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수준과 안목

지식수준과 안목
: 전문가의 범주화와 초보자의 범주화

 

 

그림 1. 세상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범주화하는지는 그 사람의 전문지식 수준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아는 만큼 보인다’, ‘견문을 넓혀야 한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친숙한 말이기에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속뜻을 생각해보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말임을 알 수 있다.
  가능한 한 가지 해석은 사람이 어떤 대상에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 사전 지식을 사용하여 그 대상을 정말 그러한지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경복궁에 갔을 때, ‘경복궁이 조선왕궁이다’ 정도로 알고 가는 사람은 궁궐의 전체적인 것 정도만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조선왕궁의 처마에는 악귀를 막아준다고 알려진 잡상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가장 앞에 사람이 있고, 그 뒤를 원숭이 등의 동물이 따른다.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삼장법사(현장법사)이고, 원숭이는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행자(손오공)이다.’라는 것을 알고 간다면, 경복궁의 처마에 그런 것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자 할 것이다.
  이 말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Chi, Feltovich와 Glaser(1981)라는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확인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한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가 가진 지식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데, 이 경우 ‘아는 만큼 보인다’함은 지식의 수준에 따라 세상을 범주화(categorization)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다(그림-1). 범주화란 유사한 대상 ․ 사건 ․ 사람들을 동일한 범주에 포함시키는 인간의 정보처리과정을 의미한다. 전문지식의 유무는 바로 이 ‘무엇이 유사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 2. 물리학과 학부생들(초보자)은 여러 가지 물리학 문제들을 외적 유사성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물리학과 학부생들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여러 가지 물리학 문제들을 제시한 후, 같은 유형으로 볼 수 있는 문제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는 범주화과제를 수행하게 하였다. 그림-2는 이 연구에서 사용한 문제와 학부생들(초보자)이 범주화한 것의 예를 보여준다. 그림-2에서 관찰할 수 있듯이 학부생들은 겉으로 드러난 형태의 유사성에 따라 문제를 범주화하였다. 그림-2A는 삼각형이 있는 것들을 같은 유형의 문제로 범주화한 것의 예이고, 그림-2B는 같은 원반 모양이 있는 것들을 같은 유형의 문제로 범주화한 것의 예이다.

 

 

 


그림 3. 물리학과 대학원생들(전문가)은 여러 가지 물리학 문제들을 동일한 공식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분류하였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의 범주화는 확연히 달랐다. 그림-3은 이 연구에 참여한 물리학과 대학원생들의 범주화를 보여준다. 학부생들과 다르게 전문적으로 물리학 지식을 쌓은 대학원생들은 문제의 외적 형태가 아닌 내적 본질에 따라 범주화하였다. 다시 말해, 대학원생들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물리학적 공식의 유사성에 따라 문제를 범주화하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그림-3A는 ‘에너지 보존 법칙(Principle of conservation energy)’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같은 유형의 문제로 분류한 것의 예이며, 그림-3B는 ‘뉴턴의 제2법칙(Newton’s second law)’ 혹은 ‘가속도의 법칙’이라고 알려진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같은 범주로 분류한 대학원생의 예를 보여준다.
  이 연구는 사람이 가지는 관점에 전문지식의 수준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경험적으로 검증했다는 것에 시사점을 가진다. 또한 전문가들은 초보자들과 비교할 때 대상의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기 보다는 대상의 내적 본질을 보고 판단할 경향성이 높다는 것을 외적 형태 적용 범주화와 공식 적용 범주화를 통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이렇게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는 만큼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인다.

 

*더 알고 싶다면,

Chi, M. T., Feltovich, P. J., & Glaser, R. (1981). Categorization and representation of physics problems by experts and novices. Cognitive Science, 5(2), 121-152.
https://doi.org/10.1207/s15516709cog0502_2

 

Classical Study Series 

절정과 대미: 일화 평가에 있어서 절정-대미 효과

절정과 대미
: 일화 평가에 있어서의 절정-대미 효과(peak-end effect)

 

 


그림 1. 우리는 과거 경험한 일을 긍정적 평가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무엇이 이러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여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동일한 패키지 안에서 같은 코스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도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Redelmeier와 Kahneman (1996)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먼저 조사에 동의한 154명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colonoscopy)를 진행하는 동안 느껴지는 고통을 60초 간격으로 평가하게 했다. 검사를 하면서 말을 하거나 글씨를 쓸 수는 없었기에 누워있는 참가자가 볼 수 있도록 컴퓨터 스크린을 설치한 후 화면에 나타난 평가표를 보면서 ‘손에 쥘 수 있는 평가 장치’(hand-held device)를 통해 평가를 진행하였다. 평가는 0점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no pain)부터 10점 ‘매우 고통스럽다’(extreme pain)까지의 11점 척도로 이루어졌다.
  검사를 마친 후에는 3단계에 걸쳐 검사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회상하여 평가하는 과제가 이루어졌다. 먼저 검사를 마치자마자(immediate), 검사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10점 척도(1: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10: 매우 고통스러웠다)로 평가하였다. 두 번째로는 한 달 후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평가하였다(one month later). 마지막으로는 1년 후에 동일한 방법으로 평가하였다(one year later).

 

 

 


그림 2. 환자A와 환자B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중에 평가한 고통을 보여준다. 첫 번째 빨간색이 있는 곳이 검사의 시작부분이고, 마지막 빨간색이 있는 곳은 검사가 끝난 곳이다. 그림을 보면 환자A와 환자B가 느낀 고통의 절정은 동일하지만(peak), 마지막에 느낀 고통이 다름을 알 수 있다(end).

  그림-2는 참가자들의 고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두 명의 환자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동안 느낀 고통 측정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첫 번째 빨간색이 있는 곳이 검사의 시작부분이고, 마지막 빨간색이 있는 곳은 검사가 끝난 곳이다. 그림을 보면 환자A와 환자B가 느낀 고통의 절정은 동일하지만(peak), 마지막에 느낀 고통이 다름을 알 수 있다(end).
  언뜻 보면 빨간색의 면적이 더 넓어서 계속 고통 속에 있었던 것 같은 환자B가 환자A보다 회상하는 고통이 더 강하지 않을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의 결과는 우리의 직관을 빗나가기 마련이다.

