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에 도장을 두 개 찍어 놓고 시작하자: 목표 가속화의 원리

쿠폰에 도장을 두 개 찍어 놓고 시작하자
: 목표 가속화의 원리

 

 

 

 

 

 

 

  모두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목표에 집중해서 목표를 달성하고야 마는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다양한 특성이 있지만,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목표를 달성하고야 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종 목적지가 잘 보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1]. 다른 말로 최종 목적지가 잘 보이면 목표를 달성하기 쉬워 진다. 그렇다면, 최종 목적지가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세부목표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해야 한다.

  

 

 

 

  최종 목표 주변에 작은 목표를 둠으로써 최종 목표가 더 커 보이거나 더 잘 보이게 되는 현상은 에빙하우스 착시(Ebbinghaus illusion)라는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운데 원 주변에 그 원보다 큰 원들이 있을 때보다 작은 원들이 있을 때 더 커 보이는 이 현상은 골프 수행에 관련된 연구에서 그 실용성이 검증되기도 했다. 즉 골프 퍼팅을 할 때, 홀 주변에 더 큰 원들을 배치할 때보다 작은 원들을 배치할 때가 실제로 홀이 더 커보였을 뿐 아니라, 홀에 공을 집어넣을 확률도 증가한 것이다[2].

 

 

 

 

 

  목표가 잘 보인다는 것이 꼭 시각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 마음의 거리의 측면에서 목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인식하게 되면 해당 목표를 달성할 확률도 높아지고,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진다. 예를 들어, 두 유형의 커피 쿠폰이 있다. 하나는 도장 찍는 칸이 10개고 다 비워져 있다. 다른 하나는 12칸 중 2칸이 이미 찍혀져 있다. 실상 10개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등가 상황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이 두 상황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10개 중 10개가 비워져 있는 쿠폰을 받은 집단보다 12개 중 2개가 찍혀져 있었던 집단에서 커피를 10번 먹고 공짜 커피까지 먹는 사람이 많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린 시간도 짧다[3].

 

  이런 현상의 원인은 사람의 마음에서 전자의 상황보다 후자의 상황이 목표와 더 가깝게 느껴지고, 그래서 목표가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전자의 상황은 10개 중 10개가 채워져야 하기에 목표 달성률이 0%인 상황이지만, 후자의 상황은 12개 중 2개가 채워져 있기에 이미 17% 정도 목표가 달성된 상황이다. 두 집단 모두 1개를 채웠을 때는 상황이 더 놀라워 지는데, 전자의 집단(10개 중 10개가 비워짐)은 목표 달성률이 10%에 불과하지만, 후자의 집단(12개 중 2개가 채워져 있음)은 목표 달성률이 25%(12개 중 3개, 4분의 1 확률이 됨)로 급상승한다. 바로 이 차이가 목표 달성률과 목표 달성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혹은 목표가 잘 보일수록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의 비율과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목표 가속화 원리(The goal-gradient principle)라고 부른다[4]. 새해에 목표를 많이 세웠는가? 그렇다면, 일단 목표의 최종 지점이 잘 보이도록 세부목표들을 세워보자. 그리고 세부목표들 중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한두 가지를 빨리 해버리자. 또한 세부목표들 중에 작년에 어느 정도 해두었던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마무리하자. 즉 당신의 세부목표 쿠폰에 미리 도장을 두개 찍어 주자. 쿠폰에 도장을 두 개 정도 찍어두는 것, 이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Csikszentmihalyi, M., Abuhamdeh, S., & Nakamura, J. (2005). Flow. In A. J. Elliot & C. S. Dweck (Eds.), Handbook of competence and motivation (pp. 598-608). New York, NY, US: Guilford Publications.


[2] Wood, G., Vine, S. J., & Wilson, M. R. (2013). The impact of visual illusions on perception, action planning, and motor performance. Attention, Perception, & Psychophysics, 75(5), 830-834.


[3] Kivetz, R., Urminsky, O., & Zheng, Y. (2006). The goal-gradient hypothesis resurrected: Purchase acceleration, illusionary goal progress, and customer reten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43(1), 39-58.


[4] Hull, C. L. (1932). The goal-gradient hypothesis and maze learning. Psychological Review, 39(1), 25-43. 

창조의 근원은 혼돈과 무질서

창조의 근원은 혼돈과 무질서

: 정리정돈인가? 강박증인가?

 

일은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저 인간일 뿐이며, 무질서는 인간의 가장 해로운 적이기 때문이다.

헤시오도스, 기원전 800년경

 

자기 계발서 저자나 이를 가르치는 수많은 강사들은 헤시오도스의 위와 같은 조언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안달이 나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원서: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을 권장하는 스티븐 코비(Stephen Richards Covey)이든,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의 비결을 조언해주는 데이비드 알렌(David Allen)이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체계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여전히 큰 산업이다.

 

실상 이러한 체계적 삶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외부적인 환경을 질서 있게 만듦으로써 내면도 질서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모습과 더불어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무질서가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해로운 적일까?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정돈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자기 계발서 저자들과 강사들의 합창에 대한 중요한 비판 중 하나는 정리정돈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세기 화가이자 조각가인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모든 창작 활동은 파괴하면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사고 및 인식 구조를 일단 의도적으로 해체하거나 심지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까지 파괴해야 그 혼돈 속에서 새로운 가치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The earth was barren, with no form of life; it was under a roaring ocean covered with darkness. But the Spirit of God was moving over the water.

창세기 12

    

 

피카소의 이러한 말은 성경 창세기의 두 번째 구절을 연상시킨다.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가 있기 전에 혼돈과 무질서가 존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무질서 안에 빛이 창조되었는데, 하나님은 그것을 심히 좋아하셨다.

 

앨버트 로텐버그(Albert Rothenberg)이 노벨상 수상자 22명과 닐스 보어(Niels Bohr), 막스 플랑크(Max Planck), 아인슈타인(Einstein), 찰스 다윈(Charles Darwin) 등의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작업과정을 조사한 결과도 정리정돈보다는 혼돈과 무질서에 가까웠음을 지지한다(Rothenberg, 1996). 이 과학자들은 기존의 법칙 혹은 체제대로 정리를 잘 했던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범주를 해체하고 일견 모순되는 아이디어를 배치해보는 작업을 수행했던 사람들이었다. 자기 계발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를 잘하게 된 현대인들이 이 과학자들을 보았다면 이들의 무질서에 혀를 찼을 수도 있다.

 

정신과 의사 낸시 안드레아슨(Nancy Andreason)은 최신 신경 촬영 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의 창의성을 물리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Andreasen, 2011; Andreasen & Ramchandran, 2012). 그는 우리 뇌가 휴식상태에서 가장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 이유는 쉴 때에야 비로소 연합 피질의 여려 영역이 활동을 시간하기 때문이다(우리 뇌의 대뇌피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 바로 다양한 정보를 함께 처리하는 연합피질이다).

 

안드레아슨은 마치 연합 피질이 활발하게 더듬이를 움직이면서 전혀 관계없던 능력을 서로 연결하는 것과 같다. 언어 감각과 시공간감을 연결해주고, 추상적 감각과 실제적인 감각을 연결해주는 이 활동은 어떤 사물에 대한 관념이나 이미지 등 모든 것을 주관하는 생각의 샘이라 할 수 있다.”이라고 말한다.

