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뭐죠?

노는 게 뭐죠?

: 계속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오늘날 문명이 발달된 사회에서 시간은 엄격하게 통제되는 소모품이자 정확하게 측정되고, 분배되고, 투자되어야 하는 화폐와 같은 가치로 통용된다(Briers, 2012). 일단 산업화가 자리 잡게 되자 농경 사회에 절기를 제공했던 자연의 부드러운 리듬은 더 이상 그 목적에 적합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산업화와 함께 시간은 현재를 극대화해야 하는 소중한 자원이 되었다. 19세기 이전에는 시간 낭비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Briers, 2012). 오늘날 우리는 이 개념에 집착하고 있다. 대중 심리학은 이 바통을 성실히 이어받았고, 그 결과 책장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오늘 일을 내일로 무리는 우를 범치 않기 위해, 깨어 있는 시간의 11초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들로 넘쳐난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철저한 시간 관리는 필수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일상에 많은 일정들을 채워 넣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오히려 정반대가 사실이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미치광이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다.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규칙이란 오직 기운이 떨어져 탈진했을 때뿐인 경우가 많다.

 

1998년과 2005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일주일에 48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의 수는 두 배로 증가하여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Briers, 2012). 왜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일까? 안타까운 사실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이러한 종류의 지나친 헌신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역효과까지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연구는 주당 45시간 이상의 근무시간이 고혈압, 우울증, 근골격 질환 등 모든 종류의 신체적, 심리적 질병과 상호 연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Sparks et al., 1997).

 

자유시간이 생기는 경우에도, 우리의 본능은 이 자유 시간을 목적이 분명한 자기 향상 활동으로 채우고 싶어 한다(Briers, 2012). 운동을 하러 체육관에 가고, 어학 강좌나 음악 수업을 듣는가 하면, 독서 그룹에 참가한다. 삶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어울릴 소중한 기회나 사교적 모임은 먼 미래로 계획해놓는다. 하루하루의 일정이 너무 꽉 차 있어 어떤 부부들은 연애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저녁 데이트를 따로 계획해야 할 정도이다.

 

일에 대한 맹목적 헌신과 시간관리가 잘못되었다거나 철저한 시간관리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지 못하니 그만두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현대인의 삶이 너무 정신없이 바빠지다 보니 이제 우리는 사실상 게으름의 미학을 전혀 모르게 되고 말았다. 우리는 더 이상 아무런 계획이 없는 시간을 음미하거나, 재충전을 하거나, 백일몽을 꾸면서 즉흥적이고 아무런 목적 없이 노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 다음 몇 페이지에 걸쳐 나는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모든 일이 왜 잘못되어 있는지 가장 분명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전통적으로 마음껏 쓸 수 있는 무계획적인 시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사람들, 즉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십 년간 아이들의 생활 패턴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했다. 미시간 대학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의 아이들은 30년 전 아이들에 비해 자유 시간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중산층 출신의 아이들은 성인이 이끄는 활동에 참여하여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Hofferth & Sandberg, 2001; Hofferth et al., 1991; Sandberg & Hofferth, 2001). 연구자 샌드라 호퍼스(Sandra Hofferth)는 이 아이들이 부모에게 영향받아 시간 부족상황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Hofferth & Sandberg, 2001).

 

부모들은 매 순 간을 소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아이들을 설득시킨 후, 엄청난 강도의 교육 및 과외 활동에 참여시킨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성실하게 아이들을 방과 후 수업에서 피아노 학원, 태권도 등급 심사에서 스카우트 활동으로 실어 날아야 하는 부모의 삶의 속도도 크게 빨라지고 스트레스 역시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고마워할까? 아닌 것 같다. 앨빈 로젠벨트(Alvin Rosenfeld)무리한 일정에 시달리는 많은 아이들이 분노와 불안에 가득 차서 녹초가 되어 있다.’고 보고한다(Rosenfeld & Wise, 2010).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읽기, 수학 등의 선행학습을 받은 어린이들의 학습 성취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1학년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이 아이들의 성적이 전혀 미리 학습받지 않고 자유롭게 놀다가 입학한 아이들의 성적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Briers, 2012). 또한 조기 학습을 받은 아이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매우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Sutton-Smith, 1975). 심리학자 브라이언 서턴스미스(Brian Sutton-Smith)놀이의 반대는 공부가 아니다. 우울증이다와 같은 무서운 결론을 내렸다.

 

놀이는 아이들의 마음에만 유익한 것이 아니다(Briers, 2012). 어른에게도 놀이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은 먹기나 자기와 마찬가지로 놀이에 대한 선천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충분히 놀지 않으면, 결국에는 극심한 활동기에 이어 철저하게 붕괴된 침체기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 해도, 놀지 못해서 생긴 욕망의 빈자리가 나태와 반항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즉 근무시간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딴 짓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상사가 보지 않는 사이에 앵그리 버드(Angry Birds) 게임 한 판만 더 할까?’, ‘사무실에서 일찍 돌아갈 바에야 차에서 잠깐 낮잠이라도 잘까?’, ‘창고 뒤에서 담배 한 개비만 더 피울까?’ 하는 식이다. 충족되지 않은 진정한 욕구가 있는 사람은 심리적인 위협을 느끼고, 잘 놀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분노하거나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Shen, Chick, & Zinn, 2014). 아마도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게리 칙(Gary Chick)더 잘 노는 사람, 장난기 많은 사람일수록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공격적인 성향이 약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잘 놀고 장난기 많은 사람이 생산성이 더 떨어진다거나 성공할 확률이 낮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Briers, 2012). 놀이는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감정 처리를 도와주며 심지어는 기억력까지 향상시키고 문제 해결을 도와준다고 판명 났다. 또한 놀이는 스트레스를 완화해준다. 하라 마라노(Hara Marano)의 주장에 따르면 놀이는 생기를 되찾아주고 재충전시켜 주며 낙관주의를 회복시킨다. 또한 세상의 많은 일들을 성취하기 위한 능력을 재생시킨다(Marano, 1999).

 

이렇게 자명한 장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면서도, 이상하게 우리는 여전히 놀이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성취하고 나면 그때 인생을 즐기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하면서 끊임없이 놀이를 미루고 있다. 왜 그럴까? 신디 애런(Cindy Aron)은 놀이와 게으름을 은근히 동일시하는 현대사회의 뿌리에는 프로테스탄트의 직업윤리 즉, 청교도주의가 박혀 있다고 해석했다(Aron, 2001).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추었을 때 내면에서 올라오는 심리적 저항감에 맞서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앞만 보고 광적인 속도로 삶을 돌파해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Briers, 2012). 우리는 모든 일이 다 중지되었을 때 발현되는 진짜 자기 모습을 진심으로 두려워한다. 어쩌면 스스로 자랑할 만한 자기를 만들려는 현대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오히려 우리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것이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 불편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오히려 더 포상이나 승진, 성취, , 권력 등의 겉으로 드러나는 세속적 욕망을 좇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삶이 얼마나 우울하고, 허무하고, 지칠지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서턴스미스(Sutton-Smith)의 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놀이의 반대는 공부나 일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것 말이다. 완전히 지쳐서 녹초가 되었을 때 놀지 말고, 힘이 남아 있을 때 놀자. 우울하고, 무기력해져서 노는 것이 아니라, 아직 웃을 힘이 남아 있을 때 쉬자. 뭘 하고 놀지 모르겠으면, 일단 눈을 감고 가만히 뭐하고 놀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정해졌는가? 그럼 놀자.