 

 

 


그림 3. 환자A는 검사가 끝난 후 7.5점 정도로 비교적 높은 고통을 보고한 반면, 환자B는 4.5점 정도로 비교적 낮은 고통을 보고하였다.

  그림-3은 두 참가자가 검사가 끝난 후에 응답한 고통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환자A는 검사가 끝난 후 7.5점 정도로 비교적 높은 고통을 보고한 반면, 환자B는 4.5점 정도로 비교적 낮은 고통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효과는 즉시 보고했을 때와 한 달 후 보고했을 때, 일 년 후 보고했을 때 모두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진의 분석결과 사람들은 어떤 일화를 평가할 때 그 일화 전반에서 느낀 정서의 총량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화에서 느낀 절정(긍정적 절정과 부정적 절정)과 마지막(일화의 마지막에 느낀 정서)의 평균을 평가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먼저 긍정적 절정과 부정적 절정이 일화에 대한 평가에 중요한 이유는 이 두 가지 절정의 사건은 사람들에서 자주 되뇌기(rehearsal)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든 사건을 다 되뇌기하는 것이 아니라, 절정에 있었던 사건을 자주 되뇌기한다. 다음으로 일화의 마지막이 평가에 중요한 이유는 마지막에 대한 기억의 최신효과(recency effect)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화의 중간에 있었던 사건보다는 일화의 마지막에 있었던 최신의 사건을 잘 기억한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기억에서 자주 되뇌기하는 절정(peak)과 다른 사건들보다 생생하게 남아있는 대미(end)의 평균을 특정 일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반영한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경험의 총량이 아니라, 경험의 절정과 대미의 평균을 일화에 대한 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절정-대미 효과(peak-end effect)’ 혹은 ‘절정-대미 규칙(peak-end rule)’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경험의 총량, 즉 고통이 지속된 기간은 무시한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지속 무시(duration neglect)’ 현상이라고 명명하였다.

 

*더 알고 싶다면,

Redelmeier, D. A., & Kahneman, D. (1996). Patients’ memories of painful medical treatments: Real-time and retrospective evaluations of two minimally invasive procedures. Pain, 66(1), 3-8.
https://doi.org/10.1016/0304-3959(96)02994-6

 

Classical Study Series 

미소와 미래

미소와 미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현대인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스마트폰을 사용해 자신을 찍는 셀피(selfie)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셀피를 찍으면서 미소를 짓곤 한다.
  그런데 어쩔 때는 그 사람의 미소가 정말 행복해보이는 반면, 다른 때는 인위적인 느낌을 주거나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미소도 있다. 어디서 이러한 차이가 오는 것일까? 아래 그림-1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알 수 있다.

 

 

 


그림 1.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 비교. 진짜 미소는 “1a, 2a, 3b, 4b, 5a”이다.

  여기 총 5명의 사람이 미소를 짓고 있는데, 왼쪽과 오른쪽이 약간 다르다. 당신은 어느 쪽이 진짜 미소이고, 어느 쪽이 가까 미소인지 금방 발견할 수 있겠는가?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보자마자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이 진짜 미소인지 발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미소의 특징도 발견하였는가? 진짜 미소는 입 끝은 올라가고, 눈 끝은 내려간다. 즉 입 끝과 눈 끝을 연결하여 얼굴 전체가 둥그런 원을 형성해야 진짜 미소이다. 그런데, 가짜 미소는 입 끝만 올라가고 눈 끝은 평평하다. 이렇게 입 끝은 올라가고, 눈 끝은 내려가는 진짜 미소를 가리켜 뒤센 미소(Duchenne smile)이라고 부르고, 입 끝만 올라가고, 눈은 평평한 가짜 미소를 가리켜 비뒤센 미소(non-Duchenne)이라고 부른다(Duchenne, 1990).
  여기까지만 봐도 흥미 있는데,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바로 평소 진짜 미소를 짓는지 아니면 가까 미소를 짓는지가 당신의 미래를 예측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 이것에 관심을 가진 심리학자 Harker와 Keltner (2001)는 1958년 ~ 1960년 사이에 밀즈대학(Mills College)을 졸업한 여성 중 추적이 가능한 141명의 졸업사진에 나타난 미소(뒤센 vs. 비뒤센)와 그 후의 삶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그림-2 참고).

 

 

 

그림 2.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여성들.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를 구분할 수 있겠는가?(눈 끝은 내려가고, 입 끝은 올라가고)

  이 여성들의 당시 나이는 21 ~ 22세였고, 각각 27세, 43세, 52세였을 때 연구자들과 다시 연락이 되었다. 추적 연구 기간에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은 자신의 성격, 사회적 관계의 질, 혼인이력(결혼, 이혼, 재혼, 별거, 독신, 사별 등), 그리고 주관적 안녕감, 긍정-부정 정서, 신체적/심리적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설문에 응답하였다. 세 번의 추적조사 결과에서 뒤센 미소를 지은 사람이 더 행복했을까? 아니면 비뒤센 미소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서로 간에 차이가 없었을까?
  결과는 명백했다. 세 번의 조사결과 모두 뒤센 미소를 지었던 여성들이 비뒤센 미소를 지었던 여성들보다 부정적 감정이 더 낮았고, 사회적 관계의 측면에서도 더 원만하고 우호적이었으며 안정적인 유대관계를 보였다. 특히 뒤센 미소를 지었던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던 여성들보다 주관적 안녕감이 더 높았고, 신체적/심리적 문제에 있어서는 더 낮은 수준을 보였다. 더하여 뒤센 미소의 여성들은 27세의 조사때 결혼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았고, 졸업 후 30년 동안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았다.
  물론 뒤센 미소 하나가 그들의 행복을 결정했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졸업식이라는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 좋은 순간 중 하나에서 까지 억지로 웃음을 지었던 사람들이 평소에 얼마나 웃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조금 이해가 간다. 뒤센 미소를 지은 여성들은 졸업식때 특별히 더 행복했을 수도 있지만, 평소에서 진정한 미소를 자주 짓는 사람들이었고, 그렇지 않은 여성은 평소에도 진정한 미소에 인색했을 수 있다.
  진정한 미소를 평소 지어왔고, 졸업식 이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던 뒤센 미소의 여성들은 갈등 해소와 해결,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서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나았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뒤센 미소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 정서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상황을 넓게 보면서 차분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켰을 것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부분들이 이들의 신체적 건강도 지켜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모든 것이 합쳐져서 뒤센 미소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더 만족스러운 관계와 더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데 기여했을 것이다(그림-3).

