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증 성향과 행복

신경증 성향과 행복

 

 사람들 중에는 불확실한 것에 대해 유난히 걱정이 많아 불안해하거나, 안 좋은 사건을 계속 되뇌면서 스스로 우울해지는 성향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성향을 가리켜 신경증(Neuroticism) 성향이 높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신경증의 정도가 지나치면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수면 장애),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고, 더 심하면 기분이 급격히 좋았다가, 급격히 나빠지는 조울증 에피소드까지 나타날 수 있다.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의 위와 같은 특성에서 이미 유추했을 수 있지만, 신경증 성향은 행복과 반비례한다. 즉 신경증적 성향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와 긍정 정서 같은 행복과 관련된 차원들은 낮아진다. Lynn과 Steel(2006)은 신경증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와 긍정 정서가 낮아진다는 것을 국가차원에서 보여준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이다.


  Lynn과 Steel(2006)은 Steel과 Ones(2002) 그리고 McCrae(2001)에서 조사된 38개국 국민들의 외향성, 신경성, 삶의 만족, 행복, 긍정 정서를 종합한 후, 상관관계가 높은 요인들이 무엇인지 확인하였다.

 

 

 


그림 1. 외향성(X축)과 신경증(Y축)의 관계. 부적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r(38) = -.38, p < .05.

 

  그림-1은 외향성과 신경증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림-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외향성과 신경증 사이에는 부적 상관관계가 있다, r(38) = -.38, p < .05. 즉 외향성이 높아질수록 신경증은 감소한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집단주의적 동양문화권 사람들은 대체로 외향성이 낮고, 신경증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적 문화권에 비해 집단주의적 문화권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더 많이 의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신경증(X축)과 삶의 만족도(Y축)의 관계. 명확한 부적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r(33) = -.47, p < .01.

 

  그림-2는 신경증과 삶의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그림-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신경증과 삶의 만족도 사이에는 비교적 명확한 부적 상관관계가 있다, r(33) = -.47, p < .01. 대표적으로 신경증 성향이 높은 한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그리스인의 삶의 만족도가 신경증 성향이 낮은, 나이지리아인, 노르웨이인, 미국인, 이스라엘인에 비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3. 신경증(X축)과 긍정정서(Y축)의 관계. 명확하고 강한 부적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r(25) = -.57, p < .01. 한국인의 정서 데이터가 없어 본 그래프에는 한국이 나타나있지 않다.

 

  그림-3은 신경증과 긍정 정서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그림-3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신경증과 긍정 정서 사이에는 강하고 명확한 부적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r(25) = -.57, p < .01. 대표적으로 신경증 성향이 높은 일본인, 러시아인의 긍정정서가 신경증 성향이 낮은, 나이지리아인, 노르웨이인에 비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부정적 사건을 탄력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사건에 집착하여 무기력해지며,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도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화를 잘 내는 높은 신경증적 성향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더 알고 싶다면,

Lynn, M., & Steel, P. (2006). National differences in subjective well-being: The interactive effects of extraversion and neuroticism.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7(2), 155-165.
https://doi.org/10.1007/s10902-005-1917-z

 

McCrae, R. R. (2001). Trait psychology and culture: Exploring intercultural comparisons. Journal of Personality, 69(6), 819-846.
http://dx.doi.org/10.1111/1467-6494.696166

 

Steel, P., & Ones, D. S. (2002). Personality and happiness: A national-level analysi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3), 767-781.
http://dx.doi.org/10.1037/0022-3514.83.3.767

 

 

Happiness Study Sketch 

현상유지편향과 손실회피

현상유지편향과 손실회피

 

 

  오랜 세월 변화에 적응해온 인간은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두뇌 신경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효율적 정보처리 시스템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 한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변화를 최소화하여 무엇인가를 새로 학습하는데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인간의 이 시스템은 인간으로 하여금 차이보다 유사성에 주목하게 만들고, 변화보다는 일관성에 더 높은 가치를 두며, 다양성보다는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원리에 더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인간의 시스템은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매우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이 시스템은 한 마리 맹수의 특성을 파악하여 도망치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면, 새로운 맹수의 특성을 또 학습할 필요 없이 유사한 것을 보면 바로 도망칠 수 있게 해주면서 생존력을 높여주었고, 어떤 동물이 어떤 풀을 먹고 죽는 것을 보면, 그것에 독이 있으니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까지 알려주었으며, 그와 유사한 것도 먹지 않게 해주었다.


  간혹 이 시스템이 오류를 범할 때가 있는데, 맹독성의 식물이나 과일이 겉보기에는 독이 없는 식물이나 과일과 너무 닮아 있어서 사람들이 이것을 먹고 탈이 나게 되는 경우나, 농경시대에 한 땅에서 계속 같은 방법으로 같은 작물만 키우다보면, 지력이 쇠하여 수확량이 계속 줄어든다는 점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은 매우 드물게 잃어나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유사성을 파악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며,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규칙을 통해 일반화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현재 상태나 구조를 변화시키기보다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두뇌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이러한 정보처리와 행동 경향성에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Kahneman, Knetsch, & Thaler, 1991).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유지편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무엇일까? 또 이러한 현상유지편향이 나타나는데 기여하는 인지적 기제는 무엇일까?


