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감각_2장_08

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8. 우리는 소유한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상품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한다. 이때의 가치는 효용과 기회비용의 함수로 결정된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거래에서는 매물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사고자 하는 사람보다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어떤 것을 소유한다는 조건은 그 소유가 어떻게 이뤄졌는가와 전혀 무관하게 소유자로 하여금 소유물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왜 그럴까? 이른바 소유효과 endowment effect’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보다 높은 가치를 매기는 현상을 최초로 입증한 사람은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엘렌 랭어 Ellen Langer이고, 그후 리처드 탈러가 이 개념을 한층 넓게 확장했다.

[1] 소유효과의 기본적인 개념은 어떤 물건의 가치를 현재 소유자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며, 따라서 그는 이것을 팔고자 할 때 사려는 사람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가격보다 높게 매긴다는 것이다.

소유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팔려는 사람은 사려는 사람이 생각하는 가격의 약 두 배나 되는 가격을 부른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매도가격을 최대화하고 매수가격을 최소화하려는 욕망은 완벽하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정교한 실험은 소유자들이 실제로 자기 소유물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잠재적인 매수자는 동일한 물건의 가치가 그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해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와 같은 과대평가 효과는 뭔가를 소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소유물의 긍정적인 측면에 더 많이 집중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소유물을 평가할 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온갖 정서적 이득이 그저 자기만의 느낌일 뿐을 잊어버린다.

 

우리는 소유물을 어떻게 소유하는가?

 

소유의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또 실제로 나타난다. 어떤 것을 소유함으로써 특정 감정을 추가로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거기에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노력은 소유의 감정, 즉 자기 스스로 어떤 것을 창조했다는 감정을 가져다준다.

굳이 많은 부분에 기여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실질적인 기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노력과 소유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 어려울수록 그 과정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강렬해지고, 그것을 향한 애정이 한층 더 커진다.

 

[2] 마이클 노튼, 대니얼 모톤 Daniel Mochon 그리고 댄은 이 현상에 이케아 효과 IKEA effect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케아 가구 하나를 조립하는데 어떤 노력이 들어가는지 생각해보자.

매장에 가서 가구를 사와서 조립을 해야한다. 재미있어 보이긴 하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지시사항을 겨우겨우 해독하기가 무섭게, 꼭 필요한 조립도구가 보이지 않아서 이케아 노동자가 조립세트를 잘못 챙겼다고 생각한 순간 내 엉덩이 밑에 그 도구가 깔려있었고.. 이러저러해서 마침내 야호! 가구가 완성되었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면 강한 애착을 느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것은 우리물건이다. ‘우리가 해냈다. 우리는 돈 몇 푼 때문에 이 물건을 내다팔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케아 효과이다.

 

누구든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어떤 물건을 임의로 소유하게 될 수도 있다.

[3] 지브 칼몬 Ziv Carmon과 댄이 듀크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실험을 통해 두 사람은 추첨으로 농구경기 입장권을 따낸 학생들은 그 입장권에 다른 학생들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심지어 똑같은 날 똑같은 경기, 똑같은 경험을 제공하여 실질적 가치가 동일한 경기임에도 그랬다.

당첨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그 입장권의 실질적 가치를 높게 평가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그저 입장권을 갖고 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뿐.

[4] 코넬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맥락의 다른 실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머그컵을 공짜로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그 머그컵의 가치를 두 배로 평가했다.

이는 머그컵을 받은 학생들이 소유의식을 매우 빠르고도 임의적으로 느꼈고 그래서 실제보다 높은 가치를 매겼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형상의 물건에서는 흔히 소유효과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치를 보다 높게 평가한다.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머그컵이 왜 그렇게 인기 있는 실험 물품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연구자들도 머그컵을 이용해서 직접적 접촉이 중요함을 입증했다.

[5] 머그컵을 손에 30초 이상 들고 있었던 피실험자 집단은 10초 이하로 들고 있었거나 전혀 만지지 않았던 피실험자 집단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그 머그컵을 사겠다고 대답했다.

30초 만에 높은 수준의 소유 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가상소유권 virtual ownership’이라는 심리적 경험도 있다. 어떤 것을 온전하게 사지 않고도 충분한 정도의 소유의식 혹은 미각과 촉각을 누리는 것을 말하는데, 시험적인 사용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그것을 실제로 소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베이 경매에서 미키마우스 시계에 입찰한다고 상상해보자. 경매는 막바지에 다다랐고 우리 응찰가가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아직 그 물건의 소유자가 아니다. 아직 경매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읻.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마치 그 물건을 이미 낙찰받은 것처럼, 즉 그 물건의 주인인 것처럼 느낀다.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불러 물건을 가로채면 분노가 일어난다. 바로 가상소유권에서 이런 분노가 비롯된다.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았지만 소유했던 것처럼 느끼며, 그 과정에서 미키마우스 시계의 가치를 점점 더 높게 평가한다.

 

성공한 광고 카피라이터들은 어떤 점에서 보면 마술사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잠재적인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이미 그 문제의 제품을 소유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미 멋진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고 느끼며, 가종과 함께 아름다운 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실질적인 소유가 아니다. 그저 가상의 소유일 뿐이다. 광고의 환상이 우리를 제품과 연결해준다. 정신적 접촉이 잠재적 소비자에게 소유의식을 생성시키고 이 감정은 상ㅍㅁ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당신이 잃어버린 것 속에 있다

 

소유효과는 이른바 손실회피 loss aversion’와 깊은 관련이 있다.

[6] 이 원리는 원래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처음 제기했는데

사람들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다는 것이 기본개념이다.

, 동일한 양의 고통과 즐거움이 있을 때 보통음 즐거움보다 고통을 더 강하게 느낀다. 그런데 이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 무려 약 두 배나 된다.

다른 말로 하면, 10달러를 잃을 때 느끼는 고통 강도가 10달러를 얻을 때 느끼는 즐거움 강도의 두 배이다.

 

손실회피는 소유효과와 나란히 손을 잡고 작동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이런 심리가 작동하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자기 것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역으로 자기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다.

 

손실회피는 잠재적인 이득보다 잠재적 손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냉정한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손실과 이득은 방향만 정반대일 뿐, 비중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기대효용에 의거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마땅하며 거대하면서도 냉정한 슈퍼컴퓨터처럼 생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다. (물론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긍정적으로 냉정한 슈퍼컴퓨터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당신은 손실회피 따위의 제물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다음 두 질문에 어떤 반응이 떠오르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1. 당신은 현재 수입의 80퍼센트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2. 당신은 현재 수입의 20퍼센트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이 두 질문은 수학적, 경제학적으로 동일하고 따라서 대답 역시 동일해야 마땅하다.

[7] 그런데 사람들은 두 번째 질문보다 첫 번째 질문에 더 많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두 번째 질문은 손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듯, 손실의 무게는 이득의 무게보다 무겁다.

 

이득에 초점을 맞출지, 손실에 초점을 맞출지 하는 질문 프레임을 설정하는 문제는 병원에서 환자의 목숨을 놓고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도 제기될 수 있다.

위중한 상태의 환자를 놓고 의사가 위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지 말지 가족에게 결정하도록 할 때, 의사가 제시하는 의사결정 프레임에 따라 가족의 대답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연구자들이 확인한 바다.

[8] 즉 의사가 ‘80퍼센트의 사망 가능성이 있다처럼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출 때보다 ‘20퍼센트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처럼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면서 의사결정을 요구할 때 환자 가족은 성공확률이 희박한 무모한 도박을 더 많이 택한다.

 

댄은 실험을 하면서 피실험자들에게 각자 자기 연봉이 6만 달러라고 상상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 회사가 직원이 연봉의 10퍼센트 범위 안에서 퇴직연금을 들면 회사가 그 액수만큼 보태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6만 달러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돈은 아니다. 실험 결과, 연봉의 10퍼센트라는 최고한도액을 꽉 채워서 퇴직연금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아주 조금만 떼어내 적립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회사에서 공짜로 주겠다는 지원금을 마다한다.

 

그런데 이 실험의 조건을 살짝 바꿔서 다른 피실험자 집단에게 회사가 매달 월초에 500달러씩을 직원의 퇴직연금 계정에 입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기만 하면 직원은 이 돈을 자기 돈으로 가질 수 있는데, 다만 조건이 하나 붙는다고 했다. 그 돈을 가지려면 회사가 지원하는 금액만큼 자기도 퇴직연금에 적립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예를 들어, 직원이 한 달에 500달러씩 그 계정에 적립하면 그는 전체 1,000달러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직원이 100달러만 적립하면 회사에서 입금한 500달러 중 400달러는 다시 회사의 계정으로 빠져나가버린다. 그리고 직원은 회사로부터 공짜로 받을수도 있었던 특정 금액이 자신의 퇴직연금 계정에서 빠져나갔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이렇게 하자 손실이 뚜렷하게 부각됐다. 당연히 피실험자들 사이에서는 손실회피 심리가 촉발됐고, 퇴직연금 불입액을 신속하게 최대한도로 늘렸다.

 

손실회피를 이해하고 나면 그리고 많은 것들이 이득이나 손실이라는 프레임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온전하게 이해하기만 하면 우리는 어쩌면 퇴직연금 불입금액을 얼마로 할지와 같은 여러 선택의 프레임을 새로 짤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행동을 하도록 스스로를 설득하는 쪽으로 말이다.

 

손실회피는 장기적인 차원의 위험을 측정하는 우리의 능력을 무디게 만들기도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면 주식투자는 채권투자보다 수익률이 훨씬 더 높다. 그러나 단기간만 놓고 보면 고통스러운 손실을 동반하는 짧은 구간들이 수도 없이 이어진다.

 

손실회피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단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보다 큰 위험을 감수해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9] 실제로 슐로모 베나치 Shlomo Benertzi와 리처드 탈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손실회피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수익률을 바라볼 때보다 장기수익률을 바라볼 때 봉급생활자들이 퇴직금을 주식에 더 기꺼이 투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손실회피는 이 외에도 다른 투자 관련 문제를 많이 야기할 수 있다.

[10] 일반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손실회피는 상승하는 종목을 (그때까지 확보한 이득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너무 빨리 팔아치우게 만들고 하락하는 종목을 (손실을 현금화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너무 늦게까지 붙들고 있게 만든다.

 

단기적 손실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한 가지 해결책은 위험성이 높은 주식투자를 피하고 채원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거나 비록 0에 가깝긴 하지만 확실한 이자를 보장해주는 적금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손실을 느끼지 않겠지만 은퇴시기에 가서는 손실을 느끼게 된다.

 

우리 두 저자가 선호하는 투자 접근법이 있는데, 바로 자신이 한 투자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작은 규모의 가격 등락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사람이라면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딱 한 번만 하고 끝내버리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잠깐!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다!

 

통신사는 사용자가 여러 개의 작은 손실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모든 것을 하나의 커다란 요금으로 뭉뚱그려서 청구한다.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거래인가! 사용자가 단 한 번의 손실만을 느끼면서 여러 가지 소중한 이득을 얻으니 말이다.

 

통신사의 이런 접근법은 손실 합치기 aggregating losses 및 이득 분리하기 aggregating gains’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단 한 번의 고통스러운 손실만 안겨주면서 여러 가지 즐거운 이득을 가져다준다.

 

당신은 나의 소유권을 매몰시켰다

 

이득보다 손실을 강조하고 자기 소유물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인간의 통상적인 심리적 경향은 매몰비용 sunk cost와 결합할 때 한층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어떤 것에 이미 투자했을 때는 그 투자금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이때 이미 투자된 이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거기에 계속 투자하려 한다. 달리 표현하면, 이미 투자한 것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약간의 희망적인 생각을 보태가면서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들이붓는다.

자 당신이 자동차 제조회사의 CEO인데 비용이 1얼 달러가 들어가는 신차 개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미 비용의 90퍼센트를 투자했는데 경쟁사에서 개발하고있는 자동차보다 연비가 더 좋고 가격도 낮으며 환경적으로도 더 바람직한 자동차를 거의 완성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머지 1,000달러를 투자해 프로젝트를 완성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1,000달러를 아낄 것인가?

 

자 똑같은 상황을 한번 더 상상해보자. 이번에는 당신이 아직 1달러의 돈도 투자하지 않았고 전체 개발비는 1,000만 달러밖에 안된다. 그런데 당신이 이 프로젝트에 착수하려는 참에 경쟁사가 당신이 개발하려는 모델보다 여러 가지 점에서 우수한 모델의 설계를 이미 완료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그렇다면 당신은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프로젝트를 포기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상황은 지금 시점에서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확하게 동일하다. 그러나 첫 번째 경우에는 이미 투자한 9,000만 달러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기가 어렵다. 첫 번째 경우에는 대부분 투자를 이어나간다. 두 번째 경우에는 대부분 프로젝트를 포기한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두 상황에 같은 의사결정을 내리겠지만, 실제로 그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몰비용은 인생이라는 장부에서 영원히 손실로 기재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자신이 영원히 짊어져야 할 비용이며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비용이다. 매몰비용을 생각할 때, 금액과 함께 들어간 희망과 꿈 그리고 그 모든 선택과 노력도 함께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한층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댄은 참가자들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경매 방식으로 매입하는 게임을 통해 매몰비용의 개념을 보다 분명하게 입증했다. 이 게임에는 네 가지 규칙이 있었다

규칙 1 : 응찰 가격은 5달러에서 시작한다.

규칙 2 : 호가는 한 번에 5달러씩 늘려간다.

규칙 3 :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은 그 돈을 내고 100달러짜리 지폐를 가져간다.

규칙 4 :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 역시 자신이 제시한 금액의 돈을 내놓되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이 게임이 진행되자 입찰액은 50달러 그리고 55달러까지 올라갔다. 55달러에 낙찰되면 댄이 돈을 벌게 된다.(55달러를 부른 사람이 55달러를 내고 100달러짜리 지폐를 가져가지만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인 50달러를 부른 사람이 50달러를 내놓기 때문에 결국 5달러가 남는다.) 그러고 어떤 시점에서 누군가가 85달러를 부르고 또 누군가는 90달러를 부른다.

이 시점에서 댄은 게임을 멈추고서,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90달러를 내고 100달러를 가져가니 10달러를 벌 수 있고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인 85달러를 부른 사람은 85달러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고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95달러를 부를지 묻는다. 그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조금 전에 90달러를 부른 사람 역시 당연히 100달러를 부른다.

그런데 게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95달러를 부른 사람에게 105달러를 부를지 묻는다. 물론 그 사람이 포기하면 95달러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응찰액이 100달러를 넘어서면 이제 손해볼 것이 뻔하다. 이 경우에 손해액은 계속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불어난다. 이렇게 해서 어느 순간 한 사람이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를 깨닫고 중도에 포기할 때까지 계속 상대방보다 5달러 더 높은 금액을 부르게 된다.

 

[11] 할 아르케스 Hal Arkes와 캐서린 블루머 Catherine Blumer는 매몰비용을 똑똑하게 생각하지 않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피실험자들에게 100달러짜리 스키 여행상품에 이미 돈을 지불했다고 가정하라고 했다(이 실험은 1985년에 진행됐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스키 여행상품을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줬다. 피실험자들이 이미 돈을 지불했다고 가정한 여행보다 모든 점에서 좋고, 게다가 비용이 50달러밖에 하지 않는 상품이다. 그러고는 피실험자들에게 이 여행상품도 샀다고 상상하라고 말했다. 그 후 이 두 여행의 일정이 겹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지 물었다.

그런데 피실험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1. 100달러짜리 상품이 50달러짜리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지고

2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미 150달러를 지출했음에도

100달러짜리 상품을 선택했다.

 

요지는 이렇다. 인생의 많은 측면에서, 자신이 과거에 어떤 투자를 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걸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성적인 세상에서라면 사전에 투자한 금액의 규모는 현재의 행동 결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만약 이 사전 투자가 실패로 끝났다면 그건 이미 매몰비용이다. 그 돈은 이미 날아가고 없다. 미래가치 예측이 더 중요하고 더 필요하다. 때로는 미래를 바라보기만 해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미래를 소유하라

 

소유가 관점을 바꿔놓는다. 우리는 자신의 소유 수준에 적응하며, 소유는 이득과 손실을 판단하는 기준선이 된다.

소유의 함정을 극복하려면 소유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스스로를 그것과 심리적으로 떼어놓아야 한다.

물론 말로 하긴 쉽지만 실천하기는 훨씬 어렵다. 특히 감정과 시간과 돈을 자기 인생과 소유물에 투영할 때는 더욱더 그렇다

부의 감각_2장_07

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7. 자신을 믿는 어리석음이 부르는 화

 

1987년에 애리조나대학교의 교수인 두 연구자 그레고리 노스크래프트 Gregory Northcraft와 마거릿 닐 Margaret Neale이 재미있는 일을 실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투손에서 가장 존경과 신뢰를 받는 부동산 중개인 몇 명을 한 명씩 따로 어떤 집으로 초대했다.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 그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꿰뚫고 있었다. 노스크래프트와 니은 그들에게 집을 꼼꼼하게 살펴보라고 한 다음에 몇 가지 엇비슷한 판매 가격과 MLS (미국의 부동산 유통 시스템)에서 뽑은 정보 등을 제공했다.

 

이 부동산 중개인들은 그 집에 대해서 딱 한가지만 제외하고 동일한 정보를 받았다. 다른 정보란 바로 집주인이 팔겠다는 가격, 즉 호가였다. 어떤 집단에게는 호가가 119,900달러, 다른 집단에게는 129,900달러, 세 번째 집단에게는 139,900달러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집단에게는 149,900달러라고 했다. 이 호가는 중개인들이 그 집을 살펴볼 때 맨 처음 제공됐다.

 

그 뒤 투손 지역의 부동산 전문가인 이들에게 그 집의 합리적인 구매 가격을 얼마로 추정하는지 물었다.

[1] 그 집의 호가가 119,900달러라고 들었던 집단의 중개인들은 평균저긍로 111,454달러라고 대답했다. 129,900달러라고 들었던 중개인들은 123,209달러라고 대답했으며, 139,900달러라고 들었던 중개인들은 124,653달러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149,900달러라고 들었던 중개인들은 127,318달러라고 대답했다.

 

요컨대 호가가 높을수록 부동산 중개인이 추정한 집값이 높았다.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능력이 의심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일반인 대상으로도 똑같은 실험을 했다. 호가는 마찬가지로 추정가격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 영향의 폭이 전문가 집단보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두 사람이 진행한 실험의 정말 재미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실험에 참여한 부동산 중개인 중 81퍼센트나 되는 압도적 다수가 자기는 추정가격을 결정할 때 호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집단은 63퍼센트가 추정가격을 결정할 때 호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호가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런 일이 자기에게 일어나는 줄 전혀 몰랐다는 뜻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이는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어쩌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가치판단을 할 때 의식하든 안하든 자기 자신이 탁월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의존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또 이때가 가장 위험하기도 하다. 첫 인상을 결정할 때는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닻내림 효과)의 오류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앵커링 효과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의사결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에 좌우돼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 타당하지 않은 정보가 의사결정 과정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 위험한 이유는 그 잘못된 출발점이 미래 의사결정의 준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손의 부동산 중개인들에게서 바로 이런 앵커링 효과가 나타났다. 그들은 어떤 숫자를 봤고, 그 숫자를 놓고 생각했으며, 그 숫자에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 자신을 신뢰했다.

 

익숙함에 빠진 닻을 올려라

 

수요공급 법칙에 따르면 유보가격(소비자가 제품에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가격)을 설정할 때는 그 물건이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 그리고 다른 지출 선택지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 두가지만 놓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우리는 판매가격을 너무도 많이 고려한다. 평범판 식료품점에서는 가격이 얼마일까, 호텔이나 공항에서는 판매될까? 이처럼 판매가격은 수요공급이라는 틀 바깥에 존재하는 고려사항이지만 우리가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들어 음료수 한 캔이 통상적으로 1달러쯤 팔리기 때문에 기꺼이 1달러를 지불할 마음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앵커링 효과다. 세상이 사람들에게 음료수 한 캔이 약 1달러라고 말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가격을 지불한다.

 

[2] 앵커링 효과를 최초로 입증한 연구자는 아모스 트버스키 Amos Tversky, 대니얼 카너먼인데, 이 두사람은 1974년에 유엔과 관련된 실험을 통해서 그 개념을 입증했다.

연구자들은 한 집단의 피실험자 대학생들에게 숫자판을 돌리게 했고, 이 숫자판은 (별도의 비밀스러운 조작에 의해) 10이나 65에 멈췄다. 그 후 실험 진행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1. 유엔에서 아프리카 국가 비율은 ( 10퍼센트 // 65퍼센트 )보다 높은가, 혹은 낮은가?(숫자판이 멈춘 숫자, 10이나 65에 맞춰서 이 둘 중 하나의 질문을 한다)

2. 유엔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인가?

 

첫 질문에서 10퍼센트로 설정된 질문을 받은 피실험자들은 두 번째 질문에서 평균적으로 25퍼센트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첫 질문에서 65퍼센트로 설정된 질문을 받은 피실험자들은 다음 질문에 평균적으로 45퍼센트라고 답했다. 이 결과는 첫 질문이 상관없는 두 번째 질문에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앵커링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1970년대 유엔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23퍼센트였다.

 

이 실험은 우리가 뭔가의 가치를 알지 못할 때 자신에게 제시된 어떤 것에 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투손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데, 그 부동산 중개인들은 다른 어떤 이들보다 정보와 경험이 많아서 주택의 진정한 가치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추정할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투손의 부동산 중개인 이야기에서 우리가 짚어야 할 핵심은, 이런 빗나간 추정이 전문가들에게도 일어나니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더 자주, 더 큰 폭으로 일어날까 하는 점이다.

 

앵커링은 자기 자신을 믿기 때문에 나타난다. 닻이 일단 의식 속으로 들어오고 이를 수용하고 나면, 우리는 그것이 타당하며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했으며 또 매우 이성적인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믿게 된다. 어쨌거나 자기가 스스로를 잘못된 길로 유도하지는 않으리라는 발상도 이런 믿음을 강화한다.

 

이는 거만함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게으름에 관한 얘기다.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선택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쉽고 낯익은 결정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이 결정이 흔히 우리 뇌에 닻을 내린 어떤 시작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문제이다.

 

앵커링 효과를 넘어서서

 

군중심리 herding(따라하기)’ 혹은 자기 따라 하기 self-herding’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자. 군중심리란 집단과 행동을 함께 하는 것. 즉 다른 사람의 행동을 근거로 삼아 어떤 행동이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군중심리는 본질적으로 옐프(Yelp 지역 기반 소셜네트워크의 하나) 같은 리뷰 사이트가 번성하도록 만드는 인간 심리이다. 줄이 선 식당이나 클럽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는 이유도 바로 이 군중심리 때문이다. 그렇다면 식당 주인이 대기 장소를 따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 자체가 군중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신호이기 때문이다.

 

자기 따라 하기는 앵커링의 한층 더 위험한 요소다. 자기 따라 하기는 기본적으로 군중심리와 도일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이 아닌 자신의 과거에 대린 비슷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 자기가 예전에 뭔가를 높게 평가했다는 이유로 지금도 그것을 높게 평가하는 식이다.

 

이렇게 단 한번의 의사결정으로 앵커링이 시작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앵커링이 자기 따라 하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기기만과 오류의 부정확한 가치평가의 영속적인 순환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앵커링 및 자기 따라 하기와 사촌 격인 가치조작의 단서가 하나 있는데, 바로 확증편향 confirmaation bias’이다. 확증편향은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인식과 기대를 지지하는 쪽으로 새로운 정보를 해설할 때 머리를 디밀고 나타난다. 또한 기존에 내렸던 의사결정을 확인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작동한다. 그래서 자기 의견을 지지하는 자료를 찾으면서 자신의 의사결정이 옳다는 생각에 한층 더 강력하게 사로잡힌다. 그 결과 과거의 의사결정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강화되고,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에도 과거 그 의사결정의 원칙과 방법과 경로를 충실하게 따른다.

 

과거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는 어떤 점에서는 충분히 일리가 있고 가치 있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 즉 최초에 가치를 평가하는 의사결정을 했던 자아에게 상당한 압력을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3] 앵커링 효과는 단지 부동산 가격책정뿐 아니라 연봉협상에서 주식 가격, 심사위원특별상 그리고 열두 개를 사면 한 개는 공짜라는 문구의 표지판을 보고 다섯 개만 사려다가 열두 개를 사기로 마음을 고쳐먹는 경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곳에서 나타난다.

 

공짜라는 덫

 

앵커링은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돈을 쓰지 않고 아끼기만 하는 것이 사물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앞서 말한 무료앱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앱들은 몇 개의 가격 범주로 깔끔하게 분류돼 있는데, 일단 가격이 설정되고 나면 사람들은 어떤 앱에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을 그 앱에 들일 돈을 다른 데 써서 얻을 수 있는 편익과 비교해서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최초의 앵커를 기준으로 가격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한 번에 15분 씩 한 주에 두 번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앱의 가격이 13.5달러라면 어떨까? 이 가격은 낮은걸까 높은걸까? 이 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효용의 절대적 가치가 13.5달러라는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보통은 이 앱을 다른 앱의 가격과 비교하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앱이 13.5달러의 가치에 못미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 앱은 1년 동안 사용자에게 27시간의 즐거움을 주는데, 이는 영화 열여덟편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이는 27시간 동안의 즐거움에 대한 대가로 13.5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결코 손해 보는 거래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로지 가격만 놓고 이 앱을 다른 앱과 비교한다. 그 가격이라는 것도 공짜에 닻이 내려져 있는 가격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돈을 지출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은 재정적인 감각이 부족해서 돈을 올바로 쓰지 못한다.