 

 

 

그림 3. 뒤센 미소의 좋은 예.

 

 

*더 알고 싶다면,

Duchenne, G. B. (1990). The mechanism of human facial expression. Edited by R. Andrew Cuthbertson. New York,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goo.gl/qR8Srm

Harker, L., & Keltner, D. (2001). Expressions of positive emotion in women’s college yearbook pictures and their relationship to personality and life outcomes across adulthoo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0(1), 112-124.
 http://cat.inist.fr/?aModele=afficheN&cpsidt=886029 

행복한 사람의 판단력 향상

행복한 사람의 판단력 향상
: 긍정정서가 정보통합 속도에 미치는 효과

 

 

  정확한 판단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인생은 출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생은 B와 D사이의 C)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어떻게 최적의 선택을 해나갈 수 있을까? 또한 빠르게 판단하면 실수가 많고, 정확하게 판단하면 느려지는 인지능력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극복하고,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Isen과 동료들(1991)의 정확한 판단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이 긍정 정서일 수 있음을 제안한다. Isen과 동료들(1991)은 미시간 의과 대학원 3년차 수련의 32명을 두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한 집단은 사탕봉지를 선물로 주면서 긍정정서를 유발하였고, 다른 집단은 인도주의적 의료 행위에 관한 선언서를 낭독하게 하면서 중립적인 정서를 유지하게 한 집단이었다.

 

 

 

그림 2. 가상의 환자 6명에 대한 정보

  각 정서에 점화된 수련의들에게는 간 질환, 폐질환, 심장 질환 등과 관련된 환자 6명의 증상을 보고 병명을 진단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각자 진단한 내용을 발표하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사탕을 받은 집단과 중립적 집단 사이의 진단 정확도와 최초의 진단을 내린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부분에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했다. 그것이 ‘처음 내린 진단을 최종적으로 변경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긍정정서에 점화된 수련의 18명은 자신들이 내린 108개(수련의 18명 × 가상의 환자 6명)의 최초 진단 중 50개(46%)를 최종적으로 변경한 반면, 선언서를 읽은 통제집단 수련의 14명은 자신들이 내린 84개(수련의 14명 × 가상의 환자 6명)의 최초 진단 중 54개(63%)를 최종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즉 긍정정서에 점화된 수련의들의 최초 진단 정확도가 통제집단 수련의들의 그것보다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긍정정서에 점화된 수련의들의 최종 진단 속도가 통제집단 수련의보다 빨랐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적 진단에 있어 판단의 정확도만큼 중요한 것이 속도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긍정 정서가 유발된 집단의 최초 진단이 더 빠르고 정확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준다.
  당장 본 연구의 의료적 맥락만 하더라도 의사의 진단이 정확하다 하더라도 최종 진단이 느리다면, 또 최초의 진단이 잘못되어 최종 진단이 달라진다면, 그 사이에 병이 더 진전될 수 있고 다시 진단을 내리기 까지 엉뚱한 치료를 행하여 환자의 치료비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게다가 간단하게 치료될 수 있는 병이라면 모르겠지만, 치명적인 질병은 의사가 느리게 진단을 내리거나 잘못 진단한 사이에 삶과 죽음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긍정 정서가 중립적 정서보다 빠르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제품이나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지 하지 않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여 우물쭈물 하는 동안 경쟁기업이 먼저 사업을 시작하여 신제품이나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고, 원자재 가격이 더 비싸지거나, 환율 등의 변동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정확할뿐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이 기업에게도 중요하다.
  그럼 긍정 정서가 어떤 인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었을까? 연구자들은 긍정 정서가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 증상이라는 것은 꼭 한 가지 병에 귀속된 것이 아니다. 열이 나는 증상은 감기에 걸려도 나타나지만, 다른 전염병에서도 열이 날 수 있다. 즉 열이 아는 것 하나로 병을 결정할 수 는 없으며, 열과 함께 어떤 다른 증상들이 있는지 통합적으로 판단해야 병을 진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통합이 빠를수록 정확하면서도 신속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긍정 정서에 점화된 수련의들은 흩어져 있는 증상들의 퍼즐 조각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보기까지 걸린 시간이 중립조건의 수련의들 보다 빨랐다. 그리고 이것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본 연구는 빠르면 부정확하고, 정확하면 느려지는 판단력의 트레이드오프를 긍정정서를 통해 해소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긍정정서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영역이 정보의 통합임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시사점을 준다.
  긍정정서가 정보통합을 빠르게 한다는 것은 긍정정서가 일시적으로 작업기업용량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작업기억은 장기기억에 있는 내용과 현재 습득한 정보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수련의들의 정보통합도 실상 작업기억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련의들은 장기기억에 있는 병명과 현재 습득한 증상을 작업기억에서 통합하는 과제를 수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작업기억에 한꺼번에 담아둘 수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정보통합이 빠르게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긍정정서에 점화된 집단이 중립적 정서에 점화된 집단에 비해 작업기억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더 빠르게 정보를 통합하여 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
  아울러 작업기억용량이 곧 지능이라는 일부 인지심리학자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다면, 긍정정서는 일시적으로나마 지능을 향상시킨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긍정정서는 작업기억용량(지능)을 (일시적으로나마) 향상시켜 누구나 원하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특효약이다.