    

 

*더 알고 싶다면,

 

Briers, S. (2012). Psychobabble: Exploding the myths of the self-help generation. Edingburg, UK: Pearson Education Limited.

https://goo.gl/LER8b6

 

Aron, C. S. (2001). Working at play: A history of vacations in the United States.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goo.gl/okHhWG

 

Shen, X. S., Chick, G., & Zinn, H. (2014). Validating the Adult Playfulness Trait Scale (APTS): An examination of personality, behavior, attitude, and perception in the nomological network of playfulness. American Journal of Play, 6(3), 345-369.

https://search.proquest.com/docview/1547943837?pq-origsite=gscholar

 

Hofferth, S. L., & Sandberg, J. F. (2001). How American children spend their time.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63(2), 295-308.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j.1741-3737.2001.00295.x/full

 

Hofferth, S. L., Brayfield, A. A., Deich, S. G., & Holcomb, P. A. (1991). National Child Care Survey, 1990. Washington, DC: Urban Institute.

http://webarchive.urban.org/publications/104604.html

 

Marano, H. E. (1999). The power of play. Psychology Today, 32(4), 36-39.

https://www.psychologytoday.com/articles/199907/the-power-play

 

Rosenfeld, A., & Wise, N. (2010). The over-scheduled child: Avoiding the hyper-parenting trap. New York, NY: St. Martin’s Press.

https://goo.gl/oFBQht

 

Sandberg, J. F., & Hofferth, S. L. (2001). Changes in children’s time with parents: United States, 19811997. Demography, 38(3), 423-436.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353%2Fdem.2001.0031?LI=true

 

Sparks, K., Cooper, C., Fried, Y., & Shirom, A. (1997). The effects of hours of work on health: a metaanalytic review. Journal of Occupation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70(4), 391-408.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j.2044-8325.1997.tb00656.x/full

 

Sutton-Smith, B. (1975). The useless made useful: Play as variability training. The School Review, 83(2), 197-214.

http://www.journals.uchicago.edu/doi/abs/10.1086/443187?journalCode=schoolreview

관점전환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관점전환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그림 1. 1916년 7월 4일 뉴욕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매년 7월 4일마다 개최되는 네이선 핫도그 먹기대회(Nathan’s Coney Island Hot Dog Eating Contest)
 https://en.wikipedia.org/wiki/Nathan%27s_Hot_Dog_Eating_Contest

 

  관점 전환하기는 게임의 규칙을 재정의(game changer)함으로써 게임의 승자가 되게 하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김형태, 2016, pp. 88~124). 게임을 재정의하여 승자가 된 대표적인 사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네이선 핫도그 먹기대회(Nathan’s Coney Island Hot Dog Eating Contest)의 전설적인 챔피언 코바야시 다케루(小林 尊 Kobayashi Takeru, born March 15, 1978)이다(그림-1).

 

 

 

 

 


그림 2.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코바야시 다케루
 (https://goo.gl/kMFpfM)

 

  다케루는 2001년부터 2006년 까지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역대 최장기간 챔피언이다. 핫도그 먹기대회 우승자라고 하면, 보통 키가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거인과 같은 사람을 상상하게 되는데, 다케루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표성 휴리스틱에 의한 오판이다. 그림-2와 같이 다케루는 그저 보통 체구를 가진 일본 사람이다.


  어떻게 서양인 참가자들과 비교했을 때 체구도 비슷하고 기초대사량도 적은 일본인이 6년 연속 우승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바로 게임을 재정의하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의 위력이다. 기존까지 핫도그 먹기대회 참가자들은 핫도그 먹기대회를 ‘핫도그 많이 먹기대회’라고 정의해왔다. 즉 정해진 시간 12분(2008년부터는 10분)안에 핫도그를 많이 먹으면 된다고 정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케루는 이러한 정의를 스스로 바꾸었다. 그는 핫도그 먹기대회를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가 아니라, ‘핫도그 쉽게 먹기 대회’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렇게 정의를 수정하자, 핫도그를 쉽게 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핫도그를 통째로 입에 넣을 필요도 없어졌다. 핫도그를 통째로 넣는 것은 부피가 커지기에 절대 쉽게 먹을 수 없다. 핫도그 빵과 재료들을 다 분리해서 먹는 것이 유리하다. 이것 외에도 다케루는 몇 가지 핫도그를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1) 핫도그 빵과 소시지를 분리해서 먹어야 먹기 편하다.
2) 소시지를 먹을 때 반으로 잘라 먹는 것이 먹기 편하다.
3) 빵을 물이나 콜라에 적셔 먹는 것이 먹기 편하다.
4) 먹으면서 위에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계속 점프를 뛰는 것이 좋다.
5) 경기를 준비하는 1~2달 간 신진대사량을 높이기 위해 근육운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다케루는 이러한 전략으로 2001년 핫도그 먹기 대회에 참여하여 파란을 일으켰다. 2000년 까지 25개에 불과했던 최고기록이 다케루에 의해 깨졌는데, 다케루가 먹은 핫도그 양은 무려 50개 였다. 즉 기존 기록을 한 번에 25개나 갱신시킨 혁신이었다. 다케루는 이후 동일한 방법으로 2006년까지(53개를 먹음) 6년 연속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다가 2007년 별명이 상어(Jaws)인 조이 체스넛(Joey “Jaws” Chestnut)이 66개를 먹을 때 챔피언 자리를 넘겨주었다. 그러나 조이 체스넛이 사용한 방법은 다케루의 전략이었으며, 즉 궁극적으로는 여전히 다케루의 승리였다. 이러한 다케루의 전략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더 알고 싶다면,


김형태. (2016). 재정의력.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pp. 88~124). 서울, 서울: 문학동네. 

관점 전환과 창의적 문제해결

관점 전환과 창의적 문제해결

 

*본 내용은 김형태의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2장 재정의력(pp. 88~124)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림 1.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6 or 1527 – July 11, 1593)의 『채소 기르는 사람』(The Vegetable Gardener, 1590). 과일, 야채, 꽃, 물고기와 같은 대상으로 상상력 풍부한 초상화를 제작 한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화가이다.

 

  그림-1은 상상력 풍부한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6 or 1527 – July 11, 1593)의 1590년 작품 『채소 기르는 사람』(The Vegetable Gardener, 1590)이다. 이 작품은 위-아래 관점을 달리할 때마다 다른 모습이 지각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좌측과 같은 관점으로 볼 때는 큰 접시에 채소가 담긴 그림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아래를 바꾸어 우측과 같은 관점으로 볼 때는 흡사 채소를 기르는 농부와 같은 얼굴이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이름이 『채소 기르는 사람』이다. 좌측 그림에서 이 그림의 정의는 채소 담긴 그릇이었지만, 우측 그림에서 이 그림의 정의는 채소 기르는 사람이다. 이처럼 관점전환하기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줌으로써 대상과 사건, 사람, 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도록 견인한다.


  관점전환은 새롭고 실용적인 발명을 도움으로써 인류사회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 February 5, 1840 – October 23, 1921)의 발명한 공기주입식 타이어와 앞바퀴와 뒤바퀴 크기가 같은 두발 자전거도 이러한 관점 전환의 산물이었다.


  앞바퀴와 뒷바퀴 크기가 같은 두발 자전거가 인류사회에 기여한 것이라는 의아할 수도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 당연해 보이는 것이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았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림-2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과거의 자전거와 현재의 자전거는 그 형태와 모양이 전혀 다르다. (소위 말하는 빈폴 자전거처럼) 앞바퀴가 뒷바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컸고, 안장도 앞바퀴만큼 높아서 좋은 점프력을 가지거나 키 큰 사람이 아니면 타기도 어려웠다. 자전거가 한 번 균형을 잃으면 비정상적인 앞바퀴에 의해 앞으로 고꾸라지기 일쑤여서 자전거를 타다가 큰 부상(목뼈가 부러지기도 함)을 입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림 2. 19세기의 자전거
 (https://goo.gl/CTGvhR)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의 앞바퀴를 크게 만들었을까? 당시의 공학자들은 무게중심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앞바퀴가 커야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이 일종의 고정관념과 같이 굳어져 있어서 이것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당시로서는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형태가 바로 비정상적으로 큰 앞바퀴를 가진 자전거였던 것이다.


  던롭은 이러한 고정관념이 팽하던 시대에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관점전환하기를 시도한다. 존 보이드 던롭의 입장에서 자전거는 무게중심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전거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여 달리다가, 안정적으로 멈출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과 멈추는 것에 관여하는 물리적 힘은 바로 ‘마찰력’이었다. 즉 마찰력만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무게중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앞바퀴를 크게 할 필요가 없었고, 무게중심에서 이탈했을 때 자전거 라이더가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림 3. 19세기에 축구공에 바람 넣는 모습 (https://goo.gl/9ZS3S6)

 

  이렇게 문제를 재정의하고 나니 남은 문제는 방법이었다. 그러던 중, 준비하고 노력한 자에게만 찾아오는 계획된 행운(happenstance)이 찾아왔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어떤 사람이 축구공에 바람을 넣는 것을 본 던롭은 ‘유레카’(heuristic의 어원)를 외쳤다(그림-3). 둥그런 쇠 바퀴만 생각하고 있던 던롭에게 둥그런 쇠 바퀴와 축구공의 소재인 고무, 축구공에 바람을 넣어 팽팽하게 만드는 것이 연합되었다(이러한 연합은 작업기억에서 이루어진다).