 

모를수록 소비가 행복해진다

 

뭔가에 대해 아는 게 적을수록 닻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부동산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주택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닻 가격에 영향을 덜 받았다.

 

이런 사실은 마음속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 문회한이라고 해도 가치나 가격의 범위를 의시갛고 있을 때는 가치평가 과정에서 닻에 덜 휘둘리기 때문이다.

 

[4] 저널리스트인 윌리엄 파운드스톤 William Poundstone은 앤디 워홀이 죽은 뒤 롱아일랜드의 몬탁에 있던 이 예술가의 저택이 부동산 시장에 나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미술품 가격이 매우 임의적으로 책정되는 듯 보인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 미국 팝아트 선구자가 썼던 그 저택의 가격은 어떤 식으로 매겨질 수 있었을까? 무엇이 가치의 표지가 될 수 있을까? 그의 존재, 그의 아우리,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동안은 유명해질 수 있을 거야라고 했던 그의 말? 몬탁 저택에는 무려 5,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이 매겨졌다.

 

그리고 나중에 이 호가가 4,000만 달러고 깎였다. 이럴거면 애초에 왜 그토록 높은 가격이 매겨졌을까? 앵커링 효과 때문이다.

충분히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저택은 2,750만 달러에 팔렸다.

 

이처럼 정확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 앞에서는 앵커링 효과가 매우 강력하게 발휘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들고 나왔을 때, 그 물건을 예전에 본 적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잡스는 ‘999달러라는 수치를 스크린에 띄우고는 모든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서 그 물건의 적정 가격이 999달러라고 말하더라고 제품 설명회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마침내 가격을 공개했다. 499달러였다! 얼마나 훌륭한 가격인가! 사람들의 머리가 폭발했다! 아이들은 좋아서 엉엉 울었다. 전자업계에 대혼란이 일어났다!

 

댄은 전에 어떤 실험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일을 의뢰받았을 때 보수로 얼마를 달라고 요구할지 물었다. 그 일이란 자기 얼굴을 파란색으로 칠하기, 신발 세 켤레의 냄새를 맡기, 쥐 한 마리 죽이기등등 이었다. 그가 신발의 냄새를 맡는 것과 쥐를 죽이는 것 등을 선택한 이유는 그런 일에는 따로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기준이나 도구가 없었다.

대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해서 그 언저리에서 보수가 결정된다. 닻이 존재하는 활동에 대한 보수를 책정할 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격을 불렀다. 그러나 가지 얼굴에 파란색을 칠하기와 같은 것에는 닻이 존재하지 않았고, 피실험자들의 대답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이들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돈을 받겠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수천 달러를 부르기도 했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임의적 일관성과 앵커링 효과

 

이미 눈치 챘겠지만 앵커링은 우리가 맨 처음 바라보는 가격(예를들어 권장소비자가격)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자신이 과거에 지불했던 가격(예를들어 편의점에서 샀던 음료수 가격)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권장소비자가격은 외부적인 닻의 한 예이다. 권장소비자가격은 해당 제품의 가격이 이정도라는 것을 당신 머릿속에 심어주려고 한다. 이에 비해서 음료수 가격은 내면적인 닻이다. 이 가격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5] 이 두 가지 유형의 닻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사실 닻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즐겨 인용하는 실험이 있는데, 드라젠 프렐렉과 조지 로웬스타인 그리고 댄이 했던 일련의 실험이다.

이 중 하나의 실험에서 진행자는 MIT 학부생인 피실험자들에게 컴퓨터 마우스, 무선 키보드, 특수 제조 초콜릿 그리고 높은 등급의 와인 등을 포함한 특정한 제품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 물었다. 그런데 실험 진행자는 이 질문을 하기 전 피실험자들에게 자신의 사회보장번호의 마지막 두 자리 숫자를 적으라고 한 뒤에, 각각의 물건을 그 숫자로 이뤄진 가격으로 구매할지 대답하게 했다. 예를들어 두 자리 숫자가 54라면 무선 키보드를 54달러에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흥미롭게도 피실험자들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금액이 각각의 사회보장번호 마지막 두 자릿수 숫자와 연관성을 가졌다. 그 숫자가 높을수록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대답했고, 숫자가 낮을수록 더 적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대답했다. 사회보장번호의 뒷 두 번호는 물건의 가치와 아무련 관련이 없음에도 그 숫자는 피실험자들이 각각에 매긴 가격에 영향을 줬다.

그리고 이후 그 번호가 가격 책정 판단에 영향을 줬는지 물었을 때,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앵커링 효과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경우는 완전히 임의적인 앵커링이었음에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줬다.

[6] 가장 무작위적인 숫자조차 마음속에 가격으로 설정되고 나면 다른 관련 제품들의 가격을 알려준다, 현재에도 또 미래에도.

 

앵커링 효과는 가격을 책정하는 초기 결정이 중요함을, 즉 초기의 의사결정이 사람의 머릿속에 특정 가격을 설정하고 이것이 나중에 있을 가치 계산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해낸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닻은 이른바 임의적 일관성 arbitrary coherence’이라는 과정을 통해 장기적인 영향력을 획득한다. 임의적 인관성의 기본적인 개념은 피실험자가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금액이 임의적인 닻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돈과 감각

 

이는 사람들이 어떤 범주에서 첫 번째 의사결정을 하고 난 다음에는 최초의 닻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첫 번째 의사결정에 준해서 두 번째 의사결정을 한다.

어떤 사람이 사회보장번호 마지막 두 자릿수 숫자가 75이고 그가 와인 한병이 60달러라는 가격을 임의로 매겼다면, 두 번째 와인 가격을 매길 때는 75라는 숫자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60이라는 숫자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지금 앵커링에서 상대성으로 넘어가고 있다.

 

실제 현실에서 우리 대부분은 상대적인 가치평가를 경험한다. 이는 이치에 맞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애초에 타당하지 않은 닻에서 출발한 가격이므로 어떤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젠과 조지와 댄은 임의적인 시작점 그리고 이 닻과 함께 시작된 그 뒤의 가치평가 양상이 질서에 관한 착각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연하자면, 사람들은 실제 현실에서 생활하면서 특정한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거나 확신하지 못할 때 임의적인 것을 무작정 붙잡고 매달린다.

일단 가격이 제시되고 우리가 그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수긍하는 순간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바로 그 시점부터 줄곤 그와 비슷한 제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가격을 매기는 데 영향을 준다.

 

닻 올리기

 

자신에게 제시된 특정 가격()에 너무도 쉽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휘둘린다는 사실은 가치를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깨달음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를 권유하는 홍보물에는 대부분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라는 일종의 면피용 경고가 실려 있다. 앵커링이 물건 가격을 평가하는 능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과거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자주 토대로 작용하는지를 생각한다면, 우리 역시 이 홍보물에 실린 것과 비슷한 경고를 삶에 적용해야 한다. , ‘과거의 의사결정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이 교훈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도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절대로 믿지 마라’ 

부의 감각_2장_06

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6. 고통을 회피하려는 습관

 

(null)

해피엔딩

 

어떤 경험의 끝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떤 경험의 끝은 나중에 그 경험을 회상하거나 기억하거나 혹은 그 경험 자체를 평가할 때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 도널드 레델마이어 Donald Redelmeier와 조엘 카츠 Joel Katz 그리고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은 대장내시경 검사의 마지막 결말 부분이 전체 과정에 대한 피검자의 기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실험했다.

연구자들은 한 무리의 피실험자들에게는 표준적인 방식으로, 다른 피실험집단에게는 마지막에 5분이 걸리는 과정을 추가했다. 추가된 과정은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고통은 덜했다. 의사가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고통을 줄인 과정을 마지막으로 내시경 검사를 끝냈을 때 피검자들은 대장내시경 검사 전체의 과정의 고통이 덜하다고 평가했다. 총합으로 따지자면 표준적인 방식의 과정을 거친 피검자보다 오히려 고통이 컸음에도 말이다.

(null)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불의 고통이라는 용어의 뜻은 말 그대로다. 뭔가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할 때 사람들은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

[2] 이 현상은 드라젠 프렐렉 Drazen Prelec과 조지 로웬스타인 George Loewenstein<적자와 흑자 The Red and the Blacks: Mental Accounting of Savings and Debt>라는 논문에서 처음 제안했다.

 

지불의 고통이란 자기가 가진 돈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할 때 우리가 느끼는 통증이다. 이 고통은 지출 자체가 아니라 지출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지출을 생각하면 할수록 고통은 그만큼 더 커진다. 그래서 지출을 떠올리며 그렇게 구입한 것을 소비할 때면 지불의 고통이 소비 전체 경험을 실제보다 덜 즐거운 것으로 느껴지도록 그 경험 전체를 진하게 물든인다.

 

최근에는 뇌영상과 자기공명영상 MRI을 이용한 여러 연구저작들이 돈을 지출하는 행위가 신체적인 고통을 처리하는 뇌 영역을 실제로 자극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많은 돈을 지출할 때는 이러한 뇌 메커니즘이 더 강한 자극을 받는데,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단지 높은 가격만이 아니다.

[3] 가격도 물론 고통을 야기하지만, 어떤 것을 포기할 때도 사람들은 고통을 느낀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고통이 없을까?

 

고통을 느끼면 보통 처음에는 그 고통을 제거하려는 반응을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누그러뜨리고자 한다. 고통을 스스로 통제하길 원한다.

기불의 고통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지불의 고통을 회피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고통이 유발된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보다 중요한 변수는 생각하지 않은 채, 고통이 동반되는 지출에서 고통이 동반되지 않는 지출로 도망을 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고통 회피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 일로 인해서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고통 회피는 강력한 동기유발 요인이자 교활한 적이다. 고통 회피는 진정한 가치를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사람들은 물건의 가치가 아니라 구매 과정에서 본인이 경험하는 고통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허점투성이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다.

 

고통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알려주는 신호이다.

뜨거운 난로에 손을 덴 아기는 고통을 느끼고,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 그런 고통을 유발하는지 깨우친 후 뜨거운 난로에는 손을 대면 안된다는 것을 배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에게 무엇이 고통을 유발하는지 배우고 또 그것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과연 어떨까? 우리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을 멈출까, 아니면 그 행동을 계속하려고 통증을 마비시킬까?

 

지불의 고통은 당연히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지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옳다. 그런데 사람들은 고통의 종식 대신에 고통을 누그러뜨릴 여러 방법을 고안해낸다. 신용카드, 전자지갑, 자동이체 등을 사용하는 것은 금융 헬멧을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고통이라는 증상을 치료하긴 하지만 그 증상의 근본 원인인 지불을 치료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것이 지출과 관련하여 스스로 내리는 의사결정을 평가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실수다.

 

지불의 고통은 다음 주 가지의 확실한 요인에 따른 결과이다. 하나는 돈이 자기 지갑에서 나가는 시점과 그렇게 구입하는 것을 소비하는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극이고, 또 하나는 지불 그 자체에 기울이는 주의력이다. 이렇게 해서 다음 공식이 성립한다. ‘지불의 고통 = 시간 + 주의력

 

우리는 고통 생성에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돈을 지불하는 시각과 그렇게 산 물건을 소비하는 시각 사이의 간극을 넓히고, 지불에 요구되는 주의력을 줄인다. , 시간의 문제이고 주의력의 문제이다.

 

예를들어, 패키지 여행으로 큰돈이 한꺼번에 지출되는 경우에 그 상황에서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패키지 여행을 즐기기 위해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쯤 지불의 고통은 이미 먼 과거의 일이 됐다. 때문에 패키지를 통한 경험과 즐거움과 음식은 공짜로만 느껴질 것이다. 비용 지불에 대한 의사결정은 이미 끝난 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행지에 머무는 동안 뭔가를 하고 싶을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하는 경우, 지불의 고통을 느껴야 했으며, 또 그 고통 때문에 즐거움이 줄어들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금액이라도 지불은 지불이고, 따라서 그때마다 고통이 동반된다.

 

(null)

때로는 화끈하게, 때로는 냉철하게

 

지불의 고통을 제거하면 돈을 보다 더 자유롭게 쓰고 소비를 더 많이 즐기게 된다. 반대로 지불의 고통을 늘리면 지출에 대한 통제력이 높아져서 지출이 줄어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지불의 고통을 늘리거나 줄여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달라진다.

 

평생 몇 번하지 않는 경험이 있다. 신혼여행도 이런 경험에 속한다. 이런 경험이라면 지불의 고통을 줄이고 마음껏 즐기는 것이 좋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불의 고통을 늘려야만 하는 범주가 분명히 있다.

요컨대, 어떤 순간에서든 거래를 하며 느끼는 지불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키울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런 통제력도 발휘하지 않은 채로 지불의 고통이 저 스스로 알아서 늘어나거나 줄어들도록 방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즐거움이 어느 정도인지 혹은 자신이 줄이려고 하는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를 바탕으로 의도적으로 지불의 고통을 키우기도 하고 또 줄이기도 해야 한다.

(null)

 

시간은 째깍째깍 계속 흐른다, 내 지갑 속으로

 

지불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날 때 소비에 따르는 즐거움은 크게 감소한다. 이 두 행위가 시간상 떨어져 있을 때는 사람들이 지불에 그다지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지불 행위 자체를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그 결과 구입한 물건이나 경험을 그만큼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시간 유형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선불 유형과 소비할 때마다 지불하는 현장 지불 유형, 그리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후불 유형이다.

 

[4] 호세 실바 Jose Silva와 댄이 시간과 관련해서 했던 실험을 살펴보자.

연구자들은 심리 실험실에서 45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조건으로 피실험자인 대학생들에게 10달러를 지불하겠다고 했다. 피실험자들로서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10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그들에게 특별한 선택권을 제시했다.

본인이 원한다면 일반적인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온라인 정보를 구매해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피실험자들이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정보의 범주는 세 가지였다.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카툰과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뉴스와 과학 관련 기사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가장 적에 선호하는 포스트모던 문학에 대한 교양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피실험자들은 이 가운데 무엇이든 원하는 가격을 지불하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범주에 매겨진 가격이 제각기 달랐다. 카툰은 하나에 3센트였고 뉴스와 과학 기사는 하나에 0.5센트였으며 포스트모던 문학 관련 교양 기사는 무료였다. 그런 다음 피실험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그들이 무엇을 얼마나 많이 보는지 기록했다.

 

덧붙여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이 카툰이나 기사를 보는 대금의 지불 방법을 피실험자 집단별로 다르게 설정했다. 후불 집단에게는 실험이 모두 끝난 뒤 보수 10달러를 지급할 때 대금을 차금하고 주겠다고 했다. 선불 집단에게는 미리 10달러를 전자 지갑으로 지급하고 카툰이나 기사를 볼 때마다 지불하도록 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나면 현금으로 환전하게 했다. 마지막 세 번째 집단은 소액결제 방식으로 대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이 집단에서 사람들은 지불하겠느냐는 질문에 를 클릭하면 즉시 결제가 이뤄졌으며 잔액이 화면 상단에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점은 모든 집단의 피실험자들이 동일한 콘텐츠를 볼 때는 동일한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모든 집단의 피실험자들은 그다지 많은 돈을 지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보면 집단별로 지출 규모에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참가비를 미리 지급받은 선불 집단에서는 평균 18센트를 지출했다. 이에 비해 후불 집단은 평균 12센트를 지출했다. 이 사실을 놓고 보면 특정한 활동에 쓸 용도로 계정을 따로 마련해두면 지출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는 무려 50퍼센트나 더 많이 지출했다. 인상적인 효과는 소액결제 집단에서 나타났다. 이 집단에 속한 피실험자들은 지출을 할 때마다 그 지출을 할지 말지 강제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야 했는데, 이들은 평균 4센트 밖에 지출하지 않았다.

이 결과를 종합하면, 지불이 특별히 두드러질 때, 즉 후불 방식을 선불 방식으로 바꿀 때 우리의 지출 양상도 바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지불이 개별 항복별로 이뤄질 때 지출 양상이 극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지불의 고통 때문에 선불 방식일 때는 보다 많이 지출하고 후불 방식일 때는 보다 적게 지출하며, 개별 항목을 살 때마다 지불하면 지출이 훨씬 줄어든다. 이처럼 지출의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피실험자들로 하여금 그 재미없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공부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 실험의 피험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관련 내용을 읽는 것을 즐기지 않았고, 실험이 끝난 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읽으니 차라리 칠판을 못으로 긁는 소리를 듣는게 나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관련 내용을 공짜로 읽는 활동이 지불의 고통 총량은 가장 적게 만들었지만 소비의 고통 총량은 가장 많게 만들었음을 뜻한다.

피실험자들은 카툰보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소비하는 경험을 훨씬 적게 즐겼다. 그러나 피실험자들은 카툰 대금 지불의 고통을 회피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결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소비의 고통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소액결제 조건의 피실험자들도 4센트가 아니라 12센트를 지출할 수도 있었고, 45분 동안 진행된 그 실험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을 좋게 만들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불의 고통이 너무나 강력해서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선불

 

선불은 전체적으로 볼 때 더 많은 비용을 치뤘을 수도 있지만 그때 누린 기쁨도 훨씬 더 크다. 이런 양상을 사업가들은 놓치지 않았다. 선불 제도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를 잡았다.

 

로스앤젤레스의 트루아 맥(Trois Mex)과 시카고의 알라니아(Alinea) 그리고 뉴욕의 아테라(Atera)같은 팬시 식당들은 이제 고객들에게 온라인으로 선불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새삼스러운 추세가 아니다.

어떤 것을 소비하기 전에 미리 그 대가를 지불하면 그것을 실제로 소비할 때는 거의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고통 없는 거래이다.

 

아마존 닷컴은 프라임 회원제 제도를 운영하면서 배송비를 선불로 받고 있다. 프라임 회원제의 연회비는 99달러지만 1년 내내 무료배송을 보장해준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완전히 무로는 아니다. 이미 99달러를 지불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1년 동안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배송과 관련된 대금을 지불하는 고통에 추가로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그때마다 우리는 배송비가 공짜라는 느낌을 받는다.

 

선불은 또한 기프트카드나 카지노 칩처럼 경험의 내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20달러의 현금을 스타벅스 카드로 바꾸고 나면, 20달러는 커피를 사는 데 지불된 돈으로 쓰임새가 고정된다. 이렇게 돈이 그 범주의 계정에 할당되고 나면, 우리는 지불이 이미 완료된 것처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기프트카드로 뭔가를 살 때는 자기 돈을 쓰지 않는 것이 되고, 따라서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기프트카드가 환기하는 감정은 현금을 지불할 때 느끼는 감정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말로 하면 너무도 뻔한 얘기 같지만 사람들은 모두 뭔가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 소비에 대해 돈을 지불하기는 싫어한다.

[5] 그러나 드라젠 프렐렉과 조지 로웬스타인이 밝혀냈듯, 지불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며 자신이 이미 대금을 지불한 것을 소비할 때는 기분이 상대적으로 더 좋아진다.

 

현불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에 대금을 지불하는 현불 방식은 지불의 고통 및 가치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줄까?

 

어떤 것을 소비하는 동안에 대금을 지불하면 지불의 고통이 보다 예리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소비의 즐거움도 줄어든다.

 

소비와 지불이 같은 시간에 이뤄지면 이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업계의 사례가 있다 AOL이라는 작은 회사가 지불과 소비를 분리했는데, 이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AOL은 세계 최대의 미국 통신업체이다.

 

1996년에 AOL의 사장 밥 피트먼 Bob Pittman은 기존의 요금 체계를 19.95달러만 내면 무제한 접속을 허용하는 정액제의 단일 체계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AOL의 직원들은 요금체계의 변동으로 사용자들이 회사 서버에 연결하는 총 시간이 늘어날 것에 대비했다.

그글은 고객들의 사용 양상을 살펴본 뒤에, 새로운 요금체계 도입으로 전체 고객 중 아주 일부분만이 인터넷을 예전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대부분은 기존에 사용하던 만큼 사용하리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이런 추정을 통해 서버 용량을 아주 조금밖에 늘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용 총시간은 하룻밤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났다. 물론 AOL은 이런 사태에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의 서버를 빌려야 했는데, 이 업체들로서는 약점이 잡힌 AOL을 상대로 마음껏 비싼 임대료를 물릴 수 있었으니 횡재를 한 셈이었다.

 

어째서 AOL에 있던 데이터 관련 도사들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만일 AOL의 해당 팀이 지불 및 지불의 고통과 관련된 심리적인 여러 측면을 면밀하게 살펴봤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었던 기존 요금체계에서는 고객이 비용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할 것임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사실을 AOL 팀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요금체계에서는 즐거움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런 체계가 사라지는 순간 지불의 고통도 함께 사라졌다. 사람들은 보다 더, 훨씬 더 오랫동안 인터넷 접속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자 했고 그래서 AOL 고객의 전체 사용량이 하룻밤 사이에 두 배로 뛰어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지불의 고통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는 자신의 지출을 보다 예리하게 의식하게 만들어준다. 이와 관련해서 자동차 기름이 흥미로운 사례가 될 수 있다.

자동차 기름을 넣을 때면 주유기에서 기름 값을 나타내는 수치가 빠르게 올라간다. 우리는 그걸 바라보며 지출을 의식하면서 지불의 고통을 느끼고 연비 좋은 자동차를 사야하나’ ‘카풀 모임에 가입해야 하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집에서는 전기 사용량을 보여준 두꺼비집이 대개는 바깥에 있거나 보이지 않도록 숨겨져 있다. 또한 청구서에는 사용량이 그저 월 단위로 표시된다. 그리고 알아서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의 지출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정에서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이는 3장에서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후불

 

미래에 이뤄지는 지불 방식이 고통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미래의 돈을 현재의 돈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한다는 사실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일 지금 당장 100달러를 갖는 것과 하루나 한 달 뒤, 1년 뒤에 100달러를 갖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당장 갖는 쪽은 선택한다.

[6] 미래의 돈은 할인된 가치를 지닌다(미래소득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비이성적인 온갖 태도와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어떤 금액을 미래에 지불하겠다고 계획을 갖고 있을 때는 지금 당장 같은 금액을 지불할 때보다 고통이 덜하다. 그리고 미래의 시점이 멀수록 고통도 줄어든다.

 

신용이 있는 사람에게 신용을

 

이는 신용카드 업계에서 만들어낸 천재적으로 사악한 꼬드김이다. 신용카드는 소비하는 시간과 그것의 대금을 지불하는 시간을 분리하는 심리적 힘을 주되게 사용한다. 신용카드는 미리 소비하고 지불은 나중에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돈 문제와 관련해 시야를 흐리게 만들며 기회비용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지불의 고통도 줄여준다.

 

신용카드는 지불의 고통을 피하는 우리의 욕망을 이용한다. 신용카드는 지출이 보다 덜 두드러지게 하고 지불과 소비 사이의 시간을 벌려서, 어떤 것을 사고 돈을 지불할 때 느끼는 고통을 최소화한다. 신용카드는 보다 많이 지출하게 만드는 무심함을 만들어낸다.

[7] 엘리자베스 던 Elizabeth Dunn과 마이클 노튼 Michael Norton<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 이런 무심한은 구매 시점의 감정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지출을 했는지 기억하기 어렵게 만드는쪽으로 구매 경험 자체를 바꿔버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8] 많은 연구저작들이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보다 기꺼이 지출하고자 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금액의 구매를 하게 되고 보다 많은 팁을 주며 또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을 보다 빨리 내린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스티커, 결제기 같은 장치가 고객의 눈에 잘 띄게 하는 것만으로도 신용카드의 영향을 받는 행동이 촉발된다.

[9] 1986년에 있었던 한 연구는 신용카드 홍보용 사은품을 어떤 사람의 책상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그 사람이 보다 많은 지출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용카드는 자신이 구매한 것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만든다. , 현금 지불은 구매의 부정적인 측면과 돈이 자기 수중에서 떠나갈 때의 부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데 비해서, 신용카드는 구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유도한다.

[10]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디저트가 얼마나 맛있을까 혹은 어떤 것을 벽난로 위에 놓아두면 멋질까를 생각하지만, 현금 지출을 할 때는 똑같은 것이라고 그걸 먹으면 얼마나 살이찔까 혹은 어떻게 하면 벽난로를 없애버릴까 하고 생각한다.

 

동일한 가격의 동일한 제품임에도 지불 방식에 따라서, 얼마나 쉽게 지불하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유발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평가된다는 말이다.

 

그녀는 돈을 쓰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

 

신용카드는 시간상의 변환 뿐만 아니라 지불에 들어가는 주의력을 감소시키는 측면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보다 적은 주의력을 기울이고 보다 적은 고통을 느낄수록 우리는 어떤 것을 근거도 없이 평가한다.

 

신용카드는 현금을 점원에게 건네주고 다시 거스름돈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것 보다 훨씬 쉽다. 또한 신용카드는 한 달 동안의 총 구매내역을 한꺼번에 보여줌으로써 지불을 더 쉽게 만들고 고통은 덜 느끼게 만든다.

 

지출 금액을 하나로 합칠 때 나타나는 효과, 즉 고통을 줄이고 가치 평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효과를 유발하는 금융 도구는 신용카드만이 아니다. 금융계에서 자문하는 사람들은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명목의 수수료를 받아 돈벌이를 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1퍼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투자자가 돈을 벌 때, 투자자의 전체 자산 가운데 1퍼센트를 떼어간다는 말이다. 그런데 투자자는 그 1퍼센트를 구경조차 하지 못한다. 자기 계정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1퍼센트 지출에 대해 지불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제한된 사용처가 있다면?

