이 홈즈는 잘 사는 집 출신 판사잖아..당연한 결과지라고 불평할 것을 이해한다. 때문에 사회과학에서는 통계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이 칠십대 말에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부모의 사회적 계급이나 대상자의 수업이 아니라 그들이 보낸 아동기 환경과 관계가 있으며, 아동기 환경보다 더 밀접한 요인은 대상자가 자신의 아버지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는 홈즈가 78세일 때 그의 가족들과 다시 면담했다. 당시 홈즈 판사는 일주일에 여러 날을 메사추세츠 주의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홈즈는 언제나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려 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정확했지만, 그 눈빛은 자애로운 부모가 자식들을 바라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홈즈의 사례는 따듯한 아동기 환경에 대한 그랜트 연구의 좋은 본보기이다. 그렇다면 따듯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사람이 미래에 성공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러 요인들이 서로 어떤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직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삶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은 사랑이 없는 가정이 어떠했는지를 보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샘 러브레이스 : 끝까지 사랑을 배우지 못한 사람

 

1940년 샘 러브레이스가 처음 그랜트 연구에 참여했을 때 그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샘 러브레이스의 삶을 들여다본 사람 중 누구도 그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동기 환경 평가 점수는 25점 만점에 5점이었다. 그의 집단은 부자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중산층이었다. 샘은 부모가 원치 않았던 임신의 결과로 태어났다. 여기서 따듯한 아동기 환경은 10종 경기 평가 점수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반면, 사회적 지위와는 통계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샘은 자라면서 부모에 관해 잘 알지 못한 채로 자랐다고 생각했고 어머니나 아버지에게서 그분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샘의 부모는 그가 너무 독립적인아이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자제력이 있는 대상자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었다. 사랑이 넘치는 환경은 그들에게 인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이 확신은 그들이 세상에 나가 세상과 맞설 용기를 주었다.

그는 아동기에 그랬던 것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을 찾으려 무던히도 애썼다. 외로움은 성인으로 사는 동안 그에게 떨칠 수 없는 문제로 다가왔다. 그는 만성 알코올리즘을 앓는 여자와 결혼했다 결혼 생활은 최악이었다. 그는 교회에 가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하나 더 잃었다.

러브레이스는 히피 문화를 인정한다며 그 이유를 기성세대를 뒤흔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찬성해요.”라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그가 가진 긍정적인 생각이 있다면 그 상황도 언젠가는 변할 거라는 희망이었다. 18세 때 그런 생각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09] 그러나 50세에 이처럼 말했다는 것은, 그가 사회적으로 격리된 채 살고 있으며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세상의 고통과 어려움을 찾아내어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행복한 아동기를 보낸 보수적 성향의 대상자들이 인종 간의 통합 과정을 늦추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러브레이스는 인종 간의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구강기는 성 심리 발달 과정에서 가장 이른 단계를 말한다. 구강기는 희망과 사랑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마음을 갈구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볼 때 더 설득력이 있다.

[10] 에릭슨이 발달의 연관 관계를 기본적 신뢰의 부족으로 현명하게 재구성하며 말한 것처럼.

러브레이스가 입과 관련된 습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각성제를 복용했고, 여러 갑의 담배를 피웠으며, 8온스의 버번 위스키를 마시며 하루를 마감했다. 그리고 잠들기 위해 수면제 세알을 먹었다. 어린 시절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도 있었다. ‘샘 러브레이스의 부모가 그에게 남겨준 것은 사랑의 굶주림 자체가 아니라, 부모와 자신을 포함하는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두려움이 그의 삶을 파괴했다.

내가 그를 다시 면담한 것은 그가 53세 때로, 알코올리즘으로 고생하던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아내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의 짐을 내려놓은 그의 삶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났다. 그는 내가 3년 전에 보았을 때와 같이 죽은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걱정도 없는 듯 했다.

그가 아내를 잃고 처음 3년 동안 변한 모습을 보긴 했지만, 80세를 앞둔 샘을 봤을 때 나는 그가 같은 사람인지 의심할 만큼 놀랐다. 그의 우울증은 많이 좋아졌다. 그는 또 25년 전보다 젊어보였다. 그는 전에 먹던 각성제를 모두 끊은 상태였다. 그는 부인이 죽은 뒤 새 여자 친구를 만났다. 그는 79세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난 일이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뇌가 성숙하면 친밀감을 더 느낄 수 있다. 특히 뇌의 발달이 감정적 결핍 때문에 늦추어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에게는 전에 겪은 일보다 더 좋아진 일에 대하여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인생은 변하고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콘래드가 비극이라고 말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2. 아동기와 노년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

 

그랜드 연구 대상자들이 50세가 되었을 때 나는 아동기 환경과 성인의 삶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여러 가지 분석을 해보았다. 분석 결과 아동기에 겪은 환경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이후에 살아가는 삶에 오래도록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었다. 가장 좋은 아동기 환경을 경험하고 자란 대상자의 50퍼센트가 성인의 삶에 가장 잘 적응한 반면, 가장 나쁜 아동기 환경을 경험한 대상자는 이 비율이 8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사랑받고 자란 대상자 가운데 7분의 1이 살면서 심각한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을 경험했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대상자 가운데서는 이 비율이 50퍼센트였다.

그랜트 연구에 의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평가된 대상자들이 끝까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사례 기록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일련의 연결 고리를 자주 보았다. 좋지 않은 아동기를 경험한 사람은 1단계로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했고 2단계로 평균 이상의 기분 전환용 약물을 복용했다. 3단계로 그들 스스로 세상에 맞설 확신이 없어 끊임없이 걱정하며 살았다. 4단계이자 가장 잔인한 영향은 그들이 삶을 마감하는 단계에 함께하는 친구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형제자매와 사이좋게 지냈고, 에릭슨이 말한 성숙하고 또는 생산적인 사회 활동 범위를 확보할 확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보다 8배 더 높았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아동기 환경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제 이 장이 말해주는 결론을 정리해보자. 아이들이 어떠한 성인으로 자랄지는 그들이 겪은 총체적 경험 때문이지 어느 하나의 특정한 좋거나 나쁜 일 때문에 결정되지는 않는다. 50세에 대상자들이 어떤 정신 건강을 유지하며 살지를 예견해주는 것은, 특정한 요인이나 발생 형태가 아니라, 긍정적인 요건이건 부정적인 요인이건 발생한 요인들의 조합이나 총체적 합이었다.

[11] 대상자들이 약 50세가 되었을 때 연구팀은 그들에게 라자르 성격검사에 있는 182개 문제에 예/아니오로 대답하게 했다.

진술 가운데 8개에 대한 답은, 30년 뒤 누가 10종 경기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지 낮은 점수를 받을지 매우 명확하게 구별해주었다. 8개 진술은 다음과 같다.

 

이성과 있을 때 하는 내 행동이 나를 불안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나는 종종 인간이 성적으로는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보통 내 욕구가 최우선이라고 느낀가.

다른 사람들은 내가 성생활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쉽게 내 관심사에 빠져 다른 사람의 존재를 잊곤 한다.

나는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벽을 쌓고 산다.

나는 내가 원하는 정도보다 더 많이 타인과 거리를 둔다.

나를 때로 내 감정들의 깊이가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아동기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질문은 인생의 감정적 측면과 그에 따른 자신에 대한 불신, 염세적 경향과 두려움에 대한 근본적인 불편함을 다룬다. 따뜻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대상자들은 이 질문에 동의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매우 뚜렷하게) 불행한 아동기를 보낸 대상자는 4개 이상의 질문에 동의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더 편안함을 느끼며 산 대상자들은 나머지 삶에서 성공적으로 살 가능성이 더 많았다.

하버드 집단 대상자 가운데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운 직업 생활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분노를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12] 이 점에 대해서는 <성공하는 삶의 심리학>과 이너시티 집단의 직업 환경에 대한 통계 조사에 정리해주었다.

분노는 감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매우 민감한 작용이다. 어느 누구도 영원히 분노의 감정을 피하며 삶에서 성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분노라는 불편한 감정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발달 과정에서 극복해야하는 도전 과제이다. 이는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한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감정과 이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신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13] 아이들이 막 슬픔과 분노와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알아가지 시작할 때, 감정 표현이 과하더라도 이를 나쁜 행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참아주는 아량이 있는 부모를 둔 것이 아이가 타인의 반응을 신뢰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준다.

 

 

3. 유전적 요인 대 환경적 요인

 

1977년에 나는 이런 기록을 남겼다.

[14] “개별적인 상처가 성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아동기 동안 지속적으로 경험한 상처는 성인으로 살아가는 삶에 영향을 준다. 친척들의 정신 건강이 어떠했는가는 대상자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정신 건강과 관계가 없지만, 부모의 정신 건강 상태는 관계가 있었다. 아동기 환경 평가에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은 대상자들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대상자들보다 정신적 문제를 가진 부모를 둔 비율이 2배 더 높았다. 이런 영향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경감되는 것처럼 보인다.”

돌이켜보면 2차 대전 후 사회과학계를 주도한 환경결정론은 전쟁전의 유전결정론 만큼이나 극단적인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전에 가졌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대한 생각을 재고해야 했다. 나는 정확한 데이터를 끌어내고 나를 포함해 이전의 연구원들이 가졌던 문화적 편견을 찾아내 수정하기 위해 다시 한번 전향적 연구에 관심을 돌렸다.

<4-1>은 이런 분석을 요약해준다. 이 표는 쓸쓸했던 아동기 환경, 정신 질환이 있는 가족력, 21세에 측정한 성격 검사 결과라는 세 가지 조건에서 대상자들의 정신 건강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쓸쓸한

아동기 환경

가족의

정신 병력

신경질적 성질 /

외향성 (21)

A. 정신 건강

심각한 우울증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정신과 상담

NS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인생 전반에 걸친 정신 질환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적응, 21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성숙한 방어기제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NS

적응, 30~47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10종 경기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적응, 65~80

매우 명확한 관련

NS

명확한 관련

 

B. 사회적 건강

인간관계, 47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사회적 도움, 50~70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에릭슨 성숙도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자녀와의 관계, 50~70

명확한 관련

NS

NS

 

C. 아동기 환경보다 더 많은 영향을 준 유전적 요인

알코올리즘

NS

매우 명확한 관련

NS

심장/혈관 질환 유발 위험 변수*

NS

명확한 관련

NS

흡연

NS

매우 명확한 관련

NS

매우 명확한 관련 = p<0.001; 명확한 관련 = p < 0.01; NS = 관련 없음

* 심장/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5개의 변수들의 합 (확장기 고혈압, 2형 당뇨병, 비만, 과도한 흡연, 알코올 남용). 심혈관 질환 위험 변수는 7장에서 다룸.

 

<4-1> 의 첫 번째 두 개의 세로줄은 아동기 환경과 유전적 요인이 이후의 다양한 성숙 과정 및 상황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보여준다. 따듯한 아동기 환경을 보낸 대상자는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임을 예견해주었다.

<4-1>의 세 번째 세로줄은 우즈의 모호한 성격 특성 평가법에 내포된 의심스러운 측면을 반영한다. 우즈의 성격 특성 평가법은 매혹적인 이야기로 장기적 시야를 가진 연구에서는 큰 가치가 있다.

