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생활_6장

Chapter 6_내가 쓰는 단어로 나의 성격과 욕구를 알아챌 수 있을까

 

 

1. 글을 쓰는 스타일이 다르면 성격도 다를까?

 

[1] 1980년대 초반,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언어학과의 한 젊은 대학원생인 더글러스 바이버(Douglas Biber)는 문학 장르에 따라 언어 사용이 어떻게 다른지 조사해보기로 했다.

예컨대 소설, 비소설, 희곡, 추리물, 연애소설은 작가가 단어, 문법, 문장 배열을 다루는 스타일이 각각 어떻게 다른가?

 

이 학생은 당시 언어학에서 흔히 쓰이지 않던 통계적 방법인 요인 분석을 사용하여 마침내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차이 variation across speech and writing>라는 중요한 책을 펴냄으로써 이 의문에 답했다.

 

나는 1990년대 중반에 바이버의 책을 접하고 그의 견해에 매료되었다.

 

[2] 이 무렵 나는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성격 심리학자이자 예전 동료였던 미주리 대학교의 로라 킹과 팀(Laura King)을 이루었다.

바이버가 단어를 분석하여 문학의 갈래들을 구분했듯, 로라와 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글을 이용하여 사람의 갈래를 나눌 수 있을지 궁금했다.

다시 말해서 글을 쓰는 스타일이 다르면 성격도 다를까?

 

첫 단계는 사람들이 비슷비슷하게 보편적인 주제로 쓴 수백 편 혹은 수천 편에 달하는 글 표본을 얻는 것이었다. 마침 심리학 입문 강의를 하고 있었고 의식의 흐림대로 쓰는 글을 쓰게 했다.

우리는 수백 편의 글에서 다양한 유형의 기능어를 추려냈다. 그런 다음에는 요인 분석이라는 통계 기법을 사용하여 기능어사 어떻게 무리지어 나타나는지 알아보았다.

 

학생들의 글은 형식적, 분석적, 서술적 스타일로 나뉘었다.

 

형식적 스타일로 쓰는 사람들

 

기능어를 분석했을 때 가장 일관성 있게 발견되는 요인인 형식성은 딱딱하고, 웃음기 없고, 약간 거만한 경향으로 나타난다.

형식성(formality)이 매우 높은 사고와 글은 보통 어려운 단어와 많은 명사, 숫자, 관형사, 조사를 포함한다. 이와 동시에 형식성이 높은 글에는 <>라는 단어, 동사, 영어의 경우 생각과 현실의 불일치를 암시하는 조동사, 그리고 일반적인 부사(정말로, 매우, 아주 등)가 매우 적다.

 

글쓰기와 말하기에서 나타나는 형식성은 중요한 문제들과 관련이 있다. 형식적 사고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지위와 권력에 관심이 더 많고 자기반성적인 경향이 낮은 편이다. 이들은 덜 형식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에 비해 음주와 흡연을 적게 하고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지만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덜 정직한 경향도 있다. 또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글쓰기와 말하기 스타일이 즉각적인 쪽에서 형식적인 쪽으로 변한다. 결국 기능어의 첫 번째 측면인 형식성은 사회적, 심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분석적 스타일로 쓰는 사람들

 

분석적 사고는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분석의 특징은 구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떤 시험에 붙고 어떤 시험에 떨어졌는지 구별하는 것이다. 분석적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단어에는 배타적 단어(~를 제외하고, ~없이), 부정어, 인과관계와 관련된 단어(왜냐하면, 이유, ~ 때문이다), 통찰과 관련된 단어(깨닫다, 알다, 의미하다), 불확실한 단어(어쩌면, 아마도), 확신하는 단어(전적으로, 항상, ), 수량을 나타내는 단어(약간의, 많은, 더 큰) 등이 포함된다.

 

분석적 사고는 그 사람이 인지적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거나 슬을 쓸 때 구별을 하는 사람은 대학에서 더 높은 성적을 반고, 더 정직한 경향이 있으며, 새로운 경험을 열린 태도로 대한다. 이들은 또한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낮은 사람에 비해 글을 더 많이 읽고 자기 자신을 더 복합적인 관점으로 본다.

 

서술적 스타일로 쓰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단순한 언어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음을 알려주는 기능어는 대개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모든 종류의 인칭 대명사, 특히 3인칭 대명사), 과거형 동사, 접속어(~하면서, 그리고, 함께 등 어떤 대상을 포괄하는 단어) 등이다.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 로라 킹과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글 쓰는 스타일이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글쓰기나 말하기 스타일을 연구하여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2. 내가 말하는 단어들은 나의 행동과 생각의 <잔여물>이다

 

내 동료인 샘 고슬링(Sam Gosling)은 그가 <행동의 잔여물(behavioral residue)>이라고 부르는 것을 연구하는 획기적인 성격 연구자다.

 

샘은 사람들의 사무실, 침실, 블로그, SNS, 웹사이트, 수집 도서 목록, 즐겨 듣는 음악 목록 등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맞혀 보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성격의 조각들을 남기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완고하고 성실한 사람은 대개 사무실과 침실이 깔끔하고 음악 목록이 고상하게 정리되어 있다. 심지어 이메일도 자세한 체계에 따라 분류되고 저장된다.

 

우리가 말하고 글로 쓰는 단어들도 행동의 잔여물로 여겨질 수 있다. 기능어는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맺는 방식, 자기 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알려주는 훌륭한 지표다. 같은 이유로 내용어 역시 사람들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알려줄 수 있다.

대화의 내용은 말하는 사람의 가치관, 목표, 더 넓은 수준에서는 성격 등을 포함하여 그 사람에게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내준다.

 

말의 내용은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쏟는지 알려준다. 언어를 연구하지 몇 년 전, 나는 사람들이 평소에 자신의 세계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이와 관련된 간단한 실험을 위해 야구 모자에 작은 비디오카메라를 달았다. 우리 학생 중 몇몇이 모르모트가 되어주는 데 동의했다.

 

모든 실험 참가자들은 지시된 경로를 따라 10분 동안 다녀오는 것이었다. 모두 지시를 따랐고 지시된 경로를 따라 보이는 풍경은 사실상 모두 같았다. 하지만 녹화된 영상을 틀고 사람마다 주변을 어떻게 둘러보며 걸었는지 보면서 우리는 모두 놀랐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편인 한 학생은 내내 당만 보며 걸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나이가 어린 편인 두 학생은 이성을 유심히 살폈다. 등등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 어떤 영상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서로의 관심사, 성격, 가치관 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른 정보를 받아들였으므로 이들의 뇌에서도 이 여정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처리했다. 내가 학생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했다면 이들은 그 경험을 묘사하는 데 각자 다른 내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물병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보기

 

카메라 모자 실험 이후 몇 년이 지나고, 나는 대학원 신입생이었던 신디 청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가 언어와 인지의 특성에 대해 대화를 하던 중, 사람들이 그녀의 물병을 다양한 시각으로 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왜 그랬는지 논의의 방향이 그 물병으로 모아졌다.

 

2002년 그 논의 이후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물병을 보고 5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물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시사항은 간단하다. “이 사진(물병)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이것을 묘사해준다고 생각하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에 대해 5분 동안 글을 쓰면 됩니다. 끊지말고 계속 써나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물병의 다른 측면들을 강조했다. 물병을 묘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신디와 나는 그들의 설명을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의 기능어 사용과 우리가 그들의 성격에 대해 아는 바를 연결했다. 예를 들면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사교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라는 단어는 소심하거나 걱정이 많거나 우울한 사람들에게서 조금 더 사용되었다. 형식적 사고의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설명할 때 관형사와 조사를 많이 사용했고 더 체계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며 성실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분석에는 뭔가 빠져 있었다. 사람들은 기능어를 다르게 사용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이다. 어떤 사람은 색에 주목하고 어떤 사람은 물병을 손에 들었을 때의 느낌에 집중하는 걸까?

 

우리는 사진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 분석하기 위해 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몇 주 후 신디는 간단하고 독창적인 방법을 말했다.

나중에 의미 추출 기법 Meaning Extraction Method로 알려진 이 기업은 물병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수집한 모든 글에서 흔히 사용된 내용어에 의존하는 방법이었다. 요인분석과 비슷하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의미 추출 기법을 통해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물병의 어느 측면에 주목하는지 알 수 있다. 가장 표면적인 수준에서만 봐도 색깔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또한 물병의 다른 측명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탐색하기도 했다.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물병 왼쪽이 드리우는 그림자와 빛에 대해 쓰는 사람들이다. 대학생 중 그림자에 대해 쓰는 사람들은 생가깅 깊고 예술적이며 외모에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다.

라벨에 적힌 단어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여성이고 글을 더 많이 읽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물병의 표변에 대해 쓰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벽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덜 싹싹하고 다른 사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잘 나누지 않으며, 중요한 감정적 격변을 겪으면 그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 쪽을 선호한다.

 

 

3.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

 

연구결과에 들뜬 학생들과 나는 다른 사진으로도 실험해보았다.

이번에는 좀 더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관련 있는 자극을 원했다. 뚝딱 찾아낸 사진은 나와 아내가 몇 년 전 연 파티에서 찍힌 소중한 두 친구의 사진이었다. 허락을 받고 사용했다.

 

의미 추출 기법은 이 사람들의 글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몇 가지 주제를 뽑아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다룬 주제는 두 사람의 사회적 관계(연인 사이, 부부 사이), 의상 분석(간단한 묘사에서 패션 관찰까지), 액세서리(두 사람의 시계, 남자의 안경, 여자의 립스틱) 등등은 결국 서로 관련 있는 단어들의 묶음이었다.

 

보다시피 사람들이 글을 쓴 주제들은 사실 각자의 삶과 관련이 있었다. 연애 중인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사진 속의 두 사람이 연인일 가능성에 대해 쓰거나 그들이 끼고 있는 반지를 결혼반지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4. 내가 쓰는 단어를 통해 나의 <성취 욕구>, <권력 욕구>, <소속 욕구>를 알 수 있다

 

물병 사진과 가든파티 사진을 이용하는 방법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된 심리학적 개념을 변형한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 그리고 안나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본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사물에 투사한다고 한다.

 

1920년대 초반, 젊은 정신분석학자인 헤르만 로르샤흐 Hermann Rorschach는 이 개념을 확장했다. 로르샤흐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모호한 잉크 얼룩을 보게 하고 무엇이 보이는지 묘사하게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검사의 바탕에는 사람들의 깊은 감정과 관심사가 잉크 얼룩에 투사되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 검사에 의문을 품는 연구자들도 많은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반응이 그리 믿을만하지 못하고 치료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는 또 다른 투사 검사인 주제 통각 검사(Thematic Apperception Test, TAT)가 하버드 대학교의 헨리 머레이와 크리스티아나 모건에 의해 만들어졌다. TAT는 잉크 얼룩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을 바로 바로 말하게 하는 대신 의미가 모호한 일련의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게 했다. 그림을 보고 만든 이야기가 참가자의 삶에 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TAT를 응용한 기법 중 기본 심리적 욕구를 조사하는 데 쓰이는 것도 있다. 데이비드 맥클리랜드가 헨리 머레이의 영향을 받아 개발한 모형은 모든 사람은 세 가지 기본 욕구 (성취, 권력, 소속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고 가정했다.

 

사람들의 욕구를 알기 위한 채점법은 약간 복잡하다. 최근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욕구를 암시하는 단어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성취 욕구, 권력 욕구, 소속 욕구에 대한 연구들은 중요한 결과들을 내놓았다. 예를 들면 억제된 권력 욕구가 있는 사람들은 혈압이 높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미시건 대학 교수이며 욕구 상태 분석에 있어서 선도자 격인 데이비드 G. 윈터 David G. Winter는 세계 지도자들의 연설을 분석하여 리더십의 유형과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을 비롯한 여러 행동을 정확히 예측했다.

 

예컨대 존 F. 케네디와 조지 W. 부시의 취임연설을 분석한 결과 둘 다 권력 욕구와 소속 욕구가 극도로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윈터의 관점에서 보면 강력한 지도자가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유대가 깊은 지인들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는 경우 이 두 가지 욕구의 결합은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예컨대 2001년 초반, 윈터는 부시의 취임 연설을 분석한 뒤 부시의 언어가 반대 의견을 배척하는 끈끈한 추종자 집단의 공격성과 그 양상이 일치한다고 경고했다.

 

 

5. 어딜 가든, 우리는 단어라는 단서를 남긴다

 

위와 같은 검사들의 모교는 모두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보고 그들의 행동이나 성격을 추론하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불만 중 하나는 연구 결과가 실험실의 인위적인 제약을 넘어 어떻게 널리 적용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시각을 넓혀서, 사람들의 일상 언어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똑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딜 가든 어떤 상황에서든 성격은 그대로이므로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어의 지문을 조금이라도 남기게 된다.

 

 

6. 단어를 바꿔 쓴다고 해서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순간 내뱉는 단어를 통해 그들의 속마음 알아내기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알고 싶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보라. 내 친구 중에 자기의 지적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틀림없이 똑똑하지만 대화를 할 때마다 자기가 실제로 얼마나 똑똑한지 입증하는 정보를 흘린다. 기내 잡지에서 해본 지능검사 결과가 어땠는지, 등 말이다.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를 파악하는 두 번째 방법은 그들이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오랜 친구 두 명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한 명은 건축가였고 한 명은 임상 심리학자였다. 임상 심리학자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건축가에게 너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양이구나하고 말했고, 건축가 친구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인정했다.

 

건축가 친구는 식사하는 동안 몇 번이나 대화 주제를 바꾸었고 그 주제는 항상 돈, 재정적 손실, 투자 같은 것들과 관련이 있었다. 건축가도, 나도 그렇게 꾸준히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 이후에 내가 배운 점은 누군가 대화의 방향을 바꾼다면 그것이 그 사람 머릿속을 보여주는 강력한 표시라는 것이다.

 

내가 사용한 단어를 분석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기

 

당신이 하루 종일 사용한 단어를 모두 알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우리 연구팀이 일상 언어를 연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어린아이, 대학생, 부부, 노인들의 일상적인 말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전에 우리 대학원생이었던 머사이어스 멜은 전자 활성화 기록 장치의 개발에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 EAR은 며칠에 걸쳐 12분에서 14분마다 한 번씩 사람들의 말 중 30초 분량을 녹음하도록 설계된 전자 기록 장치다.

 

EAR의 시험 사용 단계에서 내가 EAR을 착용하고 첫 주말을 맞았을 때, 내 아들은 열두 살이었다. 내 생각에 그 주말에는 별 일 없이 그저 집안 일을 하거나 가족끼리 외출하며 평소처럼 지냈다. 그런데 며칠 후 나는 녹음된 내용을 재생하면서 내가 아들에게 말하는 방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말투는 차갑고 무심할 때가 많았는데 이는 아이에게 맞추었던 것일까?

아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고 관형사를 많이 사용했으며 대명사, 특히 <>라는 단어를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했다. 반면 아내와 딸에게 말할 때 내가 사용한 언어는 더 따뜻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내 말투를 듣고 내가 사용한 단어가 종이에 적힌 것을 보는 경험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후 나는 아들에게 더 따뜻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대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내가 대명사와 관형사 사용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 대신 나는 행동과 태도를 바꾸었고 기능어가 이 변화를 따라 바뀌리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이 책에서 반복되는 주제로 돌아온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우리의 심리 상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아니면 그저 심리를 반영하기만 하는가? 단어 스타일을 바꿈으로써 심리 상태를 바꿀 수가 있을까? 존 케리의 참모들이 <>라는 단어를 더 사용하라고 조언했다면 케리는 2004년 대선에서 이겼을까?

 

나는 여기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적인 입장이다. 단어를 바꿔 사용하도록 훈련할 수는 있지만 그 단어가 성격이나 행동,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증거는 없다. 그보다 존 케리가 긴장을 풀고 더 인간적으로 진실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면 단어가 그에 따라 변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사용한 단어는 그 사람을 충실하게 반영하지만 단어 그 자체만으로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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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 보는 오사바 빈 라덴

: 빈 라덴은 성인기의 대부분에 걸쳐 인터뷰, 연설 편지, 기사 등에서 언어의 기록을 남겼다. 그 언어가 아랍어든 영어 번역이든, 그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오만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라는 단어는 매우 적게, <우리>라는 단어와 <당신들>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했다. 그의 동지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와 같은 ᄋᆞᆸ 극단주의 집단이 여느 지도자와 달리, 빈 라덴은 분명히 완고하고 적대적으로 날이 선 이야기꾼이다(과거형 동사, 사회적 언급 등 서술적 사고의 특징이 높게 나타났다). 우리가 그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면, 그는 권력 욕구가 높고 성취 욕구가 보통이며 소속 욕구가 낮은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신디 청의 의미 추출 기법은 빈 라덴이 실제로 집착하는 대상이 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분노에서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급습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이 알카에다의 다른 동료들에 비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해질녘 해변에서 오래 산책하기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다.

 

단어의 사생활_5장

Chapter 5_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리어왕,

그들은 왜 갑자기 단어를 바꿔 말했을까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감정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고 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게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하게 하거나 절망 속에 포기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감정은 우리의 시각을 넓힐 수도 있고 같은 주제를 계속 곱씹게 함으로써 시야를 좁힐 수도 있다. 감정은 우리의 생각을 이끌어주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어울리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장에서 던지는 핵심 질문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를 통해 그들의 감정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감정 단어를 세어봄으로써 순조롭게 그의 감정을 가늠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접근법으로는 핵심을 놓치게 된다. 바로 감정이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추적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따라서 이 기능어들이 사람들의 감정 상태 또한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1. 행복할 때는 <구체적 명사>, 슬픔과 분노가 차 있을 때는 <인지적 단어>를 많이 쓴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경험을 쓸 때 <우리>라는 단어를 특히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들은 구체적인 명사를 사용하고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표시하는 등 보다 구체적으로 글을 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기분은 더 열린 태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

한편 슬픔은 일반적으로 주의가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한다. 대명사는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을 따라 사용되는데, 사람들은 감정적 및 신체적으로 크게 고통스러울 때 <>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슬픔이나 우울함을 느낄 때 과거와 미래 시제 동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 슬픔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는 부정적 감정으로 분류되지만 슬픔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이 있다. 사람들은 화가 났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고 자기 자신은 보지 않는다. 이때는 2인칭과 3인칭 대명사를 자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시제로 생각하고 말한다.

 

슬픔이나 분노를 느끼게 하는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인과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돌아보게 되므로 그것을 반영하는 인지적 단어를 사용한다.

자부심과 사랑 같은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반성보다는 기쁨이 밀려오도록 놓아둔다.

 

 

2. 자살한 시인들이 그렇지 않은 시인들에 비해 훨씬 많이 사용한 단어

 

잘 알려진 우울증 이론에 따른 사람들은 우울해질 때 병적인 수준으로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명사가 사람들의 관심의 초점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쏟게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울증 삽화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대명사 특히 <나는>, <나를>, <나의> 같은 1인칭 단수 대명사의 잦은 사용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놀라운 점은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보다 <>라는 단어의 사용이 우울증을 더욱 정확히 예측한다는 사실이다.

 

우울증 비율은 작가들에게서 특히 높게 나타나고 뛰어난 시인들에게서 우울증 경향이 가장 뚜렷이 나타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시인들은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더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자살하는 비율 또한 20퍼센트에나 달한다고 한다.

시를 쓰는 작업이 매우 스트레스 받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설명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이 자신의 심한 감정 기복을 이해하려는 노력 때문에라도 시를 쓰게 된다는 견해다.

 

[1] 존스 홉킨스 의대의 존경받는 과학자인 케이 레드필드 제이미슨(Kay Redfield Jamison)은 예술적 기질과 양극성 장애의 긴밀한 연관성에 대해 많은 책을 썼다.

 

연구를 통한 그녀의 발견에 따르면 양극성 장애와 일치하는 증상이 있는 시인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다고 한다. 제이미슨은 이 사실을 시인들의 회고록이나 작품, 혹은 가족, 친구, 전기 작가들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인들의 작품을 컴퓨터로 분석하여 양극성 장애와 자살 경향을 확인할 수 있을까?

[2] 우리는 이제 임상심리학자가 된 섀넌 스터먼(Shannon Stirman)과 협력하여 시인 열여덟 명의 시를 분석했다.