 

기프트카드에 대해서 다시 얘기해보자. 같은 맥락의 지불수단(사용처가 제한된 지불수단)은 카지노 칩과 항공 마일리지가 있다. 이런 것들을 사용하면 고통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든다. 이런 것들은 심리적 회계에 의해 이미 우리의 통상적인 가치단서와 분리돼 있다. 제한된 지불수단은 의사결정이라는 고통스러운 짐의 많은 부분을 제거해줌으로써 지불이 한결 쉽게 이뤄지게 한다.

 

현실에는 지불에 드는 노력이 소비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수도 없이 많다. 지불의 어려움이 가치를 평가하는 우리의 감각을 바꿔서는 안 되겠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엄연히 일어난다.

 

지불을 의식할 수 있는가?

 

아마존닷컴이 방어하고 나선 첫 번째 특허가 원클릭기술이라는 걸 알고 있는가? (이는 등록된지 18년 만인 17912일에 만료됐다)

단 한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뭔가를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지출을 너무도 쉽게 만들어준다. 또한 이 과정에는 고통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것이야말로 아마존닷컴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지패스 기술은 통행료를 자동적으로 부과하는데, 이때 부과된 통행료가 얼마인지 사람들은 월말에 고지서를 받아보고서야 안다. 그것도 궅이 확인하려고 따로 노력을 기울여야만 알 수 있다.

나중에는 홍채 스캔으로도 지불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발전이 지불을 한결 간편하게 만들어준다는 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는 어떤 저항이나 마찰, 고통도 없다. 생각도 없다.

 

현금 지불은 그 자체에 지불이 부각되어 쉽게 인식되는 두드러짐이 내장돼 있다. 돈을 보고 느끼며 세어서 넘겨주고 또 거스름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좌수펴는 현금보다는 덜 두드러지지만 본인이 직접 금액을 적고 나서 상대방에게 건네야 하므로 두드러짐 수준이 상당히 높다. 앞서 살펴보듯 신용카드는 두드러짐이 훨씬 덜하다.

 

어떤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손쉽고 고통 없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다. 현명하고 사려 깊은 것보다는 손쉽고 고통 없는 것을 선택하려 한다. 언제나 그렇다.

 

지불의 고통은 죄의식을 느끼게 하고 또한 충동구매를 막아주기도 한다. 미래에는 지불 과정에서 거의 모든 마찰(저항)이 제거될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면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결과는 어떨까? 장기적인 차원의 건강이나 저축률에는 당연히 해로울 것이다.

 

공짜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바보들

 

공짜는 이상한 가격이다. 그렇다 공짜고 가격은 가격이다. 어떤 것이 공짜일 때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는 비용 편익 분석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공짜가 아닌 것은 물리치고 공짜를 선택하는데 실제로는 공짜가 언제나 최고의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두 개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하나는 12퍼센트 연이율이 적용되지만 연회비가 없고, 다른 하나는 연이율이 8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연회비가 100달러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연회비를 지나치게 크게 평가하기 때문에 연회비를 받지 않는 연이율 12퍼센트짜리 신용카드를 선택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연체를 하거나 잔고부족이 이어질 때가 있기 때문에 이 카드가 더 비싸게 먹힌다.

 

공짜는 처음에 공짜로 제공되던 것을 나중에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하기는 매우 어렵게 한다. 이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자. 지불의 고통이 0일 때 흔히 사람들은 지나치게 흥분한다.그리고 공짜라는 그 가격이 익숙해진다.

노래를 찾아주는 무료 앱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언제든 무료 앱을 사용하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날 이 앱이 사용하려 할 때마다 팝업창을 띄우고는 이 앱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려면 딱 한번 99센트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고 해보자. 이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공짜에서 1달러로의 가격 변화는 사람들의 태도를 엄청나게 바꿔놓는다. 여태까지 공짜로 사용해온 것에 1달러를 대가로 지불하기를 사람들은 망설인다. 라테 한 잔을 마시는 데 하루에 4달러씩 쓰는 건 전혀 망설이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 공짜로 쓰던 앱에 1달러를 쓰는 것은 망설인다고? 정말 말이 안되는 심리다.

 

지불의 고통을 쪼개는 방법

 

[11] 여러사람이 함께 어떤 음식을 소비하는 자리에서 그 비용을 똑같이 나눠서 내게 될 것임을 모두 알고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씀씀이가 커지는데, 유리 그니지 Uri Gneezy, 에르난 하루비 Ernan Haruvy, 하다스 야페 Hadas Yafe는 이런 사실을 비싼 와인을 동원한 실험을 통해서 입증했다.

비용이 공평하게 나눠질 때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 최상의 지불 방법은 모든 사람이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계산하게 한다고 처음부터 공표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가장 즐거움을 많이 누릴 수 있는 선택일까? 고통에서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선택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모아놓고 점원이 그 중 하나를 뽑아 계산하게 하는 신용카드 룰렛을 왜 좋아할까? 만일 모두가 각자 자기 몫의 비용만 부담한다면 제각각 어느 정도씩 지불의 고통을 경험할 것이다. 그에 비해 한 사람이 전체 비용을 부담하면 그 사람에게는 지불의 고통이 크겠지만, 다른 모든 사람에게 면제된 고통의 합보다는 이 고통이 적다.

지불의 고통의 강도는 지불하는 금액에 비례하지 않는다. 함께 식사한 세 사람의 몫까지 계산한다고 해서 지불의 고통이 4배 늘어나지는 않는다.

신용카드 룰렛의 가장 큰 미덕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모든 사람이 고통 없이식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팀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스포츠 정신의 고전적인 사례인데, 여기에서 은 친구들이고 희생은 식사비를 혼자서 계산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재정적인 차원에서 개인에게 효율적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식사비는 경우에 따라 많을수도, 적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정기적으로 함께 식사하는 자리의 비용을 돌아가면서 한 사람이 맡아서 낼 때 누군가는 조금 적게, 누군가는 조금 많게 낸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지불의 고통을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고 상대적으로 많은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방식을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사실은 지불의 고통이 그 자체로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지불의 힘을 온전하게 이해한다면 개인의 재정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부의 감각_2장_05

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5. 돈은 대체 가능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심리적 회계란 실제적인 가치와 전혀 상관없이 돈에 대해 생각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때로는 유용한 도구일 수도 있지만 이는 대개 형편없는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고 만다. 특히 자신이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할 때 더더욱 그렇다.

 

돈의 특성으로 언급했던 대체할 수 있음이라는 개념을 기억하는가? 돈은 다른 돈으로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1달러에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가 각각의 1달러를 바라보는 방식은 자신이 그 1달러와 처음 연관시켰던 항목에 따라 결정된다.

동일한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지출 범주에 따라 제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이런 경향 및 접근 방식은 돈을 다루는 데는 확실히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 그러나 기회비용과 실제 가치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면 이 전략은 예산운용을 엄격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럼으로써 지출 방식과 관련된 문제에서 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 회계를 함으로써 우리는 대체할 수 있다는 돈의 기본적인 원리를 깨뜨리고 만다. 돈의 이러한 특성이 부여하는 편익을 자기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는 말이다. , 일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돈과 관련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실수를 하게 된다.

 

심리적 회계라는 개념은 리처드 탈러 Richard Thaler(미국의 심리학자로 <넛지>등의 베스트셀러 저자이며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맨 처음 소개했는데, 사람들이 돈과 관련된 행동을 회사나 기관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발상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큰 규모의 조직에서 일한다면, 이 사람은 해마다 모든 부서가 적정한 예산을 배분받아서 필요한 사업에 잘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일 어떤 부서가 회계연도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그 부서에 배정된 예산을 다써버렸다면 큰일이다. 다음 회계를 배정받기 까지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산에 대한 이런 접근법이 개인의 재정 생활에는 어떻게 적용될까? 개인 생활에서도 사람들은 자기가 쓸 돈의 각각의 지출 범주들에 할당한다. 보통은 의류비, 오락비, 집세, 관리비, 투자자 등이다. 그리고 기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범주 안에 있는 돈을 모두 다 써버리는 것은 매우 나쁜 일이다. 보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범주의 돈이 남으면 사람들은 그 돈을 쉽게 써버린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당신이 브로드웨이 최신 뮤지컬 관람 티켓을 100달러 주고 샀다고치자. 그런데 개막일 맞춰서 극장에 도착한 뒤 당신은 끔찍한 일을 당한다. 티켓이 없는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지갑에는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있다. 그렇다면 이 돈으로 티켓을 다시 살까? 이 질문에 대부분 아니오라고 답한다. 돈을 주고 티켓을 샀는데 티켓을 잃어버렸다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티켓을 새로 사서 그 뮤지컬을 봤다고 가정할 경우, 그날 밤 공연 관람에 얼마의 돈을 지출했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까? 대부분은 잃어버린 티켓을 사는데 들어간 돈까지 포함해 200달러라고 답한다.

 

그런데 다른 설정을 해보자. 당신은 티켓을 예매하지 않았지만 극장에 갔다. 그런데 지갑을 열어보니 분명 100달러 두장이 있어야 하는데 한 장 밖에 없다! 당신은 100달러만큼 더 가난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100달러가 남았기에 뮤지컬을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은 티켓을 사려고 한다. 100달러 지폐를 잃어버린 것은 뮤지컬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때 뮤지컬 공연에 얼마를 지출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100달러라고 답한다.

 

사람들은 두 상황에 다르게 반응하지만, 순전히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둘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어쨋거나 이 둘이 어떻게 큰 차이를 만들어낸걸까?

 

이 뮤지컬 구입이 기업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뮤지컬 관람 예산이 배정돼 있었고 티켓 구매에 그 예산을 다 썼다면, 다른 항목에서 뮤지컬 관람 예산을 끌어올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티켓 대신 새로 티켓을 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돈이 그냥 지갑에서 빠져나와 없어졌다면 사람들은 그 돈이 어떤 특정 항목 예산에서 지출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뮤지컬 관람 예산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돈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뮤지컬 관람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 심리적 회계의 논리는 상당히 논리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속기 쉬운 지출 계정

 

완벽하게 이성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출 관련 의사결정은 가상의 예산계정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 계정의 형태나 위치나 타이밍이 달라진다 해도 말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늘 이런 유형의 심리적 회계를 수행한다. 몇 가지 방식을 생각해보자.

-> 자기가 가진 돈의 일부를 낮은 금리의 보통예금 계좌에 넣어두고서 고금리가 적용되는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 전체는 심리적 회계의 거대한 사례이다. 이 도시의 관광 담당 공무원들은 사람들이 저마다 심리적 회계를 충실히 수행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심지어 사람들의 지출계정 분리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라스베이거스에서 생긴 일은 라스베이거스에 묻어두고 가라 What Happens in vegas stays in vegas”라는 마케팅 구호까지 만들어뒀다.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자기가 가진 모든 돈을 정신적인 라스베이거스 계정에 몰아넣는다. 도박에서 져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 돈을 라스베이거스 계정이라는 항목에 달아뒀으니 말이다.

 

[1] 개리 벨스기 Gary Belsky와 토마스 길로비치 Thomas Gilovich<행동경제학 교과서 Why Smart People make big money mistakes and how to correct them>에서 5달러로 룰렛 게임을 하는 사람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이 사람은 초반에 엄청나게 운이 좋아서 무려 3억 달러까지 번다. 그러나 한 차례 잘못된 배팅으로 모든 돈을 잃어버린다. 아내가 기다리는 호텔 객실로 돌아갔을 때 아내가 게임이 어땟느냐고 묻자 그는 5달러를 잃었다고 대답한다. 만일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면 분명 적어도 5달러보다는 훨씬 많은 돈을 잃은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3억 달러를 잃었다는 느낌을 들지 않을 것이다. 5달러 만이 내 돈의 전부라고 느껴지는데, 그날 저녁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갖고 있던 돈이 5달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날 밤 모든 1달러를 딴 돈으로 범주화 할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우리는 딴돈 3억 달러를 몽땅 잃는다 하더라도, 처음 갖고 있던 5달러만 잃은 것으로 느낄 것이다.

 

내가 쓰는 돈, 저축하는 돈 등 모두 내 돈이라는 동일한 우물에서 나온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방금 소개한 시나리오들은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내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사람들은 돈을 심리적 차원의 여러 범주에 할당하며, 이 범주화는 실행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그 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한다.

 

심리적 회계라는 매우 특별한 문제

 

심리적 회계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돈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삶의 실체적인 모습과 인간이 지닌 인지 차원의 한계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유용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심리적 회계가 현명하게 사용될 때 특히 더 그렇다.

 

우선 심리적 회계가 어째서 독특한지 살펴보자.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치자. 첫째, 완벽하게 이성적인 사람 이른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둘째, 인지적 한계가 있긴 해도 어느 정도 이성적인 사람. 이 사람은 충분한 시간과 정신적 역량만 주어지면 최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셋째, 인지적인 한계가 있긴 해도 어느 정도 이성적인 동시에 감정도 지니고 있는 사람, 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평범한 사람.

완벽하게 이성적인 사람에게 심리적 회계는 명백하게 실수이다. 돈은 어차피 똑같은 돈이니 완벽하게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인지적인 한계가 있는 사람에게는 심리적 회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가 실생활에서 온갖 정보를 유지하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리적 회계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유용한 체험적 지침(, 지름길)을 제공해준다.

 

단순성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계정을 설정하고 구획하면, 지출을 할 때마다 기회비용 전체의 세계를 구석구석 헤집을 필요가 없다.

심리적 회계를 사용하면 예를 들어 커피와 저녁과 유흥이 들어가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예산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만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유용하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다.

 

심리적 회계는 제 3의 인간 유형, 즉 감정과 스트레스와 짜증스러움과 마감시한 그리고 수많은 의무사항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인간을 우리에게 데려온다. 이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적인 사람들이다.

특정 물품을 사고 싶을 때마다 선택의 이해득실을 생각해야 한다면 엄청난 고통에 짓눌릴 것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섭취 음식의 칼로리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계산하라고 요구한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포기해버릴 수 있다.

우리 삶이 워낙 복잡하고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심리적 회계를 보다 유용하게 활용하는 좋은 방법이다.

 

불쾌함을 털어내는 방법

 

돈을 범주화하면 돈을 대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는 돈을 범주화하는 명확한 방법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돈을 획득한 방식과 쓰는 방식, 그리고 쓸 때 느끼는 감정 등을 토대로 자신의 돈을 여러 개의 심리적 회계계정에 나눠두며, 이 각각의 계정은 제각기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돈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벌었는가, 아니면 길에서 주운 복권이 당첨돼서 벌었는가에 따라 규칙이 달라진다.

 

[2] 사람들이 돈을 범주화하는 방법에 대한 흥미로운 발견이 있는데, 돈을 벌어들인 방식에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그 돈의 일부를 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기 돈을 바라볼 때의 느낌이 돈을 지출하는 방식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그렇다. 사람들이 돈을 각각의 지출계정으로 분산, 할당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숨어있는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그 돈에 대한 각자의 느낌, 즉 기분이다.

 

조너선 레바브 Jonathan Levav와 피트 맥그로 Pete McGraw는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돈을 획득하면 사람들이 이를 세탁하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친척으로부터 돈을 상속받았다면 이 돈은 기분 좋게 느껴지고 금방이라도 이 돈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어떤 부의 원천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그 돈은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 그래서 돈에 묻은 부정적 감정을 씻어내기 위해 가장 먼저 이 돈의 일부를 떼어내 기부와 같은 긍정적인 쪽에 지출한다. 이렇게 해서 그 돈이 깨끗하게 느껴지고, 그 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쓴다.

조너선과 피트는 이를 감정적 회계 emotional accounting’라고 부른다. 감정적인 돈세탁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일에 사용함으로써 세탁할 수 있다.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돈과 연관된 나쁜 감정을 씻어주고, 따라서 나머지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3] 이런 유형의 감정적 돈세탁은 누가 봐도 이성적이지 않지만,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장미는 이름이 장미가 아니어도 가격은 매한가지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돈을 관리할 때도 마치 개인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기업의 회계부서 직원과 똑같이 행동한다.

악명 높은 에너지 기업 엔론 Enron을 기억하는가? 2000년대에 기업 사기의 대명사로 불리던 이 회사는 회계 조작을 통해 내부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엔론의 직원들은 해외 계좌를 만들어 비용을 숨기고 허위 수익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분식 회계를 했다. 또한 존재하지 않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사기를 저질렀다.

얼마나 완벽하게 회계를 조작했던지 심지어 본인들조차도 자신들의 분식회계 논리가 진짜인 것처럼 믿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많은 부분 회계 부정 때문에 발생했다. 이들은 최상층에서부터 사기 음모를 꾸몄으며, 자기들에게 편리하고 수익이 높고 유리한 이런저런 파생상품 펀드를 내세워서 여러 계정의 위치나 순서를 이리저리 바꾸고 서로를 뒤섞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이와 비슷하게 회계 부정을 저지른다. 제 각각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서는 그걸 금방 잊어버린다. 저금하려던 돈에서 일부를 빼서 쓴다.

 

우리 개인은 엔론 만큼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심리적 회계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감정, 이기심, 충동, 계획 부족, 단기적 사고, 자기기만, 외부 압력, 자기합리화, 혼란 그리고 탐욕 등으로 인해 우리는 쉽게 엇길로 나가고 만다. 이는 돈과 관련된 10대 죄악이라고 볼 수 있다. 치명적 죄는 아닐지언정 좋지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심리적 회계는 비록 비이성적이긴 하지만 기업 회계와 마찬가지로 잘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유용할 수 있다. 예산 범주들은 예산 계획을 세우고 지출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 회계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여전히 회색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이 창의적인 회계를 동원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듯 우리 역시 융통성 넘치는 지출 논리로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규칙을 바꿔서 잘못된 지출이 잘못된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그럴듯한 핑계와 이야기를 꾸며낸다.

 

마크 트웨인 Mark Twain은 이런 창의적인 규칙 조작의 사례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는 시가를 하루에 한 대만 피우기로 마음먹었다.

[4] 그런데 그런 뒤 그는 점점 더 큰 시가를 사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목발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커다란 시가를 사서 하루에 하나씩 피웠다.

사회과학자들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이런 창의적인 회계 유형을 융통성 있는 심리적 회계 malleable mental accounting’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기가 지출한 돈을 모호하게 분류하거나 제각기 다른 심리적 계정에 창의적으로 할당하면서 바로 이런 융통성을 발휘한다. 이런 식으로 융통성 있는 심리적 회계는 계정의 주인(자기 자신)을 속이는데 도움을 준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 예산에 따르자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근사한 외식을 할 방법을 찾아낸다.

 

우리는 다양한 범주를 설정하고 사용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그 범주들을 규정하는 규칙까지도 바꾼다.

그리고 합리화할 수 있을 때마다 이런 허위의 규칙을 만들어내고 나쁜 선택인 줄 알면서도 그 선택을 한다.

그 규칙을 만든 사람이 자기고 게다가 그 규칙을 아는 사람도 자기뿐인 경우가 많으므로, 그걸 바꾸거나 아니면 아예 뒤집어버리기란 너무도 쉽다.

 

악화가 양화를 뒤좇는다

 

횡재를 했을 때(복권 당첨과 같이) 우리는 평소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보너스 계정의 좋은 기분이, 늘 긴장하며 사용하던 여러 계정으로 스며들어서 생각하지 않고서 이 돈을 쉽게 써버린다.

그리고 이런 지출을 특별한 지출이라고 합리화한다.

 

융통성 있는 심리적 회계 역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저축을 깨도록 유도한다. 긴급한 상황에서조차도 보건 항목의 지출을 유도한다. 또 완전히 새로운 예산 범주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만들도록 유도한다. 더 고약한 사실은, 이렇게 새로운 범주가 생성되고 나면 예전과 달리 한결 더 수월하게 이 범주에서 지출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창의적인 회계를 실행하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통합 integration’이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지출이 있을 때 작은 지출을 큰 지출에 합쳐서 두 지출이 사실은 하나의 지출일 뿐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편이 심리적으로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5,000달러짜리 자동차를 사면서 200달러짜리 CD 체인저를 옵션으로 추가 구입했을 때, 사람들은 이 200달러의 지출을 자동차 구입 지출에 합쳐서 생각한다.

 

우리는 또한 분류를 잘못해서 회계 부정을 저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생일선물에 돈을 지출하고 싶지 않아 장장 네 시간에 들여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다고하자. 그런데 이때 들인 시간과 노력도 당연히 일정한 가치를 가진다. 아마 케이크를 만들면서 보낸 네 시간은 선물로 살 수 있었던 액자보다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정말 엄격하게 돈만 따져서 말하자면, 돈을 아끼려고 네 시간 동안 힘들게 수고한 것은 잘못된 의사결정이다. 이는 계정 분류를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대부분은 의식적으로 탐욕을 부리거나 어리석거나 천성적으로 악하지 않다. 뻔뻔하거나 무모해서 자신의 심리적 회계계정을 어기는 게 아니다.

[5] 하지만 우리는 규칙에 어긋나는 지출 관련 의사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규칙의 융통성을 이용한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속임수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거의 모든 지출을 손쉽게 합리화하기 위해서 창의성을 최대한 활용한다. 지난번에는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었으니까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콘 하나쯤은 사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은 늘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시도를 한다. 사실 심리적 회계에서 속임수를 쓰는 가장 공통적인 방법은 시간에 대해 생각하거나 잘못 생각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것에 지불하는 시간과 이를 소비하는 시간 사이의 간극이 문제다.

 

돈 문제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분류하는 방식에는 여러 특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어떤 지출항목을 집어넣는 심리적 계정 및 그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관련이 있다. 또한 이때의 감정은 그 상품을 살 때부터 사용할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6] 엘다 샤퍼 Elder Shafir와 리처드 탈러는 와인을 연구하면서 사람들이 와인을 추가로 구입할 때 이를 투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몇 달 혹은 몇 년 뒤에 와인을 개봉해서 냄새를 맡을 때 그 소비는 공짜처럼 느껴진다. 그날 저녁에 마시는 멋진 와인에는 한 푼도 지출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그 와인을 바로 그날에 샀다면, 혹은 와인을 깨기라도 했다면, 그 와인에 지출된 돈은 오늘의 예산에서 나온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구매 시점 그리고 구매와 소비 사이의 시간 간극에 따라 우리는 와인을 사는 데 들인 비용을 매우 다르게 생각한다.

 

타이밍은 지출과 관련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요소다. 돈을 버는 것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봉급 생활자들이라면 한 달 1,000달러씩 봉급을 더 받는 것과 연말에 12,000달러를 보너스로 받는 것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할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전자가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매 달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12,000달러를 한꺼번에 받는 것을 선택한다. 자기를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줄 특별한 것을 하는 데 큰 돈을 한거번에 쓰고 싶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봉급 생활에서 큰 돈을 모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돈을 다달이 받는다면 이 돈은 봉급이라는 범주에 묶일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 돈을 통상적인 지출에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보너스는 다달이 지급되는 봉급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돈은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죄의식이 들어서 선뜻 하지 못했던 것에 출될 수 있다.

 

공짜라는 속임수

 

도시에 사는 사람은 교외에 사는 사람보다 자동차를 덜 탄다. 그러므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도시 거주자들은 택시를 이용하고 이따금씩 교외에 있는 할인매장에 장을 보러 갈 때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여기에 지출되는 비용이라고 해봐야 자동차를 소유할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 자동차를 사용할 때마다 경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도시에 살며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은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할 때 드는 돈을 절약하는 기분과 더불어 그야말로 공짜 여행을 즐긴다는 느낌을 만끽한다.

 

휴가 때 머물 숙소를 확보해두려고 타임쉐어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당한 금액을 미리 낸 다음에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숙소를 사용할 권리를 획득하는 제도인데, 돈을 낼 때와는 달리 사용할 때는 공짜다! 하지만 진짜 공짜일리는 없고 비용이 이미 치러진 상태다. 객실을 사용할 때는 공짜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구매 시점과 실제 사용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상이 필요한 이유

 

심리적 회계는 돈을 지출하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출해야 할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생각하도록 지시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항상 나쁘지만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의 인지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때로는 심리적 회계 덕분에 유용한 지름길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돈 문제와 관련해서 질서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느슨한 회계 규칙이 자주 만들어지기도 한다. 소비를 통한 즐거움과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고통을 분리할 때 특히 더 그렇다

부의 감각_2장_04

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4.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고객의 생각을 존중하는 JC페니 백화점

 

2012, JC페니의 신임 CEO 론 존슨이 이 백화점의 오랜 전통을 부숴버렸다. 그 전통이란 바로 제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한 다음 그걸 다시 깎아서 가격표를 매기는, 그러니까 살짝 사기성이 있는 가격정책이었다.

존슨이 CEO가 되기 전 20년 동안에 JC페니는 고객들에게 늘 쿠폰을 줬고 재고할인과 흥정할인을 해줬다. 이런 것들이 JC페니가 마치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할인가격이 다른 곳의 정상가격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론 존슨이 JC페니의 백화점 가격을 공정하고 정직하게만들어버렸다.