은퇴한 심리학 교수 제이 브랜드(Jay Brand)는 창의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책상을 말끔히 정리하면 생산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Brand, 2008). 그는 우리의 뇌가 한꺼번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정보의 용량(Work-memory capacity)이 한정돼 있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이라는 책상 위에 놓을 수 있는 정보 덩어리의 개수에 제한이 있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보통 4~6개의 사이이다).

 

사물을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5가지 성격 특성 요소 중 하나인 규범성‘(보통 긍정적 의미) 그리고 신경증‘(거의 예외 없이 부정적 의미)과 연관이 있다. 우선 규범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할 정도로 정리 정돈을 잘한다(Barrick & Mount, 1991). 이들은 근면하고 규율에 잘 따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그런데 직장에서 첫 번째 평가 기준이기도 한 이 장점도 정도가 지나치면 어두운 면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만약 많은 자기 계발 저자들의 말대로 언제나 스스로에 대해 통제력을 유지해야 하고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면 두 번째 특징인 신경증이 과도하게 발달하기 쉽다(Obsessive Compulsive Cognitions Working Group, 1997). 이것은 심하면 강박증(OC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로 이어지는데 이 증상은 현대인들 사이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정리정돈을 잘해야 한다는 현대인들의 관념은 실상 강박증적인 환상일 수 있고, 이것을 지키려는 의도적인 노력은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며, 이러한 스트레스 가중은 오히려 생산력과 창의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으로서의 혼돈과 무질서를 강박적 정리정돈으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더 알고 싶다면,

    

Andreasen, N. C. (2011). A journey into chaos: Creativity and the unconscious. Mens Sana Monographs, 9(1), 42-532.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115302/

 

Andreasen, N. C., & Ramchandran, K. (2012). Creativity in art and science: are there two cultures? Dialogues in Clinical Neuroscience, 14(1), 49-54.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341649


Barrick, M. R., & Mount, M. K. (1991). The big five personality dimensions and job performance: A metaanalysis. Personnel Psychology, 44(1), 1-26.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j.1744-6570.1991.tb00688.x/full

 

Brand, J. L. (2008). Office ergonomics: A review of pertinent research and recent developments. Reviews of Human Factors and Ergonomics, 4(1), 245-282.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518/155723408X342871

 

Obsessive Compulsive Cognitions Working Group. (1997). Cognitive assessment of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35(7), 667-681.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0579679700017X

 

Rothenberg, A. (1996). The Janusian process in scientific creativity. Creativity Research Journal, 9(2-3), 207-231.

http://www.tandfonline.com/doi/abs/10.1080/10400419.1996.9651173

집단적 트라우마와 공동체의 따뜻한 언어사용

집단적 트라우마와 공동체의 따뜻한 언어사용

 

*본 콘텐츠는 제임스 패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의 저서 단어의 사생활(What our words say about us) (김아영 역) “5장 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리어왕, 그들은 왜 갑자기 단어를 바꿔 말했을까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9/11 연구 결과가 진화론적으로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사바나에 작게 무리지어 다니던 집단이 다른 무리에게 공격을 당한다면 한데 뭉쳐서 외부에 주의를 기울이고 앞으로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개인과 집단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적응 반응이다.

 

집단에 직접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감정적 사건이 일어날 때도 구성원들의 언어에서 이와 같은 양상이 나타날까? 답은 <그렇다>인 듯하다. 이 답이 그렇다인 것의 증거에는 페니베이커가 진행한 1989년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일어난 로마 프리에타 지진(Nolen-hoeksema & Morrow, 1991), 19911차 걸프전(Pennebaker & Harber, 1993), 1997년 다이애너 비의 죽음(Stone & Pennebaker, 2002), 1999년 텍사스 A&B 대학교에서 전통 행사 준비로 모닥불을 쌓아올리다가 열두 명의 학생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사건 등이 포함된다(Gortner & Pennebaker, 2003).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모든 유형의 격변이 사람들을 단합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더 이타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쏟고, 다른 사람들과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텍사스 A&M 대학교 공동체는 상징적인 대형 모닥불의 붕괴로 발생한 학생 열두 명의 죽음에 동요했다. 당시의 인터뷰, 블로그, 신문 기사 등을 통해 드러난 이 공동체의 언어 역시 이타적이고 따뜻했다. 그뿐만 아니라 A&M 대학교의 사회적 유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해졌다. 다음해에 학생들의 신체건강을 추적한 결과, 질변으로 학생 보건소를 찾은 학생은 모닥불 사고가 일어나기 전년도에 비해 40퍼센트 줄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A&M과 가까운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인정하기 정말 힘든 일이지만, 끔찍한 경험은 우리에게서 최고의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트라우마는 그 본질상 몇몇 생명을 파괴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분명하지만 직관에 약간 어긋나는 한 가지 연구 결과가 있다. 고통에 쏟았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이 건강한 행동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청구서를 지불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집을 청소하는 행동은 모두 심각하게 충격적인 소식에 대처하는 유서 깊은 방법이다. 그 사건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면 말하라. 혼자 있고 싶다면 혼자 있으라. 어떤 한 가지 대처법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를 발휘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1990년대에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사건 직후 72시간 안에 그에 대한 깊은 감정을 털어놓게 하는 선의의 심리학적 개입이 인기를 끌었다. 위기상황 스트레스 해소(Critical Incident Stress Debriefing, CISD)라는 이 프로그램은 꽤 합리적인 것으로 보였고, 구급대원, 대기업, 전 세계 정부 부서에서도 이 방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수많은 연구가 수행된 이후 지금은 CISD가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해롭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은 직후 몇 시간 동안 인터넷에서 단어를 사용하는 스타일을 살펴보면 감정적 사건을 겪자마자 깊은 감정을 다루는 것은 건강한 행동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감정적 격변을 겪은 후 사회적 지지를 필요로 한다. 우리 연구팀들과 내가 블로그를 연구하면서 목격한 가장 인상적인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얼마나 지지를 구하고 받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감정적 격변을 겪은 후 괴로움에 빠진 사람이 잔신의 감정 상태를 언급하기만 해도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에게서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온다.

 

 

*더 알아보고 싶다면,

Gortner, E. M., & Pennebaker, J. W. (2003). The archival anatomy of a disaster: Media coverage and community-wide health effects of the Texas A&M bonfire tragedy.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 22(5), 580-603.

 

Nolen-hoeksema, S., & Morrow, J. (1991). A prospective study of depression and posttraumatic stress symptoms after a natural disaster: The 1989 Loma Prieta Earthquak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1(1), 115-121.

      

Pennebaker, J. W., & Harber, K. D. (1993). A social stage model of collective coping: The Loma Prieta earthquake and the Persian Gulf War. Journal of Social Issues, 49(4), 125-145.

 

Stone, L. D., & Pennebaker, J. W. (2002). Trauma in real time: Talking and avoiding online conversations about the death of Princess Diana. Basic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 24(3), 173-183. 