 

이 시인들 중 아홉 명이 자살했다. 우리는 자살한 시인들이 그러지 않은 시인들에 비해 <>라는 단어를 훨씬 많이 사용했음을 발견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사용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와 관련이 있는 대명사의 사용으로 미루어 보면, 자살한 시인들은 그러지 않은 시인들과 달리 심리적으로 자신의 슬픔과 불행 쪽에 더 가까운 듯 했다.

 

 

3. 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리어왕,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

 

시장으로 재직한 8년 동안 루돌프 줄리아니는 무신경한 깡패, 분노와 독선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남자, 따뜻함, 연민, 매력 덩어리 등 극단적으로 다양하게 묘사되었다. 이런 상반되는 평가들은 줄리아니가 임기 동안 변해감에 따라 같은 사람들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뉴욕 시민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한 가지는 줄리아니가 유능한 시장이라는 점이었다. 줄리아니는 시장으로서의 성공에 힘입어 2000년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힐러리 클린턴에 맞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늦은 봄, 줄리아니의 인생은 2주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그는 전립선암을 진단 받고서 선거전에서 물러났고, 아내와의 이혼을 발표하고, 며칠 후에는 나중에 결혼식을 올린 주디스 네이선과의 특별한 우정을 인정했다.

6월 초 쯤 되었을 때 친구, 지인, 언론사 기자, 오랜 적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그가 더 진실하고 겸손하고 따뜻해진 것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울증을 예측하는 가장 믿을 만한 지표 중 하나는 트라우마 사건의 경험이다.

줄리아니의 언어를 살펴보면 그의 성격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우리는 줄리아니가 감정의 격변을 겪는 과정에서 그의 기능어 사용이 이전과 달라졌는지가 궁금했다.

 

줄리아니는 시장으로 일하던 초반 몇 년에 비해 <>라는 단어의 사용이 급격히 늘었고, 어려운 말을 적게 사용했으며, 긍정적 및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더 많이 사용했다. 1인칭 복수 대명사 <우리>의 단어 사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리>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거만하고, 감정적으로 거리가 있고, 지위가 높을 때 자주 사용된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어떨까?

 

11, 리어왕의 말과 53장 리어왕의 마지막 말을 비교해보자.

 

두 문단을 분석하면 줄리아니 시장이 보인 변화와 흥미로울 정도로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사실 줄리아니와 리어왕이 오만했던 시기에 사용하던 대명사와 어려운 단어들을 트라우마 이후 따뜻하고 정직해진 시기의 단어들과 비교하면 당혹스러울 정도다.

오만했던 시기에는 둘 다 <>라는 단어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적게 사용한 동시에 <우리>라는 단어와 어려운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이 양상은 인생을 바꿀 만한 개인적 격변을 겪고 난 후 완전히 뒤집힌다.

 

[3] 줄리아니 연구 프로젝트는 감정 상태와 기능어, 특히 대명사 사용과 연관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살한 시인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완해준다.

 

감정은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기도 하고 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명사는 본래 특성상 말하는 사람과 상대방 사이의 관계에 따라 사용된다. 대명사와 다른 숨어있는 기능어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 탐지기>역할을 한다.

 

 

4. 개인의 고통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우리가 쓰는 단어에서는 <낯선 삭막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감정적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최소 두 가지가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연약해 보였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행위는 고통을 더 키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감정적 고통을 알릴 수 있다.

 

고통에 대처하는 또 하나의 흔한 전략은 회피하거나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다.

실제로 고통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행동은 특히 단기적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는 나쁜 소식을 회의전 듣는다면 마음 한 구석에서는 통곡하고 싶어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감정을 추스르고 회의를 계속해야 한다.

 

[4] 댄 웨그너(Dan Wegner)와 그의 연구진들은 일련의 기발한 실험실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감정적 사건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럴 때는 생각을 멈추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웨그너의 조언에 따르면 회의 전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차라리 회의 생각을 해야지, “강아지 생각은 하지 말자, 하지 말자.”라고 중얼거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트라우마 경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전략 대신 자기도 모르게 회피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사람들은 감정적 격변에 대처할 때는 대부분 단기적으로 인정과 회피 전략을 함께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몇 가지 기술 혁신의 결합을 통해 분명해졌다.

 

최근에 나는 사람들이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의 죽음을 겪은 날 올린 블로그 게시물의 앞부분을 모아 목록을 만들었다. 전 게시물과의 단어와 비교해보니 다음과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고통이 최고조에 달한 몇 시간 동안에는 대다수가 <>라는 단어를 전에 비해 훨씬 적게 사용했고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또한 적게 사용했다. 이들의 언어는 전보다 간단해졌고, 더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만을 사용했으며, 인지적 단어도 더 적게 사용했다.

 

 

5. 집단적 트라우마를 겪을 때, 9/11 테러 이전과 이후 블로그 글 비교하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단 트라우마를 겪을 때는 개인적 사건을 겪을 때처럼 자기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할까?

 

[5] 나는 마이클 콘(Michael), 머사이어스 멜(Matthias Mehl)과 함께 당시 인기 있던 블로그 사이트 LiveJournal.com과 협력하여 천 명 이상의 블로거가 올린 게시물을 모았다.

 

이들은 9/11 두달 전부터 두달 후까지 일주일에 최소 서너 번씩 글을 올렸다. 우리는 미국에 사는 광범위한 연령대의 블로거를 선택했다. 요컨대 우리가 모은 자료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 올리기는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글이었다. 7만 건 이상의 블로그 게시물을 분석해보니 테러 전후와 그 사이에 대명사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사용에서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블로거들이 911일 사건을 알게 되자마자 <>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뚝 떨어졌다.

<>라는 단어의 감소와 동시에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훌쩍 뛰어올랐다.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은 사건 전후로 거의 두 배가 되었다. 3장에서 논의했듯 <우리>라는 단어는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한다. 여기서 사용된 <우리>라는 단어의 유형은 미국인들을 의미하는 <우리>와 가족을 가리키는 <우리>가 결합된 것이다.

 

블로그에서 사용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에 대한 연구는 대명사에 대한 연구 결과와 상통했다.

테러 공격 이후 7만 건의 게시물에서 부정적 감정의 표현이 급증하여 이틀 정도 지속되었고 이후 11일 정도에 걸쳐 사건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편 긍정적 감정 단어에는 놀라운 양상이 나타났다.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911일에 급격히 떨어졌다가 4일 동안 사건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사건 이후 10일이 지나가 긍정적 감정은 사건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또 중요한 점 하나, 사건 후 5일에서 6일이 지나는 동안 블로거들은 전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인지적 단어를 사용했다. 인지적 단어에 인과적 사고를 반영하는 단어와 자기성찰을 반영하는 단어가 포함된다는 점을 떠올려보라. 일반적으로 인지적 단어는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들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생각해보자.

당시 블로거들의 언어에서 나타나는 특정적인 양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을 화합하게 만든다.

공통의 트라우마는 타인에게 관심을 쏟고 자신을 공통의 정체성의 일부로 언급한다.

2. 공통의 트라우마는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경험이다.

– 9/11이후 적어도 두 달 동안 사람들이 긍정적 감정을 더 표현했고 사회적으로 더 연결되어 있었다.

3.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을 더 어리석게 만든다.

사람들은 더 단순한 스타일로 글을 썼고, 이것은 그들이 그 주제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4. 트라우마 경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자신의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은 감정적 격변을 겪은 후 몇 시간, 며칠, 몇 주 안에 대대적으로 변한다.

 

 

6. 공동체의 언어가 이타적이고 따뜻해질 때

 

1989년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일어난 로마 프리에타 지진, 19911차 걸프전, 1997년 다이애너 비의 죽음, 1999년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행사 준비로 모닥불을 쌓아올리다가 열두 명의 학생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사건 등.. 모든 연구에서 9/11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공통적인 내용이 발견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모든 유형의 격변이 사람들을 단합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더 이타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쏟고, 다른 사람들과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인정하기 힘든 일이지만, 끔찍한 경험은 우리에게서 최고의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트라우마는 그 본질상 몇몇 생명을 파괴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사건 직후 72시간 안에 그에 대한 깊은 감정을 털어놓게 하는 선의의 심리학적 개입이 인기를 끌었다. 위기상황 스트레스 해소(Critical incident Stress Debriefing, CISD)라는 이 프로그램은 꽤 합리적인 것으로 보였고 구급대원, 대기업, 전 세계 정부 부서에서도 이 방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연구가 진행된 이후에는 CISD가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롭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은 직후 몇 시간 동안 인터넷에서 단어를 사용하는 스타일을 살펴보면 감정적 사건을 겪자마자 깊은 감정을 다루는 것은 건강한 행동이 아님을 알 수 있다.

 

[6] 신디 청(Cindy Chung)은 다이어트 블로그에 사용된 단어를 분석하는 박사 논문을 쓰면서, 다이어트 블로그 커뮤니티의 회원 수백 명을 대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몇 달에 걸쳐 추적했다.

 

블로거 중에는 다이어트의 세부 사항에 치중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자신의 인간관계, 경험, 감정적 문제에 대해서도 글을 썼다.

신디의 발견에 따르면 다이어트 성공을 가장 잘 예측하는 지표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참여 여부다. 요컨대 다른 사람들과 메시지나 게시물을 더 많이 주고받을수록 살빼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글을 쓴 사람들은 음식과 다이어트에 대해서만 글을 쓴 사람에 비해 훨씬 성공적으로 살을 뺐다.

 

 

7. 트라우마는, 단어를 통해 치유되어야 한다

 

수치스럽거나 자신의 평판을 해칠 수 있는 사건은 오랫동안 비밀에 부쳐질 때가 많다. 나는 이것을 일찍이 발견하고, 17세 이전에 트라우마가 될 만한 성겸험을 한 적이 있는지 묻는 항목을 설문지에 넣었다.

수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자의 경우 22퍼센트, 남자의 경우 11퍼센트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충격적인 점은 이렇게 답한 집단이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건강 상태가 훨씬 나빳다는 사실이다. 이후 수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문제는 그런 성적 트라우마가 거의 모두 비밀이라는 점에 있었다. 어떤 유형의 사건이든 사람들이 혼자서만 알고 있는 일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높았다.

 

중요한 감정적 격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에 어긋나는 일이다. 우리는 감정적 사건을 겪으면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이는 지금까지 연구되었던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말하기는 우리가 복잡한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일차적 수단 중 하나인 듯하다. 거꾸로, 감정적인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심지어 집착하거나 곱씹는 경향이 있다.

 

 

8. 단어는, 우리를 보여주는 <광고판>이다

 

감정은 단순히 사건에 대한 반응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다양한 감정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다른 사람들에게 반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정은 사람들을 가까워지게 하거나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사회적이다.

기능어와 감정상태는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다르게 생각하게 하고, 기능어는 이런 생각의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생각과 감정의 관계는 여러 세기 동안 철학과 심리학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논리와 감정도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17세기 학자 데카르트는 한 발 더 나아가 감정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초기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역시 감정과 열정이 어떻게 판단을 흐리는지 강조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근본적인 감정의 문제들이 성격과 행동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우리는 감정과 이성에 대해 매우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새 관점을 가장 설득력있게 대변하는 사람 중 하나는 안토니오 R. 다마지오다. 그는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온 신경과학자다. 전두엽은 원시적인 감정 담당 영역과 추상적 논리 및 언어와 관련된 영역에서 보내는 정보를 통합한다. 이 통합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일어나므로 감정과 생각을 뚜렷하게 구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다마지오는 손실과 관련된 감정이 우리로 하여금 더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도와준다고 결론 짓는다. 즉 감정은 생각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장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감정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은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생각은 우리가 기능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반영된다. 한 발 더 나아가, 기능어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어는 우리의 감정 상태, 생각 패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완곡한 <광고>역할도 한다.

 

단어의 사생활_4장

Chapter 4_거짓말하는 사람들이 흘리는,

단어의 흔적들

 

 

거짓말 탐지 전문가들은 거짓말이 특정한 생리적 변화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실을 고백할 때의 생리적 현상은 어떤 것일까?

 

자기기만적 언어의 세 가지 특징

 

자기기만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들은 사건에서 받은 감정적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부인하기도 한다.

또 다른 형태는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다. 명백히 거짓이거나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 또한 일종의 자기기만에 해당된다.

극단적으로는 정신분열증 같은 심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망상 또한 자기기만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기기만은 언어를 통해 포착될 수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

 

비개인적(비인칭 언어) : 사람들은 대개 신변에 큰 변화를 겪은 사건에 대해 말하거나 쓸 때 그 경험을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는 ~을 보았다라거나 나는 ~라고 느꼈다와 같은 구절을 사용한다. 그러나 자기기만의 경우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감정과 관련된 유일한 단어들은 암시되어 있다.

 

구체적이고 딱딱하며 묘하게 거리감 있는 언어 : 구체적인 대상을 나타내는 구상명사를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동사, 특히 <~일 것이다>와 같은 말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이런 말은 실제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개인의 의식 사이에 일종의 거리가 있음을 나타낸다.

 

 

1. 스크루지 영감의 자기기만 언어와 자기인식 단어

 

문학에서는 모든 형태의 자기기만이 자주 묘사된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에베네저 스쿠루지를 생각해보자. 소설 도입주에서 스크루지는 크리스맛, 가족, 가까운 인간관계 등을 결명하는 쌀쌀맞은 노인으로 나온다.

 

나중에 디킨스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도 여동생과 가깝게 지내고 처음 일을 가르쳐준 스승과 돈독히 지내던 스크루지의 모습, 그리고 그를 떠난 예전 여자친구를 보여준다. 우리는 그가 사실 괜찮은 사람이고 탐욕으로 감정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디킨스는 자기기만과 자기인식의 언어를 훌륭하게 포착해낸다. 처음 스크루지는 나중에 비해 <>라는 단어를 절반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덜 감정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크루지는 생각과 현실의 불일치를 암시하는 <~일 것이다>,<~할 수 있었을 것이다와 같은 동사를 더 많이 사용할 뿐만 아니라 <너희>, <그놈들>과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2. “의심의 여지없이는 지나친 자심감에서 나오는 자기기만적 표현이다

 

지나친 자신감에서 나오는 자기기만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간단하지만 재미있게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어떤 것을 너무나 확신할 때, 그리고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확신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을 살펴보는 것이다. 예컨대 의심의 여지없이…” 라는 문구는 엄청난 확신이 있는 사람들만 사용한다. 이것을 지나친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문구는 그보다 덜 확신하는 사람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3. 정말로 솔직하게 쓴 <추천서>에서 발견되는 단어들의 특징

 

우리는 추천서를 써주기도, 추천서를 읽기도 한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나와 동료들은 추천서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들 서류상으로는 꽤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형식상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추천서와 진짜로 긍정적인 확신을 담은 추천서를 가려낼 방법이 있을까?

 

나는 추천서를 쓸 때 진실한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을 긍정적이면서도 공정하게 묘사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한 가지는 추천서를 쓰기 시작하면 그 학생의 긍정적인 측면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된다는 점이다. 추천서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내가 추천하고 있는 그 학생이 <의심의 여지없이> 완벽하다고 믿게 된다. 맙소사, 어째 자기기만처럼 보이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단어 분석을 통해 내가 쓴 추천서 중 진짜와 자기기만적인 것을 가려낼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나는 내가 직접 쓴 2백여편의 추천서를 분석했다.

 

내가 진심으로 잘 해내리라고 믿은 학생들에게 써준 추천서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말을 많이 했고, 더 긴 문장과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다.

: 나는 잘 해낼 것 같은 학생일수록 추천서에 더 많은 단어를 썼다.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덜 사용했다.

: 나는 학생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할수록 <훌륭한>, <멋진>, <좋은>, <기쁜>가 같은 단어를 덜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적합한 사람들을 위해 추천서를 써줄 때는 그들이 이룬 성과의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다.

: 나는 확신에 차서 쓴 추천서에는 학생 자체보다 그가 해낸 일들에 더 주의를 기울여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추천서를 읽을 사람에게 주의를 덜 기울였다.

: 사람들은 대명사 사용을 통해 그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나는 다소 취약한 학생들을 위해 추천서를 쓸 때는 학생들보다 추천서를 읽을 사람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귀 학교에서도 동의하실것이라 확신합니다와 같은 어구 말이다.

 

 

4.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흘리는, 단어의 흔적

 

자기기만과 본격적인 기만(거짓말) 사이의 경계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 거짓말을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

예를들면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가끔 사람들의 진짜 감정이 새어나오는데 이는 말실수 같은 미묘한 오류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고 했다. 말실수를 저지르기 가장 쉬운 때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다른 예도 있다. 1994,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주민들은 근처 시골길에서 이웃인 수전 스미스의 어린 자녀들이 차에 탄 채로 납치당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용의자로 지목되기 전에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날 원했어요. 그 아이들에겐 내가 필요했어요. 그리고 지금 난 그 아이들을 도와줄 수가 없어요.”

 

이 사건을 맡은 FBI 요원은 그녀의 이 말에 특히 주목했다. 그녀는 왜 과거형을 사용한 것일까?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과거형으로 말할 터였다. 과연 며칠 후 그녀는 차를 호수로 몰아 아이들을 익사시켰다고 자백했다. 그녀의 범행 동기는 자신의 자녀를 데리고 재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업가와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5. 거짓이 아닌,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단어 패턴

 

[1] 1990년대 뉴욕 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의 멜라니 그린버그, 아서스톤, 카밀 워트먼은 놀랍도록 창의적인 표현적 글쓰기 실험을 수행했다.

 

이 실험은 가상의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가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우선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70명 정도 모집했다. 참가자 중 절반이 실험실에 오자 연구자들은 각자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글을 쓰게 했다. 이들은 트라우마의 핵심을 몇 줄 정도로 요약했다. 얼마 지나지 않다 실험실에 온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글을 쓰는 대신 첫 번째 집단이 요약한 글을 읽게 했다. 이 두 번째 집단은 그것을 자신이 경험했다고 상상한 뒤 자신이 겪은 것처럼 글을 써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절반은 진짜 트라우마, 절반은 가짜 트라우마에 대한 글이었다. 참가자들이 쓴 글은 모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연구자들은 가상의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도 실제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와 거의 비슷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글을 읽어보면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두 종류의 글을 컴퓨터로 분석해보자 뚜렷한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 우선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쓴 사람들은 더 많은 단어를 사용했다. 이들은 자신이 한 행동과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자세히 쓸 수 있었다. 또 이들은 1인칭 단수 대명사를 더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진짜 트라우마에 대한 글에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가상의 이야기에 비해 더 적었다. 마지막으로 진짜 이야기에는 동사와 인지적 단어가 가상의 이야기에 비해 더 적게 사용되었다.

 

두 가지 글에서 나타나는 단어의 차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자. 실제 경험에 대해 쓴 글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단어뿐만 아니라 세부 내용이 더 많이 들어 있다.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와 인지적 단어가 더 적게 들어 있다.

: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은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하고 그래서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인지적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동사가 더 적게 들어 있다.

<>라는 단어로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언급한다.

앞서 언급했듯 <>라는 단어는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인다는 신호다. 마찬가지로 1인칭 단수 대명사의 사용은 주체적인 느낌을 암시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자신의 트라우마 경험에 대해 쓴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더 정확히 인식하는 동시에 트라우마를 받아들인다.

 

 

6. 스티븐 글래스, 거짓 인터뷰와 가짜 기사를 쓰다

 

1995, <뉴 리퍼블릭 New Republic>이라는 잡지사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고 유망한 스티븐 글래스 Stephen Glass를 고용했다. 그는 몇 달 안에 논평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광범위한 주제로 본격적인 기사들을 써냈다.

글래스의 동료와 독자들을 그토록 흥미로운 인물들을 찾아내 인터뷰하고 그들로부터 다채로운 발언들을 끌어내는 그의 능력에 경탄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가 좋은 기삿거리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냥 그 이야기를 자신이 <지어냈기> 때문인 듯했다. 마침내 편집장에게 덜미를 잡힌 글래스는 잡지사에서 해고당했다.

 

글래스는 자기가 지어낸 이야기에 언어적 지문을 남겼을까? 나는 우리의 텍스트 분석 프로그램으로 이 문제를 확인해 보았다.

