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회는 인류역사 관점에서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긍정 심리에 대한 높은 요구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Hooper, 2012). 행복을 사회 발전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로 채택 하는가 하면, 국제 사회는 매년 각 국의 행복 지수를 발표하며 행복지수를 높일 방안을 사회적 목표로 제시한다 (UN, 2014). 이와 같은 현상은 두개의 사회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물질 문명 사회가 경제 발전 중심으로 달렸다면, 현 국제사회는 물질주의로 파생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행복에 주목한다 (최인철, 이경민, 이현응, 2013; Luthans, Youssef, & Avolio, 2007). 둘째, 과거 사회는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때 인류에게 생존과 번영을 가져온다고 여긴 반면, 21세기 인류는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 삶의 번영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McMahon, 2006).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인류 번영의 원동력이라는 주장은 심리학, 사회학 등 광범위하게 입증되고 있다 (Argyle, 2013; Seligman, 2011). 특히, 심리학자들은 과학적인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행복에 대해 연구했고, 그 결과 심리학의 새로운 분야인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 등장했다. 긍정심리학은 과거 심리학이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 즉 심리적 결함과 장애에만 편향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반성 속에서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새로운 분야의 심리학이다. 인간의 긍정적인 기능과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긍정 심리학의 발달은 인간의 긍정정서를 비롯한 삶 전반의 행복 수준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 주었다.
음미하기(Savoring)의 탄생도 이와 같은 생각의 전환에서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음미하기 개념과 측정의 역사적 진화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많은 글들은 음미하기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 탄생과 의미를 중점적으로 다뤄볼 것이다 (Bryant, 2021).
🌈음미하기의 기원
음미하기는 Bryant와 Veroff의 책 “Savoring : a new model of positive experience” (Bryant & Veroff, 2007)를 시작으로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했다. 1980년 Bryan가 음미라는 개념을 처음 연구하기 시작했을 시기의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나쁜 사건이 발생했다고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경험하는지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가정이 지배적이었다.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감정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건가? Bryant가 던졌던 질문이였다.
Byant는 나쁜 사건에 해당되는 것은 좋은 사건에도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행복은 사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들을 즐기는 데 있다.”라고 말한 어느 유명인의 주장과 같이 말이다. 그는 (어려움을) 대처하는 것과 (즐거움을) 음미하는 것이 거울과 정반대되는 기술이 아닌 서로 다른 기술을 수반한다고 믿었다.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은 삶에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은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과 같지 않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역경에서) 쓰러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음미 이론과 연구의 토대는 이렇게 부정적인 경험을 다루는 능력과 긍정적인 경험을 도출하는 능력을 구분함으로써 마련되었다. 대처가 부정적인 사건을 처리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인지적 행동적 메커니즘을 구현하듯이, 긍정적인 사건을 처리하고 긍정적인 사건에 반응하여 긍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인지적 행동적 메커니즘이 병행되어야 했다.
여러 사전 연구를 거쳐 Bryant는 “음미”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긍정적인 내적 경험을 관리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다양한 용어 (예: 즐거움, 강조)가 고려되었지만 최종적으로 “음미(savoring)”가 채택되었다. 그 이유는 음미라는 용어가 “즐거움의 능동적 과정, 인간과 환경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을 가장 생생하게 포착”하기 때문이다. Bryant와 Veroff는 음미하기를 “인생의 긍정적인 경험에 주의하고, 충분히 누리고, 향상시키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음미에 대한 신념
나에게는 긍정적인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긍정적인 감정이 통제 가능하고 유용하다고 믿는 것은 음미하기 기술 습득을 지원하는 인지적 토대를 제공한다. 즉, 긍정적 감정의 통제 가능성과 효용성에 대한 메타인지적 신념이 긍정적 감정 조절에 대한 개인의 역량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Bryant는 세 가지 시간적 영역 – 발생 전 미래의 긍정적 사건(예상), 전개 중 긍정적 사건(순간을 살리는), 발생 후 과거의 긍정적 사건(회상) – 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기질적 신념을 보고하는 척도인 향유 신념 척도 (Savoring Belief Inventory: SBI) (Bryant, 2003)를 개발했다.