  먼저 현상유지편향이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한 Hartman, Doane과 Woo의 1991년 연구를 살펴보도록 하자. 연구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Pacific Gas and Electronic Company(PG&E)가 두 가지 서로 다른 서비스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에 소속된 거주자 2,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내용에는

 

1) 최근 1년간 정전이 몇 번이나 발생했는가?(frequency of outages per year)
2) 한번 정전이 시작되면 평균 몇 시간 정도 지속되었는가? (average duration)

 

가 포함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두 가지 설문조사를 토대로 정전 횟수가 적고, 정전 지속 시간이 짧아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제공하지만, 값이 비싼 서비스가 무엇이고, 정전 횟수가 많고, 정전 지속 시간이 길어 안정적이지 못한 전력 공급을 제공하지만, 값이 저렴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며칠 후, 위 설문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설문을 진행하였다. 설문은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전력 공급 서비스를 포함한 총 6개의 전력공급 서비스 각각의 1년 간 정전 발생횟수와 정전 1회당 지속시간 평균, 현재 서비스보다 몇 퍼센트 비용을 더 내야 하는지 혹은 덜 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후, 향후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은지 선택하는 것이었다.

 

 

 

 


표 1. 6가지 전력 수급 서비스에 대한 정보. A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받고 있었던 집단이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은지 선택한 결과이고, B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안정성이 낮은 전력공급을 받고 있었던 집단이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은지 선택한 결과이다.

 

  표-1은 참가자들에게 제공한 설문지와 현재 가격은 높지만 안정적인 서비스 받고 있는 집단과 가격은 낮지만 안정성이 낮은 서비스를 받고 있는 집단이 향후 어떤 서비스로 전력을 공급받고 싶은지 선택한 결과를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표-1의 A는 안정성과 가격이 높은 서비스를 받고 있는 집단이고, B는 안정성과 가격이 낮은 서비스를 받고 있는 집단이다.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안정성 높고 가격도 높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A집단의 60.2%가 가격이 5% 더 비싸지만, 더 안정적인 선택지(2번)와 5% 가격이 인하되면서도 비슷한 정도의 안정성을 가진 서비스(3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쓰던 전력공급 서비스(1번, status quo)를 선택하는 현상유지편향을 보였다.


  더 극적인 결과는 안정성도 낮고 가격도 낮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B집단에서 나타났다. A와 마찬가지로 B집단의 58.3%가 비슷한 안전성을 보이지만 10%나 저렴한 가격의 서비스(2번) 혹은 정전 지속시간이 짧기에 더 안정적 이지만 10% 정도 가격 인상이 있는 서비스(3번)가 아니라, 현재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처럼 현상유지편향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유지편향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현상유지편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손실회피(loss aversion)이고, 다른 하나는 현시선호(revealed preference)이다(Kahneman et al., 1991).


  먼저 손실회피란, 현재 이득을 기준으로 새로운 사건이나 대상의 장점보다는 단점, 이득보다는 손실에 주목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이는 동일한 양의 이득에서 지각된 행복감보다 동일한 양의 손실에서 지각된 손실감이 더 크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사람들은 10만원을 얻었을 때 증가하는 행복감보다, 10만원을 잃었을 때의 손실감이 더 크다. 심지어 10만원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이에 2배인 20만원 획득해야 한다.


  Hartman과 동료들(1991)에서도 손실회피 경향성이 나타난다. 현재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 A집단 사람들은 현재보다 더 안정적이지만, 가격이 5% 인상되는 서비스를 볼 때는 더 안정적이라는 장점보다는 5%라는 손해에 더 주목하였다. 또한 안정성은 낮지만, 가격면에서 이득인 서비스에 대해서는 낮은 안정성에 주목하였다. 이렇게 손해되는 측면만 살펴본 결과, 현재 서비스보다 더 이익을 주는 서비스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가격이 같으면서 서비스의 안정성만 더 높아지는 것이겠지만, 이 세상에 그런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현재 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받고 있는 B집단 사람들도 현재보다 더 안정적이지만, 가격이 10% 인상되는 서비스를 볼 때는 10% 손해에 더 주목하였다. 또 현재보다 덜 안정적이지만, 10% 더 저렴한 서비스를 볼 때는 서비스의 안정성이 더 낮음에 주목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B집단도 현재 선택지보다 나은 서비스를 찾을 수 없었다.


  두 집단 모두, 안정성과 금전적 이득을 둘 다 가져오는 못하는데 굳이 현재 서비스를 바꿀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현상유지편향의 두 번째 원인은 현시선호이다. 현시선호란, 겉으로 드러난 것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확실한 것보다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겉으로 드러난 것은 바로 현재 공급받고 있는 서비스이며,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문서로만 정보를 확인한 다른 서비스들이다. 즉 사람들에게 아직 사용해보지 않았기에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다른 서비스들을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위험 감수 행동(risk taking)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확실한 것에 도박을 걸기보다는 확실한 선택지를 선호하기에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risk taking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사람들은 이득보다는 손실에 주의를 기울이는 손실회피(loss aversion) 경향과 불확실한 것보다 확실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위험회피(risk aversion) 성향이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경향성은 사람들의 현상유지편향을 촉진한다.

 

 

*더 알고 싶다면,

Hartman, R. S., Doane, M. J., & Woo, C. K. (1991). Consumer rationality and the status quo.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06(1), 141-162.
http://www.jstor.org/stable/2937910

 

Kahneman, D., Knetsch, J. L., & Thaler, R. H. (1991). Anomalies: The endowment effect, loss aversion, and status quo bias. Th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5(1), 193-206.
http://www.jstor.org/stable/1942711

 

 

General Happiness Study 

타인 돕기는 자기 돕기다

타인 돕기는 자기 돕기다

: 누군가를 돕는 것이 자신의 웰빙에 기여하는 효과

 