글래스의 진짜 이야기 혹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에서는 단어들이 다음과 같은 사용되는 특징이 있었다.

일반적인 단어, 수를 나타내는 단어, 세부 사항이 더 많이 들어 있다.

감정(특히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와 인지적 단어가 더 적게 사용되었다.

동사가 더 적게 사용되었다.

– <>라는 단어로 자기 자신을 덜 언급했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자신에 관한 언급을 제외하면, 글래스의 진짜 이야기에 사용된 단어는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쓴 사람들의 단어와 비슷했다. 반면 글래스가 지어낸 이야기들에는 가상의 트라우마에 대해 쓴 글과 사실상 똑같은 언어적 지문이 남아 있었다.

 

흥미로운 하나의 예외는 <>라는 단어의 사용이었다.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쓴 사람들이 <>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는 점을 떠올려보라. 이것은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가 더 진실한 감정을 일깨우고 더 투철한 주체의식과 관련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 설명을 참고하면 스티븐 글래스가 지어낸 이야기에 <>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글래스는 가짜 이야기를 쓰면서 실제 사건에 대해 쓸 때보다 더 대담한 문체를 구사했다. 글래스는 오히려 거짓말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때처럼, 진정한 자부심과 자기 자신을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7. 상대가 우리를 속일 때, 우리는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텍스트 분석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주체에 대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신념을 표현하는 건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얼마나 잘 감지해낼 수 있을까?

[2] 몇 년 전 매트 뉴먼, 다이앤 베리, 제인 리처드와 나는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해보았다.

 

우리는 200명 정도의 학생들을 모아 매우 감정적인 주제인 낙태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반대 입장을 제시하게 했다. 일부 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태도에 대해 각각 한 편씩 글을 써서 우리에게 나중에 메일로 보내게 했다. 다른 집단은 심리학과 실험실 한구석에서 두 편의 글을 타이핑하게 했다. 나머지한 집단에게는 자신의 진짜 신념과 거짓 신념을 말하게 하고 연구자들이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

 

사람들은 어떤 글이 당신의 진짜 신념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학생 몇 명을 모아 400여 편의 글을 읽게 하고 그것이 각각 글쓴이의 진짜 신념인지 아닌지 판단하게 했다. 정답을 우연히 맞힐 확률은 50퍼센트이고 이 학생 판정단의 정확도는 52퍼센트였다. 다시 말하면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경우, 가짜와 진짜 신념을 가려내는 정확도는 67퍼센트 정도였다. 사용된 단어에 나타나는 정직함의 표시는 우리가 다른 연구들에서 발견한 것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짜 신념을 표현할 때 더 많은 단어를 사용했고, 더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으며, 더 길고 복잡한 문장을 구사했다. 이들의 주장은 더 함축적이었고 덜 감정적이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배타적 단어(~를 제외하고, ~없이, 그러나, 하지만)를 상대적으로 아주 많이 사용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배타적 단어를 사용해서 진짜 신념을 표현할 때는 자신이 믿는 바와 믿지 않는 바를 뚜렷이 구분하는 용도로 한정해서 사용하려고 했다.

 

사람들은 진짜 신념을 말할 때 <나는>이라는 단어를 훨씬 많이 사용하여 자기 자신을 많이 언급했다. 자신의 신념을 기만하고 거짓 신념을 말할 때는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현했다.

 

감정적 주제에 대해 자신의 관점과 반대되는 관점을 말하거나 글을 쓰게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기만에 대한 고위험 부담 실험은 아니다.

[3] 그래서 몇 년 전 폴 에크먼, 모린 오설리번, 마크 프랭크는 이보다 설득력 있는 접근법을 개발했다.

 

에크먼은 이전 세대 비언어적 소통 분야의 1인자로, 감정 표현의 비교문화 연구로 얼굴 지도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거짓말 하게 되었을 때의 표정 변화를 연구하기도 했다. 나는 에크먼이 근래에 수행한 거짓말 탐지 연구에 대해 매혹적인 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20명 정도를 대상으로 과학과 연극을 재미있게 결합한 실험을 수행했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당신이 한 시간 정도 참여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실험에 대한 글을 읽었다고 상상해보자. 실험에 참가하려고 연락하면 메일로 설문지 하나가 온다. 설문지는 사형제도, 흡연, 환경운동 같은 주제들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묻는 내용이다. 그리고 실험 당일에는 에크먼 교수와 만나서 당신이 확고한 신념을 표현했던 주제들에 대해 잠시 면담을 할 것이라고 안내해 준다. 참가자 중 일부는 자신의 진짜 신념을 말하라는 지시를 받고, 나머지는 자신이 설문지에 쓴 것과 반대인 입장을 주장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에크먼 교수는 당신과 몇 분 정도 이야기하고 나서 당신이 진짜 신념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판단할 거라고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부터다. 당신이 진실을 말하고 교수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으면 당신은 10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당신이 거짓말을 하는데 교수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으면 50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그런데 교수가 당신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추가금액을 받지 못하는 데다 소음의 방에서 벌칙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당신은 에크먼 교수에게 당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야 우리하다.

 

에크먼의 연구팀은 참가자와의 면담을 녹화하고 나중에 그 영상을 심리학자, 중앙 및 지방 법집행 관계자, 심문 훈련을 받은 연방 고위 공무원 등에게 보여준 후 진실을 말하는 사람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구분해 보라고 했다. 정확하게 판단할 확률은 50퍼센트였고 영상을 본 사람들의 정확도는 전반적으로 51퍼센트에서 73퍼센트 사이였다.

 

에크먼의 강의를 들은 뒤, 나는 그 면담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기록을 제공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에크먼의 공동연구자인 모린 오설리반은 내가 보낸 결과물을 보자마자 내가 아주 잘 해냈다고 답해주었다. 적은 표본으로도 컴퓨터는 65퍼센트에서 75퍼센트 정도의 정확도로 정답을 맞혔다.

 

요컨대 에크먼과 면담할 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 사람드렝 비해 더 많은 단어, 더 어려운 단어, 더 길고 복잡한 문장을 사용했고, 긍정적 감정을 덜 표현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진실을 말한 사람들은 <>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8. 무죄로 밝혀진 사람과 유죄로 밝혀진 피고인의 차이는 <대명사>에 있었다

 

실험실에서 거짓말을 연구하는 조금 더 예리한 방법은 참가자로 하여금 실제로 도덕성이 의심되는 행동을 하게 한 후 본인의 동의하에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조사관에게 거짓말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표준 기법을 <모의 범죄 mock crime>라고 한다.

 

[4] 우리는 실제로 몇 년 전 매트 뉴먼과 함께 이런 실험을 해보았다.

 

실험에 참가하기로 한 학생들은 처음에 매트를 만나서 몇 분 동안 어떤 방에 들어가 있으라는 설명을 듣는다. 학생은 방에 들어가 앉은 다음 의자 옆에 있는 책을 들어 160페이지를 편다. 거기에 돈이 있으면 훔친 다음 책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나중에 학생들은 누군가 방에 들어와서 혹시 돈을 가져갔느냐고 물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은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해야 한다. 참가자 모두 이 규칙에 동의했다.

 

일단 방에 들어간 참가자 중 절반은 돈을 발견하게 되어 있었고 절반은 돈을 발견하기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 후 연구자가 방에 들어와서 160페이지를 편 다음 이렇게 말했다. “여기 돈이 없네. 학생이 가져갔어요?” 모두 아니라고 대답했다.

연구자는 참가자에게 다른 방으로 가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조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는 그냥 학생에게 방에 들어가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자세히 말해 보라고 하는 것뿐이었다. 학생들의 진술 기록은 나중에 컴퓨터로 분석되었고, 다른 연구들에서도 그랬듯이 우리는 우연히 맞힐 확률보다 훨씬 더 정확히 거짓말하는 사람을 맞혔다.

 

모의 범죄 연구와 다양한 태도(입장) 연구에서는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요컨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 속에 거짓말이라는 단서를 제공하는 믿을 만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연구에서 언어와 거짓말의 연관성을 시험해 보기 시작했다.

 

[5] 의사소통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연구자 중 한 사람인 주디 버군(Judee Burgoon은 다양한 유형의 거짓말, 특히 일상 속 대화에서 나타나는 거짓말에 특유의 언어적 지문이 있다는 사실을 수많은 연구를 통해 보여주었다. 그녀는 실험실 기반의 거짓말 연구들이 대학생 이외의 집단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보여주었다.

 

[6] 게리 본드(Gary Bond)와 그의 동료들은 미국 내 여러 교도소의 남녀 재소자에게도 거짓말과 관련된 실험 절차를 수행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통제된 실험의 이점은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있는 깔끔한 그림이 나온다는 점이다.

 

거짓말 연구에 대한 논문들을 몇 편 발표한 후, 나는 그때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흥미로운 대학원 지원서를 받았다. 드니스 허들이라는 이 지원자는 지난 21년 동안 사설 조사업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사람이었다.

우리는 곧 만났고 대학원은 그녀의 길이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그 대신 나는 현실 세계에서 검증된, 단어 분석을 통한 거짓말 탐지기를 그녀와 함께 개발했다.

 

우리는 창의적인 연구를 하나 고안해냈다. 우리(라고 했지만 사실은 드니스)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증인석에서 확실히 거짓말을 한 많은 사람들의 재판 기록을 추적했다. 미국 사법 체계에서는 중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가 이어서 위증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도 있다. 위증죄에 대한 유죄 판결은 대개 피고가 증인석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내려진다.

 

우리는 증인석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지만 어쨌든 유죄 판결을 받은 또 다른 집단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드니스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나중에 DNA 같은 강력한 증거 덕에 무죄로 밝혀진 열한 명을 추적할 수 있었다. 나중에 무죄가 밝혀진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는 데 서툰 사람들임을 분명했기 때문에 이들은 중요한 비교집단이었다.

 

드니스는 무죄로 밝혀진 열한 명과 함께 흉악 범죄로 기소된 서른 다섯 명의 사례까지 추적하느라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드니스의 노고는 결국 성과를 거두었다. 사례가 많지 않았지만 결과는 의미 있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대명사 사용에서 나타난 차이였다.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밝혀진 피고들은 흉악 범죄나 위증죄가 있었던 사람들에 비해 1인칭 단수 대명사를 훨씬 많이 사용했다. <>라는 단어는 결백하다는 신호였다. 흥미롭게도 정말 유죄였던 피고들은 3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들은 비난을 자신에게서 다른 곳으로 떠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전의 많은 연구들에서처럼 진실을 말한 사람들은 더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고, 사건을 더 자세히 묘사했으며, 더 복잡하게 생각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사례에서 기록들을 통해 진실을 말하는 사람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우연히 가려낼 확률은 50퍼센트이지만 컴퓨터를 통한 정확도는 76퍼센트에 달했다.

 

 

9. 인터넷 소개팅 사이트에 올라온 자기 소개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법

 

[7] 핸콕(Jeff Hancock)과 코넬 대학교의 연구팀은 뉴욕에 사는 80명의 인터넷 소개팅 사이트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막힌 연구를 수행했다. 남자 반 여자 반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소개팅 사이트 네 군데 중 한 곳에 올린 자기 소개서를 바탕으로 선별되었다. 모든 소개서에는 사진, 몸무게, , 나이에 관한 정보와 함께 각자 관심사에 따라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 포함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은 실험 참가에 동의한 후 한 명씩 실험실에 와서 몇 가지 설문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운전명허증을 스캔하고 키와 몸무게를 쟀다.

 

핸콕은 확실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정보가 얼마나 거짓에 가까운지 판단할 수 있었다.

남자들은 키에 대해, 여자들은 몸무게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더 잘 나온 사진을 올려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남녀 모두 실험실에서 찍힌 사진에 비해 잘 나온 사진을 올려놓았다.

 

이 연구의 핵심은 소개팅 사이트 회원들 중 가장 정직한 사람과 가장 거짓스러운 사람의 자기 소개글에 사용된 단어가 다른치 판단하는 것이었다. 가장 정직한 사람들은 더 많은 단어, 더 어려운 단어, 더 긴 문장, 더 적은 감정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직성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은 당연히 <>라는 단어의 사용이었다.

 

기능어로 정직과 거짓의 소개서를 구분할 수 있기는 했지만 소개서는 내용어에도 차이가 있었다. 요컨대 자기 소개들을 정직하게 쓰지 못하게 쓴 사람들은 자신을 묘사할 때 초점을 민감한 주제에 두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면, 몸무게에 대해 거짓말 하는 남녀는 음식, 식당, 식사 같은 것들을 좀처럼 언급하지 않았다.

 

인터넷 소개팅 상대의 정보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 알아내는 데 정말 컴퓨터가 필요할까? 그냥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을까? 핸콕의 연구는 다소 암울한 그림을 그린다. 핸콕은 50명의 학생들에게 인터넷에 올라온 각각의 소개서가 믿을 만한지 평가해달라고 도움을 구해다. 이 평가는 동전던지기로 믿을 만한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것보다 나을 바가 없었다.

 

 

10. 이라크 전쟁 발발 전, 딕 체니 부통령의 거짓 인터뷰 판별법

 

2001911일에 세계무역센터와 미 국방부가 공격받은 직후, 부시 행정부는 이 공격에 이라크가 어떤 역할을 했으리라고 확신했다.

 

향후 1년 반에 걸쳐 부시 행정부는 잠복 테러리스트니, 대량살상 무기를 만든다느니, 서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우려를 점점 더 키우기 시작했다.

뒤늦게 깨닫고 보니 이 우려의 대부분은 근거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라크의 위험에 관해 늘어만 가던 과장된 말들은 20033월 이라크 침공 및 점령을 추진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인터넷 소개팅 사이트에서 발견되는 거짓말을 연구했던 제프 핸콕은 CPI(공공첨령센터)의 자료(이라크 침공 이후 몇 년 동안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 발발 사이에 핵심 정부 인사들에게서 나온 공식 발언들)를 분석했다.

 

코넬 대학교 연구팀은 객관적으로 거짓인 주장을 적어도 하나 포함하는 동시에 같은 수의 정직한 주장을 담은 532개의 진술을 수집했다.

 

컴퓨터의 텍스트 분석 프로그램으로 진실한 진술과 거짓 진술을 비교해보자 다른 연구들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진실한 진술은 <>라는 단어의 잦은 사용과 관련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진실한 진술은 더 미묘한 느낌을 전달했고, 세부 사항에 더 주목했으며, 감정과 덜 연관되는 경향이 있었다.

 

거짓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는 훨씬 쉬워진다. 하지만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는 채로 그들의 말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가늠해 보려고 한다면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거짓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두 문제점은 우리가 <진실>인지 모른다는 것과 우리가 진실의 <비율>을 모른다는 점이다.

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몇 달 동안에는 믿을 만한 진실도 없었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확실한 느낌도 없었다. 문제를 더 골치아프게 만든 것은, 행정부에서 나온 거짓 진술을 말하는 사람이 그것을 진실로 믿고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다.

 

 

11. 정직한 표현에 드러나는 특징들

 

감정의 부정 및 지나친 자신감과 관련 있는 자기기만적 표현에서 감옥행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거짓말까지, 거짓의 유형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런 다양한 거짓말과 관련된 동기, 전략, 사람은 모두 상당히 다르지만 거짓말에 사용되는 언어의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1인칭 단수 대명사는 사실상 이 책의 거의 모든 장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거짓을 탐지하려고 할 때 <>라는 단어는 정직함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시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주의가 쏟아지는 상황에 처했을 때 더 겸손하고 정직해진다고 한다.

현재 노르웨이의 베르겐 대학교에 있는 로버트 위크런드는 1970년대에 자의식에 대한 이론을 제창했다. 위크런드와 동료들은 사람들이 둘 중 하나의 조건에 일련의 절차를 수행해야 하는 창의적인 실험을 수십 개 고안해 냈다. 즉 참가자들은 거울 앞에서 혹은 거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어진 질문지에 답을 해야 했다. 거우 앞에서 질문지에 답한 참가자들은 자아 존중감이 낮아지고 긍정적 기분이 대체로 덜 느껴졌다고 보고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거울 앞에서 응답한 참가자들이 질문지에 더 정직하게 답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자신의 몸무게, 성적, 행동 등에 대해 대답한 내용은 실제 몸무게, 성적, 행동의 객관적 측정치와 일치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질문지에 답했을 때는 <>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라는 단어는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를 반영한다. 수많은 연구를 살펴볼 때, <>라는 단어의 사용이 늘어나는 경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정직해진다.

 

인지적 복잡성을 나타내는 문장을 구사한다.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때 하는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복잡하다. 사람들은 진실을 말할 때 더 많은 단어를 사용할뿐만 아니라 더 길고 복잡한 문장을 구사한다. 진실을 말할 때 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진실한 진술이 더 정밀하고 미묘한 차이를 잘 표현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진실한 진술에는 <깨닫다>, <이해하다>, <생각하다> 등 통찰과 관련된 단어가 사용되어 사려깊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거짓말을 할 때는 자신이 하지 않고,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은 대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어렵다.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를 말한다면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거짓말은 그 사람이 했거나 보았을 만한 일들에 대한 간단하고 직설적인 진술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매우 적다.

 

시간, 수량, 행동 등 <세부 정보>를 나타내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전달할 때는 그것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자신은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기억을 풍부하게 떠올릴 수 있다.

우리 몸과 그 사건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3차원 공간에 함께 존재했다. 따라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묘사할 때 시간, 장소,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함께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지적 복잡성과 세부 정보를 나타내는 단어의 사용은 증인 신문에 사용된 진술에 대한 최근의 연구와도 잘 들어맞는다.

[8] 용의자 면담 분석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앨더트 브리지(Aldert Vrij)는 사람들이 질문을 받는 방식에 따라 거짓말 탐지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경찰, 부모, 친구 등 면담에서 혐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상대에게서 아니라고 부정하는 짧은 진술만 들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진술은 참인지 거짓인지 가려내기가 극히 어렵다. 브리즈와 그의 동료들은 그러는 대신 조사나 면담을 할 때 조사받는 사람이 더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게 하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게 하고,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종하도 한다.

용의자가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되면 그가 한 말을 바탕으로 그가 무죄일지 유죄일지 판단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다른 사람들을 들먹이지 않는다.

 

다양한 유형의 거짓은 낙관주의와 지나친 자신감과 관련이 있다.

상식과 달리, 거짓스러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언급하고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거짓말쟁이라고 하면 흔히 외롭고, 교활하고, 간사하고, 자기혐오에 빠져있고, 믿을 수 없고, 필사적으로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불안한 사람을 떠올리겠지만 그런 거짓말쟁이는 아주 드물 것이다.

 

거짓과 관련된 기록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자신의 진술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들먹이거나 비난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일이 그토록 많다는 데 놀라게 된다.

 

불필요한 동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동사는 복잡하다.

영어의 경우, 동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적게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더 거짓스러운 경향이 있다.

 

 

12. 거짓말임을 알아볼 수 있는 흔한 표현들

 

영어에서 조동사가 사용되는 방시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밀한 의미에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면서도 그들을 속이려고 할 때 어떤 방법을 쓰는지 보여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다음과 같다.

 

실수가 저질러졌어.” 같은 수동 표현을 사용한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한다.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아무리 그럴싸하게 말하더라도 뭔가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맹세컨대같은 수행적 표현을 사용한다.

 

언어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수행적 표현 Performative이라는 언어적 장치를 흥미롭게 여겼다. 수행적 표현이란 <진술에 대한 진술>이다. “<약속하건대>(혹은 맹세컨대), 전 그 돈을 훔치지 않았어요라는 말에서 <약속하건대>라는 구절이 수행적 표현이다.

수행적 표현의 흥미로운 점은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에게, 친구들에게, 또 크게 보면 이 세상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이것들 중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거나 자신의 실제 모습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이게 하기 위한 하얀 거짓말이다.

 

모든 거짓말이 완전 나쁘지만은 않다. 거짓말은 우리 삶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거짓말에 사용되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어에서 발견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기능어는 그 본질상 사회적인 단어들이다. 기능어는 우리가 사물, 사건, 가장 중요하게는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 대해 알려준다. 보았다시피 거짓말은 결국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변화를 반영한다. 거짓이 발생하는 순간 인간관계는 변하고, 그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어에 반영된다.