 

 

 

 

 

묶음 개체입니다.

그림 4. 자신이 발명한 자전거를 타는 던롭
 (좌 https://goo.gl/gvkzW5,  우 https://goo.gl/phUQy4)

 

  별개로 존재하던 둥그런 쇠, 고무, 바람넣기가 연합되자, 동그런 쇠에 고무를 두르게 되었고, 그 고무 안에 공기를 팽팽하게 채우는 것이 상상되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고무타이어이다. 고무타이어의 발명으로 더 이상 무게중심을 고려한 비정상적인 앞바퀴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안정적인 마찰력 유지를 위해 기존 앞바퀴 지름의 절반정도이며 앞-뒤가 동일한 크기인 바퀴가 필요해졌다. 그림-4는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이륜 자전거를 보여준다. 이 자전거의 발명으로 사람이 앞으로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뒤에도 사람이 앉거나, 짐을 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앞에 바구니를 걸 수도 있게 되었다.

 

 

*더 알고 싶다면,


김형태. (2016). 재정의력.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pp. 88~124). 서울, 서울: 문학동네. 

갈등해소를 위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효과

갈등해소를 위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효과

 

*본 내용은 스티븐 브라이어스(Stephen Briers)의 엉터리 심리학(Psychobabble) “5장 대화가 문제를 해결한다?”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우리 얘기 좀 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심지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했더라도 말이다. 소설가 로즈 매콜리(Rose Macaulay)는 한때 이렇게 불평한 바 있다:

 

대화를 하고 나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힘

 

우선 우리는 언어보다 더 광범위한 개념인 의사소통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통상 언어를 의사소통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사람들은 몸짓, 표정, 눈짓, 심지어 때로는 침묵으로도 의사소통을 한다.

실상 인간의 언어는 모든 감각정보를 표현하지 못하는 지극히 추상적인 의사소통 도구이다. 대표적으로는 색이 있다. 인간이 색으로 지각할 수 있는 가시광선은 실상 연속적인 스펙트럼이다. 그러나 인간이 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색은 그중 지극히 일부이며, 언어에 따라서는 흰색과 검은색만 구분하는 언어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지각할 수 있는 색이 두 종류인 것이 아니다. 그저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두 가지 밖에 안 되는 것뿐이다.

또한 감정에 대한 언어도 마찬가지 이다. 정말 많이 행복하다는 말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인 행복이 있고, 정말 많이 화가 났다는 말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화가 나는 상황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행복하다고 해야 할지 아닐지 혹은 화가 났다고 해야 할지 아닐지 애매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부족한 언어는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분노조차 행복, 기쁨, 조금, 많이, 정말, 약간, 분노, 와 같은 몇 가지 한정된 표현을 결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러한 극적이거나, 혹은 미묘한 감정은 자동적인 정보처리에 의해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MIT에서 실시한 알렉스 펜틀런드(Alex Pentland)리얼리티 마이닝(Reality Mining)’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실험 대상자들에게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를 지급한 MIT 연구팀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비언어적 상호작용은 실제로 오고가는 대화의 내용보다 훨씬 믿을 만한 지표라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우리는 이러한 솔직한 신호에 적극적으로 주파수를 맞출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행동과 기분에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다. 펜틀런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솔직한 암시라는 것은 흔치 않은데, 그 이유는 이러한 암시를 통해 신호를 받는 사람들에게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신호를 보낸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2차적 의사소통 채널은 언어적 의사소통보다 더 강력하기 때문에 모의 연봉 협상의 최초 5분간을 지켜보면서 관련된 비언어적 행동을 세심히 살펴보면 누가 연봉협상에서 더 높은 연봉을 이끌어 낼지 아닐지 87%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펜틀런드 팀이 초점을 맞춘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에는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자동으로 상대방을 모방하게 되는 행동이 있다. 그들은 사람들이 서로 보디랭귀지, 표정, 언어 패턴, 목소리 톤 등을 모방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이러한 미세한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의식적인 변화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난다.

심리학자 일레인 해트필드(Elaine Hatfield)는 유명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가 상대방의 공격을 감지하여 펀치로 대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추가적으로 0.24(240msec)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학생들은 이보다 더 짧은 0.02초보다도 짧은 시간에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한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일어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매우 빠르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이것이 언어의 한계다) 의도적으로 감정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한다면 어설프고 어색하게 느껴지며, 상대방은 그런 어색함을 즉시 감지할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뭔가 자신을 통제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아직 이성이 남아 있어서 자기통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더 문제는 상황이 감정적으로(감정싸움으로) 흐를수록 자기 행동과 의사결정을 감시하거나 수정할 수 있을 확률은 낮아진다는 점이다. 즉 감정싸움이 되면 당신의 보디랭귀지, 표정, 언어 패턴, 목소리 톤 등에 당신의 솔직한 심정이 그대로 묻어나서 당신이 말하는 내용이 어떤 것이던(때로는 무엇을 말하는지와 관계없이) 당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당신의 배우자는 그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우리는 대개 말은 신중하게 선택해서 하지만,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내보내는 비언어적 행동을 통제하는 데에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소위 사회생활에서 말하는 표정관리가 안 된다). 그러나 상대방, 특히 배우자는 당신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금방 의중을 눈치 챌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당신의 배우자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당신 풍기는 비언어적 뉘앙스와 미묘한 행동의 의미를 학습해왔다. 감정에 대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은 당신이 숨기려고 노력해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게 마련이라서 실상 당신이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할수록,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하는 구나라는 언어적 단서와 함께 더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이쯤 되면 당신의 배우자는 당신이 실제 감정을 말로 포장함으로 자신을 조종하려 한다고까지 느낄 수 있다.

갈등 상황의 양상은 다양할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뭔가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보통 이들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양보할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할 경우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고, 대부분 의견의 차이만 확인하게 된다.

더구나 부부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때에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둘 사이에 걸려 있는 이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느 쪽도 피상적인 행동의 변화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관점에 대해 지지를 받는 것이다. 즉 부부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한쪽이 상대방의 세계관을 인정하는 순간, 인정한 쪽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된다. 즉 그 동안의 갈등상황이 양보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보를 하면 큰 희생이 따른다. 이렇게 평화를 위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세계관을 인정하게 되면, 억울함이라는 감정의 잔재가 남아 후에 다른 갈등상황이 발생했을 때 더 크게(때로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분출될 위험이 있다.

작가 알렉산더 페니(Alexander Penny)는 이렇게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의 손을 잡아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대화를 하면서 당신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배우자에게 강요하지 마라. 그런 대화는 안 하느니만 못한 대화이다. 비록 그 갈등상황에서 당신이 이긴다고 해도 결국 상처뿐인 승리일 것이고, 나중에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언어적 대화가 위험투성이라면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시도함으로써 닫혀 있는 상대방의 마음문을 열어야 한다. 먼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상대방의 내부에 있는 긍정적이고 즐거운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 또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상대방에게 동의를 표시하는 것이다(상대방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 같은 것을 선택하는 것 등).

이것은 나의 단점이나 실패를 알면서도 나를 좋아해주고, 나에게 긍정의 신호를 보내두는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나에게 긍정적 신호를 보내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이런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한다. 에느나 뷰캐넌(Edna Buchanan)은 이런 말을 했다:

 

진정한 친구는 당신의 참모습을 알고 나서도 계속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가벼운 스킨십의 갈등해소 효과

 

강력한 애착관계를 촉진해주는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을 생각해보자. 이 호르몬은 모유 수유를 하는 어머니의 몸 안에 분비되어 아기와의 애착을 촉진하고, 오르가슴을 느낄 때에도 분비된다. 또한 옥시토신은 마사지나 지속적인 아이 컨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신체적 접촉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서도 분비된다.