집단적 트라우마와 언어사용의 변화

집단적 트라우마와 언어사용의 변화

 

 

*본 콘텐츠는 제임스 패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의 저서 단어의 사생활(What our words say about us) (김아영 역) “5장 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리어왕, 그들은 왜 갑자기 단어를 바꿔 말했을까”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그림 . Cohn, Mehl, & Pennebaker (2004)의 논문에서 발췌한 연구결과. Preoccupation with 9/11은 이 사건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측정하기 위해 블로거들의 글에 9/11 테러 사전에 등재된 27개 단어가 얼마나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것이다(The preoccupation index was calculated using a list of 27 target words such as Osama, World Trade Center, hijack, and Afghanistan (the September 11 dictionary). 상위 25%는 high 그룹으로, 26~75% 까지는 중위 그룹으로, 하위 25%는 low 그룹으로 분류한 것이다.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소식을 들은 후 몇 분에서 몇 시간 동안은 그 개인적인 트라우마에서 심리적으로 거리를 둔다는 것은 이치에 맞는 얘기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단 트라우마를 겪을 때는 이런 현상이 더 큰 규모로 일어날까? 미국에서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의 암살, 1941년 진주만 공습, 9/11 테러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했는지 평생 기억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문화적으로 공유하게 되었을 때도 개인적인 사건을 겪을 때처럼 자기 자신에게서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할까?


  이전의 문화적 격변과 달리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자주 이용하던 때였다. 우리 연구팀 중 컴퓨터를 상당히 잘 다루는 마이클 콘은 테러가 일어난 지 몇 주 후 내 사무실에 들러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수천 개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하여 테러 이전에서 테러 이후 몇 주 몇 달 후까지 사람들의 글과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해 보자는 것이다.


  Cohn, Mehl과 Pennebaker (2004)는 당시 인기 있던 블로그 사이트 LiveJournal.com과 협력하여 1,084명의 블로거가 올린 게시물을 모았다. 이들은 9/11 두 달 전부터 두 달 후까지 일주일에 최소 서너 번씩 글을 올렸다. 우리는 미국에 사는 광범위한 연령대의 블로거를 선택했다. 요컨대 우리가 모든 자료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 올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글이었다. 7만 건 이상의 블로그 게시물을 분석해 보니 테러 전후와 그 사이에 대명사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사용에서 놀라운 변화가 드러났다.


  누군가 죽은 직후의 음성 메시지와 블로그 게시물처럼, 블로거들이 9월 11일 사건을 알게 되자마다 <나>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뚝 떨어졌다(그림-1D 참고, 사건과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기 위해 1인칭 단수 대명사 사용이 감소하면 심리적 거리는 증가함, 또한 확신을 가지지 않기 위해 would, should, could 조동사 사용이 증가함). 이게 다가 아니다. <나>라는 단어의 감소와 동시에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훌쩍 뛰어올랐다(그림-1C 참고, 우리라는 단어 사용이 증가는 사회적, 관계적 정보처리가 증가했다는 증거).


  세계무역센터 건물 붕괴 직후 24시간 동안 올라온 블로그 게시물 중 92퍼센트가 그 사건을 언급했다. 이 사건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가족, 공동체, 국가의 테두리 안으로 받아들이도록 강력히 촉구했다.


  블로그에서 사용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에 대한 연구는 대명사에 대한 연구 결과와 상통했다.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의 순간적인 감소와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의 폭발적인 증가 이후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사용은 평소대로 돌아갔다. 게다가 사람들은 테러가 일어나기 전보다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현했다. 이러한 경향을 포착하기 위해 우리는 컴퓨터에 긍정적 감정을 반영하는 단어(사랑하다, 행복한, 축복)의 비율과 함께 부정적 감정을 반영하는 단어(미워하다, 울다, 걱정하다)의 비율을 계산했다.


  사건 직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긍정적 단어의 사용 비율이 기저선 수준에서 급감했다(그림-1A 참고). 그러다가 4일 정도가 지났을 때 본래 기저선 수준으로 돌아갔다. 반면, 사건 직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부정적 단어의 사용 비율이 기저선 수준에서 급증했다. 그러다가 4일 정도가 지났을 때 기저선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사항은 4일 후에 다시 기저선 수준으로 돌아갔던 긍정적 단어의 사용 비율이 10일이 지난 후에는 다시 기저선 수준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9/11 연구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그림-1B 참고). 사건 후 5일에서 6일이 지나는 동안 블로거들은 전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인지적 단어를 사용했다. 인지적 단어에는 인과적 사고를 반영하는 단어인 ‘왜냐하면, 야기하다, 영향을 끼친다’와 자기성찰적 단어 ‘이해하다, 깨닫다, 의미한다’를 반영하는 단어가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인지적 단어의 사용은 사람들이 자기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상치 못한 사건 직후 인지적 단어가 증가하는 현상은 이해할 수 있다. 다들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9/11 테러 일주일 후부터 두 달 동안 블로거들의 인지적 단어 사용 비율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1,084명의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이러한 분석은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거대한 감정적 격변 후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9/11 테러 이후 며칠 내로 대다수의 블로거들이 쇼핑 계획, 남자 친구, 포르노, 애완동물 등 다시 일상적인 주제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하지만 어떤 주제를 다루든 공통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당시 블로거들의 언어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양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을 화합하게 한다
  공통의 트라우마가 있을 경우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을 더 많이 쏟고 자신의 공통의 정체성의 일부로 언급한다. <우리>라는 말을 <당신과 나>라는 따뜻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데서도 이런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게 한다. 이 경우 사람들은 슬프기는 해도 우울하지는 않다. 정말로 우울한 사람들은 <나>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사용한다.

 

공통의 트라우마는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경험이다
  9/11 이후 적어도 두 달 동안은 사람들이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현했고 사건 이전 몇 달 동안에 비해 사회적으로 더 연결되어 있었다.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을 정보 순응적으로 만든다
  9/11 이후 두 달 동안 사람들은 덜 분석적인 상태가 되었다. 사건 직후 일주일까지 사람들은 더 단순한 스타일로 글을 썼고, 이것은 그들이 그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때 사람들은 더 수동적이고 새로운 정보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상태인 듯했다.

 

트라우마 경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은 감정적 격변을 겪은 후 몇 시간, 며칠, 몇 주 안에 대대적으로 변한다.

 

 

*더 알아보고 싶다면,


Cohn, M. A., Mehl, M. R., & Pennebaker, J. W. (2004). Linguistic markers of psychological change surrounding September 11, 2001. Psychological Science, 15(10), 687-693. 

잘 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의 행복

잘 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의 행복

 

 

  인간 내면에 무궁한 잠재력이 존재한다는 인식은 대중 심리학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인기있는 주제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Awaken the giant within!)’ 혹은 ‘거인의 무한한 능력(Unlimited power)’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obbins, 2007; 2008). Robbins(2007; 2008)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삶의 단 한 가지 영역에 통달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때 거인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또 대중에게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를 선물한 의지력의 화신 핸리 포드(Henry Ford, July 30, 1863 – April 7, 1947)의 신념을 받아들이라며 이렇게 강조한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저 ‘어느 정도의 잠재력’도 사실 대단한 것일 인지데, ‘무한한 잠재력’이라니! 이런 말에 마음이 흡족해진 부모와 교사들은 자신의 자녀들 혹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어!”, “넌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라고 이야기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도 최면을 걸고, 자녀들에게도 마법을 건다.