 

단어의 사생활_3장

Chapter 3_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대통령들은

어떻게 단어를 사용할까

 

 

영화 <대부 The Godfather>의 한 장면을 보자. 뉴욕에 있는 한 회의실에서 5대 마피아 조직의 두목들이 둘러앉아 있다. 이 회의는 마피아 조직들이 불법 마약 사업을 시작할지 말지 논의하는 자리다. 여기서 돈은 마피아 집단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돈 바지니 : 그럼 우린 합의했소. 마약 거래는 허용되지만 통제될 것이고, 돈 코르레오네는 동부를 보호할 것이고, 그러면 평화로울 거요.

돈 타탈리아 : 하지만 난 코르레오네에게 확답을 받아야겠소. 시간이 지나 그가 강해지면 개인적으로 복수를 시도하지 않겠소?

돈 바지니 : 이보시오, 여기 모인 우리는 다 분별 있는 사람이잖소. 우리는 변호사처럼 확신을 줄 필요가 없소

 

다음 장면에서 코르레오네는 회의장을 빠져나와 변호사 톰 헤이건과 함께 리무진을 타고 간다. 헤이건은 코르레오네가 협의에 대해 보다 자세히 논의하기 위해 다음에 타탈리아를 만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코르레오네는 이렇게 말하며 진짜 의사결정자는 타탈리아가 아니라 바지니라고 암시한다.

타탈리아 그 포주놈오늘에야 그게 여태 바지니 짓이엇다는걸 알았네.”

 

코르레오네는 바지니가 더 강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회의실 장면에서 바지니는 더 여유있어 보이는 반면 타탈리아는 더 뻣뻣하고 불안해 보인다. 두 남자의 언어역시 다르다. 바지니가 주로 사용하는 대명사는 <우리>이며 타탈리아는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실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은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일관성 있는 지표고, <>라는 단어는 낮은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다. 작가 마이로 푸조는 단어를 권력 및 지위와 연관 짓는 대명서 연구에 대해서는 몰랐겠지만 등장인물들의 언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직관적으로 알았다.

 

 

1. 지위를 알려주는 비언어적 요소들

 

낯선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집단의 서열을 알아내려는 머릿속 계산에는 누가 책임자고 누가 제일 아랫사람인지 혹은 누가 그 상황에서 불편해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포함된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는 <비언어적 단서><언어적 단서>.

 

한 세대의 연구자들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각각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해왔다.

[1]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주디스 홀(judith hall)은 수십 건의 뛰어난 과학적 연구를 신중하게 분석하여 몇 가지 유형의 행동만이 지위와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큰 목소리 :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지위가 낮은 사람들보다 더 크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끼어들기 :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보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더 잘 끼어드는 편이다.

신체적 친밀감 :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앉거나 서는 경향이 있다.

개방성 :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몸이 더 열려 있는 자세를 취한다.

 

지위와 관련된 이 네 가지 비언어적 요소를 기억하기 전에 이것들도 그렇게 일관성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주디스 홀이 내린 결론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서는 신뢰할 수 있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일부 비언어적 단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같은 사회적 계층 내 사람들 끼리는 큰 목소리가 우위를 어느정도 예측하는 지표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 계층 사람들끼리 대화할 때는 낮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이 더 크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주디스 홀의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위와 관련이 있다고 믿는 많은 행동들이 지위와 별로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덜 초조해 하고, 덜 웃고, 더 빨리 말하고, 목소리가 더 깊고 여유로우며, 다른 사람들을 더 만지고, 남들에게서 더 멀이 떨어져서 선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서 어떤 특징이 집단 내 지위와 권력을 알려주는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

 

 

2. 지위가 높은 사람은 <>라는 단어를 적게 쓴다

 

사람들의 여러 가지 글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은 그들이 사회적 서열관계에서 어디쯤에 속하는지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보여준다. 지위는 내용어보다 기능어에서 더 잘 드러난다. 그 중 한 가지 척도는 바로 <대명사>. 높은 위치에 속하는 사람들의 대명사 사용 패턴은 다음과 같다.

 

<>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한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낮은 지위의 사람들에 비해 <나는>과 같은 1인칭 단수 대명사를 사용하는 비율이 훨씬 낮다.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 비해 1인칭 복수 대명사(우리는, 우리를, 우리의)를 높은 비율로 사용한다.

 

<>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말이나 글로 된 대화에서 <너는>, <당신은>, <너희들은>, <당신들은> 등과 같은 2인칭 대명사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 다른 종류의 단어들이 지위와 관련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 <우리>, <(너희)>와 같은 대명사는 유독 일관성 있게 지위를 드러낸다.

대명사는 모든 단어 범주에서 가장 사회적인 성향이 강하며, 우리는 그런 대명사를 대화할 때 특히 많이 사용한다.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이 대명사에 나타난다. <>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라는 것은 상대방을 보고 있거나 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대화하는 동안 어디에 주의를 기울이는지 추적하는 흥미로운 실험 연구들이 몇 가지 있다. 좀 더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들이 말할 때는 듣는 사람들을 보는 반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을 때는 다른 곳을 보는 경향이 있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이와 정반대로 행동한다. 이들은 들을 때는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반면 자신이 말할 때는 다른 곳을 본다.

 

<(혹은 저)>라는 단어가 자신을 향한 관심을 반영하는 동시에 사회적 사다리의 낮은 곳을 향한다는 견해는 꽤 합리적이다.

<>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말할 때 상대방을 가리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라는 단어와 <>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의 주의 및 지위와의 연관성은 이치에 맞는다. 그럼 <우리>라는 단어는 어떨까?

 

 

3. <우리>라는 단어의 다섯 가지 의미

 

<우리>라는 단어는 적어도 다섯 가지의 다른 의미로 쓰인다.

 

<너와 나>라는 의미의, 우리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그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우리>. 이 경우 우리는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너 빼고 내 친구들>이라는 의미의, 우리

다른 직장 동료에게 말하길, “그 다음에 우리는 아침을 먹었지즉 제 3자와의 경험에 대하여 말할 때 쓰는 <우리>의 사용은 끈끈한 <우리>에 당신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타적이다.

 

<너희들>이라는 의미의, 우리

이 경우 말하는 사람은 <우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을 해달라고 정중하게 요구하는 <우리>이다. 예컨대 수업이 시작했음에도 학생들이 떠들고 있으면 나는(글쓴이) “우리 서로 그만 얘기할 수 없을까? 라고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라는 의미의, 우리

가끔 영국 왕실에서 쓰이는 <우리>처럼, <>라는 의미의 <우리>는 책임을 분산하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암시하기 위해 사용된다.

 

<생각이 같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우리

생각이 같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우리><우리>중에서도 정치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유형이자 의미가 가장 모호한 유형이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정부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우리>의 결정적 특징은 이 단어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구체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너와 나>라는 뜻의 <우리>만 진짜로 인칭을 나타내고 사람과 듣는 사람의 유대를 강화하거나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네 가지 <우리>는 오히려 대화하는 사람들 간에 벽을 세운다. 그러나 사람들이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감에 따라 거리감이 느껴지는 <우리>를 더 자주 사용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종합하면, 비언어적 단서와 언어적 단서는 공식적 지단과 비공식적 집단 모두에서 사람들의 상대적 지위를 드러낼 수 있다.

 

 

4. 이메일에서 교묘하게 드러나는 나와 상대방 사이의 지위의 높낮음

 

당신 자신의 지위를 알아내는 법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최근 당신이 누군가에게 보낸 이메일 열 통을 살펴보고, 반대로 그들이 당신에게 보낸 이메일 열 통과 비교해 보라. 각자 사용한 <(혹은 저)>라는 단어의 비율을 계산해보라. 시간이 남으면 <>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와 <우리>라는 단어도 똑같이 계산해보라. 통계적으로는 <>라는 단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지표다.

일반적 원칙에 따르면 <>라는 단어를 적게 쓰는 쪽이 사회적 서열이 더 높은 사람이다.

 

[2] 우리가 이것을 아는 이유는 매트 데이비스와 내가 몇 년 전 수행한 이메일 연구 덕분이다. 우리는 지원자 열 명을 모집해 그들이 열다섯 명 정도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분석할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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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자체에 더하여 우리는 지원자들로 하여금 이메일을 주고받은 상대에 대하여 다양한 질문에 점수를 매겨보게 했다. 그 중 중요한 질문은 자신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 지위>에 관한 것이었다. 모든 상대는 7점 만점인 질문지에서 상대적 지위로 평가받았다. 예컨대 지원자가 대학원생이면 교수는 6점이나 7, 고등학교 동생은 1이나 2점을 받을 수 있었다.

 

결과는 명백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이메일에서 <>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했고, <>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와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이것은 미미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러한 경향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지위의 높고 낮은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다들 드러내놓고 언급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위를 의식하지 못하고, 특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는 더욱 그렇다.

 

 

5.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라는 말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이다

 

이메일이나 편지를 주고받을 때와 달리 대화할 떄는 별 생각없이 입에서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이메일이나 대화는 매우 다른 형태의 사회적 상호작용이지만 문자를 이용한 소통에서 지위를 드러내 보이는 단어들은 대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한다.

 

[3] 일상 대화 속 대명사 사용과 지위의 연관성에 대한 초기 연구에서, 우리 대학원생 이와 캐시위츠(Ewa Kacewicz)<알아가기 get-to-know-you> 실험을 수행할 학생들을 모집했다

 

이 실험에서는 낯선 사람들끼리 짝을 지어 방에 들어가게 한 다음 10분 동안 마음 가는 대로 대화하게 하고 그 장면을 녹화했다. 대화는 지극히 무난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전공은 뭐예요? 학교 맘에 들어요?” 대화가 끝나면 각각 다른 방으로 들어가 그 대화를 평가했다. 둘 중 어느 쪽이 지위가 높은지, 그리고 누가 대화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었는지에 대해 두 사람 다 동의하는 편이었다.

캐시위츠의 연구와 비슷한 연구들에서 도출된 결과들은 명확하고 연관성 있었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우리>라는 단어와 <>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한다.

인터넷 채팅에서도 똑같은 양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충격적인 점은 대화에서는 사회적 서열관계가 매우 빨리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캐시위츠의 첫 번째 실험에서 대화를 나누게 될 두 사람은 실험실에 와서 처음 본 사이였다. 이들은 둘 다 자리에 앉고 카메라가 켜질 때까지 말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들은 대화한지 1분 만에 그들 사이의 서열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당신은 인터넷으로 낯선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는 서열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리 오래걸리지 않는다.

 

[4] 인터넷 채팅 연구는 내가 동료 샘 고슬링, 대학원생 일라 토스칙과 함께 대형 강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수행안 연구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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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에 참가한 수백 명의 학생들은 특정한 시각에 인터넷에 접속해서 무작위로 짝을 배정받았다. 이들은 15분 동안 원하는 대로 아무렇게나 대화를 나누라는 요청을 받았다. 15분 후 그 대화에 관한 설문지에 답했다.

 

대화 연구와 마찬가지로 서열관계는 3분 안에 명확해졌다. 우리가 이 결과에 놀란 이유는 외모에 관한 단서, 목소리, 두 사람의 지위를 판단할 수 있는 그 어떤 실마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오간 대화를 조금 읽어보니, 서열관계가 정해지는 과정을 이해하기가 조금 쉬워졌다. 대화 초반에 두 사람은 각자 자신에 관한 단서를 던져주는 동시에 상대에 관한 단서를 노렸다. 일부 참가자들은 상대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미묘한 단어를 쓰기도 했다. 다음은 두 여학생이 대화를 나누는 도입부다. B가 두 여학생이 대화 후 작정한 설문지에서 더 우위에 있다고 동의한 사람이었다.

 

A: 이봐요, 여기 누구 있나요?

B: 나 있어요. 안녕하세요.

A: , 안녕하세요

B: 난 브리타니예요.

A: 우리 무슨 얘기 할까요? 난 크리스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B: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요, 당신 남자예요 여자예요?

A: ㅋㅋ 여자요.

B: 크리스는 뭐랄까, ㅋㅋㅋ 좀 헷갈리는 이름이잖아요. 만나서 반가워요. 몇 학년이죠?

A: 신입생이요. 당신은요?

B: 좋네요. 2학년이에요. 전공은요?

A: 스튜디오 미술인데 난 사진 보도를 하려고 커뮤니케이션 쪽으로 전과할거예요. 당신은요?

B: 역사학이요.

A: 지금 뭐 준비하는 거라도 있어요?

B: , 난 고등교사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데 그거 말곤 없어요. 당신은요?

A: 난 사진가가 되려고 생각 중이에요. 난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싶진 않아요.

B: 사진 좋죠

A: 난 미술을 진지하게 하고 있지는 않아요. 고등학교 때 미술을 해서 여기 미대에 들어올 수 있었죠.

 

처음 두 사람이 같은 스타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는데 주목하자. 하지만 브리타니는 세 번째 발언으로 은근히 기 싸움을 한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요.”

이후 둘 다 상대의 서열을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탐색한다. 하지만 브리타니는 크리스가 일단 더 어리고 덜 유망한 분야를 전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심리적으로 주도권을 잡는다.

 

흥미롭게도 둘은 즐겁게 대화했고 서로 맘에 든다고 대답했다. 대화 시간이 끝날 때쯤 두 사람은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나중에 다시 연락하기로 약속했다. 그들이 만나서 커피 한 잔을 하게 되더라고 여전히 두 사람이 보기에는 브리타니의 지위가 더 높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지위를 판단하는 행동은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 훨씬 더 간단한 잣대로 지위를 가늠하는 사회도 있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사회적 서열을 판단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나이다. 나이가 같으면 그 다음에는 재산이나 수입으로 판단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서로의 생활에 관해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일이 흔하다. 서양에서는 무례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6.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대통령, 그들은 어떻게 단어를 활용할까?

 

[5] 정치심리학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책 <감성의 정치학 The Political Brain>에서 저자인 드루 웨스텐은 성공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유권자드롸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논리, 지성,이성도 분명 굉장히 좋은 자질이기는 하지만 당선을 좌우하는 것은 선거운동의 사회적, 정서적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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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사회적 정서적 성향은 바디 랭귀지, 어조, 그리고 당연히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 감지될 수 있다. 언어적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들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단어로 끊임없이 흔적을 남긴다.

 

사회적 정서적 성향을 측정하는 꽤 간단한 방법은 인칭 대명사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세보는 것이다. 일반적인 원칙에 따르면 자기성찰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 <우리>, <(당신, 너희들, 여러분)>, <그녀>, <그들>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인칭 대명사를 자주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긍정적 및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감정적으로 더 깨어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대통령들이 연설에서 사용한 대명사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전반적인 사회적정서적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몇몇 대통령은 전임자보가 훨씬 더 사회적 정서적 성향이 강했다.

 

신년 국정 연설은 본래 이론상 격식 있는 연설이다. 그 어조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만 그것이 반드시 대통령의 심리학적 기질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지금은 흔히 열리는 기자회견 덕분에 대통령의 언어를 더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시작으로 기자회견은 언론과 대통령 사이의 자유로운 소통의 장으로 녹취나 저장이 가능하도록 발전했다.

 

흥미롭게도 대통령들의 기자들과 대화하는 방식은 신년 국정 연설과 언어적으로 상당히 비슷하다. 조지 W. 부시는 국정 연설 때와 같이 기자 회견장에서도 가장 사회적 정서적 언어를 사용하는 대통령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로 사회적 정서적 언어를 가장 적게 사용한 대통령은 단연코 닉슨이었다.

 

 

7. <워터게이트 사건> 전후, 닉슨 대통령의 단어 사용에 나타난 변화

 

상대적 지위에 관한 최고의 자연 실험 중 하나는 한 세대 전에 만들어진 녹음 테이프에서 시작되었다. 녹음된 내용은 미국을 뒤흔들었던 워터게이크 사건이 터지면서 공개되었고 대통령의 퇴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리처드 M. 닉슨은 1968년 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2년 후 백악관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 비밀 녹음 장치를 설치했다. 이 일에 대해서 소수의 참모만 알고 있었고, 녹음된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닉슨 자신은 숨겨진 마이크의 존재에 그리 개의치 않았다.

4년 뒤 닉슨은 처음부터 여론조사에서 절망적으로 뒤처지던 민주당 후보에 맞서 재선에 도전했다. 닉슨의 고위급 참모들 중 일부는 닉슨의 재선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많은 불법 활동을 용인했다. 이들의 계획 중에는 민주당 선거운동본부에 몰래 숨어들어가 민주당 선거 전략가들의 전화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건물을 빠져나가는 순간 야간 경비원 한 명 때문에 지역 경찰에 붙잡혔다.

침입 사건 이후에는 이 일을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넉 달 후 치른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젊은 두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이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 끝에 닉슨의 최측근 보좌관이 얽혀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워터게이트 사건>1973년 호부터 19748월 닉슨이 퇴진할 때까지 대서특필되었다.

 

이 사건과 가장 관련이 깊은 테이프는 닉슨과 법률 고문 존 딘, 민정수석 존 얼리크먼, 수석보좌관 H. R. 홀드먼과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었다. 이 기록은 나 같은 언어 분석 연구자와 역사가들에게는 보물창고 같은 것이었다.

 

[6] 실험실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위가 높은 닉슨은 보좌관들에 비해 <>라는 단어를 더 적게 사용했다. 전반적으로 1인칭 단수 대명사는 닉슨이 사용하는 단어 중 3.9 퍼센트를 차지한 데 비해 보좌관들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5.4 퍼센트를 차지했다. 닉슨은 <우리>라는 단어(1.4 퍼센트 대 0.8 퍼센트)<당신>이라는 단어(3.4 퍼센트 대 1.8 퍼센트)를 보좌관들에 비해 더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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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을 자세히 분석해 보니 닉슨은 세 사람과 각각 매우 다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닉슨의 1인칭 단수 대명사 사용 비율은 홀드먼과 대화할 때보다 딘이나 얼리크먼과 대화할 때 현저히 낮았다. 이러한 대명사 사용 패턴은 닉슨이 홀드먼과는 동등하게 대화한 반면 딘과 얼리크먼에게는 훨씬 더 거리를 두었음을 알려준다. 훌륭한 추측이기는 한데 정말 그럴까?

 

우리가 녹취록을 분석하기 시작할 때 사건에 연루된 사람 중 살아있는 사람은 존 딘 뿐이었다. 그는 나의 이메일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딘 자신과 닉슨의 관계는 공식적이고 정중했다. 흥미롭게도 딘은 워싱턴 정치에 관해서는 자기 <머리 꼭대기에> 있을 때가 많았던 얼리크먼을 거만하지만 불안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딘은 워터게이트 테이프에서 자신과 관련된 부분을 들으면서 얼리크먼이 홀드먼의 자리를 노리고 그토록 기 싸움을 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얼리크먼은 닉슨과 대화할 때 과하게 애를 쓰다 못해 비굴하다시피 했다. 닉스는 더 공식적인 관계였던 딘보다 얼리크먼에게 심리적으로 더 거리를 두며 대했다.

 

<>라는 단어에 관한 마지막 분석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매우 높은 지위와 자아 존중감을 즐기고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라는 단어를 매우 적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

19726월에서 대략 11월까지 보좌관들과의 대화에서 닉슨의 <>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은 2~4퍼센트였다. 하지만 일이 계속 커지고 닉슨의 지위가 손상됨에 따라 <>라는 단어의 사용은 나날이 늘어갔다. 19737, 마지막 테이프가 녹음될 무렵에는 전체 사용 단어에서 <>라는 단어의 평균 사용 비율이 7~8퍼센트 근처까지 올라갔다. 요컨대 닉슨은 자신의 정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함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덜 지배적이고 덜 강력한 태도로 대하게 되었다.

 

워터게이트 녹취록은 우리가 닉슨의 눈(혹은 입)을 통해 보좌관들 사이의 서열을 가늠할 수 있음도 보여준다. 우리는 닉슨이 민정수석인 얼리크먼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수석보좌관인 홀드먼의 말에 더욱 민감하고 열린 태도로 반응했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대명사 연구를 통해 보좌관들끼리의 상대적 서열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는 닉슨이 얼리크먼보다 딘에게 더 높은 지위를 부여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 딘과 얼리크먼이 함께 있었을 떄는 얼리크먼이 딘보다 지위가 높았을 수도 있다. 한 집단의 지위 서열의 복잡성은 다른 집단 사람들의 분석을 통해서만 밝혀낼 수 있다.