갈등상황에 놓인 부부나 친구가 안심시키듯 아이 컨택을 한 후,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툭툭 두르리는 것은 지난번 싸움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것보다 더 큰 치유 효과를 불러온다. 또한 적어도 훨씬 더 완화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바로 이때 옥시토신이 분비됨으로써 갈등상황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신체접촉은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어서 크게 싸운 커플이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꾹 참고 몇분만이라도 손을 잡고 있을 수 있다면, 그 이후에 두 사람이 나눌 대화의 내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꾹 참고 손을 잡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싫다면,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상대방을 긍정하는 행동을 보여 보자. 그 가운데 상대방의 마음은 풀리기 시작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감정을 회복하고 싶다면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하는 언어적 대화가 아니라, 그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안심시키는 비언어적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알고 싶다면,

 

스티븐 브라이어스(Stephen Briers). 대화가 문제를 해결한다? 엉터리 심리학(Psychobabble) (구계원 역) (5, pp. 75-90). 서울, 서울: 동양북스.  

마케팅과 소개팅

마케팅과 소개팅
: 의사결정 틀 만들기(framing)

 

 

 

 

 


그림 1. 소개팅, 주선자 친구와 같이 가야 할까? 나만 가야 할까?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k0TBsxoeDQw)

 

  사람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어떤 것을 구매할지, 어떤 방식으로 구매할지 등의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이 선택의 성공 혹은 실패는 평정심 유지와 삶의 만족 지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연구들 중에는 이러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발견해 왔는데, 그 중에는 절대평가 환경(한 번에 한 상품을 판단)과 상대평가 환경(복수의 상품을 비교하여 판단)에서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이 포함된다(Hsee & Leclerc, 1998). 그렇다면, 나에게 혹은 우리 회사에 유리한 의사결정이 도출될 수 있는 환경은 절대평가 상황일까? 아니면 상대평가 상황일까? 나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의 틀(frame)이 절대평가 상황인지 상대평가 상황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간접적인 의미에서 개인의 주관적 행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Hsee & Hastie, 2006).


  이해를 돕기 위해 소개팅 상황을 예로 설명해보고자 한다(Hsee & Leclerc, 1998). 당신은 미혼 여성이고, 내일 친구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친구가 나에게 소개팅 장소에 자신이 나가서 잠깐이라도 같이 있을지, 그냥 둘만 만날지 결정해달라고 물어왔다. 다음 네 가지 상황에 대대 각각 판단해 보자.

 

(1) 당신이 친구보다 더 예쁘다.
(2) 당신이 친구보다 덜 예쁘다.
(3) 당신과 친구 모두 예쁘다.
(4) 당신과 친구 모두 덜 예쁘다.

 

  (1)과 (2)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1)은 친구가 나와서 상대평가 상황이 되는 것이 당신에게 유리하다. (2)는 친구와 상대평가 되는 상황이 되면 당신이 불리하기에 친구가 나와서는 안 된다.


  (3)과 (4)는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예쁜 (3)의 경우에는 절대평가 상황을 만들기 위해 혼자 가는 것이 좋다. 처음 만난 이성은 당신과 당신의 친구 둘을 비교할 수 없을 경우 자신의 기억에 있는 예쁜 여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성은 대부분 인지적 대표성을 가진 연예인일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상상 속의 그녀는 당신보다 예쁠 가능성이 있다. 즉 이때는 차라리 혼자 가서 절대평가 상황을 만드는 것이 좋다.

 

 

[소개팅의 법칙]
(1) 당신이 친구보다 더 예쁘다면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
(2) 당신이 친구보다 덜 예쁘다면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3) 당신과 친구 모두 예쁘다면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4) 당신과 친구 모두 덜 예쁘다면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

 

 

  이 비유는 마케팅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 회사와 경쟁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면, 함께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좋을까? 분리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 회사 제품이 경쟁 회사 제품보다 명확히 우세하다면, 상대평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전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우리 회사 제품이 경쟁 회사 제품보다 약하다면, 절대평가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 회사 제품과 경쟁 회사 제품이 모두 강하다면 별도로 전시하여 소비자(사용자)가 자신의 기억에 있는 더 나은 제품을 떠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회사 제품과 경쟁 회사 제품이 모두 약하다면 함께 전시하여 소비자(사용자)가 자신의 기억에 있는 더 못한 제품을 떠올리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미묘한 부분을 살펴보자. 당신은 남성이다. 당신은 목에 아주 파랗고 눈에 띄는 반점이 있고 친구의 외모는 흠 잡을 곳이 없다. 그러나 당신은 친구에 비해 풍부한 지식과 유머의 소유자이다. 친구를 소개팅에 데려가야 할까?

 

(5) 친구가 나보다 더 잘 생겼지만, 지식과 유머는 내가 더 낫다.
(6) 내가 친구보다 더 잘 생겼지만, 지식과 유머는 친구가 더 낫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당신과 친구가 가진 장점이 가시적 특성인지 비가시적 특성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친구의 흠 잡을 곳 없는 외모는 가시적 장점이고, 당신의 지식과 유머는 비가시적 장점이다.


  이때 당신이 혼자 소개팅에 나간다면, 당신의 외모에 있는 단점이 부각되어 소개팅한 이성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소개팅에 나간다면, 친구보다 월등한 당신의 풍부한 지식과 유머가 천천히 빛을 발하게 될 것이고, 그때부터 당신의 반점(외모 상의 약점)은 대수롭지 않은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어떨까? 당신이 지식이나 유머감각에 있어서 친구보다 못하지만 외모는 당신이 낫고, 친구는 목에 눈에 띄는 반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신은 반드시 혼자 소개팅에 나가야 한다. 친구와 함께 있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의 장점이 더 부각될 것이고 당신의 외모에 대한 평가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소개팅의 법칙2]
(5)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비가시적 부분에서 내가 강하고(상대가 약하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가시적 부분에서 내가 약하다면(상대가 강하다면), 상대평가 상황을 만들어 내 비가시적인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6)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비가시적 부분에서 내가 약하고(상대가 강하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가시적 부분에서 내가 강하다면(상대가 약하다면), 절대평가 상황을 만들어 내 가시적인 장점에서 시작된 긍정적 첫 인상이 지속되게 해야 한다.

 

  이 비유 역시 제품 마케팅 상황에 적용된다. 우리 회사와 경쟁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 제품은 가시적인 부분(디자인, 화면 선명도)에서 강점을 가지지만, 경쟁 회사 제품보다 비가시적인 부분(가벼운 무게, 메모리 용량, 배터리 용량)에서 약점을 가진다면, 꼭 동일한 구역에서 상대평가 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 제품이 비가시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지만, 경쟁 회사 제품보다 가시적인 부분에서는 약점을 가진다면, 반드시 다른 구역 혹은 다른 매장에서 절대평가 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되어야 한다.

 

 

*더 알고 싶다면,

 

Hsee, C. K. & Leclerc, F. (1998). Will products look more attractive when presented separately or together?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5(2), 175-186.
 https://doi.org/10.1086/209534

 

Hsee, C. K. & Hastie, R. (2006). Decision and experience: Why don’t we choose what makes us happ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0(1), 31-37.
 https://doi.org/10.1016/j.tics.2005.11.007 

잘 삶과 잘 잠

잘 삶과 잘 잠
Well being and sleeping well
: 수면에 빚지지 마세요.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로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
-구약성경 시편 127편 1-2절

 

 

  구약성경 시편 127편에는 지혜자로 유명한 솔로몬이 지은 시가 등장한다. 위의 문장은 이 시의 첫 두 구절이다. 이 두 구절에 대한 상세한 해석은 신학자분들이나 목사님들께 맡기고, 필자는 오늘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라는 구절에만 주목하고자 한다.


  이 구절은 수면을 신이 주셔야만 하는 특별한 것으로 취급한다. 잠을 얻기 위해서는 신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신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는 자고 싶어도 못 잔다. 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마음 편히 숙면을 취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악몽 때문이던지, 잠을 방해하는 환경적 요인(층간 소음, 누군가의 코골이)에 의해서든지 밤잠을 설친다.


  당신이 잠을 설쳤던 경험을 떠올려 보라. 숫자도 세보고, 양도 세보고, 샤워도 해보고, 우유도 데워 먹어보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지만 오히려 정신이 계속 또렷해진다.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정말 괴롭다.