다섯 명의 여성 자원 봉사자들을 3년간 추적한 특별한 연구가 있었다. 이 다섯 명은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었는데 67명의 다른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을 위한 동료 지원자로 활동하도록 선택되었다. 그들은 적극적이며 공감하는 경청 테크닉을 훈련 받았으며 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환자 한 사람에게 15분 씩 전화를 걸어주도록 지시를 받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원자들은 3년의 자원봉사 활동 기간을 통해 만족감, 유능하다는 느낌, 승리감을 더 많이 체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사회적인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우울증을 덜 겪었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해보았을 때 이들은 자원 봉사 체험 덕분에 삶에서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서 동료를 지원해주는 역할이 자신과 자기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로 돌리게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판단하지 않고 경청하는 기술이 향상되었으며 다른 사람을 좀 더 개방적으로 대하고 인내심을 발휘하게 되었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들은 자존감과 자기 수용의 느낌도 더 강하게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자존감과 자기 수용의 느낌도 더 강하게 받았다고 응답했다. 인생의 부침에 대응하고 자신의 질병을 관리하는 능력 면에서 자신감을 느꼈다.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다발성 경화증의 완치 방법은 없지만 나는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이 다섯 명의 동료 지원자들이 겪은 긍정적인 변화는 그들이 도움을 주었던 환자들이 받았던 혜택보다도 더 컸다. 자원봉사자들은 환자들과 비교해서 삶에 대한 만족도가 일곱 배나 더 증가하는 체험을 했다. 나아가서 동료 지원자들이 받았던 혜택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늘어났다. 대부분의 행복 개입에서 발생한 혜택이 시간이 흐르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던 사실을 감안할 때 이것은 놀라운 결과다.

 

이것은 다섯 명의 참가자로 이루어진 소규모 연구였지만, 남을 돕는 행위가 주는 여러 가지 보상을 인상적으로 보여주었다. 돕는 행위의 한 가지 독특한 유형인 자원봉사 또는 지역 사회 봉사는 어떤 제도적인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헌신을 한다는 특성이 있지만, 보다 자발적이고 일상적인 유형의 다른 돕는 행위들과 많은 특성과 유익함을 공유한다.

    

 

* 위 연구

    

Schwartz, C. E., & Sendor, R. M. (1999). Helping others helps oneself: response shift effects in peer support. Social Science & Medicine, 48(11), 1563-1575.

https://doi.org/10.1016/S0277-9536(99)00049-0

 

Classic Study Series 

시간적 거리감과 현재에 대한 음미

시간적 거리감과 현재에 대한 음미

 

연구자들은 학부 생활이 거의 끝나가는 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실험에 참가하도록 초대했다.

이 졸업반 학생들은 2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대학 생활의 여러 면을 소재로 작문을 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글을 쓰는 동안 어떤 학생들은 졸업이 임박했다는 사실에 집중하도록 유도된 반면 다른 학생들은 아직 그것이 먼 훗날의 일이라는 사실에 집중하도록 유도되었다.

즉 달콤 쌉싸름한 조건의 집단에게는 이제 겨우 1,2000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으며 통제집단에게는 일년의 10분의 1이나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연구자들은 대학 졸업이 임박했다고 생각하면 대학 생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 현재 순간을 더 음미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조적으로 졸업이 멀었다고 들었던 통제집단은 대학 생활을 즐길 시간이 충분히 남았다고 의식하도록 유도되었기 때문에 현재를 음미하도록 느끼지 않을 것이었다.

 

결과는 이러한 예상을 확인시켜주었다.

통제집단과 비교해보았을 때 달콤 쌉싸름한 조건의 집단, 곧 졸업할 것이라고 상기시켜주었던 집단에서 행복이 더 증진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음미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도 더 높게 나타났다.

그들은 친구와 시간을 보낸다든지 사진을 찍거나 동아리 활동에 참가하고 수업을 들으러 갈 때 경치 좋은 길을 택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

 

*더 알고 싶다면,

 

Kurtz, J. L. (2008). Looking to the future to appreciate the present: The benefits of perceived temporal scarcity. Psychological Science, 19(12), 1238-1241.

https://doi.org/10.1111/j.1467-9280.2008.02231.x

 

General Happiness Study 

시간을 정해놓고 돕는 것과 행복

시간을 정해놓고 돕는 것과 행복

    

 

이름을 공개하기 어려운 한 IT회사에서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보다 1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레이저 컬러 프린터를 개발하는 일을 진행 중이었다. 업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 17명은 휴일도 없이 개발업무를 추진했음에도 불고하고 일은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 펄로 (Leslie Perlow) 교수가 해당 회사의 자문을 맡았다. 펄로 교수가 처음 방문했을 때 17명의 엔지니어들은 부족한 시간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적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해버린 상태였다.

 

펄로 교수가 관찰한 결과 가장 큰 문제는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이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것에 시달려 자신의 일을 제때에 끝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 엔지니어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15분까지 격무에 시달렸다. 그런데, 정작 오후 5시가 지나기 전까지는 20분 이상 자신의 주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불려 다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펄로 교수는 출근한 시점부터 정오까지는 자신만의 일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정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서로 자유롭게 도움이나 조언을 청하여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펄로 교수가 이 방법을 적용하고 한 달 뒤 이 IT회사의 생산성은 47%나 향상되었고, 이런 방법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일도 만족시키고, 동료의 일도 만족시킬 수 있었던 엔지니어들은 다시 활력을 찾았다. 이로부터 3달이 더 지나서는 목표한 기간 안에 새로운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공동체 혹은 타인을 위해 기여하는 행동이 그렇게 행하는 사람을 무조건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취하면서)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Perlow, L. A. (1999). The time famine: Toward a sociology of work time.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1), 57-81.