존슨은 소비자를 우롱하지 않는 이 정책이 보다 투명하게 비칠 것이며 또 소비자로부터 찬사와 존경을 받으리라고 믿었다. 그의 이런 믿음은 물론 잘못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충성스러운 고객은 이 제도를 증오했다. 그랬기에 충성을 다하던 백화점으로 향하던 발길을 뚝 끊었고, 사기를 당한 느낌에 사로잡혀 불행했으며, 실제 가격에 배신감을 느끼면서 공정하고 정직하며 정당한 그 가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결과 1년 만에 JC페니는 무려 98,500만 달러나 손해를 봤고, 론 존슨은 해고됐다.

 

존슨이 해고된 직후 JC페니에서 파는 물품의 가격은 대부분 60퍼센트 이상 인상됐다.

[1] 예컨대 150달러에 팔리던 어떤 협탁에는 정상가’ 245달러라는 가격표가 붙었다.

그런데 정상가격이 높아지긴 했지만, 할인의 가짓수와 선택폭도 그만큼 더 늘어났다. 매장에서는 딱 1달러만 깍아주는게 아니라 할인 가격원래 가격감정 가격등을 함께 제시했다. 이 가격은 존슨이 해고되기 전이나 해고된 후나 거의 비슷했다.

 

JC페니 고객들은 자신의 지갑을 갖고 투표를 했으며, 이 투표를 통해 스스로 속임수를 당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들은 설령 정상가격을 부풀린 것이었음에도 차라리 흥정과 할인과 세일을 원했다.

JC페니와 론 존슨은 가격책정의 심리학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보자면, JC페니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이성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면 성공하리라는 진리를 학습한 셈이다.

헨리 루이스 멩켄 H. L. Mencken(미국의 문예 비평가)미국인의 지능을 낮게 평가한 사람들 가운데서 망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이야기는 우리가 실제 가치와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는 방식으로 가치를 평가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 중 하나인 상대성이 발휘하는 여러 가지 효과 가운데 몇몇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무엇이 상대적이라는 말일까? 바로 맨 처음 책정된 가격에 대해 상대적이라는 말이다. JC페니는 할인되는 금액을 퍼센트로 제시하고 또 세일이니 특별이니 하는 말을 붙여서 그 놀라운 상대적 가격에 집중되도록 했다.

당신이라면 다음 두 셔츠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하나는 60달러라는 가격표가 붙어있고 다른 하나에는 100달러라는 가격과 함께 ‘40퍼센트 세일! 단돈 60달러!’라는 문구가 추가된 가격표가 붙어 있다.

 

사실 어느 것이든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의식 깊은 곳에서 상대성이라는 개념이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 두 가격을 동일한 것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JC페니의 단골고객이라면 늘 세일 중인 셔츠를 선택한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논리적일까? 그렇지 않다. 상대성 개념을 이해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일까? 그렇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까? 그렇다. 이 일이 CEO가 쫓겨날 정도로 중요할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문제는 상대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니라 이를 적용하는 방식에 있다. 만일 우리가 모든 것을 다른 모든 것과 비교한다면 기회비용을 고려하게 될 테고 따라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평가하고자 하는 어떤 대상을 다른 하나와만 (때로는 두 개와만) 비교한다. 바로 이럴 때 상대성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 수 있다.

 

JC페니의 할인가격은 소비자에게 중요한 가치단서를 제공했다. 이것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보통은 유일한 단서이다. 이는 고객들에게 그 거래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적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론 존슨은 할인과 구매 포인트와 쿠폰을 제거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자신의 의사결정이 올바르다고 느끼게 해주는 요소를 박탈해버린 셈이다. 정상가격 옆에 붙어있는 할인가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객은 스스로가 상당히 똑똑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암시를 받는다.

 

착각을 만드는 상대성

 

상대성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의 통상적인 매커니즘으로 작동한다.

[2] 예를 들어서 <나는 왜 과식하는가 Mindless Eating>의 저자인 브라이언 완싱크 Brian Wansink는 상대성이 우리의 허리 둘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사람들은 식사량을 자기몸이 실제로 소화하는 양을 기준으로 결정하지 않고 주어진 여러 선택권을 비교한 결과로 결정한다. 예를 들어 점심식사로 햄버거를 먹는데, 세 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치자. 각각 8온스, 10온스, 12온스 짜리이다. 이때 사람들은 대개 10온스 짜리 햄버거를 먹고는 매우 만족한다. 그런데 주어진 햄버거가 10온스, 12온스, 14온스라면 또 가운데 있는 12온스짜리를 먹고는, 앞서보다 확실히 더 많이 먹었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과 열량 그리고 포만감을 넘어섰음에도 역시 만족스럽게 여긴다.

 

또 음식을 자기가 놓은 환경 속 다른 사물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음식의 양을 그 음식이 담긴 그릇의 크기와 연관시킨다. 브라이언이 했던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그는 수프를 계속 주입할 수 있는 호스가 바닥에 연결돼 있는 그릇을 마련했다. 물론 피실험자들은 이 장치를 알아챌 수 없는데, 연구자는 이 그릇에 담긴 수프를 피실험자들에게 양껏 먹으라고 했다. 사람들이 수프를 먹을 때 연구자는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호스로 그릇에 수프를 계속 조금씩 주입했다. 결국, 수프가 계속 주입되는 그릇으로 먹은 피실험자들은 평험한 그릇으로 먹은 피실험자들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을 먹었다. 연구자가 그만 먹으라고 했을 때(연구자는 피실험자들의 과식 상태를 우려해서 더는 수프를 먹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그들은 심지어 자기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까지 말했다. 이른바 바닥이 없는 그릇을 사용한 피실험자들은 자기가 먹은 실제 식사량이나 자기가 느끼는 배부름배고픔정도에서 만족감의 단서를 얻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그릇에 담긴 수프가 줄어든 정도를 기준으로 만족감을 판단했다.

 

이런 유형의 비교는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다이아몬드 상인인 살바도르 아셀 Salvador Assael이 유망 상품이던 타이티 흑진주 Tahitian Black Cultured Peral를 시장에 soshklT을 때 처음에는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친구이자 세계적인 보석상인 해리 윈스턴 Harry Winston을 설득해서 뉴욕의 5번가에 있던 그의 보석가게 진열장에 전시하되 흑진주 주변에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호사가들 사이에 이 흑진주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만일 흑진주가 우아한 사파이어 목걸이와 나란히 진열될 정도로 고급스러운 취급을 받는다면 그 가치가 엄청나게 높을 것이라고 세상사람들은 믿었다.

 

이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상대성이 인간 정신이 수행하는 기본적인 계산법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상대성이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자신이 가진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매우 강력한 방식으로 알려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일상적인 돈의 상대성

 

흥정이나 할인 외에 상대적인 가치가 실제 가치를 흐리도록 내버려두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 자동차 매장에서 신차를 살 때 우리는 추가 옵션을 제안 받는다. 자동차 판매원은 25000달러나 되는 돈을 쓰며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에게 200달러짜리 CD 체인저 같은 추가 옵션은 전체 지출 비용에 비해 하찮을 정도로 싸게 보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CD 체인저만 볼 때 과연 우리는 이걸 살까? 그렇지 않다. 지금 CD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없다. 그러나 이 돈이 자동차 전체 가격의 0.8퍼센트밖에 되지 않기에 우리는 그 제안을 떨쳐내기 어렵다.

-> 화려한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은 조금만 걸어서 다른 곳에 가면 1달러에 살 수 있는 음료수에 4달러나 내라고 해도 보통 화를 내지 않는다. 그 비싼 전체 휴가비와 비교하면 4달러는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푼돈이기 때문이다.

 

늘 바라왔던 어떤 것과 우연히 맞닥뜨린다고 치자. 이것을 위젯widget이라고 부르자(사실 위젯이라는 용어는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가리는 동시에 전통적인 경제학 교과서를 읽는 독자들을 고문하기 위해 고안된, 상표 없는 상품을 가리키는 말로서 전통적인 경제학 교과서에 흔히 나오는 표현이다.) ‘우리의 위젯이 세일 중이다! 50퍼센트 할인이다!’ 이런 말에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그러나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왜 세일에 신경쓸까? 과거 가격이 얼마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아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재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소중한 위젯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의 가격을 세일 이전의 가격과 비교하는 동시에 과거의 가격이 현재의 놀랍도록 높은 가치를 드러낸다고 받아들인다.

흥정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가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준다. 흥정해서 물건 값을 깎을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자기는 발견하고 그 가치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믿는다. 100달러짜리 셔츠를 사면서 40달러를 절약하는 것은 다른 용도로 지출할 수 있는 40달러를 공짜로 얻는 것처럼 보였다. 보다 이성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지출하지 않는 것의 가치는 측정하지 말아야 하고 지출하는 60달러의 가치만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에게 작동하는 원리나 우리가 하는 행동은 이성적이지가 않다.

이런 종류의 비교가 작동하는 또 다른 영역이 바로 대량구매 할인이다. 대량구매는 자신에 정말로 그 많은 양이 필요할까, 혹은 필요할까 하는 의심을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만약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였다면 아마도 그는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을 ‘E=MC2’이 아니라 ‘100달러 > 200달러 반값 할인>으로 바꿨을 것이다.

 

달러와 백분율, 무슨 차이일까?

 

이런 설정을 한번 해보자. 토요일 아침에 두 일을 하려 집을 나선다. 먼저, 한동안 봐왔던 운동화를 사야한다. 그래서 가게에 가서 60달러짜리 그 운동화를 집어 든다. 그런데 가게 아르바이트 직원이 솔직하게 털어놓기를 자동차를 타고 조금만 더 가면 다른 신발 가게가 있는데 거기서 똑같은 운동화를 40달러에 판다고 한다. 그렇다면 20달러를 절약하는 게 5분 동안 자동차를 몰고 이동할 정도로 가치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다고 답한다.

신발을 산 뒤 우리는 두 번째 일을 하러 나선다. 테라스에 둘 테이블과 의자를 사야 한다. 한 가든스토어에서 안성맞춤인 물건을 찾았다. 테이블에 파라솔까지 달렸고 가격은 1,060달러이다. 그런데 그곳 직원이 5분만 자동차를 타고 가면 다른 가게가 있는데 거기서는 세일을 한다고 일어준다. 그 가게에 가면 20달러를 깎아준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동할 정도로 가치가 있을까? 그런데 이 질문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두 경우에서 우리는 절약하는 20달러라는 금액의 절대적인 가치를 바라보지 못한다. 60달러에 대한 20달러, 1,060달러에 대한 20달러로만 본다는 말이다. 전자는 33퍼센트나 절약되고 후자는 1.9퍼센트밖에 절약되지 않기에 후자는 5분이라는 이동시간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절약되는 20달러라는 돈은 두 경우에 동일하다.

 

이 모든 것은 어떤 금액을 지출할 때 실질적인 지출금액 자체가 아니라 전체 지출 가운데 차지하는 백분율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이 과연 논리적일까? 아니다. 그러하면 이런 선택이 옳을까? 흔히 그렇지 않다. 이런 선택이 쉬울까? 매우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쉬운 결정을 한다. 바로 이 점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커다란 문제 중 하나다.

 

서두르면 손해인 이유

 

두 질문이 있다. “저녁에 뭐 먹고 싶니?”, “치킨, 피자 중 저녁으로 어느 것 먹을래?” 이 두 질문 중 어떤 질문에 보다 빠르고 단호하게 대답할까?

 

첫 질문에는 선택권이 무한히 많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는 두 가지 뿐이다. 그러므로 두 번째 질문에 대답이 보다 빠르게 나온다. 비교가 한결 쉽고 따라서 대답하기 매우 쉽기 때문이다.

 

이른바 의사결정 지름길세트가 있는데, 상대성은 두 개의 세트를 토대로 형성된다. 첫째, 절대적인 가치(절대적인 평가)에 접근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비교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둘째, 사람들은 손쉬운 비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에일린 에이딘리 Aylin Aydinli, 마르코 베르티니 Marco Bertini, 아냐 람브레히트 Anja Lanbrecht는 그루폰(Groupon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소셜커머스 기업)가격 할인 프로모션이라면서 제시하는 이메일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상대성을 연구했다. 그리고 이 이메일이 정서적으로 강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사람들은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접할 때는 그 외의 다른 선택권을 고려하는 데 상대적으로 시간을 덜 썼다.

[3] 또한 제안받은 내용을 상세하게 기억해보라고 나중에 요구하면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본느 덜 기억했다.

 

가격할인은 멍청함을 부르는 독약이다. 가격할인은 의사결정 과정을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시켜버린다.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것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너무도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상품이 세일중이라고 하면 손쉬운 길을 선택해서 그 세일 가격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가장 적은 경로를 선택한다. JC페니 고객들이 어떤 상품에 내재된 절대적인 가치를 힘들게 노력해서 알아내기보다는 손쉬운 경로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의분산과 미끼에 현혹되기 쉬운 사람들

 

상대성 그리고 손쉬운 선택을 선호하는 일반적인 경향 때문에 우리는 가격을 설정하는 사람들의 이런저런 개입 및 조작에 쉽게 휘둘린다. 미끼도 그런 개입과 조작 가운데 하나다.

댄 애리얼리는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상대성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 economist> 구독료를 예로 들었다. 구독자는 59달러 가격의 온라인 정기 구독과 125달러 가격의 오프라인 정기구독 그리고 역시 125달러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기구독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댄이 피실험자로 삼았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학생들처럼 똑똑하다면, 우리 중 84퍼센트는 125달러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기구독을 택할 것이고, 125달러의 오프라인 정기구독을 선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온라인 정기구독을 하는 사람은 16퍼센트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 이 정도면 우리도 상당히 똑똑해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59달러 온라인 정기구독과 125달러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기구독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68퍼센트가 온라인 구독을 선택하고 나머지 32퍼센트만 125달러 정기구독을 선택한다.

 

누가 봐도 불리하고 그래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오프라인 정기구독이라는 선택지 하나를 포함시킴으로써 <이코노미스트>125달러 가격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기구족 매출을 세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냐하면 온라인을 제외한 오프라인 정기구독이라는 선택지는 상대성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기구독으로 유혹하는 미끼였기 때문이다.

 

댄의 실험은 상대성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자주 우리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정기구독을 오로지 오프라인 및 온라인 정기구독하고만 비교한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명쾌하며 또 가장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 두가지 선택지는 특성이나 가격 면에서 가장 비슷해서 간단히 비교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은 또 하나의 선택지, 즉 보다 복잡한 비교를 필요로 하는 선택지를 쉽게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거나 회피한다.

 

손쉬운 비교라는 함정에 쉽게 빠지는 또 다른 상황이 있다. 바로 선택지는 많은데 그중 어떤 것도 쉽게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 그렇다. 댄은 텔레비전이라는 사례를 사용했다.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다.

690달러짜리 36인치 파나소닉 제품과 850달러짜리 42인치 도시바 제품, 그리고 1,480달러 짜리 50인치 필립스 제품이 있다고 해보자. 이 선택지를 두고 대부분은 가운데인 도시바 제품을 선택한다. 가장 비싼것과 가장 싼 것은 우리를 중간치 선택지로 유도하는 표지판이다. 이때 상대성은 특정한 제품을 다른 제품과 비교하도록 우리를 강제하지 않고, 특정한 제품 속성에 집중하도록 유도해서 그 속성의 범위를 상대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대적인 것을 선택하는데 흔히 그 범위의 중간쯤에 있는 것을 고른다.

 

이것이 반드시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의 진정한 가치와는 거의 아무런 관련도 없는 근거를 바탕으로 내려진 선택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우리는 자주 손쉬운 비교에 의존한다. 마케팅 담당자, 메뉴판 설계자 그리고 정치인은 이를 잘 알고 있으며, 전략을 세울 때 이런 속임수를 사용한다.

이제 우리는 이런 속임수에대해 배웠고 따라서 이 지식으로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제 당신도 잘 알겠지만, 어쩌면 상업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운동장은 조금 기울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묶음판매의 노림수

 

판매되는 상품이 여러 개의 특성과 선택지를 동시에 갖고 있을 때도 상대성은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성이 복잡한 것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구를 제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로 인해 또 다른 유형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보다 큰 혼란이 유발될 가능성이 커진다.

 

패스트푸드점의 세트메뉴를 놓고 생각해보자. 이런 묶음 판매는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다. 왜냐하면 가치를 정확하게 어디에 설정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묶음판매 앞에서는 우리는 그 묶음에 포함된 개별 상품의 가치를 쉽게 평가하지 못한다. 만약 그것들 중 하나를 빼면 전체의 가격구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구매 상황도 살펴보자. 어떤 제조업자의 휴대전화 및 여기 딸린 서비스를 경쟁업체들의 것과 비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항목은 독자적인 가치를 따지기 어렵게 의도적으로 설계됐다. 구성된 서비스(4G 네트워크, 데이터 초과 사용 비용, 음성통화량, 로밍 등등…)의 각각의 상대적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하나로 통합돼 있는 작은 요소가 너무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휴대전화와 월별 서비스의 총 비용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빅한다. 심지어 그 각각의 가치나 비용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일상 속 상대성의 영향

 

상대성은 사람들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다. 손꼽히는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정말 잘 처리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 성공한최고 수준의 동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신의 업무능력이 뒤처진다고 느낀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들은 자신의 성공을 자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자기 주변의 소수의 동료들과 비교하면 자신의 처지가 실망스러운 수준밖에 안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요컨대, 상대성은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있다. 그것도 매우 강력하게.

어떤 사람이 느끼는 행복 역시 흔히 그가 실질적으로 느껴 마땅한 행복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한 결과다. 대부분의 경우 이 비교는 건강하지도 않고 유익하지도 않다.

 

한편 후회라는 개념도 비교의 또 다른 버전이다. 후회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던 여러 대안들의 가상적인 결과와 현재의 자신을 비교한다. 우리는 지금의 나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될 수도 있었던 이런저런 자아들과 비교한다. 이것 역시 건강하지 않고 유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부의 감각_1장_01~03

Chapter 01_왜 돈을 쓰고 후회할까

 

1. 우리는 돈을 모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카지노는 우리를 돈에서 분리시키는 기술을 철저하게 연마해왔다.

조지(가상의 인물)은 아침에 동네 카페 코앞까지 갔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호텔 객실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 먹으면 커피 값 4달러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녁에는 5달러짜리 칩 마흔 개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날려버렸다. ! 게다가 서빙 직원이 귀여워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여자에게 칩 하나를 그냥 주기까지 했으니..

 

이런 조지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심지어 악의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저지르는) 심리적 차원의 실수가 어떤 것인지 슬쩍 엿볼 수 있다.

 

카지노 객장의 번쩍거리는 불빛 아래에서 작동하는 몇 가지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심리적 회계 mental accounting

 

조지는 자신의 재정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에서는 돈을 아무렇지 않게 써버린다.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가운에 하나는 조지가 카지노에서의 지출을 커피 지출계정과는 다른 심리적 회계계정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즉 조지는 인출한 돈을 플라스틱 칩으로 바꿈으로써 유흥이라는 계정을 새로 열었다. 다른 지출은 여전히 일상적인 지출계정으로 묶어두면서 말이다. 이런 속임수를 통하여 그는 그 두 가지 지출을 전혀 다르게 느낀다. 하지만 둘 다 조지의 돈이라는 하나의 계정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공짜 가격 price of free

 

조지는 공짜 주차, 공짜 음료수를 마신 덕에 흥분한다. 그런 서비스가 그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공짜들은 조지로 하여금 기분 좋게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면서 그의 판단력을 훼손한다. 사실 이 공짜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유인한다.

공짜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자주 비용을 초래한다.

 

지불의 고통 pain of paying

 

조지는 칩을 사용할 때 자기가 돈을 쓰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칩 하나가 자기 손을 떠나갈 때마다 자기 돈이 줄어든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므로, 즉 자기가 돈을 쓰고 있다고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지는 자신의 선택을 덜 의식하게 되고 또 자신이 내리는 결정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된다.

 

상대성 relativity

 

조지가 무료 음료수를 가져다 준 서빙 직원에게 팁을 주는 등 이러한 돈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은, 그런 돈은 카지노에서 놀기 위해 현금 인출기에서 인출한 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푼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침 바깥에서 커피를 살 때 들여야 하는 돈 4달러는 호텔 객실에서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지출하기에는 큰돈이었다.

 

기대치 expectations

 

조지는 돈의 시각적인 요소와 청각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예를 들면 금전등록기, 화려한 조명, 달러 기호 등)에 둘러싸여서 자신이 카지노의 희박한 승률을 넘어서서 악당들을 물리치는 매력적인 승자라도 된 듯한 상상을 한다.

 

자제력 self-control

 

도박은 중독성 때문에 사람에게 심각한 문제이다. 그가 도박의 즉각적인 유혹에 저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모든 실수가 카지노라는 특수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카지노나 다를 게 하나 없다. 우리 모두가 심리적 회계, 공짜 가격, 지불의 고통, 상대성, 자제력 및 그 밖의 여러 요소와 관련된 비슷한 시련에 맞닥뜨린다. 그럼으로써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수를 한다.

이런 실수는 우리가 돈의 속성에 근원적으로 무지하다는 데 그 뿌리를 두고 있다.

 

2. 돈이란 무엇인가

 

, 그렇다면 돈은 정확하게 무엇일까? 돈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며 또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까?

이런 질문은 매우 중요할뿐더러 우리의 논의를 시작하기에도 매우 적절하다.

 

돈은 가치 value를 표시한다.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돈은 그것으로 살 수 있는 다른 어떤 것의 가치를 표시할 뿐이다. 그러니까 돈은 가치의 전달자 messenger이다.

그 밖에도 돈에는 그 유용성을 높이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돈은 일반적이다 : 우리는 돈을 거의 모든 것과 교환할 수 있다.

돈은 나눌 수 있다 : 돈은 크기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항목에 적용할 수 있다.

돈은 다른 돈으로 대체할 수 있다 : 돈 이외의 다른 특별한 통화는 필요 없다. 돈은 동일한 액수를 나타내기만 하면 다른 돈으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저장할 수 있다 : 돈은 언제든 쓸 수 있다. 돈은 나이를 먹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다.

 

이덕에 우리 비이성적인 인간 Homoirrationalis은 서로 직접 만나서 물물교환을 하는 대신에 어떤 상징()을 사용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예전보다 한층 더 효율적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여기서 돈의 최종적이며 가장 중요한 특성이 생성된다. 바로 공동선 common good이라는 특성인데, 이는 돈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어떤 것의 가치를 지불하는 수단으로 다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돈이 지니고 있는 이 모든 특성을 고려해보면 돈이 없었다면 오늘날 현대사회의 생활 역시 존재할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돈은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돈이 존재하는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노력을 사용해 모든 종류의 인간 활동을 추구하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탐구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또 미술과 와인과 음악을 즐긴다.

 

그런데 돈이 얼마나 중요하고 유용한지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사실도 알아야만 한다. 불행하게도 돈이 가져다주는 편익 가운데 몇몇은 돈이 우리 인간에게 퍼붓는 저주의 원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철학자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The Notorious B.I.G. (미국인 가수)돈이 많으면 문제도 많아지지 MO’ Money MO’ Problem”라고 하지 않았는가.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생각이 만드는 잘못된 의사결정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왜 더 복잡할까? 바로 기회비용 때문이다.

돈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할 때, 돈으로써 뭐든 다 할 수 있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할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 즉 어떤 것을 하지 않을지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간에 돈을 사용할 때마다 우리가 분명히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기회비용은 대안이다. , 뭔가를 하기 위해 지금이나 나중에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어떤 것이다. 뭔가 선택할 때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희생하는 기회이다. 기회비용을 돈의 경우로 좁혀서 생각하면, 어떤 것에 돈을 지출한다면 다른 것에는 지금 당장이든 혹은 나중에든 그 돈을 지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회비용의 중요성 및 사람들이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이유를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이런 설정을 해보자.

당신은 매주 월요일에 500달러를 용돈으로 받는데, 한 주 동안 생활해야한다. 한 주가 시작될 때 당신은 스스로 내리는 의사결정 결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을수도 있다. 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돈은 줄어들고, 마침내 금요일에는 43달러밖에 남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기회비용의 존재가 한층 뚜렷해진다. 월요일부터 그 시점까지의 지출 내역이 그 시점부터 다음 번 용돈을 받을 때까지의 돈 쓸 항목에 영향을 준다.

물론 월요일에도 고려해야 할 기회비용이 있었지만 그때는 이 개념이 당신에게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일요일이 되면 기회비용이 선명하게 부각되는데, 이때는 이미 늦었다.

 

그러므로 지출 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기회비용을 생각해야만 한다. 지금 어떤 것에 돈을 쓰기로 선택함으로써 포기하게 되는 대안들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기회비용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돈과 관련해서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이며, 또한 다른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거의 언제나 대안을 충분히 생각하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스스로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줄어든다.

스테레오 시스템을 구매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셰인 프레더릭 Shane Frederick, 나단 노벰스키 Nathan Novemsky, 징 왕 Jing Wang, 라비 다르 Ravi Dhar 그리고 스티븐 놀리스 Stephen Nowlis는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그 결과로 <기회비용 무시? Opportunity Cost neglect?>라는 논문을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한 무리의 피실험자들에게 1,000달러짜리 파이어니어(Pioneer) 제품과 700달러짜리 소니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고, 두 번째 무리의 피실험자들에게는 1,000달러짜리 파이어니어 제품과 700달러짜리 소니 제품 및 300달러짜리 CD 구입권 패키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연구자들이 실제로 두 집단에 요구한 것은 1,000달러를 지출하는 서로 다른 두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돈을 모두 파이어니어 제품에 쓰거나, 소니 제품에 쓰고 난 나머지 300달러는 다른 데 쓰는 것 하나를 선택하게 했고, 두 번째 집단에게는 돈을 모두 파이어니어 제품에 쓰거나, 패키지에 쓰는 것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그런데 결과를 살펴보니 소니 제품은 300달러어치의 CD를 함께 포함해서 팔 때가 그렇지 않을 때 보다 훨씬 인기가 높았다. 왜 그랬을까?