  더 괴로운 상황은 몸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인데, 잠이 안 오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은데, 막상 누우면 뭔가 긴장이 풀리지 않고, 경직된 곳이 있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은 계속 피곤해지고,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한다. 빨리 잠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신경 쓰니 더 잠이 안 오는 것만 같다.


  솔로몬과 같은 옛날의 왕들은 어땠을까? 과연 두 다리 뻗고 마음 편히 잘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되었을까? 외부의 적들은 국경을 언제든지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고, 내부에도 적이 있으며, 자기 근처에 있는 호위병이 언제 죽음의 사신으로 돌변할지 모르고, 심지어 자기 아내나 아들이 권력을 탐하여 자신을 언제 어떻게 할 줄 모르는데, 과연 잠을 잘 수 있었겠는가? 이쯤 되면 왜 솔로몬이 잠을 ‘신의 축복’이라고 설명했는지 이해가 간다.


  이처럼 잠은 모든 측면에서 평화롭고 안전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신의 축복이다. 우리가 평소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잠자기 전 상황이 평화로웠다는 방증일 뿐 아니라, 잠자는 중에 잠을 방해받을 일이 없음을 믿고 있다는 증거이고, 잠잔 후의 일에 대해 큰 걱정이 없는 상태라는 증거도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수면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수면이란 규칙적이고, 자연적이며, 가역적인 의식의 상실을 의미한다(Dement & Vaughan, 1999). 수면은 규칙적이고, 자연적이라는 측면에서 외적 혹은 내적 문제에 의한 혼수상태 그리고 마취나 다른 약물로 인한 의식의 상실과 구별된다.


  그럼 우리는 몇 시간이 자야 할까? 성인이 낮 시간(해가 떠서 질 때까지)에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적정 수면시간은 8~9시간으로 알려져 있다(Broman, Lundh, & Hetta, 1996; Spiegel, Leproult, & Van Cauter, 1999). 그리고 이렇게 수면을 하는 동안 우리 뇌는 면역계를 회복하고, 두뇌신경조직의 노폐물을 제거하며, 손상된 부분이 있다면 수선을 진행한다(Gilestro, Tononi, & Cirelli, 2009; Xie et al., 2013).


  적절한 수면은 기억의 응고, 복원, 재생에 기여하는데, 특히 수면 전에 습득한 정보들을 장기기억화 시키는 것에 기여한다(Diekelmann & Born, 2010). 수면은 수면 전에 풀리지 않던 문제들에 대한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Barrett, 2001; Sio, Monaghan, & Ormerod, 2013). 또한 수면은 정보를 재조합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에도 기여한다. 아울러 인간은 자는 동안 신체성장 호르몬이 많이 분비 되는데, 이는 어린 나이일수록 두드러진다(Sassin et al., 1969). 즉 어린 나이일수록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정상적으로 신체가 성장할 수 있다(Takahashi, Kipnis, & Daughaday, 1968).


  그러나 수면의 결핍은 수많은 불행의 시작이 된다. 오죽하면 학자들이 수면 결핍을 수면 빚(sleep debt)이라고 표현하면서, 반드시 벌충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을까(Spiegel et al., 1999). 수면은 오후 시간 근무 집중도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National Sleep Foundation, 2006). 사람들이 오후 시간 집중도 하락의 원인이라고 믿고 있는 실내 기온이 높다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거나 점심을 과하게 먹었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원인이 아니다. 유일한 원인은 밤에 잠을 8시간 못잔 것이었다. 오후 시간 집중도 하락은 업무효율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업무효율 저하는 야근의 원인이 되며, 야근은 또 다른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수면 결핍은 판단력과 반응시간을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Caldwell, 2012). 수면 결핍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증가시키고(Teran-Santos et al., 1999; George & Smiley, 1999), 면역력을 저하시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Motivala & Irwin, 2007), 무기력을 동반한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Gangwisch et al., 2010).


  수면 결핍은 기아감을 촉진하고(Shlisky et al., 2010), 결과적으로 음식을 보면 먹고 싶은 충동이 증가하게 되어 다이어트나 건강관리에 대한 결심을 흔들어 놓는다(Benedict et al., 2012). 또한 수면결핍은 신진대사를 저하시켜 소화불량과 변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Buxton et al., 2012),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Leproult et al., 1997; Redwine et al., 2000), 증가된 코르티솔은 불필요한 체내 지방을 형성하는 원인이 되고, 이러한 것들이 중첩되어 수명을 저하시킨다(Rechtschaffen et al., 1989).


  심지어 수면 결핍은 인간관계에 대한 인내심을 저하시켜서 평소에는 괜찮았을 법한 상황에서 화를 내게 만들거나, 민감하게 반응하게 한다(Gordon & Chen, 2014). 이러한 사회적 인내심 저하는 연애관계나 친구관계의 갈등을 유발한다. 이렇게 관계가 한번 멀어지면 회복하는 것에 또 다른 인지적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무척 소모적인 일일 뿐 아니라, 관계가 회복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대부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내 마음이 내가 아니었다. 한 번 참을 껄’하는 후회만 남긴다.


  혹시 지금 삶이 괴롭고, 힘들고, 모든 것이 잘못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가? 인정하기 싫겠지만, 단지 잠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일단 덮어두고 한 번 자보자.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잠도 오고 피곤한데, 할 일이 남아 있는가? 이 일을 남겨두고는 도저히 쉴 수 없을 것 같은가? 그래도 그냥 한 번 잠을 청해보자. 사실 맑은 정신에서 잠깐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 않았을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인지, 아니면 어찌되었든 숙면을 취하는 사람 또 다시 숙면을 취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인지는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다. 아마 서로가 서로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거나, 하락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숙면을 취하는 것이 웰빙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Well-being is sleeping well.”

 

 

*더 알고 싶다면,

 

Barrett, D. (2001). The committee of sleep: How artists, scientists, and athletes use dreams for creative problem-solving–and how you can too. Norwalk, CT: Crown House Publishing Limited.
http://psycnet.apa.org/record/2001-00618-000

 

Benedict, C., Brooks, S. J., O’daly, O. G., Almèn, M. S., Morell, A., Åberg, K., Gingnell, M., Schultes, B., Hallschmid, M., Broman, J. E., & Larsson, E. M. (2012). Acute sleep deprivation enhances the brain’s response to hedonic food stimuli: an fMRI study.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97(3), E443-E447.
https://doi.org/10.1210/jc.2011-2759

 

Broman, J. E., Lundh, L. G., & Hetta, J. (1996). Insufficient sleep in the general population. Neurophysiologie Clinique/Clinical Neurophysiology, 26(1), 30-39.
https://doi.org/10.1016/0987-7053(96)81532-2

 

Buxton, O. M., Cain, S. W., O’Connor, S. P., Porter, J. H., Duffy, J. F., Wang, W., Czeisler, C. A., & Shea, S. A. (2012). Adverse metabolic consequences in humans of prolonged sleep restriction combined with circadian disruption.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4(129), 129ra43-129ra43.
https://doi.org/10.1126/scitranslmed.3003200

 

Caldwell, J. A. (2012). Crew schedules, sleep deprivation, and aviation performanc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1(2), 85-89.
https://doi.org/10.1177/0963721411435842

 

Dement, W. C., & Vaughan, C. (1999). The promise of sleep: A pioneer in sleep medicine explores the vital connection between health, happiness, and a good night’s sleep. New York: Dell.
http://psycnet.apa.org/record/2000-07284-000

 

Diekelmann, S., & Born, J. (2010). The memory function of sleep.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1(2), 114-126.
https://doi.org/10.1038/nrn2762

 

Ellenbogen, J. M., Hu, P. T., Payne, J. D., Titone, D., & Walker, M. P. (2007). Human relational memory requires time and sleep.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4(18), 7723-7728.
https://doi.org/10.1073/pnas.0700094104

 

Gangwisch, J. E., Malaspina, D., Posner, K., Babiss, L. A., Heymsfield, S. B., Turner, J. B., Zammit, G. K., & Pickering, T. G. (2010). Insomnia and sleep duration as mediator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depression and hypertension incidence. 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 23(1), 62-69.
https://doi.org/10.1038/ajh.2009.202

 

George, C. F. P., & Smiley, A. (1999). Sleep apnea & automobile crashes. Sleep, 22(6), 790-795.
https://doi.org/10.1093/sleep/22.6.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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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

똑똑한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
: 통제된 지능을 활용한 효과적인 인생 관리

 

 

 

  자기 자신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을 보면 Peterson과 Seligman(2004)이 『행동 가치에 관한 프로젝트』(VIA, Values in Action Project)에서 제안한 6가지 덕목을 골고루 갖춘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개인적 성취를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① 지혜와 지식(지식 획득과 사용), ② 용기(반대나 장애물에 직면했을 때의 의지), ③ 인간애(타인을 돌보는 것에 대한 관심), ④ 정의(건전한 사회생활에 대한 신념), ⑤ 절제(지나침을 경계하고 중용을 지키는 태도), ⑥ 초월(세상과 자연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의미를 창출하는 신념)이라는 덕목(Virtue)을 복수로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Seligman et al., 2005).