  그런데 최면에서 현실로, 마법에서 마법이 풀린 상태로 돌아와 보자. 과연 그런가? 정말 마음먹은 대로 모든 일이 되던가? 오히려 이러한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최면과 ‘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자야!’라는 마법 때문에 언제나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어”라고 느끼며 불만족하고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이제 인간을 오히려 좌절시키는 판타지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와야 할 때다. 말콤 그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년 9월 3일)은 정말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난 아웃라이어들이다(Gladwell, 2008).


  아웃라이어란 통계적인 용어로 모집단의 평균보다 2 좀 더 엄격하게는 3 표준편차 이상 떨어져 있는 자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능 지수는 평균이 100 표준편차가 ± 15이다. 그래서 1표준편차 뛰어난 사람들의 지능은 115, 2표준편차 뛰어난 사람들의 지능은 130, 3표준편차 뛰어난 사람들의 지능은 145가 되며, 145 이상이 사람들은 천재들의 모임으로 불리는 멘사라는 단체의 회원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3% 미만을 차지하는 아웃라이어들이다.


  물론 이 아웃라이어들이라고 해서 쉽게 성취를 이룬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웃라이어들의 삶을 보면 에디슨이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1%의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99%의 노력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을 피겨 스케이팅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김연아 선수(September 5, 1990)도 이것을 증명한다. 그녀는 7살에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해서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8시간 씩 연습한 것으로 유명하다(오영석, 2014). 그럼 우리도 희망을 가지고 김연아처럼 8시간씩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까?

 

 

 

 


그림1. 매일 8시간 씩 연습을 쉬지 않았던 김연아. 그녀의 특별함은 그녀의 연습시간이 아니라, 그녀를 그렇게 연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한 심리적 구조에 있다.

 

  아쉽게도 바로 이러한 결론이 앞에서 지적했던 ‘거인의 무한한 잠재력’이라는 판타지이다. 김연아가 특별한 것은 그가 8시간 씩 연습했다는 것, 즉 그녀가 매일같이 투자한 시간의 양이 아니다. 말콤 그래드웰이 강조한 것처럼, 김연아와 같은 의지력의 화신들이 특별한 것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매일같이 8시간 씩 투자할 수 있는 특별한 심리구조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 특별한 심리구조는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김연아 선수는 피겨 스케이팅을 잘할 수 있는 능력(피겨 동작 및 기술과 관련된 절차적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즉 선천적 재능을 타고 났다. 둘째, 김연아 선수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피겨 스케이팅에 집중하는 동안 주의력과 자기 통제력이 고갈되는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느리거나, 같은 시간동안 주의력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나, 특별한 분야에 한정하여 주의력의 용량과 자기 통제력이 예외적으로 큰 아웃라이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연아 선수가 8시간 연습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보편적인 사람이 같은 연습을 1시간하면서 정도 받는 스트레스 정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인간은 두뇌, 외모, 신체적 능력, 의지력, 결의, 집중력 등에서 개인차가 존재한다. 달리 말하면, 모든 사람에게 능력이나 기질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김연아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라톤에서 얼마 쯤 가다가 뒤에 쳐져 숨을 헉헉 거리며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하는 약해 빠진 아이에 불과하다. 우리는 금연을 시도하다가 며칠도 못가서 실패하고, 새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한 후, 배가 고파 넉넉한 크기의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면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말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바바 시브(Baba Shiv)의 연구도 이것을 잘 보여준다(Shiv & Fedorikhin, 1999). 실험에서 일곱 자리 숫자를 암기해야 했던 사람들은 두 자리 숫자를 암기해야 했던 사람들에 비해 실험 후에 제공하는 과일 샐러드와 초콜릿 케익 간식 중 초콜릿 케익을 선택하는 비율이 2배나 높았는데, 이는 주의력과 자기 통제력 고갈을 보충하기 위한 행동이다.


  당신이 보통 정도의 주의력과 자기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 어느 정도 집중하다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무리해서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고통을 감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마치 한국에서 대학 진학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처럼, 그리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한국의 직장인들처럼 이미 한계상황까지 와 놓고도 이 만성적인 불편함을 우리 뇌의 경고가 아닌 내가 이겨내고 있는 징후라고 여긴다면 어떻게 될까?(Tudor, 2012)


  먼저는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하고, 심장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하며, 뇌졸중 등으로 돌연사할 확률도 증가한다(Bunker et al., 2003; Faraji et al., 2011). 또한 신진대사를 원활하지 못하게 만들어 만성 소화불량, 대장암, 비만의 원인이 된다(Chandola, Brunner, & Marmot, 2006). 아울러 정신건강도 헤치게 돼서 우울증과 무기력에 빠뜨릴 확률이 증가한다(Siegrist, 2008). 만성적인 불편함과 고통을 인내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고통을 감수하는 삶은 사회적 관계를 망가뜨린다. 고통을 감내하고 자기를 희생하는 옳지 않은 몰입은 삶의 다른 영역을 받아들일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친구, 가족 등을 방치하게 되고 나에게 남는 것은 일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는 사회적인 활동을 할 때 행복감을 가장 많이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자원이 구축된다는 심리학의 연구결과들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Fredrickson, 1998; 2001; 2004; Kahneman et al., 2004; Kahneman & Krueger, 2006).


  일의 효율성을 감소시켜서 시간은 많이 들고 피곤한데, 생산성은 과거에 비해 계속 감소된다(Phillips et al., 2006). 피곤하지 않을 때는 한 시간이면 할 수 있었던 일을 3시간, 4시간이 걸려서도 끝내지 못한다(Caldwell, 2012). 이렇게 효율이 떨어질 때는 쉬고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 쉬지도 못한다. 마침내 만성피로와 고통에 의한 생산성 저하, 더 많이 일하게 됨, 만성피로와 고통이 가중됨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자! 이제 우리가 생각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럼 강하지 않은 평범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자신의 부족한 인내심, 자기통제력, 주의 집중력 자원을 아껴서 쓰고, 적절히 분배해서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스스로 지나치게 밀어붙이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집중력을 발휘 한 후, 쉬고, 또 이것이 어느 정도 보충되면 집중력을 발휘하는 방식이 현명하다. 김연아처럼 8시간을 계속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간 집중하고, 20분 정도 쉬고, 한 시간 집중하고 20분 정도 쉬고 하는 방식도 좋다. 또 장기적으로 우리의 집중력과 동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부족한 자원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충분한 수면(성인의 경우 8~9시간), 규칙적인 식사, 약간의 운동, 산책,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자신을 ‘의지 결핍자’라고 낙인찍고 스스로를 질책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을 뭔가 성취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핑계로 삼으라는 말은 아니다. 혹 내가 원하는 기간 안에,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의미이다. 스스로를 용서하여 편안한 마음 상태가 된다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오면서 창의성 발휘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Fredrickson, 1998; 2001; 2004).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의 능력과 적성에 적합한 일이라면 그렇게 힘들거나 어렵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내가 잘 하는 일이면, 어려움을 참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좋아했던 일일 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안 맞고 뭔가 불편하다면, 어려움, 시련,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자기 통제는 그저 고통이 된다.