[15] 1980년대 중반, 국립 보건원과 볼티모어 노화 종단 연구의 연구원 폴 코스타와 로버트 매크레이는, 엔이오, 빅파이브, 파이브 팩터 모델 같은 여러 이름으로 알려진 성격 특성 목록을 만들었다.

통계수치를 좋아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빅파이브 모델은 성격 이해를 위한 탄탄한 평가 방법으로 생각되었지만, 나를 포함한 의사들은 사용 가치가 적다고 생각했다.

[16] 그렇게 생각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매크레이와 코스타는 이를 통해 성격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17] 이러한 주장은 내가 그랜트 연구에서 얻은 경험과는 상반된 주장이었으며, 다른 연구들도 그들의 주장에 매우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했다.

 

내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즈의 방법론은 처음에는 정확한 방법이라 생각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그 진실성을 의심받게 되었다. 그의 평가법은 효용이 크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숄츠는 당시의 자료로부터 7명의 독립된 평가자가 내린 평가에서 높은 일치도를 보인 5가지 성격 특징을 추론해낼 수 있었다. 그의 손을 거치며 이 다섯 가지 성격 특성은 <4-1>에 있는 대부분의 결과들에 대한 예견력이 있음이 증명되었고, 그 결과 나는 빅파이브 평가 모델의 예견력을 불신한 것을 재고하게 되었다.

[18] 하버드 집단이 67세일 때 이루어진 평가에서도 숄츠의 성격 특성과 하버드 집단이 받은 빅파이브 평가 점수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그랜트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켜본 우즈의 성격 특성 평가는 오랜 동안 쓸모없는 방법이라고 무시되다가 잘 통합됨이라는 성격 특성이 예견력을 확보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를 지켜보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처럼 연구자의 이해 범위를 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장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과학적 연구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19] 그러나 숄츠의 연구 결과를 의심하는 여러 대학에서 최근에 한 동일한 연구들, 그중에서도 특히 미네소타 대학의 데이비드 리켄이 한 연구들이 빅파이브 검사 점수에 주요 유전적 요인이 약 50퍼센트까지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자료 분석을 복잡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었으며,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또 하나의 문제였다.

[20] 하버드 집단이 대학에서 받은 성격 특성 평가 가운데 인간적이고, 활발하고, 사교적인 특성은 당시 건강함을 의미하는 등급 A와 관련성이 있었으며, 감정 표현을 꺼리고, 관념적이고, 자의식이 강하고, 내향적이고, 목적의식과 가치가 결여된 특성은 당시 대학 적응도 평가에서 건강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C등급과 명확히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중년에는 사춘기의 이러한 성격 특성이 정신병이나 좋은 적응 능력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런 관련성을 갖지 않았다.

하나의 변인이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다른 시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중요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는 요인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나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점 때문에 예상은 더 복잡해시고 생애 연구가 더 중요해진다. 종단 연구를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복잡한 상관관계는 우리가 늘 마음을 열어놓은 채 설익은 결론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4. 어머니의 영향 대 아버지의 영향

 

이러한 변화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예가 있다. 아동기 환경이 성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처음 분석했을 때는 아동기 환경의 전체적인 경험이 어머니와의 관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80세 이후의 삶에서는 아동기에 어머니와 어떤 관계 속에서 지냈는가가 아동기 전체 경험보다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랜트 연구는 부모 중 한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성인의 삶 가운데 어떤 측면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아냈다. 대상자들이 노년기로 접어듦에 따라, 어린 시절 어머니와 맺은 관계는 직업 능력과 관련성을 나타냈으나, 아버지와 맺은 관계는 관련성이 없었다. 아동기 어머니와의 관계는 대상자가 인생 후반에 벌어들인 최고의 수입과 70세까지 일을 계속 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군대 내 계급과, 후즈후 명단 등재 여부 또한 아동기에 어머니와 보낸 따듯한 경험과 조금 깊은 관련성이 있었다.

아동기에 어머니와 따듯한 관계를 경험한 사람은 대학 시절 IQ 점수가 높았으며, 80세가 되었을 때도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했다.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대상자들은 치매에 걸린 비율이 매우 높았다.

앞에서 말한 사실 가운데 어떤 문제도 아버지와의 관계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따듯한 관계를 경험한 대상자는 놀이 능력에서 앞섰다. 아버지와 따듯한 관계를 경험한 대상자는 다른 대상자보다 휴가를 더 잘 즐겼고, 대응기제로 유머 감각을 사용했으며, 퇴직 후 삶에 대한 적응과 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 삶 전체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었던 대상자들은 불안감이 적었으며, 성년기 초기에 더 적은 신체적 정신적 증살을 보였다.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대상자들은 자신을 염세주의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고, 타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마음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5. 잃었던 사랑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

 

사랑했던 사람을 영원히 잊는 법은 없다. 이는 기억이 주는 축복이자 저주이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21] “열려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자만이 극도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열렬히 사랑했기에 슬픔을 견디고 치유 받을 수 있다.”

결핍과 박탈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결핍은 한 번도 사랑하거나 사랑받지 못한 상태로, 슬픔이 아니라 정신 질환으로 이끈다. 박탈은 우리가 사랑했거나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것으로 병이 아닌 슬픔을 초래한다.

최근 그랜트 연구는 우리의 노년기 삶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사랑의 총합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지난 사랑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잊었던 사랑을 기억하고 용서하는 관대함을 다시 갖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치유가 될 수 있다.

가장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낸 대상자 집단과 사랑 받고 자란 대상자 집단을 비교했을 때, 사랑받지 못하며 자란 아이들은 성장의 다음 단계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성이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경험이 이후에 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6. 불행했던 아동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법

 

우리는 모두 아동기가 행복한 성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안다.

[22] 그러나 최근 과학 논문들을 보면, 어릴 적 경험이 성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 잘 알려진 설명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중요한 유년기의 사태를 전향적으로 그려내고자 그랜트 연구의 자료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하버드 집단의 연구 지표에 의해 지지받지 못하는 몇 가지 믿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가장 나쁜 아동기 환경을 보낸 사람이 노년을 행복하게 지낸 경우도 있다. 샘 러브레이스는 행복해질 때까지 6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어려움은 때로 성장으로 이어지며, 어떤 대상자들의 삶은 시간이 흐르며 계속 발전했다. 그러나 고통과 잃어버린 기회라는 비싼 값을 치러야했다.

발달을 과거가 아닌 미래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그랜트 연구의 결과는 많은 대중적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23] 어니스트 후튼은 자신의 책 <젊은이여, 그대는 정상이다>에서 배변 훈련이 아이의 미래의 삶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더 최근에는 한때 아이들의 앞날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아동기 환경의 다른 조건들이 10종 경기 평가 점수와 관련성이 깊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모든 아동기 경험이 아이의 미래의 삶들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태어난 순서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장남으로 태어난 대상자는 직업적 성공을 거둘 이룰 가능성이 높았다.

냉정하고 거부적인 어머니가 아이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오랜 믿음이 있었지만, 이것은 노년의 감정적 질환이나 불행과는 관련성이 없었다.

회고적 증거에 근거한 다른 일반적인 가설 중 하나는 알코올리즘이 불행한 아동기 환경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향적 연구의 여러 증거를 보면, 이것은 알코올리즘이라는 결과를 원인으로 치환한 것일 수 있다. 알코올리즘은 환경이 아닌 유전에 의해 생긴다.

[24] 이 말은 많은 알코올리즘 환자의 배경에 알코올리즘 부모가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의 자료를 보면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대상자들과 사랑받고 자란 대상자들은, 최소한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흡연, 고혈압, 과체중, 당뇨병에 대한 관리 면에서 아주 작은 차이밖에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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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신병적 발달 실패 모델이라 이름 지을 수 있다는 것과는 반대로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 연구는, 앞으로의 정신적 건강을 예견하는 것은 실패한 경험이 아니라 성공한 경험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25] 터먼 연구엣도 중학생 때 사려 깊고, 미리 숙고하고, 의지력이 강하고, 인내심이 많은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상자들은 50세때 직업적 성공을거둘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 성인기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부모 가운데 한 사람과 좋지 않았던 관계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아동기 환경이다.

[26] 글루엑 연구와 다른 전향적 종단 연구는 여러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직업 능력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중상류 계층 출신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나쁜 아동기 환경을 보낸 대상자는 직업 능력보다는 사랑하는 능력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나쁜 아동기 환경에서 자란 대상자는 유쾌한 것이든 괴로운 것이든 강렬한 감정에 의식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강렬한 감정과 맞서 싸울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약물에 빠지기 쉬웠다.

그래서 일회적 상처나 하나의 나쁜 관계는 그 자체로의 성인의 정신병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는 전체적으로 붕괴된 아동기가 이후 삶을 예견하는 힘이 있음을 밝혀냈다.

 

행복의 비밀_3장

CHAPTER 3_행복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시대를 뛰어넘다.

 

 

(Epigraph) 문 위의 표지판에서는 성인 발달에 관한 그랜트 연구라고 적혀 있었다. …. 그날 오후, 나는 대학 2학년생으로 열아홉 살이었다. 대공황과 6개월에 걸친 소아마비 투병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것들만 없었다면 만족하고 활기찰 수도 있었던 인생의 출발이었다.

 

이 장에서는 그랜트 연구의 75년 세월을 기록한다.

그랜트 연구의 프로그램은 1938년에서 1954년까지는 클라크 히스(Clark Heath) 박사가, 1954년에서 1972년까지는 찰스 맥아더 박사가, 1972년에서 2004년까지는 내가 이끌었고, 2005년부터는 로버트 웰딩거 박사가 이끌고 있다.

1936~1937학년도에 알렌 V. 복 박사(Arlen V. Bock, M.D.)는 하버드 대학교 공중위생학부의 교수로 학생건강부의 책임자가 되었다. 복은 제임스 코넌트 총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공중위생학부의 업무 영역과 학내 의사의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으며 그 첫 단계로 건강한 젊은 남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연구를 할 것은 제안했다. 복은 건강이란 무엇인가에 가장 큰 관심이 있었다.

[1] 복은 코넌트 총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대 생활의 억압으로 생겨나는 스트레스를 언급하면서 오늘날 학생 세대는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하버드 대학이 이러한 억압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하버드 대학교 공중위생학부의 임무는 관례적으로 해오던 일이 나닌 다른 일에 중점을 두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는 날로 복잡해지고 있으며,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이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에 잘 대비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목표를 위해 복은 친구이자 환자였던 윌리엄 T. 그랜트라는 연쇄점 부호의 이름을 딴 연구 계획안을 제출했다. 19371, 곧 설립될 그랜트 재단의 근간이 된 6만 달러가 도착했고, 코넌트 총장과 교수협의회는 복이 제안한 연구 계획안을 승인했다.