 

 

8. 대통령들이 남긴 단어의 흔적들

 

사람들이나 과거의 작품을 이해하는 주요한 열쇠가 문자로 쓰인 단어라는 사실은 역사학자와 문학 연구자들에게 그리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텍스트 분석보다 주로 역사적인 작품을 읽는 데 의존한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최근 몇 년 사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정치학에서 그렇다.

우리는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흔적인 단어를 분석함으로써 역사적 사건들을 재해석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로널드 레이건

로널드 레이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래 사회적으로 가장 능숙한 대통령으로 여겨진다. 레이건이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사적이고 감정적인 언어를 사용한 비율은 항상 평균 근처를 맴돌았다.

하지만 그의 언어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로 미루어 보아 그가 사회적 정서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 레이건은 그보다는 뛰어난 이야기꾼에 가까워 보인다. 이야기를 하려면 사회적 단어와 함께 과거형 동사가 필요하다. 이 두가지 차원을 결합해서 분석해 보면, 이야기꾼으로서 레이건의 점수는 현대 대통령 중 그 누구보다고 훨씬 높다.

 

레이건의 공식 전기 작가였던 에드먼드 모리스는 레이건으로 하여금 사적이거나 감정적인 측면에서 마음을 터놓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전통적인 전기를 포기했다.

모리스에 따르면 그는 <온화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1988, 편집자 애드리아나 보쉬는 레이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여주는 TV 2부작 시리즈를 작업한 후 이렇게 말했다.

레이건은 자기성찰에 빠지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어요그릐 아들 론이 우리이게 이렇게 말했듯이 말이에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지 알았던 사람은 없었어요. 그리고 아버지도 자기 자신을 알았던 적이 없죠.>”

 

버락 오바마는 왜 <>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했을까?

<>는 구어체에서 흔히 쓰이지만 우리는 <>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거의 감지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라는 단어가 자신감이나 거만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 있는 사람들이나 항상 <>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오바마는 이와 관련된 완벽한 연구 대상이다. 2008년 오바마가 당선된 지 며칠 지나지 않다 전문가들, 특히 그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은 항상 그가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유일한 문제는 오바마의 <>라는 단어 사용을 굳이 세어보거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려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실제로 현대의 대통령들 중 누구보다도 <>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한다.

 

우리 기억속의 어떤 대통령보다도 실제로 오바마가 <>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한다면 왜 그토록 똑똑한 사람들은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것일까?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겸손한 사람에 비해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라는 단어를 훨씬 높은 비율로 사용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 거만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뇌는 그 믿음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오바마의 불쾌한 <>라는 단어 사용에 대해 가장 크게 떠들어댄 평론가들이 오바마와 정치적 관점이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오바마가 인상적일 정도로 적게 <>라는 단어를 적게 사용했다는 것은 오바마가 자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헤인즈 존슨은 아이젠하워 이후 대통령들을 연구해온 발군의 정치 보도 경력을 되돌아보며 <오바마는 내가 본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자신감 넘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대명사 사용은 존슨의 관점을 뒷받침한다. 오바마의 언어는 자기 확신과 함께 감정적 거리를 암시한다.

 

 

9. 조지 W. 부시, 이라크 전쟁 전후로 단어 사용에 변화가 생기다

 

<>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을 따라간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거나, 불안하거나, 자신을 드러내지않는 사람들은 1인칭 단수 대명사를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감이 넘치거나,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으면 <>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낮아진다.

우리는 부시가 질문에 대답하면서 사용한 <>라는 단어들을 분석함으로써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을 고려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밝혀낼 수 있다.

 

부시가 대통령이 된 지 9개월 만에 오사마 빈 라덴과 그 조직원들이 세계무역센터와 미 국방부 건물을 공격했고 그 사고로 3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못 된 2001107, 부시는 아프가니스탄에 공격을 가했고 빈 라덴을 잡으려는 헛된 시도로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무너뜨렸다. 부시는 이라크로 눈을 돌려 그들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33월 전면적인 침공을 개시했다. 이것은 대통령으로서 부시가 행한 조치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다.

 

부시가 취한 모순된 조치들은 그의 성격 탓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교적 꾸밈없는 사람이라고 보았고 그는 가끔 소년 같은 기쁨, 심술, 방어적인 모습, 연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 기록을 읽어보면 한 가지 질문에 답하면서도 그의 양면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상관없이 그 기록들을 통해 따듯하고 매력적이면서도 이따금 거만하고 못된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다.

 

부시의 첫 번째 임기를 규정하는 세 가지의 서로 관련된 사건들이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9/11 공격이었다. 미국 국민들에게 참고 견뎌야 할 존재였던 부시는 이 사건으로 며칠 만에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첫 번째 사건은, 이라크를 침공하겠다는 그의 결정이었다. 세 번째 사건은 20033월의 실제 이라크 침공이었다.

 

  
 

위 그래프는 기자회견에서 부시의 <>라는 단어 사용 빈도를 월별로 나타낸 것이다.

 

부시의 <>라는 단어 사용이 처음으로 급격히 떨어진 것은 9/11 테러 직후였다. 이때는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테러 사건이 부시에게 미친 영향은 대단했고 이후 몇 달에 걸쳐 그의 신경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테러 대처 등 산적한 긴급 사태로 온통 집중되었다. 그러다 우리는 200111월 이후 부시의 <>라는 단어 사용 비율이 거의 매달 조금씩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라는 단어 사용이 낮아진 시기는 20029월 중순이었다. 이 때 부시 행정부의 몇몇 인사들이 외교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부시 독트린이라고 하는 이 정책의 일부는 미국이 적대적 의도로 한 나라를 선제공격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이라크 침공)

 

<>라는 단어의 사용 감소는 위협을 실행하려는 사람들이 보내는 강력한 신호다. 우리는 이와 같은 언어의 양상을 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 전 트루먼 대통령의 언어에서도,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기 전 히틀러의 언어에서도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흥미롭게도 전쟁이 시작된 이래 부시의 <>라는 단어의 사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20035월 부시가 <임무 완수> 연설을 했을 때, 즉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전쟁이 끝났다고 여겼을 때 <>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은 일시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2003년과 2004년 여름에 나타난 <>라는 단어의 현저한 감소는 그가 전쟁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2004년에는 그의 결정에 관해 묻는 언론에 대해 취한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10. 단어의 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하다

 

나는 지금껏 단어 분석이 정치와 역사 연구에 열어줄 수 있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소개하려고 노력해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폭력적인 집단이 남기는 언어적 지문이 폭력적이지 않은 집단의 언어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비폭력적이었던 집단이 점점 더 폭력적인 성향을 띠게 될 때 그들의 언어도 따라서 변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언어 분석이 역사적 사건들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11. 지도자의 언어

 

지도자라는 역할이 단어 선택에 미치는 영향

작은 집단 안에서 리더는 정말로 추종자와는 다르게 말한다.

텍사스 대학교 레드맥컴즈 경영대학의 이선 버리스(Ethan Burris)와 연구진들은 경영학과 학생들을 약 40개 팀으로 나누어 팀 과제를 함께 해결하게 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네 명으로 구성된 팀은 작은 컨설팅 회사가 되어 가상의 기업 고객 지원 부서를 개선할 수 있는 컨설팅을 해야 했다. 과제는 팀 별로 협력해서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하는 복잡한 것이었다.

 

버리스의 연구가 돋보이는 이유는 그가 각 팀의 리더를 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이 인성 검사 점수 분석을 바탕으로 가장 잘할 것 같은 리더를 골랐다고 각 팀에게 말했다. 그런데 사실 무작위로 리더를 정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팀원들이 자기 팀 리더가 정말로 유능하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각 팀의 소통 과정은 녹음되고 문자로도 기록되었다. 결과는 우리가 전에 발견했던 사실들과 일치했다. 리더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라는 단어를 가장 적게 사용했고 <>라는 단어와 <우리>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가 사용하는 단어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버리스의 연구는 지도자 <역할>이 언어에 반영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가 쓰는 단어로 장래의 지도자적 자질을 예측할 수 있을까?

지도자를 제대로 선택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사람이 환경에 따라 훌륭한 지도자가 될수도 아닐수도 있다는 점이다.

 

유능한 지도자들만의 특정한 언어 사용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평소 언어 생활을 토대로 장래의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너무 이른 이야기다.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동기와 배경이 있는 예측 불가능한 집단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려면 단어 분석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지배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더 나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버리스의 연구에서는 지도자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그 집단이 객관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 효과는 그리 강력하지 않았다. 구조가 더 느슨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 이 경우에는 지도자가 지배적인 언어를 사용한 결과 집단의 수행 능력이 더 낮아졌다.

 

지도자가 사용하는 단어로 전쟁의 발발을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도 제기되어 왔다.

[7] 벨기에의 심리학자 로버트 호겐드라(Robert Hogenraad)는 지도자들이 연설에서 힘과 협력에 대한 주제를 어떻게 언급하는지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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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연설 중에 협력과 친선을 자주 언급하고 힘과 공격성, 지배권 등에 관해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전망은 대체로 양호하다. 하지만 힘과 공격성에 관한 주제가 대두되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배려나 관계에 대한 단어들이 감소한다면 경계해야 한다. 지도자들이 힘과 관련된 주제를 자주 언급하고 협력과 관련된 주제를 잘 언급하지 않는 것은 전쟁을 확실히 예측하는 지표다. 북아일랜드나 구 유고슬라비아의 분쟁, 조지아와 러시아 간의 전쟁, 중동의 다양한 분쟁 지역들은 모두 분쟁의 발생에 앞서 해당 국가 지도자들의 언어에 변화가 있었던 사례들이다.

 

지도자들은 단어 스타일을 바꿔 더 유능해 보일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연설, 광고, 짧은 대화 등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청중 혹은 상대방이 그들을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 우리 뇌는 말하는 사람이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지 기억하고 그에 맞춰 반응한다. 단지 어떤 사람을 지도자처럼 말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의 언어 사용 스타일을 세심하게 다듬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도자 자리를 얻는 것과 유능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유능한 지도자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그들이 동의할 만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지도자의 역량은 단지 연설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지도자에게는 광범위한 사고와 사회적 기술이 요구된다.

 

지도자들은 먼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듣고 분석함으로써 더 유능해질 수 있다. 존 케리에게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하면 청중들에게 더 따뜻하고 친해지기 쉬운 인상을 주리라고 잘못 판단했던 케리의 참모들을 떠올려보라.

 

케리는 자신이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차갑고 진실하지 못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잠재력 지도자로 하여금 자신의 언어와 그 의미에 더 신경 쓰게 한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고 더 나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12. 지위의 몰락은, 단어마저도 바꿔버린다

 

서열은 서로 소통하기 시작한 지 몇 분만에 정해지고 소통에 참여한 주체들은 저마다 자신의 역할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지위 경쟁은 우리가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사회적 서열의 존재는 민주주의와 평등주의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어긋날지도 모르지만, 빠르고 효과적으로 서열을 정하는 우리의 습성은 이후 모든 상호작용을 더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 <우리>, <당신>이라는 대명사가 지위, 권력, 자신감, 거만함, 지도자의 자질 등과 공통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속성들이 모두 똑같다는 말은 아니다. 최근 시행된 조직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에게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없더라도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유능한 지도자는 거만함이나 권력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다른 범주에 속하는 단어들로 지위와 권력을 구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위와 권력 둘 다 사회적 서열을 알려주는 지표로 간주될 수 있다.

 

단어의 사생활_2장

Chapter 2_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단어들의,

숨겨진 힘!

 

 

이 장에서는 단어 분석에 대한 전반적인 논리를 살펴볼 것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알아볼 내용의 토대인 셈이다. 다양한 유형의 단어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성격, 거짓말, 심리 상태, 지위 등을 반영하는지 그 사례들을 먼저 알고 싶다면 거리낌 없이 이 장을 건너뛰어도 좋다.

  

  
 

 

당신은 이 그림에 대해 어떻게 쓰거나 말하겠는가? 잠시 이 그림에 대해 마음속으로 묘사해보자.

 

실제로 다양한 심리학 실험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에 대해 글을 썼다.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내용과 주제도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글로 쓰는 스타일은 훨씬 더 놀랍다. 한 예로, 세 명의 대학생이 이 그림을 묘사한 각각의 글에서 첫 문장들을 살펴보자.

 

학생 1 : 상기의 그림에서는 나이 지극한 한 여성이 짐짓 겸손한 체하며 냉담해 보이는 중년 여성에게 뭔가 말하려는 참이다.

학생 2 : 내가 보기에는 한 할머니가 젊고 아름답던 시절의 기분을 떠올리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학생 3 : 늙은 여자는 마녀나 뭐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젊은 여자에게 뭔가하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세 학생 모두 같은 그림을 보았지만 해석은 각각 달랐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각자 자신이 받은 인상을 묘사하면서 단어를 어떻게 사용했느냐는 데 있다. 이 간단한 문장만 보아도 이 학생들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1번 학생은 뻣뻣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2번 학생은 좀 더 인간적이고 따듯한 느낌이 있다. 3번 학생은 앞 두 사람에 비해 가볍고 주어진 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세 명 모두 자신의 성격 일부를 글을 쓰는 스타일에 드러냈다. 이들의 거의 <무의식적인 단어 사용>을 통해 이들이 어떤 사람이고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씩 엿볼 수 있다.

1번 학생이 남자고 나머지는 여자라는 사실은 꽤 쉽게 맞힐 수 있다. 1번 학생은 다른 두 사람에 비해 평균 성적이 높은 반면 사회생활에서 애를 먹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번 학생은 우울한 성향일 가능성이 높다. 3번 학생은 학교 성적은 그리 좋지 않은 데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과음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을 단지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추측들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그들의 성격, 나이, 성별, 사회 계층, 스트레스 수준, 생물학적 기능, 사회적 관계에 대해 엄청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도출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은 그 사람에 대한 단서를 남긴다. 우리는 이 단서를 분석함으로써 글쓴이의 개인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그 비결은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는가와 그것을 <어떻게> 말하는가, 그 두가지를 구분하는 데 있다.

 

 

1. 툭 던지는 하찮은 단어들

 

스타일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현대 성격심리학을 창시한 고든 올포트 Gordon Allport는 사람들 사이의 본질적 차이를 밝혀내려는 시도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는 사람들이 거의 모든 행동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는 데 주목했다.

올포트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스타일 중 하나가 이 걷는 스타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오렌지 까는 스타일도 사람마다 다르다. 이 같은 행동 스타일도 그들의 성격, 태도, 사회적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창의 역할을 한다.

 

언어 스타일도 예외가 아니다. 말하거나 글을 쓰는 스타일은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보여준다. 어려운 부분은 스타일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지 알아내는 일이다.

 

내용어(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실질적 의미를 전달하기 보다는 말과 말 또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보조적 단어인 <기능어>는 내용어를 연결하고, 형성하고, 조직하는 단어다. 이 정의가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표현 스타일과 관련된 단어는 대부분 기능어나 숨어 있는 단어, 쓸모없는 단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일반적 범주에 해당된다.

아래에서 굵은 글씨는 기능어를 강조한 것이다.

학생 1 : 상기의 그림에서는 나이 지극한 한 여성 짐짓 겸손한 체하며 냉담해 보이는 중년 여성에게 뭔가 말하려는 참이다.

학생 2 : 내가 보기에는 한 할머니 젊고 아름답던 시절 기분 떠올리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학생 3 : 늙은 여자 마녀 뭐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젊은 여자에게 뭔가하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기능어가 뭐 이리 대단하다고 언급하는걸까? 대명사, 조사를 비롯한 기능어가 핵심으로 가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숨어있는 단어, 즉 기능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매우 자주 쓰인다.

단어의 길이가 짧고 감지하기 어렵다.

뇌에서 내용어와 다르게 처리된다.

매우, 몹시 사회적이다.

 

 

2. 숨어 있는 단어, 그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듣고, 일고, 말하는 단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몇 개 되지도 않는 숨어 있는 단어들, 즉 기능어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평균적인 영어 사용자는 약 10만 개라는 엄청난 어휘를 갖추고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아는 단어 중에서 0.04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 극소수의 단어들이 우리의 언어 스타일과 관련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99.96퍼센트의 어휘에 해당되는 단어는 내용어다.

이러한 분할은 독일어, 스페인어, 터키어, 아랍어, 한국어 등 우리가 연구한 여러 언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3.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단어들의 작동법

 

누군가 최근 나눈 대화를 생각해보라. 상대가 말한 단어들 중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아마 내용어만 기억이 날 것이다.

 

기능어의 불가시성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능어와 내용어를 의식적으로 들어보는 것이다.

언어 사용 스타일과 관련된 단어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려고 해보라. 사람들이 그런 단어를 엄청나게 빨리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기능어만 불리해서 주의를 기울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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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와 보이지 않는 대명사의 힘

 

2004년 대통력 선거 기간이 되자 존 케리는 현직 대통령 조지 W. 부시에 대항하여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선거운동 동안 케리는 부시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케리에게서 거듭 나타나는 문제점은 냉담하고 다소 거만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었다. 연설을 할 때 케리가 사용하는 바디 랭귀지는 딱딱하고 차가워 보였다. 케리의 연설과 인터뷰는 어색하고 진정성 없게 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뉴욕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케리의 참모들은 더 따뜻한 이미지를 위해 케리에게 <>라는 단어보다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 케리가 곤경에 빠졌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겠지만, <>라는 단어의 사용은 정직하고 사적인 경향과 관련이 있고, <우리>라는 단어는 특히 정치인이 사용할 경우 차갑고 딱딱하며 감정적으로 멀게 느껴진다. 케리의 참모들은 숨어 있는 단어, <우리>라는 단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분명히 중요한 교훈이다. 기능어는 듣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기능어의 작동 방식에 대한 당신의 고정관념은 아마 틀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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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능어와 뇌

 

기능어와 내용어의 차이는 뇌손상을 겪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

뇌의 어떤 특정 영역이 손상되는 경우 내용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없어지고 기능어를 사용하는 능력만 남기도 한다. 다른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두 뇌영역, 그러니까 브로카 영역 Broca’s area과 베르니케 영역 Wernicke’s area은 보통 좌뇌 중에서도 대뇌피질이라 불리는 표면에 위치해 있다.

 

1860년대 브로카는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가 지나치게 느리고 뚝뚝 끊기는 방식으로 라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으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환자들이 기능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이 장 앞부분에 소개한 그림을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에게 묘사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자으음….여성아아….그림, 늙은. 그래요, 늙은 여자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 좌절을 겪거나 어색한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베르니케 영역은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명사와 일반동사를 사용하는 능력을 잃는 한편 기능어는 여전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 이쪽은 그들 중 한 명이고 제 생각에 그녀는 그 옆에 있네요. 그러니 제가 저쪽을 보면 당신 역시 그녀가 보일 거예요. 전 지금 그녀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녀는 저쪽에 있고요

 

브로카 영역이 기능어를 통제하고 베르니케 영역이 내용어를 통제한다고 말하면 지나친 단순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기능어와 내용어의 구분히 상당히 근본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뇌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주목할 점은 기능어와 관련 있는 브로카 영역이 전두엽에 있다는 사실이다. 전두엽은 많은 능력들을 관장하는데 그 중 사회적 능력이 많이 포함된다. 예컨대 연구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뇌의 앞부분(전두엽)이 감정을 표현하고 숨기는 능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냈다.

전두엽에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 능력과 관련 있는 영역도 있다. 현재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수많은 연구들은 감정을 통제하고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의 대부분이 전두엽의 활동과 관련 있음을 암시한다.

 

전두엽 손상과 사회적 행동 및 성격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피이너스 게이지의 사례일 것이다. 게이지는 1800년대 중반 철도 공사 현장의 폭파 전문가였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게이지는 신중하고 성실하며 진지한 성격이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그는 바위를 제거하기 위해 폭파를 준비하면서 긴 막대기로 화약을 구멍에 눌러담고 있었다. 그때 어쩌다 불꽃이 일어 화약이 폭팔애 막대기가 순간적으로 튀어올랐다. 막대기는 게이지의 전두엽 대부분을 망가뜨리고 두개골에 구멍을 남기며 깨끗이 뇌를 뚫고 나갔다.