 

불지피기 전략과 행복

불지피기 전략과 행복

 

다섯 가지 선행을 여러 날에 분산하여 시행하는 사람이 더 행복할까(정원에 물주기 전략), 아니면 같은 수의 선행을 하루에 몰아서 하는 사람이 행복할까?(불지피기 전략)

 

한 심리학자 그룹이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무선할당 한 후 절반은 하루에 다섯 가지 선행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불지피기 조건에 할당하였고, 다른 절반은 일주일 내에 다섯 가지 선행을 골고루 분산하여 시행하는 정원에 물주기 조건에 할당한 한 후, 모두 집단 모두 실험을 시작하고 7일 후에 행복 점수(Chronic Happiness: a genetically determined set point for happiness, happiness-relevant circumstantial factors, and happiness-relevant activities and practices)를 측정하였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 모두 선행을 시행한 종류와 횟수는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다섯 가지 선행을 집중시킨 집단의 행복 점수가 선행을 각기 다른 날에 분산시킨 집단의 행복 점수보다 높게 나탔다. 이는 다섯 가지 선행을 하루에 집중해서 시행할 경우에는 그 일의 영향력과 의미를 명확하게 지각할 수 있지만, 선행을 일주일에 골고루 분배하여 실행하면 그 일이 주는 영향력과 의미를 명확하게 지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행 선행을 일주일에 골고루 분배하면 평소 하던 친절한 행동 혹은 도움행동과 크게 구별이 안 된다.

 

매일 조금씩 선행을 하면 대단히 산만하고 체력 소모가 크며, 집중력을 잃어버려 더 짧은 시간에 할 수 있었던 일에 더 오랜 시간을 소모하게 만든다. 또한 매일매일 정해진 선행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심적 에너지 소모도 불지피기 전략을 시행할 때 보다 크다.

이러한 현상은 매일 조금씩 선행을 베풀기보다, 특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선행을 베푸는 것이 개인의 행복과 타인 혹은 공동체의 행복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Lyubomirsky, S., Sheldon, K. M., & Schkade, D. (2005). Pursuing happiness: The architecture of sustainable chang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9(2), 111-131.

 

소득과 체제 정당화

소득과 체제 정당화

 

 

  사람들은 ‘현재 상태나 구조를 변화시키기보다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정보처리와 행동 경향성에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 부른다(Kahneman, Knetsch, & Thaler, 1991). 현상유지편향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의 인지적 자원 소모를 최소화시키고, 회사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와 같이 어쩔 수 없이 변화해야만 하는 일에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에 대부분의 경우 인간에게 유익하다.


  현상유지편향은 사회학 혹은 정치학적으로도 시사점을 주는데, 그 중 하나가 체제 정당화 경향성(system justification)이다. 체제 정당화 경향성이란, 현재 자신이 소속한 공동체의 정치적 시스템이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합리화하는 경향성을 일컫는다. 체제 정당화 경향성은 현상유지편향에 기초하고 있기에 이러한 경향성 자체를 제거할 수도 없고,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체제 정당화 경향성이 지나치면, 인권을 유린하고 부패한 독재 정권이나 군부 정권이 장기집권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저하시키는 요인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상유지편향에 기초한 체제 정당화 경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은 어떤 요인을 통해 구분되는가? 즉 체제 정당화 경향성의 높고 낮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


  Jost와 동료들(2003)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진은 미국 근로자 1,25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 참여자들의 순수익(income)을 4단계로 구분한 후, 현 체제에 대한 신뢰와 지지에 관련된 설문을 진행하였다. 질문은 여섯 가지로

 

1) 국가문제에 필요하다면 언론을 통제해도 괜찮은가? yes/no
2) 국가문제에 필요하다면 시민권을 제한해도 괜찮은가? yes /no
3) 정부의 공식적 발표를 얼마나 신뢰하나요?
 1점 매우 신뢰, 2점 신뢰, 3점 신뢰하지 않음, 4점 전혀 신뢰하지 않음
4)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1점 그렇지 않다, 2점 그렇다
5) 큰 소득격차는 일한 만큼 받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나요? yes/no
6) 큰 소득격차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나요? yes/no

 

에 응답하는 것이었다.

 

 

$6,000 <

$6,000-$10,999

$11,000-$15,999

< $16,000

언론통제

20.7%

14.2%

13.8%

10.9%

시민권 제한

13.5%

7.6%

8.9%

5.0%

 

표 1. 언론통제와 시민권 제한에 찬성하는 비율(Jost et al., 2003)

 

  표-1은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결과이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언론통제와 시민권 제한에 찬성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체제 정당화 경향성이 강함으로 의미한다.

 

 

 

그림 1. 정부의 공식적 발표에 대한 신뢰도(1: 매우 신뢰, 4: 전혀 신뢰 않음)

 

  그림-1은 세 번째 질문이었던, 정부의 공식 발표 신뢰도를 보여준다. 역시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사람들보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고, 이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사람들에 비해 체제를 정당화하는 경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그림 2.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믿음(1: 그렇지 않다, 2: 그렇다)

 

  그림-2는 네 번째 질문인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믿음에 대한 결과를 보여준다. 앞선 결과들과 마찬가지로 소득이 낮을수록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믿음이 강함으로 보여준다. 이 역시 소득이 낮을수록 체제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림 3. 소득격차를 업무량 혹은 노력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그림-3은 큰 소득격차가 업무량 혹은 노력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소득이 낮을수록 큰 소득격차를 업무량과 노력의 차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해지는 일관성 있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체제 정당화 성향이 강해진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주는 결과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사람들보다 체제 정당화 경향성이 높다는 것은 현상유지편향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구체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높은 사람들보다 현상유지편향이 더 심해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소득이 낮아서 현상유지편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유지편향이 특히 심하기에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소득이 낮아졌을 수 있다.