그랜트 연구는 처음에는 하버드 대학교 종단 연구로 불리다가 얼마 후 사회 적응에 관한 하버드 대학교 그랜트 연구로 알려졌다. (이 이름은 재정 지원자 그랜트의 주요 관심사인 사업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랜트는 좋은 매장 경영인을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1947년 그랜트가 재정 지원을 멈춘 뒤에는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랜트 연구는 1938년 가을, 케임브리지의 홀리요크가에 있는 작은 붉은 벽돌 건물에서 출발했다. 이 연구의 목표가 학제적인 성격을 띠었으므로 초기 연구팀은 내과 의사, 심리학자, 자연인류학자, 정신과 의사, 사례 연구자, 2명의 비서로 구성되었다. 하버드 대학교 <크림슨 Crimson>지 편집자 댄 펜 주니어(Dan Fenn, Jr.)8명의 개척자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

[3] “하버드 대학이 진행하는 연구 중 정상적인사람을 분석하는 이 연구는 언젠가 사회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다. … 이 연구는 대상자가 사회에서 적절한 자리를 찾도록 쉽고 바르게 안내하는 공식을 끌어낼 것이다.

1938년 하버드 대학은 회의를 개최함과 동시에 그랜트 연구의 시작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연구의 형성에 나름 깊이 관여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들었다. 존스 홉킨스 대학 정신의학부 초대 학장이자 그랜트 연구의 강력한 지원자로 새롭게 참여한 애덜프 메이어(Adolf Meyer)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4] 메이어는 정신의학 연구가 살아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명하지만 대중적인 성공은 얻지 못했던 인생 도표Life chart”의 가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동료 정신과 의사와 함께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보편적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세밀한 관찰 기록이 더 필요하다. 특히 이 기록들은 …. 인간 생애 전반에 대한 기록이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환자들의 정신적 삶을 심도 있게 연구해야한다고 호소했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생리학자인 윌터 캐넌(Walter Cannon)도 회의에 참석했다. 캐넌은 메이어와 마찬가지로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역할 모델이 된 사람이다.

[5] 싸움 혹은 도주(fight or flight) 반응 개념을 체계화한 사람도 다름 아닌 캐넌으로, 하버드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생리적 항상성(physiological homeostasis)에 관한 고전적 논문인 <지혜로운 몸 The Wisdom of the Body>을 집필했다.

생리적 항상성은 그랜트 연구가 멈추기 않고 관심을 기울여온 분야이다.

[6] 그리고 나는 캐넌 교수에 대한 존경을 담아 내 책의 제목도 <지혜로운 자아 The Wisdom of The Ego>라고 지었다.

제임스 코넌트 총장도 참석했다. 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민간 행정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당시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했다. 알리 복도 회의 자리에 있었다.

[7] 알렌 버논 복은 한때 <하버드 가제트 Harvard Gazette>지에서 금발에, 활발하고, 퉁명스럽고, 유순하고, 호전적이고, 언제나 바쁜 사람이라는 역설적 평을 받은 의사였다.

복과 그의 동료 존 W. 톰슨(회의에 참석함)은 정상적인 사람의 생리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선구자들이었으며, 1926년에는 하버드 대학교 피로 연구소 Harvard Fatigue Laboratory’의 설립을 도왔다.

생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들이 모여 신체적 스트레스에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관해 연구하던 그곳에서는 탈의실 벤치를 밝고 오르내리는 실험 방법을 개발했다.

[8] 이 방법은 지금까지도 심장 기능 검진 방법 가운데 하나로 쓰이고 있다.

이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통해 미국 공군은 고공 폭격기에 산소 보조기를 장착하는 결정을 내렸다.

복은 그랜트 연구가 출범한 뒤에도 피로 연구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의 관심은 평균적인 건강 상태가 아닌 최적의 건강 상태를 밝혀내는데 있었다. 이를 위해 당시에는 엘리트 남성을 선정해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랜트 연구는 그렇게 했다.

 

 

1. 그랜트 연구의 개척자들

 

1938년에서 1954년까지 책임자였던 클라크 히스 박사는 주목받는 과학자였다.

연구 초기를 보면 클라크 히스가 얼마나 따듯하고 자상하게 환자를 대했는지 알 수 있다. 대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연구에 참여할 때마다 히스는 2시간 동안 꼼꼼히 그들의 신체 상태를 점검했다. 이는 그랜트 연구가 통상적으로 조사하는 절차이기도 했다.

루이스 그레고리는 연구 대상자와 그들의 가족을 면담하는 사회 조사원이다. 그 덕분에 그랜트 연구는 대상자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가장 적은 연구가 되었다. 그가 한 일은 대상자가 연구에 참여하면 그들의 가정사를 꼼꼼히 기록하고 그들의 부모를 면담하는 일이었다. 그는 전역을 누볐으며 상세한 정보를 얻어냈다. 가족 면담에서 그레고리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으며 그녀의 접근 방식은 대상자들은 그랜트 연구와 결속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회생활사에서 병적인 세부 사항이 발견되었을 때에는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뜻했다.

윌리엄 T. 그랜트는 연구 설림에 중요한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가 알리 복에게 첫 번째 연구비를 지원한 것은 1937년이 되어서였다. 알리와 그랜트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다. 복은 최적의 건강 상태를 가진 미국인을 연구하여 미군 안에서 더 유능한 장교를 선발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던 반면, 그랜트는 거대한 연쇄점으로 성장한 자신의 기업에서 유능한 매장 관리자를 뽑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바랐다. 두 사람은 최고로 유능한 사람을 찾아내고자 했던 점에서는 일치했다. 그러나 그랜트는 당시 체형 의학에 몰두해있던 연구자들 보다 사회적, 감성적 지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랜트 연구의 수석 심리학자 프레더릭 리먼 웰스 박사(Frederic Lyman Wells Ph.D)는 계량 심리학자로, 1차 대전 당시 주요 지능 분류시험이었던 사병 지능검사(Army Alpha Tests)를 개발한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9] 그는 그랜트 연구에서 대상자의 성격 구성, 흥미, 소질, 지능을 요약하는 일을 담당했다.

칼 셀처 박사(Carl Seltzer Ph.D)는 젊은 자연인류학자로 체형의학의 옹호론자였으며, 특히 체형과 성격이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존 톰슨 박사(John W. Thompson Ph.D)는 스코틀렌드 출신으로 복과 함께 피로 연구소를 설립한 인물이다. 루시엔 브로하 박사(Lucien Brouha Ph.D)는 초기 그랜트 연구에서 생리학자로 일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1943년 당시에는 사망했으며 피로연구소에 대한 재정 지원은 1944년에 끊겼다.

그랜트 연구에 참여한 정신과 의사들은 연구 대상자 한사람마다 약 10시간을 들려 폭넓은 면담을 진행했다. 초기 연구 단계에 참여한 정신과 의사 다섯 명 가운데 아무도 3년 이상을 근무하지 않았다. 미네소타 대학교의 정신의학부 부장을 지낸 도널드 헤이스팅스(Donald Hastings)와 케이스웨스턴리저브 의과 대학 학장을 지낸 더글러스 본드(Douglas Bond)가 그들이다. 정신과 의사 윌리엄 우즈(William Woods, 1942~45), 존 플루머펠트(John Flumerfelt, 1940~41), 그리고 토머스 라이트(Thomas Wright, 1937~40) 또한 그랜트 연구 초기에 면담을 주도한 정신과 의사들이었다.

[10] 우즈는 또한 초기 그랜트 연구의 많은 부분에서 토대가 되었던 26개의 성격 특징 평가를 담당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초기의 연구자 선정과 실행 과정은 성격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 네 사람의 업적을 반영하지 않았다. 하인즈 하트만, 안나 프로이트, 에릭 에릭슨, 해리 스택 설리번은 모두 인간의 성격 형성에 관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실을 밝혀낸 학자들이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는 1967년이 되어서야 인간의 심리적 대응 방법 연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 생물학에서 심리학으로

 

그랜트 연구가 출범한 뒤 10년 동안은 생물학에 근거한 이론이 주를 이루었다. 1938년에는 인간이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체형과 우생학적 유전 요인이 환경적 요인보다 더 많은 잠재적 영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심리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해리 할로우(Harry Harlow)는 다른 개체와 결핍된 관계를 맺는 원숭이를 혁신적으로 연구해 명성을 얻었다. 1958년 미국심리학회 회장직 수락 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개탄했다.

[11] “심리학자들은 사랑과 애정의 기원과 발달에 관해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옥시토신과 거울 뉴런, 대뇌 변연계의 모성애착에 의해 영향을 받는 관계 속에 살아간다는 생각은 그랜트 연구 초기 10년 동안은 심리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다.

[12] 독일의 정신의학자 에르네스트 크레치머(Ernest Kretchmer)는 체형과 성격의 관계를 연구하여 1929년 노벨 의학상 후보자가 되었다.

그의 이론에 매료된 당시 연구원들은 성격이 세 가지 체형, , 마르고 약한 외배엽형, 강하고 근육질인 중배엽형, 부드럽고 통통한 내배엽형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초기 그들의 생물학적 결정론은 우리에게는 인종차별적 견해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초기에는 이런 생각을 대체할만한 패러다임이 없었기 때문이지 그들이 파시즘을 지지했기 때문이 아니다. 안타까운 일이다.

 

 

3.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

 

연구를 시작했을 때 그들은 하버드 대학교 2학년생으로 대부분 19세였다. 268명 가운데 64명은 1939, 1940, 1941년 졸업자이고, 204명은 1942년에서 1944년 사이에 졸업한 2학년생 가운데 더 체계적인 선발 과정을 거쳐 뽑힌 7~8퍼센트의 학생들이었다.

10퍼센트의 대상자는 우연히 연구에 참여했다. 자원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이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의 동생도 있었고, 학생 지원관이 추천한 학생도 있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선정 기준이 매년 조금씩 바뀌면서 다소 체계적이지 못한 계획 아래 선발되었다.

첫 단계에서는 연구자들이 새로운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 들어가서 졸업하지 못할 것 같은 학생들을 걸러냈다. 학생의 SAT 점수와 평균 학점을 선발 기준으로 삼았으며, 선천적 능력에 대한 관찰 기록도 살펴보았다. 보통 SAT점수여도 고교 시절 학생회장을 지닌 학생들이, SAT 점수는 높지만 학급 활동 참여도가 낮은 학생보다 선호되었다. 이러한 선발 기준으로 동기생 가운데 40퍼센트의 학생들을 걸러냈다.

의료적, 심리적 질병이 있는 30퍼센트도 제외했다. 남은 학생 약 300명의 명단을 학과장에게 보고했고, 학과장은 그들 가운데 건강한학생이라고 생각되는 100명을 선발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학과장들이 과외 활동과 신입생 때 운동 경기에 참여한 학생들을 선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 모든 비용을 학교 측에서 제공받는 재능 있는 국비 장학생들도 대상자로 뽑았다. 이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생활에서 서투른 모습을 보였지만, 오로지 학업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둘 잠재성 때문에 선정되었다.

선발된 2학년생 90명 중 가운데 5명 중 1명꼴로 여러 가지 이유로 연구에 참여하지 못했다. 1942년에서 44년 졸업자 중 해마다 70명 정도가 추가로 참여하면서 하버드 집단 대상자는 268명이 되었다.