왜냐하면 사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은 300달러는 반드시 CD를 사는데 써야만 한다는 식으로 사용처가 정해진 300달러보다 가치가 더 높다. 왜냐하면 그 300달러는 CD를 포함해 다른 무엇이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0달러가 반드시 CD 구매에 지출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을 때 피실험자들은 이를 더 매력적으로 봤다.

300달러어치의 CD라면 우리는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인지 안다. 쉽게 인지할 수 있을뿐더러 가치를 매기기도 쉽다. 300달러가 추상적이고 일반적일 때는 보통 그것을 어떻게 지출할지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으며, 우리에게 작용하는 정서적 힘과 동기부여의 힘이 덜 강력하다.

[1] 스테레오 시스템 구매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런 모습은, 돈을 일반적인 것으로 표현하면 구체적으로 표현할 때보다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여름 휴가를 가든, CD 모음을 사는 것이든 간에 돈을 지출하는 데에 대안적 방식이 있음을 상기시켜주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이렇게 놀란다는 것은 그들이 평소 대안적인 소비를 생각하지 않느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안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회비용을 무시하는 이런 경향은 우리 인간의 사고에 기본적인 흠결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돈을 지출할 때는 마땅히 기회비용 차원에서 생각해야하지만, 이런 식의 생각은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면서 마땅히 해야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할 때, 혹은 그런 생각을 하려 들지 않을 때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심리적 지름길 mental shortcut’에 의지하게 된다. 이런 전략 중 다수는 돈과 관련된 복잡성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도움이 반드시 가장 바람직하거나 논리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이 심리적 지름길들은 흔히 사물에 내재된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한다.

 

3. 가치를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

 

코카콜라한 병이나 넷플릭스한 달 시청료 혹은 아이폰하나에 얼마나 되는 돈을 지불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떻게 가치를 매겨야 할까? 만일 우리가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 물건의 가격이 얼마인지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 물건을 살 때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지 어떤지 전혀 모른다면, 이것들을 살 때 돈을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미술 작품을 어떨까?

미술품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1] 2015년에 어떤 미술품 수집상은 <뉴요커 New Yorker>평범하던 피카소 후기의 그저 그런 작품이라고 평가했던 미술품을 17,900만 달러에 구입했다.

[2]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공짜로 볼 수 있는) 그림들을 9만 달러에 팔아먹는 사기를 쳤다.

심지어 감자를 찍은 어떤 사진은 100만 유로에 팔리기도 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가격을 정할까?

 

우리 모두는 가치라는 말을 그리고 이 말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다. 가치는 우리가 기꺼이 돈을 치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쓸모를 반영한다. 본질적으로 가치는 기회비용을 반드시 반영한다. 가치는 어떤 물건을 사거나 어떤 경험을 하기 위해 우리가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선택이 갖는 실질적인 가치에 따라 돈을 지출해야 한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라면 모든 것의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적인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사물의 가치를 부정확하게 평가해왔던 방식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아메리카 원주민은 맨해튼의 소유권을 구슬 몇 개와 장신구 따위를 받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넘겼다. 들어본 적도 없고 또 도무지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없는 소유권이라는 것, 맨해튼 소유권에 가치를 매기는 방법을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 몇몇 대도시에는 아파트 월세가 4,000달러 이상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은 15센트만 올라도 선거 판세가 요동친다.

-> 카페에서는 커피 한 잔을 사면서 4달러를 내지만 바로 옆 건물의 편의점에서는 그것과 같은 원료를 쓰는 커피를 1달러에 살 수 있다.

-> 매출이 전혀 없는 신생 기술기업에 대한 평가액이 수억 달러 혹은 심지어 수십억 달러나 하는데, 이런 기업들이 나중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사라질 때 우리는 깜짝 놀란다.

-> 어떤 사람들은 1만 달러나 들여 휴가여행을 가면서도 무료 주차장을 찾느라 날마다 20분씩 허비한다.

->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를 사려고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제품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한다. 우리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중에는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느낀다.

-> 리처드 3세는 말 한 마리를 사려고 자기 왕국을 통째로 팔아넘기려고 했다. 왕국의 가치가 겨우 말 한 마리밖에 되지 않다니! (셰익스피어의 희목 <리처드 3>에 나오는 리처드 3세의 대사 가운데 누가 나에게 말 한 마리만 주면 내 왕국도 내주련만이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는 해당 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 가치를 평가한다. 여태껏 늘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 책은 지출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우리가 접근하는 기묘하고 터무니없는 데다 완벽하게 비이성적인 여러 가지 방식 및 어떤 것은 과대평가하고 또 어떤 것은 과소평가하도록 우리를 유도하는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 저자들은 이 힘과 속임수 및 지름길가치단서 value cue’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와 이 단서가 연관돼 있다고 믿지만 흔히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분명 어떤 가치 단서는 상당히 정확하기도 하지만 많은 단서가 터무니없으며 또 다른 단서는 의도적으로 우리를 조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런 단서가 가치를 지각하는 우리 인식을 왜곡하도록 허용한다.

 

우리 저자들이 이 가치단서들을 추적하는 이유는 기회비용을 고려하고 실제 가치를 평가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 문제 및 금융계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는 마당에 어떤 것의 대가로 과연 얼마를 지불하는 게 합당한지 알아내기가 예전보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우리는 돈의 복잡한 특성과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상대로 끊임없이 싸운다. 더구나 돈을 더 많이, 더 자주 그리고 더 자유롭게 지출하라고 강요하는 외부의 힘을 상대로도 끊임없이 싸운다. 우리가 진정한 가치를 잘못 평가하기를 바라는 수많은 힘이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이득이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모든 사람이 수십억 달러짜리 초호화 아파트에서 수천 달러나 하는 술을 마시며 어슬렁거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_마치며

마치며

    

 

1. 관점의 범위를 확대하라

 

지금까지 행복한 지출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살펴봤다. 서로 개별적인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지출을 할 대 되도록 많은 원칙을 적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억하자. 지출을 할 때는 항상, 5달러를 쓰더라도 행복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섯 원칙을 최대한 적용할수록 행복감은 최대한 커진다.

 

행복한 지출의 다섯 원칙을 다시 한 번 새겨보자.

1. 체험을 구매하라.

2. 특별하게 만들어라.

3. 시간을 구매하라.

4.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5.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예컨대, 일반 가정의 지출 행태를 한번 생각해보자.

2010년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평균 소득은 세금을 포함하여 62,000달러에 이르렀으며, 그중 총 지출은 48,000달러에 달했다.

 

이런 범주에 있는 지출을 어떻게 변화시키면 될까? 그게 아니면, 행복한 지출의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지출의 범주를 어떻게 확대하면 될까?

오해하면 안된다. 지출 비용을 모두 기부활동 같은 체험에 재분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특정한 날에 소규모 구매로도 자신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출을 재분배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인데, 행복감을 상실하는 일 없이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본다.

[1] 특히 부자들 사이에서 드러난 사실인데, 저축은 우리의 행복 수준을 형성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겪을 유쾌하지 않은 충격을 저축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저축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의 DNA에 얽혀 있는 행복 수준을 달성하게 만드는 대비책이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저축을 늘리겠다고 결심만 하고 만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2] 머릿속으로만 저축 목표를 세우면, 실제 얼마를 지출할지 알기 어렵고 대략적인 지출을 예상하는 일에 그친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일주일 동안 지출한 내역을 모두 정리해보자. 이러 지출 범주에서 벗어나 행복한 지출을 위한 다섯 원칙에 따라 지출 내역을 분류해본다. 마지막으로 정리한 지출 범주 밖에서 지출한 내역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그 내역들을 다음 주에 얼마나 포기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2. 시민들의 행복을 증진하는 정부의 역량

 

범위를 확대하여 정부의 지출을 생각해보자. 정부가 납세자들의 세금을 거두고 지출하는 방식, 또 납세자들의 지출을 유도하는 방식은 납세자들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 엄청난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정부가 시민들의 행복에 관심을 가진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1776, 빼앗을 수 없는 세 권리 중 하나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독립선언문에 포함시켰다.

[3] 현대로 접어들어서는 1972년 부탄 제 4댁 국왕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가 국민행복지수개념을 고안했다. 국민행복지수 개념에는 국민 총생산 등 좀 더 일반적인 경제 매트릭스를 보완하고 불교적 전통문화에 기초하여 국민의 행복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야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3. 안정된 소득 보장

 

시민들이 지출을 통해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우선시되는 방법은, 먼저 시민들이 어느 정도 안정된 소득을 벌어들이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예부터 정부는 경제 성장을 도모하면서 그러한 목표를 추구해왔다. 비유하자면 솟구치는 파도가 모든 보트를 들어 올리는 식의 접근법이다.

[4]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최근 들어 솟아오르는 파도가 소형 보트보다 대형 보트를 더 많이 들어 올렸다고 지적한다.

 

[5]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20퍼센트는 전체 부의 85퍼센트 가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가장 빈곤한 40퍼센트는 전체 부의 거의 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절대 착오가 아니다.

 

[6] 최근 약 5,000명의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가장 부유한 20퍼센트가 전체 부의 32퍼센트를 소유하고, 가장 빈곤한 40퍼센트가 전체 부의 25퍼센트를 소유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말해, 미국 사람들은 부의 불평등을 어느 정도 환영한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소득에 상관없이 미국 사람들은 부의 분배를 두고 놀라울 정도로 의견 일치를 보인다. 가난한 사람들이 현재보다 더 부유해지고 부자들이 지금보다 덜 가지기를, 모든 사람들이 원한다.

사람들에게 행복한 지출 기회를 제공하는 일과 관련하여 좋은 소식이란 무엇일까? 미국사람들은 대부분 부의 분배가 더욱 평등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점이다. 하지만 완전한 평등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 사람들은 소득의 분배가 개선될수록 시민들의 행복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7]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의 평등한 분배가 강화되는 현상은 평균 행복 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또한 54개국에서 5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부유한 국가의 시민들이 대체로 빈곤한 국가의 시민들보다 더 많은 행복을 누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달리 말해, 국가가 부유하든 빈곤하든 시민들의 행복 수준은 상대적 소득격차에 따라 달라진다.

왜 그럴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의 불균형은 여러 불행한 행태와 관련된다고 한다.

한 국가에서 소득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그 국가의 빈민들은 소득의 불균형이 덜한 국가의 빈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고통을 더 심하게 느낀다. 또한 경제적 고통이 심해질수록 이혼율이 높아지고 통근 시간이 늘어난다.

[8] 가난한 사람들이 싼 집을 찾느라 직장에서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9] 그래서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지만, 사회 안정망이 탄탄한 국가의 시민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의 시민들보다 더 행복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 종합하여 생각해보자.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은 소득 분배가 공평한 국가의 시민들이 불평등한 국가의 시민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리고 소득 분배의 불공평 정도가 심한 미국 같은 국가에서도 지출에 필요한 재력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생각한다.

시민들이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췄다고 가정한다면(물론 심한 가정이지만), 정부는 어떻게 행복감을 높이는 지출을 하도록 시민들을 유도할 수 있을까?

 

 

4. 재력이 문제의 해법일까?

 

정부는 시민들의 행복이 증진된다는 전제를 가지고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려고 애쓴다.

[10]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시민들이 더 행복해지는지 아닌지 하는 것, 그와 관련된 자료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된 자료에서 아주 흥미로운 경향 하나가 드러난다.

[11] 즉 덴마크와 네덜란드,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의 경우, 미국과 중국 등의 국가들과 비교해 경제 성장이 일반 시민들의 행복 수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2]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바 있는 알란 크루거는 이런 차이가 긴급한 수수께끼를 불러일으킨다고 넌지시 말한다. “소득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일에서 어떤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가들 간의 차이를 논의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고 훈련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개인과 달리 국가가 심리 실험에 지원할 일은 거의 없다.

또한 유의할 점이 있다면, 우리 두 저자는 특히 시민들의 행복에 관한 정책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가져오는지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정부가 자가 주택 소유가 만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보여주겠다. 거시 경제적 결과를 더 다루기보다 개인 주택 소유자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

    

 

5. 체험을 구매하라

 

2008년 미국에 경제 위기가 닥친 원인은 무엇일까?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함께 주택 거품의 붕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13] 가난한 사람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집을 사도록 부추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는 미국과 다르다. 캐나다의 주택 담보 대출기관들은 철저히 대출자들의 자산과 소득을 근거로 대출을 해준다.

[14] 또한 모기지이자는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다.

비슷한 점이 많은 두 나라는 이런 점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집을 사도록 서민들을 부추겨서 알게 모르게 다른 것도 사도록 유도한다. 캐나다는 다르다. 캐나다 정부는 주택 구매와 관련된 장려책을 줄여 그런 유혹을 차단한다.

 

시민들로 하여금 주택 같은 것들의 구매를 줄이도록 유도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이를 대신할 다른 체험의 구매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해야 할까? 매사추세츠 주 서머빌의 정책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서머빌은 도시생활의 어떤 측면이 시민들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기 위해 도시 생활 만족도 평가 조사를 실시했다.

[15] 나중에 밝혀진 바와 같이 공원의 외관 및 유지도시의 미관 또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이 서머빌 시민들의 전반적인 행복 수준과 관련하여 중요한 예측변수가 되었다.

 

정부는 흔히 박물관과 국립공원 등 여러 문화 시설에 지원을 해준다. 그렇게 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체험적 구매를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체험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할 만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

[16]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에 속하는 덴마크에서는 휴가 법에 따라 노동자들이 매년 5주 동안 휴가를 얻는다.

[17] 그래서 덴마크 사람들은 법정 휴일이 부족한 미국 등의 다른 여러 나라 사람들에 비해 체험적 구매를 할 시간 여유를 충분히 누린다.

 

체험적 구매가 행복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한다면, 사람들에게 체험적 구매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따르는 시간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6. 특별하게 만들어라

 

특별하게 만들어라는 국가 정부의 일에 적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 내각 사무처에서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행동분석팀 수장, 데이비드 헬펀의 말을 들어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18] “어느 제품군의 경우,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면 매출이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생활필수품의 경우, 중요한 재산이 되므로 사람들은 그것들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다.

 

그런데 술이나 초콜릿처럼 과소비하기 쉬운 것들을 구매할 때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하나 사고 하나는 공짜로 받는거래를 한다고 해서 비용이 절약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행복한 지출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거래에서 정서적 건강과 관련된 문제가 비롯된다.

 

그렇다면 초콜릿 먹는 양을 정부가 나서서 제한해야 할까?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을 우리 두 저자도 알고 있다. 대신 정부는 과세를 통해 모든 유형의 제품 소비를 제한한다.

[19] 2011년 미주리 주는 미국에서 가장 낮은 담배 소비세를 부과했다. 반면에 뉴욕 시의 담배 소비세는 한 갑당 4달러 35센트로 미주리 주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다.

눈치 챘겠지만, 세금은 소비와 관련이 있다.

[20] 뉴욕은 미주리 주에 비해 담배 소비율이 더 낮다. 또한 담배 소비세가 높은 주에서는 대개 흡연자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소비를 특별한 체험으로 만들도록 유도하고자 한다면, 세금을 매긴다고 해서 다 되지는 않는다.

많은 지역에서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법을 운영하고 있다.

[21] 2010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통과된 전체주의적 성격의 음식점활성화법을 예로 들어보자. 이 법이 발효되기 전에는 일요일 술 판매가 오후에만 허용되었다. 이 법이 발효되고 나서는 음식점에서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술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술을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이 두 시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그런데 술 소비를 늘리기 위한 이러한 정책의 변화로 음주를 특별한 체험으로 만드는 경향이 줄어들어 오히려 술 소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예부터 과음은 나쁜 습관으로 통하지만, 최근 음료시장에서는 탄산음료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탄산음료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22] 2003년 알칸사 주에서 이와 관련된 법안이 최초로 통과되었다.

[23] 이와 같은 금지법이 아동의 건강 및 아동기 비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탄산음료를 하루의 상당 시간 금지시킴으로써 또 다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탄산음료에 대한 아이들의 욕구가 되살아나 그것을 특별한 체험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례들로 보면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정부는 간단한 정책 변화로도 시민들이 소비를 제한하고 멈추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7. 시간을 구매하라

 

통근 시간은 국가별로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24] 아일랜드와 덴마크처럼 편도 25분으로 통근 시간이 짧은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처럼 통근 시간이 편도 50분이 넘는 나라들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과 비용을 아주 잘 조정한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나 할까.

 

채찍을 먼저 알아보자. 런던, 밀라노, 싱가포르 등의 도시에서는 도로가 혼잡해지는 시간대에 그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에 높은 통행료를 부과해왔다.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정책을 잘 운영한다면 시민들이 교통체증을 피해가고 통근 시간을 줄이는 대안을 찾도록 유도할 수 있다.

 

당근을 알아보자.

[25] 워싱턴 정부가 도입한 직주근접정책이라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자.

이 정책에 따라 직장에서 2마일 이내, 지하철로 0.5마일, 또는 버스정류장까지 0.25마일 거리로 이사하는 사람들에게 12,000달러까지 장려금을 제공한다. 또 높은 국민 행복지수를 보이는 스웨덴에서는 스톡홀름 시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스톡홀름에 사는 것은 아니다. 좋다, 그렇다면 자전거 구매를 한번 고려해보자. 출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까?

[26] 미국에서 전체 자가용 운전자들의 거의 40퍼센트는 3킬로미터 이하의 거리를 통근한다고 한다. 또한 전체 자가용 운전자들의 60퍼센트 가량은 8킬로미터 이하의 거리를 통근한다고 한다.

이정도면 충분히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거리다.

 

국가마다 선호하는 교통수단은 다양하다.

[27] SUV에 안장 있을 때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 힘을 더 쓰게 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대중교통 이용 비율과 비만과의 부정적 상관관계에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 행복이 늘어날까?

[28] 미국 도시들의 경우, 자전거를 타고 통근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도시 평균 행복수준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해보자. 행복을 갉아 먹는 통근 시간을 행복을 부르는 운동 시간으로 바꿔보자.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

 

 

8.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미국의 소득세 체계는 흔히 연중 세금을 많이 냈다가 돌아오는 4월에 세금을 환급받는 식이다.

[29] 미국 국세처장 더그 슐만에 따르면, 시민들의 80퍼센트는 평균 3,000달러를 환급받는다고 한다.

한편 영국은 미국과 대조적으로 오차를 최소한도로 줄여서 연말에 세금을 환급받는 사람들이 비교적 적게 나오도록 조세제도를 운영한다.

 

얼핏 볼 때, 영국의 세금 제도는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세금이 과잉 징수되어 연말 납세자들의 세금 상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생각해보자.

납세자들이 선 지급 후 소비원칙을 따르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즉흥적인 소비에 돈을 물 쓰듯 썼다가 연말 세금 정산 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낼 일이 사라지지 않을까?

 

예컨대 최근 유행하는 주택 대출이나 모기지 재융자 형태의 거래를 보면, 주요 계약 사항들이 단 한 페이지로 요악 되어 있고, 매달 대출 이자가 늘어나거나 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간단한 질문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30] 이런 정보는 이전의 거래에서도 포함되긴 했지만, 대개 깨알 같은 글씨로 눈에 들어오지 않게 기재되어 있었다.

세금 공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명시하고 새로운 대출 기관을 소개하는 식으로 정부가 다방면에서 나서준다면, 소비자들이 선 지급, 후 소비습관을 기르도록 이끌 수 있다.

 

 

9.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소득 분배가 공평한 나라일수록 행복 수준이 높다. 또한 사람들은 부의 분배가 더욱 공평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렇다면 정부는 모두가 행복한 지출을 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바람을 충족시켜야 할까? 가장 흔한 방법이 있는데, 가장 덜 행복한 단어, 즉 세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다 높은 세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31]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원칙의 대가인 워런 버핏은 막대한 부를 가진 그가 자신의 비서보다 낮은 세금을 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고발하기도 했다. 또 버핏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사설에서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핏의 제안에 공감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버핏의 이름을 딴 버핏 룰을 도입했다.

[32] 이 법안과 관련해 민주당은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최소 30퍼센트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국회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2012년 연두교서에서 버핏의 비서 데비 보사넥을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옆 자리에 앉혔다.

 

이처럼 타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많이 낸다고 생각하면 대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33] ‘난 소득세가 싫어 미국인들이 직면한 최악의 재앙을 물리쳐야 하는 7가지 이유라는 제복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나,

[34]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은 세금을 싫어합니다라는 슬로건이 걸려있는 난 세금이 싫어페이스북 팬 페이지에 게재된 댓글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35] 그럼에도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누진 과세를 하는 국가의 시민들이 누진 과세를 하지 않는 국가의 시민들보다 행복 수준이 더 높다고 한다.

누진 과제의 장점들을 고려한다면, 어떻게 해야 세금을 내면서도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36] 푸드 뱅크에 기부를 하겠다고 스스로 결심한 경우에 보상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던 사례를 떠올려보자.

최근의 조사 결과에서 그와 비슷한 원칙을 바탕으로 세금을 기피하는 문제의 해법이 제시되었다. 세금 내는 일을 자선기부활동처럼 생각하면, 세금을 내더라도 행복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37] 최근 미국에서 400명을 대상으로 전국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들은 최신의 세금 정산 상태와 소득을 표시한 다음, 자신의 한계세율을 확인했다.

이어서 일부 응답자에게 일련의 질문이 제시되었다. 소득세 지급에 대한 만족도, 세금 혜택과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만족도를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한편 나머지 응답자들에게는 먼저 국방예산이나 빈곤퇴치제도 등에 들어가는 연방 예산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게 했다. 이어서 선택권을 가진다면 소득세의 10퍼센트를 어떤 예산에 가장 할당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조사결과는 어땠을까?

 

약간의 선택권을 가진 응답자들은 세금 지급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또한 그들은 세금이 가치 있는 일에 쓰인다고 확신했다.

 

미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투자하고 싶어 할까? 미국은 비슷한 환경의 국가들에 비해 소득세가 낮은 편이다.

[38] 미국 최고 세율은 35퍼센트에 불과하다. 영국 50퍼센트, 네덜란드 52퍼센트에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반면에 미국은 시민들의 자선단체 기부율 면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꾸준히 들어가고 있다.

[39] 2011년에는 기부율 65퍼센트라는 경이로운 결과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득 재분배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처럼 선택의 힘을 활용한다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세금을 납부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기부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정도는 정부가 기부빈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40] 그래도 정부의 정책은 시민들의 기부 빈도와 관련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기부 장려책을 확대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향도 확대될 수 있다.

    

 

10. 행복해지는 지출 비결

 

우리 두 저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사람들은 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행복한 지출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복한 지출을 하지도 못할까?

중요한 이유 하나가 있다고 확신한다. 사람들은 필요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 두 저자는 이 물음의 답을 찾다가 정부가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최종 수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는 일이다.

행동분석팀 책임자인 데이비드 핼펀은 그런 목표를 자신의 소비 선택을 비롯해 무엇이 자신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시민들에게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라며, 이것이 그의 핵심 업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행복의 결정요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어서 그런 정보를 최대한 잘 실천하는 방법을 시민들 스스로 선택하게 할 수 있다. 데이비드 핼펀이 지적했듯이, 그처럼 공개된 정보가 시장 선택에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많은 정보에 의거하여 행복지수가 높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

[41] 장기적으로 보면 어떨까? 행복 결정 요인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여 행복 극대화 정책을 도립하라고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영국을 넘어서 관점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해보자. 앞서 20124월에 유엔행복위원회가 최초로 개최되었다고 설명했다.

[42] 어떤 결실이 있었을까? 행복에 관한 참신한 생각이 모여 158쪽 분량의 세계행복보고서가 탄생했다.

 

이 보고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시민들의 행복을 측정하고 증진하고자 하는 정책 담당자들에게 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몇몇 뉴스 매체가 보고서를 거듭 게시하자, 중국 국가정보위원회가 보고서 발행을 금지했다.

[43] 심지어 보고서를 샅샅이 조사하기도 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행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대화를 확대하는 출발점이다.

    

 

11.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말 그대로 행복을 구매할 수 있다. 비용 대비 최대의 행복감을 주는 구매를 생각해보고 실천해나가면 된다.

아무리 그래도 일상에서 행복을 좇는 게 현명한 일일까? 그렇게 하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헛수고하는 게 아닐까?

 

[44] <어니언>지는 다 자란 어른이 실제로 행복해지길 기대한다라는 머리기사로 그런 모습을 풍자했다.