  시련이 성취에 대한 증거이기에 즐겁고, 불굴의 의지가 자신의 향상을 보여주기에 행복하다면, 또 매일 하는 노력이 너무 당연하게 고민 없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계속 노력하자.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매번 고뇌하고 있다면, 그리고 삶이 참담하게 느껴진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이럴 때는 관점을 전환하고, 다른 일, 내가 지속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일, 쉽게 할 수 있는 일, 잘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해도 재밌을 법한 일, 누군가 급하게 때론 갑자기 그 일을 요구해도 잘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 일을 찾아야 한다. 지금 시간을 들이고 있는 일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익숙해지고, 몰두할 수 있는 진정한 ‘몰입(flow)’ 상태를 발생시키는 일인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Nakamura & Csikszentmihalyi, 2014).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데도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참고 이겨내면 행복이 올 거야라고 자신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잘 맞고, 내가 잘 할 수 있기에 때때로 힘들지라도 그것에서 오는 행복이 더 클 때, 참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김연아가 8시간 씩 연습할 수 있었던 것은 피겨 스케이팅 타는 것이 자신이 잘하는 일이었고, 훈련은 자신을 더 잘하게 한다는 것을 알기에 힘듦보다 행복이 더 컸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일은 언제 손을 놓아야 할지 알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어쩌면 늘 나와 함께 있던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장 내 눈에 좋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못하기에 싫어질 수 있는 것 보다, 당장에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잘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더 알고 싶다면,

 

오영석. (2014). Who? Special 김연아. 파주, 경기: 스튜디오 다산.
 https://goo.gl/CELeQL

 

Bunker, S., Colquhoun, D., Esler, M., Hickie, I., Hunt, D., Jelinek, M., Oldenburg, B., Peach, H., Ruth, D., Tennant, C. and Tonkin, A. (2003). Stress and Coronary Heart Disease: Psychological Risk Factors. The Medical Journal of Australia, 178(6), 272-276.
 https://goo.gl/QWgcfR

 

Caldwell, J. A. (2012). Crew schedules, sleep deprivation, and aviation performanc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1(2), 85-89.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0963721411435842

 

Chandola, T., Brunner, E., & Marmot, M. (2006). Chronic stress at work and the metabolic syndrome: prospective study. British Medical Journal, 332(7540), 521-525.
 https://goo.gl/qRZV2E

 

Faraji, J., Ejaredar, M., Metz, G. A., & Sutherland, R. J. (2011). Chronic stress prior to hippocampal stroke enhances post-stroke spatial deficits in the ziggurat task.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95(3), 335-345.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074742711000074

 

Fredrickson, B. L. (1998). What good are positive emotions?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3), 300-319.
 http://psycnet.apa.org/record/1998-10496-004

 

Fredrickson, B. L. (2001). The role of positive emotions in positive psychology. American Psychologist, 56(3), 218-226.
 https://goo.gl/jvkSxw

 

Fredrickson, B. L. (2004). The broaden-and-build theory of positive emotions. Philosophical Transactions: Biological Sciences, 359(1449). 1367-1377.
 http://rstb.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359/1449/1367.short

 

Gladwell, M. (2008). Outliers: The Story of Success. New York, NY: Little, Brown and Company.
 https://goo.gl/cdhWXK

 

Kahneman, D., Krueger, A. B., Schkade, D. A., Schwarz, N., & Stone, A. A. (2004). A survey method for characterizing daily life experience: The day reconstruction method. Science, 306(5702), 1776-1780.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06/5702/1776

 

Kahneman, D., & Krueger, A. B. (2006). Developments in the measurement of subjective well-being. Th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0(1), 3-24.
 https://search.proquest.com/docview/212072212?pq-origsite=gscholar

 

Nakamura, J., & Csikszentmihalyi, M. (2014). The concept of flow. In Flow and the foundations of positive psychology (pp. 239-263). Springer Netherlands.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2F978-94-017-9088-8_16

 

Phillips, B., Hening, W., Britz, P., & Mannino, D. (2006). Prevalence and correlates of restless legs syndrome: results from the 2005 National Sleep Foundation Poll. Chest, 129(1), 76-80.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12369215315245

 

Robbins, A. (2007). Awaken the giant within: How to take immediate control of your mental, emotional, physical and financial. New York, NY: Free Press.
 https://goo.gl/Z2ux4T

 

Robbins, A. (2008). Unlimited power: The new science of personal achievement. New York, NY: Free Press.
 https://goo.gl/cdhWXK

 

Shiv, B., & Fedorikhin, A. (1999). Heart and mind in conflict: The interplay of affect and cognition in consumer decision making.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6(3), 278-292.
 https://doi.org/10.1086/209563

 

Siegrist, J. (2008). Chronic psychosocial stress at work and risk of depression: Evidence from prospective studies. European Archives of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 258(5), 115-119.

 

Tudor, D. (2012).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North Clarendon, VT: Tuttle Publishing.
 https://goo.gl/jcvJAT 

이기적인 이타주의자

이기적인 이타주의자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타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수직선상에 양 끝에 위치하는 것이기에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결과는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별개의 차원이며 이에 따라 두 가지 모두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연구는 회사에서 군인과 같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좋은 군인이 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좋게 보이고 싶어 하는 동기(뛰어난 연기자가 되는 것)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였다(Grant & Mayer, 2009). 또한 같은 연구에서 이렇게 좋은 군인이자 연기자로서 자기 인상관리를 잘하는 회사원들이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도움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는 사람들의 업무적 생산력이 적게 도와주는 사람들의 생산력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관찰하기도 했다(De Dreu & Nauta, 2009; Grant & Berry, 2011). 즉 이타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이득도 가장 많이 챙겼다.

 

카네기멜론대학의 헬지슨과 동료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자기 자신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고 베풀기만 하는 사람은 심적 에너지가 고갈되고, 신체적 건강도 나빠질 위험이 있음을 밝혀냈다(Helgeson, 1994).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희생만하는 순전한 이타심은 타인의 일에 과도하게 관여하도록 만들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대해 주장하는 것을 주저하도록 견인한다. 이는 공동체로부터 착취를 당하여 신체적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심각한 수준의 심적 에너지 고갈에 따른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Fritz & Helgeson, 1998; Helgeson & Fritz, 1999).

 

더하여 직장에서 자신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베풀기만 하는 사람은 업무 과부하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과 가족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다가 결국에는 어느 것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Bolino & Turnley, 2005). 그리고 이러한 갈등으로 인한 심적 에너지 소모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정도가 심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타인의 이익(공동체의 이익)에 헌신하는 만큼 자신의 이익도 챙기면 건강을 해치지 않고 심적 에너지도 덜 소모된다.