그랜트 연구는 의도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남학생들을 선발했다.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은 여러 면에서 비슷했다. (3-1 참조)

 

개인적 사건

역사적 / 대중적 사건

1919 ~ 1922

출생

1차 대전 종전

 

 

여성 참정권 확보

1923 ~ 1929

아동기

광란의 20년대

 

 

부모 세대의 부의 축적

 

 

배변 훈련에 대한 엄격한 교육

 

 

아이들에게 입을 맞추는 행위가 병을 퍼뜨린다는 공포 퍼짐

1930 ~ 1940

사춘기

대공황

 

 

부모 세대의 경제적 몰락

 

 

고립주의와 평화주의의 시대

1941 ~ 1945

대학생활

 

 

군 복무

2차 세계대전

1946 ~ 1960

결혼

제대군인원호법

 

자녀 추란

미국 달러의 강세

 

직업적 불안

급격한 경제 성장

 

 

아이젠하워 집권 시대

 

 

획일적인 기업 문화의 시대

1961 ~ 1975

직업적 안정

베트남 전쟁

 

자녀가 떠남

담배의 해로운 영향 보고

 

본격적인 성인의 삶 영위

시민권과 의료 서비스

 

 

미국 달러의 약세

 

 

냉전 종식

1990 ~ 2010

은퇴

클린턴과 부시의 시대

 

건강 악화

이라크 전쟁

 

문화의 보호자

 

대상자들은 사병지능검사를 받았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일반 대중의 상위 3퍼센트에 해당하는 IQ를 갖고 있었다.

그들의 SAT 점수는 대학 입학을 앞둔 고교 졸업생 성적의 상위 5 ~ 10퍼센트에 속했으나, 다른 유능한 대학생들의 성적보다 월등하지는 않았다.

평균적으로 이들은 미국에 정착한 조상의 5대손 이었다. 흑인은 없었다. 10퍼센트는 가톨릭, 10퍼센트는 유대교도, 나머지 80퍼센트는 개신교도였다. 89퍼센트가 메이슨 딕 라인(Mason-Dixon Line, 미국의 남/북부를 가르는 감정적인 경계선) 북쪽과 미주리 주 동쪽 출신이었다. 이들중 절반은 사교육을 받았으나 장학금 대상자였다. 대상자 3분의 1의 아버지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50퍼센트의 아버지는 대학 졸업장이 없었다. 그리고 11퍼센트의 어머니만이 직업을 가졌으며, 일하는 어머니의 대부분은 편모였다. 32명의 일하는 어머니 중 2명은 작가, 5명은 학교 교사, 1명은 예술가, 1명은 변호사였으며, 나머지는 비서나 음식점 종업원이었다.

루이스 그레고리는 가정 방문 면담을 한 뒤 주관적 기준으로 가정환경을 분류했다. 16퍼센트의 가정은 상위계층으로 분류되었다. 그들은 대공황 중에도 여러 채의 집과 자동차와 가정부를 거느리고 살았다. 그들의 1인당 연 소득은 2009년 화폐가치로 평균 225000달러였으며 여기서 1인당은 가족구성원 1명을 말한다. 4퍼센트의 가정은 하위 계층으로 분류되었다. 이들의 1인당 연 소득은 2009년 화폐가치로 5200달러였다. 이런 것을 보면 대상자들이 모두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출신 성분이야 어떻든 하버드 대학교 졸업장은 상위 중산층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의미했다. 1940년대에 하버드를 졸업한 학생들의 대다수는 더 나은 삶의 길을 향해 가고 있었고, 대부분은 그들의 아버지보다 성공했다.

 

 

4. 초기 자료의 분석 방법

 

연구팀 정신과 의사, 클라크 히스, 루이스 그레고리 세 사람이 각 대상자를 면담했다. 히스 박사는 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대상자의 신체 건강 상태와 식습관, 병력,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을 조사했다.

[13] 나머지 조사원이었던 자연인류학자 칼 셀처는 대상자의 인종(북유럽, 지중해 인종 등으로 분류), 체형(내배엽, 외배엽, 중배엽형)을 기록하여 체형이 남성형인지 여성형인지에 관해 철저히 검사했다.

조사원들은 주요 장기의 기능부터 눈썹의 굴곡 모양, , 그리고 고환이 늘어진 길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항에 주목했다. 또한 커피나 차에 설당을 몇 숟가락 넣는지와 같은 식습관도 조사했다.

이런 기록의 이유는 당시 학계를 지배한 자연인류학 이론을 반영하려는 잘못된 노력이었다.

[14] 외배엽형 체형은 정신분열증 기질, 중배엽형은 낙천적인 기질, 그리고 내배엽형 체형은 조울증 기질과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8~10회까지 진행한 1시간짜리 정신의학 면담에서는 대상자의 가족, 가치관, 종교 활동,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정신과 의사들은 대상자들을 환자가 아닌 일반적인 건강한 사람으로서 알고자 했다. 이들은 대상자들의 병증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고, 그들의 삶을 정신 역학적으로도 해석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면담을 진행한 의사들은 성장기의 성적 발달에 관한 이력에 대해 묻긴 했으나 불행히도 그들의 가까운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프레더릭 웰스(Frederic Wells)는 그랜트 연구의 심리학자로 선천적 지능검사(육군언어능력검사와 육군수리능력검사)를 담당했다. 여러 사례에서 그는 언어연상검사와 간단한 로르샤흐 검사를 했다. 이 검사들은 무의식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상력을 검사하기 위해했다.

[13] 공간 관계에 대한 이해도와 손놀림의 능숙한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하버드 대학교 블록조합검사도 실시했다.

생리학자 루시엔 브로하는 피로 연구에서 각각의 대상자를 연구했다. 브로하는 각 대상자의 호흡기 기능을 측정하고 대상자가 8.6도로 기울어진 트레드밀에서 시간당 7마일의 속도로 5분 동안 달릴 때 또는 지칠 때까지 달릴 때 생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나는 50년도 지난 2000년에 트레드밀 실험을 견딘 정도가 신체의 건강 상태보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이루는 데 더 많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1940년 그랜트 연구는 2400달러를 정신신체의학에 호의적이었던 메이시 재단으로부터 받았다. 뜻밖에도 얻은 기부금은 막 등장했던, 지금 생각하면 원시적인 단일 채널 방식의 뇌전도 측정기를 구입하는데 쓰였다. 그랜트 연구에서는 경험 많은 범죄필적학자를 고용해 대상자들의 필적을 조사했다. 뇌전도 검사 결과도 필적 조사도 대상자의 성격을 예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1938 ~ 1945

8 ~ 10회의 정신과적 면담

히스 박사가 실시한 철저한 신체검사

히스 박사와 그레고리의 면담 조사: 그레고리의 가정 방문 면담

인류학적 검사와 생리적 검사

뇌파 검사, 로르샤흐 검사, 필적 분석(대상자 상당수를 검사함)

웰스 박사의 철저한 심리측정 검사 및 투영검사

우즈 박사가 만든 26가지 특징에 따른 성격 분류 (부록 E 참조)

그레고리에 의한 아동기 환경 평가 (I-3)

21세에 대학 적응(건강) 능력에 대한 ABC 평가

 

1946 ~ 1950

몽스 박사가 실시한 대상자들의 전투 경험에 관한 심문 조사

연례 설문 조사 시작

사회인류학자 랜티스가 실시한 대상자 부인 면담

맥아더 박사에 의한 주제통각검사

모든 연구원이 29세가 된 각 대상자에 대해 회의 진행: 인성의 건강도를 ABCDE 등급으로 분류 후 장래 적응도를 판단함

 

1950 ~ 1967

2년마다 설문조사 : 약간의 다른 조사도 있었음

 

1967 ~ 1985

대체로 에바 밀로프스키나 베일런트 박사에 의해 진행된 대상자 전원 대면담 (부록 A 참조)

45세부터 5년마다 철저한 신체검사 시행, 이 검사는 현재까지 이어짐

1~5점까지 객관적인 건강 등급 설정(건강함, 작은 질병이 있음, 고질적 질병이 있음, 병으로 장애가 있음, 사망)

대상자의 19세 이후 삶에 대해 알지 못하는 연구자들이 아동기 환경 평가

대상자 부인들이 2회에 걸쳐 설문지를 작성한 후 보내옴

30~47세 대상자 전원의 직업, 사랑, 여가 활동에 대한 평가 (부록 D 참조)

적응 대처 방식 (자기도취적, 신경증적, 공감적) 평가

우편을 통해 NEO 성격 검사

우편을 통해 라자르 인성 목록작성

 

1985 ~ 2002

대상자 전원 재면담(부록 A 참조)

49~64, 65~80세 대상자 전원의 직업, 사랑, 여가 활동 평가 (부록 D 참조)

대상자 부인과 자식들이 설문지를 작성한 후 보내옴

5년마다 이루어진 신체검사 및 2년마다 이루어진 설문 조사가 현재까지 계속됨

우편을 통해 갤럽의 긍정적 삶의 원천조사

80세 대상자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 관한 주관적 객관적 조사를 전산화함

 

2002 ~ 2010

5년마다 이루어지는 신체검사 및 2년마다 이루어지는 설문 조사가 현재까지 계속됨

부부 동만 면담 및 대상자 일상 조사

80, 85, 90세 대상자의 인지 상태에 관한 전화 조사’ (TICS)

1985~2005sus 대상자의 은퇴기 재면담

 

2010

10종 경기 점수 취합

 

과학의 추는 또 다시 흔들렸고 21세기 초의 유전자 연구는 다시한번 환경학을 지배했다. 그랜트 연구팀은 필적 견본 대신 대상자들의 DNA 견본을 채취했다. 현재 우리는 이 DNA 견본이 미래에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 없다.

1941년까지 그랜트 연구에서는 대학 2학년 대상자 211명을 조사했다. 대상자 수가 충분한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다. 합의가 이루어진 후 연구원들은 1944년 졸업생 가운데 마지막 대상자 집단을 선발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1942년에 대학 2학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68명이 되었다. 1938년에서 1943년 사이 그랜트 재단은 45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그랜트 연구는 방대하게 쌓인 자료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어떻게 거두어들일지 결정해야 했다. 그랜트 재단의 의사들은 그랜트 연구의 초기 성과를 빨리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그 뒤 2년 동안 연구원들은 그랜트의 연구의 자료 보관소에서 어떻게든 발표할 만한 자료를 찾아내려고 했다.

1945년 전에는 3개의 논문만을 발표한 (부록 F참조) 연구팀은, 1945년에 그랜트 재단의 요구를 들어주고자 2개의 논문과, 연구 성과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중 서적을 출판했다.

하버드 대학의 뛰어난 자연인류학자 어니스트 후튼 교수는 글을 매우 잘 썼다. 그리고 그는 체형의학 분야에 확고한 공헌을 했다. “만일 우리가 인간에 대해 전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면 그 출발점은 인간 체형에 대한 연구여야 한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으며,

[16] 그랜트 연구가 언젠가는 유전학이나 교배를 통해 개인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기연구자들을 이렇게 독려한 사람도 후튼이었다.

[17] “전체적으로 정상성 normality’강한 남성적 요인과 공존한다.

[18] 후튼은 그랜트 연구에 대해 소개한 책 <젊은 당신, 당신은 정상이다 Young man, you are normal>1945년에 출간했다.