몇몇 연구에서는 행복을 좇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45]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꽤 괜찮지만 환상적이지는 않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이어서 일부 참가자들에게 가능한 한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껴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스스로 행복을 느끼려고 했던 참가자들은 아무런 지시사항을 듣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행복을 느끼는 수준이 낮게 나왔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스스로 행복을 느끼려고 애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론으론 가능하지만, 많은 도움을 얻고 실천도 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전문가에게서 조언을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두 저자가 다섯 가지 원칙을 선별한 것은 철저한 연구 조사를 근거로 각각의 원칙을 도출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원칙들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이미 행복한 지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지출을 위한 다섯 원칙을 실천하면 소비생활이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이제 스스로 실천해나가는 일만 남았다. 잊지 말자.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_05

Chapter 05_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1. 기부 체험

 

상거래와 자선활동을 접목한 사례는 예외적인 게 아니다. 얼마 전부터 비즈니스의 아이콘 워런 버핏도 재산의 50퍼센트 이상을 기부할 것을 서약하라고 부자들을 독려하며 자선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1] 그는 그런 결정을 내려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기부 체험을 보면 두 가지가 궁금해진다. 버핏은 기부를 하면 행복해진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 같은 사람들도 수십억 달러를 기부해야 할까? 또 기부활동을 상거래에 접목한다면, 즉 기업이 고객과 직원들을 자선활동에 참여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 실시된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었다. 소액이라도 기부를 하면 우리의 행복감이 상당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고객과 직원들에게 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 고객과 직원 개개인의 행복감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도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더 넓게 봐서, 이번 장은 지금까지 논의했던 부분과는 꽤 다른 원칙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지출 방식을 고민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지출을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을 위해 지출함으로써 자신을 위해 지출할 때보다 여러분의 행복감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다.

    

 

2. 최고의 투자 원칙이란?

 

어느 화창한 여름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밴쿠버에서 아침을 맞은 우리 학부생 라라 애크닌 Lara Aknin(현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심리학 교수)은 지나가는 사람을 하나둘 붙잡았다. 그녀는 봉투가 가득 든 상자를 들고 사람들에게 이상한 부탁을 하고 있었다. “실험에 참여하시겠어요?” 승낙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얼마나 행복한지 묻고 연락처를 받았다.

[2] 그러고는 그들에게 정체 모를 봉투 한 장을 내밀었다.

사람들은 5달러 지폐 한 장과 각각 다음과 같이 적힌 메모지를 받았다.

 

오늘 오후 5시전까지 이 5달러로 여러분을 위한 선물을 사거나 생활비(집세, 공과금 비용, 대출 비용 등)에 지출하세요

오늘 오후 5시전까지 이 5달러로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을 사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세요

 

또 일부 사람들에게는 5달러가 아닌 20달러가 들어 있었다.

그날 저녁, 사람들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어떻게 돈을 사용하였는지, 얼마나 행복했는지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사람들은 지출 설명서의 내용에 따라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 따라 지출을 했다.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는 등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는 친사회적 지출을 한 사람들은 어떤 기분에 빠질까? 그날 다른 사람에게 지출했던 사람들은 자신에게 지출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복감을 느꼈다. 또한 봉투에 들어있었던 돈의 차이도 두 집단이 행복감을 느끼는데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법은 없다. 그보다는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3] 600명 이상의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표 표본조사에서 거의 모든 응답자들의 지출 비용에서 개인 지출이 큰 몫을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자신에게 지출한 액수가 전반적인 행복감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행복과 관련이 있을까? 바로 다른 사람에게 지출한 액수이다.

 

한 번 더 얘기하자면, 우리는 버핏이 제시한 최고의 투자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를 보면,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버핏의 조언은 금전이 아니라 행복의 형태로 보답이 돌아온다는 말이다. 물론 버핏은 그의 관대한 태도가 실제 자신을 희생하는 방식과는 별로 관계가 없음을 맨 먼저 인정했다.

[4]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덕분에 그와 그의 가족은 ‘99퍼센트 기부 서약을 준수하더라도 우리가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버핏은 강조했다.

    

 

3. 전 세계 공통의 행복 원칙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5] 얼마 전 캐나다 및 동부 아프리카의 우간다 지역 사람 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비로 소액을 지출했던 때를 떠올렸다. 즉 캐나다 사람들은 20달러, 우간다 사람들은 1만 우간다 실링(20달러에 상응하는)을 지출했던 체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자신을 위한 지출, 일부는 타인을 위한 지출을 떠올렸다.

 

두 나라에 대해 주목할 점은 1인당 국민 소득의 수준이 극과 극에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가 상위 15퍼센트면 우간다는 하위 15퍼센트이다.

 

우간다 사람들이 떠올린 친사회적 지출 유형은 캐나다 사람들과 달랐으나, 몇 가지 확연한 유사점이 발견되었다. 문화는 서로 달라도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는 방식은 유사했다.

여기서 눈 여겨 봐야할 점은, 국가를 넘어서 행복에 관한 결말은 비슷했다는 것이다. 두 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지출했던 기억을 떠올린 후 행복감에 빠졌다.

 

확실히 친사회적 지출과 행복의 관련성은 세계 어디를 가나 매우 비슷하게 나타난다.

2006년에서 2008년에 실시된 갤럽 세계 여론조사에서 136개국 사람들을 대표 표본으로 하여 설문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가장 분명한 심리적 정보를 얻었다.

[6] 10만 명이 넘는 응답자들은 지난달에 자선단체 기부를 했었는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했었는지 등 여러 문항에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136개국 중 120국에서 지난달에 기부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삶에 상당히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기부와 행복감의 관련성은 빈곤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에서 똑같이 나타났다.

    

 

4. 유아들의 행복 성향

 

유아들도 자기 것을 나누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7] 이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서, 두 살배기 유아 20명에게 각각 인형을 몇 개씩 나눠주었다. 그리고 인혈들이 하나같이 골드피시 크래터와 테디 그라함 쿠키를 좋아한다는 설정을 연출했다.

, 실험 진행자는 인형들에게 특별한 선물 중 하나를 주고, 냠냠 소리를 내며 인형들이 과자를 먹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이어서 아이들은 새로운 원숭이 인형을 만났다.

아이들은 깜짝 선물 여덟 개를 얻었고, 이어서 재밌는 일이 시작되었다. 실험 진행자는 비밀 공간에서 과자를 꺼내주며 아이들에게 그것을 원숭이인형에게 줄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깜짝 선물 여덟 개 중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주라고 했다.

 

무엇이 아이들을 행복감에 젖게 만들었을까? 여러분이 추측하듯이, 두 살배기 아이들의 행복 척도를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실험 진행자는 얼굴 표정에 자연스레 드러나는 기색을 부호화하여 측정했다.

아이들은 여덟 개의 깜짝 선물을 받고 행복해했다. 주목할 점은 자신을 위한 선물보다 원숭이 인형에게 자신의 보물을 선물했을 때 더 많은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행복의 측면에서, 다른 사람에게 투자한 효과는 가장 가치가 있는 것, 즉 자신이 보물처럼 여기는 것을 베풀 때 가장 높게 나타난다.

 

베푸는 성향의 개인적 차이를 제쳐놓더라도,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상황의 본질이 중요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경우, 최고의 행복감을 얻는 것은 언제일까? 이 복잡한 물음의 답을 이해하는 것이 친사회적인 노력을 통해 최대의 행복감을 얻는 길이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의뢰인, 고객, 직원들이 베풂의 아름다운 체험을 하도록 이끌 수 있다. 지금부터 베풂의 효과를 높이는 세 전략(선택을 내려라, 관계를 만들어라, 영향을 주어라)을 설명한다.

   

 

5. 선택을 내려라

 

코미디 작가로 활동했던 에밀리 스미츠는 분주한 거리의 모퉁이에서 행인들에게 자선기부활동 참여를 설득하며 20대 초반을 보냈다.

[8] 당시 그녀가 붙잡지도 않았는데 그녀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길을 돌아 주차된 차로 도망간 회사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구하는 경우, 우리는 대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베풂의 기쁨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9] 이와 관련한 한 실험에서 대학생 138명이 다른 사람을 돕는 식의 가치 있는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매일 일기에 적었다.

학생들의 일기를 분석해보니 학생들은 친사회적인 활동을 하되 자진하여 활동에 참여할 때 만족해했다. 의무적으로 참여했거나 잔소리 듣기 싫어 참여한 학생들은 선행을 베풀어놓고도 그날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선택의 중요성은 뇌 스캔 사진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일례로 오리건대학교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00달러씩을 주고 그 돈을 푸드 뱅크에 기부하라고 했다.

[10] 이에 참가자들은 모두 기부를 한 후 뇌 스캐너를 통해 뇌의 활동을 측정했다.

실험 참가자 중에는 자진해서 기부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마치 세금을 내듯이 의무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의무적으로 기부를 하더라도 푸드 뱅크 같은 가치 있는 자서단체에 기부하는 경우 뇌의 보상 영역이 활발히 반응했다.

스스로 기부를 선택하는 경우에 뇌의 보상 영역은 만족을 자기 평가하는 동시에 활동이 상당히 활발해졌다.

 

여러분이 기금 조성자라면 어떻게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그럴싸한 웹사이트를 만든 다음 자산들이 자발적으로 자선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 전략에는 문제가 하나 따른다. 이렇게 한다면 여러분은 기금을 별로 조성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11] 사람들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의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법은 억지로 기부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12] 기부 요청 스타일을 조금만 바꿔도 상황은 확 달라질 수 있다. 한 실험에서 한 대학생이 약간의 도움을 호소하며 다음 둘 중 하나와 같은 방식으로 말을 마쳤다.

도와주든지, 도와주지 않든지 전적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정말로 여러분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경우 모두 개인적인 호소는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도움을 요청 받는 사람들이 거의 다 (97퍼센트 이상) 도와주겠다고 했다.

학생을 돕겠다고 한 사람들은 도움을 줘야만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자신해서 도움을 주기로 했을 때, 더 많은 행복감을 느꼈다. 그에 더해, 스스로 내린 선택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학생을 도왔고 학생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꼈다.

    

 

6. 관계를 만들어라

 

[13] 마흔일곱 살의 공장 노동자 데이브 도스는 여자 친구인 안젤라와 4년째 교제 중이었지만, 결혼 자금을 모으느라 결혼식을 뒤로 미루었다.

[14] 그러다 201110월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영국인 커플은 1100만 파운드의 복권에 당첨되었다.

두 사람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화려한 결혼식을 기대했다. 또한 두 사람은 가치 있는 일, 특이 아이들의 자선사업에 당첨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가족과 절친한 친구들을 백만장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지 큰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었다. 데이브는 우리 부부는 15명에서 20명 정도의 명단을 작성했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우리에게 힘을 주었던 사람들입니다.”라고 했다.

[15] 안젤라는 사람들은 너무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라고 말했다.

 

도스 부부는 흔치 않게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베풂을 실천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판단은 지금까지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의 지출 행태와 딱 맞아 떨어진다.

[16] 두 사람이 복권에 당첨된 바로 그 주에, 갤럽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듣데 평균 700달러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 그렇게 지출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가족과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18] 경제학 교수 조엘 월드포겔이 발표한 크리스마스 선물의 자중손실연구에 따르면, 선물을 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선물의 가치를 낮게 생각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는 경우, 그와 같은 비효율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경제 분석으로는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선물의 핵심 기능을 간과할 수 있다.

[19] 장기간 연애를 해온 남자들은 평소 갖고 싶던 물건을 여자 친구가 선물로 선정했음을 알고 난 후 여자 친구와의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하거나, 여자 친구와 결혼까지 갈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20]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약한 유대관계보다 강한 유대관계를 위해 지출함으로써 충만한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선물 받는 사람과의 관계가 전부는 아니다. 선물을 주는 방식도 중요하다.

[21] 이에 앞서 소개했던 라라 애크닌은 사람들에게 10달러짜리 스타벅스 상품권을 주고 그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집단의 사람들에게 지인을 데리고 가서 스타벅스 상품권으로 커피를 마시라고 했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상품권을 지인에게 선물하되 함께 스타벅스에 가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두 집단 모두 커피를 선물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투자할 기회를 얻었다.

 

그 사이 라라 애크닌은 사람들을 더 모집했다. 이번에는 상품권에 당첨되었으니 자신을 위해 상품권을 사용하라고 말했다. 이들 중 절반은 혼자 스타벅스에 갔고, 나머지 절반은 친구와 함께 스타벅스에 갔지만, 상품권으로 자신의 커피를 사 마셨다.

 

그날 어떤 사람들이 가장 행복했을까? 바로 지인을 위해 상품권을 사용하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고 유대관계를 강화하다 보니 행복감이 증진된 것이다.

 

[22]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23] 찰스 베스트는 학교 측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에 다른 공립학교 교사들처럼 수업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입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그 친구는 찰스 베스트의 수업에 필요한 물품의 일부를 기꺼이 사주겠다고 했다. 그처럼 특별한 기부자와 특별한 수업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차가운 금전 거래가 되었을지 모르는 부분에서 정서적 유대감이 생겨나게 되었다.

 

오늘 날, 찰스 베스트가 만든 웹사이트 (도너스추즈)에서는 기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하고, 기부할 학교와 지원활동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도너스추즈는 구체적으로 어떤 학생들을 돕고 어떤 수업을 지원할지 기부자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해준다. 또한 웹사이트에서는 기부자들이 기부 체험에서 흔히 놓치는 감정적 유대감을 실제로 형성할 수 있다.

 

도너스추즈 같은 단체들은 기부자들이 그들의 선물을 차별화하도록 도와준다. 지금부터 살펴볼 테지만, 선행을 베풀어 더한 행복감을 누리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7. 영향을 주어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의사로 일하는 케빈 스타가 우연히 자선활동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함께 일하는 친구가 죽고 나서야 친구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24] “레이너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레이너의 가족은 몇 대에 걸쳐서 은행업에 종사하고 있었어요. 하나같이 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친구(레이너 안홀드)는 평생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개선시키려고 애썼다. 가족도 그의 뜻을 이어가고자 했다.

 

어느 날 레이너 안홀드의 가족은 케빈 스타에게 물라고 재단 설립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케빈 스타는 그들의 요청에 못이여 상임 이사직을 수용했다.

[25] 얼마 전 케빈 스타는 최빈곤국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최선책을 물라고 재단이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니세프 같은 대규모 단체에 막연히 소액을 기부하고 나서 아이들의 삶에 실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인하긴 어렵다. 그와 대조적으로 스프레드더넷은 기부자들이 10달러를 기부하여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말라리아 모기장 하나를 전달하게 하고 있다.

[26] 스프레드더넷의 목표는 슬로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1분마다 아이 한 명이 헛된 죽음을 맞이합니다. 침대 모기장 하나면 5년 동안 아이들을 다섯 명까지 보호할 수 있습니다. 모기장 하나. 10달러. 생명을 구하세요.”

유니세프와 스프레드더넷은 파트너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스프레드더넷이 기부의 영향력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7] 또한 스프레드더넷에 기부하는 사람들은 유니세프에 기부했을 때보다 기부 금액 대비 큰 행복감을 맛본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면, 여러분의 직장생활에도 변화가 생긴다.

[28]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발전 기금 수백만 달러를 조성하고 있는 기금 조상자 82명을 조사한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내 일이 다른 사람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라는 식의 말을 한 사람들은 직장에서 감정적 소진을 겪는 일이 드물었다.

 

케빈 스타는 비영리 사회적 기업인 킥스타트를 모범 사례로 든다.

[29] 킥스타트는 관개용 펌프를 개발, 판매하여 아프리카 농민들이 고부가가치의 농작물 수확을 늘리도록 돕는다’.

농가 한 곳만 지원하더라도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갈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케빈 스타의 말을 들어보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당신이 우리에게 250달러를 주면, 우리는 그 돈으로 한 가족을 빈곤으로부터 영원히 구해낼 것입니다.”

 

기부자들에게 자선활동의 효과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면, 그로 인한 엄청난 수확을 올릴 수 있다.

최근의 한 실험에서 베푸는 태도와 행복감은 상호 강화효과를 낸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에 따라 긍정적 피드백 고리가 형성된다고 한다. 이 실험의 결과는 여름 캠프의 인기곡인 행복은 돌고 도는 것(Happiness runs in a circular motion’의 실증적 근거가 된다.

[30]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지출했던 일을 떠올린 후 현금이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실험에서는 이 공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다른 사람에게 지출했던 때를 떠올리며 큰 행복감을 느꼈다. 또한 과거의 지출 경험에 따른 행복감이 높아질수록 횡재한 돈을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게 지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편 단돈 1달러를 기부하더라도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기쁨을 맛보게 할 수 있을까?

2012년 대니얼 호킨스라는 사람이 만든 달러 컬렉티브를 예로 들어보자.

[31] 달러 컬렉티브 회원들은 각자 1달러를 기부한다. 그리고 회원 그룹은 자금원을 가지고 어떤 선행을 할지 임의대로 결정한다.

그들은 첫 시도로서, 밸런타인데이를 맞은 한 젊은 남녀에게 깜짝 선물로 식사를 제공했다. 뜻하지 않게 공짜 식사를 한 두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32] 그들은 애초에 식사비로 지출하려 했던 돈을 현지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요컨대, 친사회적 지출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선택을 내리고 관계를 만들고 확실한 영향을 미칠 때), 작은 선물 가지고도 행복감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어쩌면 베풂의 도미노 효과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

    

 

8. 자선활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다른 사람에게 지출을 하면 그 혜택은 기분이 좋아지는 일에서 그치지 않는다.

[33] 노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이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이 실험에서 자신과 관계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금전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후원을 해준 사람들은 건강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이런 관계성은 소득, 활동성 등 다른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처럼 다른 사람을 후원하여 얻는 건강상 혜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처럼 보이지만, 친사회적 지출을 단 한번만 하더라도 후속 결과를 얻을 수 있다.

[34] 이와 관련한 한 실험에서 사람들은 10달러를 받고 나서 많든 적든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과 함께 지출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여러분이 얼마를 지출하든 상대가 수긍해야 하고 여러분이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면, 여러분은 상대를 위해 얼마를 지출할까?

참가자들은 10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정확히는 4달러 48센트)을 지출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지출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행복감을 더 많이 느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고 나서 좀 색다른 요청을 했다. 모든 실험 참가자들에게 면구를 부드럽게 씹어보라고 했다. 이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이 코르티솔은 타약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자신을 생각하며 돈을 얼마나 많이 보관할까 고민한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찜찜함을 느꼈다. 이후 그들의 타액 내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올라갔다.

[35] 코르티솔 수치가 약간 올라간다고 해서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높아지면 시간이 갈수록 신체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코르티솔 수치는 심장병을 비롯한 여러 건강상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36] 1달러 정도의 소액을 기부하더라도 여러분도 부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1달러가 들어있는 봉투 한 장을 받았다. 1달러는 그냥 보관해도 되고, 기부해도 되고 상관이 없었다. 혹은 반납해도 상관이 없었다. 누가 더 부자가 된 기분을 느꼈을까?

결과는 1달러를 기부한 사람들이 1달러는 반납한 사람들보다 금전적 여유를 더 많이 느꼈다. 마치 벼락부자가 된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시간을 기부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쓸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듯이, 돈을 기부함으로써 돈을 많이 가져야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치라고나 할까.

    

 

9. 자선활동과 수익의 연관성

 

20102월에 열리는 슈퍼볼 결승전을 앞둔 200912, 펩시는 23년 동안 계속해온 슈퍼볼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여 광고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37] 2010년 슈퍼볼 기간 동안 펩시는 그들의 브랜드 광고를 모두 포기했다.

대신에 슈퍼볼 광고에 책정했던 2,000만 달러의 예산을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획기적인 사회 참여적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일반 대중이 그들의 지역사회를 새로이 건설할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보조금을 지원받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 사업의 투표수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투표수보다 많았다는 사실은 참 놀랍다. 펩시는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은 결정을 내린 덕에 투자한 회사들보다 더 큰 광고 효과를 누렸다.

 

[38] 펩시 베버리지 컴퍼니 커뮤니케이션의 책임자 크리스틴 힝크는 한 직원이 남긴 글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펩시에서 일한 30년 동안 이렇게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친사회적 지출의 혜택을 보고 있는 또 다른 기업을 소개한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은 그런 측면에서 좀 더 엄격한 제로를 시행하고 있다.

[39] NAB는 무작위로 선정한 직원들에게 100 오스트레일리아 달러를 주고, 자선 웹사이트 카르마커런시닷컴에서 직접 원하는 자선활동을 선택하여 기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 자선 활동에 참여한 직원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행복감을 느꼈을 뿐 아니라 업무에 더 만족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몇몇 기업들은 자선기부활동에 참여할 뿐 아니라 직원 간에 서로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40] 구글의 인력운영 담당 부사장인 라즐로 복은 어느 직원이나 특별 기금 중 150달러를 동료 직원에게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150달러는 직원들의 소득에 비해 티도 안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구글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그와 같은 소액의 지원금이 관리자나 경영진이 지급하는 금일봉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150달러가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팀 구성원들에게 소액의 상여금을 주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도록 한다면, 도움을 받은 사람이 행복해질 뿐 아니라 팀 전체의 성과도 향상될까?

[41] 이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한 연구진이 회사의 관계자인 척하며 레크리에이션 피구 리그를 진행했다.

일부 팀 선수들은 20달러를 받고 팀 동료 중 한사람에게 20달러를 쓰라고 했다.

나머지 팀도 20달러를 받았는데, 그 돈으로 각종 청구서 비용과 생활비를 해결하거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라는 말을 들었다.

 

친사회적 지원금을 활용하면 팀의 성과가 향상될까? 리그 경기 결과를 종합해보니, ‘개인적 지원금을 받은 침은 기존에 50퍼센트였던 승률이 지원금을 받고 나서 43퍼센트로 떨어졌다. 반면에 친사회적 지원금을 받은 팀은 기존 50퍼센트의 승률에서 금을 받은 후 무려 80퍼센트의 승률을 기록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피구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인간 활동 중 하나다. 그런데 이렇게 친사회적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다른 조직에서도 효과가 있을까?

[42] 이번에는 벨기에에서 14개 제약 영업팀에 지원금을 지급했다.

각 팀은 여덟 명 정도로 구성되었다. 연구진은 각 팀의 구성원 몇 명에게 15유로를 지급했고, 이후에 지원금을 지급하기 전 후 팀의 영업 실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측정했다. 또 한 팀의 절반을 대상으로는 지원금을 자신에게 사용하도록 하고, 절반은 팀 동료를 위해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결과는 개인적 지원금을 받은 팀의 실적은 여전히 저조했다. 반면에 친사회적 지원금을 받은 팀의 실적은 급등했다.

 

배터월드북스는 기부 받을 책을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수익의 일부를 북스포아프리카와 전국가족문해센터 같은 문맹퇴치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또한 이 회사는 관계 창출의 원칙을 따른다. 배터월드북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그들이 도울 사람들의 얼굴을 알 길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사이트에서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아는 소비자들과 세상 어딘가에서 또한 책을 읽게 될 수혜자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다.

 

사실 이런 관계 형성은 사업 모델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배터월드북스는 이를 두고 돌고 돌게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43] CEO인 데이비드 머피는 회사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연결하고자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 ‘한 권의 책을 구입할 때마다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똑같이 한 권의 책을 기부하는 것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44] 소비자들이 책을 구매하면서 문맹퇴치에 기여했다는 감성적 욕구를 충족하기에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오늘날 사회적 공익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렇다고 늘 수익이 상승하거나 소비자들의 만족이 충만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45] 이와 관련된 현장 조사에서 연구진은 미시간대학교 자선활동 부스를 세우고 미국암학회 기금을 모금했다.

며칠 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잔돈을 뜻깊은 일에 기부하라고 간단히 부탁했다. 그렇게 총 52달러 27센트가 모였다.

이어서 며칠 동안은 행인들에게 기부를 부탁하고 또 2달러 50센트짜리 레드불을 사라고 권유하며 50센트를 자선단체 기금으로 쓸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하여 레드불 15캔을 팔았고, 기부금은 10달러 55센트가 모였다. 사람들에게 단순히 기부하라고 요청한 경우, 물건을 팔았을 때보다 기부금이 세 배나 많이 모였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회적 마케팅으로 인해 자선적 기부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물품 가격에서 빠지는 기부금이 아주 소액이라 해도 물품을 구매해서 이미 할 일을 다했다는 기분이 들게 된다.

더욱 심각하게는 사회공익 마케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기부가 미칠 영향력보다 자신의 욕구에 치우칠 수 있다.

[46] 그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부를 통해 얻는 행복감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기업들이 기부에서 비롯되는 훈훈한 감정을 고취하고 그런 환경을 발전시켜야한다고 본다. 또한 사회공익활동을 잘 만들어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선활동에 참여한다고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수혜자들과 유대감을 느끼고, 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10. 앎과 실천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적어도 머릿속으로는 이해한다.

[47] 하지만 당장 지출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돈을 써야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지출하는 비율을 정확히 어느 정도에 맞춰야 할까?

개인적 지출 대 친사회적 지출의 평균 비율이 101 이상으로 나왔던 한 여론조사 결과를 떠올려보자. 이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을 때, 여러분의 경우 그 비율이 101 이상 나왔다면, 친사회적 지출을 늘리는 방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돈을 다 기부하다는 것이 현명하다는 뜻이 아니다.

거듭 말하는데, 돈은 행복감을 어느 수준까지 높인다. 돈이 많으면, 특히 생활수준이 상당히 올라간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강조했듯이, 지갑 속의 푼돈이라도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지출해보길 권한다. 가끔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어떻게 지출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익명의 기부자가 사용했던 기발한 방식을 참고해보다.

이 여성은 케이마트에 가는 계획을 세웠다. 케이마트 매장에 간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 50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그들을 위해 예약주문을 했다. 그리고 매장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50달러짜리 지폐를 건넸다. 매장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48] “손님은 얼마 전 돌아가신 남편 분을 생각해서 그렇게 하신거래요. 돈을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 돈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녀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남편 벤을 기억해달라는 것이었다.

 

—-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기위해 기억할 것!

자신에게 지출한 액수는 전반적인 행복감과 관계가 없다.