 

이처럼 자기 자신의 이익과 타인 혹은 공동체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면서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것만 챙기면서 동료의 도움요청을 거절했던 사람은 죄책감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동료의 도움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계속 도와주면, 내 주업무를 처리하지 못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한 연구는 자기 자신의 이익(자신의 업무 성과)과 파트너의 이익(파트너의 업무 성과)을 함께 추구하면서 매일매일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하다(주관적 만족도가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한다(Kumashiro, Rusbult, & Finkel, 2008).

결혼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6개월 동안 여러 쌍의 부부를 관찰한 연구에서 자신의 욕구와 배우자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Bolino & Turnley, 2005).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Bolino, M. C., & Turnley, W. H. (2005). The personal costs of citizenship behavior: the relationship between individual initiative and role overload, job stress, and work-family conflict.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0(4), 740-748.

 

De Dreu, C. K., & Nauta, A. (2009). Self-interest and other-orientation in organizational behavior: Implications for job performance, prosocial behavior, and personal initiativ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4(4), 913-926.

 

Fritz, H. L., & Helgeson, V. S. (1998). Distinctions of unmitigated communion from communion: self-neglect and overinvolvement with oth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5(1), 121-140.

 

Grant, A. M., & Mayer, D. M. (2009). Good soldiers and good actors: Prosocial and impression management motives as interactive predictors of affiliative citizenship behaviors. Th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4(4), 900-912.

 

Grant, A. M., & Berry, J. W. (2011). The necessity of others is the mother of invention: Intrinsic and prosocial motivations, perspective taking, and creativity.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4(1), 73-96.

 

Helgeson, V. S. (1994). Relation of agency and communion to well-being: Evidence and potential explanations. Psychological Bulletin, 116(3), 412-428.

 

Helgeson, V. S., & Fritz, H. L. (1999). Unmitigated agency and unmitigated communion: Distinctions from agency and communion.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33(2), 131-158.

 

Kumashiro, M., Rusbult, C. E., & Finkel, E. J. (2008). Navigating personal and relational concerns: The quest for equilibrium.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5(1), 94-110. 

유연하게 관점을 전환해야 하나? 한 가지에 몰입해야 하나?

유연하게 관점을 전환해야 하나? 한 가지에 몰입해야 하나?

 

 

 

 

 

 

  우리는 간혹 모순되는 주장들을 들음으로써 혼란에 빠지곤 한다. 자유자재로 관점을 전환하라는 주장과 한 가지에 몰입하라는 주장도 그 중 하나다. 특히 패션 디자이너나 예술가처럼 창의적 사고를 핵심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뭔가에 몰입한다는 것이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뭐가 맞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 주장이 모두 맞는다고 가정하고, 각각의 주장의 맞는 제약 조건(Boundary condition)을 찾는 것이다. 어쩌면 심리학의 역사는 제약 조건을 찾아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약 조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유연한 관점(flexible perspective)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고,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focusing on one thing)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공한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이 언제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지 또 언제 한 가지 과업을 몰입하는지와 관련된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은 유연한 사고를 할 때와 몰입할 때가 있었으며, 이러한 모드 전환이 빠를수록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Zabelina et al., 2013; 2015; 2016). 연구들에 따르면,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은 어떤 과업을 준비하는 단계, 즉 어떤 과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한다. 그러나 일단 과업을 돌입한 후, 즉 시작한 후에는 그 과업에 무섭게 몰입한다. 다른 말로 하면, 과업을 기획하는 단계에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유지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고, 구습에 매몰되지 않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 과업 하나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이렇게 때에 따라 모드를 전환한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은 뛰어난 생산성을 보이면서 성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실패를 피하지 못한다. 어떤 과업을 시작한 후에 집중하지 못하고, 유연한 사고를 한다는 것은 말이 좋아 유연한 사고이지, 그냥 산만한 것이다. 과업을 준비할 때는 유연한 사고였지만, 과업을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동일한 그것이 주의력 분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준비할 땐 유연하게 하고, 실행할 땐 몰입하라. 유연한 사고와 몰입, 이 두 가지 모드를 때에 따라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람이다.

 

 

*참고문헌


Zabelina, D. L., O’Leary, D., Pornpattananangkul, N., Nusslock, R., & Beeman, M. (2015). Creativity and sensory gating indexed by the P50: Selective versus leaky sensory gating in divergent thinkers and creative achievers. Neuropsychologia, 69, 77-84.


Zabelina, D. L., & Beeman, M. (2013). Short-term attentional perseveration associated with real-life creative achievement. Frontiers in Psychology, 4, 191-191.


Zabelina, D., Saporta, A., & Beeman, M. (2016). Flexible or leaky attention in creative people? Distinct patterns of attention for different types of creative thinking. Memory & Cognition, 44(3), 488-498. 

위험 포트폴리오 관리하기: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위험 포트폴리오 관리하기
: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일에만 전념해도 될까 말까이니 그 일에만 매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의 어려움은 창업 3년 후 생존률 통계에 나타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창업 3년 후 생존률은 50% 내외이다. 2013년에 발표된 OECD 주요국의 창업기업 생존률 조사에 의하면, 미국 창업가의 창업 3년 후 생존률은 57.6%였고, 한국의 경우에는 41.0%로 조사대상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그 중에서도 IT분야 창업은 전 세계적으로 생존률이 1~2%에 불과하다.


  이렇게 창업이 어렵다보니 창업의 어려운 과정을 딛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창업에만 전념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정말 창업에만 집중한 전념형(Fulltime) 창업가가 성공하여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창업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Hybrid) 창업가가 성공하여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확률이 높을까?


  1994년 이후에 창업한 20대부터 50대 사이의 창업가 5,299명을 2008년까지 14년 간 추적조사한 결과는 사람들의 직관과 정반대였다(Raffiee & Feng, 2014). 연구자는 Folta와 동료들 (2010)의 구분법에 따라 창업을 하고도 2년 이상 고정급을 받는 직업을 유지한 사람은 하이브리드형 창업가, 창업을 하고 3개월 이내에 고정급을 받는 직업을 중지한 사람은 전념형 창업가로 분류한 후, 이들의 자신감, 위험회피 성향, 인지능력(Armed Forces Qualifications Test: 지능관련 적성검사의 일종으로 계산능력과 언어능력을 측정), 14년 후 어느 쪽이 더 많이 살아남았는지 측정하였다.


  결과적으로 전념형이 하이브리드형보다 자신감과 위험추구 성향이 높았다. 즉 하이브리드형은 전념형보다 훨씬 위험 회피적이고 창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14년 후 어느 쪽이 더 많이 살아남았는지 확인한 결과, 이렇게 확신이 없었던 하이브리드형 창업가가 확신에 가득찼던 전념형 창업가보다 33% 더 많이 생존하였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처음에 별 차이가 없던 두 창업가 사이의 인지능력(작업기억용량, working memory capacity)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를 보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하이브리드형 창업가의 인지능력은 유지되는 것에 반해 전념형 창업가들의 인지능력은 계속 낮아졌다. 