그는 그랜트 연구팀이 제안한 <사회 적응에 관한 그랜트 연구>라는 제목을 쓰지 않았다. 이것은 그랜트 연구팀과 재단 사이의 불화를 전혀 무마하지 못한 제목이었다. 그렇지만 이후 30년 동안 후튼의 책은 그랜트 연구에 관한 주요 저서가 되었다.

[19] 후튼은 자신의 책에 이렇게 썼다. “다른 관점에서 연구한 인간의 체형이 다양한 성격 특징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는 날에는, 체형이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

[20]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주장을 실험을 통해 도출한 증거를 제시하여 주장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환경론자 Crass enviromentalists”라고 내쳐버렸다.

이것은 문제적인 용어였다. 그가 쓴 용어는 오늘날 결정적인 요인으로 생각되는 환경적 고려에 대한 무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전체에 대한 진짜 적대심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논문은 그랜트 연구의 책임 연구원 클라크 히스가 쓴 <인간은 무엇인가 What people Are> 였다.

[21] 히스의 책도 인체 계측과, 연구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던 정신과 의사 윌리엄 우즈가 고안한 검증되지 않은 성격 특성 분류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우즈의 분류법 (부록 E 참조)은 대상자들이 가진 26개의 성격 특징을 이분법적으로 평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와 체형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서 설득력 있는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랜트 연구가 서둘러 출간한 두 논문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리고 사회과학이 환경결정론으로 옮겨가는 조류를 막지도 못했다. 이후 체형에 따른 성격 분류는 다른 독립적 평가들과 비교했을 때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우즈가 만든 대부분의 성격 특성 평가 분류법도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없다고 증명되었다. 심지어 당시에 관련 있다고 말한 어떤 증거도 설득력이 없었다.

초기 연구자들의 업적을 무의미한 일이라고 성급하게 재단하기 전에 당시의 통계방법론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당시는 일목요연하게 통계 자료를 만들어내는 컴퓨터가 없었다. 연구원들은 일일이 손으로 적어 넣었다. 20세기 말 컴퓨터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연구팀이 힘들게 뿌려놓은 씨들이 마침내 열매는 맺은 거도 초기 연구팀의 감내한 힘겨운 노력 덕분이었다.

 

 

5. 초기 연구 결과와 수정

 

2차 대전이라는 유령 때문에 그랜트 연구의 관심은 연구 성과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쪽으로 흘렀는데, 특히 유능한 장교가 될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알아내어 적당한 임무에 배치하는 쪽으로 흘렀다.

[22] 존 몽스는 내과 전문의로서 1946년에 연구팀에 합류하여 대상자들이 2차 대전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관해 연구했고,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연구 논문인 <2차 대전 중의 하버드 집단>을 발표했다.

몽스는 우즈의 성격 특성에 관한 연구를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론으로 생각하여, 이를 장교로서 필요한 바람직한 특성을 알아내는 데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2010년에 새로 나온 실험적 후속 연구는, 촉망 받는 변인이었던 남성적 체형, 잘 통합된 성격, 활발함이나, 촉망받지 못한 변인인 목적의식과 가치 결여, 수줍음 같은 변인이 대상자의 군대 내 계급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군대에서 높은 계급에 오른 대상자는 정치적인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이었고, 낮은 계급에 머무른 대상자는 문화적, 창조적이고 직관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우즈의 예상 분류표는 다른 일반적인 문제들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가 말한 성격 특성은 2010년에 발표한 노년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10종 경기 종목 가운데 어떤 종목과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으며, 오직 하나의 특성만이 3개 이상의 종목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드러냈다. 잘 통합된 성격(“변함없음, 의지할만함, 꼼꼼함, 진지함, 신뢰할 수 있음으로 정의됨)을 가진 사람은 10종 경기 종목 가운데 8개 종목과 관련성이 있었고, 이 성향은 지난 25년간 우리의 자료 분석에서 안정적 변인이 되었다.

[23] 잘 통합되어 있다는 것은 젊은 남자가 직업 선택, 경쟁적 환경, 도덕적/종교적 태도에서 닥치는 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여러 특징들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60퍼센트의 대상자가 잘 통합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고, 15퍼센트의 대상자는 통합이 불완전한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후자는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었고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고, 돌발적이고, 의지할 수 없고,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고, 정돈되지 않은사람으로 분류되었다.

잘 통합된 사람은 통합이 불완전한 사람보다 50년 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비율이 4배 더 높았으며 2012년 밝혀진 바에는 평균 수명도 7년 더 길었다. 이와 견주어 초기 연구자들이 긍정적 삶을 이끄는 지표라 여겼던 활발한 성격과 사교적인 성격은 처음 10년이 지나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6. 그랜트 연구에 닥친 재정 위기

 

[24] 윌리엄 그랜트는 1944년에 복에게 쓴 편지에서 이처럼 불신과 경멸과 한통속이 되고 외부 인사를 배제한 협력연구는 본 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돌이켜보면 그랜트 연구팀의 구성원 중 누구도 종단 연구에는 한계가 있고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클라크 히스가 뛰어난 사람이긴 했지만 연구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는 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얄궂게도 연구팀에는 미래에 조직을 잘 이끌만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한명이 도널드 헤이스팅스(Donald Hestings).

[25] 헤이스팅스는 1958년 미네소타 의과 대학 정신과학과장으로 일할 때 신경증 외래 환자에 관한 뛰어난 첫 번째 종단 연구 가운데 하나를 진행한 뒤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 일 뒤 재단 측은 약 20년 동안 지원을 끊어버렸다. 당시 막 설립된 그랜트 재단에는 의사나 의학 분야 연구자 출신 이사가 없었기 때문에, 그랜트 연구가 수행하던 종단 연구의 한계나 가능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심지어 연구 성과물이 정기적으로 출간되어 나올 때에도(부록 F 참조), 연구팀 학자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 얽매여 학회지에 논문을 올리기 위해 매우 편협한 주제를 선정했다.

반면 그랜트, , 히스가 뿌린 씨앗은 수십 년이 흘러 열매를 맺었다. 예를 들자면, 우즈가 직관적으로 도출해낸 성격 특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대상자들의 향후 50년 동안의 정치 성향을 예견할 수 있었다.

[26] 그리고 40년 뒤, 몽스가 종전 후 돌아온 대상자들의 전투 경험에 대해 정리해둔 덕에 우리는 외상 후 장애의 선행 증상에 관한 전 세계에 얼마 없는 전향적 연구 결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

 

 

7. 2차 대전 후의 그랜트

 

2차 대전은 서양 사회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계에도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전쟁의 결과로 후튼이 그렇게도 강력하게 주장했던 유전 결정론과 생물학적 결정론이 사회과학계에서 사라졌다. 이는 나치가 우생학을 민족주의에 대한 정당성 확보의 근거로 사용된 것도 한몫했다. 전쟁 중에는 검열 제도 때문에 그랜트 연구팀은 V 우편(2차 대전 중 해외의 미국 장병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마이크로필름으로 보낸 것)으로 대상자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에 연구팀은 1년마다 정기적으로 설문지를 보냈다.

설문지는 많은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언어능력이 얼마나 높은지 알아보려 했다.

[27] 설문 조사에서는 고용 상태, 건강 상태, 습관(휴가, 좋아하는 운동, 음주, 흡연), 정치관,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특히 결혼 생활의 만족도에 대해 물었다.

1948년 까지 그랜트재단은 연구비 지원이라는 무기를 효과적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록펠러 재단의 앨런 그레그가 그랜트 연구에서 일하는 문화인류학자의 월급을 지원했다. 복과 연구팀 직원들은 동료들 그리고 그레그와 상의한 뒤 그랜트 연구의 이름을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혼란을 막기 위해 대상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설문지에는 전과 같이 그랜트 연구라고 썻다.

문화 차이를 구별하고 보존하고 연구하는 분야의 전문가였던 문화인류학자 매거릿 랜티스가 연구팀에 합류했다. 그녀는 한층 정교한 면담을 했다. 1950년 랜티스는 205명의 대상자들과 부인들을 가정으로 직접 방문하여 면담했다. 나아가 2차대전이 끝나고 10년 안에 그랜트 연구팀이 방문하지 않았던 171명도 방문하여 면담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그들이 처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랜티스는 곧 그랜트 연구의 책임자가 될 사회심리학자 찰스 맥아더와 공조하여 많은 대상자들에게 주제통각검사를 시행했다. 주체통각검사는 전향적 검사로 애정과 인간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사 방법이었다. 당시 이 검사는 임상에서 사용되는 지침이었지, 그 자체로 연구 수단으로 쓰이지는 않았다. 20년 뒤 1970년대에 투영검사법에는 전문가였으나 다른 연구 결과에는 문외한이었던 심리학자 찰스 뒤세가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에 대한 주체통각검사와 초기에 만든 로르샤흐 검사의 결과를 재검토했다. 투영검사법은 자세한 묘사와 더불어 대상자들이 가진 이미 알려진 성격 특이점을 확인해주었지만, 대상자들의 정신 건강이나 45세가 되었을 때 얼마나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지를 정확히 예측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81년에 곧 친밀감 형성과 생산성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원으로 발전하는 댄 맥에덤스는 똑같은 주제통각검사를 친밀한 인간관계를 예견하는데 성공적으로 사용하여 학회지에 논문을 올렸다. 그가 세운 친밀감 동기는 행복한 삶의 기초인 두 가지 기준에서 성공할 것인지를 상당히 예견했다.

[28] 좋은 삶의 두 가지 기준은 일과 사랑으로, 종종 프로이트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1953년 하버드 대학교 운영위원회는 그랜트 연구가 추가 재원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더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래서 547월 복과 히스는 슬픈 편지를 보내게 되었다.

[29] “그랜트 연구에 참여한 모든분들게, 연구소 측은 195471일 현재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여러분의 협조는 저희에게 무한한 만족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

그러나 마지막 고별인사만은 피할 수 있었다. 절박한 상태에 처한 연구소는 그해 12, 흡연의 긍정적 측면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제안으로, 담배산업연구위원회에 15,880달러의 연구비 비원을 요청했다. 그 후 10년 이상 담배 회사들이 그랜트연구의 주요 지원자가 되었다.

 

 

8. 그랜트 연구의 인적 변화

 

사회심리학자가 책임자로 오면서 그랜트 연구의 한 세대가 막을 내렸다. 1세대 연구원들은 인간의 발달은 지능과 체형에 따라 이루어지며, 성격 특성은 모두 이것들로부터 발현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현재 이 이론은 인간관계가 인간 발달을 이끈다는 이론으로 바뀌었다.

맥아더는 1955년에 책임자가 되어 1972년에 내가 연구 책임자로 임명될 때까지 그랜트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팀에 합류했을 때 맥아더는 그랜트 연구팀의 유일한 직원이었다. 그는 흡연 습관 질문을 함으로써 또 다른 담배 관련 후원사였던 필립 모리스의 재정지원을 받아내어 연구를 힘겹게 진행했다. 그러나 1960년에서 1970년까지 그랜트 연구의 성과물이라고 발표한 저작물은 4개에 불과했다. 설문지 발송도 3년에 한번으로 줄여야했다. 그리고 17명의 대상자들이 10년 이상 연구에서 누락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맥아서는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의 흡연 습관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어떤지를 연구했으며, 당시 직업 선택과 만족도를 가장 잘 예견해주는 검사법이던 스트롱 직업흥미검사를 장기적으로 입증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 몇 편을 발표했다.(부록 F 참조).