이 측정은 “예상(8개 항목)”, “순간 음미(8개 항목)”, “회상(8개 항목)”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24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응답자들은 7-point Likert 유형 척도(1 = 강하게 반대, 7 = 강하게 동의)를 사용하여 평가한다.
내가 음미할 수 없는 이유는 음미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긍정적 감정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는 아닐까? 음미하기 전략을 따져보기 전에 나의 음미하기 신념을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향유신념척도 설문은 조현석 외 2010를 참조)
🌈음미하기 기술
나에게 즐거운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봤다면 이제는 즐거운 경험을 느끼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느냐를 생각해볼 차례이다. 즐거운 상황을 경험하는 동안 개개인마다 굉장히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데 Bryant와 Veroff는 이것을 음미하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인지적 행동적 음미하기 기술을 측정하기 위해 음미 전략 (The Ways of Savoring Checklist: WOSC) (Bryant & Veroff, 2007)이 개발되었다.
60개 항목으로 구성된 WOSC는 사람들이 최근 긍정적 경험에 대해 음미 전략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평가한다. 긍정 정서 경험을 만끽하는10가지 대표적인 음미 전략은 아래와 같다. 각 전략 옆에는 예시 문항 하나를 제시했다.
- 타인과 공유하기: 나는 나중에 이것에 대한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 잘 기억하기: 나는 그 사건의 모든 감각적 특성(시각, 소리, 냄새 등)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 자축하기: 나는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스스로에게 말했다.
- 감각・지각적으로 세밀하게 느끼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심호흡을 하며 좀 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 비교하기: 나는 이 좋은 사건이 끝날 시간인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
- 몰두하기: 나는 현재만 생각하고 그 순간에 몰두했다.
- 행동으로 표현하기: 나는 웃거나 낄낄거렸다.
- 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기: 이 순간이 얼마나 일시적이었는지를 상기하고 결말을 생각했다.
- 축복 헤아리기: 나는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 기쁜 생각 억누르기: 나는 왜 내가 이 좋은 것을 받을 자격이 없는지 스스로에게 말했다.
흥미롭게도 나이에 따른 음미전략 사용 방법 차이에 대한 연구(A. Marques-Pinto et al., 2020)에 따르면 청소년은 대인관계와 관련된 전략을 많이 쓰고, 중장년의 경우 축복헤아리기와 같은 인지적 전략을 많이 사용했다. 개개인 마다 효과 있는 음미 전략이 있는 것이다. 기쁜 경험을 극대화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음미 전략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음미하기의 활용
교육 연구자들은 음미 전략이 학생들의 창의력 함양, 참여 및 학습 촉진(Chang et al., 2021), 외국어 교실에서의 불안감 감소(Jin et al., 2021)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밝혔으며, 완벽주의와 학생 스트레스 관계를 약화시키고(Klibert et al., 2014), 교사를 심리적 소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다(Picado., 2012). 또한 음미하기는 운동선수의 주요 자원으로 사용되고(Doorley &Kashdan, 2021), 기도가 어떻게 웰빙을 증진시키고(Crainshaw, 2014),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떻게 긍정적인 감정을 증진시키는지 이해하는 메커니즘으로 사용되었다(Sato et al., 2018).
기나긴 코로나 팬디믹 기간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파생되는 여러 불편함과 어려움에 집중하여 부정정서를 다루는데 노력해왔다. 엔데믹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이제 어떻게 하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까로 생각을 전환해보자. 음미에 집중해보자. 즐거움 속에 감춰진 달고, 짜고, 시고, 쌉싸름한 맛들을 발견할 능력이 내안에 있는가?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나는 어떤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
“어려운 상황은 잘 대처해가는데 즐길 줄 모르는 사람, 즐길 줄만 알고 어려운 상황을 잘 대처해 나가지 못하는 사람. 어려운 상황도 잘 대처하고 즐거운 상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사람. 나는 어떤 유형인가?”
참고문헌
조현석, 권석만, & 임영진. (2010). 한국판 향유신념 척도의 타당화 연구. Korea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29(2), 349-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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