  반면, 낮은 소득과 경제적 불안정성 자체가 사람들의 시야를 좁아지게 만듦으로써 현상유지편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Raffiee와 Feng(2014)은 낮은 소득과 경제적 불안정성이 창업과 같은 위험성이 높은 일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함을 보여주었다. 창업을 진행하면서 생계가 되는 일을 함께 진행한 하이브리형 창업자 5,299명과 창업을 진행하면서 창업에만 전념한 1,09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기간은 1993년부터 2006년 까지였다. 결과적으로 창업과 생계수단을 병행한 겁쟁이 창업자들이 2006년 생존률이 창업에만 전념한 용기있는 창업자들보다 33%나 더 높았다.


  연구자들의 또 다른 실험은 하이브리드형 창업자들은 사업이 지속되면서 인지능력의 감소를 보이지 않은 반면, 창업에만 전념한 창업자들은 사업이 지속되면서 인지능력의 감소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인지능력의 감소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득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탐색하기보다 손해 보지 않는 안정적인 거래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듦으로써 사업의 성장을 저해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현상유지편향은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도 변화하지 않게 만들거나,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최상이 아니며 변화가 필요한데도 괜찮다고 착각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 현상유지편향이 하나의 정신적 안정제 혹은 정신적 진통제가 되어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까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더 알고 싶다면,

Jost, J. T., Pelham, B. W., Sheldon, O., & Ni Sullivan, B. (2003). Social inequality and the reduction of ideological dissonance on behalf of the system: Evidence of enhanced system justification among the disadvantage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33(1), 13-36.
https://doi.org/10.1002/ejsp.127

 

Kahneman, D., Knetsch, J. L., & Thaler, R. H. (1991). Anomalies: The endowment effect, loss aversion, and status quo bias. Th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5(1), 193-206.
http://www.jstor.org/stable/1942711

 

Raffiee, J., & Feng, J. (2014). Should I quit my day job?: A hybrid path to entrepreneurship.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7(4), 936-963.
http://amj.aom.org/content/57/4/936.abstract

 

General Happiness Study 

문화와 정서

문화적 전통과 행복
: 이상적인 감정 상태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

 

 

  심리학 분야에서 정서를 측정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구는 PANAS(Positive and Negative Affect Schedule)이다.

 

 

Positive affect

Negative affect

Attentive

Hostile

Active

Irritable

Alert

Ashamed

Excited

Guilty

Enthusiastic

Distressed

Determined

Upset

Inspired

Scared

Proud

Afraid

Interested

Jittery

Strong

Nervous

 

표 1. PANAS 척도에 포함된 긍정 및 부정정서 목록

  표-1은 PANAS에 포함된 긍정 및 부정 정서 목록을 보여준다. 먼저 긍정정서를 살펴보면, 뭔가에 주의를 기울였는지(Attentive), 뭔가에 적극적이었는지(Active), 맑은 정신을 유지했는지(Alert), 뭔가가 굉장히 신이 났었는지(Excited), 뭔가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는지(Enthusiastic), 뭔가에 결단력을 발휘했는지(Determined), 뭔가에 영감을 받았는지(Inspired), 뭔가에 자부심을 느꼈는지(Proud), 뭔가 흥미를 끄는 것이 있었는지(interested), 자신의 강인한 면모를 발견했는지(Strong)가 여기에 해당한다.


  부정정서를 살펴보면, 뭔가 반대에 부딪혔는지(Hostile), 뭔가 짜증나는 일이 있었는지(Irritable), 뭔가 창피한 일이 있었는지(Ashamed), 뭔가에 죄책감을 느꼈는지(Guilty), 뭔가 곤경에 처했는지(Distressed), 뭔가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Upset), 뭔가 두려워할 만한 일이 있었는지(Scared), 뭔가 걱정스러운 일이 있었는지(Afraid), 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있었는지(Jittery), 뭔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일이 있었지(Nervous)가 여기에 해당한다.
  목록을 읽으면서 느꼈을 수 있지만, PANAS에 해당하는 정서들은 다소 고강도의 정서들이다. 고강도 정서(High arousal affect)란, 자동적인 정보처리(무의식적 정보처리)에 소모되는 것 이상의 인지적 ‧ 신체적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정서를 의미한다.


  뭔가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자동적인 정보처리 정도로 가능할까? 뭔가에 집중하기 위해 사람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특정한 것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무의식적 처리 이상의 인지적 ‧ 신체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점심시간 이후, 몸이 노곤하고 잠이 오는데, 할 일이 있기에 억지로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Alert) 노력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긍정정서를 느끼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상태이다.


  산 정상을 오르면서 또는 체력 훈련을 하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후 느끼는 강인함(Strong)의 크기는 그것을 얻기 까지 소모하는 인지적 ‧ 신체적 에너지가 클수록 커질 가능성이 있다.


  뭔가 죄책감(Guilty)을 느끼는 상황은 어떤가? 아무 것도 모른다면, 즉 뭐가 죄인지도 모른다면, 뭐가 규범이고, 그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 도덕인지 모른다면 죄책감도 없다. 죄책감은 다분히 인지적이고, 뭐가 죄인지에 대한 기준을 내가 알기 때문에, 뭐가 옳은 일인지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에서 발생한다. 즉 죄책감은 그것을 느끼기 전에도 엄청난 인지적 에너지가 필요하고, 느끼는 동안에도 계속 인지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해 전전긍긍(Jittery)했던 일을 상상해보자. 뭔가 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지, 도대체 방법이 없다. 뭔가 기한이 엄습해오는데,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분비될 것만 같다.