[30] 이 논문들은 그랜트 연구가 전향적 종단 연구를 이용해 얻어낸 첫 번째 성과물이었다.

1967년 그랜트 재단이 맥아더에게 3년 동안 10만 달러를 지원한 덕분에, 당시 결혼 생활 중이던 루이스 그레고리 데이비스가 연구에 합류해 설문지 발송 업무를 할 수 있었다. 루이스는 연구팀에 합류한 뒤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누락된 17명의 대상자들은 다시 참여시킨 것이다. 그 뒤 45년 동안 생존 대상자 가운데 7명만이 자발적으로 연구에서 탈퇴했다. 그 후로는 완전히 누락된 대상자는 없었다.

 

 

9. 졸업 25주년 기념 모임

 

내가 그랜트 연구에 합류한 첫 애에 졸업 25주년 동창회가 열려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이 모였다. 나는 설문지를 고안해 25주년 동창회에 모인 1944년 졸업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1학년 때 받은 신체검사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 일반학생에게 나타난 직업 선택의 비율은 하버드 집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25주년 동창회에서 이 두 집단 사이의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차이는 <3-3>에 요약해놓았다.

 

그랜트 연구 대상자

44

일반 동창생

590

설문지를 작성

92%

명확한 관련

70%

우등으로 졸업

61%

명확한 관련

26%

대학원 진학

76%

 

60%

직업에 만족

76%

명확한 관련

54%

아버지보다 직업 성공도가 낮음

2%

명확한 관련

18%

1년에 병가를 2일 이하 사용

82%

명확한 관련

57%

베트남전에 관여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함

(1968/69 겨울)

93%

 

80%

공립고등학교에 다님

57%

 

44%

이혼한 경력이 있음

14%

 

12%

교회에 자주 감

27%

 

38%

술을 4(6온즈) 또는 그 이상 마심

7%

 

9%

대학 이후 정신과 진료를 10회 이상 받음

21%

 

17%

매우 명확한 관련 = p<0.001; 명확한 관련 = p<0.01; NS = 관련 없음

 

졸업 후 삶과 사랑, 직업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일반 졸업생들은 설문지 작성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비교 자체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몇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하버드 집단 학생들은 일반 동창생들에 견주어 대학 생활과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 것으로 보였다. 하버드 집단 구성원들이 품었던 야망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이들이 크게 성공했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선정할 때 전통적인 개념의 성공을 거둘 만한 학생들을 선정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을 절제하여 사회에서 전통적인 성공이라고 믿는 일을 성취할 만한 대상자의 수가, 삶을 즐기며 살 대상자의 수보다 많았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고 해도 중년에 접어든 대상자들이 이룬 성공은 대단했다.

 

 

10. 그랜트 연구에 합류하다.

 

나는 국립보건원에서 받은 젊은 과학자상의 지원금 덕에 1966년 그랜트 연구에 합류했다. 맥아더는 내게 다음 두 번의 정기 설문 문항을 만들도록 허락했다. 그랜트 연구는 객관적인 신체 건강에 대한 전향적 기록을 가졌기 때문에 인성 발달에 관한 다른 종단 연구와 차이를 이룰 수 있었다.

내 접근법은 찰스 맥아더의 것과는 달랐다. 나는 사회심리학자가 아니라 정신분석을 전공한 의사였다. 나는 초기에 헤로인 중독과 급성 정신병 회복을 연구하면서 회복이 빠른 환자들이 사용하는 비자발적인 적응 기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내가 만든 문항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이를 통해 값진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질문을 접한 대상자들의 독창적인 반응은 그들의 적응 방법과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대상자들이 사용한 단어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랜트 연구에서는 대상자들을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서 그들의 구체적 행동에서 나타나는 소위 자기 방어적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랜트 연구에 합류한 바로 뒤에 성숙이라는 두 번째 관심사에 흥미를 가졌다. 나는 인간의 방어기제와 회복탄력성에 대한 관심과 인간의 성숙 과정에 대한 관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었다.

면담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하여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대상자들과 긍정적인 정신 건강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쉽고도 의미 있는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고 또 흔쾌히 그렇게 한다.

1967년에서 70년 사이에 나는 무작위로 1942~44년 졸업생 가운데 50퍼센트의 대상자들을 재면담했다. 1978년에서 1979년 사이에 에바 밀로프스키가 나머지 50퍼센트의 대상자들을 재면담했다. 1990년 무렵 퇴직할 나이가 된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재면담을 받았다. 그중 반은 내가 직접 면담했고, 나머지는 재능이 많은 마렌 배털든 박사가 했다. 2004년에서 2006년 사이 생존해있던 대상자가 약 85세가 되었을 때 로버트 웰딩거와 그가 이끌던 연구팀은 대상자들과 그들의 부인들을 다시 한 번 면담했다. 그리고 1970년 조직 개편 후 그랜트 연구는 글루엑 연구의 이너시티 집단 대상자들에 대하여 하버드 집단에게 했던 후속 조사와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후속 조사를 진행했다.

숨은 진실은 대상자들을 장기적으로 후속 조사한 뒤에만 드러났다. 과묵한 성격의 한 대상자는 30세가 되어서야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낳은 뒤 산후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등등

친밀한 인간관계에 특별한 관심이 있던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웰딩거 박사가 내 뒤를 이어 2005년에 그랜트 연구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는 2004년에서 2006년까지 대상자들을 재면담한 동시에 동의한 부부는 영상 촬영을 하고 DNA샘플도 수집했다.

 

 

11. 그랜트 연구의 재정 이야기

 

그랜트 연구에 계속적인 재정 지원을 마련하는 것은 힘든 걱정거리였지만, 탄력적인 상황 대처와 풍부한 인적 자원, 그리고 운이 따라주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

나는 젊은 과학자상 뒤로 30년 동안 월급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연구비 지원은 따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퇴직한 루이스 그레고리 데이비스를 재영입할 수 있도록 그랜트 재단에 800만달러를 지원해달라는 편지를 썼다. 이후 5만 달러를 후원받았으며 이는 향후 30년간 계속적으로 그랜트 연구의 재원을 확보할 토대가 되었다. 시기도 좋았는데,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연구소가 막 문을 열어서 상대적으로 풍부한 재원을 갖고 있었다.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는 1972년에서 1982년 사이 그랜트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며 알코올리즘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연구소 책임자로 부임하고 대상자들이 50세가 되었을 때 처음 발표한 논문은 의사가 된 46명의 처방약 남용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나는 설문 조사와 면담을 통하여 의사가 된 대상자들의 기분전환용 약물 사용과 남용 실태를 다른 대상자들의 그것과 비교했다.

[31] 의사가 된 대상자들은 통제집단과 비교했을 때 기분 전환용 약물을 2배 더 복용하고 남용했다.

이 논문이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되면서 그랜트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32] 1983년 나는 여러 해 동안의 연구결과를 요약한 <알코올리즘의 역사>를 출간했다.

그해 향후 연구 단계에 더 안전한 재정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다트머스 대학 정신과 석좌교수직을 수락했다. 그랜트 연구소는 10년 동안의 자료를 갖고 하노버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지만 경영은 여전히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학부에서 맡았다.

1986년 그랜트 연구에서는 연구의 초점을 노화로 옮겼다. 나는 인간의 적응에 여전히 관심이 있었지만 윌리 서튼(미국의 악명 높던 은행강도)같은 연구원이어서 돈이 될 만한 일은 뭐든지 했다. 그러나 알코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 분야에 대해 조금 알게 되자 이내 빠져들었다.

국립노화연구소에 제출한 내 첫 번째 신청서는 냉정하게 거절당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제안서를 작성한 노화를 두려워하는 51세의 제안자는 인간의 노화를 전향적으로, 다시 말하면 노화 과정을 점진적 쇠퇴로 추적조사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내 잘못을 깨달은 뒤 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나는 다시 한 번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립노화연구소는 그랜트 연구에 지원하기로 했고, 그 결과 나는 2002년에 <행복의 조건 aging well>을 출간했다.

1992년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내게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고, 그랜트 연구소는 보스턴으로 다시 옮겨갔다. 2010년까지 그랜트 연구소는 브리검 여성병원에 있다가, 2005년에 연구 책임자가 된 로버트 웰딩거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12. 그랜트 연구가 관련자들의 삶에 끼친 영향

 

우리는 그랜트 연구의 대상자들이 조사에 참여하면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알고자 했다. 그들 대다수는 연구 과정이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변화를 일으켰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의 집단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연구팀도 이 연구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연구원인 아트 밀러라는 사람과 연결된 이야기다. 아트밀러의 이야기는 장기적 시각만이 성급한 결론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아트 밀러 : 외상 후 성장을 이루다.

1960년 아트 밀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2차 대전에서 살아 돌아온 뒤 존 몽스와의 면담에서 전쟁 중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는 경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한 뒤 르네상스 시대의 드라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영문과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사라져서 20년 동안 유일한 추적 불가대상자가 되었다. 그러나 1980년 나는 그의 노모와 연락이 닿았고, 그의 어머니는 밀러가 대학 교수직을 오래 전에 그만두고 서호주로 이민을 가 고등학교에서 드라마를 가르치며 가족들과 산다고 말했다. 나는 밀러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내가 호주로 그를 만나러 가도 되는지 물었고, 그는 흔쾌히 승낙하는 듯 했다. 회피 성향을 갖고 있던 대상자가 나를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듯 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불만 때문에 호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여러 이유를 댔는데, 나는 잠시 그가 다른 이유로 미국을 등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방문 면담을 마친 뒤에도 밀러는 내 전화를 언제나 친절하게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 보낸 설문지는 돌아오지 않았으며, 그는 자신이 어디에 사는지 하버드 대학에 알리지 않았다.

나는 골똘히 생각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당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많은 사람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관해 연구했으며, 밀러 역시 2차 대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생각을 떨쳐버렸다.

몇 년이 흐른 뒤 나는 다양한 가설을 만들었지만, 모두 그럴듯한 가설은 아니었다. 2009년 나는 기록을 살펴보았다. 기록 속에서 1950년 대상자들의 참전 당시 의무 기록을 검토하려고 워싱턴으로 갔던 클라크 히스가 작성한 서류철을 발견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55년 뒤 나는 아트 밀러가 군대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었다.

평가는 쉬웠다. 나는 밀러가 보여준 순응하지 않는 태도와 수동공격성 행동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가 가족과 조국으로부터 달아났다는 사실과 그의 수입이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가장 낮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나는 아트 밀러의 인생을 외상 후 성장을 이룬 창조적인 표본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2010년 마침내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 에드워드 올비와 유진 오닐 같은 많은 극작가들이 충격적인 아동기나 심각한 우울증을 겪은 뒤에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었다.

 

 

13. 그랜트 연구와 함께 성장한 삶

 

그랜트 연구 기간의 반이 넘는 세월 동안 연구를 이끌었던 사람이 나이므로 나 자신이 발달 과정에서 겪은 일과 그 경험으로부터 생겼을지 모르는 편견들을 소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뉴욕에서 학구적 분위기의 와스프(앵글로 색슨계 백인 신교도: 미국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지배 계급으로 여겨짐)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나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고, <램푼>지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 뒤 나는 교육과 봉사는 선한 일이지만 사업과 개인 진료는 옳지 못한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하버드 대학교 의과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분법적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청교도적 생각을 불어넣었다.