 

 

*더 알고 싶다면,

Isen, A. M., Rosenzweig, A. S., & Young, M. J. (1991). The influence of positive affect on clinical problem solving. Medical Decision Making, 11(3), 221-227.
https://doi.org/10.1177/0272989X9101100313

Classical Study Series 

행복한 사람의 수반성 지각

행복한 사람의 수반성 지각
: 행복한 바보와 우울한 천재

 

  우리 주변에는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이루었다’는 엄청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무기력한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Alloy와 Abramson(1979)의 고전적인 연구는 ‘내가 해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림 1. 의사결정과제. 참가자들의 과제는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 3초 내로 버튼을 누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의 첫 번째 실험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학부생 64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우울증 자가진단 검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우울증 집단(D)과 우울증이 없는 집단(ND)으로 구분하였다. 우울증 검사 후에는 40번의 의사결정과제를 수행하였다(그림-1). 의사결정 과제는 신호등에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 3초 내로 버튼을 누를 것인지 누르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3초 후에는 녹색 아니면, 빨간불이 들어왔는데, 녹색불이 들어오면 이긴 것이고, 빨간불이 들어오면 지는 것이었다. 즉 녹색불은 내 선택이 옳았다는 피드백이고, 빨간불이 내 선택이 틀렸다는 피드백이다.
  그러나 이 실험에는 비밀이 있었는데, 실상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참가자의 절반은 [75-75] 조건이라고 부호화되는 조건에 할당되었는데, 이것의 의미는 버튼을 눌렀을 때는 75%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오고,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때도 75%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즉 실제로 참가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율은 0%이다.
  참가자의 다른 절반은 [25-25] 조건이라고 부호화되는 조건에 할당되었는데, 이것의 의미는 버튼을 눌렀을 때는 25%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오고,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때도 25%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즉 실제로 참가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율은 0%이다.
  의사결정 과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신호등 조작이 얼마나 자신의 통제하에 있었는지 0-100% 사이로 판단하였다.

 

 

 


그림 2. Alloy와 Abramson(1979)의 첫 번째 실험 결과. ND는 우울증이 없는 사람, D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다.

  그림-2는 Alloy와 Abramson(1979)의 첫 번째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던 25%만 녹색불이 들어왔던 [25-25] 조건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모두 자신이 신호등 조작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지각하였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던 75%나 녹색불이 들어왔던 [75-75] 조건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우을증이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지각한 반면,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40% 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지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성별의 차이를 관찰하기도 하였는데, [75-75] 조건의 우울하지 않은 여성들은 자신이 50% 정도 상황을 통제했다고 지각하면서 같은 조건의 남성이 30% 정도 상황을 통제했다고 지각한 것보다 더 강한 상황 통제감 지각을 나타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의사결정의 결과가 참가자의 이득과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두 번째 실험에 참여한 펜실베니아 대학교 학부생 64명은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으로 구분되었고, 총 40번의 신호등 의사결정 과제를 수행하였다. 두 번째 실험도 참가자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무슨 선택을 하든지 50%의 확률로 녹색불이 들어오도록 실험을 세팅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실험이 첫 번째 실험과 다른 점은 절반의 집단은 이득이 초점을 맞추도록 하고, 다른 절반의 집단은 손실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 것에 있었다. 이득에 초점(win)을 맞추는 집단은 초기 자본 ‘0’달러에서 시작하는데, 참가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녹색불이 들어올 때마다 1달러씩 추가되는 것이 화면에 나타나고, 빨간불이 들어올 때는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손실(lose)에 초점을 맞추는 집단은 초기 자본 ‘5’ 달러에서 시작하는데, 참가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빨간불이 들어올 때마다 1달러씩 감소되고, 녹색불이 들어올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 집단 모두 화면 좌측 하단에 현재 자신이 얼마의 자본이 있는지 나타난다.
  의사결정 과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신호등 조작이 얼마나 자신의 통제하에 있었는지 0-100% 사이로 판단하였다.

 

 

 


그림 3. Alloy와 Abramson(1979)의 두 번째 실험 결과. ND는 우울증이 없는 사람, D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다.

  그림-3은 Alloy와 Abramson(1979)의 두 번째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손실에 초점을 맞춘(lose) 경우에는 우울증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 모두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다고 지각하였다. 그러나 이득에 초점을 맞춘(win) 경우에는 두 집단의 판단이 달랐다. 우울한 집단은 여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지각한 반면, 우울증이 없는 집단은 자신이 60% 정도 통제했다고 지각한 것이다.
  이 연구는 행복한 사람(우울증이 없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먼저 행복한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상황을 탓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지각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이 통제했기에 이러한 좋은 결과가 가능했다고 지각한다. 반면 우울한 사람들은 손실을 끼치는 결과와 이득이 되는 결과에 모두 자신의 통제력을 과소평가(두 번째 실험에서는 50%라고 응답할 수도 있었지만)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더 알고 싶다면,

Alloy, L. B., & Abramson, L. Y. (1979). Judgment of contingency in depressed and nondepressed students: Sadder but wiser?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08(4), 441-485.
http://dx.doi.org/10.1037/0096-3445.108.4.441

 

Classical Study Series 

행복한 사람의 위시 리스트(wish list)

행복한 사람의 위시 리스트(wish list)

 

 

  우리 주변에는 ‘할 일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며 잠을 줄여가면서 활동하지만, 피곤한 기색이 없고,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그 활력이 나에게 전달되어 함께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면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몸만 피곤하다’며, 무기력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괜히 나도 힘이 빠지고,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인지능력을 사용하고, 신체를 사용하는 시간, 즉 물리적인 활동량의 측면에서는 전자의 사람이 후자의 사람보다 더 많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계산을 한다면 전자의 사람이 더 기운이 없고 피곤해야 하는데, 실제 현상은 이것과 정반대이다. 이것은 사람이 지각하는 피로가 물리적 활동량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마음의 문제가 피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Fredrickson과 Branigan(2005)은 마음의 문제, 그 중에서도 행복한지 아닌지에 따라 사람이 생성해 내는 행동목록의 수와 행동목록의 유형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검증함으로써 마음의 문제가 활력과 무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 1. 5가지 감성의 비디오와 그 비디오를 시청한 사람들의 행동목록의 수 평균. 오차막대는 평균의 표준오차이다. 영상과 감성 매칭은 다음과 같다:  Penguins – 즐거움(amusement), Nature – 만족함(contentment), Sticks – 중립(neutrality), Witness – 분노(anger), Cliffhanger – 걱정(anxiety).