  그렇다면, 이런 덕목들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개인적 성취와 공동체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덕목 중의 덕목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해 고민해온 Freund와 Baltes(2002a, 2002b)는 목표 선택(S, selection), 실행 계획이나 절차 최적화(O, optimization), 그리고 장애물 극복을 위한 계획 보완(C, compensation)을 ‘지혜’가 관리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림 1. SOC모형. 이 모형에 따르면 지혜(지능 + 자기통제)가 덕목과 SOC를 운영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개인의 삶을 관리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림-1은 지혜와 지식이 덕목을 적절히 관리하여 목표를 선택(S)하고, 실행 계획을 최적화(O) 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C)한다는 Freund와 Baltes(2002a, 2002b)의 SOC 모형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지혜와 지식은 어떤 목표를 선택해야 사회발전과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지(인간애, 정의), 언제 나아가야 하며(용기), 언제 멈춰야 할지(절제), 목표 추구가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 어떤 의미인지(초월)를 주는지에 대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효과적으로 삶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Wiese, Freund, & Baltes, 2002).


  그렇다면 지혜의 어떤 측면이 효과적으로 삶을 관리하는 것에 기여하는 것일까? 먼저 지혜는 보유한 지식을 운영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에 기여한다. 이는 실상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데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지능(intelligence, 현재의 지능 검사들이 이러한 의미를 적절히 구현하고 있는지는 논외로 함)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Colom & Flores-Mendoza, 2007; Furnham & Monsen, 2009). 즉 삶을 적절히 관리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수준의 지능(IQ: 100)을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생존과 번성에만 기여하고 타인 혹은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이기적 지능을 가리켜 지혜라고 부르진 않는다. 자기 자신의 성취와 번성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위해 지능을 활용할 때 지혜라고 부른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발생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공공선을 위해 활용되지 않는 지능, 통제되지 않는 지능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지능은 그것을 활용하기 전에 공공선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검열이 필요한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혜의 또 다른 구성요소로 ‘도덕적 근육(moral muscle)’이라고 불리는 자기통제이다(Baumeister & Exline, 1999; 2000). 


  자기통제(self-control)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 말, 행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하면서 도덕성과 사회정의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쾌의 충족을 지연시킴으로써 현재의 작은 이득보다 미래의 더 큰 이득을 획득할 수 있게 한다. 자기통제는 후회할 만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도 기여할 수 있고, 목표를 추구하는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것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지혜는 지능과 자기통제의 결합이다. 지능이 평균이 보다 높은 사람은 똑똑한 사람일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그 지능에 대한 적절한 통제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래서 엉뚱한 곳에 지능을 활용하거나, 어디에 활용해야 할지 모른다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통제라는 시스템 안에서 공공선에 부합하는 지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더 알고 싶다면,

 

Baumeister, R. F., & Exline, J. J. (1999). Virtue, personality, and social relations: Self‐control as the moral muscle. Journal of Personality, 67(6), 1165-1194.
http://dx.doi.org/10.1111/1467-6494.00086

 

Baumeister, R. F., & Exline, J. J. (2000). Self-control, morality, and human strength.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 19(1), 29-42.
http://dx.doi.org/10.1521/jscp.2000.19.1.29

 

Colom, R., & Flores-Mendoza, C. E. (2007). Intelligence predicts scholastic achievement irrespective of SES factors: Evidence from Brazil. Intelligence, 35(3), 243-251.
https://doi.org/10.1016/j.intell.2006.07.008

 

Freund, A. M., & Baltes, P. B. (2002a). Life-management strategies of selection, optimization and compensation: Measurement by self-report and construct valid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2(4), 642-662.
http://dx.doi.org/10.1037/0022-3514.82.4.642

 

Freund, A. M., & Baltes, P. B. (2002b). The adaptiveness of selection, optimization, and compensation as strategies of life management: Evidence from a preference study on proverbs. The Journals of Gerontology: Psychological Sciences and Social Sciences, 57B(5), 426-434.
https://doi.org/10.1093/geronb/57.5.P426

 

Furnham, A., & Monsen, J. (2009). Personality traits and intelligence predict academic school grades. Learning and Individual Differences, 19(1), 28-33.
https://doi.org/10.1016/j.lindif.2008.02.001

 

Seligman, M. E. P., Steen, T. A., Park, N., & Peterson, C. (2005). Positive psychology progress: Empirical validation of interventions. American Psychologist, 60(5), 410-421.
http://dx.doi.org/10.1037/0003-066X.60.5.410

 

Peterson, C., & Seligman, M. E. P. (2004). Character strengths and virtues: A handbook and classification. Washington, DC: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Wiese, B. S., Freund, A. M., & Baltes, P. B. (2002). Subjective career success and emotional well-being: Longitudinal predictive power of selection, optimization, and compensation.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60(3), 321-335.
https://doi.org/10.1006/jvbe.2001.1835 

한국은 왜 경제력만큼 행복하지 않은가?

한국은 왜 경제력만큼 행복하지 않은가?
: 2017세계행복보고서와 심리사회적 자원의 중요성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가 발표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이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South Korea)의 행복순위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 사례만 소개하면, 2015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158개국 중 47위에 위치하였고, 2016년에는 157개국 중 58위에 위치하였으며, 2017년에는 155개국 중 55위를 기록하였다(Helliwell, Layard, & Sachs, 2017). 이렇게 보면 한국은 행복상위 30% 이내에 속하는 상당히 행복한 나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필자의 이런 평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먼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이 1위라고 들었는데, 한국인의 행복이 상위 30%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 수도 있다. 또 내가 아는 사람들을 봤을 때도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고 늘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렇다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이상한건가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해 답변하자면, 세계행복보고서는 삶 전반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0-10점 사이로 측정한 후, 이 데이터의 국가별 평균을 구하고 순위를 부여한 것이다. 우리는 절대평가 점수가 몇 점인지 보다, 순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언론들도 순위를 보고하기에 바쁘다), 순위는 어디까지나 국가들 사이의 행복을 비교하기 위한(상대평가하기 위한) 도구이지, 그 나라 사람들의 실제 행복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즉 그 나라 사람들의 진짜 행복점수를 알기 위해서는 절대평가 점수, 다시 말해 10점 만점 중 몇 점을 받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행복 순위가 최상위권인 나라들의 행복 점수를 살펴보자. 2017년 세계행복 보고서를 기준으로 할 때 행복순위 1위인 국가는 노르웨이이고, 노르웨이의 행복점수는 10점 만점에서 7.537점이다. 2위는 덴마크로 7.522점이다. 3위는 아이슬랜드로 10점 만점 중 7.504점을 기록하였다. 10점 만점에서 7.5점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은 이 나라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매우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순위상으로 13위 미국부터는 행복점수 평균이 7점에 미치지 못하고 6점대로 떨어진다. 13위 미국은 6.993점이고, 31위 프랑스는 6.442점이다. 이 국가의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하지만, 아주 행복하지는 않아 보인다.