  창업을 한 후 2년 정도까지 고정적인 소득이 있었던 창업가는 심리적으로 더 안정되었고, 인지능력이 저하되지 않았으며, 시야가 넓어졌고, 이를 통해 조잡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등의 성급한 시장진입을 하지 않았다(Coombs & Huang, 1970). 그러나 창업과 동시에 고정적인 소득이 없어진 창업가는 창업의 중압감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되었고, 시야가 좁아졌으며, 불안감이 상승하여 조잡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등의 성급한 시장진입을 통해 실패를 겪었고,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만련하는 악순환을 반복하였다.
  이와 같은 하이브리드형 창업가들의 전략을 위험포트폴리오 관리라고 부르며, 독창성을 극도로 발휘해야 하는 일일수록 위험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야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성공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계획된 우연(happenstance)이다.

 

 

*더 알고 싶다면,

 

뉴시스. (May 25, 2015). 창업기업 3년 후 생존비율 41%. Received from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525_0013684202&cID=10402&pID=10400 (Accessed July 14, 2017).

 

Coombs, C. H., & Huang, L. (1970). Tests of a portfolio theory of risk preferenc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85(1), 23-29.

 

Folta, T. B., Delmar, F., & Wennberg, K. (2010). Hybrid entrepreneurship. Management Science, 56(2), 253-269.

 

Hartman, R. S., Doane, M. J., & Woo, C. K. (1991). Consumer rationality and the status quo.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06(1), 141-162.

 

Jost, J. T., Pelham, B. W., Sheldon, O., & Ni Sullivan, B. (2003). Social inequality and the reduction of ideological dissonance on behalf of the system: Evidence of enhanced system justification among the disadvantage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33(1), 13-36.

 

Raffiee, J., & Feng, J. (2014). Should I quit my day job?: A hybrid path to entrepreneurship.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7(4), 936-963.

 

Samuelson, W., & Zeckhauser, R. (1988). Status quo bias in decision making. Journal of Risk and Uncertainty, 1(1), 7-59. 

행복의 신호인가? 잡음인가?

행복의 신호인가? 잡음인가?
: 행복의 신호탐지이론

 

 

 

 

  신호탐지이론(Signal detection theory, SDT)은 심리학의 기본토대를 이루는 이론 중 하나로 외부 환경에 있는 수많은 자극들 중 개인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신호와 무의미하고 중요하지 않은 잡음을 걸러내는 인간의 인지능력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1].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의미 있는 신호 자극이 무의미한 잡음보다 충분히 강할 때, 어려운 말로 신호 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 SNR) 충분히 높을 때,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 신호에 걸 맞는 판단, 의사결정,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신호 대 잡음비가 충분히 높아서 잡음 안에 숨어 있는 신호를 알아차리게 될 수 있는 상태를 역치(Threshold)를 넘어선 상태 혹은 최소가지차이(Just-noticeable difference, JND)를 넘어선 상태라고 칭한다.

 

  이 이론이 처음 생겼을 때는 ‘맑은 날 밤 100m 거리에서 불빛을 감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밝기’, ‘1리터의 물통에 설탕을 조금씩 넣을 때 설탕이 들었음을 감지하는데 필요한 농도’ 등의 감각적 차원에 한정하여 연구가 진행되었다[3]. 그러나 이후 이 연구가 감각적 차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하려고 한다. 그 사람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연봉협상만 남겨두고 있다. 회사가 그 사람에게 얼마를 제시해야 그 사람이 이직을 결심할까? 즉 그 사람 마음에는 얼마의 연봉이 이전 회사와 확실히 다르다고 인식할만한 역치일까? 다른 말로 그 사람 마음에는 얼마의 연봉이 되어야 잡음(noise)라고 여기지 않고 신호(signal)라고 여길까?[4] 이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실생활의 문제들은 많은 경우 신호탐지이론에 관한 것들이다. 부연하자면 돈을 효용(Utility)이라고 바꿔서 부르고, 효용을 행복(Happiness)로 바꿔서 부르는 순간 신호탐지이론은 우리 삶의 행복과 관련된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신호탐지이론이 우리 삶과 밀접하다는 것은 알았으니, 이제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신호탐지이론의 핵심은 일정한 강도의 신호가 존재할 때, 잡음의 비율을 낮추면 신호를 감지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사실 기온이 오르듯이 환경의 신호 자체가 잡음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진다면 좋은 일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 환경은 인간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합리적인 방법은 잡음제거 이어폰(noise cancelling earphone)처럼 잡음의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잡음을 없애서 우리 삶에 필요한 신호들을 원활하게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한층 풍요로워 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물리적 소음들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자. 뉴욕시 초등학교 학생들의 읽기 점수에 대한 연구를 보면, 기차가 4~5분마다 덜컹거리면서 지나가는 철로와 인접해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읽기 점수는 그렇지 않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읽기 점수보다 심각하게 낮았다[5].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뉴욕시의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과 교육위원회에 요청하여 해당 학교 교실에 소음 차단 시설을 설치했더니, 학생들의 읽기 점수가 몰라보게 개선됐다.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 주변의 학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독일 뮌헨시의 공항을 새로운 곳으로 옮기자 새 공항이 들어선 지역의 아이들은 기억력과 읽기 시험 점수가 크게 떨어진 반면, 예전에 공항이 있던 지역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상당히 올랐다[6].

 

  따라서 집이나 자녀의 학교가 자동차, 기차, 항공기 등으로 지속적인 소음이 일어나는 지역에 있다면 소음을 줄이는 해결 방안을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 기업도 직원의 효율성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소음 감소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교사는 저학년 학생의 학습을 방해할 수 있는 또 다른 환경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데, 특히 교사 자신이 직접 방해 요소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포스터, 지도, 미술작품 등이 과하게 붙어 있는 교실은 그곳에서 과학을 배우는 아이들의 학습 효과를 떨어뜨린다[7]. 과도한 게시물은 아이들의 과학적 지식 습득을 방해하는 소음이었던 것이다.

 

  이쯤 읽은 독자들은 내 주변에도 이러한 소음이 있지 않은지 고민하기 시작했을 수 있다. ‘지금 나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삶을 방해하고 있는 소음, 즉 내 행복을 방해하고 있는 소음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을 던지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여러분 주변을 살펴보시라. 혹시 환기 시키려고 열어둔 창문을 계속 열어두지 않았는가? 이것 때문에 밖에서 계속 소음이 들어와서 내 집중을 방해하진 않았는가? 혹시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하려고 마음먹었으면서 모국어 가사가 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지는 않았는가? 아니면 내가 절대음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뭔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한음 한음마다 달라지는 음계(도레미파솔라시)가 내 머릿속에 들어오게 만들고 있지는 않았는가?

 

  SNS의 단체 대화창을 열어놓고, 내 시야에 잘 들어올 수 있는 위치에 놓아두고는 누가 말할 때마다 시선을 뺏기지 않았는가? 해가 질 무렵 버스나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고 있는데, 스마트폰만 쳐다보느라 환상적인 노을이 있는 풍경을 놓치지 않았는가? 스마트폰만 보고 걷다가 눈앞에 제발 가져가 주세요~ 하고 떨어져 있는 5만 원짜리 지폐를 놓치고 그냥 가고 있진 않은가? 운전하면서 네비게이션을 보느라 전방주시를 태만하게 해서 옆 차선을 달리던 차가 깜박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하고 있다는 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진 않은가? 운전 중에 재미있는 라디오 디제이들과 게스트의 멘트에 정신이 팔려서 빠져나갔어야 하는 교차로를 지나쳐버리진 않았는가? 간식을 필요할 때만 꺼내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늘 잘 보이는 곳에 꺼내놓음으로써 자꾸 손이 가게 만들고, 간식이 다는 속도도 빨라지고, 살도 찌고, 안 써야 하는 돈도 더 쓰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았는가?