놀랍게도 게이지는 죽지 않았고 몇 주 안에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왔다. 다만 그 후 몇 달동안 피니어스 게이지의 인격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는 시끄럽고, 충동적이고, 불쾌하고, 뭐랄까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변했다. 게이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다시는 예전의 성격으로 돌아오지않았다.

 

1900년대 초반, 이반 파블로프는 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파블로프는 고전적 조건화가 일어나는 뇌의 영역을 찾으려고 시도하면서 외과 수술을 통해 개의 뇌에서 다양한 부위의 활동을 방해해 보았다. 그 결과 그는 전두엽 손상만이 개의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전두엽 손상을 입은 개는 수술 전에 있었던 일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다른 개가 되었다.

 

전두엽이 성격 및 사회적 행동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면 브로카 영역처럼 전두엽에서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 또한 당연히 성격 및 사회적 행동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5. 아주, 아주 사회적인 기능어

 

뇌 연구는 기능어가 우리의 사회적 세계와 관련 있다는 피할 수 없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사실 숨은 단어들은 본래 사회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기능어가 적절히 사용되려면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

모든 기능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의 개인적 관계에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전에>, <~의 뒤에>, <~를 향해>와 같은 모든 기능어는 말하는 사람의 특정 시공간 속 위치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있어야 사용될 수 있다. <그 반지><반지>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중요하다. <그 반지>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알고 있는 특정 반지를 언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능어 사용은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을 갖추었다는 표시다. 이와 반대로 명사와 동사에 대해 말하려면 어떤 문화에서 공유하는 범주와 단어의 정의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놀라운 점은 우리 뇌는 어떤 기능어를 사용할지 거의 즉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능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물과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미묘한 스타일을 반영하기도 하고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는 조사를 비롯한 기능어를 이용해 말하는 속도에 맞춰 즉각적으로 말의 의미를 바굴 수도 있다.

나는 친구네 집에 갔다라고 할지, “나는 친구네 집으로 건너갔다라고 할지 나는 친구네 집을 지나쳤다라고 할지 경정하기 위해 말을 하다가 중간에 멈추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 문장들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차이를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지만 이동하는 행위나 친구, 친구네 집과 관련하여 각각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6. 내가 사용하는 단어는 나도 미처 모르는 나의 모습을 드러낸다

 

기능어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는 항상 접하고 사용한다. 하지만 기능어는 포착하고 마음대로 조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숨어있는 단어들은 대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 둘의 관계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이 진자 하려는 이야기는 기능어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일상 언어에서 관사를 사용한다고 해서 존 매케인처럼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정치인이 되지는 않는다. (실제 존 매케인은 08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경쟁 후보에 비해 관사를 더 많이 사용했다) 그보다 관사의 사용은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기 시작한다. 대명사와 조사를 비롯하여 사실상 모든 기능어의 역할이 이와 마찬가지다.

 

이것이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능어를 듣고, 세고, 분석함으로써 그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고, 그들 스스로 인식하거나 파악하지 못하는 측면마저 알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이 기능어를 사용하는 스타일은 우리가 그 사람들 자체와 그들의 메시지를 인식하는 방식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어의 사생활_1장

Chapter 1_무심코 내뱉는 하찮은 단어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

    

 

다들 좋은 아침! 멋진 하루 보내길! 사랑을 담아, 패리스 🙂 – 패리스 힐튼, 유명인

어제 베이루트보다 북쪽에 있는 산악지대에 가서 드루즈 파(이슬람교의 한 종파) 지도자인 왈리드 줌블라트를 만남. 환상적인 경험이었음. – 존 매케인, 미극 상원의원

친구들(석류 마티니)과 놀면서 크리스마스 특집 볼 준비 증. 동부 시간으로 10, 중부 시간으로 9, 그 다음엔 캐럴을 부르러 가야지! – 오프라 윈프리, 언론계의 거물이다 TV 쇼 진행자

와인 한 병 마시고 다음 투어를 구상할 시간. 세인트 루이스 공연은 끝내줬다. 나의 무릎엔 아리라이너, 나의 팔꿈치엔 피. 수상해. – 레이디 가가, 가수 겸 작곡가

 

  

10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대략 5천 년 전에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150년 동안에는 전보, 라디오, 텔레비전에 이어 이메일, 문자 메시지,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 까지 온갖 소통 수단을 도입했다. 방식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의견과 경험, 감정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사람이 쓴 글에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 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하나하나가 마치 손의 <지문>과도 같다. 예컨대 트위터에 쓴 글과 그것을 쓴 사람을 서로 짝지어 보라는 객관식 문제가 있다면 대부분 만점을 받을 것이다. 각자의 트윗을 좀 더 분석하기 시작한다면 그들의 동기, 두려움, 감정,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 조상들이 최초의 문장을 말하고 난 후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현대의 기술적 혁명에 크게 힘입어 이제 우리에게는 트위터, 게시물, 편지, , 연설, 대화에 사용하는 단어들을 분석할 도구가 생겼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어떻게 그 사람의 사회적, 심리적 상태를 반영할 수 있는지 사상 처음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대학 입학 지원서에 동사를 너무 많이 사용한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낮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면 시를 쓸 때 <나는>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시인은 그렇지 않은 시인에 비해 자살할 위험이 더 높다거나, 어떤 세계적 지도자의 대명사 사용 스타일을 통해 그가 자국을 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은 또 어떠한가?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옮기는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봄으로써 그들의 성격, 감정, 타인과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1. 심리학과 단어가 만났을 때

 

먼저, 내가 이 연구에 이르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 대해 먼저 들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사회심리학자인 나는 우연히 언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이 책이 진짜 초점을 두는 부분은 언어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다.

 

[1] 우리는 사람들에게 하루 15분에서 20분 정도씩 사나흘 연속으로 자신의 트라우마 경험에 대해 글로 써보라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글을 쓴 사람들은 아무런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했던 사람들에 비해 건강이 호전되었음이 증명되었다.

[2] 이후의 연구들에서는 감정을 표출하는 표현적 글쓰지 expressive writing가 면역 기능을 높이고, 혈압을 낮추며, 우울한 감정을 줄이는 한편, 평소의 기분도 더 나아지게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최초의 글쓰기 실험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전역에서 2백 건 이상의 비슷한 실험이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그리 대단치 않을 때도 많지만, 감정의 격변을 <언어로 변환>하는 단순한 과정은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과 꾸준히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글쓰기의 시작은 <단어 선택>에 있다

 

글쓰기가 이런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과학자들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되풀이해서 접하다 보면 결국 그 충격이 약해진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의견도 이와 같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일과 되새김이 건강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주목한다.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일을 마음속에서 계속 되풀이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헛된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격변하는 감정을 동반하는 트라우마 경험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다 보면 지금의 일과 인간관계에 집중할 수 없고 잠을 설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트라우마에 대한 글쓰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사건들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거나 혼란스러운 감정을 해소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글쓰기가 왜 효과적인지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다.

글쓰기에 대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각자 겪은 격변을 묘사하는 데 <단어>들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아마도 표현적 글쓰기의 핵심은 글의 내용에 가려져 눈에 잘 띄지 않았을 것이다.

거의 모든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신체적, 성적, 감정적 학대, 이혼, 약물 문제, 자살, 끔찍한 사고, 패배감, 모욕감, 괴로움에 대해 썼다. 그리고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

유머러스하게 글을 쓴 사람도 있었고, 분노에 찬 사람도 있었으며, 냉정하고 초연하게 사실 중심으로 쓴 사람도 있었다.

 

임상 심리학자 혹은 일반인들이 이런 글을 읽는다면 글쓰기의 어떤 측면이 건강 증진과 관련이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 우리가 검증해본 결과,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왔다.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적 글쓰기가 효과적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3. 우리가 쓰는 단어와 우리의 심리 상태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때는 1991, 컴퓨터 기술이 한창 발전하던 시기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프린스턴, 하버드, MIT에서 수행된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언어 분석 computerized analysis of language> 연구는 몇 번의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내가 트라우마에 대한 글을 분석할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프로그램은 판단을 내리지도, 마음 아파하지도 않는다. 버튼만 누르면 웬만한 답은 얻을 수 있었다.

 

[3]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전직 프로그래머였던 대학원생이 마침 우리 연구팀에 들어왔고, 우리는 3년 만에야 언어 조사와 단어 계산 프로그램 Linguistic Inquiry and Word Count, LIWC라는 프로그램의 첫 번째 버전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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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심리학적 개념을 포착하도록 고안된 여러 개의 단어 사전들을 만들었다. 예컨대 우리는 증오하다, 격분하다, 살해하다, 난도질하다, 복수하다 등 180개 이상의 단어로 구성된 분노 단어 사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살해>와 같은 어간을 사전에 포함하여 살해자, 살해, 살해하다, 살해당한 등 <살해>에서 비롯되는 단어들도 모두 계산에 들어가게 했다. 우리는 이어서 슬픔, 불안, 행복, 긍정적 감정 등 다양한 감정에 관한 단어 사전들을 만들어 나갔다.

 

그런데 트라우마에 대한 글들은 감정적 어조 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넓은 범위 안의 글들을 모두 포괄해서 다루기 위해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말고도 다른 유형의 단어 사용을 측정하는 어휘 목록도 개발했다. 이를 테면 여러 종류의 대명사, 생각과 관련된 단어로서 인과적 사고를 암시하는 다양한 단어들 (왜냐하면, ~의 원인이 되다, 이유, 근거 등)의 사용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4. 글의 내용이 아닌, 단어 사용 스타일에 주목하다

 

1990년대에 콜로라도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잠재적 의미 분석 Latent Semantic Analysis, LSA> 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LSA는 하나의 글 안에서도 단어 사용 패턴을 추적할 수 있었고 여러 편의 글을 동시에 다룰 수도 있었다. 또한 두 편의 글이 얼마나 비슷한지 수학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LSA의 장점이었다.

 

우리 대학원생이었던 셜록 캠벨은 LSA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우리는 LSA 프로젝트를 알면 알수록 우리가 언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글의 내용이 아니라 언어 스타일을 분석하면 어떨까? 이 작업을 위해서는 LSA를 완전히 뒤집어 생각해야 했다. 우리는 글의 내용을 분석하는 대신 LSA로 명사, 동사, 부사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쓰는 스타일을 보여주는 단어들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글쓰기 스타일은 대개 대명사, 조사, 관형사, 짧지만 흔히 쓰이는 소수의 비슷한 단어들을 포함하는 기능어를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 연구결과는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웠다. 글을 쓸 때마다 기능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많이 바꾼 사람들일수록 건강이 더 호전된 것이다. 눈에 띄는 단어군은 인칭 대명사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인칭 대명사(우리, 당신, 당신들, 그들)에 비해 1인칭 단수 대명사(나는, 제가, 나의, 저의, 나를, 저를 등)의 사용 빈도가 많이 변할수록 글쓴이의 건강이 더 좋아졌다. 이 효과는 상당히 컸으며 이후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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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들은 난해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요컨대 건강이 호전된 사람들의 글을 살펴보면 한 번은 <>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그 다음에는 다른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등, 여러 번 글을 쓰면서 단어의 사용 양상이 변한다. 다시 말해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한 번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글을 쓰고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본 다음 다시 자신에 대해 글을 쓴다.

실제로 전환의 관점은 심리 치료에서 흔히 쓰인다.

 

 

5. 단어는, 거울이자 도구이다

 

감정의 격변에 대한 글쓰기는 글쓴이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보다 좋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다.

건강에 유익한 글쓰기는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의 사용,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의 적당한 사용, 인지적 단어의 사용 빈도 증가, 대명사 사용 빈도의 변화 등과 관련이 있다. 이런 효과들을 일상 언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글쓰기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글을 쓸 때 보다 더 낙관적인 경향을 표출하고, 부정적인 사건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경험으로 의미 있는 이야기를 구성하고 관점을 전환할 수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러한 발견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몇 가지 <숨어 있는 단어>들을 통해 드러났다는 점이다. 숨어 있는 단어들은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하게 쓰이면서도 글쓴이가 생각하는 방식에 일어난 중요한 변화를 반영했다.

 

이러한 언어적 발견들은 분명 흥미롭다.

그렇다면 단어는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것일까, <유발>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로 수 년간 몇 번의 연구가 수행되었다.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교 재직 시절 내 제자였던 셰릴 휴즈는 정교한 실험을 하나 수행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단어 목록을 나눠주고 그것을 사용하여 감정을 표출하는 글을 써보게 했다. 학생들은 각각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목록,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목록, 인지적 단어 목록을 받은 집단으로 나뉘었고, 아무것도 받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다.

셰릴은 학생들이 예상된 방향으로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는데에는 성공했으나 글쓰기는 건강에 아무런 영향도 및지 않았다.

즉 단어 사용은 일반적으로 그 단어를 쓰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거나 유발한다기보다 그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발견은 단어 분석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단순히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어떤 단어들을 많이 쓰게 하는 것만으로는 의미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이렇게 하면 내재된 목적이 아니라 단어에만 집중할 뿐이다. 하지만 트라우마에 대한 글을 쓰게 하되 의미 있는 이야기를 구성하게 하면 글이 좀 더 역동적인 분위기를 띤다. 이들은 한 발 물러서서 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트라우마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들이 이야기에 쏟는 인지적 노력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더불어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분석하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들의 생각을 이끌 방향도 제시한다. 단어들은 거울도 될 수 있고 도구도 될 수 있는 것이다.

 

 

6. 흔히 쓰는, 대수롭지 않은 짧은 단어들이 나를 드러낸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엄청난 수의 단어들에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다.

[5] 나는 누가 어떤 단어를 사용했는지 알기 위해 밤늦게 텍스트 파일을 분석할 때가 많다. 예컨대 감정을 표출하는 글에 대한 연구는 대개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했는데, 그렇다면 성별에 따라 단어를 사용하는 스타일이 다를까? 그랬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달랐다. 하지만 왜 그런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개 흔히 그러듯 그냥 무시해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또 한 묶음의 파일들을 분석하다가 이번에도 남녀 단어 사용법의 기묘한 차이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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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많은 자료를 다룰수록 반복되는 단어의 패턴이 계속 튀어나왔다. 단어 사용의 차이는 성별 뿐만 아니라 나이, 사회적 계층, 감정 상태, 성격 등등 수많은 조건의 차이에 따라서도 단어 사용이 달랐다.

흥미로운점은 대개의 차이가 가장 흔히 쓰이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단어들에서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화를 공개해서 분석한 수많은 예를 보게 될 것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심리학과 사회적 행동이다. 나의 세계에서 단어들은 사람들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자, 모두를 둘러싼 세계와 언어와의 관련성 그리고 언어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매혹적이고 적나라한 도구다.

 

옵션 B_10장

Chapter 10_다시 사랑하고 웃기 위해

 

 

데이브와 나는 사랑과 우정을 주고받고 서약을 지키며 11년 동안 살았다. 그러다 갑자기 데이브가 세상을 떠났다.

 

[1] 24000명을 이상을 대상으로 15년 동안 결혼 상태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 결혼하더라도 평균 행복지수는 약간 증가했을 뿐이다.

가령 0부터 10 범위에서 행복지수가 6.7인 독신이 결혼하면 6.8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행복은 결혼식을 치를 무렵 약간 커졌다가 일반적으로 결혼한 지 1년 이내에 희미해진다. 피험자가 배우자를 잃고 재혼하지 않은 경우에 8년 후 평균 행복 지수는 6.55였다.

[2] 또한 독신으로 살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은 삶에 매우 만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3] 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로는 독신은 고정관념에 희생되고 오명을 쓰고 무시당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행복하게 산다고 주장한다.

 

사랑은 애도할 때, 건드릴 수 없는, 금기시되는 주제다. 배우자를 읽고 나서 즐거움을 찾는 행동보다 유일하게 감정적으로 더욱 난처한 일은 바로 사랑을 찾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고 생각만 해도 슬픔이 밀려오고 이내 죄책감에 시달린다.

 

데이트를 시작할 수 있는 적기는 대체 언제일까? 나는 남편을 잃고 4주 후 남편의 친한 친구와 사귀기 시작한 영국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연애를 그토록 빨리 시작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4] 그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원한다면 나를 비난해도 좋아요. 하지만 슬픔을 겪는 방식은 사람마다 달라요.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데이브가 세상을 떠난 지 4개월가량 지났을 때다. 동생인 데이비드는 조심스럽게 누나가 데이트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데이트를 하면 정신을 분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5]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남성은 대부분 여성보다 일찍 데이트를 시작한다.

배우자를 잃은 미국 중년 성인이 1년 후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는 여성이 7퍼센트인 반면에 남성은 54퍼센트다.

[6] 한국에서는 50대 이상의 성인 배우자와 사별한 후에 재혼하는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8.5퍼센트 많고,

새 생활을 시작한 남성이 가혹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은 같은 상황에 있는 여성보다 낮다.

성별에 따른 차이가 발생하는 까닭은 여러 쟁점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중 잣대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망인들은 여전히 잔인한 대우를 받고 있다.

[7] 인도 일부 지역에서 미망인들은 가족에게 쫓겨나 구걸하며 살기도 한다.

[8] 나이지리아의 일부 마을에서는 발가벗겨진 후에 죽은 남편의 시신을 닦은 물을 마시도록 강요당한다.

[9] 중국인의 54퍼센트, 터키인의 70퍼센트, 한국인의 81퍼센트가 미망인에 대한 차별을 목격했다고 보고했다.

[10] 많은 국가에서 미망인은 재산권을 획득하기 어렵다.

 

몇 달 후 나는 필에게 이메일을 주고받는 친구가 생겼는데, 거의 연애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필의 첫 반응을 보다 내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의 친구예요. 하지만 데이브도 내 절친한 친구죠. 나는 아직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을 수 업세요.”

그 날 늦게 필은 이모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어색한 대화를 꽤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모는 네 태도는 정말 끔찍했어라고 반박했다.

 

필은 나를 찾아와 사과하면서 어떤 문제라고 함께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훨씬 배타적이었다. 내가 교제를 시작했다고 언론이 보도하자 한 남성은 쓰레기 같은 창녀라고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다행이 내 입장을 이해하는 글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11] 저자인 아벨키오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난 후에 데이트를 시도했던 경험을 블로그에 올렸다.

아내가 죽고 처음으로 다른 여성과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마치 죽은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았다 그만큼 배신한 듯한 느낌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6개월 후 아벨은 교회에서 만난 여성과 첫 데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여성은 뒤로 물러서며 다시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의 아버지가 기회를 줘보라고 딸을 설득했고, 두 사람은 결혼했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은 혼자만으로도 차고 넘칠 만큼 슬픔과 죄책감을 느낀다. 그들을 판단하는 행동은 그런 감정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데이트하는 것을 배신으로 생각하지 말고, 슬픔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찾으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

 

[12]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 스캔 사진은 에너지와 행복에 취한 상태를 보인다.

[13] 사랑에 빠지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생기고 정체성이 확대된다.

새 파트너가 지닌 자질의 일부를 닮아가므로, 호기심이 많거나 차분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우리에게도 같은 성향이 생긴다.

 

사랑이 애도의 금기사항이라면 웃음도 그렇다. 죽음 앞에서는 어떤 농담도 엄청나게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농담을 불쑥 내뱉고 깜짝 놀라는 일은 줄어들었다.

 

유머는 회복탄력성을 증진시켜준다.

[14] 코미디를 시청하는 수술 환자가 진통제를 요구하는 획수는 코미디를 시청하지 않는 환자보다 25퍼센트 적다.

[15] 농담을 하는 군인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더 뛰어나다.

[16] 배우자를 잃고 6개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되찾은 사람은 환경 적응력이 더 크다.

[17] 함께 웃는 부부는 결혼생활을 유지할 확률이 더 높다.

[18] 생리적으로 유머는 심장박동 수를 늦추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진화론적으로도 웃음은 상황이 안전하다는 걸 의미하는 신호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무디게 해서 긴장을 해소한다.

 

유머는 악행을 꼬집는 약간의 윤리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19] 영화감독이자 배우 멜 브룩스는 자신이 히틀러와 나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언급하면서 그들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축소시킬 수 있으면 우리가 훨씬 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에서도 흔히들 농담을 한다.