  뭔가에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적(Nervous)은 어떤가? 누군가를 마주칠까봐,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을까봐, 오늘까지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거래처가 연락을 하지 않을까봐, 오늘까지 자료를 주기로 한 누군가가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될 때, 불쾌하고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우리 삶에 이렇게 고강도의 감정만 있을까? PANAS에서 측정하고 있는 정서들이 모든 문화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Tsai, Knutson와 Fung(2006)은 고강도 감정에만 주목해 온 기존의 정서관련 연구들을 보완하고, 또 이상적인 정서의 형태가 문화에 따를 수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들의 첫 번째 연구는 유럽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사이에 자신이 현재 느끼는 실제 정서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서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유럽계 미국인은 서양 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고, 아시아계 미국인은 동양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Actual and ideal affect (ipsatized mean and standard error) for the European American group (EA, top) and the Asian American group (AA, bottom) in Study 1. Sample items are provided for each octant. HAP high-arousal positive; P positive; LAP low-arousal positive; LA low arousal; LAN low-arousal negative; N negative; HAN high-arousal negative; HA high arousal.

 

  먼저 그림-1은 서양문화에 가까운 유럽계 미국인들의 결과를 보여준다. 유럽계 미국인들은 긍정 정서를 실제로 많이 느낄 뿐 아니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여주었고, 저강도 정서(Quiet, Still, Passive)부터는 실제로 많이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이상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2. Actual and ideal affect (ipsatized mean and standard error) for the European American group (EA, top) and the Asian American group (AA, bottom) in Study 1. Sample items are provided for each octant. HAP high-arousal positive; P positive; LAP low-arousal positive; LA low arousal; LAN low-arousal negative; N negative; HAN high-arousal negative; HA high arousal.

 

  그러나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결과는 달랐다. 그림-2는 동양문화에 가까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결과를 보여준다.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유럽계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긍정정서를 이상적인 것으로 보았으나, 유럽계 미국인들만큼 긍정정서를 강하게 경험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아시아계 미국인은 저강도 긍정정서(Calm, Relaxed, Peaceful)의 실제 경험수준과 저강도 긍정정서를 이상적으로 보는 것의 차이가 유럽계 미국인보다 컸다. 또한 저강도 정서(Quiet, Still, Passive)와 저강도 부정정서(Dull, Sleepy, Sluggish)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유럽계 미국인들보다 저강도 정서와 저강도 부정정서를 실제로 경험한다고 보고한 비율이 강했다.


  이러한 결과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동양문화권 사람들은 서양문화권 사람들보다 저강도 정서를 자주 경험한다. 둘째, 동양문화권 사람들은 서양문화권 사람들보다 저강도 긍정정서, 고강도 긍정정서보다 더 이상적인 정서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Tsai와 동료들(2006)의 두 번째 연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두 번째 연구에는 유럽계 미국인(EA), 중국계 미국인(CA), 중국계 홍콩인(CH)가 참여하였다. 유럽계 미국인은 서양문화에 가깝고, 중국계 미국인과 중국계 홍콩인은 동양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고강도 긍정정서와 저강도 긍정정서 중 어느 것을 더 이상적으로 평가하는지 확인하였다.

 

 

그림 3. Group differences in ideal high-arousal positive states (HAP) and low-arousal positive states (LAP) (ipsatized mean and standard error), controlling for actual affect, in Study 2. EA European American group; CA Chinese American group; CH Hong Kong Chinese group. *p < .05. ***p < .001.

 

  그림-3은 이 두 번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양문화에 가까운 유럽계 미국인은 고강도 긍정정서와 저강도 긍정정서를 비슷한 수준으로 이상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동양문화에 가까운 중국계 미국인과 중국계 홍콩인은 고강도 긍정정서(Enthusiastic, Excited, Strong)보다 저강도 긍정정서(Calm, Relaxed, Peaceful)를 더 이상적이라고 평가하였다.
  본 연구는 문화에 따라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정서에 차이가 있음을 경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로서 중요성이 높다.

 

 

*더 알고 싶다면,

Tsai, J. L., Knutson, B., & Fung, H. H. (2006). Cultural variation in affect valu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0(2), 288-307.
http://dx.doi.org/10.1037/0022-3514.90.2.288

General Happiness Study 

돕는 자의 의도가 감사와 부채감에 미치는 영향

The Effects of Helper Intention on Gratitude and Indebtedness

Jo-Ann Tsang(2006)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사람마다 도움을 받았을 때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려운 프로젝트를 할 때 나를 도와주는 동료가 있다면, 그 동료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 동료가 사장님 앞에서만 나를 돕는 척을 한다면, 나는 감사함을 느끼기 보다는 분노나 부채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다.


  사실 감사는 도움을 받았을 때 나오는 가장 보편적인 반응이다. Ortony, Clore, Collins는 감사가 칭찬할만한 행동에 대한 존경심과, 그 행동이 바람직하거나 가치가 있을 때 경험했던 기쁨으로부터 비롯된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1) 자신이 받은 호의가 가치 있다고 여겨질 때, (2) 베푼 사람에게 그 호의가 값비쌀 때, (3) 베푼 사람이 좋은 의도로 호의를 베풀었을 때, (4) 무료로 호의를 베풀었을 때 감사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의 대부분은 시나리오 방법론에 의존해왔다. 


  사람들은 호의에 항상 감사로만 반응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부채감’을 느끼기도 한다. Greenberg(1980)는 부채감을 “호혜의 규범에서 비롯된, 다른사람에게 다시 갚아야 할 의무감의 상태”라고 규정하였으며, 또 다른 사람은 (1)사람들은 도움을 준 사람을 도와야만 하며, (2)도움을 준 사람을 해해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규범으로 정의했다. 즉, 부채 이론에서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 그 사람은 호의를 보답할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고 본다. 선행연구들에서도 일반적으로 이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학자들은 흔히 감사함과 부채감을 동일시하기도 하지만, 두 개념은 많은 이론적차이와 경험적 차이가 있다. 첫째로, 부채는 불편함과 불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하지만, 감사함은 긍정적인 감정이다. 둘째, 부채는 자기보고된 회피 동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감사는 자기보고된 친사회적 동기와 관련이 있다. 셋째, 부채감은 호혜적 규범에서 발생하지만, 감사는 이 규범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tat-for-tat”정신을 초월할 수 있다. 따라서 감사와 부채는 반드시 동일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감사와 부채감의 차이점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돕는 사람의 의도가 감사와 부채감이라는 두 가지 잠재적 반응에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보았다. 