나는 많은 동료들처럼 정신과 의사로서 특정한 학파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독자들은 내가 정신분석학자로 훈련받았으며, 아돌프 마이어와 에릭 에릭슨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다.

18세 까지는 천체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19세 때 룸메이트의 책 가운데서 <발전하는 삶 Lives in Progress>을 읽은 뒤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33] 로버트 와이트가 쓴 이 책은 성인발달에 관한 전향적 연구로 설계된 최초의 책일 것이다.

터프츠 의과 대학 정신과에서 조교수로 일하던 시기인 1966년에 나는 그랜트 연구에 합류했고, 단번에 그 연구에 빠져들었다.

내가 찰스의 뒤를 이었을 때 하버드 대학은 이 연구의 영향력과 중요성에 대해 여전히 확신이 없었고, 나를 그렇게도 흥분시켰던 민감한 자료들을 파기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파일이 특히 민감했던 이유는 1년 전 시위하는 학생들이 공중보건학부 건물의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행정실을 점령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랜트 연구의 초점은 다시 한 번 옮겨갔다. 그 이유는 나의 관심이 사회학에서 유행병학과 정신역학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비자발적 대응기제, 그리고 심리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증상 사이의 상관관계에 매료되어 있었다. 70세를 넘기며 나는 정신의학과 심리학이 사람들의 긍정적 감정과 영적 경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확신했다. 나는 또한 사랑과 연민을 좋아하는 특징이 포유류에게 내장되어 있다고 믿는다.

 

 

14. 하버드 그랜트 연구의 미래

 

내가 이 책 전체를 통해 말하려는 것들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맺은 가까운 인간관계가 우리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삶의 끝에 이르기까지 친밀한 인간관계를 연구한 예는 아주 적다.

그러나 국립정신건강협회는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이러한 연구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과학계의 유행은 다시 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생물학으로 눈길을 돌렸다. 만일 윌리 서튼이 오늘날 성인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한다면, 연구의 중심은 뇌가 될 것이다.

재원 확보를 둘러싼 어려움은 난처한 문제이기는 했으나 빠져나가지 못하는 저주는 아니었다. 지난 5년 동안 재원 조달의 어려움이 있었기에 그랜트 연구팀은 생물학적, 신경과학적 자료들을 약 75년 간 추적한 대상자들의 삶에 대한 연구와 취합하는 데 힘을 실어주었다.

사회가 노령화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가족들과 의료인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더 급박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말했듯 엘리트 그룹을 선정해 진행하는 연구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 가운데 하나는, 특별히 90세까지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온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의 연구가,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보통 사람이 3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말해줄 것이라는 점이다.

 

행복의 비밀_2장

CHAPTER 2_행복을 측정할 수 있을까

 

 

(Epigraph) 후속 연구는 정교한 이론들을 무너뜨리는 위대한 힘이 있다. – P. D. Scott

 

이 장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을 들어 종단 연구가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어떻게 사용되고, 또 왜 그토록 중요한지 이야기하겠다.

[1] 2009<애틀랜틱 The Atlantic>지는 내게 그랜트 연구를 시작한 후 알아낸 것 중 가장 중요한 발견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이 질문을 받고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없이 성급하게 대답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는 다른 사람과 맺는 인간관계입니다.” 이런 충동적인 대답에 대해 유명 비즈니스 지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뷰 Australian Financial Review>는 즉각적으로 반박 기사를 발표했다.

[2] 이런 낭만적인 생각이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한 말을 통해 나 자신을 발달학의 오랜 논쟁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그것은 선천적요인과 후천적 요인 중 무엇이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라는 문제였다. 처음에 나는 이 문제를 직접적인 비교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랜트 연구 대상자들의 삶을 두 부류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한 부류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신체 조건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동기를 행복한 가정에서 보낸 사람들이었다. 선천적 요인에 대하여 말해주는 자료들은 충분했으나, 후천적 요인은 문제가 달랐다. 1940년대의 연구원들은 인간관계를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연구원들은 가정환경의 차이, 환경적 요인을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비교한 대상자 중 누가 어린 시절에 사랑이 가득한 가정에서 자랐는지 구분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은 유전적인 신체조건, 사회적 특권층에서 자란 아동기, 어린 시절 받은 사랑 가운데 성공적인 노년을 가장 잘 예견하는 예상 변인은 무엇인가였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단 하나라는 말로써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대신, “성공하는 삶을 결정하는 10종 경기(Decathlon of Flourishing)”라는 기준을 만들었다. 이것은 노년의 성공적인 삶을 구성하는 열 가지 성취과업으로 성공의 다양한 면을 포괄한다.

 

 

1. 10종 경기 평가 기준

 

나는 성공적인 삶을 결정하는 기준들이 무엇인지에 관해, 노년기 삶에서 보람있는 10개의 성과들을 10종 경기라는 비유 속에 되도록 많이 담으려 했다. 나는 이 종목들을 선정할 때 덕, 행복, 자아실현 같은 추상적인 기준 대신 구체적인 행동과 성취한 업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면담의 질문은 부록 A에서, 적응 평가의 상세 내용은 부록 D에서 확인할 수 있다.

<2-1>10종 경기, 성공적삶을 살았다고 결정해주는 열 가지 성과를 나타낸다. 1번과 2번은 대상자가 직업에서 얼마나 성공했는가를 말해준다. 나는 이러한 구별이 의사나 법조인보다 작가, 교육자, 정치가, 사업가들을 더 우대한다는 점을 바로 알아차렸다. 또 창조적인 분야의 예술가들은 아무리 성공적인 업적을 이루었다 해도 10종 경기 종목으로는 이들의 성취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더 나중에 알았다.

3번부터 6번까지 4개의 종목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종목들이다. 나머지 네 종목은 좋은 인간관계를 반영한다.

1.

미국 후즈후 명단에 등재되었다.

2.

수입이 대상자의 상위 25%에 속한다.

3.

심리적 고통 정도가 낮다.

4.

65세 이후 일, 사랑, 여가를 즐기고 성공을 거두었다. (부록 D)

5.

75세에 주관적으로 좋은 건강을 유지했다. (75세에 왕성한 신체 활동을 유지함)

6.

80세에 주관적, 객관적으로 좋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했다.

7.

에릭슨이 말한 생산성 단계를 마쳤다. **

8.

60~75세에 부인과 자녀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서 사회적인 도움을 받았다.

9.

60~85세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10.

60~75세에 자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 10종 경기는 65~80세 대상자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만들었다. 1개의 종목을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 58~64세에 사망한 14명의 대상자들도 평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58세 생일 전에 사망한 사람을 제외했다.

** 에릭슨이 말한 가장 높은 심리사회적 과업을 성취한 사람으로 분류된 대상자를 말한다.(5장 참조)

 

10종 경기 평가 과정에서 몇 가지를 확실히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60세부터 85세까지 대부분의 시간 동안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한 대상자는 5년 동안 행복하지 않았거나 중간에 이혼한 경험이 있어도 이 종목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대로 결혼 생활을 35년 동안 유지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불화 속에서 지냈다면 불행한 결혼 생활로 평가했다.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반영하고자 선택한 10개 종목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긴 해도 몇 개의 종목은 다른 종목과 동시에 성취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사실 종목들 사이에는 매우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2. 10종 경기 평가 방법

 

10종 경기 자체는 2009년에 등장한 개념이지만, 내가 이 연구에서 목표로 삼은 10개 종목에 적용할 자료를 모으는 일은 훨씬 더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연구는 전향적 연구임을 상기하자.

10종 경기의 개별 종목 평가에서 연구 대상자 가운데 상위 4분의 1안에 속하는 사람은 점수를 받았다. 평가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망한 사람은 0점을 받았다. 전체 점수는 0~10점으로 평가했다. 3분의 1의 대상자가 2~3점을 받았고 이들은 성공적인 노년기 삶에 대한 평가 기준에서 평균인 것으로 고려되었다. 불완전하긴 해도 10종 경기 점수가 노년기 성공적인 삶에 대한 여러 중요한 측면들을 다룬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대부분의 평가자에게서 2점 이하를 받은 3분의 1의 대상자들은 4점 이상을 받은 3분의 1의 대상자들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뜻했다. 애덤 뉴먼은 2점을, 앞으로 소개할 고드프리 카미유는 5점을 받았다. 물론 좋은 삶에 대한 평가는 매우 까다로운 일일 수 있다.

 

3. 행복한 삶을 위한 선행 조건

 

사실 성공하는 삶을 결정하는 선생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그랜트 연구 초기 단계부터 공언한 연구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시대에 맞게, 초기 연구자들은 재능 있는 리더를 결정하는 것이 특정한 신체조건, 즉 중배엽형에다 남자다운체형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원들을 1945ROTC 선발에 관한 회고적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정당화했다.

[3] 이 연구에서 남성적 신체 특징을 강하게 가진 대상자의 41퍼센트가 훌륭한 장교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 반면, 남성적 신체 특징이 부족한 대상자는 단 한 사람도 이런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좋은 평가를 받은 남성이 실제로 훌륭한 장교가 되었는지는 후속 기록이 없어서 알 수 없다.

나는 초기 연구자들의 생각에 반박하여, 21세기의 감성 가치인 사랑의 힘이 더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고 주장하려 했다. 신체조건, 경제적 부, 사랑스러운 보살핌 가운데 무엇이 노년의 성공적인 삶을 결정하는 것일까?

 

<2-2>A절에 있는 10개 항목에는 신체적인 특징과 비신체적 특징이 있는데, 이 특징들은 노년의 보람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할 체질적 예상 변인을 검사하려고 선정되었다. 처음 6개 특징은 초기 연구자들이 생각한 특징들이다. 6개는 활발한 성격, 사회성, 남자다운 체형, 중배엽형 신체, 지구력, 운동능력 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여섯 가지 특징에 아동기 성격, 알코올리즘, 우울증, 그리고 부모와 조부모의 장수 여부라는 네 가지 체질적, 생물학적 요인을 추가했다.

나는 또 미래에 사회경제적 요인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3개의 변인을 포함시켰다. 부모의 사회적 계급은 부모의 수입과 직업, 주변 환경, 그리고 가정 방문을 통해 평가했으며, 부모의 학력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여기서 알아야할 중요한 점은 10종 경기 기준을 세우기 전에는 인간관계 형성 기술을 측정하는 기준이 4개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그 4개 기준에 만족해야 했다. 이는 C절에 있다.

 

C1번 문항)연구 대상자들과 부모들은 대상자들이 대학생이 된 후에 이 연구에 접근했으며, 양측 모두 심층 면접을 받았다. 이 면접은 대상자들의 아동기 가정생활과 부모자식 간의 관계, 형제자매 간의 관계를 알아내는 첫 번째 지표가 되었다. 당시에는 아동기 가정환경을 수치화하지 않았으며, 그랜트 연구에 참여한 이후에 이루어졌다.