[20] 절망적인 상황에서 던지는 교수대 유머가 슬픔을 이기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넬 스코벨은 나와 <린 인>을 공동 집필하기 전에 텔레비전 코미디 각본을 썼다. 그녀에게는 형제가 넷 있는데, 어머니의 장례식 때 봉투를 집어들어 이 봉투 안에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자식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라고 선언하며 추도 연설을 시작했다. 넬의 친구는 남편을 잃고 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죽은 남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이제 그는 훨씬 나은 경청자가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코미디언 재니스 메싯의 남편은 결혼식을 올린 지 2주 만에 갑자기 사망했다. 남편을 어떻게 잃었느냐(lost)는 질문을 받은 메싯은 이렇게 되받았다.

[21] “남편이 길을 잃은 건 아니에요 (He’s not lost) 방향 감각이 뛰어나거든요. 죽은 거예요.”

이렇듯 유머는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긴장을 풀어준다.

 

사람들은 결혼할 때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사랑하겠다고 서약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이미지는 능동적이다. 모두 사랑하는 대상이 살아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세상을 떠난 배우자를 더 이상 껴안을 수도 말을 걸 수도 없지만, 심지어 다른 사람을 사귀거나 사랑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한결같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22] 극작가인 로버트 우드러프 앤더슨은 이러한 사실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이렇게 정리했다. “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관계의 끝은 아니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사람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삶의 부침을 극복하게 도와줄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싶어 한다. 새로 연애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 하기가 대체로 쉬워 보인다.

[23]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사랑에 빠져있을 때는 말다툼을 해도 애정이 커질 수 있다.

 

애정 어린 장기적 관계를 토대로 회복탄력성을 구축하려면 배우자와 매일 형성하는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4] 잘 알려진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신혼부부 130쌍을 초청해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민박 형태의 사랑 연구소 love lab’에서 하루를 보내게 했다.

심리학자들은 부부가 인위적이지 않은 환경에서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어떤 결혼이 오래 지속될지 예측했다. 연구자들은 다음 6년 동안 이혼할 부부를 83퍼센트의 정확도로 가려냈다. 부부가 상대방에게 관심이나 애정,지지, 웃음을 구하기 위해 시작하느 대화에 비결이 숨어있었다. 배우자가 저기 새 좀 봐요!” 라서나 집에 버터가 떨어졌나요?” 같은 말로 대화를 시도한다. 이때 상대방에게는 두 선택 사항이 이싸. 물러서거나 쫓아가는 것이다. 물러서는 것은 상대방의 시도를 물리치거나 무시한다는 뜻이다. 쫓아간다는 것은 동참한다는 뜻이다.

다음 6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한 신혼부부는 대화하려는 시도에 86퍼센트 가량 응한 반면에 이혼한 신본부부는 33퍼센트만 응했다. 신혼부부들이 다퉜던 원인은 대부분 돈이나 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려는 대화 시도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25] 애덤의 동료 제인 더튼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을 갖춘 관계는 격렬한 감정을 전달하고 중압감을 견디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관계는 회복탄력성을 갖춘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것을 뛰어넘어 회복탄력성이 연결 자체의 속성이 된다.

 

유대관계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활동에는 작은 일을 함께하는 것이 포함된다.

[26] 대부분의 커플은 타오르던 사랑이 희미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 불길을 다시 타오르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새롭거나 흥미진진한 활동을 함께 시도하는 것이다.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부부가 갈등을 풀 수 있어야 한다.

이혼한 부부들이 가장 빈번하게 맞닥뜨리는 상황은 이렇다. 아내가 화제를 꺼내면 남편은 시비를 걸거나 방어 태세를 취한다. 그러면 아내는 남편에게 슬픔이나 반감을 드러내거나 대화하려는 시도를 멈춘다.

[27] 결혼 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부부를 보면 부정적 성향을 확대하지 않고 유머와 애정을 보였다.

자신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절충할 길을 찾았다. 또한 이들은 서로 다투고 있더라도 좀 더 기은 차원에서는 관계가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배우자와 언쟁할 때는 자신의 관점에 갇히기 쉽다. 따라서 관점을 좀 더 넓히면 갈등을 해소하는 데 유용하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 부부들에게 자신들의 싸움을 외부인이 지켜봤을 때 싸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할 만한 것에 대해 써보라고 지시했다.

[28] 결과적으로 부부들이 다음 한 해 동안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편당 7분 정도 투자해서 일기 3편을 쓰는 것으로 충분했다.

 

사랑으로 회복탄력성을 구축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사랑을 공유하면서 살아갈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삶의 기복을 견뎌내면서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삶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잔인하게 사랑을 빼앗겼을 때 다시 사랑하고 웃을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 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계속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시간은 계속 행진한다. 어떤면에서는 나도 행진했지만 전혀 나아가지 못한 면도 있다. 데이브가 세상을 떠난 뒤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말해주엇듯이, 나는 이제 슬픔을 펼쳐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쓰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내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슬픔은 파도처럼 덮쳐 우리는 산산이 부수는 것만큼이나 썰물처럼 밀려 나가기도 한다. 현실에 남겨진 우리는 그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더욱 강해진다. 옵션B는 여전히 우리에게 여러 옵션을 제시한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 … 우리는 여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이제 내가 오뚝이처럼 다시 튀어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상황은 벌어지기 마련이고 우리는 어쩔수 없이 버티다 보니 성장하는 것이다.

앨런 러커는 자신의 마비에 대해 이렇게 썼다.

[29] “마비는 변장한 축복입니다라고 말해서 당신 피부에 소름이 돋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이익도 있고 손실도 있는 법이다. 어떨 때는 이익이 불가피한 손실만큼 크지 않다고, 아니 그보다 훨씬 크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다.”

 

비극은 개인적이지도 침투적이지도 영구적이지도 않지만 회복탄력성은 그렇다. 우리는 회복탄력성을 구축해 평생 간직할 수 있다. 우리는 자기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하고 함께 힘을 구축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안에 결코 꺼지지 않을 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옵션 B_9장

Chapter 09_직장에서 실패하기와 배우기

 

  

[1] 몇 년 전 두 명의 경영 전문 연구자가 우주 비행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품었다.

그래서 1957년 스푸트니스 sputnik 1호가 처음 발사된 시점부터 거의 50년 동안 일부 민영기업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 정부가 주도한 로켓 발사 사례 전체를 추적했다. 과거에 성공했을 경우 다음 발사에 성공할 활률이 높아질 것 같지만, 4000건 이상의 발사 사례를 분석한 결과는 정확히 정 반대였다. 정부나 기업이 발사에 실패한 횟수가 많을수록 다음번에 로켓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을 확률이 높아졌다. 게다가 좀 더 작은 규모로 실패했을 때보다 로켓이 폭발하는 것 같은 큰 실패를 겪은 후에 발사 성공률이 높아졌다. 이처럼 우리는 성공했을 때보다 실패했을 때 더욱 많이 배울 뿐 아니라, 실패의 규모가 클수록 많이 배운다. 그만큼 실패를 더욱 면밀하게 분석하기 때문이다.

 

[2] 누구에게나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듯 조직도 그렇다.

[3] 911 테러 공격을 받고 수백 명의 직원을 잃은 기업이 계속 명맥을 유지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조직은 실패와 실수, 비극이 발생할 때, 회복의 속도와 힘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흔히 무너질지 번창할지까지 결정짓는 선택을 한다.

 

실패하고 나서 회복탄력성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우리는 대개 이 점을 알고 있지만 좀처럼 실천하지 않는다. 불안감이 지나치게 커서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자부심이 지나치게 커서 타인 앞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한다.

회복탄력성을 갖춘 조직은 이러한 반응을 극복해내고 잘못이나 후회를 인정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문화를 구축한다.

 

[4] 최근에 뉴욕 시 한복판에 위와 같은 게시판이 세워졌다.

사람들은 실패한 행동을 해서 후회한 것이 아니라 행동하기를 실패해서 후회했다.

[5]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대로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잡은 기회가 아니라 놓친 기회를 아쉬워한다.

 

실패를 학습 기회로 생각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검토 과정을 둔감하게 실시하면 직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것처럼 느끼지만, 당연하고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하면 더 이상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6]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 있는 병원에서 의료진은 질병률과 사망률에 관한 회의를 한다.

회의 목적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환자의 사례를 검토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7] 안전하게 실수를 거론할 수 있는 경우, 실수를 보고할 가능성은 커지는 반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작아진다.

하지만 전형적인 직장 문화에서 사람들은 성공을 과시하고 실패를 감추는 경향이 있다. 이력서를 들여다보라.

 

[8] 과학자 멜라니 스테판은 좀 더 솔직하게 이력서를 작성하라고 동료들을 자극하는 기사를 썼다.

 

자신의 실패에 대해 털어놓으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페이스북에 몸담으면서 작은 사업체와 거래하다 보니 규모를 불문하고 조직에는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9] 데이먼 레드는 콜로라도 주에 있는 자택 지하에서 아웃도어 의류 회사인 카인드 디자인을 창업했다.

그런데 홍수가 나서 집을 덮치는 바람에 디자인, 컴퓨터, 제품 수턴 점을 잃었다.

그는 홍수로 손상된 장갑을 재생할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색하다가 파워 워시 방법으로 세탁하고 건조시킨 다음에 홍수 장갑이라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장갑과 모자, 셔츠, 후드 티 같은 제품이 어떻게 콜로라도 주민과 자기 브랜드의 지구력을 상징하는지에 관한 글을 써서 SNS에 올렸다. 그가 쓴 글이 퍼져 50개 주에서 제품 판매량이 급증한 결과, 회사는 살아날 수 있었다.

 

[10] 실패에서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지만,

누구나 장기적 관점을 취하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나름대로 학습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애덤은 박사과정에 있을 때 사람들 앞에 나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애덤의 동료인 수전 애시퍼드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수집하고 여기에 대처하면 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 거라면서 응원했다.

[11] 수전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칭찬을 구하는 행동은 평판을 해치지만 비판을 구하는 행동은 향상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로 보일 수 있다.

 

애덤은 다음 학기 수업에 학생들의 의견 가운데 몇 가지 주제를 추려서 분석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피드백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공유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학습 방식을 형성할 수 있었고, 수업 문화가 바뀌면서 애덤도 학생들에게 배울 수 있었다.

[12] 몇 년 후 애덤은 와튼 스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수가 되었다.

 

자신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최상의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13] 외과의사이자 저자인 아툴 가완디는 정상에 있는 운동 선수와 가수들에게는 코치에 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물었다.

그레그 포포비치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을 맡아 미국 프로농구 대회에서 다섯 차례 우승을 이끌어냈다. 어느 해인가 결승전에서 팀이 패배하자 그는 선수들과 함께 앉아 앞서 치른 두 경기의 장면을 샅샅이 검토하면서 잘못된 점을 분석했다.

[14]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이 더욱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건 바로 실수와의 싸움이다.”

 

스포츠 팀들은 실수에서 배울 수 있는 선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16년 시카고 컵스는 무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시카고 컵스 단장인 테오 엡스타인은 우승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15] “우리는 언제나 선수보다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주어진 시간의 절반 이상을 씁니다. …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사람에게 젊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역경에 맞선 사례를 구체적으로 세 가지 들게 하고, 경기장 밖에서 역경에 맞선 사례를 세 가지 들어보라고 요구합니다. 야구는 실패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종목입니다. 오랜 표현을 사용하자면 최고의 타자라도 열 번에서 일곱 번은 실패하니까요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피드백을 인정하기가 더 쉽다.

비판에 열린 태도를 취하면 우리는 훨씬 많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나아질 수 있다. 비판을 받을 때 느끼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스스로 비판을 얼마나 잘 처리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법학과 교수인 더글러스 스톤과 실라 힌은 이렇게 조언했다.

[16] “낮은 점수를 받을 때마다 자신이 첫 번째 점수를 받고 대응한 방식을 기준으로 2의 점수를 매겨야 한다. …

현재 F를 받았더라고 상황을 처리한 방식을 고려하면 A+를 받을 수 있다.”

 

피드백을 귀담아듣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회복탄력성을 갖췄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 가장 확실하게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

 

나는 회사 부서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동료와 함께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은 누구라도 동료와 더욱 솔직하게 대화하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매달 한 번 이상 충실한 대화를 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피드백이 양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언급하며 어떻게 부정적 피드백에 좀 더 열린 태도를 취하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말했다.

[17] “내가 이런 의견을 말하는 까닭은 당신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고, 당신이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옵션 B_8장

Chapter 08_위기를 극복할 힘을 함께 구축하는 법

 

 

[1] 우리는 단일 운명에 묶여 피할 수 없는 상호관계의 그물에 걸려 있다. 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이든 전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 마틴 루터 킹 주니어

 

[2] 1972년 우루과이를 출발해 칠레로 향하던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을 넘다가 추락해 두 동강 난 채 눈 넢인 경사지에 미끄러졌다.

이는 33명의 생존자에게 엄청난 시련의 시작이었다. 그 후 72일 넘게 정신적 타격과 동상, 눈사태, 굶주림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16명뿐이었다.

 

승객 45명은 대부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럭비 선수로, 시범 경기에 출전하러 가던 길이었다. 비행기의 무선통신기기가 망가져서 통신을 보낼 순 없었지만 받을 순 있었다.

생존자들의 첫 번째 계획은 비행기 통체를 피난처 삼아 몸을 피하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9일 후 식량이 다 떨어지고 다음날 일부 승객이 수색을 중단했다는 무선통신을 들었다. 럭비 팀 주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됩니다. 최소한 희망을 일힞 말아야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스타보 니콜리치의 생각은 달랐다. “좋은 소식이네요!, 이제 우리 힘으로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됩니다.”

 

우리는 대개 희망이란 개개인의 머리와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힘을 합해 희망을 쌓을 수 있으며, 개개인은 공유 정체성을 구축해 과거와 더 밝은 미래를 공유하는 집단을 형성할 수 있다.

 

생존자들은 춥고 굶주린 상태에서 보낸 그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기도했다. 문명 세계로 돌아가게 되면 무엇을 할지 계획했다.

물론 희망을 품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많은 승객이 희망을 품었지만 생명을 잃었다. 그렇지만 절망에 무릎 꿇지 않도록 희망이 그들을 지켰다.

[3] 연구자들은 공동체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때희망이 생기고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4] 새로운 가능성을 믿는 것은 영속성 개념에 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길을 발견하고 새로운 선택 사항을 찾아 나서는 데 도움이 된다.

[5] 행동을 취하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리켜 심리학자들은 근거 있는 희망 grounded hope”이라고 부른다.

 

파라도와 카네사는 다른 생존자 한 명과 함께 위험한 지형을 가로지르며 54킬로미터를 걸어 해발 4500미터 산 정상에 올랐다. 열흘 뒤 마침내 말에 탄 사람을 발견했다. 그 덕책에 다른 생존자 14명은 헬리콥터로 구조됐다.

생존자들이 결성한 공동체는 수십 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6] 2010년 광부 33명이 칠레의 지하 갱도에 갖혔을 때는 이들 생존자 중 4명이 영상으로 광부들을 응원하기 위해 우루과이에서 날아갔다.

 

회복탄력성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람들 아시에서, 즉 이웃, 학교, 도시, 정부에서도 형성된다.

집단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희망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동체의 경험과 서사와 정신력을 공유할 때 불붙는다.

 

[7] 내 아이들은 부모나 형제, 주요 양육자를 잃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무료로 진행되는 체험 캠프 Experience Camps에 참가했다.

캠프가 추구하는 두 가지 핵심 가치는 공동체를 구축하고 희망을 북돋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들은 상실의 비통함과 관련된 감정에 대응하는 훈련을 받는다.

이런 훈련을 하면서 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정상적인 것이고,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배웠다.

 

비극을 겪고 나서 공동체에 합류하려면 대개 반갑지 않은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만 해도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그 단어를 말할 때마다 주춤거린다. 하지만 미망인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스티븐 치프라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 입학했을 때 자신이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졌다. 나이가 다른 신입생보다 두 배 많은 38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티븐은 신체적 학대를 당하며 성장했고, 열 살 때부터 마약에 손을 댔다. .. 나중에는 주 교도소에 갔다. 그곳에서는 다른 수감자와 다투고 교도관에게 침을 뱉는 사건을 일으켜 4년간 독방에서 지내야 했다.

[8] 그는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 출두해 독방이 고문실이라고 증언했다.

 

석방 후 스티븐은 12단계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검정고시를 보고, 반려자인 실비아를 만났다. 영국문학에 흥미를 느낀 그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몇 년 동안 공부한 뒤 캘리포니아대학교에 진학했다. 당당하게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그는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꼈다.

 

어느 날 전학생 센터 옆을 지나고 있는데 역시 30대인 대니 무릴로가 그의 심상치 않은 거동을 보고 말을 걸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르 나누다가 이내 자신들이 펠리컨 베이 주립 교도소 독방에 수감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티븐과 대니는 친한 친구가 되었고 힘을 합해 독방 감금의 잔혹성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9] 투옥 경험이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학생들을 지지하는 지하 대학생 연합 underground scholars initiative’을 출범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매우 깊은 고립감을 경험했던 두 사람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싶었다.

 

[10] 파시 재단 Posse Foundation도 고립감을 극복하려면 비슷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을 집단으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파시라는 명칭은 재미있지만 외로웠던 학생의 다음 발언에서 유래했다. “비슷한 무리posse가 있었다면 나는 결코 중퇴하지 않았을 겁니다.” 재단은 사회의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성적과 리더십에서 잠재력이 뛰어난 고등학생들을 선발해 10명씩 묶어 장학금을 지급하고 같은 대학교에 진학시켰다.

 

[11] 희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이야기를 공유해도 집단 회복탄력성을 구축할 수 있다.

이야기를 공유한다니 자칫 가볍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야기는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고 미래를 향한 기대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가족의 이야기가 자녀에게 소속감을 심어주듯, 집단의 이야기는 공동체에 정체성을 제공한다.

 

공유되는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쓰고 부당한 고정관념에 맞서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수학에 약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12] 수학 시험을 치르기 전에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성별을 상기시킬 경우, 여학생의 성적은 남학생보다 43퍼센트 낮았다.

같은 시험을 수학 시험이 아니라 문제 해결 시험이라고 부르자 성적에서 성 격차가 사라졌다.

[13] 다른 실험에서 언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들었을 때, 흑인 학생의 점수는 백인 학생보다 낮았지만, 시험의 성격을 언급하지 않자 성적에서 인종 격차가 사라졌다.

 

[14]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맞춰 자신이 축소될까봐 두려워하는 상태는 고정관념의 위협 stereotype threat”이라고 부른다.

불안한 나머지 사고가 혼란스러워져서 고정관념에 순응하게 될 때 느끼는 두려움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

파시재단은 이런 취지에서 이야기를 다시 쓰게 한다. 파시 재단 학생들이 무리를 이뤄 대학교에 함께 입학하면 캠퍼스에서 다른 이미지를 형성한다.

[15] 한 파시 동창의 말을 빌리면 파시 재단 학생들이 멋지고 똑똑하다는 소문이 학교에 자자하다.”

그들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위협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고정관념으로 찬사를 듣고 있다.

 

여성에게는 직장에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멘토와 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16] 하지만 동료에게서도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동료 멘토링을 지지하는 동료들과 함께 소집단을 형성에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린 인 서클을 만들었다. 현재 린 인 서클은 세계 150개국에 걸쳐 모두 32천개가 있다.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서클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었고, 3분의 2는 서클에 가입하면서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서클이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용하게 작용하는 부분적인 이유는 집단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17] 집단 회복탄력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려운 환경에 대항하게 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행동하게 만들어서 진정한 사회 변화를 촉진한다.

 

역경은 예기치 못하게 불쑥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폭력을 당하면 인간성을 향한 믿음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품기는 힘들다. 오히려 분노와 좌절과 두려움에 휩싸이기 쉽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저널리스트 앙투안 레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고 감동했다. 레리는 2015년 파리 테러 공격으로 아내 헬레네를 잃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틀밖에 되지 않았을 때 레리는 이렇게 썼다.