 

  Fredrickson과 Branigan(2005)를 위해 104명이 참여하였고, 다섯 가지 정서와 관련된 비디오 중 무작위로 선정된 하나를 시청하였다. 그 후 비디오에서 느낀 감정을 음미하면서 “나는 지금 ______________를 하고 싶다”라고 제시된 문장의 빈칸을 채웠다(wish list).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5분이었고, 최대 20개까지 채울 수 있었다.

 

  그림-1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즐거운 정서(14개)와 만족스러운 정서(13개)를 음미하면서 행동목록을 작성한 사람들이 중립적 정서(11개)를 음미하면서 행동목록을 작성한 사람들에 비해 많은 행동목록을 작성하였고, 분노(9개)와 걱정(10개)처럼 부정적 정서를 느낀 사람들은 가장 적은 수의 행동목록을 작성하였다. 즉 긍정 정서를 경험한 사람들이 부정 정서를 경험하거나 중립적인 사람들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이는 긍정 정서가 사람들의 활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참가자들이 작성한 행동목록을 토대로 행동의 유형을 몇 가지로 구분한 결과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나타났다. 즐거움과 만족감(긍정 정서)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롤러 블레이드 타기 ‧ 수영하기 ‧ 축기하기 등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 친구 만나기 ‧ 엄마에게 전화하기 ‧ 반려동물과 함께 놀기와 같은 사회적 활동, 봉사하기 ‧ 누군가를 돕기 등과 같은 친사회적 활동, 산책 ‧ 긴 시간의 목욕과 같이 활력을 재충전하기 위한 활동을 많이 언급하였다.

 

  그러나 분노와 걱정(부정 정서)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본 사람들은 숙제하기 ‧ 보고서 작성하기 ‧ 빨래하기 등과 같은 업무적 성격의 활동, 잠자러가기 ‧ 낮잠 자기 ‧ 꾸벅꾸벅 졸기 등과 같은 휴식 성격의 활동, 누군가를 비난하기 ‧ 때리기 같은 반사회적 활동, 먹기 ‧ 마시기 같은 소비활동을 많이 언급하였다.

 

  정리하면, 행복한 사람은 아웃도어 활동, 사회적 활동, 친사회적 활동, 활력 재충전을 많이 기술하였지만, 우울한 사람은 업무, 휴식, 반사회적 활동, 소비활동을 기술하였다. 이는 행복한 사람이 우울한 사람보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계속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웃도어 활동, 사회적 활동, 친사회적 활동, 적절한 시기의 활력 재충전에 있음을 함의한다. 또한 우울한 사람이 적은 일을 하면서도 늘 피곤한 원인이 업무에 대한 부담, 불평, 비난, 충동적 소비활동임을 시사한다.


  이처럼 행복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행복을 유지하는 비결을 깨닫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울하면 계속 우울하게 하는 행동에 사로잡힐 수 있다. 지금 자신이 일에만 집중하고, 다른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으며, 계속 피곤하며, 먹는 것이 생각하고, 수면이 부족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멈춰서 운동, 산책, 친구와의 대화, 가족들과의 전화통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 목욕과 같은 내 행복을 위한 활동을 해보자. 마음의 건강이 돌아오면, 피로가 풀리고 신체의 건강도 돌아오며, 내 삶의 활력도 돌아올 것이다.

 

 

*더 알고 싶다면,

Fredrickson, B. L., & Branigan, C. (2005). Positive emotions broaden the scope of attention and thought‐action repertoires. Cognition & Emotion, 19(3), 313-332.
http://dx.doi.org/10.1080/02699930441000238

 