 

두 번째 인간관계 예측 변수는 전반적인 건강에 대해 연구자들의 의견이 일치한 등급에 따라 나왔다. 그 등급은 1~3점으로 매겨졌고 다음을 의미한다.

1 =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심각한 문제가 없음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상자

2 =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따듯함이 부족함또는 너무 민감함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상자

3 =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짐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함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상자

 

세 번째 예상 변인은 20~35세 대상자의 비자발적 대응 방식(방어기제)에서 나타나는 성숙함 또는 미성숙함이었다. 이것은 대상자가 47세일 때 확보한 자료에 근거하여 소급적으로 분석했다.

마지막 예상 변인은 30~47세에 누린 따듯한 인간관계이다. 이 변인은 대상자들이 중년이 된 1975년에야 평가되었지만, 그 전에는 친밀한 애착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객관적인 변인이 없었기 때문에 이 변인을 포함시켰다. 객관적 6개 질문에 대하여 예/아니오로 대답하게 했다.

질문은 아래와 같다.

대상자는 10년 이상 결혼 관계를 유지해왔는가?

자녀와 관계가 친밀한가?

가까운 친구가 있는가?

원가족과 좋은 관계 속에서 왕래하며 지내는가?

사회 조직에 속해 있는가?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통한 여가 활동을 하는가?

 

 

 

전체 10종 경기

점수와의 관련 정도

A. 체질을 반영하는 점수

1.

중배엽형 체형 (0개 종목*)

NS

2.

남성적 체형 (0개 종목)

NS

3.

활발한 성격 (1개 종목)

명확한 관련

4.

운동 능력 (2개 종목)

매우 명확한 관련

5.

지구력 (2개 종목)

명확한 관련

6.

사회적이고 외향적 성격 (0개 종목)

NS

7.

조상의 단명 (1개 종목)

NS

8.

알코올리즘 친척 (2개 종목)

NS

9.

우울증이 있는 친척 (0개 종목)

NS

10.

아동기 성격이 좋음 (2개 종목)

명확한 관련

 

B. 사회적 계급을 반영하는 변수

1.

사회적 계급 (최상층부터 노동자 계급까지) (0개 종목)

NS

2.

어머니의 교육 (6~20) (0개 종목)

NS

3.

아버지의 교육 (6~20) (0개 종목)

NS

 

C. 애착을 반영하는 변수

1.

따듯한 아동기 환경 (6개 종목)

매우 명확한 관련

2.

대학 생활의 전반적 건강 정도 (8개 종목)

매우 명확한 관련

3.

타인과 공감하는 대응 방식 ** (20~35) (7개 종목)

매우 명확한 관련

4.

30~45세의 따듯한 인간관계 (10개 종목)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 p<0.001; 명확한 관련 = p<0.01; NS = 관련없음

* “종목은 선행 변수에 의해 성공이 명확히 예상된 10종 경기 종목의 수

** 8장 참조

 

 

4. 노년의 행복을 예측해주는 요인

 

<2-2>에는 연구팀이 검사한 17개의 변인이 나와 있다. 그 중 10개는 초기 연구자들의 세계관을 반영한 체질 관련 변인이며, 3개는 현대 사회심리학의 세계관을 재현한 사회경제적 변인이고, 마지막 4개는 애착 이론가들과 동물행동학자의 견해를 반영한 인간관계 변인이다. 나는 이러한 변인들이 개략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변인들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10종 경기 이후에 측정한 인간관계는 예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2-2>는 각각의 변인들이 10종 경기 전체 점수와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 말해준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10개의 체질 변인과 3개의 사회적 변인은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예측하기에는 한정된 예견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4개의 인간관계 변인들은 10종 경기 성공에 매우 강력한 예견력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 긴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가진 대상자들은 그들의 삶 전반에 걸쳐 성공적으로 살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해주었다. 이것은 <2-3>에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내 주장이 성급하기는 했어도 옳다는 것이 드러났다. 후천적 변인이 선천적 변인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최소한 10종 경기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노년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예견력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환경은 따듯하고 친밀한 인간관계였다.

 

역사 이야기를 따로 해보자. 나는 사람의 체형으로 그의 인생을 예견할 수 있다는 이론과, 연구 초기부터 소중히 다루어지던 가설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장교의 자질과 체형 사이의 관계를 연구해보기로 했다. 2차 대전이 끝났을 때 그랜트 연구 대상자 가운데 어떤 사람은 소령으로, 어떤 사람은 여전히 사병으로 제대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이들이 제대할 당시 어떤 계급을 가졌는지는, 그들의 체형, 부모의 사회적 계층, 지구력, 심지어 지능과도 관계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일반적으로 그들이 도달한 계급은 어린 시절 얼마나 친밀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는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과 얼마나 따듯한 관계를 유지했는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4] 이 결과가 그랜트 연구에서 첫 번째 책을 집필하라고 부탁한 바 있던 자연인류학자 어니스트 후튼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 안에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교훈은 우리의 믿음이 아무리 확고하다 해도 단순한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정보는 우리가 그것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종단 연구는 앞서 말한 위험들과 예언과 방법이 갖는 단점에서 우리를 구해준다.

성공적인 노년을

말해주는 10종 경기

아동기 환경

 

47세 때의

사회적 건강도

21세 때의

대학생활 건강도

20~30세의

방어기제 성숙도

10종 경기 총점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후즈후 명단 등재 여부

NS

명확한 관련

NS

매우 명확한 관련

최고 수입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NS

낮은 정신적 스트레스

NS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직장, 사랑, 여가 활동을

즐기고 성공함 (65~80)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NS

NS

주관적 건강 (75)

NS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성공적인 노화 (80)

NS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NS

생산성 과업 완수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사회적 도움 (부인과 자식 외) (60~75)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행복한 결혼 생활

(60~85세 사이)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명확한 관련

자식과 가까운 관계 유지

(60~75세 사이)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NS

명확한 관련

매우 명확한 관련 = p<0.001; 명확한 관련 = p<0.01; NS = 관련 없음

 

 

고드프리 카미유: 사랑으로 자신을 치유하다.

 

통계적 데이터에서 잠시 벗어나, 사랑이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 사례를 보며 이야기해보자. 삶은 단순한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카미유는 38년에 그랜트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원들은 그가 정상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다루기 힘든 몸씁 건강염려증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가 연구에 들어온지 10년이 되던 해, 대상자들은 미래에 안정적 성격을 가질 수 있을지에 관해 A에서 E등급까지 평가받았다. 그는 E등급을 받았다. 그는 젊은 시절 끔찍한 사람이었지만 노년기에는 멋진 삶을 살았다. 그는 10종 경기에서 5점을 받아 상위 4분의 1에 포함되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는 평생 동안 사랑을 찾아다녔다.

카미유의 부모는 상류층이었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았으며 병적으로 의심이 많았다. 한 아동정신과 의사는 30년 뒤 카미유의 면담 기록을 보고 그가 그랜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 가운데 가장 쓸쓸한 아동기를 보냈을거라고 생각했다.

사랑도 못 받고 독립심도 없이 성장한 카미유는 학생 때 무의식적인 생존 전략을 선택한 뒤, 대학교 안에 있는 병원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었다. 카미유가 계속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그가 미성숙한 대응 기제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 카미유는 그 당시 연구 기준으로는 실패한 군대 생활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이 어긋났음을 알았다.

의과 대학을 졸업한 뒤 박사가 된 카미유는 자살을 시도했다. 카미유는 자시닝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돌보는 일이 매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몇 번 받은 뒤 카미유는 자신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우울함으로 화를 다스리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미유는 건강염려증이라는 과대망상적 방어기제와 이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무의식적 목적을 버리고 전이라는 더 성숙한 대응기제로 전환했다. 35세에 그는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는 폐결핵으로 보훈병원에 14개월 동안 입원했다. 10년 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 받는 존재가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나온 뒤 병원을 열어 원장이 되고, 결혼도 하고, 책임감 있는 아버지가 되었다. 그 후로 5년 동안 성인 발달 단계에서 말하는 친밀감 형성, 직업적 안정, 생산성 과업을 빠른 속도로 완수해 나갔다. 10년 이상 계속된 결혼 생활은 특별히 행복하지는 않아 이혼으로 마무리되었다. 수십 년 사이 카미유의 대응 기제도 바뀌었다. 그는 70세가 되었을 때, 자녀들에게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자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서 배웁니다.”라고 대답했다. 이틀 뒤 그는 나에게 다녀와 사랑을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처음으로 고드프리 카미유의 삶에 관해 쓰기 시작했을 때는 그가 어떻게 상처를 극복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병에 시달리면서 상처를 극복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는 직업에 대한 깨달음과 영성, 아내와 자녀들, 두 번의 정신과 치료, 교회로의 복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랑이 넘치는 환경을 자신을 위해 만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에게 샘솟는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어주었다.

행복이 수레라면 사랑은 말이다. 사랑이라는 말만 있으면 행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카미유의 행복한 노년을 예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삶에 대처하는 비자발적인 수단인 방어기제가 매우 중요하며, 사랑이라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부라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카미유의 행복한 노년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75년 동안 이어져온 그랜트 연구는 행복한 삶을 떠받느는 기둥이 두 개 있음을 발견했다. 하나는 사랑이라는 기둥이고, 하나는 사랑을 밀어내지 않는 대응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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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는 것이 수천 마디 설명을 듣는 것보다 낫지만, 때로 그림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한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 것 같지만 때로는 한다. 따라서 그림과 숫자를 함께 보면 진실에 더 가까운 메시지를 알게 된다. 때문에 나는 이 책에서 실제 사례와 데이터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그랜트 연구 결과가 지금까지 궁극적으로 알아낸 바를 말하겠다.

첫째, 인간에게는 긍정적인 정신 건강이 존재하며, 이것은 어느 정도 까지는 도덕적, 문화적 편견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가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은 자신만의 가치판단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가치 판단을 연구에 쓸 수 있도록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가 타당하다는 사실을 설득이 하니라 정리된 결과물로 입증해야 한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 교훈은 정신병리학적 관심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정신 건강으로 관심을 옮겨 이야기하자면, 적응을 위한 인간의 대응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성숙한 대응 방식을 더 많이 알아갈수록 인생의 돌과 화살을 더 잘 견딜 수 있다.

세 번째 교훈은 성공적인 삶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랑은 어릴 적 받은 사랑만을 가리키지는 않으며, 남녀 간의 사랑일 필요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바로 이 명제가 그랜트 연구가 말하는 네 번째 교훈이다. 아동기 환경이 나머지 삶 전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네번째 교훈들은 서로 긴밀한 상관 관계가 있다.

2000만 달러의 연구비가 들어갔고 75년 동안 계속된 그랜트 연구는 최소한 내개 명확한 하나의 결론을 주었다. “행복은 사랑을 통해서만 온다. 더 이상은 없다.”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도 같은 말을 했다.

[5]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낸다.” 다만 베르길리우스에게는 자신의 말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었을 뿐이다.

다섯 번째 교훈은 잘되고 있는 일이 잘못되는 일보다 사람의 삶에 더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 교훈은 당신이 오래 산다면 삶은 변하기 마련이고 건강한 적응을 위해 해야할 일도 변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향적 연구는 알 수 없는 우리 인생사에 대한 해답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