[18] “금요일 밤 당신들은 각별한 존재생명을 앗아갔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을 증오하지 않을 것입니다. .. 증오를 받는 만족감을 당신들에게 절대 주지 않을 것입니다.” 레리는 생후 17개월 된 아들이 증오에 빠지지 않게 함으로써 증오를 물리치겠다고 맹세했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매일 놀이를 할 것입니다. 이 작은 아이는 평생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것으로 당신들에게 저항할 것입니다. 당신들은 내 아들도 증오에 빠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레리의 글을 읽는데, 지독한 슬픔이 밀려왔다. 슬픔이 사그라들자 이번에는 가슴이 욱신거리고 커다란 덩어리가 목구멍에 걸린 것만 같았다.

애덤은 그런 증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고 했다.

[19] ‘도덕적 고양 moral elevation’은 두드러지게 선한 행동을 목격했을 때 감정이 북받치는 현상을 가리킨다.

[20] 이때 발생하는 감정을 일컬어 에이브러행 링컨은 우리 본성의 더욱 선한 천사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라고 불렀다.

[21] 잔혹한 사건에 직면하더라도 도덕적 고양이 작용하면 상이점보다 유사점을 보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잠재된 선한 모습을 보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고 삶을 재구축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연민을 표현하고 불공정성에 대항하려는 힘이 생긴다.

[22]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주장했듯 어느 누구도 당신을 바닥으로 끌어내려 증오에 빠지게 하지 마라.”

 

데이브가 세상을 떠난 달이었다.

[23]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수요일 성경 공부를 하고 있던 담임 목사화 신도 8명이 21세 백인 우월주의자가 발사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가뜩이나 상실감으로 비틀거리고 있을 때 이런 몰지각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는 듣고 나는 더욱 깊은 절망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신도들의 반응에 대해 들었다.

총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네이딘 콜리어는 이렇게 진술했다. “당신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를 앗아갔다. … 하지만 나는 당신을 용서하고 당신의 영혼에 자비가 깃들기를 빈다. … ”

교회 신도들은 증오를 품으며 삶을 소진하지 않고 용서를 선택함으로써 힘을 모아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에 대항했다.

총격 사건 나흘 뒤, 교회는 문을 열고 정규 주일 예배를 진행했다.

[24] 다음 날 버락 오바마 대통형은 클레멘타 핀크니 목사의 장례식에 참석해 추도 연설을 하면서 <주님의 놀라우신 은총 Amazing Grace>을 선창했다.

 

이 교회는 남부 소재 아프리칸 감리교회 중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곳이다. 그동안 신도들은 흑인에게 예배를 금지시키는 법을 이겨내고 백인 폭도가 교회 건물에 불을 지른 사건을 극복했으며, 지진도 꿋꿋하게 견뎌냈다. 비극을 겪을 때마다 힘을 합해 때로는 물리적으로, 그리고 항상 정신적으로 다시 일어섰다.

 

2015년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맞은 일요일 오전 10, 도시 전역에 모든 교회가 희생자 한명에 1분씩 9분 동안 종을 울렸다.

[25] 지역 교회의 저메인 왓킨스 목사를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를 결합하는 힘은 우리를 분리시키는 힘보다 강하다.

증오를 향해 우리는 절대 아니라고, 오늘은 아니라고 말한다. … 희망의 상실을 향해서도, 인종 전쟁을 향해서도 우리는 절대 아니라고, 오늘은 아니라고 말한다. …”

 

공동체가 사태를 수습하려고 움직이자 지역 교회들은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FBI가 시스템이 무너져 범인이 총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리자, 총기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가정들이 교회와 정치 지도자들과 손잡고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사를 더욱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회 행동주의는 찰스턴에서 낯선 것이 아니었다.

[26]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 여러 해 전에 종교 지도자들은 프로테스탄트 교회, 유대교 회당, 회교 사원을 포함해 신앙 기반 모임을 연결하는 찰스턴 지역 법무부를 결성했다.

 

그때 이후로 법무부는 매년 한 가지 문제를 선택해 해결책을 제안하고, 수천 명의 시민이 정치 지도자와 경제 지도자들과 함께 만나는 대규모 집회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물론 폭력과 인종차별주의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상실, 불의의 손상, 재해를 비롯한 많은 형태의 역경을 피할 순 없다

[27] 2010년 한 해에만 세계적으로 약 400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30여 만명이 생명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재해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희망, 경험, 이야기를 공유할 때 집단 회복탄력성이 불붙는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불길이 타오르게 하려면 힘, 다시 말해 운명을 개척할 자원과 권한을 공유해야 한다.

 

[28] 회복탄력성을 갖춘 공동체에는 개인과 집단과 지역 지도자 사이에 사회적 유대관계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공동체에 권한을 부여하면 집단 회복탄력성을 구축할 수 있다.

[29]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사건으로 민간인 수십만 명이 살해당하자 심리학자들은 정신건강 치료를 위해 탄자니아에 있는 난민 캠프에 갔다.

그들은 그곳에서 개인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취약한 집단을 지원하도록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30] 그래서 마치 마을처럼 협의회, 10대들이 모이는 장소, 축구장, 오락 장소, 예배 장소 등이 마련돼 있는, 강한 회복탄력성을 갖춘 캠프를 세웠다.

 

불공정한 문화 전통에 맞서 싸우려면 특히 집단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

[31] 중국에서 여성은 만 27세가 넘도록 독신이면 잉여 여성이라는 오명을 쓴다.

[32] 직업에서 거둔 성과나 교육 정도와 상관없이 여성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통념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까닭에 독신 여성은 가족들로부터 결혼하라는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

 

[33] 중국에서는 8만 명 이상의 여성이 린 인 서클에 가입해 함께 노력하며 힘을 구축하고 공유하고 있다.

한 서클은 잉여 독백 leftover monologues’이라는 제목으로 여성 15명과 남성 3명이 출연하는 연극을 무대에 올려 동성애공포증과 데이트 강간에 반대하고 잉여라는 단어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자신의 인간성, 즉 살아가려는 의지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타인과의 유대관계에서 찾는다. 개인이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고 성장할 때 더욱 강해지듯, 공동체도 그렇다. 당신이 속한 공동체가 언제 그러한 힘을 갖출지 알 순 없지만 그럴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옵션 B_7장

Chapter 07_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로 키우기

 

 

[1] 사우스캐롤라이나 바닷가에 서 있는 두 아이를 정교하게 화폭에 담은 이 그림은 수상 경력이 있는 화가 티모시 체임버스의 작품이다.

www.iguanaacademy.com/timothy-chambers/

그는 청력의 70퍼센트가 죽었고,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이기도 하다.

 

티모시는 초상화 모델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는 입을 보지 못한다. 그는 그림 그리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좋은 결정을 많이 내려야 합니다.”

 

티모시가 앓고 있는 어셔 증후군은 유전병으로, 그가 매우 어렸을 때 발병했다.

치료방법을 묻는 티모시에게 의사는 방법이 없으니 다른 직업을 구하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절망적인 조언을 듣고 나서 티모시는 온몸이 뒤틀리는 두려움과 잦은 악몽에 시달렸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다가 온라인 미술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에 대한 호평과 찬사가 이어졌다.

그와 그의 아내 킴은 수업을 확대해 온라인 학교를 세웠다.

 

[2] 그러던 어느 날 회복 탄력성에 관한 애덤의 강연을 시청하던 킴은 자기 남편이 그 본보기라고 생각했다.

 

애덤이 회복탄력성의 원천을 궁금해하자 티모시는 부모님이라고 대답했다. 티모시의 아버지에게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리프레이밍하는 재주가 있었다.

티모시는 당황스러운 사건에 유머로 대응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장애에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사람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인식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당황스러운 순간을 리프레이밍하는 것은 그의 제 2의 천성이 되었다.

 

우리는 데이브가 죽는, 그렇게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상실을 겪었지만, 내 아이들은 여전히 운이 좋았다. 아이들이 속한 환경 덕택에 타격을 완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슴 찢어지는 비통한 사건에 내던져진 많은 아이가 전부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3] 한국에서 아동의 빈곤율은 약 100명 중 12명이다.

[4] 미국에선 흑인 아동의 3분의 1과 라틴계 아동의 3분의 1이 가난하다.

[5] 편모 아래서 성장하는 아동의 43퍼센트가 가난하다.

[6] 미국에서 부모가 한 명 이상 교도소에 수감중인 아동은 250만 명이 넘는다.

많은 아동이 심각한 질병, 방치, 학대, 노숙에 노출되어 있다.

[7] 이렇듯 극단적 수준의 피해와 박탈은 아동의 지적, 사회적, 감정적, 학문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모든 아이가, 특히 매우 비극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안전과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

 

[8] 양질의 초등학교 교육은 아동의 인지 발달을 촉진하며, 그보다 좀 더 이른 시기에 지원해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9] ‘간호사와 가정의 협력 Nurse-Family Partnership’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엄격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아동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가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0]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가정에 임신 초기부터 아이가 두 살이 될 때까지 가정 방문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후 약 15년 동안 아동 학대와 아동 방치 발생률이 79퍼센트 감소했다.

이러한 지원을 받고 성장한 아동이 15세가 되었을 때 범죄를 저질러 체포될 확률은 평균적으로 또래의 절반에 불과했고, 어머니들이 현금 지원 혜택을 받는 횟수도 30개월가량 줄어들었다.

간호사와 가정의 협럭등의 프로그램은 가정 안에 회복탄력성을 구축한다. 그 같은 투자는 올바른 도덕적 선택인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11] 이러한 프로그램은 가정을 지원하는데 1달러를 써서 약 5.70달러에 해당하는 혜택을 거두기 때문이다.

 

우리는 크고 작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자녀에게 회복탄력성을 심어주고 싶어한다.

[12] 회복탄력성은 삶에서 더욱 큰 행복을 이끌어내고 성공과 건강의 밑거름이 된다.

[13] 내가 애덤에게 배웠고 티모시의 아버지가 본능적으로 알았듯이, 회복탄력성은 타고난 성격 특성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구축해야 하는 자질이다.

 

회복탄력성을 쌓는 기반은 아동에게 주어지는 기회, 그리고 아동이 부모, 양육자, 교사, 친구와 맺는 관계다. 우선 아동이 다음 네 가지 핵심 신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첫째, 자신의 삶에 대해 통제감을 갖는다. 둘째,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셋째, 자신은 인간 존재로서 중요하다. 넷째, 자신에게는 의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강점이 있다.

 

이 네 가지 신념은 아동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서 위기 상태의 아동 수백명을 30년 간 추적했다. 해당 아동들은 심각한 빈곤, 알코올 남용, 정신질환 등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성장했고, 이들 중 3분의 2는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14] 하지만 극도의 곤경을 겪으면서도 3분의1에 해당하는 아동이 비행 기록이나 정신건강 문제가 전혀 없는 유능하고 자신만만하며 남을 보살필 줄 아는 젊은이로 성숙했다.

이처럼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동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자기 삶에 대해 강한 통제감을 느꼈다. 그들은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라 생각해고, 부정적 사건을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심지어 기회로 삼았다.

 

[15] 위기 상황에 처하지 않은 아동도 마찬가지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아동은 대개 자기 삶을 형성할 힘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들은 명쾌하고 일관성 있는 기대를 전달해서 아동의 통제감을 증진시킨다.

 

케이시 앤더슨은 통제감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16] 케이시는 인생바꾸기 change your shoes’ 프로그램을 만들어 과거에 겪은 정신적 외상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젊은 여성을 돕고 있다.

케이시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이 제한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 내 목표는 자신을 위축시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겁니다. .. ”

 

아이들에게 회복탄력성을 심어주는 두 번째 신념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7]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아이들이 고착형 사고방식이 아니라 성장형 사고방식을 지닐 때 역경에 더욱 잘 대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착형 사고방식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다.

성장형 사고방식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은 학습하고 개발할 수 있다.

 

[18] 아이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발달시키느냐를 결정하는 부분적인 요인은 부모와 교사에게 받은 칭찬의 유형이다.

드웩이 이끄는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고, 다른 종류의 긍정적 피드백을 무작위로 주었다.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은 학생들은 자신의 지능이 정해진 속성이라고 생각해서 나중에 치른 시험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똑똑한아이들은 시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자 자신에게는 그 문제를 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좀 더 어려운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포기했다. 하지만 시도하는 노력이 값지다는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어려운 시험을 볼 때도 더욱 열심히 문제를 풀어서 시험을 끝마쳤다.

 

드웩과 공동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성장형 사고방식을 상대적으로 빨리 가르치면 현저한 g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19] 고등학교를 중퇴할 위기에 놓인 학생들에게 공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온라인 훈련을 시키자 학업 성취도가 향상됐다.

[20]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대학교 신입생들에게 같은 훈련을 받게 하자 흑인과 라틴계 학생의 중퇴율이 46퍼센트 감소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양질의 교육과 장기적 지원이 뒷받침되었을 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1] 아이들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키울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는 않고 있다.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는 부모와 교사가 많기는 하지만 항상 성공적으로 적용하지는 못한다.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를 망친다 How to Raise an Adult>에서 스탠퍼드 대학 전임 학장 줄리 리스콧제임스는 자녀에게 어려움을 거치며 성장한다는 사실을 가르치라고 부모에게 조언한다.

[22] 그녀는 그 과정을 정상화 투쟁 normalizing struggle”이라고 표현 했다.

 

[23] 드웩은 아이가 수학과 씨름할 때 수학은 네가 잘하는 과목이 아닌가봐

라고 말하지 말고 수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네 뇌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야라고 말하라고 조언한다.

 

[24] 아이들이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세 번째 신념은 존재감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염려해주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많은 부모가 대화하면서 자녀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내보인다. 자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녀의 아이디어가 가치있다고 생각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자녀가 다른 사람과 강하고 안전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25] 심각한 역경에 직면해 있는 여러 청소년을 포함해 11~18세 청소년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은 낮은 자존감, 우울증,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례가 적었다.

 

사회에서 낙인찍힌 집단에 속한 아동은 존재감을 갖기가 특히 어렵다.

[26]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젊은이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는 또래보다 4배 많고, 트랜스젠더 젊은이의 4분의 1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트레버 트로젝트 덕택에 LGBTQ 젊은이들은 하루 24시간 언제라도 문자와 전화통화를 이용해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 훈련을 받고 트레버 핫라인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맷 허먼은 설사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염려해준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이런 젊은이들에게 구명 밧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에서는 존재감 구축을 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시킨다.

[27] 학생들은 매주 열리는 클라센 타임에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해결하려고 서로 돕는다.

덴마크 학생들은 여섯 살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주 클라센 타임에 참여한다. 이때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다른 학생들이 자기 말을 들어준다고 느낀다. 반 친구들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면 학생들은 자신이 상황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느낀다.

[28]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기 행동이 주위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면서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들이 품고 있는 네 번째 신념은 스스로에게 기댈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강점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9] 인도에서도 가장 빈곤한 일부 지역에서 걸스 퍼스트라는 회복탄력성 구축 프로그램이 실시되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과 신체 건강을 향상시켰다.

2009년 시범 프로젝트로 걸스 퍼스트를 출범한 비하르 Bihar 주에는 교육받은 기간이 12년 미만인 여성이 전체의 95퍼센트, 18세 이전에 임신한 여성이 전체의 70퍼센트에 가까웠다. 해당 프로그램은 소녀들에게 용기, 창의력, 정의감, 친절, 겸손, 감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성격상 감정을 식별해서 발휘하는 법을 가르쳤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시간 출석했을 뿐인데도 감정적 회복탄력성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8학년인 리투는 용감성이 자신의 강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30] 얼마 후 리투는 친구를 괴롭히는 소년을 제지했다.

또 아빠가 이제 9학년인 언니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하자 앞장서서 아버지를 설득해 결혼을 보류시키기도 했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사들도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추면 혜택을 얻는다.

[31] 1960년대 이후 연구자들은 실패자로 낙인찍힌 집단의 학생들에게 성공할 잠재력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교사들의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밀턴 허시 스쿨 교사들은 학생들이 실패를 극복하고 교훈을 얻도록 돕는다. 높은 기대치를 설정하고, 수업시간 외에도 관심을 쏟고, 자신의 강점을 개발하라고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고 더욱 열심히 공부해 성적을 높였다.

 

적절한 뒷받침을 받은 신념은 행동을 부추겨 자아실현의 밑거름이 된다.

[32] 그러므로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동시에 방어적인 태도를 버림으로써 더욱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33] 자기 존재가 중요하다고 믿고, 타인을 돕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러면 자기 존재가 훨씬 중요하게 느껴질 것이다. 자신에게 강점이 있고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기 시작했다고 믿어야 한다. 자신이 시공을 초월할 수 있는 마법사여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회복탄력성을 쌓는 데 유용한 신념은 정신적 외상에 직면한 아이들에게 훨씬 중요하다.

[34] 미국에서 부모를 한 명 이상 잃은 아동은 180만 명이 넘는데,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숫자의 거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아동이 부모가 살아 있었다면 생활수준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35] 그 아이들에게 만약 자기 수명에서 1년을 떼어내 죽은 어머니나 아버지와 단 하루를 함께 지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묻자 절반 이상이 그러겠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보이는 놀라운 회복탄력성에 경이로워한다. 여기에는 신경학적 근거가 있다.

[36] 아이들은 어른보다 신경 가소성 neural plasticity(새로운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뇌신경 구조나 기능, 조직이 바뀌는 성질)이 커서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뇌를 더욱 쉽게 적응시킬 수 있다.

[37] 아이들은 감정처리 폭이 좁은 탓에 슬픔이 오래 지속되기보다는 간헐적으로 폭발하듯 터진다.

말보다는 행동 변화나 놀이를 통해 슬픔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아이들이 슬픔을 이겨내는 데 수면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38] 피곤하면 몸도 마음도 약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쉽게 화가 나고 즐거움을 느낄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역경에 직면했을 때는 있는 대로 힘을 끌어모아야 하므로 평소보다 수면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아이들이 규칙적으로 제때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우리 가족은 감정이 아직 아물지 않은 탓에 실수를 많이 하기 마련이므로 용서가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39] 나는 작년에 딸과 함께 걸스 리더십 워크숍에 참석해 신속하게 서로 사과하는 법에 대해 배웠다.

상대방의 감정에 상처를 입혔을 때 두 사람 모두 신속하게 서로 사과해서 상대방을 용서하고 자신도 용서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강정도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도와달라고 말한다라는 항목이 네 범주 모두 들어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회복탄력성을 구축하는 핵심이다. 아이들은 도와달라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을 때,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느낀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염려하고 곁에 있어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며, 도와달라고 손을 뻗음으로써 통제권을 얻을 수 있음을 이해한다. 또한 고통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음을 인식한다.

 

[40] 알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디에서 자랐고, 부모의 어린 시절은 어떗는지 등 아이들이 가족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면서 성장하면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이 늘고 소속감이 강해진다.

긍정적인 기억은 물론, 감당하기 어려운 기억이라도 털어놓고 대화하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41]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면 아이들의 자긍심을 키워줄 수 있는데, 이런 방법은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이다.

서로 다른 관점을 논리 정연한 이야기로 통합시키는 것은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통제감을 심어줄 수 있다.

 

부모들은 하는 행동이 아빠를 닮았구나와 같은 말을 하면 아이들이 슬퍼할 까봐 걱정하지만, 향수에 대한 연구 결과를 찾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42] 향수 nostalgia의 단어 의미로는 과거가 다시 돌아오기를 갈망하며 느끼는 고통을 가리키지만, 심리학자들은 이것이 대부분 유쾌한 상태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과거의 어떤 사건을 돌이켜보며 곰곰이 생각할 때 더욱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과 유대감이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 흔히 삶의 의미를 더욱 깊이 깨닫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난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무시하기 보다는 그 뜻을 기리고 싶어 한다.

 

[43] 애덤은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충격을 극복하도록 돕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프로그램을 내게 설명해주었다.

프로그램의 주요 단계 중 하나는 아이들이 남겨진 사람들로 완전한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가족 정체성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다.

[44] 행복은 단지 경험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억해야 하므로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동영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데이브를 잃고 나서 절실히 느꼈다.

[45] 그래서 요즈음에는 동영상을 최대한 많이 찍는다.

 

애니조나 주립대학교 프로그램은 남겨진 가족들이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잠시 슬픔에서 벗어나고, 다시 자신들이 가족의 일원이라고 느낀다. 이때 가족이 참여하는 활동은 수동적인 것이 아닌, 함께 보드 게임을 하거나 요리를 하는 것처럼 능동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