Classical Study Series 

행복이라는 의심스러운 현상

행복이라는 의심스러운 현상
: 유전인가? 환경인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 중 유전의 영향력이 더 큰지 아니면 환경의 영향력이 더 큰지에 대한 논쟁은 과거에 있었고, 현재에도 여전히 있으며, 미래에도 여전히 있을 논쟁거리다. 예를 들어, 지능은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가? 아니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가? 1800년대에는 지능은 환경보다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견해가 강했다. 그리고 이 견해는 귀족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유지하는 명분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즉 대부분의 귀족들은 평민들보다 지능이 높았는데, 이것은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임으로 후천적 노력이나 환경에 의해 뒤집을 수 없으며, 그래서 높은 지능을 물려받은 귀족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려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1900년대 들어 행동주의 심리학이 득세하면서 지능은 유전보다 환경에 의해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견해가 득세하였다. 즉 인지적으로 풍성한 환경에서 자라면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되는 반면, 인지적으로 빈약한 환경에서 자라면 지능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1900년대 후반에 이르면 이러한 유전결정론과 환경결정론의 대립은 둘 다 반반씩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로 통합되기에 이르지만, 뭐든지 명확하게 구분하길 좋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유전과 환경 중 하나가 지능에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있어서도 유사한 논쟁이 존재한다. 개개인의 행복은 유전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까? 아니면 환경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까? 즉 행복의 개인차는 유전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일까? 아니면 환경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일까?
  Lykken과 Tellegen(1996)은 “행복이라는 의심스러운 현상(Happiness is a stochastic phenomenon)”이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논문을 통해 행복의 개인차가 유전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환경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연구는 미네소타 쌍둥이 명부(Minnesota Twin Registry)에 등재된 1,380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자들은 1,380쌍의 쌍둥이들이 대체로 20대일 때, 웰빙(긍정정서)과 스트레스 반응(부정정서)을 포함하는 다차원 성격검사(Multidimensional Personality Questionnaire, MPQ)를 실시하였고, 10년이 지난 후, 이들이 30대가 되었을 때 같은 검사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함께 양육된 일란성 쌍둥이와 분리 양육된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행복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분석하였고, 함께 양육된 이란성 쌍둥이와 분리 양육된 이란성 쌍둥이 사이의 행복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분석하였다. 만약 행복이 유전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 일란성 쌍둥이의 행복이 이란성 쌍둥이의 행복보다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행복이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 함께 양육된 쌍둥이의 행복이 분리 양육된 쌍둥이의 행복보다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것이다.
  먼저 일란성 쌍둥이 한 명의 20대 때 행복과 다른 한 명의 30대 때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4의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일란성 쌍둥이의 80%가 .5의 상관관계를 보임). 그러나 이란성 쌍둥이 한 명의 20대 때 행복과 다른 한 명의 30대 때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는 사실상 없었다(.07). 일란성 쌍둥이인지와 이란성 쌍둥이인지에 따라 행복의 개인차를 예측하는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유전적 요인이 행복을 예측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어서 함께 양육된 것과 분리 양육된 것에 따라 쌍둥이의 행복이 얼마나 유사해지는지,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인지 이란성 쌍둥이인지에 따라 쌍둥이의 행복이 얼마나 유사해지는지 확인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표-1은 이 분석의 결과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유전자를 100%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는 44~52% 정도 유사한 행복 점수를 보인 반면, 유전자를 절반만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행복 점수를 보였다. 함께 양육된 쌍둥이일 지라도 행복에는 차이가 있었고, 이러한 차이는 분리 양육된 쌍둥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는 성장 환경보다는 유전이 행복과 더 강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행복의 유전률(heritability)이 50%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Lykken과 Tellegen(1996)은 이와 같은 행복의 높은 유전률을 염두에 두고,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키가 더 크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이 비생산적(It may be that trying to be happier is as futile as trying to be taller and therefore is counterproductive.)”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이 말을 ‘행복의 개인차 50%가 무조건 유전을 통해 결정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행복의 유전률이 50%라는 것은 행복의 개인차 중 50%가 유전과 관련되어 있다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이지, 유전이 행복에 50%의 영향을 미치는(혹은 결정하는) 인과관계를 가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행복의 개인차 중 50%가 유전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 즉 개인의 행복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전혀 다른 요인일 수 있다.
  연구자들이 비유한 것처럼 키는 90%라는 높은 유전률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인의 평균키는 지난 100년 간 15cm 이상 성장한 것처럼(한국 여성의 평균키 성장률은 세계 1위), 행복도 유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여전히 개인의 자발적 행동(voluntary behavior)과 환경(environment)에 의해 수정될 가능성(modifiability)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알고 싶다면,

Lykken, D., & Tellegen, A. (1996). Happiness is a stochastic phenomenon. Psychological Science, 7(3), 186-189.
https://doi.org/10.1111/j.1467-9280.1996.tb00355.x

 

Classic Study Series 

행복은 결국 설정점으로 돌아가는가?

행복은 결국 설정점으로 돌아가는가?
: 고강도 부정적 이벤트에 적응하는 어려움

 

 

  인류의 조상들은 추위와 더위, 가뭄과 홍수, 풍요와 갑작스런 기근이 1년 간격으로 번갈아가면서 나타났던 홍적세(258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의 극심히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남았다. 죽을 것 같던 추위도 견디다보면 살만했고, 죽을 것 같던 더위도 견디다보면 살만했으며, 풍작일 때 기쁘고 행복하지만, 지나치게 들뜨지 않고 저장하는 것에 신경을 쓰면 고통스러운 기근이 몰아닥쳤을 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적응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곧 생존을 의미했던 우리 조상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현대인들도 모두 뛰어난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이 적응 능력은 생존과 번영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처음 연예를 시작해서 열정애를 과시하던 커플도 2~3개월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며, 처음과 같은 열정을 다시 찾기 어렵다. 커플들은 이 현상을 사랑이 식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슬퍼하지만, 사실 이것은 사랑이 식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열정애를 지속하다보면, 일을 해서 소득을 얻거나, 공부를 해서 성취를 보이거나, 가족 간에 유대를 다지거나, 가족 외의 공동체 구성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과 같이 개인이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들 놓치게 되고 이것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유전자는 열정애에 빨리 적응함으로써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론 적응했다고 하여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랑의 형태가 열정애가 아니라 우정애로 바뀌게 되고, 삶의 다른 부분들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모든 것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진 걸까? 목욕탕의 따뜻한 물이 처음에는 뜨겁게 느껴지다가 조금 지나면 따뜻하고, 더 지나면 미지근해지는 것처럼 좋은 일도 조금 지나면 미지근해 지는 것일까? 목욕탕의 차가운 물이 처음에는 견딜 수 없이 차갑지만 조금 지나면 그저 시원한 수준 되듯이 나쁜 일도 조금 지나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일까?
  Brickman과 동료들(1978)은 복권 당첨과 불의의 사고같이 확률적으로 드물지만 존재하는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인생을 바꿀 만한 대형 이벤트를 경험한 사람들도 결국은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적응하는지를 확인해보고자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들은 첫 번째 연구에는 불의의 사고로 신체 일부가 마비된 지 6개월 이상이 경과한 사람 29명(사고 희생자: 하반신 마비 11명, 사지 마비 18명), 복권에 당첨된 지 6개월 이상 경과한 사람 22명, 그리고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복권에 당첨된 적이 없는 88명의 사람들(통제집단)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복권 당첨자와 사고 희생자, 통제집단에게 당신이 그 동안 살아온 시간들의 행복들과 비교할 때 현재 어느 정도 수준으로 행복한지 0점(전혀 행복하지 않다)에서 5점(매우 행복하다) 사이로 평정하였다(present happiness).
  다음으로 복권 당첨자와 사고 희생자에게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같은 방법으로 평가하게 하였고, 통제집단에게는 6개월 전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평가하게 하였다(past happiness).
  아울러 몇 년이 지난 후에 당신이 얼마나 행복할 것 같은지 같은 방법으로 평가하였다(future happiness). 끝으로 일상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것, TV 보는 것, 아침 먹는 것, 재밌는 농담을 듣는 것, 칭찬을 듣는 것, 정기 간행물을 읽는 것, 옷을 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서도 0-5점 사이로 평정하였다(mundane pleasure).