  본 연구는 인식된 의도가 감사와 부채감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일련의 실험들을 거쳤다. 연구 1에서는 약 1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기법을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뉘었으며, 시나리오를 받고 그 시나리오 상황을 상상해보도록 요청받았다. 일부 참가자들(49명)은 친구가 호의적인 이유로 호의를 베풀었다는 시나리오를 받았으며, 나머지 참가자(64명)들은 숨은 의도가 있어서 호의를 베풀었다는 시나리오를 받았다. 숨은 의도가 있어서 호의를 베푼 조건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받았다. “당신은 친구가 다음 주말에 당신의 차를 빌리기 위해서 이러한 호의를 베푼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당장 이 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yes’라고 대답할거에요.”


  시나리오를 받은 이후, 참가자들은 감사와 부채감과 관련된 몇 가지 감정들을 포함하여 시나리오에서 느낀 감정에 대해 질문을 받았으며, 1-7점척도로 그 감정을 느꼈는지 느끼지 않았는지 대답했다. 감사 척도는 여러 감사의 감정들을 결합하여 만들었으며, 부채감 척도는 의무감, 빚진 느낌 등의 감정을 결합하여 만들었다. 또한 참가자들은 시나리오에서 도움을 주는 이의 의도를 평가하도록 요청받았다.


  그 결과, 두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높은 수준의 감사와 부채감을 표현했다. 특히 돕는 사람의 의도가 호의적인 시나리오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훨씬 더 감사함을 느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부채감에는 조건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감사와 부채감과 동기 간의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확인해본 결과, 감사는 동기가 유발된 조건에서 부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도움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경우에는 덜 감사함을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감은 역시나 유의한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감사는 도움에 의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으나, 부채감은 그렇지 않았다.


   감사를 연구한 많은 선행연구들에서도 시나리오 기법을 이용했으나, 이 방법론에는 몇 가지 결점이 있다. 시나리오 연구는 낮은 참여도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현실성이 낮은 편이다. 또한 시나리오를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 감정을 경험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방법론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2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과거에 그들에게 일어났던 실제적인 호의를 회상하도록 요청했다. 이러한 회상기법은 참가자의 참여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이 과거의 그 사건동안 느꼈을 감사와 부채감을 상기시키기 위해 고안되었다. 


    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개인별로 연구자료가 들어있는 설문지 묶음을 받았다. 설문지의 첫 페이지에는 지난 해에 그들에게 있었던 상황을 기억하고 적어달라고 요청했으며, 참가자들 중 약 절반의 참가자들(N=45)은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사심 없이 좋은 일을 했던” 상황을 생각하도록 요청받았고, 나머지 절반의 참여자들(N=47)은 “누군가가 이기적인 이유로 당신에게 좋은 일을 했던” 상황을 생각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잠시 시간을 내어 이 상황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되돌아보고 다시 설명한 다음, 종이에 상황의 세부 사항에 대해 쓰도록 지시 받았다. 그리고 나서 참가자들은 그 상황에 대한 그들의 현재 감정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감사 척도, 부채척도를 작성했으며, 도움을 준 사람의 동기와 호의의 크기를 평가하였다.


  그 결과, 전체적인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높은 감사를 표현했고(M=5.01, SD=2.04), 낮은 수준의 부채감(M=2.78, SD=1.50)을 표현했다. 연구 1과는 대조적으로, 연구 2의 감사와 부채감은 이기적인 조건에서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지만, 호의적인 조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사심없이 보인 호의를 회상했던 참가자들은 이기적으로 보인 호의에 비해 훨씬 더 큰 감사를 보고했다. 그러나 의도가 부채감에는 유의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두 조건과 호의의 크기는 감사를 유의하게 예측하는 변수였다. 하지만, 두 조건은 부채감을 유의하게 예측하지는 못하였으나, 호의의 크기는 부채감을 유의하게 예측하였다. 


  연구 1과 2는 의도가 감사에 끼치는 영향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증거를 제공했다. 하지만, 의도가 부채감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계속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 1과 연구 2는 모두 도움을 주는 사람의 의도가 이기적이든, 이기적이지 않든,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다. 연구 3에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의 의도가 모호한 조건을 제공하여 연구를 진행해보았다. 


  연구 3에서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읽도록 배정받았다. 사심 없는 호의 시나리오(N=28)와 숨겨진 의도가 있는 호의 시나리오(N=29)는 연구 1과 동일했다. 세 번째 조건은 도와주는 사람의 의도가 모호한 시나리오(N=29)였다. 의도가 모호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았다. “당신은 교과서가 너무 필요해서 친구에게 교과서를 빌렸다. 그 다음 주 주말에 같은 친구가 당신에게 당신의 차를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이 진술은 호의적인 의도와 숨은 의도가 있었던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측정한 종속변수는 연구 1의 종속변수인 감사, 부채, 도우미의 동기, 호의의 크기와 같았다. 