지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행복감이 높아진다느 법은 없다. 그보다는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소득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면,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소득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지출하면,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행복의 측면에서, 다른사람에게 투자한 효과는 가장 가치가 있는 것, 즉 자신이 보물처럼 여기는 것을 베풀 때 가장 높게 나타난다.

자선단체에 기부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금전적으로 더 여유를 느꼈으며, 돈 관리도 더 잘했다.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_04

Chapter 04_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1. 후불 결제의 탄생

 

[1] 1949년 한 중년의 사업가가 뉴욕의 어느 음식점에서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던 찰나였다. 그는 호텔방에 지갑을 두고 나온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아내가 급히 달려와 계산을 해주어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는 자신처럼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최초의 신용카드(다이너스 클럽 카드 Diners Club card)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사업가였던 프랭크 맥나마라 Frank Mcnamara이다.

 

저녁시간 자리에서 곤혹을 치른 한 사업가의 경험에서 기술 혁신이 비롯된 이래, 빨리 소비하고 나중에 돈을 내는 경향이 널리 퍼졌다.

2010년 소비자 가전협회 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 CE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평화와 행복이 크리스마스 소원 리스트에서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2] 그런데 2011년 이 두 가지 소원은 모두 아이패드에 밀려나버렸다.

소비자들은 아이패드 같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온갖 콘텐츠를 즉시 다운로드 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이런 선 소비 후 지급패턴은 오히려 행복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2. 당신이 금요일을 좋아하는 이유

 

우리는 이미 가진 것보다 장차 가질 것에 흥분을 더 느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네덜란드에서 1,000명 이상의 행랑객을 대상으로 조사가 실시되었다.

[3]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행랑객들은 여행을 떠난 지 몇 주 후보다 여행을 가기 몇 주 전에 더 행복감을 표출했다.

[4]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보낸 사람들은 실제로 그날을 체험할 때보다 11월에 그날을 기다리면서 그날의 정서적 이미지를 강하게 느꼈다.

 

이 조사 결과는 무엇을 암시할까?

[5] 동일한 사건이라 해도 과거의 일이 아니라 미래의 일로 떠올릴 때, 우리는 시간의 주름 wrinkle in time 시간과 공간의 주름을 접어 순간 우주 먼 곳으로 이동한다는 의미, 판타지 소설<시간의 주름>’을 체험하며 더한 정서적 이미지를 느낀다.

 

미래를 떠올리며 희미하게 느끼는 정서적 활력은 간혹 고통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6] 항암 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은 흔히 치료를 하기 전 24시간 내내 구토 등의 부작용에 시달린다.

이런 현상은 일요일만 되면 이상하게 머리가 지끈거리는 원인을 찾는데 단서가 될 수 있다.

[7]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기 전 날, 블로거들은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말로 찬사를 늘어놓는다.

[8]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는 그날을 즐겁게 마무리하는 메시지로 넘쳐난다.

그런데 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요일을 꼽으라고 하면, 대학생들은 휴일인 일요일이 아니라 수업이 있는 금요일을 꼽는다. 왜 그럴까?

 

일요일에는 월요일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9] 한 학생은 죽음이에요. 월요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요라고 말했다.

[10] 그럼에도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마음은 대개 기분 찝찝한 일보다는 유쾌한 일에 이끌리며, 끔찍한 상상보다는 기분 좋은 상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금요일은 아침 8시부터 한창 분자생물학 수업을 듣는 동안에도 금요일과 토요일 밤이 얼마나 환상적일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이다.

 

미래를 두고 즐거운 사고를 하는 태도는 심리적 건강의 전형적 특징이다.

[11]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과 다른 점은 부정적 사고에 빠져 있다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사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2] 그래서 정상적인 사람이 불안감에 젖을 때는, 현재의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미래에 대한 장밋빛 비전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13] 기분 좋은 일을 기대하면 즐거움과 보상의 체험을 관장하는 대뇌 측좌핵(uncleus accumbens)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래서 기분 좋은 상상을 스스로 훈련해나가다 보면 실제로 효과를 보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2009년 벨기에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2주에 걸쳐 저녁마다 몇 분간 다음날 일어날 몇 가지 즐거운 일을 상상했다.

[14] 이를 테면, 아름다운 여성과 데이트를 한다거나 유명한 음식점에서 최고급 요리를 먹는다고 상상한 것이다.

공상에 잠겼던 2주가 지나간 뒤에 그 마음의 시간 여행자들은 전체적인 행복 지수가 상당히 올라갔다.

 

앞서 소개한 마샤 피아멘고는 우주에서 6분을 보내는 영광의 대가로 버진 갤럭틱에 20만 달러를 냈다. 우주여행의 가치는 어느 정도 우주여행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또한 버진 갤럭틱은 고객들의 기다리는 맛을 최대한 높이는 면에서 탁월했다. 또 우주비행사들을 서로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15] 그래서 마샤 피아멘고는 우주여행 항공권을 구매한 뒤 다른 우주비행사들과 친분을 쌓았고, 과학 교육 기금 100만 달러를 모으는 일에 동참했다.

 

좀 더 현실적인 체험을 기대할 때 또한 행복감이 상승할 수 있다. 그래서 몇몇 혁신적인 기업들은 그런 측면서 소비자의 기대감을 최대한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상품의 기능을 소개한다. 여행 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닷컴에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호텔과 음식점, 이름난 관광지 등에 관한 사진과 리뷰를 볼 수 있다. 또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여행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기능들은 분명히 가치를 발휘한다. 그럼에도 수많은 여행객들이 그 외의 목적으로 사이트를 활용한다.

[16] 여행객들의 20퍼센트는 여행 준비를 다 마친 후 다시 사이트를 방문한다. 개인전용 해변과 뜨끈뜨끈한 돌 스파 사진을 보기 위해서다.

답답한 사무실 칸막이에 갇혀 살다가 뜨거운 소파에 몸을 담구면 천국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3. 미래는 왜 밝아 보일까?

 

아직 입에 대지도 않은 상그리아 포도주가 왜 그토록 달콤하게 느껴질까? 아직 그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7] 마찬가지로 악몽 같은 데이트를 연이어 경험한 남자가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여자와 매혹적인 데이트를 하고 황홀한 밤을 보내는 꿈을 꾸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새로이 선출된 정치인은 지긋지긋한 현실에 있는 대중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도록 해준다.

[18] 그래서 영국의 한 국회의원이 토니 블레어 전 총리를 두고 블레어는 달디단 푸딩과 같습니다. 첫 한입은 기분 좋지만, 그 다음에는 지긋지긋해지죠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또 한 예로,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개 퇴임 때보다 취임 때 더 높게 나오는 것을 들 수 있다.

[19] 이는 퇴임할 때까지 이런저런 일을 저질러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지지율 하락 현상의 예외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클린턴의 지지율은 시작부터 전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질 것도 없었다.)

 

[20]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실시한 어느 실험에서 학생들은 고디바 초콜릿, 버지니아대학교 머그잔 등 작은 선물 여러 개를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가지를 골랐다.

이어 첫 번째 집단 학생들은 두 가지 선물 중 어느 선물을 받을지 이야기를 들었고, 두 번째 학생들은 두 가지 선물을 다 받는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세 번째 집단 학생들은 좀 더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그들은 잠시 후 두 가지 선물 중 하나를 받지만, 어떤 선물을 받을지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학생들은 선물 사진을 보면서 기다렸다.

이후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세 번째 집단 학생들은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들은 선물을 하나만 받았어도 두 개를 받은 학생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꼈다.

 

버치박스 Birchbox라는 화장품 회사는 불확실성이 주는 즐거움을 활용하여 화장품 견본품 시장을 개척했다. 이들은 한 달 10달러만 내면 신제품이나 최고 인기 상품이 담긴 조그만 분홍색 상자를 회원들에게 배달해준다.

헤일리 버나는 매달 이메일로 회원들에게 배송정보를 알려주는데 이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한다.

[21] “트위터가 폭발할 지경입니다. 하나같이 자신의 뷰티박스가 도착한다는 말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불확실성이다.

회원들은 웹사이트와 유튜브 등을 돌아다니며 사소한 단서라도 찾으려 한다. 배송이 빨라서 뷰티박스를 일찌감치 받은 회원들은 즉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그런데 그 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뷰티박스의 내용물을 확인하여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은 충동에 이끌리는 탓이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불확실성을 없앤다면)하면, 재미가 반감될지도 모른다.

[22]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순간, 무언가를 기대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대뇌 측좌핵)에서 관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느낌이다. 그보다는 이미 실재하는 특성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모두 확대될 수 있다. 때문에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여 순전히 긍정적인 기분을 자극하는 구매를 무난히 실천할 수 있다.

    

 

4. 왜 군침이 돌면 더 맛있을까?

 

[23] 우리가 기쁨부터 절망에 이르는 다양한 정서적 반응을 체험하는 것은 일정 부분 우리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미래를 여행할 때 우리의 정신은 흔히 골치 아픈 문제를 없애고 기분 좋은 것만 계속 떠올리면서 믿을 만한 방식으로 현실과 다른 곳에 도달한다. 하지만 너무 기대했다가 스스로를 실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지는 않을까? 누구나 한 번쯤 예상 밖의 일로 기대가 무너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대와 현실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지만, 이 정도 차이는 우리 삶에서 비교적 드물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거의 매일 우리 자신이 상상하는 것과 기대하는 것 사이에 비교적 가벼운 차이가 생긴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의 뇌가 우리 자신을 돕기 위한 다른 묘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4] 한 실험에서도 만화가 웃길것이라고 확신했던 사람들은 마지막에 더 많이 웃었다.

[25] 또 다른 실험에서도 한 대통령 후보의 뛰어난 토론 실력을 확신한 사람들은 그의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던 사람들보다 그의 업적을 훨씬 더 높이 평가했다.

 

또한 소비를 나중에 하면 긍정적인 체험을 만들어낼 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는 능력이 높아진다.

[26] 이와 관련된 실험이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비디오게임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1분간 상상했다. 학생들은 이후 게임을 하면서 무척 즐거워했다.

이들은 게임 참여를 기다리면서 트립어드바이저닷컴을 방문한 예비 여행객들처럼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소비를 지연하면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낼 기회를 가질 뿐만 아니라 이른바 군침 돌게 만드는 인자를 강화하여 소비의 즐거움을 늘릴 수 있다.

[27] 얼마 전 한 실험에서 대학생들은 허쉬 키스나 허쉬 허그 초콜릿 중 하나를 선택했다.

초콜릿을 선택한 학생들은 초콜릿을 먹지 않고 30분을 기다렸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30분을 기다린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초콜릿을 더 맛있게 먹었고 허쉬 초콜릿을 더 사 먹고 싶다는 의향을 표시했다.

 

그렇다면 소비 지연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투자 대비 최고의 행복감을 누리게 되는 것은 언제일까?

소비를 지연하면, 매력 있는 것들을 찾을 기회가 생긴다 : 대기하는 사이 앞으로의 체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과 흥분감이 생긴다. 트립어드바이저 닷컴과 버치박스의 사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구매에 대한 기대감으로 군침이 돌 때’, 최종적인 소비의 즐거움이 커진다 : 허시 허스 초콜릿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그에 반해서 엔진오일 교환 또는 치과 치료 같은 썩 내키지 않는 지출 등은 달갑지 않은 형태로 군침이 돌게 만든다. 그처럼 중립적인 필수품의 구매를 지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 체험 자체는 잠깐이면 끝난다 : 우주여행을 생각해보자. 우주여행의 경우, 체험을 연기함으로써 그 체험 자체 말고도 즐거움을 끌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긴다.

    

 

5. ‘지금의 힘이 가진 모순

 

소비를 미룬 효과에 대해 깨달은 사람들은 오로지 소비를 지연시킬 기회를 찾아다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혜를 깨닫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실험에서 초콜릿을 기다렸다 먹은 학생들은 즉시 먹은 학생들보다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전자의 학생들은 소비를 지연시켜 얻는 혜택을 인식하지 못했다.

[28] 그들은 평소보다 초콜릿을 더 많이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다림 자체는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다음번에는 초콜릿을 즉석에서 먹고 싶다고 말했다.

 

소비를 나중에 해야 즐거움이 커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왜 알지 못할까? 이와 관련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어떤 멋진 일을 지금 당장 할 수 있다면, ‘지금의 힘이 다른 모든 것을 작아 보이게 만든다고 한다.

 

이를테면 지금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25달러짜리 스타벅스 상품권을 선물했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날짜가 흘러도 프라푸치노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는 한, 여러분은 상품권을 지금 당장 받든 석 달 안에 받든 상관없이 금세 행복감에 젖어야 할 것이다.

[29] 공짜로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좋지만, 상품권을 받는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석 달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당장 상품권을 받으면 기분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힘으로 인해 사람들은 현재를 과대평가하고 나중에 소비하여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소비를 미뤄 얻는 혜택을 인식한 경우에도 그로 인해 생기는 부가가치에 대해 비용을 치르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30] 예컨대 평소 선망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내일 갈지 2주 후에 갈지 선택하라고 했더니, 응답자의 60퍼센트 정도는 2주를 기다리면 기대감이 더해져 콘서트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용을 치를 의향이 있는지 물었더니, 응답자의 19퍼센트만이 2주 후에 가는 콘서트에 비용을 더 쓰겠다고 말했다.

 

이런 유형의 비용 지급을 거부하는 성향과 관련하여 분명한 예외도 있다. 평소 좋아하는 스타와 키스하는 기회를 제공한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키스를 3일 뒤로 미루는 대가로, 비용을 50퍼센트 이상 더 내려 했다.

[31] 짐작컨대 순간으로 끝낼 환상적인 체험을 72시간 동안 떠올리고 음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명 인사들이 이런 실험에 참여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실험의 결과는 가정일 뿐이라는 점을 유의하자.

 

예컨대 최저 가격 비교 사이트인 카약닷컴은 스페인의 톨레도에서 미국의 투손으로 가는 항공편을 검색해주면서 현재 아메리칸 항공을 검색했다라든가 델타 항공을 검색 중이다라는 식으로 검색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32] 이와 관련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들은 기다리는 동안 자신을 대신하여 일이 처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으면 기다리면서도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노동의 착각효과는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두고도 고객들이 즉각적인 서비스보다 대기해야 하는 서비스를 더 선호하게 만들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

    

 

6. 즉각적인 지출의 고통

 

온갖 고생 끝에 번 돈을 지출하는 기분은 찜찜하고 불편해서 지출을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33] 이에 행동경제학에서는 지출이 고통을 유발한다는 의미로 지출의 고통이라는 용어를 쓴다.

[34] 최근 지출한 일을 떠올리는 경우, 실제 육체의 고통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런 현상과 관련된 몇 가지 근거를 신경경제학자들이 발견했다. 아주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테면 발가락을 차일 때 느끼는 고통과 연결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35] 스탠퍼드대학교에서도 관련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은 두뇌 스캐너 안에서 쇼핑가는생각을 했다.

이어서 연구진은 고디바 초콜릿, 스탠퍼드대학교 티셔츠, MP3 플레이어처럼 보기만 해도 탐나는 물품들을 컴퓨터 화면에 띄운 다음, 실험 참가자들에게 상품의 가격을 보여주었다.

실험참가자들은 화면을 보며 각 상품을 구매할지 결정했다. 그러자 매력적인 상품을 본 실험 참가자들의 대뇌 측좌핵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초콜릿 한 상자 같은 간단한 상품을 사더라도 이렇게 구매의 쾌감과 지출의 고통을 저울질하여 지갑을 열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소비의 쾌감과 지출의 고통을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비의 즐거움이 높아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즉시 소비하고 나중에 지출하는 방식으로 그런 수수께끼를 해결한다. 하지만 지출을 나중에 하여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7. 카드빚의 유혹

 

[36] 수백 년 전, 태평양 서부의 얍 섬에 사는 주민들은 매우 구체적인 형태의 화폐를 사용했다. 그것은 20명 정도가 달라붙어야 이동시킬 수 있는 거대한 돌 바퀴였다.

모든 화폐는 그 가치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런데 얍 섬의 돌 화폐는 화폐 자체가 바닷물에 가라앉아버렸다. 주민들은 바다에 가라앉은 돌의 시장가치를 그대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 돌은 바다 밑에 있었음에도 여전히 화폐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이 머나먼 섬에서 돈은 구체적 실체에서 추상적 개념으로 옮겨갔다.

 

이 이야기는 최근의 미국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20세기 들어 미국에서는 차갑고 단단한 화폐()의 사용이 감소했다. 이후 미국 닉슨 정부는 금본위제를 폐지했다. 그리고 여러 형태의 신용거래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듯이, 변화가 일어나자 결국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37] 미국의 풍자 주간지 <어니언>2011엄청난 신용카드 사기로 드러난 비자 Visa exposed As Massive card scam’라는 제목의 머리기사에 당시의 시대정신을 담아냈다.

어니언의 가짜 기사에 따르면, 비자는 평판 좋은 대출 기관인 양 행동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을 통해 그럴싸해 보이는 가지각색의 신용카드를 퍼뜨려서 소비자들이 형편에 상관없이 과도한 지출을 하도록 사기를 쳤다.

 

여러 연구 조사 결과는 신용카드가 지출을 늘리게 만드는 기발한 혁신 상품임을 보여준다.

[38] 예컨대 좌석이 매진된 스포츠 경기의 관람권 두 매를 입찰할 수 있게 해주자, 현금을 가진 학생들은 다음 날까지 입찰가로 평균 26달러를 내겠다고 했다. 반면에 신용카드를 사용한 학생들은 입찰가로 평균 60달러를 제시했다.

 

실험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세상 물정에 밝은 MBA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굳이 신용카드를 쓰면서 수수료를 왕창 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구매하는 순간에 느끼는 지출의 고통이 경감된다. 신용카드로 인해 일종의 분리감이 생겨 현명하고 상식 있는 사람들도 쉽게 지름신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39] 이와 관련하여 실험 참가자 30명에게 월말 청구서를 확인하기 전에 카드 대금을 계산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각 개개인은 카드 대금을 평균 30퍼센트 가량 낮게 계산했다.

 

[40] 2010년 기준으로 미국 가정의 평균 신용카드 빚은 6,000달러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41] 또한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약 3분의 1이 카드 대금을 월말에 결제하지 않고 이월한다고 밝혔다.

 

[42] 미국 사람들의 거의 절반은 빚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의 경우, 소득과 행복의 관계성은 꽤 미미하다.

[43] 하지만 개인의 행복, 그리고 카드 대금 연체 여부, 이 두 요소 사이에는 아주 강력한 관계성이 있다.

개인이 성취한 것보다 빚을 진 상태를 보고 행복 수준을 훨씬 더 잘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44] 영국에서는 빚이 많은 가정일수록 낮은 행복 수준을 보인다고 한다.

빚은 특히 결혼생활에 해가 된다.

[45] 빚이 많은 부부는 성관계로 갈등하는 등 결혼 생활의 모든 면에서 갈등을 심하게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급을 미루면, 즉각적인 소비의 즐거움이 커질 수 있다.

[46] 하지만 어느새 즐거움은 사라지고 지급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두려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카드빚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청산하고 나면, 다른 어떤 일에 지출했을 때보다 충만한 행복감을 맛볼 수도 있다.

[47] 그렇지만 빚 청산으로 인한 정서적 혜택 때문에 저축의 혜택이 미미해 보일 수 있다. (저축도 정서적 혜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말이다.)

    

 

8. 모히토 칵테일을 공짜로 즐기는 비결

 

지금까지 사례로 든 모든 연구는 공통된 결론에 이른다.

구매의 순간 혹은 채무가 누적된 상황에서 비용 지급의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경우, 소비의 즐거움은 반감될 수 있다.

 

엘리자베스 하인즈와 그녀의 남편 테리는 일괄 지급의 마법에 의존하고 당장 비용을 치르는영리한 전략을 통해 육아 문제를 해결했다.

부부는 평일에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부부는 일주일 치를 한 번에 지급했다. 엘리자베스 하인즈는 이렇게 말한다. “평일 오후, 하루는 밤늦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고 공고를 냈어요. 그랬더니 남편과 밤에 데이트를 나가도 별도의 비용이 들어갈 일은 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나도 멕시코의 휴양 리조트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비슷한 방법을 썼다. 나는 모든 부대비용을 몇 달 전에 다 냈기 때문에, 하객들에게 결혼식에 온 김에 리조트에서 며칠 쉬고 가라고 권유했다. 하객들은 마음껏 즐겼다. 물론 모든 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몇 달 전에 모든 비용을 다 냈기에 모든 것을 공짜로 맛볼 수 있었다.

 

즉각적인 지급의 효과를 고려한다면, 그런 효과는 최근의 경기침체기에 긍정적인 면이 있을지 모른다.

요즈음 신용카드 대신 사용 금액을 즉시 결제하는 직불카드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48] 거대 소매업체인 타깃 Target20082/4분기에 금융위기가 닥친 이래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떨어지고 직불카드 사용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49] 최근 들어 미국 중부부터

[50] 말레이시아에 이르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직불카드 사용이 급증했다.

이처럼 즉시 지급하는카드를 사용하면 지출이 줄어든다.

[51]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대규모 조사가 실시되었다. 그에 따르면, 소득, 신용 기록 등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직불카드 사용자들이 직불카드 비사용자들보다 부채비율이 약 네 배나 낮았다.

 

이처럼 직불카드를 사용하면, 비용을 즉시 지급하기에 빚질 일이 없어지고 행복감이 높아진다.

2011년 출시된 카드 케이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은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연결하여 지갑을 열 필요 없이 모바일로 결제를 하게 해준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파하드 만주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52]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아도 되고, 애플리케이션을 열지 않아도 됩니다. 사인할 필요도 없고, 카드를 인식기에 댈 필요도 없습니다. 잔돈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가게에 있는 동안 휴대전화를 몸에 지니고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카드 케이스가 결제를 인증합니다. 따로 할 일은 없습니다.”

 

이런 유형의 결제가 정말로 끝내주는 방식임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장에서 논의한 연구 조사 결과는 한 가지 사실을 암시한다. 카드 케이스 같은 혁신 기술로 인해 장기적으로 지출을 많이 하게 된다는 점이다.

    

 

9. 선 지급, 후 소비 원칙을 적용하라

 

선 지급, 후 소비습관을 들이면, 기다리는 즐거움과 소비하는 즐거움이 배가되는 데 더해 그 밖의 지출 원칙을 잘 지켜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다짐도 고가의 인기 토스터기나 고급 침대 매트리스 앞에서는 약해지기도 한다.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53] 그럼에도 즉시 소비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 체험의 추상적인 장점이 다 자세히 보이게 된다.

 

사람들은 상점에서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물건 값을 낼 때, 과일이나 견과류 같은 건강식 위주로 장을 보는 경향이 있다.

[54] 되도록 과자, 치즈 케이크 등 살찌는 음식을 충동구매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즉 현금으로 물건 값을 계산하면, 지출의 고통이 심해지는 등 즉각적인 고통이 일어나 과자 매장을 돌아다니는 즐거움이 반감된다. 소비를 미루어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55] 예컨대 사람들은 배송이 오래 걸리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건전한 구매 행위를 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쿠키와 치즈케이크를 특별한 체험으로 만들면어떻게 될까?

소비를 지연시킨다고 해서 말할 수 없는 자제심을 발휘하는 수준으로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행복감이 최고조로 달하게 된다. 사실상 비교적 먼 미래에 소비를 하는 경우, 사람들은 선 지급, 후 소비원칙을 실천하며 특별한 체험의 기회를 잡으려 애쓸 것 같다.

[56] 예컨대, 미국의 한 공항에서 수백 명의 여성에게 경품 응모권을 하나씩 나눠주고 다음의 두 경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 피부 미용권, 현금 85달러

여성들은 다음 주에 응모권 당첨 발표가 있다고 생각한 경우, 소수(18퍼센트)만이 스파 패키지를 선택했다. 반면에 두 달 후에나 응모권 당첨 발표가 있다고 생각한 경우, 전자의 여성들보다 두 배나 많은 여성들(36퍼센트)이 스파 패키지를 선택했다.

[57] 한 여성은 현금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라면 아마도 제가 정말로 즐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사는 데 그 돈을 썼을거에요! 스파 마사지를 받으러 가겠다고 한 지가 4개월에서 5개월은 되었으니까요.”

우리는 멀리 거리를 두고 나중의 소비에 초점을 맞춰볼 때, 흔치 않은 체험을 만끽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은 먼 미래를 추상적으로 바라보며 특정한 행동 방침이 얼마나 바람직한지 따지려 한다.

[58] 그러면서 가까운 장래를 생각할 때는 실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상품을 소비할 시간이 오면, 한참 전에 했던 지출의 결실이 이루어지게 된다.

[59] ‘매몰비용 sunk cost의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말이다.

1년에 한 번 있는 카운티 페어 축제(북미 최대 축제 중 하나)의 첫날 밤 개막식 입장권을 샀다고 상상해보자.

 

만일 그날 아침에 모든 비용을 치렀다면, 5시간 내내 복통에 시달린다 해도 환불을 받지 못한다. 여러분은 어쨌든 움직여보기로 마음먹을 것이다.

일찌감치 지급을 마친 경우, 입장권의 매몰비용은 기분 찜찜한 손실 같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에 비용을 치렀다면, 마음이 덜 불편하다.

 

선 지급, 후 소비방식은 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일부 돈 개념이 확실한 독자들은 이번 장의 주제에 반기를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돈을 불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아야 할까? 돈을 불린다는 목표에 올인하는 태도는 과대평가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한 행복을 얻기 위한 지출 원칙을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기위해 기억할 것!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구매하는 순간에 느끼는 지출의 고통이 경감된다.