 

 

 

 

  표-1은 첫 번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통제집단과 복권 당첨자를 비교해 보자. 통제집단과 복권 당첨자는 과거(3.77 vs. 3.32), 현재(4.00 vs. 3.82), 미래(4.20 vs. 4.14)의 행복 예측에서 모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상생활의 즐거움(친구와의 대화, 아침 먹기 등) 측면에서는 통제집단의 즐거움(3.82)이 복권 당첨자(3.33)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복권 당첨자들이 당첨의 즐거움에 적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고 희생자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먼저 사고 희생자(4.41)의 과거 행복은 통제 집단(3.32)의 과거 행복보다 강했다. 즉 현재와 비교할 때 사고를 당하기 전은 매우 행복한 시기였다. 하지만 사고 희생자(2.96)의 현재 행복은 통제 집단(3.82)의 행복보다 낮았다. 이는 사고 희생자가 6개월 이상이 지나도록 사고로 인해 저하된 행복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래 행복에서는 사고 희생자와 통제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1은 복권 당첨과 같은 고강도의 긍정 정서 유발사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빨리 적응하지만, 사고로 인해 불구가 된 것 같은 고강도의 부정 정서 유발사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이 매우 느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Brickman과 동료들(1978)은 연구-1에서 복권 당첨자들과 통제 집단 사이에 과거, 현재, 미래 행복 평가에 차이가 없었던 이유가 복권 당첨자들이 쾌락에 적응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행복감이 통제 집단 정도로 높지 않은 사람들이 복권을 샀기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2를 수행하였다.
  연구-2를 위해 86명이 참여하였고, 이 중 44명은 복권 구매 경험을 먼저 물어보고 행복을 측정함으로써 복권 구매 맥락이 행복 평가에 영향을 미치도록 조작하였고(lottery context), 나머지 42명은 행복을 먼저 측정하고, 복권 구매 경험을 물어봄으로써 두 가지 질문이 모두 중립적인 상태가 되도록 조작하였다(everyday context). 복권 구매 경험은 매달 1번 이상 구매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과 최근 6개월 내에 1번이라도 구매한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로 측정하였다. 나머지 과거, 현재, 미래 행복에 대한 질문은 연구-1과 동일하였다.
  표-1은 연구-2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복권을 매달 1번 이상 구매하는지(구매자) 아닌지(비구매자)가 과거(3.76 vs. 3.89), 현재(3.81 vs. 4.00), 미래(4.40 vs. 4.58)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없었다. 최근 6개월 내에 1번 이상 복권을 구매한 적이 있는지(구매자) 아닌지(비구매자)를 통한 분석에서도 효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복권 구매자와 비구매자 모두 현재(Buyers: 3.81, Nonbuyers: 4.00)보다 미래(Buyers: 4.40, Nonbuyers: 4.58)에 행복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복권 구매 경험을 먼저 물어보고 행복을 측정한 참가자와 행복을 물어보고 복권 구매 경험을 물어본 참가자들을 구분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 복권 구매 맥락에서 행복에 응답한 집단(3.52)이 행복에 먼저 응답한 집단(4.10)보다 과거에는 불행하다고 평가하고, 미래는 복권 구매 맥락(4.62) 집단이 일상 맥락 집단(4.29)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예측하였으며, 현재의 행복에는 차이가 없었다. 즉 복권 구매라는 맥락은 미래의 행복을 현재보다 낙관적으로 예측하게 만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2를 통해 복권 구매자와 비구매자 사이의 과거, 현재, 미래 행복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연구-1의 복권 당첨자들의 행복이 통제 집단의 행복과 다른지 않은 이유가 쾌락 적응 때문이며, 이들의 기본적인 성향이 낙관적 혹은 비관적이기 때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하여 연구-2는 이는 복권을 사는 사람과 사지 않는 사람 모두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복권 구매에 점화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재보다 미래를 더 행복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복권은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보다 복권을 내 손에 쥐고,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당첨을 기대하는 과정이 더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알고 싶다면,

Brickman, P., Coates, D., & Janoff-Bulman, R. (1978). Lottery winners and accident victims: Is happiness rela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6(8), 917-927.
http://dx.doi.org/10.1037/0022-3514.36.8.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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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의 창의적 문제해결

행복과 창의적 문제해결
: 긍정 정서가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미치는 효과

 


그림 . Dunker(1945)의 창의적 문제해결 과제의 도구를 보여준다. 문제는 “위의 도구들을 활용하여 벽에 양초를 붙이고 불이 붙이되,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답은 본문의 뒤의 부록에 있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인지 능력이다. 현대인들은 누군가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듣고, 창의성의 비결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하면 그 책을 읽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가 사실 특별히 배워야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가능한 보편적인 능력이라고 말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창의적 사고는 보편적인 능력이기에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누구나 발휘할 수 있는데, 그 조건이 인지적 조건이 아니라, 정서적 조건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Isen, Daubman과 Nowicki(1987)는 행복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창의성이 필요한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현상을 확인함으로써,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인지의 문제가 아닌, 정서의 문제일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그림-1은 Isen 등(1987)이 제시한 창의적 문제해결 과제를 보여준다. 65명의 참가자들은 그림에 있는 도구들(성냥갑, 성냥, 양초, 압정)을 사용하여 초의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양초를 벽에 붙이는 것이었다. 문제의 정답은 [부록]을 참고할 수 있다. [부록]에서 이미 답을 확인한 사람이라면, 이 문제가 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것은 후견편향(hind sight bias)이기 쉽다. 답을 모른 상태로 이 문제를 처음 접한다면, 성냥갑에서 성냥을 모두 뺀 후, 압정을 활용하여 성냥갑을 벽에 붙인다는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는 성냥갑, 즉 성냥 상자에는 성냥이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성냥을 꺼낼 생각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도 태반이다. 또한 양초의 아래쪽이 벽과 붙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양초와 압정을 직접 연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들이 겹쳐져서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렇게 평소 자주 사용하던 도구의 기능에 의해 그 도구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고정관념을 기능고착이라고 부른다.
  그럼 과연 이러한 기능고착에서 벗어나 [부록]과 같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이 누구였을까? 사실 이 연구는 문제를 제시하기 전에 한 가지 중요한 조작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4가지 조건 중 하나에 무작위로 할당되었는데, 하나는 긍정 정서를 유발하는 코미디 필름을 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큐멘터리 같은 중립적인 필름을 보는 것이었으며, 또 다른 조건은 문제해결의 힌트(성냥에서 성냥을 다 뺀 후, 압정을 성냥갑에 넣어 둠)를 주는 조건이었고, 끝으로 통제 조건은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았다.