 

 

 

 

 

  눈에 보인다고, 귀에 들린다고 손으로 만져진다고, 다 행복에 중요한 신호(Signal)는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한 여러 가지 이론들이 나와 있지만, 어쩌면 이것들은 모두 심리학의 기본인 신호탐지이론의 주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즉 삶의 행복과 관련 없는 잡음은 줄이고, 행복과 관련이 높은 신호를 높이라는 이 단순한 메시지가 행복과 관련된 연구의 전부일 수도 있다. 행복에 정확한 신호인 것은 하라(Hit). 그러나 행복의 잡음인 것은 하지 말라(Correct reject). 행복의 정확한 신호는 놓치지 말라(Not Missing). 마지막으로 행복의 잡음을 행복의 신호인 것으로 착각하지도 말라(Not false alarm). 내 방에 뭔가 잡음이 많다고 느껴지는가? 그냥 청소를 해보자. 그것만으로도 내 방 곳곳에 숨겨져 있던 행복의 신호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1] Green, D. M., & Swets, J. A. (1966). Signal detection theory and psychophysics. Oxford, England: John Wiley.

[2] Galanter, E. (1962). Contemporary psychophysics. New York, NY, US: Holt, Rinehart and Winston.

[3] Linker, E., Moore, M. E., & Galanter, E. (1964). Taste thresholds, detection models, and disparate result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67(1), 59-66.

[4] Galanter, E. (1962). The direct measurement of utility and subjective probability. The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 75(2), 208-220.

[5] Bronzaft, A. L., & McCarthy, D. P. (1975). The effect of elevated train noise on reading ability. Environment and Behavior, 7(4), 517-528.

[6] Hygge, S., Evans, G. W., & Bullinger, M. (2002). A prospective study of some effects of aircraft noise on cognitive performance in schoolchildren. Psychological Science, 13(5), 469-474.

[7]  Fisher, A. V., Godwin, K. E., & Seltman, H. (2014). Visual environment, attention allocation, and learning in young children: When too much of a good thing may be bad. Psychological Science, 25(7), 1362-1370. 

벽을 치우니 벽이 생기다: 오픈 플랜 사무실의 역효과

벽을 치우니 벽이 생기다
: ‘오픈 플랜 사무실’의 역효과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직장동료들, 팀원들 사이에 소통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그 가운데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왜 소통이 안 되는지를 알아낸 후, 반드시 해결해보이고 말겠다는 사람도 등장한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오픈 사무실(Open office) 혹은 오픈 플랜 사무실(Open plan office)도 그랬다. 직장인들의 의사소통과 팀원들 간의 생산적 대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누군가의 생각이었고 정말 좋은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생각은 그 생각이 정말 좋은지 확인되기도 전에 유행이 되었다. 이 검증되지 않은 생각은 바로 ‘직장에 존재하는 높은 칸막이’가 직원들 간의 소통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칸막이를 제거하고 모두가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것만 같았다.

  21세기 초에 시작된 이 생각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직원들의 책상과 책상을 둘러쌓던, 전통적인 칸막이 구조는 언제 그랬었냐는 듯 없어져갔다. 2014년 말에는 약 70%의 미국 사무실에서 칸막이(파티션, partition)가 없어졌거나 더 낮아졌다[1]. 책상이나 사무실 사이의 장벽이 낮거나 아예 없는 오픈된 공간을 말하는 이러한 배치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칸막이 방식에서 탈피해 투명성, 동지애, 팀워크를 높이는 재미있고 새로운 방법이라고 여겨졌다.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야후(Yahoo), 이베이(ebay),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같은 회사가 모두 이 디자인을 사무실에 적용했다[2].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구조가 소음을 동반하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을 예상치 못했으며, 이는 직원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지난 10년간의 조사를 보면 오픈된 사무실 디자인이 물리적 환경과 인지적 생산성 모두에서 직원 만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이 밝혀졌다[3]. 물리적 환경이 스트레스를 주고 만족감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동료 간의 관계 또한 더 안 좋아지게 만들었다[4]. 직원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대화를 증진시키는 유익한 방법이라 생각한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직원 간의 대화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짧거나 피상적인 대화뿐이었다[5].

  한국 사회에서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속담을 들어 오픈 사무실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들의 논리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처럼, 사무실에 벽을 세우면 마음의 벽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벽이 역할을 하는 사무실의 벽을 허물면, 직원들 간의 마음의 벽도 허물어지고 서로 화목하게 지내면서 의사소통도 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벽을 치우면서 마음의 벽이 생겼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그럼 다시 벽을 높게 쳐야 하는가? 아니면 모든 직원에게 개인사무실을 하나씩 내주어야 하는가? 아쉽게도 이런 식의 극단적인 생각은 대부분 옳지 않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않음과 같다.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수준의 벽, 1990년도 사무실에 있었던 수준의 파티션, 나를 보기 위해서는 일어나서 내가 있는 공간까지 와야 했던 바로 그 정도 높이의 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직원이 내가 일하는 모습을 일거수일투족 보고 있을 수 있고 내가 하는 것을 보다가 왜 그걸 그렇게 하냐는 말을 듣게 되는 그런 오픈 오피스가 아니라, 나를 보기 위해서, 나에게 말 걸기 위해서, 내가 하는 일을 보기 위해서는 신체적 에너지와 정신적 에너지를 약간 써야 하는 그 벽, 우리에게 필요한 높이의 벽은 딱 그 정도다.

참고문헌

[1-2] De Been, I., & Beijer, M. (2014). The influence of office type on satisfaction and perceived productivity support. Journal of Facilities Management, 12(2), 142-157.

[3]  Brennan, A., Chugh, J. S., & Kline, T. (2002). Traditional versus open office design: A longitudinal field study. Environment and Behavior, 34(3), 279-299.

[4] Jahncke, H., Hygge, S., Halin, N., Green, A. M., & Dimberg, K. (2011). Open-plan office noise: Cognitive performance and restoration.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31(4), 373-382.

Evans, G. W., & Johnson, D. (2000). Stress and open-office nois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5(5), 779-783.

Kristiansen, J., Mathiesen, L., Nielsen, P. K., Hansen, Å. M., Shibuya, H., Petersen, H. M., … & Søgaard, K. (2009). Stress reactions to cognitively demanding tasks and open-plan office noise. 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82(5), 631-641

[5] Jahncke, H. (2012). Open-plan office noise: The susceptibility and suitability of different cognitive tasks for work in the presence of irrelevant speech. Noise and Health, 14(61), 315-320.

글: 마이클 바엘리(Michael Bar-Eli). (2018). 다르게 뛰기(원저명: Boost!). 공보경 역. 강남, 서울, 한국: 처음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