  그 결과, 세 가지 조건의 참가자들은 모두 높은 수준의 감사와 부채감을 표현했다. 또한 감사와 부채감은 오직 모호한 의도 조건에서만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ANOVA 분석 결과, 좋은 의도 조건에서는 감사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나, 부채감에는 유의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모호한 의도 조건보다 좋은 의도 조건에서 더 큰 감사를 느꼈으며, 모호한 의도 조건보다 숨은 의도 조건에서 더 낮은 감사를 보였다. 반대로, 부채감 수준은 세 조건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모호한 의도 조건만을 보면, 이기적인 의도에 대한 평가는 감사와는 큰 상관을 보였으나, 부채감에는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감사하는 감정은 돕는 사람의 의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즉, 사람들은 좋은 의도를 가진 호의에는 더 큰 감사를 느낀다. 반면, 부채감은 돕는 사람의 의도에 민감하지 않았다. 부채감은 호혜의 규범과 결부되어있기 때문에, 아마도 사람들은 이기적인 호의조차도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일정수준의 빚을 느끼게 할 것이다. 이러한 감사와 부채감의 결과는 연구 1, 2, 3에서 모두 나타났다. 연구 1과 연구 2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서 실시한 연구 3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연구 3에서 추가한 모호한 의도 조건에서도 앞선 패턴은 이어졌다. 즉, 참가자들이 모호한 의도 시나리오를 받아서 자신이 그 의도에 대해 평가할 때도, 이기적인 의도로 평가한 경우에는 감사와 큰 상관을 보였으나 부채감에는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감사와 부채감에 대한 감정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감사와 부채감은 서로 다른 의도에 묶여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감정이 도움을 주는 사람의 의도에 대한 인식에 따라 다르게 영향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감사와 부채감의 패턴이 행동의 보답이나 감사의 표현에서의 차이로 해석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추사연구를 통해 조사되어야 할 것이다.

 

 

Tsang, J. A. (2006). The effects of helper intention on gratitude and indebtedness. Motivation and Emotion, 30(3), 198-204.  

돈으로 행복을 살수 있을까

Money and Happiness

Christopher J. Boyce, Gordon D.A. Brown, and Simon C. Moore(2010)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돈으로는 개인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돈과 행복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높은 소득이 높은 행복으로 이끈다고 본다. 우리는 이를 ‘절대 소득 가설(absolute-income hypothesis)’이라고 하는데, 절대 소득 가설이란, 같은 사회 안에서는 부유한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고 보는 가설이다. 


  하지만, 많은 선행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돈과 행복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한 인과적 관계로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간단한 예로, 절대소득 가설은 ‘소득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설명할 수는 없다. 


  사실 우리는 절대적인 소득 수준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주변 동료들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인 소득 수준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준거소득가설(reference-income theory)이라고 한다. 준거소득가설은 소득 비교에서 가장 지배적인 모델이며, 개인이 자신의 소득을 ‘타인의 소득과 어떻게 비교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준거소득가설은 돈과 행복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정하며, 다른 모든 것들이 일정하게 유지될 경우 소득이 증가하면 개인의 효용도 증가한다고 가정한다. 즉, 개인의 소득이 그들의 준거집단의 평균적인 준거 소득을 초과한다면 효용을 얻을 것이지만, 반면 개인의 소득이 준거 수준 아래로 떨어진다면 효용을 잃을 것이라고 본다. 


  한편, 순위소득가설(rank-income hypothesis)에서는 전통적인 준거소득 가설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이 비교집단 내에서 자신의 소득의 순위로부터 효용을 얻는다고 보았다. 순위소득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은 절대적인 소득이나 준거집단의 소득 대비 상대적 지위 보다는, 소득분포에서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으로부터 효용을 얻는다. 즉, 다양한 사람들을 포함하는 비교집단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인지, 8번째로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소득의 순위는 상대적인 소득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준거소득의 증거들이 순위 소득 또한 설명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순위기반 모델과 준거기반 모델은 매우 다른 저축/소비행태를 예측하며, 순위소득 가설에서는 ‘돈과 행복 사이에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다. 소득이 증가해도 반드시 순위가 오르는 것은 아니기에, 반드시 행복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효용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은 다른 양적 판단과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몇몇 선행연구들은 이미 준거소득이나 절대소득보다는 순위소득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국의 만 육천명의 근로자에 대한 연구에서는, 임금 만족도는 직장 내에서의 개인의 임금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경제적 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이웃 내에서의 순위를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선행연구들은 넓은 맥락에서의 소득 순위를 고려했으나, 소득 순위가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못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영국의 12000명을 대상으로 추출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순위소득가설을 검증하고자 하였으며, ‘순위의 상향비교가 하향비교보다 삶의 만족도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하고자 했다. 

 

 

  간단한 순위기반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나쁜 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수(i-1)에서 전체 참조 집단의 사람 수(n-1)를 나눈 비율(i-1/n-1)을 사용했다. 이 비율은 다중회귀분석에서 삶의 만족도를 예측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사용된 데이터는 총 7년치로, BHPS(British Household Panel Survey)에서 추출되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삶의 만족도 질문에 1~7점으로 응답하였으며, 이 응답은 개인의 효용에 대한 대리변수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소득 데이터를 가족구성원 수에 따라 조정하여 사용하였다.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이 분석에서 통제되었다. 


  약 8만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개인의 상대적인 소득 순위는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소득가설에 따라, 소득과 효용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개인의 소득 증가가 순위를 올릴 때에만 효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절대 소득과 준거 소득은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람들은 타인들과 소득순위를 비교함에 있어서, 하향비교보다 상향비교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보다 더 높은 소득순위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려는 경향이 더 컸음을 알 수 있었다.


  본 결과를 토대로, 순위소득가설에 따르면, 소득과 행복 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 즉, 개인의 소득순위에 변화가 있지 않다면, 소득의 증가는 효용의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우리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모든 사회에는 순위가 정해져있으며, 그 사회에서 오직 한 명만이 1등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즉, 순위소득가설을 통해 우리는 ‘모든 사람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모든 사람의 행복을 증가시키지는 못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Boyce, C. J., Brown, G. D., & Moore, S. C. (2010). Money and happiness: Rank of income, not income, affects life satisfaction. Psychological Science, 21(4), 471-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