 

 


 

 

문제해결 한 인원 / 조건에 할당된 인원

문제해결 비율

긍정정서

9/12

75%

중립정서

3/15

20%

문제해결 힌트제공

19/23

83%

통제조건

2/15

13%

표 1. Isen 등(1987)의 연구 결과

  표 1은 Isen 등(1987)의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긍정 정서 조건에 할당된 사람들이 중립 정서 조건과 통제 조건 사람들보다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긍정 정서 조건에 참여한 사람들은 기능고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힌트를 받은 조건의 사람들만큼이나 문제 해결을 잘 했다는 것이다.
  46명이 참여한 또 다른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관찰하였다. 구체적으로 참가자의 절반은 캔디를 선물로 받아 행복해졌고, 나머지 절반은 아무것도 받지 않은 중립적 정서였다. 이러한 정서 조작 후에는 3가지 단어가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추론하는 과제(Remote Associates Test)를 진행하였다. 문제는 총 78개였고, 어려운 수준의 문제, 중간 수준의 문제, 쉬운 수준의 문제가 무작위로 배열되어 있었다. 중간 수준 문제의 예를 들면, ‘잔디 깎는 기계, 외교, 원자폭탄’의 3가지 단어가 제시되었고, 참가자들은 단어들이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단어를 추론하여 써야 했다(이 문제의 답은 힘, power이다).

 

 

 

 

(맞춘 개수 평균)

어려움

중간

쉬움

긍정정서

.50

4.38

5.38

중립정서

.60

3.45

5.10

표 2. Isen 등(1987)의 또 다른 연구 결과

  표-2는 또 다른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긍정 정서 조건이 중립 정서 조건보다 3가지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추론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간 난이도의 문제에서 명확한 차이가 발생하였다.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문제에서 긍정 정서가 유발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본 연구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토대로 한 문제해결에 필요한 조건이 인지적인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또한 창의성의 결과가 행복이 아니라, 창의성의 원인이 행복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함의가 크다. 더하여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도적적인 과제(challenging activities, 답이 당장에 떠오르진 않지만 해볼 만한 과제)를 행복한 사람들이 더 잘 해결한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행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행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문제해결을 통해 얻게 되는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자원들을 구축할 가능성 높다는 것도 시사한다.

 

 

*더 알고 싶다면,

Isen, A. M., Daubman, K. A., & Nowicki, G. P. (1987). Positive affect facilitates creative problem solv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2(6), 1122-1131.
http://dx.doi.org/10.1037/0022-3514.52.6.1122

 

 

[부록] 문제의 정답

 

Classical Study Series 

행복 네트워크의 확장

행복 네트워크의 확장
: 단절되고 고립되는 불행한 사람들

 

 

 

  심리학자들에게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딱 하나만 뽑으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 십중팔구 ‘좋은 관계’일 것이다. 왜 그럴까?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맺는 좋은 관계는 또 다른 좋은 관계를 낳고, 이러한 선순환이 이어져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이 지는 것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은 좋은 관계를 통해 전염되고, 이를 통해 행복한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확장된다.
  Fowler와 Christakis(2008)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이를 입증하였다. 영국 Framingham 지역에 거주하는 5,1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각 사람의 행복과 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얼마나 교류하는지를 조사하였다.

 

 

 

그림 1. Fowler와 Christakis(2008)의 1996년 조사 결과. 노랑색은 행복한 사람들이며, 녹색은 보통 사람들, 파랑색은 불행한 사람들이다.

  결과를 분석한 연구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끼리 교류하며, 불행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은 교류하지 않거나 불행한 사람들과 교류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즉 크게 볼 때 행복한 사람들의 군집과 불행한 사람들이 군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1은 이 연구의 1996년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 2. Fowler와 Christakis(2008)의 2000년 조사 결과. 노랑색은 행복한 사람들이며, 녹색은 보통 사람들, 파랑색은 불행한 사람들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00년 연구진은 이러한 교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한 번 더 측정하였다.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었다. 행복한 사람들의 군집은 더 견고해질 뿐 아니라, 행복의 군집들 이 하나의 원을 형성할 정도로 또 다른 행복한 군집들과 연결되는 모양새를 보인 것에 반해, 불행한 사람들의 군집은 5년 전에 비해 더 단절되고, 고립되었던 것이다. 즉 행복 네트워크는 확장된 반면, 불행 네트워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림 3. Fowler와 Christakis(2008)가 보여준 행복의 3단 확장

  그림-3은 행복 네트워크의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누군가가 행복하면,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절친한 친구, 가족, 애인 등)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그 사람을 통해 행복해진 친구, 가족, 애인이 그들의 지인을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해진 지인들이 또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림 4. Fowler와 Christakis(2008)가 보여준 행복의 파급효과

  그럼 누군가가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 때 그 사람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서 같이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림-4의 분석결과는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음을 보여준다. 그 다음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이고, 그 다음으로는 옆집에 사는 이웃이다. 즉 한 사람이 불행했다가 행복해지면,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행복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좋은 관계를 행복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불행은 관계의 단절을 낳고, 또 다른 불행을 나으며, 나중에는 관계의 단절과 고립을 초래한다.

 

 

*더 알고 싶다면,

Fowler, J. H., & Christakis, N. A. (2008). Dynamic spread of happiness in a large social network: Longitudinal analysis of the Framingham Heart Study. British Medical Journal, 337(a2338), 23-28.
https://doi.org/10.1136/bmj.a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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