 

  46위 폴란드부터는 행복이 5점대로 떨어진다. 폴란드의 5.973을 시작으로, 51위 일본은 5.920, 그리고 55위 한국은 5.838점을 기록한다. 즉 순위로는 전 세계 상위 30% 안에 든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 순위일 뿐이며, 행복점수 그 자체로 볼 때 한국인은 10점 만점 중 평균 5.8점 정도의 행복을 가진다. 즉 한국인은 딱 중간정도의 행복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아주 행복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드물고, 대체로 행복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존재하며,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한국의 행복 점수(매년 약 5.8점 내외)는 한국의 경제력 순위와 매우 대조적인데, 2017년에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한국의 국민 일인당 총생산 순위는 전 세계 191개국 중 29위(https://goo.gl/aecrFX)로 국민 일인당 매년 29,730달러(약 3천만원)의 생산력을 가진다. 구매력 기준 국민 1인당 총소득 순위는 이보다 더 높아서 세계 160개국 중 19위(https://goo.gl/UowFnM)이며, 29,010달러(약 3천만원)의 구매력을 가진다.

 

  이제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왜 한국은 국민 일인당 경제력 순위는 세계 최상위권인 것에 반해 행복 순위는 그것에 미치지 못하고, 경제력 점수(연봉 3천만원)는 매우 높은 측에 속하지만, 행복점수는 그에 미치지 못할까? 더 간단하게는 왜 한국인의 행복은 경제력에 미치지 못하는 걸까? 혹자들은 한국인이 왜 불행할까라고 질문하지만, 이 질문은 명백하게 잘못되었다. 우리는 불행하지는 않다. 그저 딱 중간정도의 행복 점수를 가질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올바른 질문은 “왜 우리는 불행한가?”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행복해질 줄 알았고, 경제적으로 풍요해지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으며, 마침내 어느 정도 풍요로워 진 것 같은데 왜 생각했던 것보다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질문이 세계인의 행복을 측정하여 세계행복보고서라는 출판하게 만든 질문이고, 2009년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했던 고민이자,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 고민을 함께 하기 위해 만든 사르코지 위원회의 고민이었다(Stiglitz, Sen, & Fitoussi, 2010). 그리고 이 고민의 결과물 “Mismeasuring our lives: Why GDP doesn’t add up”(우리 삶을 잘못 측정하고 있었다: 왜 GDP가 더 이상 행복하게 못하는가?)에 나타나 있는 질문을 우리 한국인도 피해갈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한국어로는 『GDP는 틀렸다』라고 번역 출간되었지만, GDP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외형적 경제성장이 더 이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음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제 GDP 외의 다른 요소들이 보완되어야 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림 1. 2011년 OECD국가들의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 한국이 1위이고, 리투아니아가 2위이다.

 

 

 

 

 

 

 

 

그림 2. 2013년 OECD국가들의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 한국이 2위이고, 리투아니아가 1위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한국의 자살률이 2011년과 비교할 때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아직 이 질문에 완벽한 답을 내리긴 어렵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이 있기에 그 자료들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이 글을 마무리 해볼까 한다. 일단 앞서 이야기했던 한국의 높은 자살률부터 다시 살펴보자. 그림-1은 2011년 OECD 국가들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보여준다(https://data.oecd.org/healthstat/suicide-rates.htm).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33.3명이 자살하면서 1위를 기록했고, 특히 남자는 10만 명당 50명 OECD 국가 2위(남성 1위는 리투아니아로 58.1명), 여성은 20.2명으로 OECD 국가 1위를 기록했다.

 

  그림-2는 2013년 OECD 국가들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보여준다. 한국은 28.7명을 기록하면서 OCED국 2위를 하였다. 여전히 순위는 높지만, 절대적인 수치상으로 볼 때는 약간 희망이 보인다. 그 이유는 한국의 2013년 자살률은 2011년보다 5명이나 감소했고, 2011년 자살률 3위 국가(헝가리)와 12.5명 차이가 나던 것을 2013년에는 9.1명으로 줄였기 때문이다(자살율 2등과 3등의 격차가 크기에 이 차이의 감소가 중요함). 참고로 2013년 자살률 1위 리투아니아는 34.8명으로 32.2명이었던 2011년보다 오히려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매우 높은 편인데, 이는 한국인들의 많은 수가 행복하지 않으며, 때로는 심각하게 우울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럼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해 보자. 한국인들 중에는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우울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Diener 등의 2010년 연구가 한 가지 힌트를 준다. Diener 등(2010)은 OECD 89개국 사람들에게 네/아니오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서 각 국가 사람들의 긍정 정서, 부정 정서, 그리고, 심리사회적 욕구 충족상태를 파악하였다.

 

 

[긍정정서 파악을 위한 2가지 질문]
-어제 하루 당신은 아주 즐거웠습니까?
-어제 많이 웃었습니까?

 

 

[부정정서 파악을 위한 4가지 질문]
-어제 하루 화가 났습니까?
-어제 하루 슬펐습니까?
-어제 하루 걱정이 많았습니까?
-어제 하루 우울했습니까?

 

 

[심리사회적 욕구 충족 확인을 위한 5가지 질문]
-존중의 욕구: 어제 하루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았습니까?
-관계의 욕구: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었습니까?
-배움과 성장: 어제 하루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까?
-유능의 욕구: 당신은 뭔가 잘하는 일을 했습니까?
-자율의 욕구: 당신의 시간을 당신 스스로 쓸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었습니까?

 

 

 

 

 


그림 3. Diener 등(2010)의 주요 결과

 

  그림-3은 이 질문들의 응답에 대한 순위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경제력 순위와 비교할 수 있도록 첫 줄에는 국민 일인당 GDP 순위(GDP/capita)를 삽입해두었고, 세 번째 줄에는 삶의 만족도(Self-Anchoring Striving Scale) 순위를 삽입해두었다. 앞서 논의한 것과 같이 한국의 경제력(GDP)은 24위로 매우 높다(첫 줄). 그런데, 심리사회적 욕구충족 상태는 83위로 최하위이며, 삶의 만족도는 38위로 경제력보다 낮아지고, 긍정 정서 충족은 58위로 하위권이며, 부정 정서를 경험하지 않는 것은 77위로 최하위권이다.

 

 

 

 

 


그림 4. OECD 국가들의 심리사회적 욕구 충족. 한국은 당당하게 꼴등을 했다(OECD, 2017).

 

  요약하면, 한국은 경제력과 삶의 객관적 질에 있어서는 상위권이지만, 심리사회적 욕구 충족, 긍정 정서를 경험하는 빈도는 최하위권이고, 부정 정서를 많이 경험하는 것에 있어서는 최상위권이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심리사회적 욕구 충족은 최하위를 기록했다(실제로 꼴등을 했다). 그림-4는 이 결과를 보여준다(OECD, 2017). 구체적으로 한국인인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적었는데, OECD 평균이 88.6%인데 반해, 한국은 75.9%만이 있다고 답변했다. OECD 평균보다 13%나 적은 응답일 뿐 아니라, 평균보다 높은 나라들이 90% 이상인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결과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지난 조사기간 동안의 응답비율이었던 78.2%(이것도 높은 수치가 아니었다)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기에 충격을 준다. 즉 한국인들은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고, 계속 줄어가는 추세이다.

 

 

 

 

 


그림 5. 2016년 OECD 국가들의 GDP대비 사회적 지출 규모. 한국은 가장 적은 사회적 지출 규모를 가진 나라이다.

 

  즉 한국이 경제력보다 행복하지 않은 유력한 원인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믿고 의지할 사람이 적다는 것은 OECD국가들의 GDP 대비 사회적 지출(Social spending: GDP 대비 저소득층, 고령자, 장애자, 실업자,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과 정부의 지출 규모) 비율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그림-5(https://data.oecd.org/socialexp/social-spending.htm)의 2016년 OECD국가별 사회적 지출 규모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은 개인과 국가를 통합하여 ‘저소득층, 고령자, 장애자, 실업자, 미성년자를 지원하는데 사용하는 돈’이 GDP의 10.4%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참고로 GDP 대비 사회적 지출 비율의 OECD 평균은 21%이다.