직불카드를 사용하면, 비용을 즉시 지급하기에 빚질 일이 없어지고 행복감이 높아진다.

돈을 불린다는 목표에 올인하는 태도는 자신의 행복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한 행복을 얻기 위한 지출 원칙을 고민해야 한다.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_03

Chapter 03_시간을 구매하라

    

 

1. 룸바 부대가 가져온 것

 

조그만 룸바 청소기가 가족의 일을 대신해준다. 룸바는 여러분의 시간 관리 방식을 바꾸게 해준다.

시간과 돈은 흔히 교체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몇 푼 아껴보겠다고 소중한 시간을 펑펑 쓰고 만다. 이는 다음과 같이 미국의 풍자 주간지 <어니언 이 신문에 실리는 기사는 모두 가짜다>에서 가장 많이 풍자하는 인간의 약점이기도 하다.

 

[1]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서른한 살의 에드워드 브롤리는 그냥 눈에 보이는 분실물보관소를 찾아 우산을 얻을 작정이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우산을 찾아다녔지만, 2달러 99센트밖에 아끼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몇 푼 아껴보겠다고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버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우리는 대부분 여가시간을 늘려 평소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이론상으로는 이런 유형의 시간을 돈으로 살 수도 있다.

[2] 하지만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부유한 사람일수록 흔히 일상의 시간을 잘 즐기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부유한 사람일수록 쇼핑이나 업무, 출퇴근처럼 비교적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은 활동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3] <우주가족 젯슨>이 첫 방영되었던 1960년 이래, 많은 국가의 평균 소득이 급격히 상승했다.

[4]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근사한 로봇 하녀가 아직까지 탄생하지 않은 것은 약간 아쉽지만, 그보다는 50년 동안 미국 사람들이 소득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가 시간을 좀 더 행복하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관련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진은 사람들이 불쾌한 기분으로 보내는 시간의 양을 지적한다.

 

긴장되고 우울하고 짜증나는 기분은 행복한 기분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U-인덱스).

U 인덱스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지출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새로이 숙지해야 할 행복 증진 비결이다.

 

시간에 지출하고 싶다고 해서 늘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시간에 지출하려면 여러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시간을 구매하는 원칙을 신중히 실천해나간다는 것은 일상적인 지출을 다시 생각하고 돈에 관한 결정을 시간에 관한 결정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생각의 전환을 전환하여 행복한 선택을 내리라는 말이다.

    

 

2. 바쁨에 대한 착각

 

인텔에서 일반 IT 직원들은 일주일에 평균 350통의 이메일을 받는데, 이렇게 24시간 내내 홍수처럼 쏟아지는 메시지를 처리하느라 진땀을 뺀다.

[5] 그런 이메일의 무려 30퍼센트는 그냥 휴지통으로 직행해도 문제없는 것들로 보인다.

이에 최근 인텔은 이메일 없는 화요일이라는 실험적인 제도를 시행했다.

[6] 이로써 직원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7] 인텔의 실험은 시간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업무 시간에 더 만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8] 이처럼 시간 여유를 느끼게 되면 퇴근길에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터키에서 800명이 넘는 관리자와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9] 설문을 통해 하루 종일 시간이 부족했어” “내 인생은 너무도 바쁘게 흘러 왔어같은 말에 사람들이 공감하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그런 말에 동의를 표시한 직장인들은 특히 자신의 직업에 별로 만족하지 못했다.

[10]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일부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시간적 여유를 느껴야 행복은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1]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야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사실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이 만족스러운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12] 현재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13] 시간 여유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운동이나 자원봉사 등 행복감이 충만해지는 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이 높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보더라도 부유한 사람들의 입에서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14] 그들이 매일 직장과 가정에서 일하는 시간의 양을 고려해보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15] 또 세계 어디를 가도 부유한 사람들이 전날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인해 어느 정도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그 때문에 행복감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16]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더 바빠진 것 같다고 말한다.

[17] 사람들이 하루 몇 시간을 일하는지 계산해보면, 수십 년 전 동일한 일을 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관련된 실험에서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개인의 편견과 기호가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하루 1,440분 동안 했던 일을 전부 기록해보라고 했다. 이어서 이렇게 작성된 시간일지를 수십 년 전에 작성된 것과 비교 분석해보았다.

[18] 실험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 사람들은 1960년대와 비교해서 매주 여가활동에 4시간가량을 더 쓰고 있었다. 반면에 노동 시간은 비교적 변함이 없었다.

 

시간 기근 (Time Famine)을 느끼게 만드는 주범은 금전적인 성공일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한 듯 느껴질 수 있다.

[19] 이와 관련된 실험이 토론토대학교에서 시행되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했는데, 가상의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6분 간격으로 시간당 비용을 청구했다.

첫 번째 집단 학생들은 1분당 15센트를 청구한 반면, 두 번째 집단 학생들은 1분당 1달러 50센트를 청구했다. 동일한 시간 동안 동일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이후 두 번째 집단 학생들은 첫 번째 집단 학생들보다 시간에 쫓기는 기분을 더 심하게 느꼈다. 달리 말해, 학생들의 시간을 많은 돈으로 보상했더니, 이들은 스트레스와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컨설턴트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20] 돈보다 시간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시간을 점점 더 희소한 것으로 바라본다.

    

 

3. 시간이 절약된다고 시간이 확보될까?

 

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의 귀찮은 일 때문에 우리의 행복감이 바닥으로 추락한다고 한다.

[21]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개월 이상 지속된 심리적 고통(Psychological distress)의 경우, 살면서 겪는 중대한 사건이 그 원인이라기보다 성생활 문제부터 골치 아픈 이웃과의 불화’ ‘업무 보고서 작성등에 이르기 까지 일상의 귀찮은 일들이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예측되었다.

 

사람들은 씻는 시간을 줄이고 신선한 샐러드를 맛보는 등 시간을 절약하여 평소 못 했던 일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투인원 샴푸부터 맥샐러드 셰이커까지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시간 절약 상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려고 한다.

맥샐러드 셰이커가 출시된 직후, 맥도날드의 대변인인 조앤 제이콥스는 우리는 절대로 운전 중에 먹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22] 그러면서도 제이콥스는 맥샐러드 셰이커는 컵홀더에 쏙 들어갑니다.” 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 절약 상품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이 최근의 연구 조사에서 드러났다.

[23] 패스트푸드 로고만 봐도 사람들이 참을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주로 일상생활의 효율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상품들 때문에 시간 여유가 줄어들기도 한다. 우리의 조급증이 심해지고 시간 절약에 더 효과적인 상품에 대한 욕망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시간 절약 상품을 잘 사용하면, 하루 중 최악의 시간을 줄이거나 없앰으로써 투자 대비 큰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이를 주제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한 시간 정도 실험을 진행했다.\

[24] 실험 말미에 학생들에게 마지막 임무를 부여했는데, 대학 입학 자기소개서 작성에 미숙한 고등학생을 15분 동안 도와주라고 한 것이다.

이 마지막 임무를 받은 학생들의 절반은 고등학생이 쓴 자기소개서와 교정용 빨간색 볼펜을 받았다.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자기소개서가 이미 다 수정되어서 일찍 집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달리 말해서, 학생들의 절반은 자원봉사를 하느라 자리에서 15분을 더 머물렀지만,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자유 시간을 얻는 횡재를 한 것이다.

 

실험을 마지고 소감을 종합해보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기소개서를 수정했던 학생들은 일찍 자리를 떠서 여유 시간을 얻은 학생들에 비해 시간 여유를 더 많이 가졌다.

요컨대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시간을 내면 일의 효율을 따지게 된다. 이와 같은 능력감을 가지는 덕에 자원봉사자들은 일상에서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있어도 시간에 별로 쫓기지 않는다.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에게 자원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여 시간 여유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건축자재 제조, 판매업체인 홈데포는 1990년대 이래 기독교 자원봉사운동단체인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25] 홈데포 직원들은 그들의 전문 기술을 활용하여 저소득 무주택자들을 위한 집짓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 리자이나(캐나다 남서부)점 직원들은 매서운 날씨의 서스캐처원 평원에서 사랑의 집짓기에 참여하여 버틸 때까지 버텨보기로 결심했다.

폴레트의 말에 따르면, 리자이나점 직원들은 집을 완성할 때까지 매달 한 번씩 집짓기에 참여했으며 눈과 비를 번갈아 맞으며 버텼다고 한다.

한 연구 조사결과가 암시하듯이, 홈데포 직원들은 그들의 여가 시간을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시간적 여유를 한껏 느끼고 삶과 일에서 만족도를 높였다고 한다.

    

 

4. 약속된 시간이 주는 혜택

 

시간을 기부함으로써 시간 여유를 느끼듯이,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행복을 얻는 뜻밖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애완동물을 사들여봤는가? 애완동물을 집에 들이는 순간 그에 대한 책임도 생긴다. 나중에 성가신 이이 많이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생을 자초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26] 개 한 마리 기르는데 1년에 평균 1,800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금붕어는 거저 기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훈련시키면서 우리도 운동을 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27] 특히 노인들은 배우자나 친구와 다닐 때보다 개를 데리고 다닐 때 자주 산책길에 오른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 행복의 측면에서 즉각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이점이 생긴다.

[28] 대체로 운동을 하면 할수록 적어도 노력이라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스스로 더 만족하게 된다.

 

[29] 하지만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밖에 나가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운동을 얼마나 즐길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30] 산책을 15분만해도 실내에서 비슷한 운동을 할 때보다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지고 편안해지지만 사람들은 대개 밖에 나가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따라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있는지 골똘히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운동 효과 외에 행복감이 높아지는 효과도 보게 된다.

    

 

5. 공통된 일상에서 만족감을 높여라

 

인간은 개성이 제각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행복 연구가라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겨 마시는 반면, 미국 사람들은 벤티 사이즈의 모카 프라푸치노를 즐겨 마신다.

[31] 그런데도 이 두 나라의 여성들은 공통된 일상 활동에서 아주 유사한 수준의 만족감을 얻는다.

 

시간을 구매하라원칙은 각자 특유의 방식으로 활용하면 되겠지만, 사람들은 대개 지출을 통해 세 가지 핵심 활동(출퇴근, 텔레비전 시청, 가족 및 친구와 시간 보내기)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출퇴근

 

[32] 미국 통계국은 미국 사람들이 출퇴근에 연간 2주가 넘는 시간을 쓴다고 발표했다. 2주면 연간 휴가 기간에 맞먹는 시간이다.

[33] 교통 전문가들은 자동차 꼭지론 peak car’을 내세우며, 사람들이 일상에서 돌아다니며 보내는 시간의 양이 최대치에 가까워지면서 개발도상국의 자동차 수요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여성들은 출퇴근 시간 중 25퍼센트가 넘는 시간 동안 찜찜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34] 그들은 U-인덱스의 측면에서 출퇴근을 최악의 활동으로 꼽기도 했다.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35] 출퇴근에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낮은 삶의 만족도를 보인다.

긴 통근거리를 감수해 좋은 직장과 집을 얻을 수 있다 해도, 장거리를 통근하다 보면 좋은 집도 싫증나고 자신의 일에도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장거리를 통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여가 시간을 별로 만족스럽지 않게 보낸다. 이를 보면 통근 시간이 시간적 여유감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직업을 구할 때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의 행복을 먼저 따진다.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는 덕에 가족이 더 행복해질 수도 있지만, 꼭 그렇다는 근거는 없다.

[36] 오히려 배우자가 장거리 통근을 할 때, 사람들은 다소 낮은 행복감을 보인다.

 

오늘날 일반 가정의 경우, 소득의 20퍼센트를 차량 유지비로 지출한다.

[37] 이 비율은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40퍼센트까지 치솟는다.

[38] 미국의 일반 직장인들은 자동차 할부금을 갚기 위해 1년에 500시간(하루 근무 시간 중 2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런데도 근사한 자동차가 통근 시간의 고통을 별로 완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높은 보수를 받고 먼 직장을 구하고서 멋진 승용차에 추가로 지출을 하느니, 보수가 좀 적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직장을 다니는 편이 보통 사람들에겐 더 좋을 수 있다. 집 앞에 있는 직장에 다니다가 22분 통근거리의 직장을 다니면 행복감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발생한 행복 손실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일반 직장인들은 소득을 30퍼센트 이상 올려야 할 것이다.

[39] 그렇게 하더라도 본전치기 밖에 되지 않는다.

한 연구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월급을 올려달라고 상사를 조르기보다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는 경우, 월급이 올랐을 때와 마찬가지로 행복감이 상승한다고 한다.

 

2011년 북주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출근하는 사람 약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40]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은 기차로 출퇴근한 후 스트레스와 분노를 이전보다 훨씬 덜 느꼈다고 한다.

기차로 출퇴근하면 운전할 때보다 힘이 덜 들고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텔레비전 시청

 

[41] 미국 사람들은 출퇴근에 연평균 2주를 쓰는 것도 모자라 텔레비전 시청에 두 달을 쓴다.

[42]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은 일할 때 못지않게 텔레비전을 보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43] 거듭된 연구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보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등 보다 활동적으로 여가활동을 할 때 즐거운 기분이 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40년 동안 U-인덱스가 개선되지 않은 것도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텔레비전 시청이 주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44] 그렇다고 텔레비전의 감정적 효익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 32개국 출신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표본조사가 실시되었다.

[45]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텔레비전을 30분 이상 시청하는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30분미만 시청하는 사람들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최신형 텔레비전을 고르고 구매하는 과정에서는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거나 가족끼리 영화를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반면 텔레비전을 사들인 탓에 시간이 실제로 낭비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한다.

공정하게 말해, 텔레비전을 보는 것에도 큰 장점이 있다.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텔레비전에 쏟는 시간의 일부를 좀 더 매력적인 활동에 쓴다면,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해야 현명한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교활동

 

[46] 사람들은 하루 중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때 가장 좋은 기분을 느낀다.

[47] 지난 10년 간 <뉴욕 New York> 이나 <슬레이트 Slate> 등의 언론 매체에서는 왜 부모들이 육아를 꺼리고 마약중독자가 되는가? Why Parents hate parenting and parents are junkies’같은 제목으로 부모됨의 정서적 혜택에 관한 악의성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48]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전국적인 표본조사를 보면, 공통된 일상 활동을 할 때보다 아이들과 놀이를 함께할 때 행복감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흔히 삶에 가장 좋은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언뜻 보더라도, 사교활동의 감정적 혜택에 관한 연구결과는 그처럼 위안적인 인생철학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흔히 사랑하는 것을 본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런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지 생각해보자. 시골의 부모님을 뵈러가거나 지방의 친구들을 만나러 가려면 차비나 기름 값이 들어간다. 또 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맥주 한잔 하더라도 혼자 소파에 누워 복근운동을 할 때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49] 또한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오늘날 중산층 가정의 연간 육아 비용이 13,830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무언가를 사고 나면 필연적인 시간의 덫에 휘말리게 된다.

[50] 2003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 사람들의 80퍼센트 이상(자녀 유무에 상관없이)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응답자들은 집값이 올라서 힘들다면서 수입을 줄이면서까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해도 앞서 확인했듯이, 주택에 투자를 한다고 삶의 만족감이 대폭 높아진다는 법은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기준을 잘못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그렇게 하려고 아이들과 노는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6. 일하지 않다고 월급 주는 회사

 

[51] 통근 시간은 차치하고, 프랑스와 미국의 여성들이 전체 시간의 25퍼센트 이상을 찜찜한 기분으로 보내는 유일한 활동 영역이 바로 업무 시간이다.

[52] 세계 여러 나라를 보더라도, 장시간 일하는 사람일수록 시간적 여유를 잘 느끼지 못한다.

 

구글에서는 업무를 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는다. 구글의 인력운영 책임자 섀년 디간 Shannon Deegan의 말을 들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53] “특히 우리 기술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일상 업무 외에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요.”

업무 시간의 20퍼센트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쓰게 해준 덕분에 구글 스카이Googld Sky 같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었다.

[54] 구글 스카이를 비롯한 신제품의 절반은 직원들의 여가 시간에 개발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55] 하버드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미국의 학자 찰스 앨리엇 Charles Eliot1880년 교수들의 임금의 절반만 받고 1년간 휴식을 취하는 안식년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교수들은 안식년 기간에 연구를 마무리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앨리엇이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게 된 동기는 하버드에서의 삶을 질적으로 높이려고 한 그의 헌신에서 비롯되었는지, 다른 대학에서 유명한 언어학자를 끌어오려고 한 그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는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래도 안식년 제도를 낳은 두 유형의 동기는 현대 기업 세계에서 안식휴가제도가 유행하고 있는 현상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56] 인텔 직원들은 7년마다 8주간의 안식휴가를 가질 수 있다. 1년으로 치면, 직원 20명 중 1명이 안식휴가를 가는 셈이다.

인텔은 이 제도를 진정성 있게 운영하는데, 안식휴가에 들어간 직원들은 회사 이메일 계정을 차단당한다. 회사를 통한 이메일 확인도 금지된다.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인 안식휴가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등산용품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직원들은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두 달의 안식휴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면서 급여는 꼬박꼬박 받는다.

[57] 파타고니아 직원인 리사 마이어스는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늑대들의 흔적을 쫓으며 안식휴가를 보냈다.

[58] 그와 같은 횡재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도록 돕는 유어사바티컬닷컴이라는 회사도 있다.

엘리자베스 파가노와 그 어머니 바바라는 이 회사를 통해 안식휴가를 보내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안식휴가를 계기로 삶의 관점을 바꾸고 나서 두 사람은 하루하루를 가치 있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7. 수영장 딸린 집의 모순

 

우리는 대부분 소위 그렇지.. 젠장! Yes,, Damn!’ 효과를 체험한다.

[59]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의 갈 자우버만 Gal Zauberman 교수가 이 말을 만든 것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겠다고 해놓고 그 시간이 돌아오면 후회하는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지출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자신의 시간 사용 방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품에 눈길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사꾼들은 상품 간의 미묘한 차이를 잘 감지하는 손님들의 능력을 감안하여 물건을 진열해놓는다.

예컨대 침대 가게에서 손님들은 이 침대 저 침대 옮겨 다니며 가격 차이가 무엇 때문인지 확인한다. 그러다보면 가격이 비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가게를 나오면서 여러 침대를 신중히 비교하며 느꼈던 것들을 차츰 잊어버린다.

[60]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처럼 을 보고 느끼는 차이는 여러 상품을 나란히 두고 비교할 때 더더욱 마음에 꽂힐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교 쇼핑이 현명한 쇼핑 전략처럼 보여도, 상품들을 비교하는 사이 사소한 차이가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자신의 시간 사용 방식과 전혀 관계가 없는 기능에 비용을 더 쓰고 싶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시간 사용 방식은 구매로 인해 여러모로 바뀔 수 있다.

[61] 미국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자동차 같은 필수품을 사들인 다음에는 수영장 딸린 집으로 들어가야 행복한 삶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62]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장차 수영장 딸린 지블 사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로 수영장의 핵심적인 기능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러도 될 만한 수영장에 마음이 꽂혔다면, 편안한 파라솔만 떠올릴 게 아니라 퇴근 후 휴양지 같은 집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또한 수영장이 딸린 집을 샀다면, 휴식용 물탱크에서 나뭇잎을 건져내는 시간도 함께 구매한 것과 다름없다.

 

상상의 렌즈는 수영장을 가졌을 때의 모습에 집중되는 반면, 이후의 자세한 사정에는 흐릿해진다. 따라서 우리 두 저자는 대규모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는 간단한 연습을 하길 권한다. 이를테면 가다오는 화요일에 아침부터 밤까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찬찬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63] 특정한 날을 두고 그날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스스로 간단히 물어보는 연습을 하면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편향된 예측을 덜 하게 된다.

    

 

8. 시간 중심 사고의 숨겨진 혜택

 

2010년에 한 실험에서 300명 이상의 성인들에게 간단한 임무를 부여했다.

[64] 실험 참가자들은 임무를 수행하며 시간이나 돈, 둘 중 하나의 개념을 강하게 인식했다.

이들 중 절반은 시간과 관련된 문장의 순서를 바로잡았다. 이를 테면 침대시트, 바꿔라 , 시계를 침대시트를 바꿔라시계를 바꿔라로 고쳤다. 나머지 절반은 돈과 관련된 문장의 순서를 바로잡았다. 이를테면 침대시트, 바꿔라, 가격이다.

이후 두 집단은 모두 다음날 24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시간 관련 문장을 고친 사람들은 사람을 사귀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려는 경향을 보였으며 일하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반면에 돈 관련 문장을 고친 사람들은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으며 사교활동을 하거나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65] 왜 그럴까? 시간과 돈은 서로 다른 심적 경향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시간 사용 방식에 관한 우리의 선택을 우리 자신의 자아감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바라본다. 반대로 돈에 관한 선택을 내리는 경우 대개 비교적 냉담하고 이성적인 태도로 생각하게 된다.

[66] 또한 관심의 초점을 시간에 두면서 부담 없이 행복감과 사회적 관계를 우선순위로 두게 된다.

 

이처럼 상충되는 마음가짐 때문에 우리는 아주 비슷한 환경에서도 달리 행동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인근에서 설문을 실시했다.

[67] 연구진은 카페로 들어가는 손님에게 다가가 시간이나 돈과 관련된 문장을 수정하고 두 개념 중 중요한 것을 하나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사람들이 카페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관찰했다. 돈이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 반면에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들은 카페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 시간을 쏟았다. 시간의 개념을 중시한 사람들은 사교활동을 활발히 한 결과 돈의 개념을 중시했던 사람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꼈다.

 

[68] 기부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시간을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고 나면, 가능한 많은 시간과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시간의 가치를 떠올리다가 베풂의 따듯한 기쁨에 집중하게 되고, 이어서 자신의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야외 음악회장 앞에서 길게 줄서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저이 있다.

[69] 그들은 그날 음악회를 보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썼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그들은 시간의 가치를 따져보고 나서 (돈의 가치를 따져봤을 때보다) 음악회에 대해 훨씬 더 열의를 보였다.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시사 잡지 <뉴요커 The New Yorker>등 수많은 잡지의 광고를 300개 정도 추려서 콘텐츠를 분석해보았다.

[70] 그 결과, 마케팅 콘셉트의 거의 절반은 돈 아니면 시간과 관련 있음이 드러났다.

그런 광고들은 소비자들이 시간이나 돈에 집중하도록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에, 우리는 훨씬 더 급격한 태도의 변화를 일으킨다.

    

 

9. 시간은 곧 돈?

 

돈에 관한 선택을 시간에 관한 선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우리 두 저자는 주장해왔지만, 예부터 그 반대의 개념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시간은 곧 돈이라는 말이다.

 

[71] 프랭클린은 그의 저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 “기억하라. 시간은 돈이다. 하루에 10실링을 버는 사람이 외국에 나가 한가로이 한나절을 보냈다고 해보자. 비록 그가 기분 전환을 하거나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푼돈을 소비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유일하게 발생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는 실제로 5실링을 소비했거나 오히려 5실링을 허비한 셈이다

그런데 이런 프랭클린의 시간관념을 수용하면 오히려 행복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한 연구 조사에서 나타났다. 시간을 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즐거운 일상 활동에서도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한번 다음과 같이 해보자.

1단계 : 작년에 일주일에 대체로 몇 시간을 일했는지 계산한다.

2단계 : 작년에 몇 주 동안 일했는지 합산하고, 세전소득이 얼마인지 계산한다.

3단계 : 작년 소득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누어 평균 시간 당 임금을 계산한다.

 

실험 참가자 400명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는데, 3단계를 거치기 전후의 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72] 실험 참가자들은 위 3단계를 다 거치고 나서는 음악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다.

시간 당 임금을 계산해본 탓에 벤저민 프랭클린의 시간관념에 빠져, 시간을 돈으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73] 사실 시간제 근로자들은 시간을 돈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74] 그래서 신입 바리스타부터 영향력 있는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더 버는 대신 시간을 포기하는 경향을 많이 보인다.

[75] 미국에서 실시한 어느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시간제 근로자들의 32퍼센트는 시간 대신 돈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샐러리맨들 중 시간을 포기하고 돈을 받겠다고 말한 사람은 17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 시간제로 일하지 있지 않다 해도, 과거 시간제 보수를 받았던 경험에 여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체험의 효과가 사라지기까지 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시간당 보수를 떠올리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돈은 안되도 정서적으로 좋은 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약해진다.

[76] 시간제 근로자들과 비시간제 근로자들이 보이는 여러 성향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그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간과 돈을 교환 가능한 자원으로 보는 태도는 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만, 행복의 관점에서 볼 때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시간을 돈 버는 수간으로 보지 말고,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일, 그 자체를 중요시하라는 말을 우리 두 저자는 늘 입에 달고 산다. 돈보다는 시간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연습을 해나가다 보면, 두 자원을 더더욱 행복한 방식으로 활용해나갈 수 있게 된다.

 

—-

시간을 구매하기위해 기억할 것!

몇 푼 아껴보겠다고 소중한 시간을 버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일부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시간적 여유를 느껴야 행복은 느낀다는 것을 기억하라.

시간을 기부함으로써 시간 여유를 느끼듯이,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행복을 얻는 뜻밖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긴 통근거리를 감수해 좋은 직장과 집을 얻을 수 있다 해도, 장거리를 통근하다 보면 좋은 집도 싫증나고 자신의 일에도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적용하라.