 

  경제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고,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 성장과 함께 심리사회적 자원들도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심리사회적 자원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혹은 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심리사회적 자원 구축은 경제성장이라는 가시적 목표로 인해 그 동안 소외되어 왔던 비가시적 목표였다. 지금부터라도 이 비가시적 목표를 위해 모두가 조금씩 노력한다면, 10년, 20년 뒤에는 우리나라도 노르웨이나 덴마크처럼 불행한 사람들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은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더 알고 싶다면,


Diener, E., Ng, W., Harter, J., & Arora, R. (2010). Wealth and happiness across the world: Material prosperity predicts life evaluation, whereas psychosocial prosperity predicts positive feel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9(1), 5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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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iwell, J., Layard, R., & Sachs, J. (2017). World Happiness Report 2017. New York, NY: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http://worldhappiness.report/ed/2017/

 

OECD. (2017). How’s Life? 2017: MeasuringWell-being. Paris, FR: OECD Publishing.
http://dx.doi.org/10.1787/how_life-2017-en

 

Stiglitz, J. E., Sen, A., & Fitoussi, J. P. (2010). Mismeasuring our lives: Why GDP doesn’t add up. New York, NY: The New Press. 

교육 수준과 행복 수준

공부와 행복
: 교육수준과 행복의 밀접한 연관성

 

 

 

  한국 학생들은 학창시절 그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공부를 많이 한다(그림-1). 그러나 학습효율(학습에 투자하는 시간대비 학업성취도)은 OECD 주요 30개국 중 24위로 최하위권이다(그림-2). 또한 OECD국가 중 학업을 내적동기(그 자체로 즐겁고, 보람 있고, 가치 있어서 행동하려는 동기)에 의해 수행하는 순위는 58위로 조사대상 72개국 중 최하위권이다(그림-3). 이렇게 내적 동기에 의하지 않은 학습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한국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OECD 주요 30개국 중 1위로 나타났고(그림-4), 스트레스의 반대쪽에 있는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그림-5).

 

 

 


그림 1. OECD 주요국 청소년 공부시간. 한국은 30개국 중 1위이다.
  

 

 

 


그림 2. OECD 주요국 청소년 학습효율화지수(학업시간 대비 학업성취도). 한국은 30개국 중 24위이다.

 

 

 

 

그림 3. OECD 국가 학업성취도 상위 10개국의 학업내적 동기 순위

 

 

 

 
그림 4. OECD 30개 주요국 청소년 학업스트레스.

 

 

 

 

그림 5. OECD 주요국 학생 삶의 만족도.

 

  자! 그럼 모든 지표들이 이러하니,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지 말자고 해야 할까? 공부 열심히 하면 행복해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봐야 불행해지니 공부하지 말고, 놀아야 하나?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극단적이고, 지혜롭지 못하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답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공부할 것을 찾아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공부할 이유를 찾아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공부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라는 방향이 되어야지 ‘공부하지 말자’라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 6. 연령층과 학력에 따른 행복수준. 검은 실선은 고졸이상 학력자이고, 검은 점선은 고졸이하 학력자이다. 전 연령층에서 고졸 이상 학력자가 고졸 이하 학력자보다 행복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 공부를 열심히, 그리고 오래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이것을 연구한 학자는 이스털린(Easterlin, 2001)으로 특정 시점에서 소득 계층을 나누어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살펴보면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인 수준과 국가 수준에서 실질소득(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소득)이 계속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국민의 행복은 증가하지 않는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을 관찰한 학자이다.

 

 

 

 


그림 7. OECD 대학진학률.

 

  그림-6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이스털린은 미국의 전 연령층을 고졸이상 학력자(고학력자)와 고졸미만 학력자(저학력자)로 구분한 후, 이들의 행복을 조사하였다. 결과적으로 학력의 주효과를 관찰할 수 있었는데, 고졸이상의 고학력자가 고졸미만의 저학력자보다 행복했고, 이것은 전 연령층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림-7은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을 보여주는데, 이스털린(2001)의 연구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는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를 갖춘 셈이다.

 

  그럼 왜 고졸이상의 고학력자가 될수록 행복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공부를 많이 할수록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즉 공부를 많이 하면서 지식을 축적할수록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유다이모니아(Eudaimonia), 존재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으로서의 행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공부를 많이 할수록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된다. 많은 공부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관점과 견해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창의적이고, 문제나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높다.

  셋째, 공부를 많이 할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한 통찰력이 증가한다. 물리학과 대학원생들은 다양한 물리학 문제를 범주화할 때 같은 공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들끼리 범주화하지만(예: 뉴턴의 제2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가?), 학부생들은 문제의 겉모습이 유사한 것들 끼리 범주화했던 연구가 있는데(예: 같은 삼각형이 등장했는가?), 이는 공부가 깊어질수록 보이지 않는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Chi, Feltovich, & Glaser, 1981). 이러한 통찰력은 문제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것에 유익을 줄 뿐 아니라, 더 좋은 의사결정에도 유익하다.

 

  공부 많이 하는 것이 행복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부 많이 하는 것은 행복해지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우리가 할 일을 공부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왜 공부가 너의 행복에 유익한지 알려주며, 적은 시간에 많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스마트한 학습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지, 공부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왜 학교에서 아직 크게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과목까지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 연구를 시작으로 모든 부모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부를 왜 열심히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그동안 참아왔던 이 말을 해보자.

 

 

다 너 행복하라고
공부하라는 거야-!

 

 

*더 알고 싶다면,

 

Chi, M. T., Feltovich, P. J., & Glaser, R. (1981). Categorization and representation of physics problems by experts and novices. Cognitive Science, 5(2), 121-152.
https://doi.org/10.1207/s15516709cog0502_2

 

Easterlin, R. A. (2001). Income and happiness: Towards a unified theory. The Economic Journal, 111(473), 465-484.
http://dx.doi.org/10.1111/1468-0297.00646

 

Happiness Column 

매일 반복하는 일상의 중요성_Series 3

매일 반복하는 일상의 중요성 III

 

 

  조이스 캐럴 오츠(Joyce Carol Oates, born June 16, 1938)는 지금까지 50여 편의 장편소설과 36편의 단편집, 수십여권의 시집과 수필집 및 희곡을 발표한 다작의 작가로 유명하다(Currey, 2014).

 

 


그림 1.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5시간의 작업시간을 매일 같이 지켰던 오츠

 

  오츠는 대체로 아침 8시나 8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글을 쓴다. 점심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에 오후 4시부터 저녁 식사를 하기 전, 7시까지 다시 작업에 열중한다. 때로는 저녁 식사 후에도 작업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책을 읽는 데 저녁 시간을 할애한다. 오츠의 지적대로, 그녀가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고려하면 다작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나는 글을 쓰고 또 쓰고, 틈만 나면 쓴다. 하루 종일 작업해서 겨우 한 페이지를 완성하더라도 그 한 페이지가 중요하다. 그 한 페이지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다작의 작가라는 평판을 얻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나만큼 열심히 일하지도 않고 오랫동안 일하지도 않는 작가들을 기준으로 한 평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오츠가 항상 재밌고 쉽게 글을 쓴다는 뜻은 아니다. 새로운 소설을 시작할 때마다 처음 몇 주는 무척 힘들고 좌절감까지 맛본다며 “초고 작업은 더러운 바닥에 떨어진 땅콩을 코로 밀어내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만약 오츠와 같은 작가가 자신의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라는 의식과 같은 5시간을 방해받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저명한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 December 16, 1901 – November 15, 1978))와 같지 않았을까 싶다(Currey, 2014).

 

 

 

그림 2. 새벽 5시에 일어나 7시나 8시에 아침을 먹기까지 논문이나 책을 쓰는 작업을 쉬지 않았던 미드

  미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하다고 푸념할 정도였다. 언젠가 보름간의 심포지엄에 참석했을 때 미드는 아침 프로그램이 뒤로 미루어진 걸 알고 불같이 화를 내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아침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기나 하는 건가? 내가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수천 단어를 쓴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이 회의 시간표가 재조정되었다는 걸 나한테 미리 말해줄 예의조차 없는 건가?”

  라고 말했다.
  또 미드는 조찬 모임을 새벽 5시에 정한 적도 있었고, “빈 시간이 계속되면 나는 따분해서 견디지 못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일 같은 자신의 의식을 방해받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더 알고 싶다면,

 

Currey, M. (2014).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 (J. Gang, Trans.). New York, NY: Knopf Doubleday Publishing Group. (Original work published 2013)
 https://goo.gl/CNdG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